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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ㅣ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평점 :
예일대학의 역사학자이자 이 책의 저자인 티머시 스나이더(Timothy Snyder 1969~), 그가 '피에 젖은 땅(Bloodlands)'이라 부르는 곳에서 나치와 소비에트 러시아는 12년 동안 약 1400만 명의 사람을 살육했다. 이 책은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의 유럽에서 일어난 잔악 행위에 대한 보고서이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왜 죽을 수 밖에 없었는지, 너무나 끔찍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을 작가는 많은 자료와 연구를 토대로 낱낱이 보여준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히틀러와 스탈린의 범죄를 같이 다룸으로써 20세기 중반 유럽 대륙의 중앙에서 두 독재자가 어떻게 상호작용을 했는지 보여주고, 이 시기에 일어난 대량학살의 ‘참모습’, 예를 들면1933년에서 1945년 사이에 살육된 1400만 명의 사람 중에 반 이상은 인위적인 굶주림으로 죽었으며, 홀로코스트의 대표적인 일례로 아우슈비츠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무시무시한 살인공장이 가동된 곳은 트레블린카, 소비부르, 베우제츠 같은 절멸수용소였다는 사실 등, 인류역사상 최악의 대량 살육 시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좁은 시각을 좀 더 폭넓게 확장시켜준다.
이 책은 ‘인간성에 대한 질문’이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끊임없이 나열되는 학살 장면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개개인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은 죽어간 이들이 단순히 역사 속에서 숫자로 기록된 희생자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삶이 있는 개인이라는 사실을 작가는 강조한다. 숫자를 사람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