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강요된 침묵 - 정치적 중립의 역설
설진성 지음 / 살림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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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나라나 그렇듯 한국도 교육에 중립을 강조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미성년인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에서 편향적인 가치를 강조한다면 학생이 향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자라기 어렵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립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정치적 중립이 가장 중요하며, 종교적 중립도 어느 정도는 들어간다. 한국은 유독 기독교에 관대하여 한 때 크리스마스 파티나 카드만들기, 트리만들기 등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하던 때도 있었으며 지금도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종교적 중립은 전체적으로 지켜지는 느낌이지만 기독교에 편파적인 면이 상당히 있다. 

 정치적 중립은 매우 강력하다.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기본법 등 여러 가지 법이 학교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의 굴레를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같은 국민의 한 사람인 교사들에게서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란 기본권을 박탈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민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이는 정치에 대한 혐오와 학생의 미성숙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독재정권 때부터 비롯된 현재의 주요 흐름 만을 따라는 정치적 조용함이 생존을 보장했던 암울했던 시대의 잔상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서의 정치적 중립을 없었다. 그들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교육했기 때문이다. 박정희가 만들어낸 국민교육헌장을 암송했고, 노동자를 희생시키고, 자본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교육과정이 실행되었다. 사실 정치적 중립은 그것에 반대하는 진영에만 가혹하게 적용되었다. 

 일단 교사에게 박탈하는 참정권은 상당한 편이다. 한국의 교사는 정당의 생성 및 가입의 금지, 일체의 정치단체 생성 및 가입의 금지, 선거운동 금지, 공무 외의 집단 행위 금지, 정치후원 및 그 회원의 금지, 공직 선거 출마가 금지된다. 이는 상당히 지나친 편인데 한국과 유사한 수준의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핀란드, 네덜란드, 덴마크, 이탈리아,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 대부분의 국가들은 교사의 정당활동과 정치적 후원, 출마, 선거운동을 허용한다. 이 중 제한하는 것은 나라마다 어쩌다 한 개 정도 뿐이며 한국처럼 교사를 정치적으로 완전히 거세하는 국가는 오직 일본뿐이다. 그 나라의 민주 정치 수준은 뭐 다들 아는 수준이다.

 책의 저자는 이제 교사에게 참정권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거는 간단하다. 교사도 민주시민이므로 그의 공무에 따른 제한은 최소화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하지만 비교하다시피 한국의 교사들에 대한 참정권의 제한은 상당히 강력하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을 허용하고 교육과정 및 수업의 운영에 있어 정치적 중립만을 강요해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참정권의 제한은 불공평한 면도 있다. 우선 초중등 즉, 초등, 중등, 고등학교의 교사는 참정권이 부정되는 반면 대학의 교원은 이 모든게 허용된다. 논리는 간단하다. 대학의 교원은 성년을 교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정권이 만 18세로 내려오고, 정당 가입 가능 연령은 16세까지 내려온 지금은 이게 애매하다. 고등학생이 사실상 정치적 성년으로 취급받는 셈인데 그렇다면 고교를 담당하는 교사는 참정권을 허용해도 되는 셈이 된다. 그리고 고교 교사는 상황에 따라 중학교에서도 일하게 되는데 이러면 문제는 더욱 애매해진다. 고교에서 근무하면 참정권이 허용되고 중학교로 가면 부정되는 웃지못할 논리이기 때문이다. 종교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종교라는 상당한 편향적 가치를 가진 도구를 미성년에게 적극 전파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리고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종교 장소에서 정치적 편향성도 상당히 드러내며 이를 미성년에게 거리낌 없이 전파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런 것들에 대해 문제를 삼지 않으며 법적인 제한이 전혀 없다. 반면 오히려 더욱 높은 민주시민성을 갖고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정치적 감시도 상당히 이뤄지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에겐 그런 것을 강조한다. 앞뒤가 상당히 맞지 않는 부분이다. 

