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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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 에밀 졸라(Emile Zola 1840~1902)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목로주점>은 제2제정하의 프랑스 사회상과 민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졸라가 기획한 20권의 루공-마카르 총서 중 7번째 작품이다. 1877년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 민중의 삶을 너무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하여 비판을 받았으나 상업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두어 작가에게 경제적인 안정과 작가로서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졸라는 소설의 서문에서 '<목로주점>은 민중을 묘사한 최초의 소설로 거짓 없이 진실을 얘기하는, 민중의 향기를 담은 소설'이라고 말한다. 세탁부인 하층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는 거 자체가 사회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금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졸라는 <목로주점>을 통해 '민중의 삶을 파고 들어가 자신의 시선과 목소리를 민중의 그것과 하나가 되게 하려고 시도한 작가'(p.350, 2권 작품해설)였으니 그의 작품세계는 가히 독자적이라고 할 만하다. 


졸라가 처음에 생각했던 <목로주점>의 제목은 '제르베즈 마카르의 소박한 삶'이었다고 한다. 

주인공 제르베즈는 고향에서 늘 술에 취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건달 같은 남자 랑티에를 만나 열네 살에 클로드(루공-마카르 총서 14th <작품>의 주인공)를 낳고 열여덟 살에 에티엔(루공-마카르 총서 13th <제르미날>의 주인공)을 낳는다. 두 사람은 랑티에의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가지고 두 아이를 데리고 파리 외곽으로 온다. 하지만 랑티에는 동네 여자랑 바람이 나 도망치고, 22살의 제르베즈는 세탁부 일을 해가며 아이들을 홀로 키운다. 그런 그녀에게 같은 건물에 사는 함석공 쿠포가 다가오고,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제르베즈에게 그는 끈질기게 청혼,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두 사람은 열심히 일하며 꾸준히 저축을 한 덕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게 되고 그 사이 딸 나나(루공-마카르 총서 9th <나나>의 주인공)도 태어난다. 나나가 3살이 되던 해 제르베즈는 자신의 세탁소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갖는데 그 꿈이 이루어지려는 찰나 이들 부부에게 비극이 일어난다. 지붕에서 일을 하던 쿠포가 딸 나나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보려다가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세탁소를 차리려던 돈은 쿠포의 치료비로 다 나가게 되고 치료를 받으며 쉬던 쿠포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위도식하는 즐거움'에 빠져 술집을 전전하며 빈둥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소 제르베즈를 흠모하던 옆집 청년 구제가 가게를 얻는데 드는 돈을 빌려주고 마침내 제르베즈는 그토록 꿈꾸던 자신의 세탁소를 차리게 된다. 세탁소는 나날이 번창하고 제르베즈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음에 행복해한다.


[제르베즈는 자신이 과거에 꾸었던 꿈에 대해 얘기했다. 어느 날 무일푼 신세로 거리로 나앉게 되었을 때 간절히 바랐던 것은 일을 하고, 빵을 배불리 먹고, 몸을 누일 조그만 방 한 칸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지고도 남은 셈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가졌고, 그것도 꿈꾸던 것 이상으로 가졌다. (p.221 1권)]


그러나 제르베즈의 이런 성취감을 비웃듯 불운은 살금살금 그녀 곁으로 다가온다. 쿠포는 술에 빠져 알콜중독 증상을 보이며 점점 더 허세를 부리며 난폭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제르베즈의 삶에서 최고의 날이었던 그녀의 생일날 랑티에가 돌아오면서 그녀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통속적인 이야기이다. 지금 봐도 그 막장스러움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스토리가 당시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싶다. 첫 장 세탁장에서 두 여자가 벌이는 난투와 거침없는 욕설을 시작으로 매 장면마다 펼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파렴치한 행동들과 노골적인 상황 묘사는 때로는 기가 차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졸라는 서문에서 '악취를 풍기는 우리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전락해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졸라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적인 기질과 주변 환경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문학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쿠포의 알콜중독이 심해지고 랑티에까지 얹혀 살게 되면서 자기 통제력을 잃어 가던 제르베즈에게 아버지의 알콜중독 성격과 평생을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며 살다 간 어머니의 무기력함이 나타나 그녀의 삶을 변화시키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제르베즈가 사는 환경은 어떠한가.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는 늘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곳이다. 자기의 이익에 따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를 반복하며 서로 헐뜯고 남이 잘 되는 꼴을 보면 시기하고 질투한다. 졸라는 이런 하층민들이 특별히 악하거나 나약해서가 아니라 '배움이 부족하고 , 거친 노동과 비참함이 지배하는 환경 때문에 망가진 것뿐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가난한 환경과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 그토록 열심히 억척스럽게 살던 제르베즈를 음식에 집착하고 술에 의존하는 나태한 인간으로 만들어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졸라는 자신의 첫 자연주의 소설 <테레스 라캥>서문에서 자신의 소설이 '무엇보다도 과학적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리는 인간은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이며 그들은 단순한 인간이 아닌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기질과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삶을 자신의 소설 속에서 보여주고자 노력한 작가, 에밀 졸라.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데 유전적인 기질과 주변 환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백문이 불여일독'이라고 읽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소설 <목로주점>, 19세기 프랑스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를 아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1권 표지 <세탁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1864~1901)

