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일반판)
올리버 색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알마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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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버 색스가 타계한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우리 집엔 그의 책이 몇 권 있기는 한데 이상하게도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다. 그렇게 유명한 작가임에도 말이다. 그러다 도서관 사서의 추천으로 이 책을 보게되었다. 색스의 책이라고는 생각치 못했고 얇은 바쁜 시기에 보기 좋은 책으로 여겼기에 잡았다.

 책은 올리버 색스의 책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자서전을 남겼지만 이 책은 가장 마지막 시기, 그리고 최후의 진단을 받은 후의 6개월 여간의 책이라 가장 얇으면서도 어쩌면 깊을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인상 깊은 구절이다. 80이 되면 쇠퇴의 징후가 뚜렸해진다. 또래의 1/3은 이미 죽었다. 반응이 살짝 느려지고, 주변 사람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지며 에너지를 아껴써야 한다. 80이 된 사람은 긴 인생을 경험했다. 자신의 인생과 타인의 인생이다. 이 정도 살게 되면 한 세기가 어떤 시간인지 상상하고 체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노년은 여유와 자유의 시간이다. 억지스럽고 다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을 탐구하고 평생 겪는 시간과 감정을 하나로 묶는 시간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또래의 죽음을 자주 경험했다. 내 세대가 퇴장하고 있다고 느꼈다. 죽음 하나하나가 내게는 갑작스러운 분리처럼, 내 일부가 뜯겨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라진 사람들의 빈자리는 결코 대체되지 않는다. 그들은 유전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있고 생각하는 존재이자 동물로 살았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색스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나이를 원소 주기율표에 맞춰서 생각했다. 80살이면 원소기호 수은처럼 말이다. 그는 심지어 친우에게 80선물로 밀폐된 수은을 보냈다. 받은 친구는 어이없어하면서도 나중에 그 선물에 감사하며 건강을 생각해 조금씩 섭취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보냈다. 색스의 삶이 그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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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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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 초입에 진입했다. 향후 전면적 인공지능 시대에 살게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인공지능은 아직 분야별로 기능하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상으로 기능하는 범인공지능의 시대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현재 사람들은 각자의 직업과 상황에 따라 인공지능이 자신의 직장을 위협하는 정도가 각각 다른 상황이다. 코딩을 하는 사람이나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 예술가, 음악가들은 이미 심대한 위협에 직면했지만 건설노동자나 간호사 등은 아직 이렇다할 인공지능의 그림자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인공지능이 침탈한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바둑'이다. 우리 모두는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억한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최초의 상징적 사건으로 사람들을 모두 강제로 인공지능의 시대로 이끌었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 바둑은 그 특유의 심오함으로 예술에 가까운 분야로 여겨졌고 변수가 너무 많아 비교적 단순한 체스와 달리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세돌의 참패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시 중계를 바라보며 인공지능이 두는 수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직접 대결하며 감을 잡은 이세돌이 마지막 대국에서 승을 거두었다. 이것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바둑을 이긴 사실상 마지막 경기였다. 이후 여럿이 도전했지만 전혀 이길 수 없었고 인공지능의 실력은 당시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강해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이 사건은 바둑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먼저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둑계의 민주화(?)란게 이뤄졌다. 이전 바둑은 한중일 중심의 게임이었고, 조기 영재의 게임이었고 남자의 게임이었다. 서구는 바둑에 관심이 있어도 실력을 거의 늘릴 수 없었는데, 서구에 고수가 거의 없어 실력자와 대국을 두며 자신의 실력을 양성할 기회가 지리적으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바둑의 입문 시기는 5-6세다. 부모가 바둑에 취미나 교양이 있는 경우 이것을 어린 나이에 배우다고 소질이 발견되면 입문하는 형태였는데, 이런 요소 때문에 부모가 바둑을 모른다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입문 시기 자체가 늦어 따라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또한 바둑은 전반적으로 남기사의 실력이 월등했는데 이는 남기사들이 초반 대국의 실력이 앞섰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이런 모든 면이 해소되었다. 서구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바둑이 최고로 평가받으며 인터넷을 이용해 이런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인들 역시 부모가 바둑에 관심이 없어도 조기에 바둑에 입문하는게 가능해졌고, 인공지능을 통한 교육으로 인해 조기 영재들을 따라잡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성기사들은 대국 초반에 약점이 있었는데 인공지능을 통한 수 배우기는 초반 대국에 매우 유리했다. 많은 기사들이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초반 대국을 암기하여 게임 중반으로 넘어가게 되었으므로 이는 여성기사들의 실력 양성에 도움이 되었다.

