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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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사랑받는 이유는 세기를 뛰어넘는

통찰력 때문이 아닐런지. 그런 통찰력을

얻고자 많은 이들이 고전을 찾아 읽고

있지만, 뒤짚어보면 100년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게 세상사요,

인간군상이라는 뜻도 되니 이를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아리송한 기분이든다.

 

 

소설의 배경이되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를 살펴보면 에도막부의 몰락으로

새롭게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이자,

서양에서는 산업혁명태동되었던 시기인지라

어지러운 정세와 혼돈을 틈타

득의양양한 자본세력이 판을 치는

세상을 빗대

 

 

소설속에선  대표적인 인물로 '빨간셔츠' 교감

선생이 등장한다. 문학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유창한 말솜씨와 품위를 자랑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같은 학교선생의

애인을  돈으로 빼앗고, 선생으로써의

품위를 운운하면서 뒷골목에선 게이샤와

 속닥속닥대는 악한중에 악한이다.

 

 

그 곁에는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갖은

아첨과 애교를 부리는 알랑구 미술선생이

교감의 수족이 되어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에 일조한다.

 

 

이런 악한들을 대항하는

주인공 '나'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한 사람이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있지만, 조리있는

말솜씨도 없고, 교묘한 속임수는

헤아리지 못해 늘 당하기만한

어리숙한 사람이다.

 

 

늘 당당하지만 어리숙하며 가난한 도련님과

온화한 말투와 행동으로 시커먼 속내를 감싼

힘과 권력의 상징인 교감선생의 대립의 구도

가 어째 낯설지 않고 살갑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직까지 유효한 현대사의 한 단면을 도려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이 소설을 현대사의 데칼코마니로 치부하기엔

엄청난 구석이 있다. 바로 나쓰메 소세키식의 한 방.

갖은 술수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권력에 대한

대항이자 이런 힘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굳센 의지로 날린 '주먹'은 현대사에선 좀체 찾아볼수

없는 퇴화되어버린 마음이 아닐런지.

 

 

그러니 이 소설을 볕좋은 봄날 한바탕 꿔본

꿈으로 여기긴 너무나도 아쉽다. 힘겹고 어려운

시간을 통과하는 현대인에게, 권력에

순응하지 말고 당당히 살아가라는 경종이자 

근성을 흔드는 일침이로 여겨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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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9-02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전집 책표지가 너무 좋아서 소장하고 싶게 하는 책인것 같아요.^^ 계속 마음만 두고 읽지는 못하고 있어요.
우선은 열화당에서 나온 만화부터 먼저 읽고 그담에 소설을 읽는걸로다... ㅎㅎ

해피북 2015-09-02 18:30   좋아요 1 | URL
이 전집을 마음에 들어하시는 분들이 참 많으신거 같아요 쿄쿄쿄~~
저도 현암사의 책만 자꾸 사고파져요 ㅎㅎㅎㅎ
그런데 열화당에서 나온 만화도 있나봐요
저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ㅎㅎㅎ

보슬비 2015-09-02 21:18   좋아요 0 | URL
죄송해요. 세미콜론이예요. ^^ `도련님 시대`라고... ㅎㅎ

해피북 2015-09-03 22:48   좋아요 0 | URL
오호호 그렇쵸?
저는 그 만화 1권만 읽어봤거든요.
그런데 다른곳에서도 나왔나 했어요 ㅎㅎ

저는 나쓰메소세키에대해 알고 싶어서 읽어봤는데
음.. 생각보다 19세기 일본 문인들이 많이 등장하고
또 제가 생각하던 나쓰메 소세키의 모습이 아니라서
그저 소설을 읽으며 느낀 그대로 간직하기로 했어요 ㅎㅎ

[그장소] 2015-09-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만 지릉신옴 곤란한데말예요!^^; 도련님` 갖고파요!

2015-09-02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9-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참말인 것입니까????^^ 우~~~~~ 왓!!영광인거죠?!기꺼이영접하겠나이다~~^^

2015-09-03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3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3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3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3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09-0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태블릿 을 주워왔는데 신참이라 어려워요!! 거기다 무겁고요.

