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약 250만 년 전 아프리카 동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인류는 시작된다. 약 2백만 년 전 고향을 떠나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으로 이주한 이 '남쪽의 유인원'(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뜻)들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는데 그들이 바로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이며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우리 종인 호모 사피엔스도 역시 이 때 생겨났다. 


유발 하라리가 마흔도 안 된 나이에 발표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사피엔스>는 7만 년 전, 아프리카의 변두리에서 별 볼일 없는 존재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쩌다가 지구의 지배자이자 더 나아가 파괴자까지 되었는지,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지혁명, 1만 2000년 전의 농업혁명, 500년 전부터 시작된 과학혁명이라는 세 가지 큰 틀을 제시해 설명하는 책이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p.19)


이 질문은 바로 이 책의 주제와 연결된다. 


250만 년에 걸친 거대한 인류 역사를 경제학, 인류학, 생물학, 역사학, 현대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 인문 교양 도서이다. 

무엇보다 거대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담고 있기에 그 내용이 굉장히 방대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는 자신만의 참신한 시각으로 몇 개의 키워드를 선택해 명료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간혹가다 보이는 작가의 냉소적인 유머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만일 좀 더 많은 사람이 멸종의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에 대해 안다면, 스스로가 책임이 있는 제3의 물결에 대해서 덜 초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종을 절멸시켰는지를 안다면, 아직 살아남은 종들을 보호하려는 의욕이 좀 더 생길 것이다. - P117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 P124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 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 P342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했던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 (그거라면 공짜로 베끼거나 사들일 수도 있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년화할 수 없었다. 프랑스와 미국이 재빨리 영국의 발자국을 뒤따랐던 것은 가장 중요한 신화와 사회구조를 이미 영국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은 사회에 대한 생각과 사회의 조직 방식이 달랐던 탓에 그렇게 빨리 따라잡을 수 없었다. - P399

우리는 다른 모든 동물의 운명을 깡그리 무시할 때만 현대 사피엔스가 이룩한 전례 없는 성취를 자축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질병과 기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물질적 부를 자랑하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실험실의 원숭이, 젖소, 컨베이어 벨트의 병아리의 희생 덕분에 축적된 것이다. 지난 2세기에 걸쳐 수백억 마리의 동물들이 산업적 착취체제에 희생되었으며, 그 잔인성은 지구라는 행성의 연대기에서 전대미문이었다. 만일 우리가 동물권리 운동가들의 주장을 10분의 1만이라도 받아들인다면, 현대의 기업농은 역사상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르는 중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구 전체의 행복을 평가할 때 오로지 상류층이나 유럽인이나 남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류만의 행복을 고려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일 것이다. - P535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친구라고는 물리법칙밖에 없는 상태로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의 친구인 동물들과 주위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운 이외에는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 P588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2-03-15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산 줄 알고 나의 계정에서 검색해 보니 안 샀네요.ㅋㅋ
유발 하라리의 다른 책을 샀고 반 이상 읽은 걸로 기억해요. 찾아봐야겠어요.
인간에 대해 연구해서 쓴 글은 언제나 관심이 가지요.^^

coolcat329 2022-03-16 08:41   좋아요 3 | URL
너무 이런 쪽으로 무식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새파랑 2022-03-15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표지랑 제목을 많이 봐서 익숙한데 정작 저는 이 책을 안읽어봤어요 😅 유발 하라리가 이 책을 마흔 전에 썼다는게 놀랍네요 ㅋ

coolcat329 2022-03-16 08:52   좋아요 3 | URL
유발 하라리가 76년생 이더라구요. 중반까지는 소설만큼 재밌었어요~😊

scott 2022-03-15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이제 인류는 디지털 사피엔스로 진화 중 ^ㅅ^

coolcat329 2022-03-16 08:56   좋아요 3 | URL
작가 말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쪽으론 아는게 없으니 그저 작가의 통찰과 시선이 참 재밌고 놀라웠어요.😉

mini74 2022-03-16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만화책으로도 나왔는데 서점에서 꼬맹이가 읽고 있는거 보고 놀랐어요. 요즘 애들은 우와 하면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