낮에 세탁부로 일하고 밤엔 로자 라 루즈라는 이름으로 캬바레에서 노래부르며 몸도 팔던 카르망 고댕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로트렉 작품 가운데 최고가로 낙찰되었다고 한다. 

로트렉은 조용하고 병약한 그녀를 굉장히 아꼈다고 한다. 세탁으로 거칠어진 손과 유난히 새하얀 셔츠가 대비되면서 당시 여성 노동자의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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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01 14:4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랑티에 진짜 발암중의 발암인 놈입니다 ㅋ 에밀 졸라의 작품을 보면 유전의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목로주점 표지 보면 저 앞 머리카락 때문에 잘 보일까? 라는 걱정이 듭니다 😅

coolcat329 2022-03-01 16:19   좋아요 5 | URL
진짜 발암인간입니다. 근데 빨래터에선 그렇게 잘 싸우던 제르베즈가 왜 랑티에한테는 화도 안 내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ㅠ

청아 2022-03-01 15: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세문집 표지가 늘 적절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 그림도 제르베즈와 무척 어울렸는데 역시 모델이 세탁부였군요. 투잡을 해야만했던 고된삶이라니...랑티에와 쿠포에게 우리나라 막장의 김치 싸다구를 날려주었다면 얼마나 통쾌했을까요 ^^*

coolcat329 2022-03-01 16:21   좋아요 7 | URL
세탁부를 그린 화가가 많은데 저는 로트렉의 이 그림이 제일 좋더라구요.
표지를 잘 선택한거 같아요.
김치싸다구 ㅋㅋ 그놈들 김치도 아깝습니다.

잠자냥 2022-03-01 17:07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 김치도 아까운 놈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3-01 17:12   좋아요 5 | URL
김치 싸다구
우리나라의 전매특허~~
랑티에와 쿠포에게도 날리고 싶어요~~

scott 2022-03-01 17:17   좋아요 5 | URL
싸다구 요렇게
👋💨

페넬로페 2022-03-01 17: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리된 글로 다시 한번 목로주점을 읽습니다. 그때의 느낌이 다시 떠오르네요.
알라딘 서재의 좋은 점은
제가 놓친 부분을 새롭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전 이 책의 내용에 너무 몰두하느라 책의 표지는 그냥 무심코 넘어 갔거든요.
로트렉의 ‘세탁부‘ 이군요.
이 책을 읽어서인지 그림의 분위가 남달리 느껴지는데요^^

coolcat329 2022-03-02 07:50   좋아요 3 | URL
네 이제는 로트렉 이 그림 보면 목로주점이 바로 떠오를거 같아요~

mini74 2022-03-01 20: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아요 ~ 로트렉의 세탁부 저도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그 당시 멸시받던 이들을 따뜻하게 있는 그대로 그려준 화가, 어찌보면 화가와 작가의 시선이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 쿨캣님의 좋은 서평 잘 읽었어요 ~

coolcat329 2022-03-02 10:46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이 그림 좋아하시는군요~파리의 밑바닥 인생들이 로트렉을 있는 그대로 받아줬기 때문에 로트렉도 그들을 이런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하루되세요~

레삭매냐 2022-03-04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1권이 지금 제 책상
위에 있는데...

제법 읽었네요. 다시 분발해서 달
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