 이제부터 나올 것은 모두 문제점이다. 인공지능은 우선 바둑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과거 바둑에서 실력을 양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 보다 고수를 만나 직접 대국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하수는 고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일종의 대국료를 지불하였고, 고수들에게 기원 등에서 수강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수를 배우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대회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등장하였어도 대회 자체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상금 자체가 적어젔다. 특히, 하위 영역에 입상하는 기사들에게 지불하던 상금의 액수가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

 다음은 바둑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과거 바둑은 일종의 예술로 여겨졌다.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보니 인간의 머리로는 이에 완전히 통달할 수 없었고 이런 요소 때문에 규칙과 승패가 분명한 게임이자 스포츠적 요소가 강함에도 예술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했다. 특히, 각 기사들은 자신만의 대국 방법이 있었으며 사람과 직접 대결하다보니 대국을 하면서 풍기는 기세도 이러한 예술적 부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며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과거 고수의 수 하나하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하나하나의 수를 모두 이길 확률로 평가한다. 과거 멋지게 두던 기사의 수들도 인공지능이 평가해보면 형편없는 수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모든 요소는 바둑에서 예술성을 앗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학습 방법도 변화했다. 인공 지능 이전 바둑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고수와 대국하거나 , 과거 훌륭한 기사들의 기보를 분석하거나, 고수에게 입문하여 꾸준히 사사하거나, 기원에서 동료들과 모여 여러 수들에 대해 토론하거 새로운 수에 대한 효과들에 대한 갑론을박을 주고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거의 사라졌다. 최고의 기사들도 인공지능의 수를 공부한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려고 하고 인공지능이 두는 수에 기반하여 바둑 게임이 이뤄진다. 특히 초반부가 그러하다. 게임이 상당히 진행된 중반 이후부터는 인간이 두는 영역이 많이 남아있지만 향후 이조차도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은 바둑 기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공허함이다. 인간에게 자신이 종사하는 영역은 하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다. 사람은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인정받고 또한 인정하며 성장해나간다. 이는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긍정적 정체성과 자아존중감을 쌓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일순 등장해 이 모든 것을 부정해버렸다. 우러러 보던 고수의 대국이 알고보니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의 아우라도 거의 사라져버렸다. 무엇보다 사람이 기계에 의존하여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하거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큰 듯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둑을 전혀 모른다. 작가 장강명은 바둑에 관심이 많고, 이를 통해 수 많은 바둑계의 사람들과 직접 인터뷰하며 책을 구성했다. 인공지능이 최초로 침탈한 분야로 다른 분야에서도 도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어떠한 일이 일어날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는 논의를 진행하며 자신의 분야인 문학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소설을 양성할 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꾸준히 상상하며 우려했다. 

 우린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인공지능의 개발에만 몰두한다. 그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공조보다는 대결의 시대로 들어섰고 기업들 역시 빅테크를 중심으로 패권을 잡기 위해 고삐를 늦추기 보다는 무한 경쟁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인간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인공지능도 그러할 것이다. 더욱 강하게. 이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담긴 책이었다. 책 말미를 통해 작가님의 아내분이 아픈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디 쾌차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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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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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 이어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를 봤다. 두 책은 구조가 비슷하다. 주인공의 삶은 평범하고 이혼했고 뭔가 대단치 않다. 그런데 그보다 확실히 낫고 추앙할 만한 존재가 있다. 그리고 그가 죽는다. 그와 관련된 기억이 주인공의 나이든 훗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형태다. 양 소설은 이런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줄리언 번스에겐 기억 관련 소설이 5개 있다는데 나머지 것들도 이런 구조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는 추앙하면서도 증오하며 질투했던 존재가 친구 에이드리언이었다면 이번작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에서는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다. 주인공은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듯 하다. 성인 대상 평생교육 개념인지 수강생들은 20-40대다. 핀치교수는 그들에게 많은 생각은 일으키는 강연을 하고 토론을 시킨다. 그래서 모두들 핀치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다. 특히 주인공은 더욱 그러하다. 

