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모나리자 > 번역가 권남희의 소소한 일상과 일 이야기

1년전 오늘 리뷰라고 북플이 알려주네요.ㅎ
1년 2년이 너무 빨리 지나가네요.
새로운 한주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플친님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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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9 16: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이런 기능 완전 좋네요. 권남희 작가님 이름이 낯익어서 검색해보니 하루키 에세이 번역하시는 분이더라는~! 앞으로 번역하시는 분들 이름을 잘 봐야겠습니다^^

모나리자 2021-04-20 10:32   좋아요 1 | URL
그쵸.ㅎ 잊고 있던 책을 상기시켜 주네요.
이분이 번역한 책 중에 괜찮은 책이 꽤 많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4-19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너무 빨라요! 모나리자님도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1-04-20 10:33   좋아요 1 | URL
네.. 너무너무 빨라요.
툐툐님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편협하게 읽고 치열하게 쓴다 정희진의 글쓰기 3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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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을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읽은 덕분에 만나게 되었다. 그 책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정희진의 정절과 절개는 그 자체로 너무도 순수하고 또 강력하다. 이때의 열녀란 소신에 따라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는 여자 인간이고, 그의 정절이란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고, 그의 절개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확실하게 들이대는 양심의 잣대다.”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P225)

 



 

 이렇게 멋진 찬사를 받는 작가라면 한번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에 정희진처럼 읽기로 처음 만났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한 건 정희진 저자가 김진애가 예찬한 정절과 절개로 비유되는 열녀라는 단어를 과연 좋아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 책으로 만난 저자에 대한 느낌은 열녀의 이미지보다는 은장도를 찬 아주 씩씩하고 거침없는 언변의 여장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두루뭉술 넘어가는 무관심한 사안에도 여성학자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끄집어내어 우리 눈앞에 던져 놓는다. 그리하여 살살 우리의 촉수를 움직이게 하고 후련한 웃음을 웃게 하고 공감하게 만든다.

 



 다시 앞의 책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그 책에는 놀라움을 주는 말이 많았지만,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는 말에 나는 홀딱 반했다. 얼마나 강력한 인상을 주었던지. 그러므로 독후감은 자기에 대한 서사가 들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내용 요약으로 절반을 채우는 식의 쓰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저자의 책을 읽고 쓰는 서평이기에 어느 때보다 긴장된다. 저자는 원래 전압이 높은, 남들이 잘 안 읽는 불편한 책을 읽는다고 했다. 여기 나오는 스물일곱 편의 책도 그렇다. 하나같이 소수자, 약자, 여성, 흑인, 폭력, 여성차별 등이 주제인 책들이다. 각 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 하나씩만 소개해 보려고 한다.

 



1장 아픔에게 말 걸기몸으로 견디며 쓴다는 부제가 달려있고 주로 통증과 불안, 고통을 주제로 한 8권의 책이 들어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는 메이 외 공저로 질병, 돌봄,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아직은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고통에 대한 소통이 불가능한 이유를 말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아픈 사람은 건강한 이들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접했다. 건강한 사람이 아픈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고? 처음엔 의아했다. 그런데 저자는 인간의 몸의 개별성을 이야기하면서 누구의 삶을 대신 살 수 없고 대신 아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몸의 단절은 인간의 고유성이기 때문에 몸의 통증은 소통 불가능하다는 말에 금세 수긍하게 된다. 이 얘기는 뒤에 나오는 엄기호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의 내용에서도 부분적으로 연결이 되는데, ‘인간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각자의 몸이기에, ‘몸의 통약이 불가능하므로 오히려 안 아픈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문처럼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소리를 냄으로써 몸속의 고통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소박한 일상에 감사하듯이 아픈 몸을 치유하는데도 감사하는 마음이 기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벽 세 시의 몸들에게≫(p60~61)

고통에 대한 연구는 결국 글쓰기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철학자 김영민의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는 말에 덧붙여  공부는 쓰기 혹은 쓰기의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한다.

 



2장 우리에겐 불편한 언어가 필요하다통념을 부수는 글쓰기라는 부제에 9권의 책이 들어있다.

