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화된 희생양,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 왕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푸른시원
소포클레스 지음, 천병희 옮김, 양운덕 / 도서출판 숲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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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log.naver.com/chanwoolee/221618153604>

 

 

 

<오이디푸스 왕> 은 그냥, "원전 완역을 읽었다." 로 리뷰를 끝내야 할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하니 읽을 것도 볼 것도 너무 많다. 너무 유명한 이야기에 너무도 다양한 해석이 더해져 수천 년 동안 오이디푸스가 사로잡은 정신이 얼마나 많았는 지를 짐작하게 한다.

 

 

 

 

 

 

 

'숲' 출판사의 '푸른시원' 시리즈로 나온 이 책의 끝에는 철학자 양운덕이 쓴 '『오이디푸스 왕』을 읽는 몇 가지 방식' 이라는 해설이 붙어 있다. 여기서 ' 몇 가지'는 베르낭의 해석, 지라르의 해석, 구스의 해석을 말한다. 이 세가지 해석을 엮어서 양운덕 본인의 해석을 만들어 냈으니, 이 책에만 벌써 네 가지 해석이 소개되어 있다.

 

해석은 언감생심이고 해설도 턱없지만, 여기 저기 주워 듣고 읽은 것을 짜집기 해서 읽은 흔적을 남겨둔다.

 

 

 

 <낙소스 스핑크스, 델포이 고고학 박물관>

https://www.dailian.co.kr/news/view/452680

 

 

스핑크스는 이집트에서 유래했지만 희랍으로 건너와 다른 의미를 획득했다. 인간을 해치는 괴수로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고, 인간의 사후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추앙받기도 했다.

 

 

 https://news.v.daum.net/v/20140720181008209

 

https://www.dailian.co.kr/news/view/452680

 

 

희랍 각 지역에서 기원전 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스핑크스 상이 발굴되었다. 특히 희랍 최고의 신탁으로 숭배되던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보물창고 앞, 원주 위에 서 있던 '낙소스의 스핑크스' 는 빼어난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낙소스인들이 아폴론에게 봉헌한 것으로 길이 12m의 높다란 원주 위에 세워져 있다.

 

 

 

 앵그르,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1808

 

 

오이디푸스가 만난 스핑크스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오이디푸스의 불행은 신탁이 내린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으나, 그것을 실현시킨 것은 스핑크스였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오이디푸스에게는 매우 익숙한 문제였다.  오이디푸스는 '발을 아는 자' 이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230쪽>

 

 

 

오이디-푸스의 'pous'는 발이다.  'oidi'는 부은(oidos) 혹은 아는 (oida) 이다. Oidi-pous는 발이 부은 자이지만, 발을 아는 자이기도 하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바로 그 '발pous을 아는oida가' 였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고 답했다. 스핑크스는 자살하고, 테바이의 재앙은 사라졌다. 정답인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을 알았다. 인간에 관한 한 가장 지혜로운 인간으로 인정받은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의 왕이 되고 전왕의 부인을 왕비로 얻었다. 오이디푸스의 지혜가 테바이를 구하고 오이디푸스 자신에게 영광을 가져다 주었다. 

 

 

귀스타브 모로,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1864  

 

  

오이디푸스는 수수께끼를 풀었다. 그런데 스핑크스는 죽은 것이 아니라 오이디푸스의 무의식으로 억압되었다. 마주보고 있는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는 마치 거울상과 같다. 이제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가 된다. 오이디푸스는 누구인가?

 

 

 <오이디푸스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237쪽>

 

  

오이디푸스가 수수께끼를 풀고 테바이를 구한 대가로 받은 선물인 이오카스테는 전왕 라이오스의 왕비인 동시에 오이디푸스의 엄마이다. 둘은 두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을 낳는다. 이 네 명은 오이디푸스의 자식인 동시에 형제이다. 선물은 재앙이 되고 3세대가 뒤섞인다.

