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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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원성이 자자한 교수님이 계셨다.

강의전, 교재를 먼저 읽고

각 단락마다 메모를 해오라는

것과  강의가 시작되면

수업할 부분의 페이지를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읽게했다.

 

우리가 고등학생도 아닌데

교재마다 요점정리를 

해야한다는 사실과

한 사람씩 책을 읽다가

틀린 부분이 생기면 그 다음

사람이 이어 읽기가 전부인

그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생들은 모두 오리새끼

마냥 입이 나왔고

툴툴거렸다.

 

 

그것뿐만 아니였다.

수업과도 영 관계없는

신문 스크랩 과제를

내주셨는데, 한 가지

주제에 상반된 의견이

있는 기사를 찾아오라는

것이였다.

 

 

교수라는 직책에 비해

젊어보이는 외모,

독특한 수업 진행방식

때문에 쑥쑥덕

흉을 보곤 했는데.....

 

 

세월이 흐르고 보니,

새로운 학문을 익히는데

단락정리 만큼

중요한 일이 없고,

소리를 내어 귀로 듣는

낭독은 묵독만큼이나

책을  꼼꼼하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한 가지 주제에 상반된

의견을 비교하므로써

치우치지 않고

사고를 확장 시킬수 

있음을 깨달았다.

 

 

김이경 저자의 책

<책 먹는 법>을 읽으며

그 시절의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났다.

 

 

식자우환識字憂患,

이란 단어가 나를 향한

말인듯 낯뜨겁고

부끄럽게도 느꼈다.

 

 

늘 정독精讀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대충 흘려버리는

못난 버릇을 향한 일침이

더욱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 심심풀이 삼아서 재미로 읽는 거라면

대충 읽어도 됩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깨우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읽을 때는

정독을 해야 합니다. 즉 독서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 할 때 정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입니다.

쓴 사람의 피땀어린 공력, 만든 사람의 수고로움,

그걸 읽고 살아갈 내 삶의 소중함 그리고 내가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세상을 생각하면

정성껏 정밀히 읽는 게 당연하지요.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여러 독서법도 바로 이

'정성껏 정밀히' 읽는 법에 관한 것입니다.

글자 하나도 그냥 넘기지 않는 꼼꼼함은 그 출발이라

할 수 있지요' p55

 

 

' 눈 밝은 독자가 눈 밝은 저자를 만들고

그들이 밝은 사회를 만듭니다. 이것이야 말로

골방 안의 독서가 골방을 벗어난 사회적인 행위가

되는 까닭이며, 정독을 해야 하는 이유 입니다'p58

 

 

책을 읽을때 마다

문제가 되는 자세.

노트와 필기구를 옆에 끼고

책상에 앉아 읽는 날이면

한 글자라도 더 들여다보고

필기하느라 적당한 스톱을 즐기며

읽곤 하는데,

 

피곤하다,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삼아

이불에 누워 책을 읽는 날이면,

적당한 스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고고고를 외치며

질주하는 나를 통제하지 못하곤 했다.

적어야할 문구도, 붙여야할 포스트잇도

저멀리 던져둔채로.

 

 

그래서 '불편한 독서를 하자'라던

저자의 글귀에 눈길이 멈췄다.

책을 읽는 이유가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이 던지는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그렇다면.

조금쯤 불편해지는 독서를 해보자는

것이다.

 

 

' 다만 자기 인생에 중요한 문제가 있고,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어떤 책이 이정표가 될 것 같은데

쉬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때는 이렇게

베껴쓰고 해석하고 첨삭하면서 집중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지금 왜 그 책을 읽는지,

오래전 살았던 그들에게서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을 통해 내가 구성한 새로운

삶의 원리가 지금 이 시대의 삶의 문제에

얼마나 유효하며 얼마나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것p163'

 

 

현재 가장 큰 고민이라면..

분야를 확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같은 주제의 책을 연달아 읽으며 

고만고만해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막상 고전을 찾아 읽어보려고 해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어

시작하기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요 근래에 읽었던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은 종횡무진 펼쳐지는 동서양사

가  내겐 버겁고 스스로가

위축된 시간이였던거 같다.

 

이렇게 버겁다고 생각될때

불편한 독서를 하자고 강조하는

저자는,

 

용어 정리 노트와 정리노트를 따로

만들어 활용도를 높이고,

노트를 정리할때 뒷장은 늘 

여분으로 남겨두고  앞 장에는

책에서 알게된 사실을 뒷장에는 덧붙일

사실들을 찾았을때 적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거나,

책이 정말 이해되지 않을땐 단락마다 읽고

책의 여백에 요약정리를 하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읽는 습관이 필요함을

이야기 한다. 그런 불편한 독서 습관

이야 말로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다른 누군가에서 듣는 <공자><노자>

도 좋지만, 때론 누군가 알려주는 사실이

아니라  내 스스로 찾아 읽으며 그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쯤 해보고 싶은

'불편한 독서'.

