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는 빨아 입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 건 3년 전쯤이다. 이걸 알고 얼마나 신기했던지. 촌티팍팍.  

그전까지는 청바지를 사면 열심히 빨아 입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 이후에도 습관에 의해 빨아 입었다(어떻게 빨지 않고 입을 수 있니?촌티나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청바지는 파란물이 거의 나오지 않게 되었다. 염색을 했는데 그게 피부에 닿으면 좋을 리 없지 않은가 싶어 빨아 입었던 것.  

그래서 지난 번 여름이 시작되면서 얇은 청바지 하나를 구입했는데, 이것은 한번도 빨지 않고 여태까지 입고 있다. 그래봐야 다리 핑계로 외출을 자제했으니 몇번 입지도 않은 셈이다. 그런데 입을 때마다 이걸 한번은 빨아야 하지 않을까? 매번 유혹을 받는다. 

요즘 은희경 작가의 에세이를 조금씩 읽고 있었다. 그녀의 글은 정말 모던하다. 나는 알지도 못하는 단어들이 책 한장을 넘길 때마다 하나씩은 나오는 것 같다.  오늘은 읽으니 '누디 청바지'란 말이 나온다. 청바지의 한 종류가 본데 이건 또 어떻게 생겨 먹은 걸까 했더니, 워싱이 안 된 채로 출고되는 청바지를 일컫는 말인가 보다. 그렇담 어떤 건 워싱이 된단 말인가? 

어쨌든 이건 세탁을 하지 않을수록 그 아이덴티티가 오래 보존이 된단다. 은희경 작가는 세 가지 이유에서 이 청바지를 샀다고 하는데, 하나는 원고를 쓸 때 작가의 습관이 어떻게 표출이 될까 궁금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고,  

둘째는, 빨지 않을수록 칭찬 받는 옷이라 호감이 가서 샀으며, 

세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바지에 자기 정체가 담기는 과정을 소설로 써 보려고 해서란다.(210p) 참, 누가 소설가 아니랄까봐...! 동시에 소설가 역시 탐험 정신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여기서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걸 입고 글을 쓰는 동안 손을 네 번쯤 씼었단다. 원고만 썼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바지를 만졌다는 증거. 이로써 첫번째 이유가 증명된 셈이다. 

이것을 트위터에 올렸단다. 손을 씼을 때마다 파란 비누 거품이 나오고, 누디 청바지는 모든 청색을 그것이 닿는 모든 것들에게 옮겨 입힌다고 했다. 벗는다는 정체가 그것이었다고.  그러면서 그 글 끝에,  

내가 벗는 건 남에게 입혀진다? 혹은 내가 벗어도 남이 입고 있다? 내가 벗을수록 남이 입는다? 

암튼 누디 정신!(211p)  

그런데 난 이러고 저러고 지간에 손을 씼으면 파란 비누 거품이 나온다는 말에 아까 말했던 나의 청바지를 여름이 가면 기필코 빨아 넣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까짓 거 아이덴티티가  좀 망가지면 어떠냐? 지금 당장에라도 빨고 싶지만 앞으로 여름이 몇날이나 남았을까? 그동안 몸 좀 저 청산가리 같은 청바지에 굴리고 있는 거지. 포기한다.  

아, 그리고 이러고 저러고 지간에 청바지 접어 입지 않아도 될만큼 다리 좀 길어 봤으면 좋겠다. 물론 그나마 다행으로 이번에 청바지는 접지 않고도 무난히 입을 수 있는 것이어서 좋긴한데 뽀대는 그리나지 않는다. 펑퍼짐한 한국형 청바지라고 생각하면 됨. 디자인이 좋아서 산 것이 그만...ㅜ       

아무튼 '내가 벗을수록 남이 입는다' 멋진 말이다. 작가란 이렇다는 걸 은희경 작가는 또 한번 통찰한 것이겠지?  이게 뭐 꼭 작가 정신이겠는가? 정말 모두 이런 정신이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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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1-08-3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작가는 통찰. 맞는 것 같아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소설가는 글재주 뛰어나다고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좀 더 깊은 사색이 담긴 산문집 기대해서 실망도 했는데, 제가 좀 무거운 걸 기대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지나고 보니까. 너무 소녀같고 너무 발랄해요.

청바지 세탁하죠! 아예 안하면 어떻게 입어요?ㅠㅠ

stella.K 2011-08-30 16:13   좋아요 0 | URL
50넘은 그 나이에도 전혀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분이죠. 은 작가님은.

