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환도 가고, 최진실도 가고, 최진영도 갔으며, 박용하도 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가장 높단다. 뭐든지 1등이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아니던가? 이런 건 1등 안해도 좋은데 1등이다.  

이 책은 살인과 자살을 법의학자가 좀 흥미롭고 엉뚱한 예들만 뽑아 쓴 책 같은데, 나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책이 나온다는 게 또 다른 자살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가져볼만도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미디어를 논평하는 TV 프로에서 그런 연예인의 자살이 심심찮게 보도가 되면서 그 수위에 대한 논란도 비판대상으로 올라왔다. 즉 너무 자세하게 보도되고 있으며, 빈번하며, 감성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박용하의 자살도 너무 자세하며 약간의 억측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확실하지도 않으면서, 아버지의 말기암 때문에 비관 자살했다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분명 그건 마음 아픈 일인 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자살하는 자식이 과연 있을까? 

<자살은 죄인가요?>란 책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을 즈음해서 어느 기독교 단체에서 심포지엄식으로  이것에 관한 논의가 있었나 보다. 알았으면  나도 갔을텐데 정보력이 없다는 게 아쉽다.  

자살이란 말만 들어도 기분이 안 좋은데 여기 저기서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특히 기독교인의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데 저 세 권의 책은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그런데 <자살, 차악의 선택>에서 차악이란 뜻이 뭔지 모르겠다. 최악은 들어봤어도 차악이라니...?   

그런데 최근 OECD 국가 중 자살 1위라고 하니 뭔가의 위기감을 느낀 걸까? 자살을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하고 치료,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것에 대해 국가가 사람 살리기에 나섰다니 일단 환영하고 볼 일이다. 영국에서는 이 분야에 매년 적지않은 예산을 쓰고 있으며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 부디 우리나라도 몇 년후엔 자살률이 좀 떨어졌으면 한다.   

 슬픔에도 좋은 슬픔이 있는가 보다. 하긴, 사람이 슬픔을 겪고나면 좀 더 성숙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 책은 36세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그 슬픔을 건너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고 한다.  

특히 이 책은 죽음학의 대가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저서 <인간의 죽음>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슬픔의 5가지 단계, 즉 '부정, 분노, 타협, 절망, 수용'이라는 단계에 따라 스토리가 전개가 된다고 한다고 하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더 한다.  인간 어차피 삶을 살면서 죽음을 생각해야 하는 존재다. 죽음을 포함하지 않는 삶이 잇던가?  

 생각난 김에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책이 뭐가 있는지 올려본다.
 

 

 

 

 나온다, 나온다 소문이 자자했던 1Q84 3가 드디어 예판에 들어갔다.  무슨 콧대인 것인지 난 아직 1, 2권도 읽지 못했다. 그러니 3권이 나왔다고 난 아직 호들갑떨 주재가 못된다.  

이 책에 대해, 아니 저자인 하루키에 대해 하나 같이 입을 모으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장편은 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에 나도 동의한다.  

누구의 어떤 책이든 첫번에 읽는 책이 사로잡지 못한다면 묘한 편견이 생겨 괜찮을까를 의심한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하루키는 에세이나 단편이 좋았다. 오래 전 <상실의 시대>를 읽고 얼마나 실망을 했던지... 그런데 이것도 나라마다 다를 것도 같다. 그의 장편은 일본 본토에서는 꽤 성공하니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그의 고향 프랑스 보단 우리나라에서 더 인기라지 않는가? 

암튼 이 책에 대해 하도 말이 많으니 읽긴 읽어야 할 것 같은데 하루키식 허무주의에 또 실망할까 봐 선듯 내키지가 않는다. 

약간은 구라성이 있어 보인다. 유명한 뭔가가 되는 것도 물론 나의 선택이긴 한데 이 '유명한'이란 말도 내가 쓰는 것 보단 남이 써 주는 말이면 좋지 않을까? 

그래도 나름 이 책이 귀여운 느낌도 드는 건, 솔직히 사람 마다 실망하는 책들이 있기마련 아닌가? 그럼 더불어 드는 생각은 내가 써도 이 보단 잘 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그러다 보면 베스트셀러 작가의 꿈을 망상으로나마 꾸게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독자들의 마음을 후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어떨지 궁금하다.  