 



 이 장에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저메인 그리어의 여성, 거세당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정희진은 페미니즘 책 읽기와 쓰기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는 쾌락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은 여성주의만이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여성스러운행복감이 아니라 남성적인 쾌감이라고 했다. 지적이고 깨닫는 쾌락, 분노와 분열과 고통이 주는 쾌락, ‘나쁜 사람을 골탕 먹이는 쾌락, ‘대세에 휩쓸리지 않고 비웃으며 무시할 수 있는 그런 힘의 느낌이라고 했다. 페미니즘에서 그런 쾌락을 느낄 수 있다니.

 



이 책의 내용은 성별, 남자, 여자, 인간, 자연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전복시키며 정확히 바로잡는 매우 지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좋은 교과서역할을 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이 널리 읽혀서 성별, 가족, 섹슈얼리티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집단이 되는 것이 희망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외모나 나이 비하, 지역주의, 학벌주의 등으로 인한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생각한다. 양성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 영역의 행동 특성이나 심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면, 어린 학생 때부터 공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스테퍼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

'페미니즘을 '하나'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다. 나는 평소 숱한 사람이 사상가들을 언급할 때 마르크스, 프로이트, 푸코, 루소……그리고 페미니스트 식으로 나열하는데 분노한다. 남성들은 '개인'으로 호명되는데, 어째서 페미니즘은 한 덩어리로 간주되는가? 이는 마르크스 한 사람과 모든 여성이라는 식의 발상이다.'(p150)(왼쪽 페이지)

 



'여성으로서 겪는 공통의 경험은 '적다'. 그러나 한 개인이 여성으로 간주되는 상황 탓에 겪게 되는 고통, 분노, 무기력, 희열, 깨달음, 욕망은 여기 다 적을 수 없는, 그야말로 인류의 역사 그 자체로서 혼돈에 가까운 복잡성을 지닌다. 흔히 말하는 '여성 문제(women's question)'는 실상 사회와 남성의 문제이고 이것이 '여성 문제'의 본질이다.'(P151)(오른쪽 페이지)

 



3장 몸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 질문하고 해체하는 글쓰기라는 부제가 달린 10권의 책이 들어있다.

 



 애그니스 스메들리의 대지의 딸에 대한 서평은 슬픔, 복수(複數)의 젠더(multiple gender), 애그니스 스메들리와 우리의 신여성 허정숙과 김활란, 시몬 드 보부아르까지 세 가지의 키워드로 비교하며 얘기를 풀어놓는다. 저널리스트였던 애그니스 스메들리가 가난, 성차별, 가족의 죽음, 죄책감, 분노, 상처를 안고 조국이었던 미국을 떠난 당시(1920~1930)가 배경인 자전소설이라고 한다. 이 얘기를 통해서 여성으로서 받는 성차별은 세상 어딜 가나 똑같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생각해보면 누구나의 여동생, 누이, 이모, 어머니일 텐데 왜 조화롭게 어울려 지내지 못하는 걸까. 여기서도 정희진은 좋은 독후감에 대한 언급을 강조하고 있다. 독후감은 언제나 자신에게로 회귀해야 하며 성찰적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서평을 쓴 사람은 한 사람의 독자일 뿐이지 모든 독자를 대변하는 길잡이가 아니라고.

 



 이전 책을 읽고 나서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동안의 나의 독서를 돌아보게 했다. 너무나 읽기 편한 책만 읽지는 않았는지. 물론 개인마다 관심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어쩌면 모든 독자는 편협하다고 했고, 그 말에 위로를 받았었다. 나름 다양한 독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페미니즘을 비롯한 사회문제를 다룬 책들, 그녀가 말하는 소위 전압이 높은 책은 일부러 찾아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쩌면 불편함을 피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멀리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점을 반성한다. 그래서 여기 나와 있는 책을 다는 읽지 못하지만 적어도 한 권은 꼭 읽어보려고 한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2의 성과 더불어 찬사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는 베티 프리던의 여성성의 신화이다. 이 책은 이론 자체로 내파와 여진 확장과 변태(變態)를 거듭하고 있는 자유주의 사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원한 필독서라고 한다. 자신과 사회,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녀 불문하고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정희진의 글쓰기시리즈 중 세 번째 책이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인기 있는 저자로 기억된다. 또 저자가 읽고 쓴 27편을 모은 서평집 이기도 하지만 독자에 대해서는 좋은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평범한 글쓰기에서 벗어나 사유하는 글쓰기, 좀 더 성장하고 싶은 글쓰기를 배우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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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4-18 17: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모나리자님도 이 책을 읽으셨군요!ㅋㅋ 저도 정희진님이 열녀보단 장부 쪽을 선호하실것 같아요.😆