글쵸? 빨아야 되겠죠? 흐흐

pjy 2011-08-3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바지를 왜 빨아입으면 안되는건지 전혀 공감못해요^^
내가 입었지만 냄새나고 드럽고~ 얼어죽을 아이덴팃ㅋ 운동화도 빨아신으면 안되는거였나 고민중이예요ㅋㅋ

stella.K 2011-08-30 20:44   좋아요 0 | URL
ㅎㅎ 운동화 빨아 신으세요.
안 그러면 발냄새 납니다.ㅋㅋ

cyrus 2011-08-30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바지를 빨지 않는다,, 작가의 생각이 독특한데요. 청바지를 아이덴티티와
결부시키다니.. ^^;; 이제 프로젝트도 얼마 안 남았네요. ^^

stella.K 2011-08-30 20:45   좋아요 0 | URL
네. 얼마 안 남았어요.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개강하셨죠? 이제 한동안 잘 못 보겠네요. 아쉬워라.ㅜ

페크pek0501 2011-08-31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벗는 건 남에게 입혀진다?- 이거 꼭 자본주의 사회를 말하는 것 같네요. 누군가가 하나를 덜 가지면 누군가가 하나를 얻게 된다는...^^^

stella.K 2011-08-31 19:43   좋아요 0 | URL
그럴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 말 자체로도 좋은 것 같아요.
서로 이런 마음이면. 공동체적이 잖아요.^^
 

예전엔 새로운 책에 대한 정보를 신문에서 얻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웬만한 메이져급 신문사는 북섹션을 따로 제작할 정도로 정성을 쏟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명사들의 책에 대한 주례사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하고, 독자들이 그렇게 한정된 매체를 통해 책 정보를 얻는다는 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말도 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여기 저기서 얻는 정보들이 많아지다 보니 꼭 북섹션을 보지 않아도 되고, 그러다 보니 그것의 활용도는 축소가 되었다. 그리고 대신 일반 블로거들에게서 얻는 독후감식 리뷰가 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난 기본적으로 이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언제나 소위 말하는 지식인의 전위물은 아니다. 왜 꼭 작가나 교수나 기자 같은 특정인에 의해 그것이 소개되어지고 전파되어져야 하는가. 일반인의 눈높이로 소개되어지고 알려지는 책. 거기에 삶의 애환과 감상이 더해지는 리뷰가 더 좋은 게 아닌가. 하지만 뭐 나 같은 경우엔 꼭 그런 식으로 책을 사 보는 것은 아니다. 거의 동물적 감각에 의존해 책을 읽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 동물적 감각이란 게 순전히 주관적이긴 하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나에게 맞는 책이 있고, 맞지 않는 책이 있다. 그건 곧 내 취향을 반영하는 책이 될 것이다. 그래야 독서에 대한 실패율을 낮추는 것이 될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게 많이 불균형해졌다. 예전에 매체가 다양해지기 전엔 내가 볼 책만 몇 권 그것도 서점에 가서 직접 사 들고 나오면 됐다. 다행히도 그책을 재밌게 읽으면 좋고, 재미가 없거나 기대치에 못 미칠 땐 몇마디 궁시렁거리고 구석에 쳐박아두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하지만 매체가 여럿이다 보니 책 한 권을 두고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올려 그 의견을 보태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다양해진거고 나쁘게 말하면 시끄러워졌다. 게다가 출판사를 비롯해 온라인 여기 저기서 책을 준다는 곳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현금 들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아지긴 했는데 그에 못지 않게 상처 또는 불만도 많아지는 것 같다.  

특히 사람은 편견의 존재라고 한번 안 좋게 인식이 되면 그 인식이 바뀌기가 쉽지가 않다. 예를들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같은 경우.  모든 독자가 좋아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 같은 경우 이 작품에 대한 과찬이 터무니없어 나름 반박하는 리뷰를 썼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렇다고 작가가 항상 그런 작품을 쓸거라고는 보지 않는데, 좋다고 하면 오히려 반발심이 생겨 그러다보면 편견은 더 두텁게 쌓여만 가게되는 것이다.