 

 

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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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7-12 0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선이란 개념의 반대선상에서 '차악'이란 말을 쓴 건 아닐지...

stella.K 2010-07-12 10:46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겠군요. 차악. 그렇담 최악은 뭘까요?
살인 당하는 거? 전 자살이 최악이라고 보는데...
아무래도 저 책을 언젠가 사 봐야할 것 같아요.

마녀고양이 2010-07-1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를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집에 넘쳐나는 법의학 책을 보면서 다시 뺐어요.. ㅋㄷㅋㄷ

상실의 시대 읽구 실망했어여? 나 그 책이 하루키 책 중에서 제일 좋은데.
역시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여.. 그져?

인생 수업만 읽었는데,,, 너무 좋았던 기억이.. 그러나 내용은 하나두 생각이 안 나염~ 이긍~

stella.K 2010-07-12 10:48   좋아요 0 | URL
법의학 책 좋아하시는군요.
그런데 저 책은 흥미로 읽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나중에 뭔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면 어쩔까 걱정이 되더라구요. 물론 그런 거 고려하고 썼겠죠?

하루키는 참 그래요. 그죠?^^

Tomek 2010-07-1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Q84 아직 한 권도 읽지 않았어요. 완간되면 읽으려고 기다렸는데, 막상 완간한다니까 읽고싶은 마음이 별로... 이래서 뭐든 시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절대 미루지 말고 생각났을 때 해야겠어요. :D

stella.K 2010-07-13 11:36   좋아요 0 | URL
맞는 말입니다. 저도 당시엔 읽겠다고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얼마나 많은지
그 시기 놓치면 다른 새로운 책들 때문에 언제 읽게될런지 더 멀어진다는...ㅠ
그래서 하루키 저책에 올인할까 신중히 고민중이라는...읽으려면 빨리 읽어야 해요.
 

그저께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까?  

모처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는데, 내가 쓰고자 했던 건, 일기나 편지에 관한 책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에 관한 경험이나 생각을들 자유롭게 쓰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쓰자니 이 책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난 이 책을 오래 전에 사 놓고도 읽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 난 그때 그때 생각나는대로 관심 가는 책을 브리핑 하듯 정리해 보곤 하는데, 하면서도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읽지 않은 책에 관해서도 말할 수 있구나며 새삼 놀라곤 한다.  또 그 방법을 소개한 책도 이미 나와있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다. 난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책은 읽어 본 사람의 말에 하면 꽤 재밌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내 글이 출판되어 나온다고 생각하니(이글을 읽는 사람은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내 이름으로된 책이 나온다는 것이 아니라, 동인지 형식이라 그 중 내 글이 끼어 나온다는 것뿐이다), 평소엔 자연스럽게 소위 '썰'을 풀었는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려고 하니 왠지 목에 가시가 돋는 느낌이다. 그래서 늦게나마 원고를 넘기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는 중이다. 

<새벽 세 시에 바람이 부나요?>관한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에게서 듣고는 있는데, 이 책을 펼쳐든 순간 좀 놀라긴 했다. 소설이라면 있을 법한 인물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문어체 문장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구어체 문장만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름 재미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초반이라서일까? 아주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읽어봐야 아는 일이지만, 갈수록 재미있을지는 좀 의문이다. 그건 작가가 독일 사람(실제로는 오스트리아)이란 선입견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재밌다는 것중 하나가 유머라는 건데, 사실 독일식 유머는 좀 독특하지 않은가? 아주 박장대소할만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난 막상 읽으면서도 만일 이런 형식의 글을 우리나라 작가가 썼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보다는 재미있지 않을까? 

소설이 있을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이 책에 나오는 상황은 있을 법도 하지만 또 여간해서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메일을 얼마나 쓰는가? 사무용도가 아닌 정말 인간적 용도로 말이다. 별로 없지 않을까? 오히려 블로그라면 할 말이 좀 있지 않을까? 