모나리자 2021-04-19 09:55   좋아요 1 | URL
그쵸?ㅎㅎ 여장부!
정말 이 책에 나오는 책들이 다 모르는 책이었다는 거죠. 제목만 알고 있는 정도?
모든 독자가 편협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영역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 한 권 읽고 마니아 된 거 있죠.ㅋㅋ 넘 웃기고 재밌어요.^^
새 한주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미미님~^^

공쟝쟝 2021-04-28 1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렇게 전압이 높은 독후감이라니!! 읽은 지 얼마 안되서 저도 생생해요.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고 난 후 제 독후감 역시 완전 바뀌긴 했어요!! 이렇게 또 희진샘의 저주를 받으신 분을 알라딘에서 만나뵙게 되다니! 넘 좋아요!!

모나리자 2021-04-29 10:0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정희진처럼 읽기>를 먼저 시작했는데 참 강렬한 느낌이었어요.
정희진님 좋아하는 블로거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우리의 평범한 책읽기를 돌아보게 하죠.

저도 정말 반가워요! 공쟝쟝님.ㅎ 알라딘에는 닉네임이 얼마나 클래시컬하고 유머있고 개성있는지 놀랐고 재밌어요.ㅎ 친구 신청도 감사합니다. 제가 친구신청 트라우마(?)가 생겨서 우정상 받으려면 100년은 걸리겠다 했는데 1년이면 충분하겠네요.ㅋㅋㅋㅋ

4월 마무리 잘하시고 5월에도 화이팅! 응원할게요~^^

2021-05-07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1-05-07 19:45   좋아요 2 | URL
와우~ 감사해요~칭구님~ㅋㅋ
좋게 봐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 책 읽고 당선작으로 뽑혀서 더욱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주말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scott 2021-05-07 15: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오늘 황사 먼지 조심, 건강 조심 ^ㅎ^

모나리자 2021-05-07 16:05   좋아요 3 | URL
와~ 진짜네요!!ㅎㅎ
기쁜 소식 전해 주셔서 감사해요~스콧님~~
입이 귀에 귀에 걸리는 중입니다~ㅋㅋㅋ
주말도 즐거운 시간 되세요~^_^!

새파랑 2021-05-07 16:10   좋아요 3 | URL
모나리자님 축하드려요~!!★★

모나리자 2021-05-07 16:16   좋아요 3 | URL
축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새파랑님~^^!

청아 2021-05-07 1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 모나리자님 당선 축하드려요!! 이 멋진 책으로(정희진님 팬)당선되시니 더더 모나리자님 멋집니다. 행복한 불금과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1-05-07 19:47   좋아요 1 | URL
와아~감사해요~미미님~
플친 분들이 함께 당선 되어서 더욱 기쁘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미미님.^_^

초딩 2021-05-08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모나리자 2021-05-09 14:4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초딩님.^^
덕분에 좋은 주말 보내고 있습니다.^_^

초딩 2021-05-08 1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와.. 이 책 정말 화자 많이 되는데, 전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요 ㅜㅜ ㅎㅎㅎ

모나리자 2021-05-09 14:48   좋아요 0 | URL
네, 정희진님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초딩님도 언제가 만나실 날 오겠지요.^^
 
벚꽃나무 아래 - 시체가 묻혀 있다
가지이 모토지로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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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을 인스타에서 먼저 접하고 벚꽃 무리를 닮은 분홍빛 화사한 표지에 사로잡혔다. 처음 만나게 된 작가 가지이 모토지로가 31세에 요절한 천재작가라고 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작가 소개를 읽고 나서 맨 뒤의 작가 연보를 읽었다. 형이 빌려온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읽고 나쓰메 소세키에 빠져서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 카지노 소세키라고 서명하기도 했다는 얘기를 접하고 기대감으로 부풀어 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좋아했다니. 요즘 긴 글만 계속해서 읽다가 만난 단편은 짧은 호흡으로 쉬면서 생각할 수 있는 틈이 있어 읽기에 좋았다.