얼마 전엔, 모처에서 백가흠의 최신작을 이벤트 한다고 했는데 응모했다 떨어졌다. 뭐 내가 요즘 소설에 그다지 관심이 가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이벤트 한다는데 넋놓고 있으면 손해 아닌가? 내가 그런 기회 아니면 언제 또 요즘 소설의 경향을 알아보겠는가? 나름 그 행운이 나에게 떨어지길 바라며 열심히 손짓을 했는데 떨어지고 보니 이번엔 이상하게 쿨해지지가 않는다. 물론 읽고나서 김애란처럼 예민하게 비난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그럴지라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데 안 되고 보니 마음이 복잡해 진것이다. 물론 항상 이벤트에 성공하라는 법은 없다. 떨어지면 그냥 나와는 인연이 없는 책이려니 하고 손을 털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떨어지고, 또 내가 그쪽을 평소 많이 애용(?)하고 있었는데, 이벤트 동기가 다른 때와는 달라 담당자에게 한마디 건의를 한다는 게 거미줄에 걸려 넘어진듯 묘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 중에 속속들이 이 작품에 대한 리뷰들이 올라오고 내용은 거의 칭찬 일색이다.  이 묘한 기분은 언제쯤 떨쳐버릴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찬바람이 불면 좀 나아지려나?

또 어디 그뿐인가? 순수한 마음으로 리뷰를 쓰지 못하게 만드는 건 출판사에서 하는 각종 리뷰대회나 매주 또는 매월 리뷰 쓰기를 장려하는 온라인 서점의 장려금 정책이다. 이건 정말 거의 필요악이란 생각도 해 본다. 이런 거라도 있어 안 읽던 책을 읽고, 책값이라도 벌면 그도 어딘가? 그런데 리뷰대회는 나같은 안전주의자는 내 리뷰가 한참 미달인 글인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들이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되는 경우도 몇번 있어 다음에 응모하면서 요행수를 기대해 보게 만든다. 더구나 매월 10일은 묘하게도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지금은 그것에 마음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데, 누가 이달의 당선작을 내고, 나는 되는가 안되는가에 왜 그처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몇개의 분야에서 동시다발로 되는 사람있으면 배 아파 죽을 것 같고. 내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러니 책에 대한 상처라고 어찌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랑이 깊으면 상처도 깊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는 건가?  

그런 점에서 옛날이 그리워진다. 매체가 많지 않고, 딱 내 돈 내고 읽을 책만 골라보고 하던 때가. 지금은 그것에 더해져서 할인가에 목매달아 당장 안 볼 책도 언젠간 읽게될 것을 믿고 사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식으로 천장에 닿을만큼 높이 쌓여진 책들은 다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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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8-1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맥거핀님 서재에 남겼던 댓글 내용을 옮겨 조금 변형하여 남겨봅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세요^^;;)

저도 작년에 처음 블로그할 때
서재지수, 추천에 좀 민감하게 반응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차츰 변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겁이 나면서도 어리석다는 것을 알았어요. 맹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오히려 독서를 하면서 경험을 흔적에 남기는 글쓰기의 목적 자체가 전도되어버리거든요.
그리고 저 이외에도 서재 이웃분들도 그런 마음을 한번쯤은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작년부턴가 아예 서재지수랑 즐겨찾기 수를 확인할 수 있는 거를 비공개로 해버렸어요.
이게 최선의 방안이지는 모르겠지만,, ^^;; 저나 이웃분들이나 서로간에 수치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했었답니다.

그래서 좀 편안하게 글쓰게 될 줄 알았는데,, 어제도 느꼈지만,, 과연
내가 쓴 글이 되려 책을 선택하는 분들에게 잘못된 정보와 판단을 주지 않을까
쓸데없는 고민도 해보기도 했었고요,, 그리고 리뷰 대회 이벤트에도
열을 올리게 되니 저도 모르게 책의 장점만 부각시켰는지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이왕에 한 번에 글을 쓰려면 잘못된 점도 언급도 하고 왠만하면
좀 성실하게 쓴 티가 나도록 쓰려고 해요. 지금으로서는 이게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안이고요,, 에코의 표현을 비유하자면 누군가가 제 글의 의도성에 대해서
반박한다면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이려고 해요.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 역시 이벤트 상품이나 적립금을 보면 어떻게든 적극적으로 쓰려고 하는 심리,
이것은 당연하다고 봐요.