꼭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오래 전, 알라디너였던 분이 계셨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건 지금은 당연 아니라는 소리다. 그 분은 아직 알라디너로 있을 때 우리나라의 유수한 출판사에 취직했고, 마침 작가 성석제가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내, 출판 강연회를 강남 교보문고에서 한다고 해서 간 적이 있었다. 알겠지만 강연회는 독자의 질의응답을 받는 시간이 있다. 나는 거의 은둔형 스타일이라 조용히 왔다가 갈수도 있는데, 왠지 그냥 가기 섭섭해서 독자로서 한 가지 질문을 했었다. 무엇을 질문했었는지는 여기 밝히지는 않겠다. 그리고 그 갖다 온 후기를 여기에 남겼다. 그러자 얼마만에 그가 내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겼다. "그날 스텔라님 만나서 반가웠어요."라고.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그도 그날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리고 내가 이렇게 후기를 썼을 때야 알았을 것이다. 아, 그 사람이 스텔라였구나! 하고. 그러니 그런 댓글을 남겼겠지.  

안타깝고 아쉬웠다. 무슨 어느 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이 서로 스치고 지나가는 익숙한 장면처럼. 그렇다면 그는 나를 그렇게 알았겠지만, 난 여전히 그분이 어떻게 생긴 분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얄궃다니! 말하자면 성석제 작가의 강연회에 그도 스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날 계셨군요. 누구셨나요? 혹시 사회 보신 그분?" 이란 댓글을 남겼다. "아뇨. 전 주로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스텔라님은 거의 보기가 어려우셨을 겁니다. 실제로 그랬구요." 아, 이런 그때 나의 부주의 함이란! 그가 그 출판사의 직원이 된 줄 알고 있으니 스텝 아무나 붙들고 혹시 그분이 여기 계시냐고? 물어만 보았어도 나 역시 그를 만났을 것이다. 순간 장님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나중에 어떤 기회에 실제로 그를 아주 잠깐 만났고 우린 정식으로 인사를 했다.  

이 책에서도 보면 남녀 주인공이 오프에서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도 정식으로 인사하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날,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메일로 그때 어떤 사람이 바로 당신일 것이다하고 찍어대는 것이다. 뭐 나름 재밌는 부분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 미래 인간의 만남이란 이럴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서글픔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도 보라. 며칠 전 아는 사람들과 그런 얘기를 했지만, 우린 다 같은 자리에서 만나고도 서로 온전히 만나지 못한 만남을 갖기도 한다. 앉아서 핸드폰이나 아이폰으로 딴 사람과 교신하고, 다른 곳에 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책의 내용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건 왜 일까? 

그런데 꼭 문명의 이기가 비판을 받아야 할 것은 아니다. 인간은 그것을 가지고 새로운 진화를 하는 것이다. 

이를들면 난 그 책을 읽으면서 뭔가의 충동을 느끼기도 했는데, 말하자면 나는 아는 알라디너 한분의 이벤트에 참여 하느라 재작년 시나리오 학원에서의 한 대목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근데 그때 내가 뭘 느끼고, 뭘 생각했는지, 뭘 배웠는지를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몇 차례에 걸쳐 서간체로 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수신인은 누구로 할까 머리를 마구 굴리다 결국 하루를 마감하고, 잠을 자고 일어나니 그 생각이 싹 가셨다. 확실히 그 책이 주는 임팩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난 대충 이런 생각들을 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이 책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편지 친구 있으십니까? 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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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2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10-07-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참 많은 분들이 읽으시고 리뷰를 올리시는구요.
읽지는 않았지만 추억이 생각나는 책이 되었습니다. ㅎㅎ

stella.K 2010-07-03 11:00   좋아요 0 | URL
전호인님도 함 읽어보세요. 읽을만 해요.^^

글샘 2010-07-03 13:22   좋아요 0 | URL
아참 이제 읽으실 때도 되셨구만, 계속... 읽지는 않았지만...을 읊조리고 계시다는... ㅎㅎㅎ

stella.K 2010-07-03 13:35   좋아요 0 | URL
근데 전호인님은 안 읽으실지도 몰라요, 글샘님.
남자들은 연애 소설 별로잖아요.
그래도 글샘님 읽어주신 거 그리고 마이리뷰 되신 거
확실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그런 꿈을 꿀 때가 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책 선물을 받는 것. 실제로 그런 일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중 한 번은 확실히 기억이 난다. 전에 hnine님이 해 주셔서 어찌나 놀랐던지? 보통은 받는 사람이 놀랄까 봐 비밀글로 속닥거리곤 하는데 그렇게 받는 선물은 정말 서프라이즈다.ㅋ 

