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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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네 책이야. 사회의 어른들이 너에게 주는 선물이야. 이런 다정한 마음.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만 갖춘 소년원 방 사물함에 '너만의 책꽂이'를 만들어주고 싶다. 자신이 열심히 읽은 책들로 채워진 '나만의 서가'가 주는 잔잔한 기쁨을 소년에게 선물하고 싶다. (p.111)


<소년을 읽다>는 평범한 국어교사가 우연히 소년원에서 1년 간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교사도 학생도 조금씩 성장해간 기록을 담은 책이다. 

누가 한 번도 책을 읽어 준 경험이 없는 소년, 소년원을 나가도 갈 곳 없는 소년, '먹고 사는 일의 급급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17세 소년, 자신의 잘못으로 경찰서에 온 부모님을 봤을 때 너무 슬펐다는 소년, 엄마 얼굴을 딱 한 번만 보고 싶다는 소년, 에그타르트를 처음 먹어본 소년, 다음에는 '이런 곳'에 있던 시간을 지우고 싶은 소년 들에게 저자 서현숙 선생이 건네는 책들은 단순히 '책이라는 물성을 뛰어넘'는 사랑과 위로의 마음이자, 저자의 말대로 '삶의 어느 길에서 다시 발현될'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이런 믿음은 이 책을 읽는 내 마음 속에도 전해져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저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함께 준비하면서 소년들에게 삶의 주변인이 아닌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과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얼마나 나의 삶을 기쁘고 의미있게 해주는지를 알게 해주고자 애쓴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소년들이 죄를 짓고 갇혀 있는 막연한 범죄자가 아닌 각자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삶의 맥락을 지닌 존재'(p.13)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소년원에도 사람이 살고 있'음을 감동적으로 들려준다. 


살면서 '좋은 삶'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소년들에게 저자는 '이들이 좋은 삶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자극'될 것이고 '좋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맛있는 음식을 맛봐야 하듯이...


전국의 소년원 10개, 그 안에 있는 청소년이 천 명 정도라고 한다. 타인을 괴롭히고 고통을 가하고 크고 작은 나쁜 짓을 저지른 아이들, 이 중에는 정말 용서가 안 되는 다시는 사회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영혼의 뿌리'까지는 썩지 않은, 사회가 신경쓰고 돌본다면 다시 푸릇푸릇한 건강한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소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회와 어른이 노력해야 한다. 


책 속에 등장했던 소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중학교 졸업장을 따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친구도 있겠고, 마음이 아파 여전히 신경안정제를 먹는 친구도 있을 것이며, 어디에선가 돈을 버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나쁜 세계에 빠져 방황하는 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기 싫다.


소년들아, 잘들 지내니? 너희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김동식 작가의 책들은 다 찾아 읽었니? 박찬일 셰프님은 혹시나 너희들에게 전화가 올까, 만약 너희들이 자신의 식당에 오면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 고민하셨대...


나는 너희들이 스스로를 '환대'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어. 자신의 마음을 잘 보살피고 어루만져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책읽기의 재미를 알았으니 그 훌륭한 취미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나는 책을 나이 사십이 다 되어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너무 후회하는 것 중의 하나거든. 책을 가까이 하면 이 삭막한 세상에 너희의 마음을 여는 일이 조금은 쉬워질거라고 믿어. 그래서 세상과 어우러져 잘 살기를 마음으로 응원할게...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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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03 11: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으아니 어쩜 이렇게 깔끔한 정리에 멋진 페이퍼를 작성하시다닛! 감동~~)

coolcat329 2021-10-03 11:46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
툐툐님과 잠자냥님 리뷰 보고, 마침 아이가 읽고 있길래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어요. 별거 아닌 부분에서 왜그리 울컥울컥 하던지요...

막시무스 2021-10-03 1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이퍼만으로 맘 따땃해지네요! 스스로를 환대하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맘에 닿아요! 즐건 휴일되십시요!ㅎ

coolcat329 2021-10-03 15:56   좋아요 2 | URL
누군가를 환대하고 또 환대를 받는 그 관계를 저자가 아이들이 체험하게 해주는데 그 안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환대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막시무스님도 즐거운 휴일되세요!

페넬로페 2021-10-03 12: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따뜻하고 예쁜 글입니다.
세상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도 많고 그들이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들이 쌓여갑니다.
살면서 누구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다른곳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coolcat329 2021-10-03 16:04   좋아요 3 | URL
네~페넬로페님 생각에 정말 동감입니다. 저자가 소년들에게 내민 책들이 별거 아닌거 같지만 분명 그 아이들은 선생님과 책 읽은 그 순간만큼은 자기 삶의 소중함을 느꼈을거라 믿어요.

새파랑 2021-10-03 14: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책도 따뜻하고 쿨캣님 글도 따뜻하네요.한번 잘못을 했더라도 반성한다면 다시 살아갈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coolcat329 2021-10-03 16:05   좋아요 3 | URL
네~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mini74 2021-10-03 15: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삶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한 소년들이란 문장에 울컥하게 됩니다 ㅠㅠ
쿨켓님 간절함에 저도 보태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무탈하게 잘 자라길.

coolcat329 2021-10-03 16:06   좋아요 3 | URL
네~미니님 감사합니다.
소년들이 부디 책 열심히 읽고 잘 지내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21-10-03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의 알라딘 서재 방문 첫글이 이렇게 따뜻한 글이네요. 저는 이 책 읽기가 좀 두려워서 계속 미뤄두고만 있어요. 생각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을거 같아서요. 소년원까지 가는 아이들은 사실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일 가능성이 제일 크죠. 저 아이들보다 더 나쁜 짓을 많이 해도 기본적으로 부모의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왠만하면 안가거든요. 사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플거 같아요.

coolcat329 2021-10-03 16:12   좋아요 4 | URL
그렇겠네요. ㅠㅠ 책 속의 한 아이는 2년만에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데 아무도 찾아오는 이가 없어요. 갈 곳도 없어 보호시설로 가는데 그 아이가 누구보다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님~오랫만에 방문하셔서 글 남겨주시니 감사해요

청아 2021-10-03 16: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캣님,저도 너무 늦게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됐어요! 얼마전 인도 다큐를 보다가 궁지에 몰려 살인을 하게된 가장이 우는데 사연들으며 저도 같이 울게 되더라구요. 그 다큐 생각나 더 공감하며 읽었습니다.ㅠㅠ 저도 찜~♡

coolcat329 2021-10-04 06:34   좋아요 1 | URL
그러셨군요. 지금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다양하게 읽고 보고 생각하시는 미미님이죠~😉

인도에는 참 안타까운 사람, 사건들이 많을거같아요.
닭장에 갇혀 사는 줄도 모르는 인도의 국민 99.9 % 기억 나시죠? ㅠㅠ
마지막 연휴 잘 보내세요~~

han22598 2021-10-08 0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내용의 책이네요 ^^ 여러번 이 책 제목을 보면서 괜히 한강의 ‘소년이 온다‘ 때문인지...이런 이야기일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도 이 책 읽어볼게요. 또 낯선 곳에서 유일한 친구가 책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