 교사에게 참정권을 허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민주시민의 양성때문이다. 교사는 정치적 중립이 법적으로 강하게 강조 되기에 교육을 함에 있어 상당히 조심스럽다. 사회과나 국어, 도덕과 등 여러 교과에서 교육을 하다보면 현재 사회에서 벌어지는 상당히 많은 일들을 소재로 다룰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교육효과가 더욱 높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강요된 중립성으로 인해 그런 시도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교사가 아무런 파당성을 갖지 않거나, 혹은 과도한 파당성을 갖고 이를 적극적으로 전수하는 것 보다는 교사가 합당한 정치적 신념을 갖되 이를 강요 및 주입하지 않고 교육을 하는 것이 교육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의 굴레에 과도하게 갇히지 않아야 현실 세계의 문제를 교육현장으로 가지고 올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이 실생활 문제를 접하고 판단하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교육이 가장 잘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참정권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다. 이번 대선은 교육에 상당히 무관심한 대선이었다. 이런 무관심엔 여러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교사가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교원의 수는 전국적으로 수십만에 달하지만 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치인 혹은 정당으로 교육현장의 교육적 의견이 전달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현장 경험자이자 실무자인 교사가 정치인이 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기에 선출직 공무원중 교사 출신은 거의 전무하며 교육부의 고위 관료 역시 행정관료로만 채워져 있다. 때문에 항상 한국의 교육정책은 단 한번도 현장의 의견이 잘 수용되어 진행된 적이 없다. 교사에게 참정권이 허용되어야만 이런 문제가 해결될 소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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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25 1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격하게 동의합니다. ^^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학생들이 교육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닷슈 2023-02-25 14:57   좋아요 4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도한 생각이죠.

미미 2023-02-25 14: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현실이 참 미스터리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반가운 책이네요.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정당에도 법조인들보다 교사 출신들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닷슈 2023-02-25 14:58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 국회의원은 대부분 법조인, 언론인, 대학교원으로 채워져 있다고 봅니다. 한국교육정책발전을 위해서도 현장 전문가인 교사출신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교육과정이 단 한번도 현장의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빅데이터 시대인데도 말이죠.

singri 2023-02-26 1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당연한게 당연하지않는 시대. 진짜 좀 바껴야됩니다

닷슈 2023-02-28 12:38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좀 싹 바꿨으면 합니다.

추풍오장원 2023-03-10 20: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교육이 완전히 괴멸한 상황이고 대체 어디부터 뜯어고쳐야 할지 상상도 못하겠는데 이런 책이 나오는군요.

베터라이프 2023-03-10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기본 문제인 것 같은데요. 더군더나 위에 계신 분들은 정치적으로 잘못된 교사가 아이들을 세뇌시킬 수 있다고 보는 듯 합니다. 교육 현장은 자기들 기대대로 어떠한 정치적 영향이 없어야 한다 이런 입장인 것 같은데요. 그냥 요즘 드는 생각은 정치 엘리트들이 국민은 그냥 제 앞가림이나 하고 정치는 일절 신경쓰지 말아라 이런 추측이 듭니다. 물론 이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였지만요.

서니데이 2023-03-13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년 이후, 한국교육을 말하다 - 교육대전환의 시기, 쟁점과 전망
이광호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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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대선은 교육 정책이 거의 실종된 선거였다. 양 후보 모두 학교에 큰 관심이 없었고 한쪽은 교육 공약을 스스로 발표하지도 않았으며, 토론회에서도 교육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들을 서로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 교육은 앞으로 마주할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초, 중, 고등 교육 모두 엄청나게 줄어든 학령기 인구를 맞이해야 한다. 당초 2050년대에야 마주했을 것으로 예상했던 연간 출생아 수 20만명이 벌써 도래했다. 초중등학교 교실이 텅 빌 것이고 상대적으로 과밀한 신도시나 도심권 학교와의 비교 문제가 생겨난다. 여기에 대학은 향후 10년 안에 1/4정도가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산업혁명 시대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진영 대결이 다시금 살아나며 더욱 첨단 인재 양성이 중요해졌다. 교육 역시 디지털 대전환을 이뤄야 하는데 쉽지 않다. 디지털 인프라의 확충과 그에 걸맞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완성해나가야 한다. 

 이 책은 이런 교육 문제와 현안들의 원인을 진단하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고등학교 교사로 이우학교 교장을 역임했고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교육 비서관을 지냈다. 그만큼 현장과 교육 현안에 대해 경험과 통찰력이 깊다. 

