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뒤에서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조르조 바사니 지음, 김운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년 전 <금테 안경>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 조르조 바사니(Giorgio Bassani 1916~2000).

그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바사니는 유년기와 청년기를 페라라에서 보내는데 그의 작품 대부분이 페라라를 무대로 하고 있어 일명 '페라라의 작가', '기억의 작가'라고 불린다.

<문 뒤에서>는 페라라를 배경으로 한 연작 소설 중 하나로 1964년 출간되었다.


'나는 인생에서 여러 번 불행했다' 라는 음울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문 뒤에서>는 이탈리아 페라라의 한 유대인 소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유독 암울하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일학년, 한창 예민한 시기의 10대 소년들이라면 응당 겪기 마련인 우정과 동경, 열등감, 미묘한 경쟁심과 같은 심리적 갈등이 소설 시작부터 내밀하게 펼쳐진다.

어느 날 문 뒤에서 숨죽이고 있던 소년, 그가 마주치는 삶의 실체는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수치이자 모욕으로 다가오고, 소년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김과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꿔놓는다.

생의 이면에서 새어나오는 '악취'를 알게 된 것...


이 소설이 유독 슬픈 이유는 사건 자체보다 주인공이 자신의 상처를 찢고 나오지 못하고 그 상처 안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리라...다짐한 것이다.

영원히 문 뒤에 숨어 '단절과 적대감이라는 타고난 운명'에 사로잡혀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하는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은 이 소설에서 가장 슬픈 장면이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지금도 못하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다.' (p.159)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고 살면서 그 상처 속에 숨어 살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기억'이 있기 때문에...

바사니는 '기억의 작가'가 맞다. 이 소설은 특히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10-22 10: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꺄~ 이 책 읽으셨구나. 제가 음청 좋아하는 책! 바사니는 ‘기억의 작가‘라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coolcat329 2021-10-22 10:48   좋아요 3 | URL
네~~이 가을이 가기 전 바사니를 읽고 싶었습니다.
<핀치콘티니가의 정원>도 구입하려고요~
잠자냥님 좋아하시는건 알았는데 음청! 좋아하시는군요. ☺

미미 2021-10-22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 일단 집에있는 <금테안경>찾는 중ㅋㅋㅋㅋ

coolcat329 2021-10-22 10:50   좋아요 1 | URL
아~~미미님 이 가을 금테 안경 꼭 찾으셔서 읽으셔요.

페넬로페 2021-10-22 11: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은
‘저것은 소설속에서의 일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의 지인들중에도ㅡ그분들의 가정은 별로 문제가 없거든요ㅡ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고 자해를 하고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리뷰 읽고 드는 생각이 소설은 정말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읽고 싶네요^^

coolcat329 2021-10-22 12:33   좋아요 4 | URL
가장 예민한 시기, 청소년들만의 그 미묘한 심리가 너무나 잘 묘사된 작품이에요. 저 또한 중고딩때 생각이 나면서 아! 우리반에도 저런 애가 있었지...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새파랑 2021-10-22 1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기억의 작가라니 왠지 느낌이 좋네요. 어떤걸 마주쳤는지 완전 궁금증이 생기네요~!!

coolcat329 2021-10-22 17:13   좋아요 2 | URL
책이 얇으니 궁금증 금방 풀리실거에요~☺

레삭매냐 2021-10-22 13: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설 그 자체보다 리뷰가
더 쩌릿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갇힌 주인공의 모습
이 그저 안타깝네요.

coolcat329 2021-10-22 17:15   좋아요 3 | URL
네...분명 현실에도 이런 사람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더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페크pek0501 2021-10-30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넘어져서 더 단단한 사람이 되는가 하면,
누군가는 넘어져서 다시 못 일어나는 사람이 있어요. 슬픈 이야기입니다. ^^
 
사랑할 때와 죽을 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무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어.(...)나무는 자라서 잎을 만들고 꽃을 피우지. 비록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일부는, 땅 속에 조금이나마 뿌리를 뻗고 있는 일부는 계속해서 잎과 꽃을 피우는 거야. 나무는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면서도 결코 비통해하거나 자신을 동정하는 법이 없어. (p.274)


<사랑할 때와 죽을 때>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반전문학으로 유명한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 가 1954년 발표한 소설이다. 

레마르크는 1898년 독일에서 태어나 대학을 다니던 중 징집되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는데, 이 체험을 바탕으로 1929년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발표하여 세계적인 작가가 된다. 그러나 나치 정권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나치와 전쟁을 비판하는 그의 작품들은 불태워지고 그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스위스로 이주, 1939년에는 미국으로 망명하여 작품활동을 계속한다. 


