예상했던대로 신공항 건설이 백지화가 됐다. 그런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삶과 문학에 대한 생각들을 취재한 책인데, 작가 하나 하나마다 들려주는 삶과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읽을 수가 있어 감동하며 읽고 있는 중이다.   

읽다가 오늘 같은 날 유독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 그는 바로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다. 꼭 그의 시집을 접하지 않더라도, 그가 섬진강을 지키며,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하다가 퇴임한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알려진 바대로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자연과 자신의 교육철학에 대해 토로했다. 그 부분을 읽으면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한는지가 마구 느껴진다.  

해마다 여름이면 수해로 우리나라는 몸살을 앓는다.  지난 번에 경상도 지역이 물난리가 나면, 이번엔 전라도가, 그러다 강원도가, 그러다 또 경기도 어느 지역이 돌아가면서 물난리가 난다. 그때마다 우리가 항상 들어야 하는 건, 이것이 천재냐, 인재냐를 두고 말들을 한다. 물론 십중팔구는 인재에 더 많은 혐의를 둔다. 그도 그럴 것이, 충분히 미리 방재를 하고도 수해가 났다면 그건 천재일 것이다. 하지만, 우린 충분히 방재를 하지 못해  그저 눈뜨고 지켜 볼 수 밖엔 없고, 설혹 천재라 해도 그 화를 자초한 부분도 적지 않아 온전한 천재라고도 볼 수가 없다.  

원래 물길은 곡선으로 흐른다고 한다.  곡선은 자연이고, 도시는 직선이라고 한다. 섬진강만 보더라도 완만하게 또는 급하게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마다 일어나는 수해는 저 곡선의 물길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직선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둑이 무너지고 다리가 침수되는 것은 바로 그 자리가 물이 지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이 지나가는 자리에 놓인 인위적인 것들은 모두 무너재내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대부분의 수해는 인재라는 것이다.  강원도에 수해가 났을 때 동네할아버지들이 둑 무너진 자리를 보고 말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저기가 물 지나가는 자리였어"   (309p)   

이 부분을 읽으니, 나 역시 황량한 그 동네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다.  과연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논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런지 모르겠다. 정말 개발이 우리에게 그토록 절실한 것일까? 

"강산이 저렇게 아파하는데, 시는 뭐하게 쓰냐?"  

시인의 사투리 섞인 저 말을 귀로 듣는 것도 같다.  

군청에서 그가 사는 진매마을의 섬진강가에 벤치를 놓겠다는 것을 시인은 반대했다고 한다. 군청직원들은 사람들이 다니다가 벤치에 앉아서 쉬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는 그냥 땅바닥에 앉아서 쉬면 된다고 했단다. 그리고, 길가에 팬지꽃을 심겠다고 해도, 그는 반대했다고 한다. 봄, 가을로 얼마나 많은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는데 그런 꽃들을 심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307p)  

그것을 보면 시인의 성정이 어떨지 가히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것은 또 어찌보면 어떤 사람에겐 미움을 살 일인지도 모르겠다.  뭐 좀 하려고 하면 시인이 무조건 반대하고 나서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시인은 분명 자연주의자일 것이다.  자연적인 것을 해치는 건 도무지 용납하기 싫은 '고집쟁이'일 것이 틀림없다. 시인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도 강산은 저렇게 아파한다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그는 더더욱 고집쟁이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실, 길가에 잘 심기워진 팬지꽃은 나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볼 때야 나쁘지 않겠지만, 그것이 심기워 질 때까지 있었던 풀이며, 야생의 꽃들이며, 심지어 잡초까지 모조리 뽑혀져 나가야하지 않았을까? 못 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는데, 하물며 예쁘긴해도 길가에 핀 팬지가 무슨 힘이 있어 자연을 지켜줄 수 있을까?  

기왕 말나 온 김에, 내가 주로 잘 가는 강남역 주변은 보기엔 도시적여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꼭 그렇지만도 않다. 불과 1,2년 사이에 가로수가 파이고, 거기에 페룬가 어딘가에 있다는 모아이돌상 같이 생긴 큰 LED 전광탑이 밤길을 밝히고 있다. 뭐 나름 광고도 하면서 밤을 밝히고 있으니 나쁘진 않겠지만, 난 웬지 그게 썩 좋아보이지마는 않는다. 물론 가로수가 뽑히니 인도가 이렇게 넓었나?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 자리에, LED 전광탑이 설치가 되어 탁 트인 시야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 왜 뭐가 좋은지 알 수가 없다. 적어도 가로수는 그렇게 사람의 시야를 가리고 자리를 차지하지만, 공해를 정화해 주고, 인간과 가장 친숙한 식물이었다. 또 때론 가랑비라도 오면 버스를 기다릴 때 우산을 피지 않아도 그 밑에 서면 당장의 비는 막고 설 수도 있었다.  물론 이건 지극히 작은, 서울시 그것도 강남구의 정책이고, 난 그 동네에 살지도 않으니 뭐라고 할 말은 없다만 과연 우리나라 환경 정책이 지금 재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의문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김용택 시인은 이 책에서 말한다. 우리나라 행정부에서 건설교통부가 사라져야 한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건교부가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나라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 일을 환경부가 한단다.  그것은 확실히 되새겨 볼만한 말이다.  

오늘 아침 뉴스를 들으니,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를 놓고 다시 한 번 지역과 정치계가 들썽이고 있는가 보다. 요즘 뉴스를 잘 보지 않으니, 언제 신공항을 만든다, 만다 말들이 오고 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백지화가 됐으니 오죽 들뜬 가슴이 푹 꺼졌을까? 백지화 이유가, 한 곳은 산을 깎아야 하고, 한 곳은 바다를 메워야 하는데, 그 두 곳 다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그만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굴복할 수 없어 이들 두 곳은 독자적으로 추진을 할 것이란다.  과연 분개만 해서 될 일인가?

인위적으로 산을 깎고, 바다를 메워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해마다 일어나는 허다한 인재를 지켜보면서도 그토록 개발에 목이 마른건지? 그리고 이것은 지역간의 골을 깊게 만들고, 정치권의 잇속 차리기로 몰고 가는 것처럼도 보였다. 거기에 휘둘릴 필요가 과연 있는 건가?  

그런데 이상한 건, 그 가운데 환경 단체의 소리는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환경 단체들은 용인하고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 신공항이라는 것도 개발을 빙자한 정치권의 커넥션일런지 알 수도 없겠다는 의심을 해 보게도 된다.  그런데 좀 의아스러운 건 이건 또, 우리나라 행정부처 중에 건교부 주관이 아니라, 해양부 주관이란다. 해양부가 주관하는 거가 맞는 건가?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모양새는 아닐지 이것 또한 의문스럽다. 이것에 대해 김용택 시인이라면 뭐라고 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라면 또 예의, " "강산이 저렇게 아파하는데, 시는 뭐하게 쓰냐?"라고 하지 않았을까? 유독 오늘 같은 날은, 김용택 시인이 많이 생각나는 날이다.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섬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시 <섬진강 I>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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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4-0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행으로 여겨요
그래서 처음으로
이씨가 자기 생각을 접을줄도 아는구나 생각했어요

stella.K 2011-04-01 12:36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근데 그게 처음 대통령이 되면서 내세운 공약중 하나라네요.
그 공약 안 지킨다고 정치권에선 뭐라고 그러고.
특히 박 여사님. 참...
건물 하나 지어지고, 어느 한군데 개발되면
그만큼 이 나라에 Co2가 없어지는 건데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숨인들 재대로 쉬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