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선입견을 딛고 남초 직군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온 여성들의 이야기. 빌더 목수 이아진 씨는 이미 예전부터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구독하고 있을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나머지 분들의 이야기는 이런 직군에서도 일하는 여성분들이 있다는 걸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됐다.


단순히 남자가 많은 직업을 여자가 해서 신기하다기보다는, 본인의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쏟아지는 편견과 선입견을 헤쳐가며, 스스로 자신을 증명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그들이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그저 먹고살려고 애쓰다 보니 그렇게 된 것 뿐이라지만, 그들 스스로 고백했듯이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으니까.


아직 읽지 못한 부분이 좀 남았는데, 꼭 '젠더'라든지 '여성'의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이 생물학적인 여성임을 의식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당당하고 멋진 직업인이자 노동자니까.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베테랑의 몸』, 오래된 책이지만 전순옥 전 국회의원이 쓴 『소공인』, 박점규•노순택 저자가 쓴 『연장전』이란 책도 좋다.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언제나 날 설레게 한다. 리처드 세넷의 벽돌책 『장인』은 4년 전에 사놓고 아직 손도 못댔는데 언젠가는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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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알바 마지막 월급을 받았고, 재취업에 성공해 새로 들어간 직장에서 다음 주에 월급이 나올 예정이라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액의 적립금(?)이 뜬다. 내가 알라딘에서 적립금을 3만원씩이나 쌓아두진 않았을 텐데? (최근에도 알라딘에서 책을 샀으니 말이다.) 했더니 지난 달에 이 달의 마이페이퍼로 선정된 글이 있었다.




올해 2월에 올린, 이 글을 올리기 직전 최신 글이 '이 달의 마이페이퍼'로 선정되었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보시면 된다.


https://blog.aladin.co.kr/booknanum/15303434


이 달의 마이페이퍼 선정은 내가 알라디너 활동을 한 지 두 번째다. 첫 번째로 선정된 게 언제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2022년 10월에 쓴 글이었다. 그 뒤로 몇 번 다시 선정되고 싶어서 노리고 쓴 글도 있었는데, 한 번도 된 적이 없었다. 근데 딱히 정성들여 쓰지도 않은 글이 여기에 선정되다니.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는가 보다. 그런데, 170원은 대체 뭘까 하고 봤더니 그건 'Thanks to' 내가 페이퍼에 쓴 글을 보고 책을 산 사람이 있었나 보다. 이제 리뷰도 그냥 네이버 블로그로 통일할까 했더니 그냥 알라딘에서 계속 활동해야겠다. ㅋㅋㅋ


일단 사려고 봐둔 책은 오래전에 알라딘 보관함에 담아둔 책들이다. 적립금 유효기간은 충분하니 다른 책과 함께 더 고민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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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03-14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축하합니다~!

꾸준하게 2024-03-14 22: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한텐 대사건이라서요. ㅋㅋㅋ 금액은 제일 적지만, 알바 월급, 회사 월급(은 아직 못 받았지만)보다 더 기쁘네요. 😁😁 이런 일이 좀 자주 있으면 좋을 텐데 아쉽습니다. ㅎㅎ

미미 2024-03-15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축하드려요! 재취업 성공도요^^

꾸준하게 2024-03-16 01: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대리사회』라는 책으로 알려진, 지금은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북크루>를 경영하고 있는 김민섭 작가가 말했다. '노동하지 않는 몸에는 힘 있는 언어가 쌓이지 않는다' 라고. 물론 전업 작가도 엄연히 집필 노동자이자 생활인이지만, 집필과 직결되지 않은 노동을 글쓰기와 병행하는 작가들의 언어에는 전업 작가들의 글과는 다른 또 다른 단단함이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었다.《뉴요커》기자 패트릭 브링리가 자신의 결혼식날에 형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그때 받은 충격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경비원으로 입사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에세이집이다. 저자가 대학 시절에 미술사를 배운 적이 있어서인지 미술 작품에 대해 식견이 상당했다. 책은 미술관 경비원으로 살아가는 애환보다는 경비원 입장에서 바라본 미술 작품과 해당 작품에 얽힌 미술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듯했다. 물론 경비원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도 생생하게 나와있어서 흥미로웠다. 