 한국 교육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몇 차례 개혁을 하긴 했다. 1969년의 중학교 무시험제도, 1974년의 고교평준화제도, 1980년의 과외 금지 조치다. 물론 이는 진정한 개혁이라기 보다는 정권의 서민 지지 획득을 위한 정책에 가까웠다. 진정한 개혁은 사실상 김영삼 정권의 5.31교육 개혁으로 평가된다. 당시 세계화의 흐름 속에 이뤄진 정책으로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척결을 밀어붙은 김영상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이뤄졌다. 1기는 교육개혁 위원회가 주로 교육학 비전공자들로만 이뤄져 폭넓은 신뢰를 받으며 종합적인 교육청사진을 제시했다. 2기는 교육자, 학부모, 학생으로 구성되어 1기에서 수립한 철학은 교육학적으로 실천하는 방안을 수립했다. 당시 개혁의 주요 골자는 GDP대비 5%  교육 예산 달성(아직도 미완이다), 교원 양성체제개편(역시 미완이다) 등 이었다. 당시 세계적 흐름에 걸맞게 신자유주의적 성격이 강하여 교육 현자에 수요자 중심 개념과 소비자 주권 개념을 등장시켰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아직도 현장에 남아있다. 반면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와 ,수준별 학습, 학교 다양화 등 민주적인 요소도 도입했다.

 김대중 정부는 교육 정책에서 5.31 개혁을 큰 폭으로 승계했다. 하지만 새교육 공동체 위원회를 만들었고 아래로부터의 개혁과 현장중심교육 개혁을 지향했다. 이는 오늘날 혁신교육지구와 마을교육 공동체 등의 원형이 되었다. 

 오늘날의 한국 교육은 그 개혁이 매우 어렵다. 민주화로 강한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고, 양당제의 고착화로 서로 집권할 때마다 교육 정책도 같이 갈아엎어 지속적인 변화가 사실상 어렵다. 또한 저성장과 경제위기의 빈번함으로 오랜 업적주의가 더욱 강화되었고, 기존의 교육열과 결합해 학부모와 학생은 각자도생하는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때문에 사회전반적인 공동체적 가치를 지닌 교육정책에 대해 시민으로서 반응하기 보다는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반응하기만 한다. 이래저래 전면적 개혁이 어려운 형국이다. 때문에 향후의 교육정책은 좌우의 대립을 넘어서고, 충분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저자는 향후 한국 교육 개혁의 방법 및 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언급한 것처럼 교육계 전문가들과 주체들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나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존 국가주도의 상명하달식에서 분권과 자율의 원리에서 나아가야 하며 이는 학습자의 삶을 중심에 두어야 함을 의미한다. 평생학습체제와 성인학습자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향후 요구된다. 셋째는 더 이상 무분별한 선진국의 교육정책을 마구 잡이로 도입하는 것이 아닌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진보와 보수의 논리에서 벗어나 폭넓은 합의를 이루고 교육 정책에 대해 크게 무관심한 시민들과 교육계의 각종 현안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혀나가는 것을 주장한다. 

 한국의 교육 재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이루어진다. 이 금액은 역대 항상 모자랐는데, 최근 2021-2022년 추경을 통해 증가분이 많이 발생하는 바람에 최근 넘쳐난다는 인상을 전국민에게 심어주고 말았다. 물론 이 추경은 기재부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며 교육청과 교육부는 사실상 갑작스레 떨어진 돈을 처리하느라 고생한 피해자에 가깝다. 하여튼 최근의 지방교육부금의 과다 발생과 줄어드는 학령인구로 인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어야 하며, 초중등교육에만 쓰던 이돈의 일부를 고등교육에 투입하자는 주장이 현정부 들어 강해졌다. 