 


 가지이 모토지로가 실제로 작품 활동을 한 것은 7년 정도이며, 거의 병상에서 구상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온천 여관에 요양하러 가서 쓴 이야기가 많고, 아픈 사람, 불안을 안고 사는 우울한 사람, 피로에 지친 고단한 사람 등이 많이 나온다. 그렇게 병으로 시달리는 중에도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 열정에 숙연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고통스런 삶 속에도 희미하지만, 유머도 느껴졌다. 그랬기에 그 힘으로 버텨냈겠지. 열두 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데 이 중 인상적인 작품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태평스러운 환자


 폐병으로 고생하는 요시다가 주인공이다. 열이 오르고 심한 기침으로 고생하면서도 단순한 독감이라 여기고 의사를 만나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의사를 찾아갈 무렵에는 꼼짝도 못 할 만큼 쇠약해졌다. 잠을 제대로 못 이루게 되면서 불안감에 휩싸여 온갖 생각이 부유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요시다의 방에 고양이가 들어온다. 역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에 등장한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몇 번이고 쫓아내어도 자꾸만 들어와서 아픈 요시다의 신경을 건드린다. 이 고양이도 나름 자기주장이 강한 녀석 같다. 전에는 요시다의 베개 쪽으로 찾아들었는데 이번에는 이불에서 잠들려고 한다. 아무리 못 오게 막아도 대담하게 베개 위로 올라와 이불 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기분 좋게 잠 잘 수 있는 것이 소원인 요시다는 이제 고양이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고양이 때문에 어머니를 깨울 수도 없고 이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억누르느라 안간힘을 쓴다.



 다행인지, 조금 견딜 수 있게 되었을 때 힘들었던 2주간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누가 그 병으로 죽었다든가 병을 치료하려고 별별 방법을 쓰다가 죽어간 이야기를 전해 듣고 우울해진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 폐병을 낫기 위해 인간의 뇌수 구이를 먹었다며 어머니가 요시다에게 그것을 권하자 심기가 불편해진다. 또 언젠가는 누군가 목매어 죽은 밧줄을 그냥 속는 셈치고먹어 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고, 병원에서 만난 간병인은 주전자에 생쥐를 넣고 다린 것을 아주 조금씩 나눠 마시다 보면 한 마리를 채 다 먹기도 전에낫는다는 끔찍한 말을 듣는다. 정작 자기 자신은 태평한 환자이건만 주위에서 먼저 알아차리고 처방전을 내리는 것이다. 병에 걸려 마음이 약해진 사람들에게 무엇이 좋다는 말엔 귀가 솔깃하기 마련이지만 는 그렇지 않다. 결국 병이란 살아있는 동안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일지도 모른다는 말로 매듭짓는다.

 


병이란 결코 학교의 행군처럼 견딜 수 없는 약한 사람을 행군에서 제외시켜주지 않는다. 마지막 죽음의 골로 갈 때까지는 어떤 호걸이든 겁쟁이든 모두 같은 줄에 서서 마지못해 질질 끌려가는 것이다.’(P41)

 


어느 벼랑 위에서 느낀 감정

 


 화자는 어느 무더운 여름 저녁 한 카페에서 두 청년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 얘기가 소설의 주된 이야기다. 벼랑 위에서 다른 사람의 창문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창문을 통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어린아이와 밥을 먹고 있는 남자를 보며 눈물을 흘릴 뻔했던 기억, 인간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장면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였다. 어떤 때는 음흉한 욕망으로 비밀스럽게 다른 사람을 훔쳐보려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결국 그 감정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바뀐다.

