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새로운 책에 대한 정보를 신문에서 얻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웬만한 메이져급 신문사는 북섹션을 따로 제작할 정도로 정성을 쏟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명사들의 책에 대한 주례사가 도마위에 오르기도 하고, 독자들이 그렇게 한정된 매체를 통해 책 정보를 얻는다는 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말도 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여기 저기서 얻는 정보들이 많아지다 보니 꼭 북섹션을 보지 않아도 되고, 그러다 보니 그것의 활용도는 축소가 되었다. 그리고 대신 일반 블로거들에게서 얻는 독후감식 리뷰가 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난 기본적으로 이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언제나 소위 말하는 지식인의 전위물은 아니다. 왜 꼭 작가나 교수나 기자 같은 특정인에 의해 그것이 소개되어지고 전파되어져야 하는가. 일반인의 눈높이로 소개되어지고 알려지는 책. 거기에 삶의 애환과 감상이 더해지는 리뷰가 더 좋은 게 아닌가. 하지만 뭐 나 같은 경우엔 꼭 그런 식으로 책을 사 보는 것은 아니다. 거의 동물적 감각에 의존해 책을 읽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물론 이 동물적 감각이란 게 순전히 주관적이긴 하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나에게 맞는 책이 있고, 맞지 않는 책이 있다. 그건 곧 내 취향을 반영하는 책이 될 것이다. 그래야 독서에 대한 실패율을 낮추는 것이 될테니까.
그런데 지금은 이게 많이 불균형해졌다. 예전에 매체가 다양해지기 전엔 내가 볼 책만 몇 권 그것도 서점에 가서 직접 사 들고 나오면 됐다. 다행히도 그책을 재밌게 읽으면 좋고, 재미가 없거나 기대치에 못 미칠 땐 몇마디 궁시렁거리고 구석에 쳐박아두면 그것으로 그만이었다.
하지만 매체가 여럿이다 보니 책 한 권을 두고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올려 그 의견을 보태기도 한다. 좋게 말하면 다양해진거고 나쁘게 말하면 시끄러워졌다. 게다가 출판사를 비롯해 온라인 여기 저기서 책을 준다는 곳이 얼마나 많아졌는지 현금 들이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아지긴 했는데 그에 못지 않게 상처 또는 불만도 많아지는 것 같다.
특히 사람은 편견의 존재라고 한번 안 좋게 인식이 되면 그 인식이 바뀌기가 쉽지가 않다. 예를들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같은 경우. 모든 독자가 좋아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 같은 경우 이 작품에 대한 과찬이 터무니없어 나름 반박하는 리뷰를 썼다. 그러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렇다고 작가가 항상 그런 작품을 쓸거라고는 보지 않는데, 좋다고 하면 오히려 반발심이 생겨 그러다보면 편견은 더 두텁게 쌓여만 가게되는 것이다.
얼마 전엔, 모처에서 백가흠의 최신작을 이벤트 한다고 했는데 응모했다 떨어졌다. 뭐 내가 요즘 소설에 그다지 관심이 가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이벤트 한다는데 넋놓고 있으면 손해 아닌가? 내가 그런 기회 아니면 언제 또 요즘 소설의 경향을 알아보겠는가? 나름 그 행운이 나에게 떨어지길 바라며 열심히 손짓을 했는데 떨어지고 보니 이번엔 이상하게 쿨해지지가 않는다. 물론 읽고나서 김애란처럼 예민하게 비난을 퍼부을지도 모른다. 그럴 때 그럴지라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데 안 되고 보니 마음이 복잡해 진것이다. 물론 항상 이벤트에 성공하라는 법은 없다. 떨어지면 그냥 나와는 인연이 없는 책이려니 하고 손을 털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떨어지고, 또 내가 그쪽을 평소 많이 애용(?)하고 있었는데, 이벤트 동기가 다른 때와는 달라 담당자에게 한마디 건의를 한다는 게 거미줄에 걸려 넘어진듯 묘한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 중에 속속들이 이 작품에 대한 리뷰들이 올라오고 내용은 거의 칭찬 일색이다. 이 묘한 기분은 언제쯤 떨쳐버릴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찬바람이 불면 좀 나아지려나?
또 어디 그뿐인가? 순수한 마음으로 리뷰를 쓰지 못하게 만드는 건 출판사에서 하는 각종 리뷰대회나 매주 또는 매월 리뷰 쓰기를 장려하는 온라인 서점의 장려금 정책이다. 이건 정말 거의 필요악이란 생각도 해 본다. 이런 거라도 있어 안 읽던 책을 읽고, 책값이라도 벌면 그도 어딘가? 그런데 리뷰대회는 나같은 안전주의자는 내 리뷰가 한참 미달인 글인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들이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되는 경우도 몇번 있어 다음에 응모하면서 요행수를 기대해 보게 만든다. 더구나 매월 10일은 묘하게도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지금은 그것에 마음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데, 누가 이달의 당선작을 내고, 나는 되는가 안되는가에 왜 그처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 몇개의 분야에서 동시다발로 되는 사람있으면 배 아파 죽을 것 같고. 내 물질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고,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러니 책에 대한 상처라고 어찌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사랑이 깊으면 상처도 깊다는 말로 이해될 수 있는 건가?
그런 점에서 옛날이 그리워진다. 매체가 많지 않고, 딱 내 돈 내고 읽을 책만 골라보고 하던 때가. 지금은 그것에 더해져서 할인가에 목매달아 당장 안 볼 책도 언젠간 읽게될 것을 믿고 사지 않는가? 그리고 그런 식으로 천장에 닿을만큼 높이 쌓여진 책들은 다 어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