독일군의 패색이 짙어가던 2차 세계대전 막바지, '기름기가 번지르르하고 악취를 풍기는 죽음'으로 가득찬 러시아의 독일군 전선에서 주인공 에른스트 그래버는 2년 만에 휴가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미 고향은 연합군의 무자비한 공습으로 잿더미가 되어있고 부모님의 생사도 알 수가 없다. 폐허 더미에 둘러싸인 도시는 더 이상 자신이 그리워하던 고향이 아니었다. 


'나는 폐허들을 수없이 보아 왔어. 하지만 진짜 폐허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오늘에서야 진짜를 본 거야. 바로 이 폐허를. 이것은 다른 폐허들과는 달라.' (p.123)


그래버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어머니가 치료를 받았던 크루제 박사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박사의 딸이자 같은 학교를 다녔던 엘리자베스를 만나게 된다. 크루제 박사는 독일의 승리를 의심했다는 누군가의 밀고로 수용소로 끌려간 상태이고, 엘리자베스는 애국단 일원인 리저 부인의 감시 속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치는 전쟁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체포해 강제수용소로 끌고 갔고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살 수밖에 없으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습에도 대비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다. 


한편 그래버는 한동안 보지 못한 동급생들도 우연히 만나는데 그들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무릎 위를 절단한 친구, 팔꿈치 아래로 두 팔을 잃은 친구, 이미 죽은 친구들, 미쳐버린 친구 등의 소식은 그래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과거 동창생 알폰스 빈딩은 잘나가는 돌격대 대장이 되어 전리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자신의 권력에 취해있고, 그가 어울리는 수용소 소장 하이니는 자신이 친위대 보안부에 있었을 때 자행한 집단 살육의 체험담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래버는 알폰스에게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나?" 묻지만 알폰스는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다하면 되는 거야. 책임 같은 건 없어."(p.238)라고 말한다. 


그래버는 강제 징집과 수많은 전투를 겪으면서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자신이 늘 진실을 회피해 왔음을 깨닫는다. 정의감과 연민은 '이기주의와 무관심과 불안감에 부딪혀 언제나 난파하기 마련'이라는 사실과 함께 자신도 간접적으로 이 범죄에 얽혀 있음을 깨닫는다.

배신당하고 기만당한 자신의 삶을 깨달은 그는 스승 폴만을 찾아간다. 폴만은 학교에서 파면당하고 게슈타포의 눈을 피해 숨어지내고 있는 상태로 그래버는 폴만에게 간절하게 묻는다. 


"저는 지난 십 년 동안의 범죄에 제가 어느 정도 관계되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우리가 이미 전쟁에서 패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쟁을 계속하는 건 정부와 당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일으킨 인간들이 권력을 좀 더 연장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 더 많은 불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다시 일선으로 가고, 그것을 알면서도 공범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해야 할까요?" (p.247,248)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전쟁, 그러나 거부하면 총살을 당하고 철통같은 감시 속에서 탈영도 불가능하며 부모님에게도 보복이 가해질 것이다. 스스로 몸을 불구로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거의 언제나 발각이 되고 역시 처형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지혜로운 스승이라도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자네를 대신하여 결정할 수가 없네."(p.251)


그러나 다음의 말도 잊지 않는다. 


"공범! 공범 관계라고 하지만 자네가 무엇을 알고 있나? 자네는 아직 어렸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도 전에 거짓으로 중독되었던 거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그것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네! 무엇 때문에? 나태한 마음? 무관심? 이기주의? 혹은 절망이라고 할 것인가? 어떻게 해서 그런 페스트가 만연하게 되었을까? 자네는 내가 이 일을 날마다 외면한 채 지낸다고 생각하나?" (p.252)


그래버는 폴만 선생의 집을 나온 후, 광장의 커다란 보리수 나무를 보며 강한 생명의 힘이 자신의 내부로 밀치고 들어옴을 느낀다. 살아도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마침내 살아있음을 느끼며 남은 이 주간의 휴가 동안 폭격에 뿌리가 뽑혀나가도 꽃을 피우는 나무처럼 자신의 생명의 힘을 믿기로 결심한다. 


그래버는 엘리자베스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와 마지막일지 모를 소중한 시간들을 보낸다. 

휴가가 끝나면 다시 전선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래버는 생각한다. '내가 이 세상에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 것인가?' 그는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나를 지탱해주는 닻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버는 우린 곧 헤어져야 하지만 결혼하면 덜 외로울 거라며 청혼을 한다.


그동안은 살아도 죽어도 별 차이 없는 삶이었지만 엘리자베스에게 닻을 내린 그래버는 삶에 애착을 갖고 희망을 품게 된다. 두 사람은 시립학교 체육관에서 결혼을 하고, 너무나 짧은 신혼생활을 뒤로 한채 그래버는 다시 전장으로 떠난다.   


<피에 젖은 땅>을 읽고 2차 세계대전에 관심 생겨 읽게 되었는데, 연합군이 아닌 독일병사와 독일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본 전쟁의 참상을 그려 다시 한번 전쟁은 누구에게나 비극임을 느끼게 되었다. 

