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현대지성 클래식 18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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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읽고서 많은 감동의 여운이 남았던 명상록을 다시 읽게 되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이런 문장이 있었나, 싶게 새롭게 와 닿는 문장에 또 감탄을 하게 된다. 2천 년이나 된 오래된 책 속의 내용이 지금을 사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고민을 하면 살았다는 것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또 삶의 패턴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도. 마르쿠스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사십 년을 살펴보든 만 년을 살펴보든 거기에서 거기고 똑같다. 인생에서 더 볼 것이 어디 있겠는가(P142)라고 말한다. 우리 앞에 무수한 삶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기도 하지만, 깨닫고 보면 세상의 것을 빌려서 잠시 동안 머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 천상병 시인은 이생의 삶을 아름다운 소풍이라고 했던가. 그러게, ‘아름다운 소풍으로 여기면서 살아갈 수만 있어도 좀 더 의미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명상록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가 자신의 생애 말기에 외적들의 침공을 제압하기 위해 제국의 북부 전선이었던 도나우 지역으로 원정을 간 10여 년 동안에 쓴 철학 일기라고 한다. 전쟁이라는 외적인 압박감과 무거운 짐으로부터 물러나서 흐트러질 수도 있는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기 위해 기록한 것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비망록이나 마찬가지여서 처음엔 명상록이라는 명칭이 없던 것이 17세기에 와서 붙여졌다.


여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우주의 본성’, ‘인간의 본성’, ‘죽음등이다. 하루하루 바삐 살아가면서 이러한 말을 얼마나 떠올리면서 우리는 살아갈까. 인터넷이라는 창으로 세상의 많은 일 들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시대이다. 많이 갖기 위해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겉모습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겨를이 없다. 일하는 기계가 되어가고 자신의 본성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일, 삶을 살아가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철학자였던 황제는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수없이 많은 전쟁으로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삶 속에서 자신을 다스리기 위한 기록이었음에도 읽고 있으면 읽는 이에게 일침을 주는 것 같다.


삶은 문제해결의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하나의 문제가 달려든다. 왜 괴로운 것일까. 마르쿠스는 사람이 어떤 일이나 환경에 대해서 선하다거나 악하다거나 쓸데없는 판단을 덧붙임으로써 괴로움을 자초한다고 한다. 선악에 대한 판단을 멈추고 신념을 바꾸면 감정도 바뀐다는 스토아 철학의 표준적인 사상을 표현했다. 모든 사람은 인류라는 한 동족의 형제들이라는 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분노 같은 감정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의 소시민적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렇게 도인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하루아침에는 어렵겠지만, 마음을 유연하게 사고하는 습관은 힘듦을 좀 가볍게 하지 않을까.


마음에 새겨 볼 만한 문장을 소개해 본다.


신들이 그동안 네게 무수히 많은 기회들을 주었는데도, 너는 그 기회를 단 한 번도 받아들이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들을 미루어 왔었는지를 기억해 보라.(중략) 기회는 지나가 버리고 네 자신도 죽어 없어져서, 다시는 그런 기회가 네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P45)


마치 수천 년을 살 것처럼 살아가지 말라. 와야 할 것이 이미 너를 향해 오고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선한 자가 되라.(P73)


우주 안에서 가장 강하고 탁월한 존재를 존중하라. 그 존재는 바로 만물을 활용해서 지배하는 존재다. 마찬가지로 네 자신 안에서 가장 강하고 탁월한 부분을 존중하라.(후략)(P100)


사람들의 행태 중에 의아한 것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과 동일한 시대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은 거부하면서도, 자신들이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는 후세 사람들에게 칭송받게 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하지만 그것은 너의 조상들이 너를 칭찬하지 않았다고 화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P114)


마케도니아의 왕이었던 알렉산드로스나 그의 마부나 죽어서는 똑같아졌다. 두 사람은 똑같이 우주의 근원인 이성으로 되돌아가거나 원자들로 해체되어 흩어졌기 때문이다.(P116)


우주 안에 존재하는 만물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의존되어 있다는 것을 자주 생각하라. 만물은 어떤 식으로든 서로 얽혀 있고, 그래서 서로에 대해 친밀감을 느낀다. 만물은 서로 간에 밀고 당기는 운동, 하나의 동일한 정신을 통한 서로 간의 공감, 모든 존재의 하나됨으로 인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P121)


이제 네 자신은 죽었거나 네가 살아야 할 분량은 이미 다 살았다고 생각하고, 너의 여생은 덤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여겨서 본성을 따라 살아라.(P144)


그 어떤 예기치 않은 온갖 공격에도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살아가는 일은 춤추는 것보다는 씨름하는 것과 더 비슷하다.(P145)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에피쿠로스가 한 말을 기억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고통은 언젠가는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네가 너의 상상력으로 네가 겪는 고통을 부풀리지만 않는다면, 참아낼 수 없거나 영원히 끝나지 않을 고통이라는 것은 없다.”(P146)


매일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는 듯이 살아가면서도, 거기에 초조해하는 것이나 자포자기해서 무기력한 것이나 가식이 없다면, 그것이 인격의 완성이다.(P149)


이 고귀한 문장들 속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초연한 철학자의 예리한 통찰력은 우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무엇이든지 영원한 것은 없으니, 지금에 충실하고 지금 행복해야 한다고. 딱히 정해진 주제는 없이 써 내려간 비망록이다. 1권에서 12권까지 각 문장은 번호로 매겨져 있다. 맨 뒤의 부록은 국내 최초라는 에픽테토스의 명언집을 수록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목표와 방향을 잃어 방황하거나 혼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들에게 힘 있는 조언을 주는 글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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