 


그것은 인간의 기쁨이나 슬픔을 초월한 어떤 엄숙한 감정이었다. 그가 생각하던 인생의 무상함이라는 감정을 넘어선 어떤 의지력이 느껴지는 무상함이었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풍습을 떠올렸다. 죽은 자를 눕히는 석관의 표면에 음탕한 장난을 치는 사람의 모습이나 암양과 성교를 하는 목양신의 모습을 새기던 그리스인의 풍습을……. 그리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른다. 병원 창문 안 사람들은 벼랑 아래 창문을. 벼랑 아래 창문 안 사람들은 병원 창문을. 그리고 벼랑 위에 이런 감정이 있다는 것도…….’(P110)



 두 청년 이시다와 이쿠시마는 비밀스럽게 타인을 엿보는 행위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이들의 창문 바라보는 행위는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결국 살아가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에서 위안을 찾고,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다는 인식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지는 않은지.

 


겨울 파리

 


 아픈 몸을 요양하기 위해 온천 여관에서 지내면서 겨울 동안 방에서 함께 살았던 파리들을 관찰한 이야기다. 바깥으로 절대 나가지 않고 병자인 를 흉내 내는 것 같다고 한다. 여름의 파리는 씩씩하지만, 겨울의 파리는 움직임이 느리다. 하지만 말라죽기 직전인 파리들이 햇빛 속에서 교미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면서 이 무슨 살고자 하는 의지란 말인가!‘ 라며 탄식을 한다. 그저 자연스러운 파리들의 생존 본능을 깨닫고 화자도 힘을 얻는 듯하다.

 


 한번은 우체국에 나갔다가 지쳐서 승합차를 얻어 탔는데, 여관으로 돌아갈 길이 멀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어두워지는 산속에 내리게 된다. 아픈 몸을 산골짜기에 스스로 내치게 된 셈이다. 첩첩산중에 쥐죽은 듯한 고요와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걷고 또 걷는다. 자신이 내버려두고 온 우울한 방이 생각나고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상상을 한다. 이 산속을 벗어나려면 걷고 또 걷는 수밖에 없다.

 


이 얼마나 괴롭고도 절망적인 풍경인가. 나는 나의 운명 그대로인 길 안을 걷고 있다. 이것은 내 마음 그대로의 모습이고, 여기에서 나는 햇빛 속에서 느끼는 어떤 기만도 느끼지 않는다. 내 신경은 어두운 전방을 향해 뻗어 있고, 지금은 나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형벌 같은 어둠, 살을 에는 듯한 혹한, 그 속에서 내 피로는 즐거운 긴장감과 새로운 전율을 느낄 수 있다. 걸어라, 걸어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라.

나는 잔혹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걸어라. 걸어라. 걷다가 죽어버려라.(P132)

 


 극한의 추위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산속을 걷는다는 건 얼마나 오싹한 일인지. 그럼에도 차가운 공기 속을 가르며 걷는 화자에게서 어떤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온 는 상한 몸으로 며칠을 앓아누워 있다가 문득 파리가 한 마리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 후련한 마음이기보다는 오히려 파리들이 추위와 굶주림에 죽어버린 것을 알고 우울해진다. 귀찮은 존재였지만 무언가 움직이는 생물과의 동거에서 무언지 모를 살아있음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레몬


 교토가 배경인 이 이야기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덩어리를 안고 있는 화자가 온종일 이 거리 저 거리를 떠돌아다닌다. 초라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에 강하게 끌렸는데, 큰길보다는 지저분하고 친숙한 뒷골목이 좋았다. 병색이 짙은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고 깨끗한 여관방에서 한 달 정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자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괴로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화자가 보였다. 레몬을 좋아하던 는 과일가게에서 레몬을 샀다.