제 댓글이 스텔라님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에 부합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살짝 벗어났다면 저의 부족한 이해라고 생각하세요. ^^




2011-08-12 1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1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2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어제 TV 뉴스를 보니, 현빈이 해병대 훈련 받은 모습을 찍은 사진집이 나왔다고 한다. 현빈이 난 사람은 난 사람인가 보다. 조인성이가 군대를 들어갔나 나와도 그의 사진집은 고사하고 훈련 받는 엉덩이 조차  볼 수 없었는데, 현빈은 이렇게 사진집까지 떡하니 나오고.  

그렇수밖에 없는 것이, 그는 인기 절정에 있을 때 군대를 갔을 뿐만 아니라, 가장 힘들다는 해병대를 지원했으니 그를 보는 마음 팬들의 마음이 오죽 저릿할까? 난 뭐 상업주의 냄새나는 저 책을 꼭 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래도 어제 뉴스에서 저 책을 소개하면 남긴 그의 인터뷰 내용은 참 인상 깊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해병을 지원했다고 했다. 물론 못 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단다. 그러나 일단 해 보고 실패하는 것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해병대를 지원한 것에 대해 추호의 후회가 없는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말이 왜 그렇게 나의 마음을 후비는 것인지...  

예전에 그 알량한 연극을 했을 때, 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잘할 수 없다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을 거의 입에 달고 살아었다.  나는 그다지 완벽주의자가 못되는데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그런 말을 자주했던 것 같다.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함께했던 사람들의 임하는 자세가 그다지 진지하지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도 완벽할 수 없으면서 그런 말을 어쩌면 그렇게 열심히 자주 써 먹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누구는 나의 그런 말을 들어도 싼 사람이 있지만, 모든 사람은 다 똑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구는 정말 잘 못하지만 현빈의 말처럼 실패할 것이 두려워 아무 것도 안하는 것 보다 실패할 때 실패하더라도 도전해 보겠다고 연습하고 무대에 섰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그런 말 보다 현빈의 그 말이 더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때 왜 난 그말을 사람들에게 해 주지 못했을까?  

확실히 이름은 잘 짓고 볼 일이다. 현빈 그는 어쩌면 그리도 태평양 같은 긍정적인 마음을 가졌던 걸까? 그는 또한 자기가 사람들로부터 잊혀지는 것을 그다지 겁내하지 않았는 것 같았다. 잊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확실히 멋진 놈이다. 그런데 어제 그 뉴스 보다 중 그의 군입대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시크릿 가든>의 주제곡이 잠깐 흘렀다. 그걸 들으니 그 드라마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특히 겨울을 배경으로 찍었기 때문에 이런 여름에 보면 더위가 좀 달래지지 않을까? 

어쨌든, 언제나 그렇듯 평가단에서 보내 준 책을 미처 채 펼쳐보기도 전에 또 좋든 싫든 주목하는 신간을 작성해야 하는 순간이 돌아왔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아무래도 예술/대중문화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가 이책은 아닌가 싶다. 진중권. 이미 그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지 않았을까? 그는 중요한 잇슈가 있을 때마다 칭찬을 받던 비난을 받던 기꺼이 논객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논쟁이 옳든 그르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그가 때로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남과 다르면 그것을 못 견뎌하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책이 380페이지로 두께도 만만치 않지만 과연 이 어려운 현대미술을 어떻게 대중이 알아먹을 수 있도록 그만의 언어로 풀어놨을지 궁금하다. 사실 그의 대표적 저서가 <미학 오딧세이>인데 미학을 가장 대중적으로 쉽게 풀었다고 해서 주목 받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잊혀진 얘기지만, 몇년 전, 멋모르고 1권을 읽을 때 이것도 만만치 않구나 했다.  이것도 역시 그럴 공산이 커 보이긴 하지만, 그후  알게 모르게 미술에 관한 알량한 지식을 좀 쌓아놨으니 그래도 읽는데 어려워 참혹함을 느낄 정도는 아닐거라고 본다.  