박물관·미술관에는 관람객으로도 방문하고, 인턴(은 박물관에서만)과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어째선지 그곳 경비원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 같다. 작가가 잡지사 기자 출신이라 그런지 문장이 참 유려했다. 그림은 단 한 작품도 실려있지 않지만, 저자가 도슨트를 둔 채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서 좋았다. 저자도 일하면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 같은데, 원래 미술을 좋아하기도 했고 생계 압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해서 일하게 된 거라 그런지 그 점에 대해서는 별로 나오지 않은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간만에 미술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가지 않았다. ㅋㅋ)




위의 책처럼 <밀리의 서재>에서 읽고 있다. 종이책은 없고 전자책만 있다. 같은 경비원이라도 다소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책『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와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하긴 이름은 경비원이라도 미술관과 은행은 완전히 역할이 다른 기관이다. 또한 미술관 경비원과 은행 경비원의 역할이 같을 리도 없고, 유명 잡지의 잘나가는 기자 출신이었던 위 책의 저자와 달리 『저는 은행 경비원입니다』의 저자는 순전히 생계를 위해 선택한 직업이라 더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직은 초반밖에 못 읽었다. 아래 두 권은 어제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아직 안 읽었다.



평소에 택배를 잘 시키지 않는 편이다. 가끔 <알라딘>이나 <11번가>에서 온라인 주문을 하는 정도. 대부분 알라딘 책이고, 그나마 <11번가>에서도 크거나 무거운 물건을 시킨 적이 없다. 택배기사님이 힘드실까봐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평소에 택배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아서다. 『까대기』는 이종철 만화가의 실제 경험을 만화로 각색한 작품이다. 책 제목인 '까대기'는 막노동의 일종으로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일을 뜻한다.


저자는 생계를 위해 택배 상하차를 6년이나 했다고 한다. 택배 상하차는 고되기로 악명이 높다. 군대를 제외하고도 몸 쓰는 일을 한 번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택배 상하차는 감히 엄두가 안 나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다. 난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쿠팡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데, '허브' 분야로 신청하면 상하차 일을 할 수 있고 돈도 조금 더 준다지만 업무 강도 대비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20대 때도 겁나서 못해본 걸 지금 나이에 할 수는 없지. ㅠ 그런데 그걸 6년이라니. 동영상으로만 봐도 후덜덜하다.







쿠팡플레이 <MZ오피스>에서는 신입으로 들어온 MZ세대를 희화화했다. 해당 예능에서 표현하는 MZ신입은 MZ에 속하는 내가 봐도 확실히 개념 없어 보였다. 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런데 모두 그런 건 아니다.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너벨트에 끼여 사망한 고 김용균 씨(당시 24세)도, 2022년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소스배합기에 몸이 끼여 사망한 박모씨(당시 23세)도 MZ세대였다. 


그외에 자동차 회사, 공항에서 일하는 내 친구들도 있고, 나는 쿠팡에 알바(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하지만)하러 갔을 때 나보다 어린 친구들도 많이 봤다. 그 중 대화까지 하게 된 한 친구는 주5일 풀타임으로 일한다고 했다. 나도 대형 물놀이시설에서 시설관리직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러니 MZ세대가 편한 일만 하려고 한다는 건 편견이다. 


『쇳밥일지』는 지금은 미디어 스타트업 회사에서 일하는 작가가 자신의 용접공 시절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여기서 '쇳밥'이라는 건 관용화된 표현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름밥'을 먹는다고 하고, 학문을 하는 사람들을 두고 '먹물'이라고 하는데, 용접은 쇠를 다루는 일이니 '쇳밥'을 먹는다고 부르는듯하다. 예전에 대형 물놀이시설에서 설비기사로 일하던 시절에 외부업체에서 온 분이 용접을 하는 걸 봤는데,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는 이제 용접공이 아니지만, 지금도 고된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있을 테다.