 


나는 오랜 시간 거리를 걸었다. 계속해서 내 마음을 짓누르던 불길한 덩어리가 레몬을 손에 쥔 순간부터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 같아서 나는 거리 위에서 굉장히 행복했다. 그렇게도 집요했던 우울함이 이런 과일 하나로 풀리다니. 때로는 확실하지 않은 어떤 것이 역설적으로 사실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얼마나 불가사의한가.’(P147)

 


 아무리 고통스러운 상황이더라도 무언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는 마루젠(서점)에 가서 화집을 탑처럼 쌓고 그 위에 레몬을 올려놓고 나온다. 마치 폭탄을 설치하고 나온 악당이 된 것처럼 기이한 상상을 하면서. 역자 후기의 해설에 의하면 <레몬>의 무대인 마루젠 교토는 1907년 산조에 문을 열어 1940년 가와라마치로 자리를 옮겨 영업하다가 2005년 폐점했다고 한다. 이 소식이 알려지고 교토 시민들은 이 서점 예술 서적 코너에 레몬을 놓아두는 이벤트를 벌여 화제가 되었다는 얘기가 들어있다. 이 작품의 단편들을 통해서 작가가 고통 속에서도 마냥 주저앉지 않는 맑고 깨끗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기이한 상상력과 짧은 일탈도 때로는 삶의 의욕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벚꽃나무 아래


 봄이 왔다. 겨우내 메마른 나뭇가지에서 여린 싹이 나오고 아름답게 활짝 핀 꽃을 보면 경탄해 마지않는다. 그게 보통 건강한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 화자는 너무 아름답게 핀 벚꽃을 보고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생각해 보니 나무 아래 시체가 묻혀 있기 때문이란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오랫동안 병에 시달리다가 몰골이 말이 아니게 되면 싱싱하게 피어오른 아름다운 꽃도 너무 낯설게 보이지 않을까. ‘는 아픈데 주위의 모든 것은 건강하고 빛나 보인다. 그래서 더욱 정이 가지 않는다. 뭔가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위안거리를 찾아야 한다. 아래의 문장이 이것을 증명해 준다.

 


이 골짜기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휘파람새와 박새도 하얀 햇빛을 새파랗게 물들이는 나무의 새싹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몽롱한 이미지에 불과하지, 나에게는 슬프고도 잔인한 사건이 필요해. 그런 균형이 있어야 비로소 내 이미지가 명확해지거든. 내 마음은 악귀처럼 우울하게 메말라 있어. 내 마음속 우울함이 완성될 때만 내 마음은 온화해지지.’(P200)

 


 아픈 시간을 오랫동안 보내다 보면 누구든지 악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저 벚꽃이 원래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시체를 파먹고 살아서 그렇게 예쁜 꽃을 피우는 거라고 상상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 아닐까. 내 동생이 예쁘지만 내가 좀 더 예뻤으면 좋겠다는 시가 떠올랐다. 조금 삐딱한 시샘이라도 해서 화자가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눈감아 주고 싶다. 사물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고유의 미를 발견해 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이전에 작가 자신이 고통스러운 삶을 이겨내는 방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 화자의 기이한 상상력에 충분히 공감하고 미소짓게 한다.

 


아프고 고단하고 지친 삶 이야기를 읽으며 건강한 것이 얼마나 은혜로운 일인가 새삼 느꼈다. 이제 벚꽃은 다 지고 말았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누구나 피로감이 역력해 보인다. 몸은 건강하지만, 마음이 복잡한 오늘을 살고 있다.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남긴 이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 우리가 가진 소박한 일상이 한층 더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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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5 08: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랑 내용이 완전 끌리네요^^

모나리자 2021-04-15 10:26   좋아요 1 | URL
그쵸.ㅎ
병상에 있던 시간이 많았다는데 이렇게 작품으로 남겼다는 것이 놀라웠어요.
글쓰기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받지 않았을가 싶기도 해요.

문장들이 명징하고 생명력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전출처 : 모나리자 > 여행으로 먹고살기

2년 전에 쓴 리뷰라고 북풀이 알려주네요. ㅎ

코로나로 인해 여행은 낯선 일이 되었고 가상공간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어요. 하루빨리 벗어나 마음껏 여행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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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4 1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행가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ㅜㅜ 북플의 이런 기능 좋은거 같아요 ㅎ 저도 2년후에는 알려주려나 ^^

모나리자 2021-04-14 13:22   좋아요 3 | URL
맞아요. 그냥 계획 없어도 떠날 수 있는 게 여행이었는데..
이동제한이 된지도 오래되었네요.