오늘 오전에도 그런 일이 또 한 번 일어나는 줄 알았다. 내 앞으로 예스24발 책이 한 권 도착한 것. 누구지? 나에게 이런 깜찍한 선물을 해 줄리가 없는데. 하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내는 이의 이름도 낮설다. 당장 예스24 내 블로그로 가 본다. 거기 쪽지에, "책 받으셨어요? 책이 마음에 드시는가 모르겠어요. 그동안 꼭 한 번은 님을 이렇게 놀래켜 드리고 싶었는데, 놀라셨나요?" 

그러면 난, "어머나, 님이 셨군요! 그럼요. 얼마나 놀라고 설랬는데요. 그렇지 않아도 읽고 싶었던 책인데 넘 고마워요. 잘 읽을게요. 언젠가 저도 원수 갚을 날을 기대하며, 이만 총총..."  뭐 이런 거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웬걸 내가 언젠가 위의 책을 서평 이벤트 한다기에 뭐 될까 싶어 이름만 올리고 까맣게 있고 있었던 것을 당당하게 당첨이 돼 내 품에 안 겼다. 물론 내가 꿈꾸던 그런 쪽지는 없다. 하지만 마냥 기쁘지마는 않다. 채무 의식을 가지고 무조건 읽어야 한다. 그래도 뭐 서프라이즈는 서프라이즈지.ㅜ  

책 이름 못지않게 책이 세련되고 콤팩트하다. 게다가 양장이다. 책값도 만만찮게 비싼편에 속하고. 좋다 뭐. 읽어 준다. 뭐라도 남겠지.  

지금 무척 땡기는 책이다. 꼭 내 얘기를 할 것만 같아서.  

정말 이렇게 해서 잃어버리고 놓쳐버린 사랑의 경험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하긴, 그렇다고 마음에 끌린다고 모든 사람을 내 사랑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데... 이렇게 말하면 허허로운 자위일까?  

이 책을 읽는다고 앞으로의 나의 사랑이 서두르지도 않으며 머뭇거리지도 않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런지 그건 잘 모르겠다.  

난 솔직히 사랑에 실패한 이야기는 할 수 있어도 사랑에 성공한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사랑에 실패한 이야기 조차 자신 있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도 찌질해서.ㅠ 

저자가 미국에서 꽤 유명한 인생 상담가인가 보다. 비슷한 제목의 책이 번역된 바 있는데 제목 역시 마음에 든다.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어쩌면 내 인생을 대변해 주는 문장 같이 끌린다. 마침 오늘 반값 세일을 한다고 해서 신청해 봤다.  

이 책에 대해 호불호가 조금은 갈리는 것 같은데, 나는 일단 좋을 것 같다에 무게를 둔다. 좀 더 자세한 건 읽어봐야 하는 일이고. 

제목도 제목이지만 부제가 더 징하다. 먹고, 싸우고, 사랑하는 일에 관한 동물학적 관찰기 그나마 저 먹고 다음에 싸고라고 쓰지 않는 것이 다행이랄까? 

내가 징하다고 느끼는 것은 얼마 전 아는 넘하고 대판 싸웠기 때문이다. 사실 싸움은 어떻게 싸워도 후련한 건 없고 오히려 갈증만 증폭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싸워 놓고도 내가 왜 그때 이런 말로 후려쳐주지 못했을까? 다음 번에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해 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싸움을 잘하는 것도 인간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는 아닐까 싶다.  

전쟁에 관한 권위있는 저술가라면 <전쟁의 기술>을 쓴 로버트 그린이다. 그는 이뿐만 아니라 권력에 관한 책도 썼는데 모두 훌륭한 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저 <전쟁의 기술>은 번역이 문젠건지 읽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녀석이 맹랑한 건, 어떻게 여자인 나를 상대로 싸울 생각을 했느냐는 거다. 그래봤자 질게 뻔한데. 왜냐구? 여자가 언어 감각이 뛰어나다 잖는가? 그리고 남자가 돼 가지고 여자랑 맞장 떠서 뭐하겠다는 말인가?  