그동안 평가단 책 어렵다고 적지않은 불만을 토로했지만, 다음 달에 이책을 선정도서로 보내 준다면 아무리 어려워도 불만 같은 건 절대로 터뜨리지 않을 것이다.ㅋ 더구나 이건 MD의 초이스이기도 하니 더욱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대부 시나리오 & 제작노트

이책을 보는 순간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책의 역자가 나의 사부다. 어쩐지...!ㅋ 

정말 이책을 나의 사부가 아니면 누가 번역을 한단 말인가? 수년 전 강의를 들었을 때 사부는 지금도 1년의 한번은 꼭 이 영화를 보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베껴쓰기를 해 왔다고 말씀하셨다. 그만큼 이 작품에 바치는 선생님의 경의는 대단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여자라 그런지 이 영화가 잘 만든 영화라는 건 알겠는데 경의를 표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초들의 영화라서 그런가? 1편을 본 건 확실히 기억은 나는데 2,3편은 보았는지 기억에 없다.  내가 선생님께로부터 그말을 들었을 때 선생님이 과연 여자였어도 최고의 영화를 <대부>라고 했을까? 내가 남자였다면 정말 가슴속 깊이 절절하게 동감했을지도 모르는데, 선생님은 남자요, 나는 여자라는 사실이 그때처럼 그렇게 멀게 느꼈던 때도 없었다. 거기엔 뭔가 모르게 큰강이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도저히 좁혀질 수 없는 강이.  

그래도 이 작품이 명작이라는 것엔 이의가 없고 시나리오 앤 제작노트가 나왔다니 궁금하긴 하다. 이책을 평가단에서 선정해 줄 수는 없을까? 값자기 기를 팍팍 불어넣고 싶어졌다. 더구나 나의 사부의 책이기도 하니.ㅋ  

조선인극장 단성사 1907~1939

       

 지금 단성사가 없어지긴 했을 것이다. 대한극장도 없어지지 않았나? 내가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만 나 때는 국민학교였다)를 졸업했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는가? 그것은 관람불가의 영화만 아니라면 극장을 드나들어도 된다는 말도 됐다. 물론 국민학생도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그때만해도 어른과 동반입장이 아니라면 쉽지 않았던 때였다. 지금은 언감생심이다.  

극장에서 본 나의 첫 영화가 <챔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다고 혼자나 친구들과 보러간 것은 아니고 , 당시의 과외 선생님과 같이 보러갔다. 그때 간 극장이 단성사 아니면 대한극장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 게 맞는지 기억엔 확실치 않다.  

그런데 그렇게 나 때도 단성사가 있었던 게 확실한데 이책은 1939년도에 폐관했던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나 때 단성사란 극장은 어떻게 된 걸까? 누가 훗날 그 명맥을 이었던 걸까? 아니면 누가 극장을 세우면서 그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좋아서 차용을 했던 것일까? 어쨌거나 이책을 본 순간 호기심이 동한다. 그런데 그 영화관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고작 216페이지뿐이 할애하지 않았다.  조금은 아쉬운 분량이긴 하지만, 일제시대 이 영화관이 어떻게 문을 열었으며 폐관했는지 문화사적 관점에서 상당히 궁금하다.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

박종호는 음악평론가이면서 거의 유럽통(그중에서도 이탈리아) 은 아닐까 싶다. 특히 그의 오페라 사랑은 끔찍해서, 언젠가 오페라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 관한 그의 책을 읽고 입이 쩍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그리도 수려하게 글을 잘 쓰던지 질투가 날 정도였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나의 로망이기도 하다(비록 다리가 안 좋아 죽기전에 가 보겠다는 장담을 할 수 있는 처지는 못되지만). 전에 얼핏 듣기로 그는 이탈리아를 너무 사랑해 매년 다녀온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사실 그는 질투의 대상인 것마는 확실하다. 클래식 음반만을 취급한다는 <풍월당> 대표이기도 하지만, 그의 본래 직업은 정신과 의사다. 의사 하나를 하거나 음반점 하나 하기도 힘들 텐데 프로필이 이러니 질투 할만도 하지 않은가?  

어쨌든 그런 그가 이젠 오스트리아 빈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얼마나 화려한 문체로 그곳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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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6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8-07 10:01   좋아요 0 | URL
넵.ㅋㅋ

cyrus 2011-08-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 사진집도 예술 부문 신간도서가 될 수 있군요. 저 역시 예술 신간도서로
진중권 씨의 책이 될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제 생각이지만 노성두, 이주헌, 이명옥 씨도 있지만 진중권 씨 역시 대중들을 위해서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 몇 안 되는
저자라고 생각해요. 저도 처음에 <미학 오디세이 1>을 읽었을 때 미학이라는 내용이
쉽게 와닿지 않았는데,, 계속 읽다보니 이해가 가더라고요, 그리고 <오디세이> 책
내용 구성도 재미있었고요. 그래도 이번에 나온 현대 미술편 서양미술사,,
만만히 보면 안 될거 같아요. 아무래도 현대미술 내용은 좀 어려울거 같아요.
각오 단단히 하시는게 좋을거에요 ^^