 저자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지방교부금에 대한 추이 분석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장 여분이 발생하였고 학생 수가 주는 것을 토대로 함부로 줄이다 보면 다시 교육 재정이 크게 악화되는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둘째는 현재의 좋은 재정상황을 토대로 이를 시설의 현대화와 첨단화에 집중 투자하자는 것이다. 전국에는 40년이 넘은 학교가 무려 1400개에 달한다. 학교 공간이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 현재 대세이고 미래형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을 더욱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유아 교육 및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이다. 유아 교육은 그 교육 효과가 매우 높음에도 지원이 미비했으며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은 무려 5만 명에 달함에도 이들에 대한 지원이 없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공교육 학생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 때 추진되어 드디어 완성되었다. 국교위는 양당의 대립으로 매번 교육 정책이 180도 바뀌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할 필요성으로 발족했다. 교육정책의 전문성, 안정성, 자주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국교위는 예산에 대한 권한이 없다. 한국에는 교육계 관료가 퇴직 후 사립대학이나 교육기관에 취업하는 교피아 현상이 있다. 2000년 이후 13명의 교육부차관 중 11명이  사립대학의 총장이 되었고 2010-2014년 서기관급 이상 교육부 관룐 39명 중 28명이 대학이나 대학 부속기관에 취업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교육부는 물론이고 산업부, 과학부에서 대학에 각종 사업일 지원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재정은 등록금보다는 상당수 이 사업에서 따내는 돈에 의존하며 이로 인해 교피아가 힘을 갖고 향후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각 중앙부처의 사업을 국가 차원에서 통폐합하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며 국교위는 자체적으로 사업과 예산에 대한 조정권한을 갖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이를 해줄 필요가 있다. 

 대선에 이은 지선에서 교육감 지형도 크게 바뀌었다. 2018 지선에서는 대부분의 교육감이 진보교육감으로 채워진 반면 이번엔 얼추 비슷해질 정도로 보수교육감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에 진보교육감들이 실천해온 혁신교육에 대한 점검과 반성이 필요해졌다. 

 혁신교육은 이명박 정권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대한 강한 반발로 생겨났으며 한국 교육에 많은 혁신과 긍정적 개선을 불러왔다. 중앙집중, 상명하달에서 벗어나 지역과 학교현장이 주도하는 교육정책의 가능성을 열었다. 또한 학교안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창의적이고 학생중심의 교육을 실천했다. 혁신교육 이전 이렇다할 딱딱한 교육서적 밖에 없었는데 이후 실천연구를 담아낸 현장교사들의 책이 봇물을 이루듯 쏟아진게 그 증거다.

 하지만 혁신교육은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고 사실상 실패했다. 우선 자발성만을 강조하고 제도 개선에 미흡했다는 점이다. 초기 혁신교육들은 이상적 소수의 혁신가들의 결집으로 이뤄졌다. 경기도의 남한산초가 대표적 예다. 이들 성공사례들은 양적확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기존 교사들이 전보라 다른 학교로 이동하며 기존의 성공사례도 유지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혁신교육은 교사의 자발성과 전문성을 믿고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현장교사들은 이것을 현장과 자기 개선이 아닌 편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기편의로 대응했다. 더군다나 90년대성이 현장교사로 오면서 학교권력은 조직에서 개인으로 넘어갔고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학교는 책임지지 않는 교사 개개인의 공화국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둘째는 혁신학교 학력 저하 논란이다. 한국처럼 강한 업적주의와 각자도생의 사교육에 대한 의존, 이에 따른 교육의 타당성보다는 공정성에 크게 민감한 나라에선 학력 논란은 크게 다가왔다. 사실 학력 저하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공격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학력개념은 전통적 문제풀이 능력에 불과하다는 면에서 시대착오적이지만 여전히 먹힌다. 그런 능력으로 대학에 가기 때문이다. 혁신학교가 학력을 저하시킨다는건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적절한 대응도 없었다. 세 번째는 대입 공정성 논란이다. 한 학교 교사의 비리로 시작된 이 논란은 정시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불러왔고, 교육의 혁신과 타당성보다는 혁신교육의 동력을 약화시켰다. 네 번째는 세계적 양적완화 흐름으로 인한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폭등이다. 혁신교육은 자산시장의 하락기였던 2008 금융 위기 이후 시작되었다. 자산폭등기엔 강남을 위시로 한 엘리트 교육을 따라하는 현상이 강해지며 반대의 경우는 그와는 다른 흐름을 쫓는데 자산시장 폭등도 혁신교육의 약화 원인으로 꼽힌다. 마지막은 혁신의 유효기간 이다. 혁신교육은 학교장의 아침맞이, 중간놀이시간, 블록타임제, 계절학기 및 방학 등 여러 형식적 혁신을 학교 현장에 일반화했다. 이들은 시도만으로도 초기엔 매우 혁신적이었고 효과도 컸지만 어느 새 일상화 되었다. 이런 동력들이 떨어진 것이다. 