해피북 2015-09-03 15:0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셨군요 태블릿이면 화면도 크고 잘 보이겠어요 ㅎㅎㅎ
마스터 잘 하셔서 재밌는 이야기 마구마구 올려주세용^^
그럼 푹쉬세용 그장소님^^

[그장소] 2015-09-0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북을 들고 왜 벌서고있나 하는중입니다!!^^;해피북님 도 푹 잘쉬셔요!
 
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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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원성이 자자한 교수님이 계셨다.

강의전, 교재를 먼저 읽고

각 단락마다 메모를 해오라는

것과  강의가 시작되면

수업할 부분의 페이지를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읽게했다.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닌데

교재마다 요점정리를 

해야한다는 사실과

한 사람씩 책을 읽다가

틀린 부분이 생기면 그 다음

사람이 이어 읽기가 전부인

그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생들은 모두 오리새끼

마냥 입이 나왔고

툴툴거렸다.

 

 

그것뿐만 아니였다.

수업과도 영 관계없는

신문 스크랩 과제를

내주셨는데, 한 가지

주제에 상반된 의견이

있는 기사를 찾아오라는

것이였다.

 

 

교수라는 직책에 비해

젊어보이는 외모,

독특한 수업 진행방식

때문에 쑥쑥덕

흉을 보곤 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데

단락정리 만큼

중요한 일이 없고,

소리를 내어 귀로 듣는

낭독은 묵독만큼이나

책을  꼼꼼하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한 가지 주제에 상반된

의견을 비교하므로써

치우치지 않고

사고를 확장 시킬수 

있음을 깨달았다.

 

 

김이경 저자의 책

<책 먹는 법>을 읽으며

그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났다.

 

 

식자우환識字憂患,

이란 단어가 나를 향한

말인듯 낯뜨겁고

부끄럽게도 느꼈다.

 

 

늘 정독精讀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대충 흘려버리는

못난 버릇을 향한 일침이

더욱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 심심풀이 삼아서 재미로 읽는 거라면

대충 읽어도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깨우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읽을 때는

정독을 해야 합니다. 즉 독서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 할 때 정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입니다.

쓴 사람의 피땀어린 공력, 만든 사람의 수고로움,

그걸 읽고 살아갈 내 삶의 소중함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세상을 생각하면

정성껏 정밀히 읽는 게 당연하지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독서법도 바로 이

'정성껏 정밀히' 읽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글자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는 꼼꼼함은 그 출발이라

할 수 있지요' p55

 

 

' 눈 밝은 독자가 눈 밝은 저자를 만들고

그들이 밝은 사회를 만듭니다. 이것이야 말로

골방 안의 독서가 골방을 벗어난 사회적인 행위가

되는 까닭이며, 정독을 해야 하는 이유 입니다'p58

 

 

책을 읽을때 마다

문제가 되는 자세.

노트와 필기구를 옆에 끼고

책상에 앉아 읽는 날이면

한 글자라도 더 들여다보고

필기하느라 적당한 스톱을 즐기며

읽곤 하는데,

 

피곤하다,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삼아

이불에 누워 책을 읽는 날이면,

적당한 스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고고고를 외치며

질주하는 나를 통제하지 못하곤 했다.

적어야할 문구도, 붙여야할 포스트잇도

저멀리 던져둔채로.

 

 

그래서 '불편한 독서를 하자'라던

저자의 글귀에 눈길이 멈췄다.

책을 읽는 이유가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이 던지는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그렇다면.

조금쯤 불편해지는 독서를 해보자는

것이다.

 

 

' 다만 자기 인생에 중요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책이 이정표가 될 것 같은데

쉬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이렇게

베껴쓰고 해석하고 첨삭하면서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지금 왜 그 책을 읽는지,

오래전 살았던 그들에게서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을 통해 내가 구성한 새로운

삶의 원리가 지금 이 시대의 삶의 문제에

얼마나 유효하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것p163'

 

 

현재 가장 큰 고민이라면..