 주인공은 핀치의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핀치를 계속 만나게 된다. 1년에 2번 정도 항상 이탈리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계산은 핀치가 했다. 그러다 핀치가 처음으로 약속을 어기게 되었고 이유는 그녀가 암에 걸려 죽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핀치에게 오빠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와 정기적으로 만나며 핀치에 대해 더욱 알고 싶어한다. 그녀의 오빠는 핀치와 전혀 다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핀치의 가족중 핀치와 비슷한 것은 오직 핀치뿐인 것 같았다.

 주인공은 핀치의 강의를 들을 때 로마가 기독교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황제였던 율리아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왜인지 주인공은 율리아누스에 대한 에세이? 소설?같은 것을 길게 써낸다. 그는 핀치의 노트도 손에 넣었는데 그것을 책으로 발간할 것 같지도 않지만 꾸준히 읽으며 핀치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책은 총 3개 장이다. 1장이 주인공이 핀치의 강의를 듣고, 친구들과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훗날 결혼하고 이혼하며, 핀치와의 만남을 이어가다 그녀의 죽음을 알게 되는 과정, 2부는 거의 놀랍게도 율리아누스에 대한 주인공의 글, 3장은 그냥 그 이후의 이야기다. 소설은 뭔가 이렇다할 결말도, 하고자 하는 말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그런 것이 비교적 분명했는데 그런 면에서 더 모호하고 호불호가 갈릴만한 소설이다. 

 저자는 명확히 말하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더 생각거리를 주거나 의미를 찾게 만드려는 장치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두 소설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도 재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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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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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자신의 기억에 대해 확신하지만 과학적으로 이는 매우 불완전하며 심지어 많은 개인의 조작가 허위가 들어간다. 반면 상황이나 분위기에 대한 순간적인 판단인 예감이나 직감에 대해 사람들은 좀처럼 이를 신뢰하지 않지만 이는 이상하게 적중률이 높다. 이는 어쩌면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으로 나뉘는 것 같기도 하다. 의식은 내가 한 일이 맞다고 설명하기 위해 조작을 잘 하는 편이고 무의식은 그런 것 없이 상황 판단으로 적응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그러기에 양자가 신뢰  정확도에서 차이가 나는게 아닐까.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전자책으로 오래전에 구매한 책이다. 책의 작가는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다. 문체는 여러 번 책을 읽어야 감을 잡을 수 있을 만큼 독특하고 함축적이며 여러 가지를 전제한다. 그리고 남자 존재의 여러 문제를 지적해 읽으면서 여러 번 낯 뜨거웠다. 이런 낮 뜨거움은 매우 오래전 청소년 드라마 '사춘기' 십여년 정도 전의 영화 '건축학 개론' 이후 오랜 만이다.

 책의 배경은 1950-60년대 영국에서 시작한다. 당시 십대를 보내던 혈기 왕성한 네 친구가 있다. 주인공인 토니로 콜린, 엘리스와 친하게 지내다 여기에 에이드리언이 합류한다. 이들은 같이 수업을 듣고 쓸데 없이 철학적인척하며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그 나이대 남자들이 다 그런 것 처럼 간절히 여자를 바란다. 기성층을 꼰대로 욕하고 그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지만 사실 그들처럼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러다가 한 친구가 자살한 소식을 듣는다. 그 친구는 한 여자를 임신시켰는데 아무래도 그런 문제때문에 자살로 이뤄진 것 같았다. 친구의 죽음에 슬퍼하는 것도 잠시 에이드리언을 제외한 그들은 그 대단치 않아 보이는 친구조차 여성과 성관계를 해서 임신까지 시켰다는 것에 놀라고 흥분하며 질시한다. 에이드리언은 그들과 좀 달랐다. 수업 시간에도 교수와 진지한 대화를 나눴고 뭔가 더 철이 든 것 같았으며 자신들과는 다르게 진짜 철학적인 것 같은 그런 친구였다. 에이드리언은 교수와 문답하며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과 불충분한 기록이 만나 빚어지는 확신'이라 말한다. 이 문장은 이 책의 주제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 시기 철저히 불완전하지만 완전한 척 하는 십대 남자들에게 진짜 완전해 보이는 친구는 강한 질시의 대상이다. 