 저자는 혁신교육이 디지털 대전환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꼽는다. 향후 혁신교육은 기존의 장점을 유지해나가며 디지털 대전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기존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에 무조건 반대만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교육지원청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 전국엔 176개 지역교육지원청이 있다. 한국은 가장 상위기관으로 교육부가 있고 그 밑에 시도 등 광역지자체급의 교육청이 있으며 그 아래 시군구 규모의 교육지원청이 있고 일선 학교들이 있는 구조다. 지역교육지원청은 고도의 자치성을 바탕으로 특색있는 지역 교육의 실현을 지원하는 곳이 되어야 하나 사실상 교육청의 하부기관으로 예산 및 공문을 내려보내는 역할에 주력한다. 이곳의 수장은 교육장으로 임명직이며 대부분 정년을 앞둔 학교장들이 맡는 편이다. 이들의 임기는 2년 내외로 사실 뭔가를 하기엔 매우 짧다. 때문에 저자는 교육장 직선제나 같은 급의 시군구 등 지자체 장들과의 러닝메이트 선거제를 주장한다. 이를 통해 임기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자치권한을 부여해 지역 차원의 교육적 변화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고등교육의 개혁도 시급하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대학 서열화 문제와 인구절벽으로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한 고사위기 문제, 향후 뛰어난 인재를 공급해야하는 질적인 문제를 여러 면으로 갖고 있다. 대학서열화는 사회문화적인 것도 있지만 1인당 교육비가 큰 것에서도 기인한다. 2019년 기준 서울대는 4800만원, 연고대는 2800만원, 서성한은 2300만원, 중경외시는 1500만원, 지방거점국립대는 1700만원 정도의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사용한다. 대학등록금이 대부분 비슷한데도 이처럼 교육비 차이가 큰 것은 교육비가 등록금 뿐만 아니라 산학협력회계 대학발전기금회계에서 충당되기 때문이다. 산학협력은 정부의 사업비나 기업의 연구비 등을 따내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수도권 명문대가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대학 서열화와 지방대학을 살려낼 방안으로 RIS를 제안한다. 이는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 혁신 사업으로 중앙정부 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도 일정비율 재정을 대학에 투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하는 대학과 지자체, 교육청, 산업계 등이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그 지역에 맞게 예산을 사용하여 대학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역의 대학을 살려내는 것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인구 10만 정도의 지방 소도시의 경우 지역 내 4년제 대학이 문을 닫을 경우 인구가 1만 가량 감소한다고 한다. 향후 10년이면 지방 4년제 대학의 1/3이 문을 닫을 것이며 이는 지역 경제에 엄청난 타격과 인구유출을 가속화 할 것이다. 또한 이는 사학 연금에도 큰 압박이 된다. 사립학교 연금은 공무원 연금과 별도로 운영되는데 재정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 연금은 사학이 문을 닫을 경우 교직원들에게 일시불로 수령된다. 때문에 향후 10년간 사립대학이 줄지어 문을 닫는다면 대규모 일시불 수령으로 인해 사학 연금을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은 공무원이 아니기에 부족분을 국가재정으로 매꾸는 것에 대한 동의와 실행도 매우 어렵다. 

 지방대학을 살리는 방안으로 외국인 유학생도 거론된다. 현재 한국의 외국인 유학생은 10만명대 규모로 점차 늘어나다가 코로나로 인해 감소했다. 이들은 40만명대로 유치하면 대학 소멸의 위기는 거의 해결된다. 하지만 이문제의 해결은 질과 양이 모두 중요하다. 현재 한국에 입학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대개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이들의 학력은 좋지 못한 편이다. 때문에 지방대학 교수들은 한국어 능력과 학력이 모두 부족한 이들로 인해 강의의 질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피해는 같이 공부하는 한국인 학생과 유학생 모두에게 돌아간다. 때문에 유학생들은 졸업후에도 한국에 직장을 잡기보다는 유흥업이나 제조업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입학을 많이 유도하면서도 한국어 능력시험 기준등을 강화하여 질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편입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은 이들에 대한 국가적 또는 체계적 관리가 거의 없는 편인데 적극적으로 관리하여 한국을 이들에게 제2의 조국 혹은 정착할 만한 국가로 인식시키는게 중요하다. 