stella.K 2011-08-07 10:07   좋아요 0 | URL
뭐 현빈의 사진집도 예술 부문이긴 하죠.
그런데 저런 책을 평가단에서 선정할리는 없다고 봐요.
그냥 마침 그런 책이 나왔다길래 생각나서 썼을 뿐이구요,
진중권의 책이 좀 어렵긴 하겠죠? 겁은 좀 나긴 하는데
그래도 이 분야 평가단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이책을 뽑았더라구요.
선정도서가 될 확률이 높겠죠?
사실 저 개인적으론 단성사와 박종호가 가장 많이 끌리기는 하는데
박종호는 수필 같은 느낌이 있어서 아마 안 될 것 같아요...ㅠㅠ

2011-08-09 0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8-09 13:51   좋아요 0 | URL
나이들어도 멋있잖아요, 박종호님.
너무 멋있어도 다가가긴 어렵던데.ㅋㅋ
 

사이판에 사는 친구가 마침 귀국을 했길래 오늘 그 친구의 시댁으로 책 한 박스를 정리해서 보내 주었다. 지금까지 나는 1년에 한번 정도는 책 한 박스를 그 친구에게 보내줬다. 그러면 그 친구는 또 그곳 한국 학교에 그 책을 보낸다. 전에는 친구가 직접 도서관을 운영을 했지만, 지금은 시내에 살다 외곽으로 이사한 상태라 더 이상 도서관을 운영할 수 없고, 아들내미가 다니는 한국 학교에 보내는  것이다. 

내가 그 친구에게 책을 보내는 계절은 주로 봄이나 여름 더위가 지나고 난 후에 보내는 편인데 이번엔 딱 여름의 한가운데서 책을 보내 게 됐다.  그러니 얼마나 더우랴. 그렇게 책을 정리해 보내 게 되면 방안을 한바탕 뒤짚어 초토화를 시킨다. 그래서 내가 읽을 책과 다시 안 볼 책을 골라내야 한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난 봄쯤 보내야 할텐데 조금 늦어진감이 없지 않다. 그만큼 보내 줄 책도 많을 줄 알았다. 더구나 작년 가을무렵 M님이 고맙게도, 언제고 책 보낼 때 같이 보내라고 여러 권의 책을 알라딘에서 직접 신청을 해서 보내 주셨다. 그것과 합치면 한 박스는 쉽게 채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번에도 역시 겨우 한 박스를 채웠을 뿐이다. 그만큼 책을 읽으려고 사 들이는데 비해 읽는 것은 더디다는 말도 된다. 

그런데, 한 박스나 비워냈으니 그만큼 빈 자리도 많이 날 줄 알았다. 전에는 그만큼 비워냈으니 또 다시 뭘로 채울까 기대가 있었고, 실제로 금방 채워지기도 했다. 그러면 또 그 친구에게 보내면 될텐데 무슨 걱정이야 하며 낙관적으로 생각했다(나는 책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낙관적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책 한 권 정도 쌓아둘 자리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며 슬금슬금 사들이기도 많이 사들였다. 하지만 오늘 보니 그렇게 비워내도 별로 비워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저 내 책상위의 세 줄로 쌓아놨던 책을 이제 두 줄이 되었다는 정도다. 항상 마음 먹기를 책상 위엔 절대로 두 줄 이상 책을 쌓아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또 어느새 모르게 세 줄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고 내 책상이 넓으냐면 그렇지도 않다. 그냥 그야말로 코딱지만하다. 그리고 거기에 노트북 올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더 이상 무엇을 올리는 건 용량초과다.  

난 왜 이리도 책에 대한 욕심이 줄지 않는지 모르겠다. 지난 달부터 지금까지 사들이고, 또 아는 곳에서 받기도 한 책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더구나 알라딘 평가단에서 보내 준 책까지. 아는 곳에서 받는 책이나 알라딘 평가단이 보내 준 책 읽는 것만으로도 한달은 빨리간다. 더구나 앞으로 모처에서 하는 문학토론회 참가하려면 의도하지 않게 그책도 읽어줘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작 내가 읽을려고 산 책은 언제 읽을지 기약이 없다.  그렇게 언젠가 읽겠지 하는 책이 언젠가는 못 읽고 대신 몇 년씩 묵혔다가 그 친구에게 보내는 형국이 되고만다.  이제 꼭 필요한 책 외엔 가급적 책을 안 사는 방향으로 해야겠다. 그리고 한 줄로 세우면 천장 끝에 닿을 이 언젠간 읽겠지 하는 책을 읽어야겠다.  