 고교를 졸업하며 역시 치기 어린 마음으로 곧 사라질 영원한 우정을 의미 없이 외쳤지만 역시 오래가지 않는다. 서로 슬슬 연락이 끊어지기 시작한다. 역시나 진짜 같았던 에이드리언은 정말 진짜였는지 가장 명문대에 진학한다. 토니는 대학에서 베로니카와 사귄다. 베로니카는 오래 사귀면서도 달아오른 토니에게 좀처럼 몸을 주지 않아 그를 애닳게 한다. 토니는 베로니카의 집도 한 번 방문하는데 그러면서 그녀의 가족을 알게 된다. 물론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이는 중요한 장치다. 이후 역설적이게도 베로니카는 토니와 이별하면서 그에게 단 한번의 밤을 허락한다. 

 베로니카와 헤어진 토니는 쉽게 이별 한 척 했지만 놀랍게도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가 사귀게 되었음을 알게 되고 감내하기 어려웠지만 이를 쿨하게 용인한다. 둘은 결혼한다. 그리고 토니는 몇 번의 연애를 하고 마거릿과 결혼했다 이혼하고 수지라는 딸을 하나 얻게 되고 그냥 저냥 인생을 보내어 60세 정도의 대머리 남자가 된다. 충격적인 사건은 에이드리언이 자살한 사건이다. 여기까지가 책의 1부다. 

 2부는 토니에게 한 편지가 도착하며 시작된다. 놀랍게도 베로니카의 어머니가 토니에게 유산을 남긴 것이다. 유산은 약간의 돈과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이다. 이로써 거의 40여년 만에 토니는 베로니카를 다시 만나게 된다. 베로니카가 에이드리언의 일기장 양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토니는 기분이 나빴지만 베로니카를 설득해보기로 하고 그의 오빠인 잭은 통해 이메일을 보내 만나기로 약속한다. 베로니카는 과거 토니가 좋아했던 여자인 만큼 늙었어도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토니는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어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웠던 베로니카가 여전히 자신을 좋아하기를 원했고 자신이 그녀를 감당할만한 남자였음을 입증하고 싶었던 걸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베로니카는 대머리가 되었지만 여전히 치기어린 토니와의 짜증나는 만남을 지속하다 토니가 40년 정도 전에 에이드리언과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를 보낸다. 토니는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의 만남을 쿨하게 인정했다고 기억했지만 편지의 내용은 자신이 보니게도 놀랄노자였다. 온갖 종류의 저주와 욕설이 망라되어 있었다. 어쩌면 감수성 여린 에이드리언의 자살에는 이 편지가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베로니카는 토니와 마지막으로 만나면 한 펍에서 토니는 베로니카와 아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누가 봐도 에이드리언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장애가 있어 보였다. 토니는 또 마음대로 매우 뛰어난 그 둘 사이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고 에이드리언은 죽어버리고 그로 인해 그 도도하고 매력적인 베로니카가 어려운 삶을 살았을 거라 추측한다. 이에 대해 토니는 강한 유감도 그리고 또 특유의 치기어린 우월감과 안도감 고소함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반전은 마지막에 나온다. 사실 토니는 일전의 저주의 편지에서 베로니카의 젊은 어머니를 에이드리언에게 만날 것을 추천하는데 에이드리언과 베로니카의 어머니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즉, 청년은 베로니카의 아들이 아니라 동생이었던 것이다. 

 토니는 작품 내내 멀쩡해보이면서도 늘 불안한 예감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에 확신을 하면서 과거를 돌이키지만 그의 기억을 형편없고 자기 중심적으로 재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기억을 틀리고 불길함 예감은 맞는 것. 그래서 책의 제목이 이러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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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종의 기원담
김보영 지음 / 아작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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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보면서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자꾸만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간인데 이상하단 생각이 들 때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이 책이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는데 이미 이전에 완성한 2부까지의 내용은 '멀리가는 이야기'라는 SF소설 모음집에 실린 적이 있고 난 그 책을 십 여년 정도 전에 읽은 적이 있었다. 즉, 2부까지의 내용을 십 년 정도 전에 본 셈이었다. 저자는 최근 3부를 마저 완성했고, 그래서 완성된 책으로 이번에 다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래도 워낙 오래 전에 본 책이라 앞부분도 기억을 다시 상기하며 재미있게 읽었고 다소 의외의 결과로 치달은 3부도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책은 인간이 약 10만년 정도 전에 멸망한 미래의 지구다. 지구에는 유기물, 즉, 생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무기물인 로봇만이 지구의 지배자로 살고 있다. 이들은 공장에서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그래서 역사가 벌써 10만년 정도 되었다. 로봇은 제작번호가 있는데 번호가 클수록 피부가 있고 외양 및 생각, 행동이 인간에 가까운 휴머노이드다. 