 학교의 변신도 중요하다. 지방 읍면 소재의 학교들은 1인당 학생수가 매우 적고 오히려 교직원 수가 많은 등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많다. 반면 학교당 투입되는 예산은 학생 수에 비례해서 편성되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지역은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가 1억 가까이 되는 반면 경기도의 과밀학급은 수백만원에 불과해진다. 이런 차이를 메꿔야 한다. 때문에 읍면 지역 같은 경우 학군제를 풀어 도시 지역 학생도 선택을 할 수 있게 하거나 도시 지역 학생의 유치를 위해 장기유학제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학생만 오는 경우 기숙사가 필요하며 일부 지역에서 하는 것처럼 직장까지 보장하여 온가족이 이주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시설복합화도 필요하다. 돌봄 및 방과후의 경우 예산과 장소의 편재성으로 지자체에서 여러 곳에서 따로 운영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기존 학교건물에 여러 건물을 추가하여 돌봄 및 방과후, 지역민의 평생교육을 위한 시설을 구축하는 학교시설복합화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경험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여러 방향에 대해 상세히 진단하고 해결책도 제시한다. 한국의 교육 문제는 시민들이 교육에 대해 정확히 알고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많은 수의 교육정책이 충분히 합리적이로 미래지향적임에도 실패하는 것은 대부분의 시민들이 각자도생상태에서 업적주의와 이를 위하 공정성에만 매달리고, 공공성을 가진 시민으로서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교사와 시민, 학생 모두가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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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 - 삶이 깃든 학교 공간을 위한 초중고 교사들의 소소한 실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학교 교사들 지음 / 휴머니스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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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학교 공간을 재구조화하는 것은 교육의 한 주제로 이미 많이 이뤄지고 있다. 책도 많이 나오고 있으며 교육부의 그린스마트 스쿨 사업도 잘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지극히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학생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꾸민 전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의도가 불순하긴 했을 수도 있으나 교실 앞면과 뒷면의 환경을 강조하던 쓸데없던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그 부분을 맡기는 선생님도 있곤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이걸 잘 꾸미곤 했었다. 물론 교장, 교감이 보는 것이니 선생님은 온전히 아이들에게 맡기지만은 않았었다.

 책 '다시 그리는 학교 공간'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이라면 공간 구조화 사업에 예산을 거의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 서두에 나오지만 이들은 이런 교육 계획은 수립하고 진행했는데 예산은 없었기에 각자 최소한의 범위에서 교육을 실천했다. 그래서 이 책의 차별성은 예산이 없는 대부분의 교사에게 목돈이 드는 공간 구조화를 실천해보는 사례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초중고 16개 사례가 실려있어 모두 보기 좋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점은 서두에서 나름 총론을 제공하긴 했지만 각론은 어김없이 모두 따로 노는 느낌이 강해 책에서 배울만한 공통점이나 논리는 딱히 없어 깊이가 약하다는 점이다. 

 초등사례에서는 화이트보드를 교실 옆면에 부착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쓰고, 서로의 감정을 읽어주는 활동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한편 교실 뒷켠의 빈공간을 확보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쉬며 카페처럼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모두 높이가 같은 교실에서 개인석, 앉아서 공부하는 석, 모둠석 등을 만들어 자리에 다변화를 꾀한 모습도 있다. 중등사례는 대부분 특별실 관련이다. 음악실, 가정실 등을 꾸미고 좀 더 활동을 다양하게 교육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온다. 사이언스 룸도 있었는데 교실 바깥의 과학실로 학생들이 간단하고 재미난 과학적 체험을 할 수있는 공간이다. 탄성 진자도 있고 만지면 정전기로 내부에 전기가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처럼 예산과 지원이 없어도 교사가 아이들과 어느 정도의 의지만 있으면 교실 공간을 재구조화하여 이를 학습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많다. 물론 이 같은 것들이 돈을 제대로 들여 전문가 및 건축가와 협의하고 큰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사업 만큼의 효과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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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 - 학생들의 사고 과정이 존중되고, 생각의 힘을 길러 줄 수 있는 좋은 수업 만들기!
이경학 외 지음 / 웰북(WellBoo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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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교육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등 변화무쌍한 미래 사회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의 배양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래 사회의 기술 변동에 대한 학습과 그 기술을 창의적 비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 양자는 같이 가면 더욱 좋다. 코딩 교육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해 협력하여 창의적 산출물을 만들어가는 형식처럼 말이다. 