어쨌든 이 모든 것에 대한 통찰이 이 책 안에 있는지는 이 또한 봐야 알 것 같다. 단지 내가 생각하는 건 그와 그렇게 될 줄 알았으면, 왜 그렇게 같이 웃고, 밥 먹고, 대화 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꼭 이렇게 될 줄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내내 만나면 조심해야지 했는데. 

작가 박범신이 인간에 대해 설파는 잘했다. 그는 말하기를, "사람처럼 추한 것이 없고, 사람처럼 독한 것이 없고, 사람처럼 불쌍한 것이 없고, 그리고 사람처럼 예쁜 것이 없다. 모든 게 영원하다면 무엇이 예쁘고 무엇이 또 눈물 겹겠는가?"라고 했다. 그 글을 읽으니 나도 어지간히 철이 없다 싶다.  

    

나의 지인 중에 번역가가 있는데, 그 분은 이 책의 리뷰에서 먹을 거리에 대한 환기와 더불어 글쓰기에 대한 환기를 느꼈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가 평생 글을 써온 사람답게 노련하고 익은 글솜씨를 선사하며, 저자만의 시각이 분명하고 대차다.고 했다. 또한  자료를 모아 책 내는 게 무슨 풍조처럼 되어 버린 마당이라 더 그런 점이 가슴에 닿는다고 했다. 그분이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그는 언제부턴가 TV에서 심심찮게 보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원래 직함은 팝칼럼니스트 겸 연애 코치이기도 한데 영화에도 나름 조예가 깊어보인다.  

나는 오래 전 모 산문에 연애한 연애 칼럼을 즐겨읽곤 했는데 확실히 톡톡 튀는 말솜씨가 일품이다. 

그런데 난 왜 이사람만 보면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다. 특히 영화 평론가 이동진 씨와 함께 진행하는 <무비'S 토커>를 보고 있도라면 그 잘 웃지 않는다는 나의 혈액형 B형을 확실히 무참하게 만든다. 

특히 이동진 씨가 뭐라하지도 않는데 시작은 기선을 제압할 듯하다 중반도 못 되어 알아서 꼬리를 내린다. 그게 어찌나 웃기던지.ㅎㅎ 

그가 얼마 안 있으면 독자와 티타임을 갖는단다. 어디 다니는 거 엄청 귀찮아 하지만 이 사람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어 신청했는데 될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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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4 1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4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0-06-14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다는 것은과 미각의 제국이 궁금하네요.
어떨까.

stella.K 2010-06-14 21:42   좋아요 0 | URL
박범신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강추입니다.
미각의 제국은 저도 안 읽어봐서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술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6-15 09:27   좋아요 0 | URL
박범신 작가를 안읽어본듯 ^^;;
이번에 도전해봐야겠어요.

blanca 2010-06-14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의 기술 ㅋㅋㅋ 제가 읽어봐야 될 것 같아요. 저는 무조건 도망가는 유형이라서요--;; 원래는 다혈질이었다고 하면 그 누구도 안믿을 정도로 겁쟁이가 되버렸어요. 깜짝책선물! 우아..너무 낭만적이다. 저는 누군가 읽고 싶은 책 말하면 사준다고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다 책을 왜 사서 읽냐고 하는 인간들만 주위에 즐비해서..흑흑.


stella.K 2010-06-14 22:56   좋아요 0 | URL
ㅎㅎㅎ 블랑카님 그거 생각하기 나름이어요.
당장 우리 알라딘에도 책선물 해 주시는 좋은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기다려 보세요. 블랑카님이 생각지도 않은 때에 불쑥 행운이 올지도 모르니.ㅋㅋ
저도 싸움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예요. 하지만 제가 부당한 건 못 참는 성미라 참다 참다 못 참으면 꼭 짚고 넘어가죠. 전쟁의 기술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권해 드리고 싶네요. 역사 공부도 할 수 있거든요.^^
 

어제 저에게 두 권의 책이 도착했습니다. 하나는 박범신의 <산다는 것은.>이었고 또 하나는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였지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가 요즘 박범신의 작품에 매료되서 내친김에 저 <산다는 것은>을 읽어 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저<운명이다>를 대충 훑어만 보고 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이 좀처럼 내 눈과 손을 놔주질 않네요.  

