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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모리 준이치 감독, 마츠오카 마유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평소에 긴 영화는 부담스러워서 짧은 드라마를 보는 편이다. 어제 문득 어떤 영화가 나와 있나 궁금했다. 보다가 지루하면 나눠서 보면 되지, 생각했다. 제목도 많이 들어본 거여서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 초록의 자연이 펼쳐지는 배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어제, 오늘 이틀에 걸쳐 보았다. 다 보고 나서 검색해 보니 동명의 한국 영화도 있었다.
영화의 배경은 코모리 마을로 도후쿠 지방에 있는 오지에 숲으로 둘러싸인 시골 마을이었다. 주인공 이치코는 도시에서 생활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왔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시골 생활을 너무나 잘 안다. 눈만 뜨면 할 일 천지라는 거. 젊은 아가씨가 논일 밭일은 물론이고 요리까지 직접 해 먹고 장작을 패는 일도 척척 해내는 걸 보면서 어머나 이건 뭐야, 하고 빨려 들어갔다.
모내기, 벼 베기, 감자를 심고 캐는 일, 산으로 두릅, 고사리를 따고 겨울에 먹기 위해 저장용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두릅 튀김을 만들어 먹는 장면도 나온다. 전에 강상중 교수의 『만년의 집』을 읽었는데 어머니가 만들어준 두릅 튀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먹는 것만 알았는데. 정말 맛있겠다. 군침이 돌았다. 새봄이 되어 두릅 튀김을 꼭 만들어 먹고 싶다.
이치코의 나레이션으로 일상을 말해주고 있는 특별한 사건도 없는 밋밋한 다큐같은 느낌이다. 아, 사건이라면 엄마가 5년 전에 집을 나갔다는 것. 그 자리를 이치코는 씩씩하게 지키며 시골의 삶을 지키는 것 같았다. 혼자서 안팎의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엄마의 고단함을 떠올린다. 그냥 대충 손이 가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주었나 생각했었는데 직접 해보니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논에서 밭에서 힘쓰는 일도 쉽사리 척척 얼마나 잘하는지. 마치 남자 일꾼처럼 한몫 거뜬히 한다. 모르는 이가 보면 시골에서 사는 걸 로망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2년 후배인 유우타의 눈에는 여기로 도망을 온 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 말을 들은 이치코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사라지고...
장면은 5년이 지난 후 시점으로 마을에서 수확 잔치를 하면서 마무리된다.
거의 노인들만 있는 가운데 젊은이는 이치코와 키코, 유우타 뿐이다. 산에 들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풍성한 먹거리를 채취하고, 심고 가꾼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계절의 흐름에 따라 채소 곡식을 심고 가꾸는 모습과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우와, 저렇게 정성이 많은 음식을 어떻게 다 만드는지. 그 지방의 전통음식인듯한 요리도 많이 나왔다. 머위꽃으로 만드는 머위된장을 처음 알았다. 머위를 우리만 먹는 줄 알았는데.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고 힘을 얻는 모습은 보는 것만 해도 따뜻한 감동이 밀려온다. 이 영화는 계절을 나누어 몇 편이 있는 모양인데 내가 본 건 사계절을 다룬 영화였다.
어쩌면 사람은 먹기 위해서 사는 건가 싶기도 했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은 직장 일터에서 일한 대가를 받아 그것을 이리저리 쪼개어 먹고 사는 것이고. 이 영화를 보면서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자그마한 텃밭이 있는 전원주택에서 살면 좋겠네, 생각했다. 먹을 만큼만 채소를 심어 가꾸고 그것을 수확해서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먹거리를 만들어 먹는 시간. 그런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시원하게 펼쳐진 초록의 자연을 보면서 힐링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