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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명함만 없던 여자들의 진짜 '일' 이야기 ㅣ 자기만의 방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12월
평점 :
평생 노동해왔지만, 주로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혹은 집사람)로 호명받았던 여성들의 이야기. 여기에 실린 이들은 하나 같이 신산(辛酸)한 삶을 건너왔지만, 슬프다기보단 강인함이 느껴졌다. 어느 세대에게든 쉬운 시대는 없겠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험난한 시절을 온몸으로 헤치며 넘어온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이랄까.
어쩌면 이 분들은 '내 인생이 뭐 특별할 게 있다고. 책에 나올 만큼 대단한 건 아니다. 우리 세대 여자들은 다 그렇게 살았다' 라고 손사래를 쳤을지도 모르겠다. 시대상을 생각하면 실제로 흔한 이야기가 맞기도 할 테고. 그러나 흔하다고 꼭 특별하지 않은 것만은 아니다. <경향신문 젠더 기획팀>은 책의 기획 의도를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평생 일한 여성들에게 명함을 찾아주고 싶었다. 언제나 N잡러였지만 '집사람'이라 불린 여성들, 이름보다 누구의 아내나 엄마로 불려온 여성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일의 기쁨을 느끼며 '진짜 가장은 나'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여성들, 남존여비의 시대에 태어나 페미니즘 시대를 지켜보고 있는 여성들." (5쪽)
너무나 흔해서 대부분, 중요하지 않게 여겼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책의 형태로 들려준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에 감사드린다.
그런데 나는 이런 분야의 책들을 읽을 때마다 종종 서운해진다. '언니들' 혹은 '언니'라는 표현 말이다. 왜 '여성 서사'라고 꼭 여성들만 이 책의 독자라고 생각하는지. 이 책에선 여성 독자를 주된 타겟으로 했기에 아마 이런 부제가 나왔겠지만, (그리고 실제로 출판 시장에서도 여성 독자가 더 많다는 말도 들었지만) 나 같은 남성 독자도 있는데 말이다. 큰언니들 옆에 괄호 치고 (큰누나들)로 해도 좋았을 텐데.
책에서 내 아쉬움이란 그냥 그 정도다.
2024.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