 책 '미래 학교 수업, 생각의 힘 기르기'에서는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배워야 한다. 생각과 배움의 연결, 즉 학습과 삶의 연결, 깊은 생각과 대화가 이뤄지는 수업, 생각을 통한 창의성의 발현이다. 초등학교의 수업을 다루는데 각 교과 단독 수업도 있고 교과 통합 수업도 있다. 수업을 한 차시 인 것처럼 실었는데 내용이나 분량을 보면 두 세 차례 차시 이상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것도 표시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재밌고 인상적인 수업이 많아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교육 현장에선 오래전부터 공개 수업이란걸 하고 있다. 공개의 대상은 학부모, 그리고 같은 동료 교사에게다. 이렇게 보통 수업은 연간 두 차례가 공개되는데 수업 공개는 늘 교사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다. 최근엔 학교나 지역 수준의 교육과정이 강조되고 교사별 교육과정 및 학교자율과정 그리고 그 실천의 방법으로 프로젝트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때문에 긴 호흡으로 수 주일 간 프로젝트를 아이들과 수행하는 교사 입장에선 그 한 단편으로 한 차시를 공개하기보다는 프로젝트 요약이나 흐름의 공개가 앞으로의 수업공개 방향이지 않을까 한다. 

 책에 등장한 인상적인 수업은 미술 감상수업이었다. 학생은 대개 감상을 어려워하는데 어디선가 보고들은 감상의 모습이 지나치게 허울만 가득한 현학적인 느낌이고, 자기 생각과 경험을 담은 주체적인 감상의 방법에 대해 모르기 때문이다. 이 수업에선 3개의 미술작품을 교사가 제시한다. 제시 기준은 보는 이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그림을 해석할 수 있느냐이다. 학생들은 세 가지 그림을 감상하고 각 그림에 대한 질문을 작성한다. 그림이 3개이므로 학생은 최소 3개의 질문을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칠판에 있는 그 그림에 질문을 붙인다. 다음은 모둠활동으로 각 모둠원들은 3개의 그림에 붙은 무수한 질문 중 대답하고 싶은 질문을 각 그림마다 하나 씩 을 고르게 된다. 그 다음 모둠활동으로 이에 대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다시 개인 활동으로 학생마다 하나의 그림을 고른 후 그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되어 그림의 이야기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국어과와 미술과의 통합 수업으로 감상 및 글쓰기, 또는 인물이 되어보기 등 다양한 좋은 요소가 혼재된 수업이었다. 