분야를 확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의 책을 연달아 읽으며 

고만고만해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막상 고전을 찾아 읽어보려고 해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어

시작하기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요 근래에 읽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은 종횡무진 펼쳐지는 동서양사

가  내겐 버겁고 스스로가

위축된 시간이였던거 같다.

 

이렇게 버겁다고 생각될때

불편한 독서를 하자고 강조하는

저자는,

 

용어 정리 노트와 정리노트를 따로

만들어 활용도를 높이고,

노트를 정리할때 뒷장은 늘 

여분으로 남겨두고  앞 장에는

책에서 알게된 사실을 뒷장에는 덧붙일

사실들을 찾았을때 적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거나,

책이 정말 이해되지 않을땐 단락마다 읽고

책의 여백에 요약정리를 하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읽는 습관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다. 그런 불편한 독서 습관

이야 말로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다른 누군가에서 듣는 <공자><노자>

도 좋지만, 때론 누군가 알려주는 사실이

아니라  내 스스로 찾아 읽으며 그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쯤 해보고 싶은

'불편한 독서'.

팔이 아프고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지만,

써내려가는 노트의 흔적 만큼

내면을 단단히 다져줄것만 같아

꼭 한번 따라해보자 생각해본다.

 

 

<저자의 독서정리 노트>

 

이 책에서는

'불편한 독서' 만큼이나

'문학'을 강조한 부분

또한 인상적이였다.

 

' 이처럼 우리 문학을 통해 나와 다른

존재가 실은 나와 똑같이 사랑하고,

고통받고 살고 죽는 존재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

다른 존재, 다른 세계에 공감하면서,

내 안에 빛과 어둠이 차듯이

타자의 내부에도 빛과 어둠이 있으며

내가 겹겹의 존재이듯이 타자 또한

한마디로 요약될 수 없는 겹겹의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문학이

가진 이 공감의 상상력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p142

 

잔인하고, 추하고

사나우며, 짜증스럽고,

분노라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몰고오는 문학을 나는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인간의 이면, 통제 불능의 상태

가 문학을 거부하게 만들었던거

같다.

 

그런데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얀 마텔작가가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01통의 편지를 수상하게 전했다는

부분은 뭉클한 마음도 들었다.

 

 

수상이라면, 세상이 실제 돌아가는

이치만 이해하는게 아니라,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꾸는 능력도 갖추워야

하며,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가 무척 중요

하다'p138 라고.

 

문학이 인간의 깊은 심리를 다루고 있어

때론 거북하고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그 고통을 함께

공감하고 이해할때 함께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꿀 수 있음을 느끼며

책장에 묵혀둔  먼지를

차분히 털어내본다.

 

 

 

' 발이 뜨거운 어릴적엔 발로 세상을 읽고,

가슴이 뜨거운 젊은 날엔 가슴으로 사람을 읽고,

머리로 기운이 오르는 중년 이후엔 머리로 책을

읽는 것이 생애 리듬에 따르는 공부법이니,

순리에 맞게 배우고 사는게 좋지 않을까요?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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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08-3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과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ㅎ 앞으론 시간을 조금만 더 들여서라도 위 내용처럼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해피북 2015-09-01 00:30   좋아요 0 | URL
린다짱님 감사합니다^^
저두 이 책을 읽으며 책읽는 태도와
꼼꼼히 읽는 독서습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반성해보는 시간이였던거 같아요 ㅎ
린다짱님 말씀처럼 시간을 조금 더 들이는 노력
함께해보아요!!

지금행복하자 2015-08-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쉽게 대강 대강 요즘 세태가 안타까워요~
저도 안 그러려고 해도 무의식중에 바쁘다는 핑계로 대강 읽고 있고 쉬운책만 골라보게 되는데..
다시 저를 돌아보게 되는군요~~

해피북 2015-09-01 00:36   좋아요 0 | URL
네 저두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구요 ㅜㅜ
책장 한켠엔 언젠가 읽어볼 요량으로 묵직한 책을 놔뒀는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안가지고
자꾸 회피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반성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ㅎ
앞으로는 좀 더 진지한 독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ㅎㅎ

여운 2015-08-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꼼꼼하게 책을 먹어야겠는걸요
리뷰를 읽으니 더더욱 저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5-09-01 00:37   좋아요 0 | URL
여운님 감사합니다^^
여운님 댓글처럼 저두 좀 더
꼼꼼하게 책을 먹어보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 함께 맛있고 알차게
먹어보아요~~!!