언젠가도 밝혔지만 나에게 있어서 책이란 그저 지식을 쌓는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웬만해서 책 읽으면서 우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눈물로 읽지 않으면 안 될 책들도 있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바로 이 책 역시 그런 책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아니 아직 처음 몇장을 읽을 뿐인데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첫장을 펴니 문재인 씨가 쓴 '고맙습니다'란 부분을 읽는데 왜 이토록 마음이 무너지는지... 작년 이맘 때의 슬픔이 다시 살아나고야 말았습니다. 문재인 씨는 그 글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지요.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호불호나 정치적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시대 상황이나 시대정신의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그가 어떤 목표를 추구했는지, 무엇을 성취하고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대한민국에 무엇을 남겼는지, 우리는 많은 시간 더 생각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 노무현'을 넘어 '인간 노무현'의 삶에 대한 기록이 필요합니다. ...... '인간 노무현'의 삶과 죽음 전체를 있는 그대로 살펴보아야 비로소 '대통령 노무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다른 사람이 원고를 정리하기는 했지만,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 일들을 기록한 '정본 자서전' 입니다.(5~6)"  또한 그는, "퇴임한 직후 노무현 대통령은 자서전을 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가치 있는 자서전은 거짓과 꾸밈 없이 진솔하게 써야 하는데,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으로서 관계를 맺었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현업에 있는 상황이라 모든 것을 사실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더 많이 흐른 후에야 자서전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검찰 수사가 대통령의 주변을 옥죄어 들어 왔던 시점에 와서야 회고록을 써야겠다며 목차와 생각의 편린을 메모하기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이미 그 일을 할 만큼 많은 시간이 남이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열네 줄 짧은 글 하나만 남기고 떠나 버렸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회고록을 쓰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날을 더 살아야할 '노무현 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고 그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을 담아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7p)" 라고 썼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 저는 그를 아주 지지했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잘 이겨낸 대통령이 되길 바랬습니다. 그가 퇴임 후 검찰의 조사를 받으러 차에 올라탔을 때 또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그가 탄핵을 받아 잠시 대통령직을 내려놔야 했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애써 국민들 앞에 미소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그 모습이 말입니다. 그가 부엉이 바위 위에서 몸을 던졌다고 했을 때 그가 살아생전 사람들 앞에 보여줬던 미소는 정말 행복해서 지었던 미소가 아니었구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할 수 있었을까? 놀랍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슬펐지만 한켠 화도 났습니다. '죽긴 왜 죽어. 악착 같이 살아서 힘없고 백 없는 대통령도 역사의 등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어야지.' 속으로 되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비운에 가 버렸으니 그의 역사적 평가가 과연 올바로 내려질 수 있을까? 우려가 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무조건 동정론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거였죠. 물론 어떤 사람은 그가 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도 아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건데 국장이 웬말이냐라고 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게 어법에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전 그 사람들의 말에 동의 하지 않습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것 자체로도 그분의 업적과 함께 평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분의 죽음 조차도 역사에 고요히 묻힐 수 없다는 것이 유족들에겐 아픔이겠지만 또 어쩌겠습니까? 이것이 정치인의 삶과 죽음인 것을.  

하지만 제가 더 분통터져하는 것은 그분의 죽음이 아닙니다. 제가 더 화가 나는 건 언론이었습니다. 그분의 재임시 모든 언론사들은 하나 같이 그분에 대한 비난의 촉각을 곤두세웠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언론사 중 어느 하나라도 그분을 옹호는 고사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려고 했던 곳이 한곳이라도 있었나요? 설혹 있었다고 해도 공중파 방송 3사와 조중동이 워낙에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어 도무지 또 다른 시각을 찾아 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물론 저 자신부터 애초에 포기했던 것이 더 큰 문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도무지 정치엔 관심이 없는 인간이니 말입니다.) 그래도 놓고 그분이 서거하자 일제히 그분을 추모하며 그분의 업적을 기리는 작태라니..물론 국가 원수였으니 그에 상응하는 대우는 했어야했겠죠.  