새파랑님도 이런 추억의 소식 전해 들으실 날 금세 오겠지요.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붕붕툐툐 2021-04-14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 어느 분야나 1%가 되면 먹고 살만 한 거 같습니다..ㅋㅋㅋㅋ

모나리자 2021-04-16 14:13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1%되기가 어디 쉬워야죠.ㅎㅎ
불금 주말 행복한 시간 되세요~툐툐님~~
 

 나는 어느샌가 지금부터 30리 길을 걸어 다음 온천까지 가는 계획을 세웠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절망과 비슷한 감정이 나의 마음에 잔혹한 욕망을 더해갔다. 피로 또는 권태가 일단 그런 감정으로 변해버리면 나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끝까지 가봐야 했다. 해가 완전히 지고 겨우 그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나는 주변에 아직 빛이 있을 때와는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었다.
- P130

이 얼마나 괴롭고도 절망적인 풍경인가. 나는 나의 운명 그대로인 길 안을 걷고 있다. 이것은 내 마음 그대로의모습이고, 여기에서 나는 햇빛 속에서 느끼는 어떤 기만도 느끼지 않는다. 내 신경은 어두운 전방을 향해 뻗어 있고, 지금은 나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 얼마나 기분좋은 일인가. 형벌 같은 어둠, 살을 에는 듯한 혹한. 그 속에서 내 피로는 즐거운 긴장감과 새로운 전율을 느낄 수있다. 걸어라, 걸어라. 지쳐 쓰러질 때까지 걸어라.‘
나는 잔혹할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걸어라. 걸어라, 걷다가 죽어버려라.
- P132

나는 오랜 시간 거리를걸었다. 계속해서 내 마음을 짓누르던 불길한 덩어리가 레몬을 손에 쥔 순간부터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 같아서 나는 거리 위에서 굉장히 행복했다. 그렇게도 집요했던 우울함이 이런 과일 하나로 풀리다니, 때로는 확실하지 않은어떤 것이 역설적으로 사실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은 얼마나 불가사의한가. 
- P147

발톱 없는 고양이! 이렇게 믿을 곳 하나 없이 슬픈 마음이 또 있을까? 상상력을 잃어버린 시인, 조현병을 앓는 천재와도 닮아 있다.

이런 상상은 항상 나를 슬프게 한다. 이 완전한 슬픔 때문에 이 결말이 타당한지조차 이제 나에게는 문제가 되지않는다. 그런데 발톱이 빠진 고양이는 과연 어떻게 될까?

눈알이나 수염이 빠진다면 고양이는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발바닥 안의 껍질 속에 숨겨져 있는, 갈고리처럼 굽고 비수처럼 날카로운 발톱! 이 발톱이 고양이의 활력이자 지혜이며 정령이고 전부라는 사실을 나는믿어 의심치 않는다.
- P158

그것은 자못 필연적인 싸움이었다. 발단이라고 한다면내가 그 남자의 술을 거절한 일이다. 평소에 나는 그 남자에게 악감정이 있었다.
그것은 마음을 한 치도 괴롭힐 만한 싸움이 아니다. 네마음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건 겁쟁이 기질뿐이다. 당당하게 결투하라.

부상을 두려워하지 마. 그 상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로써 너의 겁쟁이 기질도 흘러나올 테니.
- P175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상한 건 그뿐만이 아닙니다. 점점 모습이 드러나면서 그림자는 자신의 인격을 갖기 시작하고, 그와 동시에 이쪽의 자신은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달을 향해 스르르올라갑니다. 그냥 마음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에요. 설명하기 어렵지만, 뭐랄까 영혼이라고 할까요. 영혼이 달에 - P188

이 골짜기에서 나를 즐겁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휘파람새와 박새도 하얀 햇빛을 새파랗게 물들이는 나무의새싹도 단지 그것만으로는 몽롱한 이미지에 불과하지. 나에게는 슬프고도 잔인한 사건이 필요해. 그런 균형이 있어야 비로소 내 이미지가 명확해지거든. 내 마음은 악귀처럼 우울하게 메말라 있어. 내 마음속 우울함이 완성될때만 내 마음은 온화해지지.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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