단발머리 2015-08-3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리뷰로 처음 알게 된 책인데, 인용해주신 구절도 해피북님 문장도 참 좋네요.
저는 어렸을 때 심한 정독, 말 그대로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는 `완벽 정독`을 하느라 책을 많이 못 읽어서요. 지금도 아주 빨리는 못 읽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많은 양을 읽은 걸 목표 아닌 목표로 삼고 있는데, 제가 오랜 시간 고수해왔던 `정독`이 참 좋은 독서법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문제는 `정독`할 만한 책을 찾는 일인 것 같아요.
여러번 읽는다면 좋은 책을 여러번 읽어야 할테니까요.
도서관에서 책 13권 빌려온 저는,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집니다. ㅎㅎ

2015-09-01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9-01 13:59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 저 블로그 주소 확인하고 들어가서 신청했어요.

근데... 5명... 가능할까요?ㅎㅎㅎ 좋은 정보 감사해요~~ ㅎㅎ

2015-09-02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1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책은 말하자면 한 인간의 생명을

종이 속에 흡착해둔 물건이다'

<참외는 참 외롭다/ 김서령/나남>

 

김서령님의 책을 읽고나서 부터는

별점을 준다는게 썩 내키진 않는다.

 

한 작품을 완성한 시간과 노력들을

나는 고작 별점으로 평가해도 되는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

 

그래서 저 별점은 평가의 정도가 아니라,

내 느낌의 정도라고만 말하고 싶다.

 

이병률 저자를 만난건 이번이 두번째.

처음엔 <끌림>을 통해 만났었다.

그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고

해마다 회자될 정도의 사랑이었음을

기억한다.

 

하지만  <끌림>을 읽었을 당시 난

깊이 젖어들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기억이 났고 몇년전에 다시 꺼내

들었지만 두번째 시도 역시 실패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만은 다르기를!

책을 읽으며 별로 어울리지 못할 사람을

만난다는건 썩 좋은 일이 아니기에.

또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그 감정을

나 역시도 느껴보고 싶었기에

펼쳐 들었다.

 

처음 몇 장을 읽고 표지에 씌인 '여행산문집'

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배경사진의 조합을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는데, 책을 읽어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여행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끼게된 생각은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사람도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힘이 서려있지 않았음을.

꺼낼 듯 꺼내놓지 않는 마음들이

허구인듯, 사실인듯 모호한 경계가되어

떠돌다 예고없이 끊겨버린 지점에서

허무한 감정을 느끼곤 했다.

 

이병률저자가 가지고 있다는 '방랑의벽'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신기루를 찾아 떠도는게

아닐런지 싶은 마음도 들었다.

 

평생 혼자서 살겠다던 그의 마음으론

절대 느낄 수도 힘이 서릴수도 없는

종착역.

 

그 종착역을 찾아 들어서서

부딪치고, 볶이고, 아파하며

감싸안을때 비로소 세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 있는거라고

나는 그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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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8-2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병률 시인 산문보다 시를 더 좋아하는데 ㅎㅎ 평가가 아닌 느낌이라는 거 공감해용..