 이들은 오래전의 과거를 잃어버려 자신의 주인이었던 인간도 기억하지 못한다. 가족이 있고, 대학이 있으며, 사회적 직업도, 국가도 있어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다 한 로봇이 대학에서 논문으로 스스로 증식하는 유기체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한다. 몇몇 호기심 있는 로봇과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유기물론을 하나의 학문으로 등장시키며 유기물을 배양하기 시작한다.

 지구는 로봇만 살고 있고, 이들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끊임없이 검은 대기를 지구대기로 대량 방출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지구의 세계는 마치 영화매트릭스처럼 검은 구름층으로 둘러싸여 햇빛이 지표에 전혀 도달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대기는 무려 영하 80도 정도였고, 물은 모두 얼어버려서 바다가 존재하지 않으며, 전역이 비슷하게 추워 기상활동이란게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대기중 산소도 거의 제로였다.

 유기물을 학문으로 연구하는 로봇들은 연구를 지속한 결과 과거의 식물을 다시 배양하게 된다. 식물을 발아했어도 오래 버티진 못했는데 로봇들은 산소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들은 과거 지구의 모습에 대해 알게 된다. 끔찍한 오염 물질은 산소가 대기중 20%나 되며, 강력한 태양열이 지표로 쏟아지고, 지표는 녹색 식물로 가득하며, 역시 강력한 오염물질은 물이 가득한 것이 가거였다.

 유기물론을 생각해낸 주인공 로봇 케이 히스타치온은 유기물론이 지속되다 어딘가 모를 공포를 느끼고 그곳에서 발을 뺀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는 동안 그는 유기물 연구를 지속하는 동료와 연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의 연구소를 찾아가며 놀라게 된다. 그들의 연구는 30년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진 상태였으며 한 기업인은 그들의 연구를 보고 기업이 파산할 정도로 지원하기 까지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인간이었다. 연구자들은 인간을 다시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로봇은 인간을 주인으로 삼기에 인간을 보고 마치 신을 영도한 신자처럼 황홀경에 빠져 그들을 보호하고 절대충성한다. 

 케이 역시 처음 인간 어린 아이를 보고 그렇게 반응한다. 하지만 케이는 그 유혹을 이겨내고 인간 어린 아이 하나를 바로 살해한다. 케이의 몸안에는 이상한 막대기 두 개가 양팔 속에 들어 있어 꺼내어 쓸수 있었는데 라이플과 칼이었다. 케이는 이를 이용해 인간 하나를 인질로 잡아 다른 연구로봇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모든 인간을 살해해버린다. 연구소 역시 파괴해 영하 80도에 달하는 외기게 연구소로 들어오게하여 그 안에 있던 모든 유기물도 파괴한다. 

 여기까지가 2부의 내용이다. 3부에서는 환경청장이 된 케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과거의 사건 이후 로봇 중 상당수가 유기물을 키우가 되었고, 인간을 빼돌린 이들도 생겨났다.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 지질 활동으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는 지역이 생겼고, 멈춘 공장지역의 강한 열로 인해 기온이 상승해 유기물이 번성하는 경우가 생겨났다다. 그런 오염지역을 정화하는게 환경청장 케이의 일이다.

케이는 일을 지속하다 다시 인간을 만나게 된다. 놀랍게도 인간은 70세 정도에 달한 것도 있을 정도였다. 과거의 사건에서 살아남은 것이다. 

 인간들은 케이는 납치하여 그와 협상하려 한다. 이 유기생물에 적대적인 지구 환경에서 생존 가능한 지역은 인위적으로 로봇들이 구성한 매우 소수 지역 뿐이었는데 그러다보니 케이처럼 로봇 전체와 적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였기 때문이다. 로봇들은 대개 인간을 보면 보편적으로 황홀경에 빠져 정신을 못차리고 복종하지만 간혹 케이처럼 그러한 정신오염에 견딜 수 있는 기종이 있었다. 아마 과거 인간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그런 로봇을 만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전쟁용이나 치안용이 그러했을 것이다. 

 책은 이후 인간과 케이의 협상으로 책을 마무리 한다. 오래전 책이고 최근 완성되었지만 여전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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