 

 

 

https://blog.naver.com/ccr124/80027071939

 

  

 

1세대는 세 발, 2 세대는 두 발, 3 세대는 네 발 이라고 생각해 보면,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진정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이디푸스는 인간이라고 말하기 전에 오이디푸스 자신이라고 답해야 했다.  수수께끼는 인간의 근원적 질문, "나는 무엇인가" 로 귀착된다.

 

 

 

  <오이디푸스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237쪽>

 

  

오이디푸스는 자기가 생각한 자기와 정반대인 자기를 대면하고 파멸한다. 테바이의 영웅이 테바이의 재앙이고, 수수께끼를 푼 자가 수수께끼 자체이고, 가장 지혜로운 자가 아무것도 보지 못한 눈 먼자이다.

 

 

 

 <문학 고전 강의>

 

  

 

점토판에 갈대 끝으로 새긴 인류 최초의 영웅 이야기, 『길가메쉬 서사시』도 질문 한다. "너는 누구인가?" 혹은 "너는 무엇인가?" "너의 본질은 무엇인가?" 

 

 

적어도 4천년 전 무렵 길가메쉬 서사시가 토판에 쓰이기 시작한 이래로 인간은 끊임없이 질문해 왔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길가메쉬는 인간은 필멸의 존재라는 것을 알았을 뿐이고, 너 자신을 알라고 무수히 외친 소크라테스도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만을 알았을 뿐이다.

 

오이디푸스는 무엇을 알았는가? 이집트인의 수수께끼는 이집트인에게도 수수께끼이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하면서 인간은 인간에게 수수께끼가 되었다. 

 

 

 

프로이트는 무의식의 발견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에 비유했다. 데카르트에 따르면 인간의 본질은 사유이다. 의식이 인간의 주인이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무의식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발견을 한 이래 인간은 스스로의 주인의 자리에서도 쫓겨났다. 우주의 중심에서 인간을 쫓아낸 코페르니쿠스, 특별한 창조물의 지위에서 인간을 추방한 다윈, 그리고 인간 자신의 주인의 위치마저도 빼앗은 프로이트에 의해서 인간의 굴욕이 완성되었다.

 

(이 책의 해설이 소개하는 '구스의 해석'에는 스핑크스를 무의식으로 보지만, 프로이트의 무의식과는 다르다. 의식적인 주체만이 무의식을 구성할 수 있다고 보며, 프로이트와 선을 긋는다 . p301~2)

 

 

 <오이디푸스왕/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240쪽>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끝없이 이어졌지만, 그 누구도 질문을 종결짓지 못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는 답해지지 못했고, 오이디푸스는 그 자신이 질문이 되었다.

 

 

* 덧붙임 (2020.10.22)

 

1. 구조에 관해 :  원환적?

 

 

 

2. 주요 문제

 

 1) Who am I ? : reflection

 2) 자유 의지 : 귀책성과 윤리

 3) 희생양의 역사 : 재앙과 정화

 

 

 

 

* 여기에 사진찍어 올린 이 책의 해설 내용은 모두 베르낭의 해석에 관련된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이 베르낭의 해석을 따라 쓰인 것은 아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했을 뿐이므로, 베르낭의 견해를 제대로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다. 양운덕의 해설과도 거리가 있다. 그냥 이것 저것 생각나는 대로 써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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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이디푸스 왕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읽기 위하여
    from 말리 2020-08-20 21:31 
    희랍 문화는 고대 아테나이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기원전 6세기를 전후하여 민주정이 발전하기 시작한 아테나이는 기원전 5세기 초에 페르시아 전쟁에 승리하면서 정치 ·경제 ·문화의 절정기를 맞는다. 델로스 동맹의 맹주로 희랍 세계를 호령하면서 아테나이는 제국의 길로 들어선다. 아테나이의 야망에 두려움과 시기심을 느낀 스파르타가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결성한다. 양분된 희랍 세계는 기원전 5세기 후반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라는 27년 간의 내전을 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