해피북 2015-08-28 11:25   좋아요 0 | URL
옷. 인디언밥님도 그러셨군요 이병률 시인의 시집을 아직 본적이 없는데 산문집 말고도 시집으로 나온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살리미 2015-08-28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점에 대해서는 늘 걸리는 게 있었어요. 제가 평가할 만한 입장이 아니라는 생각땜에... 저 스스로도 이건 평가가 아니라 내 느낌이다 생각하곤 했는데 다들 같은 생각이었네요^^

해피북 2015-08-28 11:27   좋아요 1 | URL
저두 예전엔 별 생각없이 책을 평가하곤 했는데 요 근래에 들어 반성이 많이 되더라구요. 오죽했으면 김영하 저자가 다 쓴 소설을 서랍에 넣고 혼자만 보고싶다고 했을까 싶은 그런 마음을 느끼고 나서부터말이죠 ㅎ

yureka01 2015-08-2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이책 가지고 읽는 중이네요.역시 이름 석자 보고 덮어 놓고 주문하는 몇않되는 작가죠. 언제부터인가 여행 사진 주로 찍고 에세이 쓰시더군요.글은 작가의 실력과 감성이니 좋더군요.그런데 사진은 아직 모르겟더군요.전시회에서 큰 화면의 사진을 본적이 없으니..

2015-09-01 0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09-01 06:32   좋아요 0 | URL
시인으로 등단했는데 글쎄 시를 안쓰고 사진 여행글을 쓰더군요.ㅎㅎㅎ 뭐 일종에 시의 배신?.아니면 사진에 귀화.? ㅎㅎㅎ 이책 그런데 너무 두껍.ㅎㅎㅎㅎ

후애(厚愛) 2015-08-2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참 좋습니다.^^
저도 나중에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좋은 글 늘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해피북 2015-09-01 06:31   좋아요 0 | URL
아 ~후애님 감사합니다.
건강회복하셔서 자주 뵐수 있길! 후애님두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5 Vol.2 스켑틱 SKEPTIC 2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다가 나에 희생양이 되는 사람은

언제나 동생이다.

 

' 이 문장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말해야 옳은거 아냐?"

라는 식의 질문을 던지며

엄한 동생만 괴롭해댄다.

 

그럴때마다 동생은

'아..글쎄.. 책을보지 않아서'라는

짤막한 답신만 보낼 뿐이라

늘 아쉬운 마음이 컸다.

 

이럴때 만나게된 스켑틱이란

잡지가 무척 반가웠다.

이론과 가설에 대한 해설이나 논제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이미 논의된

이론과 가설들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조목 조목 따져드는 이야기.

딴지거는 이야기들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특히 '왜 아이들은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았을까'하는 논제는

통계의 오류를 적절히 지적하는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든다는 통계자료를

예로들어서,

 

통계적 수치를 낼때는

성인 남녀 몇 명을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라,

똑같은 환경, 똑같은 연령, 똑같은 집단을 구성해야

함을 이야기 한다.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는 직장인과

아침 8시 30분 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근무하는 직장인을 똑같은 선상에 올려놓고

통계를 내는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결혼의 유무, 직장 근무시간과 근무형태,

나이, 여가시간의 활용도등 수 많은 변수를

두고봤을때 현재 통계수치로 내 놓은 자료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신빙성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장점은 상반된 주장을 하는 두 학자의

글을 대조함으로써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인데

너무나 아쉬웠던 점은 다루고 있는 후반부의

주제들이 대중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라

흥미를 크게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종교와 전쟁, 테러리즘, 외계인의 얼굴등이라는

주제 보다도, 먹거리에 관한 허와실, 통계의 기술,

집단 심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꽤 재밌게 읽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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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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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명절에 이동수단으로 우리 가족은

기차와 버스를 이용한다.

 

올해 인터넷 기차예매 날짜는 9월1일 경부선.

9월 2일 호남선을 예매할 수 있다.

예매시간은 오전 6시부터 15시 까지다.

해마다 전쟁이 아닐 수 없다.

 

기차예매하는 날이면 5시 40분쯤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앉는다.

그리고 6시 정각 코레일에 접속해

예매를 시도하지만, 그 시각 함께

접속한 사람들이 1000명 가까이

될때가 많아 인내심을 요한다.

자칫 창을 나갔다 들어오면 낭패.

처음부터 다시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창을 절대 나가서는 안된다.

 

거기다 예매할 수 있는 시간은 3분.

우물쭈물 뭔가 확인할 틈도 없이

후다닥 헤치우고 나면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거기에 더해 나에 친정과 시댁은

극과 극의 거리.