팔이 아프고 오랜 시간을 요구한다지만,

써내려가는 노트의 흔적 만큼

내면을 단단히 다져줄것만 같아

꼭 한번 따라해보자 생각해본다.

 

 

<저자의 독서정리 노트>

 

이 책에서는

'불편한 독서' 만큼이나

'문학'을 강조한 부분

또한 인상적이였다.

 

' 이처럼 우리 문학을 통해 나와 다른

존재가 실은 나와 똑같이 사랑하고,

고통받고 살고 죽는 존재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

다른 존재, 다른 세계에 공감하면서,

내 안에 빛과 어둠이 차듯이

타자의 내부에도 빛과 어둠이 있으며

내가 겹겹의 존재이듯이 타자 또한

한마디로 요약될 수 없는 겹겹의

존재라는 걸 깨닫게 되지요. 문학이

가진 이 공감의 상상력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p142

 

잔인하고, 추하고

사나우며, 짜증스럽고,

분노라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몰고오는 문학을 나는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인간의 이면, 통제 불능의 상태

가 문학을 거부하게 만들었던거

같다.

 

그런데 <파이 이야기>로 유명한

얀 마텔작가가 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101통의 편지를 수상하게 전했다는

부분은 뭉클한 마음도 들었다.

 

 

수상이라면, 세상이 실제 돌아가는

이치만 이해하는게 아니라,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꾸는 능력도 갖추워야

하며, 나를 지배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어떤 책을 읽는지가 무척 중요

하다'p138 라고.

 

문학이 인간의 깊은 심리를 다루고 있어

때론 거북하고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그 고통을 함께

공감하고 이해할때 함께 만들 수 있는

세상을 꿈꿀 수 있음을 느끼며

책장에 묵혀둔  먼지를

차분히 털어내본다.

 

 

 

' 발이 뜨거운 어릴적엔 발로 세상을 읽고,

가슴이 뜨거운 젊은 날엔 가슴으로 사람을 읽고,

머리로 기운이 오르는 중년 이후엔 머리로 책을

읽는 것이 생애 리듬에 따르는 공부법이니,

순리에 맞게 배우고 사는게 좋지 않을까요?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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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08-30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책과 리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ㅎㅎㅎ 앞으론 시간을 조금만 더 들여서라도 위 내용처럼 책을 읽어봐야겠어요!

해피북 2015-09-01 00:30   좋아요 0 | URL
린다짱님 감사합니다^^
저두 이 책을 읽으며 책읽는 태도와
꼼꼼히 읽는 독서습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반성해보는 시간이였던거 같아요 ㅎ
린다짱님 말씀처럼 시간을 조금 더 들이는 노력
함께해보아요!!

지금행복하자 2015-08-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쉽게 대강 대강 요즘 세태가 안타까워요~
저도 안 그러려고 해도 무의식중에 바쁘다는 핑계로 대강 읽고 있고 쉬운책만 골라보게 되는데..
다시 저를 돌아보게 되는군요~~

해피북 2015-09-01 00:36   좋아요 0 | URL
네 저두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더라구요 ㅜㅜ
책장 한켠엔 언젠가 읽어볼 요량으로 묵직한 책을 놔뒀는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선뜻 손이 안가지고
자꾸 회피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반성도 많이 하게 되더라구요 ㅎ
앞으로는 좀 더 진지한 독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ㅎㅎ

여운 2015-08-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꼼꼼하게 책을 먹어야겠는걸요
리뷰를 읽으니 더더욱 저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해피북 2015-09-01 00:37   좋아요 0 | URL
여운님 감사합니다^^
여운님 댓글처럼 저두 좀 더
꼼꼼하게 책을 먹어보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 함께 맛있고 알차게
먹어보아요~~!!

단발머리 2015-08-30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피북님 리뷰로 처음 알게 된 책인데, 인용해주신 구절도 해피북님 문장도 참 좋네요.
저는 어렸을 때 심한 정독, 말 그대로 글자 하나하나를 꼼꼼히 읽는 `완벽 정독`을 하느라 책을 많이 못 읽어서요. 지금도 아주 빨리는 못 읽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많은 양을 읽은 걸 목표 아닌 목표로 삼고 있는데, 제가 오랜 시간 고수해왔던 `정독`이 참 좋은 독서법이었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문제는 `정독`할 만한 책을 찾는 일인 것 같아요.
여러번 읽는다면 좋은 책을 여러번 읽어야 할테니까요.
도서관에서 책 13권 빌려온 저는, 다시 한 번 고민에 빠집니다. ㅎㅎ

2015-09-01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9-01 13:59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 저 블로그 주소 확인하고 들어가서 신청했어요.

근데... 5명... 가능할까요?ㅎㅎㅎ 좋은 정보 감사해요~~ ㅎㅎ

2015-09-02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1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02 19: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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