하긴, 내가 친구에게 보내는 책 한 박스를 겨우 채운 것도 정말 오래두고 볼 책들 위주로 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니 점점 책을 보내 줄 것이 없고 쌓여만 가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 이렇게 책을 빼내니 살이 빠진 느낌과 맞먹는 느낌이긴 하다.  물론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이 기분을 만끽해도 좋을 것 같긴하다.   

아, 참고로, 난 그 친구에게 다시 안 볼 책을 보내준다고 생각하는데 꼭 지나놓고 괜히 보냈다 싶은 책 한 두권은 꼭 있다. 줬다 뺐을 수도 없고. 오늘 보낸 책도 그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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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1-08-0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사는 속도와 책을 읽는 속도 사이에는 항상 버퍼링이 존재하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리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지. 그러면서도 왜 자꾸 플래티넘 회원 자리는 고집하는지...

stella.K 2011-08-06 15:49   좋아요 0 | URL
ㅎㅎ 진정한 플래티넘이시군요!
저는 어부지리형인데...ㅋㅋ
사실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따라잡아야 하는데...
그래도 뭐 우리의 에코 할배가 계시지 않습니까?
그 할배 <책의 우주>에서 그랬다며요, 자기 집에 무슨 책이 있는지
모른다고 했다나 뭐라나...!ㅋㅋ
 

주문 문의하신 예약상품 [생각하는 일요일들]의 알사탕 증정 이벤트는 15일부터 페이지 오픈하였으나 이벤트페이지에 7월 16일부터 시작으로 표기 안내드렸습니다.

16일이 토요일이다보니 15일 오후 3시에 이벤트 페이지를 오픈하였으며, 실제 적용은 16일부터 시작되어 아쉽지만 이전 구매하신 분들은 적용대상이 아니셔서 알사탕 발급이 어려운 점 양해말씀 드립니다.
수상하다 싶으면 삭제하고 다음 날 다시 주문할 걸 그랬다. 이책 상품소개란엔 15일부터 31일까지 알사탕이 붙는다고 했고, 알사탕 메인 페이지엔 16일부터라고 했다. 내가 신청한 날은 15일. 잘됐다 싶기도 하고, 뭔일 있으랴 싶었다. 

그런데 왠걸, 알사탕이 지급이 안 됐다. 속았다. 문의를 했더니 저 따위 답변만 받았다.  내 성미에  "어머, 그럼 제가 잘못 알았네요. 제가 잘못 알았군요." 그랬을 것 같은가?  일개의 고객이 알사탕 붙는다는 걸 15일 1시에 했는지, 3시에 했는지 그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시간 같은 건 나오지도 않았다. 알라딘이 고객을 헷갈리게 하고, 우롱한 했다는 생각은 안하나? 하여간 알라딘, 찌질하다...쩝.    

 

