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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ㅣ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2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고전이 사랑받는 이유는 세기를 뛰어넘는
통찰력 때문이 아닐런지. 그런 통찰력을
얻고자 많은 이들이 고전을 찾아 읽고
있지만, 뒤짚어보면 100년이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게 세상사요,
인간군상이라는 뜻도 되니 이를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아리송한 기분이든다.
소설의 배경이되는 18세기 말과
19세기 초를 살펴보면 에도막부의 몰락으로
새롭게 정권이 교체되는 시기이자,
서양에서는 산업혁명이 태동되었던 시기인지라
어지러운 정세와 혼돈을 틈타
득의양양한 자본세력이 판을 치는
세상을 빗대
소설속에선 대표적인 인물로 '빨간셔츠' 교감
선생이 등장한다. 문학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유창한 말솜씨와 품위를 자랑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같은 학교선생의
애인을 돈으로 빼앗고, 선생으로써의
품위를 운운하면서 뒷골목에선 게이샤와
속닥속닥대는 악한중에 악한이다.
그 곁에는 딸랑딸랑 종을 울리며 갖은
아첨과 애교를 부리는 알랑구 미술선생이
교감의 수족이 되어 주인공을
괴롭히는 일에 일조한다.
이런 악한들을 대항하는
주인공 '나'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한 사람이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고
늘어지는 근성은 있지만, 조리있는
말솜씨도 없고, 교묘한 속임수는
헤아리지 못해 늘 당하기만한
어리숙한 사람이다.
늘 당당하지만 어리숙하며 가난한 도련님과
온화한 말투와 행동으로 시커먼 속내를 감싼
힘과 권력의 상징인 교감선생의 대립의 구도
가 어째 낯설지 않고 살갑게 느껴지는 이유가
아직까지 유효한 현대사의 한 단면을 도려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이 소설을 현대사의 데칼코마니로 치부하기엔
엄청난 구석이 있다. 바로 나쓰메 소세키식의 한 방.
갖은 술수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권력에 대한
대항이자 이런 힘 따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굳센 의지로 날린 '주먹'은 현대사에선 좀체 찾아볼수
없는 퇴화되어버린 마음이 아닐런지.
그러니 이 소설을 볕좋은 봄날 한바탕 꿔본
꿈으로 여기긴 너무나도 아쉽다. 힘겹고 어려운
시간을 통과하는 현대인에게, 권력에
순응하지 말고 당당히 살아가라는 경종이자
근성을 흔드는 일침이로 여겨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