수십 년 동안 OECD 기준 산재사망률 부동의 1위라는 대한민국.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기를. 극한 노동을 하는 이들이 아무도 죽지 않고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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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운명이 바뀔 수 있냐고 질문한다. 운명, 흔히 팔자라고 하는 게 정말 정해진 걸까. 사주 명리는 기호라서 무한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운명의 여덟 글자(팔자)는 바뀌진 않지만 무한한 변주곡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운명이란 명을 운전한다는 뜻이다. 같은 사주팔자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는 그 자신의 의지, 그를 둘러싼 편견과 고정관념을 생산하는 교육, 그와 주변 환경의 일상적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나를 둘러싼 환경과 세상이 나아져야 운명도 나아지는 거다. - P170

운명학은 개개인의 삶을 신화로 만드는 미신이 아니라 고정된 언어를 해체하고 삶을 다르게 해석해보자는 실천에 가깝다. 고정된 관념을 자꾸 버려야 하는 이유는 삶의 무한성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다. 운명은 하나의 좁은 직선 도로가 아니다. 뻔한 관념은 있어도 뻔한 인생은 없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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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 90년생 홍칼리 씨가 전하는 이야기.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과 달리 '진짜 샤머니즘'이란 이런 거 아닐까. 무형문화재였던 만신 고 김금화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살아있는 사람, 아직 구천을 떠도는 영혼 모두)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세상 만물에 영혼과 신성이 가득함을 느끼며 겸허히 살아가는, 그러한 자세가 샤머니즘의 마음 아닐까.

동물과 식물, 사물에도 존재가 깃들어 있다. 바로 ‘정령’이다. 정령은 만물에 녹아 존재한다. 땅과 바람, 음식물쓰레기, 책상, 쌀알에도 정령이 숨 쉰다. 그래서 무당은 쌀알을 뿌린 후 ‘아무렇게나‘ 배열된 쌀알로 점을 본다. 정령의 기운을 읽고 소통하는 것이다. - P121

정령들에게도 한이 있다. 동물들이 공장식 축산으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고, 거대 수산업이 만들어낸 떠다니는 플라스틱 섬 때문에 바다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인간들이 탄소를 배출하면서 공기가 오염되고, 아마존의 숲을 무차별로 벌목하고 산불을 내면서 바람이 오염된다. 이렇게 땅과 바람에 억눌린 정령들이 터져 나오게 된 현상이 코로나바이러스와 미세먼지,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는 멀리서 갑자기 오는 게 아니다. 한이 쌓인 정령들이 바깥으로 터져 나오면서 내는 한숨 소리다. - P121

오랫동안 궁금했다. 산업이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정말 필요한 걸까. 나는 땅의 신 파차마마에게 기도드리며 질문했다. "정말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나요? 희생 없이 공존할 방법은 없나요?" 곧이어 파차마마의 응답이 들렸다. "그래서 사물을 준 거야. 물, 불, 공기, 흙․ 다른 말로 나무, 불, 흙, 금, 물. 그러니까 의자 하나도 소중히 다루고 쓰레기 하나에도 신성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면 돼. 물건 함부로 대하면 다 되돌아오는 거야. - P122

그래서 지금 지구가 아픈 거고. 사물들도 아픔을 느껴. 그래도 너회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인내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 살림이 거덜 나고 있어. 로봇을 만들고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도 다 좋은데, 그 사물 같은 존재들에게도 무의식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린(땅은) 너네가 무엇이든 아끼는 마음으로 쓰길 바랄 뿐이야. 너네 때문에 덜덜 떨고 있는 사물들도 있다는 걸, 사물화된 존재들이 울고 있다는 걸 잊지 마. 사물에게 잘하잖아? 그럼 사물이 보답한다, 그게 이치야."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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