알라딘 서평단이 매월 선정된 책에 대해 너무 어려운 책을 선정한다는 컴플레인이 많이 들어와 앞으로 선정에 수위조절을 할 모양인가 보다. 각 분야의 MD들의 검수를 받은 후 진행을 한단다. 아무래도 그렇게 된데는 내의 입김도 적잖이 보태졌을 것이다. 정말 책이 어려워 죽을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내가 불만을 토로했던 건 리뷰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제 빵가게 재습격님의 페이퍼를(blog.aladin.co.kr/bkinterface3/4936640) 읽으니 마음이 흔들렸다. 물론 내가 빵가게님의 말씀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빵가게님은 내 댓글에, '책이 너무 어려워서 읽히지 않는다'도 신간평가단이 할 수 있는 '평가'는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그러면서 마음없이 써대는 엉터리 서평보다는 그게 훨씬 정직하고 좋은 평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나는 웬지 모르게 그 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서평일까? 나는 그 기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나 싶다.  나는 지금까지 정직한 서평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 역시 싫은 소리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차츰 좋은 소리를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안 쓰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기운다. 게다가 그런 책 서평 하느라 시간 낭비하는 것도 아깝지 않는가? 가끔 분에 차서 서평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건 정말 어쩌다가인데, 솔직히 해 놓고도 마음은 편하지는 않다. 비록 나 보기엔 한심한 책이더라도 그 사람은 책을 낸 저자다. 잘 나기로야 책을 내지 못한 일개 독자보다 훨씬 낫다. 물론 저자가 하는 일과 독자가 하는 일은 다르다고 우기면 그만이다. 어쨌든 그런 사람을 두고 내가 뭐랄 자격이 있는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드는 건 앞서 말했지만 리뷰어로서 드는 자책뿐이다. 그럴 바엔 안 쓰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댓글 하나에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세상인데, 괜히 안 좋은 소리했다 그 저자의 날개를 꺾는 건 아닌지? 다행히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작품에 대해서 뭐라고 할뿐 인격을 가지고 뭐라고 한 것은 아니다에 그 사람은 얼마나 동의를 할까? 그렇게 그 책임을 리뷰어는 지고 싶지 않은 거다. 그러니까 점점 좋은 소리 못할 바엔 안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빵가게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닌데, 내가 만약 알라딘 평가단 주최측이라면 평가단으로부터 이번 달 선정도서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는 식의 칭찬을 듣고 싶지, 이것도 책이라고 뽑았냐? 나 차라리 평가단 그만 두는 것이 날 것 같다. 뭐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할 것 같지는 않다. 사람의 마음은 다 인지상정 아닌가? 게다가 난 어려운 책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물론 평가단이 성숙해서 어려워 소외 받는 책에도 애정을 가져준다면 그도 보기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동의할 서평단이 얼마나 될까? 알라딘도 고민하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어려운 책도 읽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데 안 알려진고 묻혀질 것 같은 책을 살려내기 위한 평가단이라면 그게 오히려 지금 알라딘이 고민하는 취지와 맞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좀 경솔했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정말 빵가게님 말씀대로 어렵다면 어렵다고 솔직히 말하는 것 또한 그 책에 대한 예의라면 예의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나는 그것을 못 참아내는 걸까? 나는 서평 쓰기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악평 보다 더 안 좋은 건 무관심이 맞기나 한 걸까? 나는 늘 남들이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길 원했다. 나는 서평단이 공짜책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거의 부르짖다시피 했다. 읽는 시간, 서평 쓰는 시간 그건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서평단에서는 왜 이런 책만 보내주는 것이냐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나도 칭찬할 수 있는 책을 받아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제 발 저림일 것이다. 왜 난 읽는 책마다  좋은 소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나는 지금도 모처로부터 심심찮게 서평도서를 받고 있는데, 공짜책이라고 순순히 안 봐준다. 해서 솔직히 쓰려고 노력했지만, 내 마음 저 밑바닥엔 공짜로 책을 받았으니 좋은 평을 쓰고 싶은 마음이 무의식중에라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또 아니면 악역을 맡고 싶지 않은 본능 같은 것일 수도 있고. 그러고 보면 이게 다 밑바닥에 깔린 상업주의의 흔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몇년 전, 시나리오를 공부했을 때, 선생님은 자기 작품에 대해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적으로 여기라고 하셨다. 나는 그말에 동의한다. 왜 서평자란 이유만으로 좋은 평만 해야하는가? 이것에 대해 알라딘 서평단이 인내할 수만 있다면, 좀 더 성숙한 서평 쓰기가 가능할 수 있을까? 저자나 역자나 아니면 일반 독자들까지도 그 모든 평을 냉정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건 좀 이상인 것 같다. 단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어떤 식으로 쓰든 (모든) 서평은 정직하지 않으며, 자유롭지 않은 것마는 사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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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3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3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7 2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1-07-28 11:27   좋아요 0 | URL
언제부턴가 서평과 리뷰를 같이 혼용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리뷰는 개인적 잡글을 말하는 것이겠죠?
개인의 생각이나 경험이 들어간. 근데 그걸 알라딘같은 갑쪽에선
더 원한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서평 보단 리뷰를 더 선호하는쪽이
되버린 것 같아요.
서평이든 리뷰든 쓴다는 건 다 어려운데 앞으로 성실하게 쓸려구요.
형편없는 책에도 별점 주고, 가급적 정직하게 쓰려구요.
만날 별 4,5개 달아주는 리뷰만을 쓰는 사람 왠지 저는 구라 같아서 싫더라구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