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불편한 편의점>은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호연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 소설이다.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편의점이 그려진 표지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하는 걸 보니 일상 속 소소한 행복,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위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절실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파동 다세대 주택 골목 1층에 자리 잡은 Always 편의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고단한 인생들의 사연을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은 <불편한 편의점>은 '독고'라는 미스터리한 노숙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독고는 서울역에 기거하는 덩치 큰 노숙자로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어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느리다. 이런 그가 어느 날 정년퇴직한 역사 교사이자 현재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염영숙 여사가 날치기 당한 지갑을 찾아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더럽고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노숙자이지만 정직하고 경우가 바른 독고에게 염 여사는 앞으로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자기 편의점에 와서 도시락을 먹으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야간 알바 자리가 비게 되고 급하게 사람을 구해야 하는 염 여사는 독고를 야간 알바로 고용한다. 자신의 과거도 기억 못하며 말과 행동이 어눌한 독고가 눈치 있게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편의점 알바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웬걸, 독고는 그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배울 뿐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손님 응대해 나간다. 


이야기는 독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전개되는데, 저녁 알바를 맡고 있는 20대 취업준비생 시현, 오전 알바로 생계를 꾸려가는 50대 오선숙, 퇴근 후 밤마다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으로 삶의 고단함을 달래는 마흔넷의 영업사원 경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글을 쓰러 청파동으로 온 30대 희곡 작가 인경, 사업 자금을 위해 호시탐탐 편의점을 노리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뒷조사를 하는 흥신소 곽씨가 그들이다. 이들이 독고에게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자 아픔이다. 독고는 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그때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을 해주는데 그의 입에서 무심코 나오는 말들은 묘하게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독고 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p.108)]


선입견으로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던 관계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공감과 위로로 바뀌는 과정이 7개의 에피소드에 걸쳐 나오는데 매 장면이 훈훈하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독고 말대로 쉽게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이렇게 푸근한 적이 없었던거 같다.

'이렇게 경우도 바르고 성실하게 일하는 독고가 어쩌다가 알콜 중독으로 치매까지 걸리고 노숙인 신세가 되었을까?' 궁금증이 깊어지는 가운데 소설 끝에서 밝혀지는 그의 사연은 소설 내내 남의 이야기를 듣던 독고가 마침내 우리에게 들려주는 참회록이자 고백이다.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 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 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웅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 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p.252,253)]


소시민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웃음과 위로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중학교 추천도서일 정도로 재미있으며 가독성이 매우 높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 겪는 삶의 애환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따뜻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편의점>을 찾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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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3-07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편의점 사장님 너무 다정해서 가슴 찡한 대목이 많았어요! 현실에서 과연 이게 가능할까? 어른동화같단 생각을 했지만 이런 이야기, 쿨캣님 말씀처럼 이런 위로도 필요하다고 느꼈네요^^*

coolcat329 2022-03-08 06:54   좋아요 2 | URL
어른 동화 맞아요~^^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지만 소설속에서라도 마음먹고 노력한대로 풀리는 삶들을 보니 참 좋더라구요. 염여사, 독고씨 캐릭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의 온기를 저도 나눈거 같아요.☺

mini74 2022-03-07 21: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갔더니 인기순위더라고요. 예약이 엄청난 책이었습니다 ㅎㅎ 따뜻한 이야기인가 봅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어울리는 책같아요 *^^*

coolcat329 2022-03-08 06:58   좋아요 2 | URL
이책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어 다른 경로로 구했답니다.ㅎ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따뜻한 위로, 공감, 소통에 있는거 같아요.
이 책의 성공때문인지 요즘 비슷한 분위기의 책들이 속속 보이네요.

scott 2022-03-07 23: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추천 도서!ㅎㅎ
위로와 따스함이 필요한 시대!
이책은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ㅅ^

coolcat329 2022-03-08 06:59   좋아요 4 | URL
네 저희 아이 중학교 겨울방학 추천도서더라구요.ㅋㅋ
교과서 수록 저도 찬성입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2-03-08 07: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웃음과 위로가 되는 책이군요~! 저랑은 잘 안맞을 확률이 높겠군요 😅 참참참 처음 보는 조합인데 왠지 맛있어 보입니다 ^^

coolcat329 2022-03-08 09:04   좋아요 2 | URL
네 ~그럴거같습니다.ㅋㅋ
저는 편의점 잘 안가는데 이 소설 읽으니 가고 싶더라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