 국어과의 글 요약하기 수업도 재밌었다. 여기엔 333전략이 등장한다. 이는 글을 읽고 모르는 낱말 3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낱말 3개, 중심 문장 3개를 고르는 활동이다. 하나의 글을 읽고 이를 같은 모둠원 3-4명이 작업하는 것이다. 그러면 모르는 낱말과 중심 낱말, 중심 문장 여러 개가 같은 글에 표시된다. 물론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한다. 이는 공통되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하는데 여기서 여러 관점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의 잘못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모르는 낱말의 경우, 사전을 찾아 그 뜻을 쓰게 하는데 아이들 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다. 사전의 뜻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여튼 신기한 점은 이렇게 중심 낱말과 문장을 다르게 표기해도 이를 바탕으로 글을 요약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점이다. 완성된 요약한 글은 모둠 마다 서로 돌려보며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마지막은 오리엔티어링 수업이었다. 오리엔티어링은 산이나 숲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사용하여 일정한 중간 지점을 통과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다. 해당 수업에서는 학교 여러 공간을 학생들이 둘러 보게 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형태였다. 평소 늘 다니던 공간이지만 학생들은 이런 수업을 통해 보다 관심을 갖고 세삼하게 관찰하며 문제를 찾게 된다. 이 수업은 학교 공간 재구조화에도 용이해보인다. 관심을 갖고 학교 공간을 찾고 문제가 있는 부분과 우리가 원하는 공간의 창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책에 수록한 수업들은 대개 훌륭했다. 몇몇 아쉬운 수업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우수하며 단위 수업 하나하나 마다 참고할 만했다. 공개수업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사라면 당장 도입해볼만 하다. 통합수업을 볼 때마다 늘 성취기준이 아쉽다. 국가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예속되어 교과통합수업을 하려면 각 교과의 성취기준을 서로 엮어야 하는데 수학, 과학의 성취기준이 무척이나 해당 교과중심이어서 늘 통합이 어렵다. 수학은 그래프나 규칙성을 찾는 부분, 과학은 사실상 환경과 관련한 부분이 아니면 통합이 어려우며 대부분의 통합사례를 살펴봐도 그렇다. 해당 교과의 성취기준을 폭넓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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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국제 바칼로레아(IB)인가 - 교육 혁신과 국가 미래
에리구치 칸도 지음, 신경애 외 옮김 / 교육과학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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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대선에 이어 지선에서도 정권교체는 이뤄졌다. 별로 관심이 없는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인데 혁신교육으로 대표되던 진보교육감들은 여전히 많지만 석권했던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보수와 거의 균형을 이뤘다. 특히, 경기, 강원지역은 진보교육감이 무려 3선을 했던 지역이라 보수로의 교체는 파장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경기도 교육감은 미래교육을 지향하는데 그 중 한 방안이 IB의 도입이다. IB는 국제 바깔로레아로 일본이 먼저 10년 정도 전에 도입하였고, 한국은 제주와 대구에서 부분적으로 도입이 이뤄진 상태다. 이를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고자 하는데 일단 상황이 만만치 않다. 경기도 의회에서 예산의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 실제 IB의 운영에는 외부인력의 도입과 인증과정으로 인해 많은 돈이 들어간다. 즉, 교육과정 실제 운영이 아닌 도입에만 돈이 필요한 것이다. 일각에선 혁신학교에 주던 운영비를 이를 전용하면 된다하는데 IB는 혁신학교와는 달리 프로그램비와 교육과정비가 따로 들어가게 된다. 아니면 돈 없이 운영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기존 혁신학교와의 충돌이다. 양자는 사실 교육적으로 충돌이 날 필요가 없다. 유사한 부분이 많으며 서로를 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교육감이 새로 시작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혁신학교는 교육법상 자율학교로 지정이 되어 있기에 바로 해제하기가 쉽지 않다. 기간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2023년 혁신학교는 그대로 유지하되 어떤 운영비도 지정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재지정 및 신규지정을 하지 않는 형태로 소멸시키는 묘한 형태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인지라 IB가 경기도에 도입이 어떤 방식으로 될지는 올해 상반기나 늦으면 하반기까지 상황을 보아야만 할 것 같다. 경기도의 IB도입과 그 성공여부는 영향력이 크다. 경기도는 한국에 여러 지자체중 하나에 불과하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인구는 1300만으로 1/4에 달하고 특히, 학령기 인구로 치면 무려 한국 학령기 인구의 1/2가 경기도 거주중이다. 그렇기에 이 지역의 교육적 변화는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책은 IB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어 실망이 컸다. IB에 대해 교육적으로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혜정이 쓴 'IB를 말하다.'를 보는 것이 훨씬 났다. 책은 일본의 현실에서 교육적 병폐를 진단하고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학습해나가며 질문을 통해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IB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왜 IB가 필요한지를 일본의 교육자로써 주장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어도 대체 IB가 뭔지 알 수 가 없다. IB에 대한 동기가 필요한 사람이 보면 좋겠다.

 IB의 10개 학습자상 정도는 제시한다. 탐구하는 사람, 지식이 풍부한 사람, 생각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원칙과 도의를 지키는 사람,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 배려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 균형잡힌 사람, 성찰하는 사람이다. 한국의 2015개정교육과정이 제시하는 자기주도적 역량, 지적문제해결역량, 창의적 역량, 심미적 역량, 의사소통역량, 공동체 역량과 매우 유사하다. 볼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IB와 혁신교육은 유사점이 많다. 갈등보단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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