레마르크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 생명, 희망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한 그것들이 전쟁에 의해 얼마나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3주 휴가 동안 사랑하고 삶의 애착을 느낀 그래버는 살아있음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다시 죽음이 판치는 전장으로 가야했다...

이 작품의 원제는 'Zeit zu Leben und Zeit zu Sterben' 으로 '살아있을 때와 죽을 때' 이다. 


댓글(25)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1-10-20 19:3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두 말이 필요없는 명작입니다! 오랜만입니다, 쿨캣님!!

coolcat329 2021-10-20 19:37   좋아요 6 | URL
이런 작품은 좀 일찍 읽어도 좋았을텐데요...ㅠㅠ
폴스타프님이 서부전선이 번역이 좀 그렇다하셔서 고민입니다.

Falstaff 2021-10-20 19:43   좋아요 5 | URL
아, 정말 아쉽군요. 서부전선은 일찍이 토마스 만 학회 회장을 역임한 홍성광 번역하고, 범우사, 역자 미상의 홍신문화사밖에 없네요. 홍성광 씨 번역은, 근데 그게 번역 말고요, 우리말 문장이 개판, 개떡 무인지경입니다.
아효... 그거 얼른 다른 사람이 번역을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홍성광 씨도 참. 자기 이름으로 책내고 한 번도 거들떠 보지 않은 거 같아요. 명성에 흠집을 내다니, 아이고....

coolcat329 2021-10-20 19:55   좋아요 4 | URL
아이고 😭 제발 훌륭한 번역으로 꼭 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mini74 2021-10-20 19: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읽어본 게 개선문 , 서부전선은 영화로 본 거 같아요 ~ 이 책 무지 끌립니다. 저도 찜 *^^*

Falstaff 2021-10-20 20:01   좋아요 6 | URL
아효, 이 책은 필독섭니다! ㅎㅎㅎ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coolcat329 2021-10-20 20:19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님 추천이 너무너무 흥이납니다🤗
필독서 맞는거 같아요. 이런 책을 이제야 읽다니 조금 억울했지요. 저는 개선문을 구입하려구요~^^

Falstaff 2021-10-20 20:22   좋아요 5 | URL
개선문, 좋습니다!
전 삼중당 문고부터 시작해서 한 서너번 읽은 거 같아요. 물론 사춘기 시절의 격동적이었던 정서가 실제보다 더 감동을 먹게 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개선문은 제 인생책입니다!
ㅋㅋㅋㅋ 별꼴이야, 나이가 몇 갠데 인생책? 그죠? 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21-10-20 21:27   좋아요 2 | URL
오~~인생책! 😍더욱 기대가 됩니다. 인생책은 젊은 시절에 오는거겠죠? 저는 인생책이 없지만 모든 책들이 그냥 다 좋으니 다 인생책입니다~!

페넬로페 2021-10-20 21:55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에는 삼중당 문고로 읽었어요^^

막시무스 2021-10-20 20: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표지만으로 별5개 먹고 들어가네요! 내용도 좋아보이고, 거기에 팔스타프님 보증이면 장바구니 직행인듯요!ㅎ

Falstaff 2021-10-20 20:09   좋아요 6 | URL
아오, 이 책은 읽은지 꽤 오랜 모양입니다. 독후감 써놓은 것도 없네요. 이럴 수가...
ㅋㅋㅋㅋ 명작 맞습니다. 일독을 미루지 마세요!!!

막시무스 2021-10-20 20:11   좋아요 5 | URL
넵! 조만간 후기 보고 올리겠습니다!ㅎ 저는 이제 퇴근해서 오징어회에 쏘주 투하하면서 오징어게임 모드 들어갑니다!ㅎ 팔스타프님도 언제나 맛술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20 20:16   좋아요 3 | URL
아! 오징어회 소주 오징어게임 ㅋㅋㅋ
우와~~부럽습니당!

잠자냥 2021-10-20 20:58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춘기 시절의 폭풍 감동의 쓰나미 작품입니다. 애들이 데미안, 데미안할 때 속으로 바보들, 독일 책은 <사랑할 때와 죽을 때>야! 하고 외쳤습죠.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지만 그때의 감흥이 깨질까 두려워 섣불리 다시 못 읽는 그런 책입니다.

coolcat329 2021-10-20 21:24   좋아요 5 | URL
아~~ 그 마음 정말 알거같습니다. 저도 그 시절 읽었더라면 아마 엄청 가슴앓이하며 친구들에게 추천했을거 같아요~

붕붕툐툐 2021-10-20 22:43   좋아요 4 | URL
어쩐지 오늘 A가 자냥이가 자기한테 바보라고 한다고 샘한테 얘기하러 왔던데, 이 얘기였구나!

