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본 골목은, 왼편 담벼락과 오른편 옹벽처럼 닫혀있다 막 올려다본 하늘이 골목처럼 어두워지고 있다 - P66

별의 평야

군장(軍)을 메고 금학산을 넘다보면 평야를 걷고 싶고평야를 걷다보면 잠시 앉아 쉬고 싶고 앉아 쉬다보면 드러눕고 싶었다 철모를 베고 풀밭에 누우면 밤하늘이 반겼다그제야 우리 어머니 잘하는 짠지 무 같은 별들이, 울먹울먹오열종대로 콱 쏟아져내렸다 - P70

고분처럼 뚱뚱한 동네 엄마들이 깨어날 시간입니다 저는아직 제 방으로도 못 가고 천마총에도 못 가보았지만 이게꼭 거리의 문제만은 아니어서요 결국 무엇을 묻어둔다.
는 것은 시차(時差)를 만드는 일이었고 시차는 그곳에 먼저가 있는 혼자가 스스로의 눈빛을 아프게 기다리는 일이었으니까요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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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번 끝을 보고서야 서로의 편을 들어주었고 끝물과일들은 가난을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입술부터 팔꿈치까지 과즙을 뚝뚝 흘리며 물복숭아를 먹는 당신. 나는 그 축농(蓄膿) 같은 장면을 넘기면서 우리가 같이 보낸절기들을 줄줄 외워보았다 - P49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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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잣말을 할 때면
꼭 뒤를 돌아보게 됩니다 - P30

어제는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했다 대화의 수준을 떨어뜨렸던 어느 오전 같은 사랑이 마룻바닥에 누워 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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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6-01-04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저도 책을 읽다 끌어안고 같이 죽고 싶은 글귀를 발견하는 한 해가 되고 싶네요. ^^
새해에도 늘 행복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모나리자 2026-01-04 20:08   좋아요 1 | URL
네, 멋진 문장이죠. 마힐님.^^
감사합니다. 마힐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열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 P25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아온 미인이 옆에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와 들고 나는 그 볕을 만지는 게 그렇게 좋았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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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5-12-28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도 유명해서 지나치기 힘든 시집이죠~이번 생의 장례를 미리 지내는 일...시인 아니면 이런 문장이 가능할 지 싶어요~

모나리자 2025-12-30 17:21   좋아요 0 | URL
젤소민아님, 이 시인 알고 계셨군요. 맞아요. 너무 유명해서 저도 시집 제목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시집이 나온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나 봅니다. 정말 시인의 언어와 시선은 대단합니다.^^

올해도 이제 하루 남았군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왕성한 독서활동 이어가시길
바랄게요.^^

페크pek0501 2026-01-01 1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집은 아니고 박준 시집을 한 권 갖고 있죠. 좋은 시가 많더라고요.
모나리자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모나리자 2026-01-03 20:41   좋아요 1 | URL
네, 이 시인 많이들 좋아하시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페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 다섯 번째 서재의 달인/북플 마니아에 선정되었다.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고 얼른 나가 보았다.

큰 상자와 작은 상자 두 개가 왔는데

작은 상자는 왜 이렇게 가벼운 거야.

깃털이라도 들어 있는 건가 했다.

큰 상자에는 탁상용 달력과 다이어리 한 권

작은 상자에는 인사말 카드와 뽁뽁이 한 장이었다.



어라? 다이어리가 왜 한 권만 들어 있지?

서재의 달인/북플 마니아에 선정되면 두 개가 왔었는데

궁금해서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니

달력 하나에 다이어리 한 권이 맞단다.

네에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아무튼 두 권을 받다가 한 권이 와서 왠지 마음이 허전했다.

뭐 사정이 있겠지. 주는대로 받아야지.

사실 이것도 고맙지.



별건 아니지만 블로그에서 반짝이는 앰블럼을 보면 기분이 좋다.

1년이 벌써 지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책을 읽으며 그럭저럭 잘 지냈구나 하는 안도감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사실 최근 3년 동안은 블로그 활동 초기에 비하면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나도 가족 중 한 사람도 건강 문제가 생겨서

휴식 시간을 많이 가졌고 그러다 보니 느슨해지고 게을러지기도 했다.

한 달 1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시간은 잡을 수 없으니 흐르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새해엔 좀더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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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2-24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인 마니아, 축하드립니다 모나리자님!

모나리자 2025-12-25 11: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차트랑님.^^
메리크리스마스 되세요.^^

그레이스 2025-12-24 1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들 그러시군요

모나리자 2025-12-25 11:29   좋아요 1 | URL
네 그런가 봅니다.
작은 상자는 안 보내도 되었을 텐데요.

희선 2025-12-24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 님 축하합니다 이번엔 두 개가 아니어서 아쉬웠겠습니다 인사말 카드 하나만 따로 보내다니... 거기에 두 개가 다 쓰여 있군요 이번부터는 두 개여도 하나만 보내주려나 보내요

앞으로 건강 잘 챙기고 모나리자 님이 만나고 싶은 책 즐겁게 만나시기 바랍니다 내일은 성탄절이네요 성탄절 마음 따듯하게 보내세요


희선

모나리자 2025-12-25 11:38   좋아요 1 | URL
네 살짝 아쉬웠습니다. 처음엔 빠뜨린 건가 했는데...
인사말 카드를 넣지 않아서 작은 상자에 따로 넣었다는군요.
혼선이 있었나 봅니다. 굳이 작은 상자를 보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래서 더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ㅠㅠ
이번 기점으로 이제 하나만 보내겠지요.

오늘보다 내일이 더 춥다고 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남은 12월도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희선님.^^

서니데이 2025-12-24 2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도 오늘 알라딘 선물 받으셨군요. 저랑 같은 디자인의 다이어리네요.
올해는 참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아요.
올해의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좋은밤되세요.^^

모나리자 2025-12-25 11:40   좋아요 2 | URL
네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착해서 더욱 선물을 받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정말 올 한 해 빨리 지나갔지요.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서곡 2026-01-01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해피 뉴이어! 건강하세요~~

모나리자 2026-01-03 20:3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곡님.^^
행복한 새해 되세요~

페크pek0501 2026-01-01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받았답니다. 우리 다이어리를 기록으로 꽉 채우기로 해요^^

모나리자 2026-01-03 20:40   좋아요 1 | URL
네, 빼곡하게 채워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