왜 우린 아직도 돈있고, 학벌있고, 백있는 사람이 활개치는 세상에 살아야 하는 건가요? 아무리 적자생존의 세상을 살아가는 거라고는 하지만 이젠 좀 이 가치가 변하면 안 되는 건가요?  우리가 이토록이나 그분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을 보면 그분은 한때 민중을 대변했으며 그래서 희망을 품었던 때가 있었기 때문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 보다 작고 소박한 것에도 가치를 두며 진실을 사랑하는 대통령이었는지도 모르겠구요. 

선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이때 선거를 하는 것일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회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1주년 즈음이고, 천안함 사태를 연일 보도하고 있는 싯점입니다. 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업적을, 여당은 천안함 사태를 들고 저마다 선거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여전히 정책 선거가 실종되고 과거에 목숨거는 걸 보면 씁쓸합니다. 여당이 이기건 야당이 이기건 그거야 그날 보면 알겠지요. 하지만 제가 이렇게 한발 빗겨서 말하기도 두려운 것은, 너무 선거 선거하다 자기네 당만이 나라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하다 국운을 전복시킬 것만 같아 불안해집니다. 제발 선거 때만되면 불안을 조장시키는 이 위험한 정치 놀음은 좀 그만하고 차분한 선거 좀 봤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내가 이 싯점에 이 책을 읽는 것은 선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저 읽다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죠. 전 당분간 이 책이나 읽으면서 누시울을 적시게 될 것 같습니다. 또 그러면서 선거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책 사이 사이에 보여지는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 되어진 사진들을 보며 가슴 쓸어내리고 있습니다. 이걸 보면서 어쩌면 우리나라 국민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행복한 대통령은 보지 못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가슴에 멍 하나를 만들어 준 대통령을 기리며 살 팔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명예로운 죽음은 되지 못 하지만 언젠가 세월 지나면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까요? 아직도 6월2일은 너무 멀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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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눈물로 읽은 자서전
    from stella09님의 서재 2010-06-11 14:44 
    생각 보다 일찍 우리 곁에 온 자서전  이 책은 자서전이라고는 하지만 좀 특별한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도 밝혔거니와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했다고는 하지만 자서전을 그리 빨리 쓸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현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신의 자서전으로 인해 그 모든 이들에게 누가 될까 봐 극히 꺼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분은 자서
 
 
나와의약속 2010-05-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2일 꼭 소중한권리행사합시다. 화이팅!

HOSU 2010-05-2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그 손등 위의 맥박은, 울근불근, 아주 고요하면서도 힘차게 뛰고 있었다. 네 심장이 뛰고 있는 것 같았지. 아니, 쌔근쌔근 바람 부는 네 코의 피리, 푸르스름하고 가지런한 네 속눈썹 그늘의 떨림, 맑은 물 고인 네 쇄골 속 우물, 오르락내리락 시소를 타고 있는 네 가슴의 힘찬 동력, 휘어져 비상하는 네 허리의 고혹을 나는 보고 느꼈다. 내가 평생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숨결의 영원성이 거기 있었다.
-소설 『은교』에서


폭풍같이 썼지요, ‘은교’요.
쓰면서, 生에 대한 나의 갈망을 통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봄꽃들은 속절없이 피고 지는데, 그 복잡한 시간 속에서 목 놓아 울어도 좋을 것, 사랑 이외에 무엇이 더 있을까요. 생성이고 죽음이며 상승이자 추락인, 꿈이면서 동시에 피 어린 실존인, 아, 사랑!


사랑에서 우리는 어떻게 멸망할 것인가.


괴테의 시구예요. 봄이 다 가기 전에 비록 멸망일지라도, 당신의 운명을 만나기 바라요. 보세요, 숲은 하루가 다르게 제 몸을 바꾸면서 장엄한 운명을 만들어가고 있는걸요.

2010년 4월 끝자락에서,
박범신 
 

출처: http://cafe.naver.com/mhdn/14294  

벌써 여섯번째 레터란다. 난 왜 몰랐지?  

아무튼 문동 카페 회원들을 위해 이메일로 보내줬는데 저거 받고 왠지 뭉클했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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