페넬로페 2021-10-20 21: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등학교때 제 2 외국어로 독어를 배운 덕분에 레마르크 작가를 좋아해서 그의 작품을 많이 읽었거든오.
사랑할때와 죽을때 읽고 그야말로 감동 먹어서 가슴이 벅찼던 시절이 있었답니다.
이렇게 먼 훗날 만나니 넘 반가워요^^

coolcat329 2021-10-21 07:10   좋아요 2 | URL
아 독어를 하셨군요. 저는 불어를 했어요~~
역시나 이 책은 좀 더 일찍 읽었어야 했습니다.

새파랑 2021-10-20 22: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극찬에 폴스타프님 보증이시면 이건 뭐 무조건이네요 ^^ 전 첨들어본 작가인데 읽어봐야 겠습니다. 표지도 완전 멋진데다 반전문학이라니~!@

coolcat329 2021-10-21 07:13   좋아요 3 | URL
네~그냥 노골적인! 반전문학이에요.
그래서 더 찾아 읽고 싶은 작가입니다.

붕붕툐툐 2021-10-20 22: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쟁, 2차 세계대전 이런 얘기만 나오면 두뇌에 셔터가 내려가는 느낌이에요~ 근데 다들 극찬하시니 약간 솔깃~ㅎㅎ
<피에 젖은 땅> 읽으시고 연계하여 읽으시는 거 멋져용~👍

coolcat329 2021-10-21 07:20   좋아요 3 | URL
두뇌에 셔터가 내려가는 느낌...은 😱 이런 느낌인가요? ㅎㅎ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

페크pek0501 2021-10-30 13: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담으려고 검색해 보니 560쪽. 깩!!!

coolcat329 2021-10-31 09:35   좋아요 0 | URL
너무 잘 읽혀서 두께는 상관없습니다~
 
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일대학의 역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 1969~), 그가 '피에 젖은 땅(Bloodlands)'이라 부르는 곳에서 나치와 소비에트 러시아는 12년 동안 약 1400만 명의 사람을 살육했다.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의 유럽에서 일어난 잔악 행위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나 끔찍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을 작가는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토대로 낱낱이 보여준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범죄를 같이 다룸으로써 20세기 중반 유럽 대륙의 중앙에서 두 독재자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는지 보여주고, 이 시기에 일어난 대량학살의 참모습’, 예를 들면1933년에서 1945년 사이에 살육된 1400만 명의 사람 중에 반 이상은 인위적인 굶주림으로 죽었으며,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일례로 아우슈비츠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무시무시한 살인공장이 가동된 곳은 트레블린카, 소비부르, 베우제츠 같은 절멸수용소였다는 사실 등, 인류역사상 최악의 대량 살육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좁은 시각을 좀 더 폭넓게 확장시켜준다.


이 책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끊임없이 나열되는 학살 장면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개개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은 죽어간 이들이 단순히 역사 속에서 숫자로 기록된 희생자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삶이 있는 개인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강조한다.  숫자를 사람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10-18 18: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리뷰 넘 잘쓰셨네요👍
정리가 잘 되어서 이 두꺼운 책을 한번 더 읽은 기분들어요! 티머시 스나이더의 결론부분 읽으면서 가슴뭉클했어요~^^*♡

coolcat329 2021-10-18 23:14   좋아요 3 | URL
사실 이 두껍고 엄청난 내용의 책을 정리할 자신이 없어 100자평으로 쓰려고 했는데 , 더 어렵더라구요 ㅋㅋ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네요.

scott 2021-10-19 00:33   좋아요 3 | URL
쿨켓님 재독 강추 ^0^

coolcat329 2021-10-19 08:31   좋아요 2 | URL
스콧님~~제가 너무 기본 지식이 없어 이 책은 반드시 재독 들어가야 할듯요 😅

mini74 2021-10-18 18: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머리에 쏙쏙 들어와요. 이 책 정말 좋지요. ~~

coolcat329 2021-10-18 23:15   좋아요 4 | URL
네 읽으면서 놀라고 또 놀라고 작가의 연구와 노력에 감탄하고 계속 그랬습니다.

새파랑 2021-10-18 19: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보관함에 들어가 있는데 아직도 두께때문에 감히 읽을 생각도 안하고 있는데 대단합니다 👍 이런 극찬이라니 다시 보관함 상단으로 올려야하나요~~!

coolcat329 2021-10-18 23:23   좋아요 3 | URL
저 하루에 한 챕터씩 읽었어요. 잘 모르는 내용이라 더욱 집중해야했지만 작가의 글이 꼼꼼해서 좋았습니다. 새파랑님은 하루에 세 챕터도 가능하실거에요~~^^

막시무스 2021-10-18 19: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이네요! 숫자를 사람으로 돌려 놓아야 한다! 숫자가 아니라 스토리가 전해지지 않는 저 한사람 한사람의 삶 자체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네요! 즐건 저녁시간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18 23:25   좋아요 3 | URL
네~마지막 결론이 참 감동적이고 이 책의 품격, 가치를 더욱 높여주네요.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10-18 20:0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조금 읽다가 현재 읽고 있는중에 머물고 있습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읽어야하는데 쿨캣님의 리뷰로 다시 도전해야겠어요^^

coolcat329 2021-10-18 23:27   좋아요 4 | URL
저 하루에 한 챕터 씩 읽었어요~이 책 읽고 나니 수용소 문학, 전쟁 문학, 영화에 관심이 많이 가네요. 페넬로페님 재도전 화이팅!