1일에는 경부선을 2일에는 호남선을

예매해야 하는지라 날이 서곤 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고향에

가기위해  그 새벽시간

예매창을 두드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애잔스럽게 느껴지곤 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을 색다른 시각으로

본 이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안도현 저자다.

 

 

' 귀향'

 

지난해 늦가을에 연어는 1만 5000킬로미터의 여정을

마치고 어머니의 강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1월 말,

그때 산란해놓은 알 속에서 새끼 연어들이 깨어나 부화를

할 때다. 강물 속에서 봄을 기다리면서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새끼 연어들 중에서는 입신양면을 꿈꾸는

녀석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3~5년 후에는 다시 모천

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설이 코앞이다.

연어가 모천의 냄새를 쫓아 돌아오듯이 전국의 고속도로에는

'연어 자동차'들이 떼를 지어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p86

 

고향을 향해 이동하는 행렬을 '연어'에 비유한 시인의

감각에 감탄사가 절로 새어나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고향을 가기 위해 분주해질

'사람'들의 모습이 더 이상 '사람'으로 비춰지지

않는다. 그들은 수천킬로미터의  어미품을 쫓는

'연어떼'가 되어버렸다.  꽉 막힐 도로의 정체시간이,

수많은 인파의 행렬로 명절이면 어김없이 밀려들던

짜증이 더 이상 짜증스러워질것 같지 않는다.

그들은, 그리고 나는 '연어'가 된것이다.

 

 

책을 읽으며

글맛에 빠진다는게 이런것일까?

 

무심코 스쳐던 일상이,

저자의 눈길이 닿는 순간

새로운 세포들로 깨어나는 것만 같다.

 

' 기별'

 

그렇게 요란하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가 잠잠해지자

벚나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찬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잎사귀를 빨리 땅에 떨어뜨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선 잎사귀 끝까지 연결돼 있던 수분

공급선을 끊는 일이 시급했다. 물과 영양을 싣고 가던

잎맥 속 모든 트럭의 운행을 중지시켰다. 그렇게 한 가지

조처를 내리는 데도 벚나무는 온몸이 저리고 아팠다.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리는 나뭇잎을 설득하는

일도 만만찮았다. 영원한 것은 없는거야. 나뭇잎들은

앙앙대며 차갑게 울었다. p30

 

 

얼마전부터 베란다 텃밭엔 시들어 버린 가지와

잎들이 떨어져 지져분하게 보였다.

작은 바람결에도 우수수 떨궈내는

잎 때문에 짜증이 밀려오곤 했다.

 

그런데 '기별'을 읽는 순간,

가지마다 앙앙거리며 차갑게 이별을

준비했을 그 순간들이 느껴져

식물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안도현의 발견>을 읽으며

가지 가지 수 많은 발견들이 마음에

스몄다. 매사 똑같은 일상이 지겹다고

느껴진다면, 글을 쓰고 싶은데 글감이

없어 늘 고민스러운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어진다.

 

저자가 발견한 일상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지 않지만, 깊게 발효된 글맛이

취하는듯, 아리는듯 머리속을 자꾸만

맴돌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을 읽는다는것은

그것은 책을 읽기 이전의 상태로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길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어떼'와 '기별' 

새로운 세상을, 새로운 언어적 세포를

흔들어 깨워주는 일상의 번개불과 같은 것이라고

그렇게 느꼈다.

 

'눈은 더이상 내리는게 아니라, 나리는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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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8-2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눈은 나리는거죠^^

해피북 2015-08-28 11:21   좋아요 1 | URL
오로라님^~^
백석평전을 읽기전 먼저 안도현저자에 대해 알아보려고 읽어봤는데 상당히 매력적인 분이신거 같아요 팬이 되었답니다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08-28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 힘이 있는 사람 있어요. 그 힘을느끼면 전율이 느껴져요~^^

해피북 2015-08-28 11:2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요!
그 전율을 느낄때 책을 더이상 읽을 수 없고 머리속을 온통 채울때의 느낌이란! 한번 맛보면 헤어나기 힘든 느낌인거 같아요 계속 찾게만 되는 그런 맛같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