레삭매냐 2021-10-18 2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저자의 다른 책인 <블랙 어스>
를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 보려고
했었는데, 번역 탓인지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실패한 기억이
납니다.

요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
작은 했는데 못 다 읽고 반납했네요.

언젠가 다시 도전해 보는 것으로.

coolcat329 2021-10-18 23:28   좋아요 2 | URL
이 저자 다른 책이 있군요. 레삭매냐님 밀덕이신걸로 알고 있는데 다시 도전 화이팅입니다!

붕붕툐툐 2021-10-18 23: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 책 엄청 두껍다던데~ 쿨캣님 완독 축하드려요~ 마지막 말 멋져요~~

coolcat329 2021-10-18 23:30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
마지막 결론이 작가의 지성과 노력을 더욱 빛나게 하네요~편한 밤 되세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피에 젖은 땅>을 읽고 있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잔혹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요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같이 읽었다. 


'저항 작가','반체제 작가'로 유명한 솔제니친(1918~2008)은 1918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다 1941년 입대했다. 1945년 포병 대위로 복무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되어 8년 강제노동형과 3년의 유형을 선고받았다. 1945년부터 1956년 까지 여러 수용소를 돌며 겪은 경험은 훗날 솔제니친 문학의 주요 모티프가 되고, 1962년 첫 작품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발표한다. 이후 <암병동>,<수용소 군도>등 발표,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나 소련 정부의 방해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1974년 스위스로 이주했다가 1976년 미국으로 망명, 18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소련의 붕괴 이후 1994년 다시 러시아로 귀환하여 2008년 모스크바에서 사망했다. 고단한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0세까지 사셨으니, 참으로 강한 사람이었던듯 싶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 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p.7)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는 독소전쟁 중 독일군에게 생포되었다가 탈출했다는 이유로 간첩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8년 째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슈호프의 하루, 고난과 고통으로 매일매일이 똑같은 수용소의 수많은 날들 중의 어느 하루를 그린다. 


수용소의 죄수들은 톱밥으로 채운 매트, 죽지 않을 만큼만 나오는 식사, 시베리아의 추위를 견뎌내기엔 너무나 부실한 옷을 입고 영하 20~30도의 추위 속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중노동에 시달린다. 슈호프는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영양실조로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고도 살아남았다. 또한 간수들의 횡포와 동료 죄수들의 고발은 수용소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런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슈호프는 과거 반장이었던 쿠조민의 말을 수용소 생활의 신조로 삼고 있다.


"이봐, 이곳에서는 법칙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밀림의 법칙이라는 거야. 그러나 이곳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지. 수용소 안에서 죽어 가는 놈이 있다면, 그놈은 남의 빈 그릇을 핥는 놈들이고, 맨날 의무실에 갈 궁리나 하는 놈들, 그리고 정보부원들을 찾아다니는 놈들이야."(p.9)


슈호프는 죄수에게 가장 큰 적은 '옆의 죄수'이며 '모든 죄수들이 서로 시기하지 않고 단결할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p.190) 생각한다. 

그는 매일같이 인간성을 시험당하는 수용소에서 이런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노력한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지는 그 누구보다 강하지만 남을 짓밟는 타락한 인간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살아남되 정직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그의 신념은 스스로 인간임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비록 겉모습은 머리는 거의 다 빠지고 이빨도 반 밖에 남아있지 않은 슈호프이지만 정신만큼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8년간의 수용소 생활 동안 그는 뇌물을 줘 본 적도, 받아 본 적도 없다. '쉽게 번 돈은 오래가지 않는'다고 믿는 그는 자신이 '무슨 일이든 남보다 못하진 않는다고 자부'한다. 때로는 간수들을 속여 죽 한 그릇을 더 먹기도 하지만 동료 죄수들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슈호프는 동료 죄수가 궐련을 피는 모습을 보며 담배 한 모금이 자유보다 더 간절하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버려가면서까지 남의 입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를 거부한다. 

그는 험난한 수용소에서 자신만의 생존 노하우를 터득한다. 그것은 매 순간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 집중하여 그 안에서 작은 즐거움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능력은 동료와 함께 벽돌을 쌓는 작업을 하면서 최고로 발휘된다. 벽돌을 쌓는 순간 그는 오직 벽돌 쌓는 일만을 생각한다. 벽돌을 훑어보고 어디다 어떻게 놓아야 할지 재빠르게 판단하면서 나름 작전을 세워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작업이 끝난 후 자신의 결과물을 보며 만족해하는 그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슈호프는 지금 경비대가 군견을 데리고 수색을 하러 나온다 해도 쌓아 놓은 벽을 살펴보지 않고는 그냥 갈 수가 없는 성미다. 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쑤욱 훑어본다. 그만하면 괜찮다. 이번엔 벽을 따라서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가며 휜 곳이 없나를 살핀다. 그의 눈 한쪽은 수준기나 진배없다. 반듯하다! 솜씨가 예전 그대로다. (p.165)

 


이런 그의 집중은 먹는 순간에도 잘 나타난다. 식사 시간은 슈호프에게 '경건한 시간'(p.219)이다. 


슈호프는 모자를 벗어 무릎 위에 얹는다. 한쪽 국그릇에 담긴 건더기를 숟가락으로 한 번 휘저어 확인한 다음, 다른 그릇에 담긴 국도 똑같이 확인한다. 웬만큼은 들어 있다. 생선도 걸려든다. (...) 우선, 한쪽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따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뱃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무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번 견뎌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주실 테지! (p.220)


너무나 풍족한 음식에 살이 쪄서 고민인 우리는 뼈와 지느러미가 들어간 멀건 생선국을 먹으며 이런 만족을 느끼는 슈호프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당장의 한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삶에서만 나오는 그 어떤 숭고한 의지를 슈호프에게서 느꼈다. 그 강인한 생명력과 지혜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에게서만 발현되는 것이며, 특히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선한 본성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슈호프는 감옥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내일이나 내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간수들이 다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대신 '어떻게 하면 스프 한 그릇을 더 먹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벽돌을 더 완벽하게 쌓을 수 있을까, 빵을 지금 먹어야 하나 놔뒀다 점심 때 먹어야 하나,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라도 더 벌 수 있을까' 생각한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 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 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 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p.261,262)


너무나 보잘 것 없는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는 슈호프에게 고통에서 오는 분노나 절망은 찾아볼 수 없다. 인간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스탈린 체제의 전체주의에서 체제의 부속품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슈호프, 과연 나라면 슈호프처럼 해낼 수 있을까...


<피에 젖은 땅>을 보다가 읽은 <이반 데니치, 수용소의 하루>는 순한 맛이었다.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슈호프의 모습엔 절망보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피에 젖은 땅>의 역사 속 수천만의 슈호프에겐 희망이 안 보였다. 

작가 솔제니친은 스탈린 전체주의가 저지른 범죄를 고발함과 동시에 그런 고통 속에서도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과 애정을 느끼고 자신의 문학 속에서 그것을 형상화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이 세상의 모든 억압받는 약자에게 솔제니친이 보내는 편지같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10-10 16: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읽은 도선생님의 <죽음의 집의 기록>이 생각나네요. 저런 극한의 환경에서 산다면 희망을 가지기 쉽지 않을텐데 이 책에서는 그래도 긍정적인 내용이 있나보네요~!
역시 🇷🇺 는 어떤면에서 대단한 나라 ~!!

coolcat329 2021-10-10 17:29   좋아요 5 | URL
아!<죽음의 집의 기록>도 있죠. 읽어봐야겠어요~

scott 2021-10-10 17:50   좋아요 4 | URL
저도! 새파랑님 도끼 선생의 자전적인 경험이 담긴 <죽음의 집의 기록>을 떠올렸습니다 !

미미 2021-10-10 16: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이러니하게도 자유를 박탈당하고 선택지가 줄어든 상황에 삶의 찰나,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듯 합니다.🥲

coolcat329 2021-10-10 17:35   좋아요 5 | URL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생존법칙은 늘 놀랍고 때로는 고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식사할 때 꼭 모자를 벗고, 담배 하나도 걸으면서 피지않는 슈호프의 행동이 인상적이에요.

scott 2021-10-10 17: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두권 피에 젖은 땅과 이반 데니치 수용소의 하루를 함께 읽으셨다니 ㅜ.ㅜ

이반 데니치는 피에 젖은 땅에 비하면 그나마 ,,,,

도끼 선생의 작품도 추천 하지만
엘리 위젤의 <나이트> 추천 합니다
중딩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이책, 사춘기 시절 인생의 책이 되었습니다 ^ㅅ^

coolcat329 2021-10-10 18:15   좋아요 5 | URL
네~~검색해보니 책이 많이 있네요~꼭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야 2021-10-10 18: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참 대단하네요.. 그래서 마지막엔 슈호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수용소를 빠져나왔을까요?

coolcat329 2021-10-11 07:28   좋아요 2 | URL
슈호프가 자기 삶을 살아내는 모습은 지금 제 자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성하게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막시무스 2021-10-10 20: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해탈을 한 것일까요? 아니면 부속품으로 하루하루 돌아오는 윤회의 수레바퀴속에 무의식적 적응을 해버린 걸까요? 이게 궁금해 지네요!ㅎ 즐건 연휴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11 07:30   좋아요 1 | URL
살고자 하는 인간생명의 원초적의지 극단적 상황에서만 터득할 수 있는 지혜? 아닐까 싶습니다.
연휴 마지막 날 좋은 하루 되세요!

붕붕툐툐 2021-10-10 21: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두 권을 같이 읽으시다니! 넘 멋지십니다~ 문학은 아무래도 희망이 더 있는 거 같아요. 현실이 더 절망적일 때가 많구요~ㅠㅠ

coolcat329 2021-10-11 07:36   좋아요 2 | URL
네~저도 동감이에요~~<피에 젖은 땅>으로 아픈 마음, <수용소의 하루>읽고 위로 받았네요.

mini74 2021-10-10 2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장말 좋아하는 책이라서 정말 반가워요. 우울하거나 힘들거나 내 자신이 배부른 돼지 ㅎㅎ같은 느낌이 들때 다시 읽는 책이 이반 데니소비치랑 초원의 집이랍니다. 글 정말 잘 읽었어요 *^^*

coolcat329 2021-10-11 07:38   좋아요 3 | URL
아 미니님이 좋아시는 책이군요! 슈호프가 자기 삶을 살아내는걸 보며 저 자신을 돌아보게됐어요. 배부른 나태돼지...
오늘 하루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느끼고 행복하시길요!😉

바람돌이 2021-10-12 00: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읽었던 책의 추억이 다시 새록새록 살아나는 리뷰입니다. ^^

coolcat329 2021-10-12 06:31   좋아요 3 | URL
예전에 읽으셨군요~~제 독후감이 옛 추억을 불러왔다니 기쁘네요~~~

레삭매냐 2021-10-16 21: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피에 젖은 땅에 비하면 순한맛이라고
하니 못 읽고 반납한 그 책을 다시
빌려야 하나요...

scott 2021-11-05 16:14   좋아요 3 | URL
순한 맛 매운 맛 반반입니다
피에 젖은 땅은 피에 젖은 땅 만큼 힘겹고
이 작품은 문학적 서술로 더더욱 감정이입이 되능 ㅠ.ㅠ

scott 2021-11-05 16: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담번 수용소 문학
프리모 레비 작품들 사알짝 추천 합니다 ^ㅅ^

그레이스 2021-11-05 16:38   좋아요 4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미미 2021-11-05 1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저도 축하드려요!!^^*♥

mini74 2021-11-05 17: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넘 재미있게 읽었던 리뷰 !!! 감축드리옵니다 *^^*

새파랑 2021-11-05 18: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수용소~!! 축하드려요 ^^

coolcat329 2021-11-05 19: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축하해주신 스콧님, 그레이스님, 미미님, 미니74님,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

초딩 2021-11-07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경축 경축!
 
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건 네 책이야. 사회의 어른들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이런 다정한 마음.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만 갖춘 소년원 방 사물함에 '너만의 책꽂이'를 만들어주고 싶다. 자신이 열심히 읽은 책들로 채워진 '나만의 서가'가 주는 잔잔한 기쁨을 소년에게 선물하고 싶다. (p.111)


<소년을 읽다>는 평범한 국어교사가 우연히 소년원에서 1년 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교사도 학생도 조금씩 성장해간 기록을 담은 책이다. 

누가 한 번도 책을 읽어 준 경험이 없는 소년, 소년원을 나가도 갈 곳 없는 소년, '먹고 사는 일의 급급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17세 소년, 자신의 잘못으로 경찰서에 온 부모님을 봤을 때 너무 슬펐다는 소년, 엄마 얼굴을 딱 한 번만 보고 싶다는 소년, 에그타르트를 처음 먹어본 소년, 다음에는 '이런 곳'에 있던 시간을 지우고 싶은 소년 들에게 저자 서현숙 선생이 건네는 책들은 단순히 '책이라는 물성을 뛰어넘'는 사랑과 위로의 마음이자, 저자의 말대로 '삶의 어느 길에서 다시 발현될'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믿음은 이 책을 읽는 내 마음 속에도 전해져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함께 준비하면서 소년들에게 삶의 주변인이 아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과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얼마나 나의 삶을 기쁘고 의미있게 해주는지를 알게 해주고자 애쓴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소년들이 죄를 짓고 갇혀 있는 막연한 범죄자가 아닌 각자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삶의 맥락을 지닌 존재'(p.13)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소년원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살면서 '좋은 삶'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소년들에게 저자는 '이들이 좋은 삶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자극'될 것이고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맛있는 음식을 맛봐야 하듯이...


전국의 소년원 10개, 그 안에 있는 청소년이 천 명 정도라고 한다. 타인을 괴롭히고 고통을 가하고 크고 작은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들, 이 중에는 정말 용서가 안 되는 다시는 사회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영혼의 뿌리'까지는 썩지 않은, 사회가 신경쓰고 돌본다면 다시 푸릇푸릇한 건강한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소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와 어른이 노력해야 한다. 


책 속에 등장했던 소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중학교 졸업장을 따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친구도 있겠고, 마음이 아파 여전히 신경안정제를 먹는 친구도 있을 것이며, 어디에선가 돈을 버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나쁜 세계에 빠져 방황하는 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기 싫다.


소년들아, 잘들 지내니? 너희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김동식 작가의 책들은 다 찾아 읽었니? 박찬일 셰프님은 혹시나 너희들에게 전화가 올까, 만약 너희들이 자신의 식당에 오면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고민하셨대...


나는 너희들이 스스로를 '환대'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자신의 마음을 잘 보살피고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책읽기의 재미를 알았으니 그 훌륭한 취미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나는 책을 나이 사십이 다 되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너무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거든. 책을 가까이 하면 이 삭막한 세상에 너희의 마음을 여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거라고 믿어. 그래서 세상과 어우러져 잘 살기를 마음으로 응원할게...화이팅!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10-03 11: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으아니 어쩜 이렇게 깔끔한 정리에 멋진 페이퍼를 작성하시다닛! 감동~~)

coolcat329 2021-10-03 11:46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
툐툐님과 잠자냥님 리뷰 보고, 마침 아이가 읽고 있길래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별거 아닌 부분에서 왜그리 울컥울컥 하던지요...

막시무스 2021-10-03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만으로 맘 따땃해지네요! 스스로를 환대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맘에 닿아요!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03 15:56   좋아요 2 | URL
누군가를 환대하고 또 환대를 받는 그 관계를 저자가 아이들이 체험하게 해주는데 그 안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환대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휴일되세요!

페넬로페 2021-10-03 12: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따뜻하고 예쁜 글입니다.
세상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도 많고 그들이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들이 쌓여갑니다.
살면서 누구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다른곳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coolcat329 2021-10-03 16:04   좋아요 3 | URL
네~페넬로페님 생각에 정말 동감입니다. 저자가 소년들에게 내민 책들이 별거 아닌거 같지만 분명 그 아이들은 선생님과 책 읽은 그 순간만큼은 자기 삶의 소중함을 느꼈을거라 믿어요.

새파랑 2021-10-03 14: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도 따뜻하고 쿨캣님 글도 따뜻하네요.한번 잘못을 했더라도 반성한다면 다시 살아갈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coolcat329 2021-10-03 16:05   좋아요 3 | URL
네~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mini74 2021-10-03 15: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삶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소년들이란 문장에 울컥하게 됩니다 ㅠㅠ
쿨켓님 간절함에 저도 보태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탈하게 잘 자라길.

coolcat329 2021-10-03 16:06   좋아요 3 | URL
네~미니님 감사합니다.
소년들이 부디 책 열심히 읽고 잘 지내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10-03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의 알라딘 서재 방문 첫글이 이렇게 따뜻한 글이네요. 저는 이 책 읽기가 좀 두려워서 계속 미뤄두고만 있어요. 생각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을거 같아서요. 소년원까지 가는 아이들은 사실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일 가능성이 제일 크죠. 저 아이들보다 더 나쁜 짓을 많이 해도 기본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왠만하면 안가거든요. 사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플거 같아요.

coolcat329 2021-10-03 16:12   좋아요 4 | URL
그렇겠네요. ㅠㅠ 책 속의 한 아이는 2년만에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데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어요. 갈 곳도 없어 보호시설로 가는데 그 아이가 누구보다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님~오랫만에 방문하셔서 글 남겨주시니 감사해요

미미 2021-10-03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캣님,저도 너무 늦게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됐어요! 얼마전 인도 다큐를 보다가 궁지에 몰려 살인을 하게된 가장이 우는데 사연들으며 저도 같이 울게 되더라구요. 그 다큐 생각나 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ㅠㅠ 저도 찜~♡

coolcat329 2021-10-04 06:34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양하게 읽고 보고 생각하시는 미미님이죠~😉

인도에는 참 안타까운 사람, 사건들이 많을거같아요.
닭장에 갇혀 사는 줄도 모르는 인도의 국민 99.9 % 기억 나시죠? ㅠㅠ
마지막 연휴 잘 보내세요~~

han22598 2021-10-08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내용의 책이네요 ^^ 여러번 이 책 제목을 보면서 괜히 한강의 ‘소년이 온다‘ 때문인지...이런 이야기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도 이 책 읽어볼게요. 또 낯선 곳에서 유일한 친구가 책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