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손탁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
정명섭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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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은 러시아 공사 베베르와 함께 구한말 조선에 들어온 사람이다. 실권을 가진 인물은 아니었지만 대한제국의 고종 및 명성황후와 친해졌고, 이 과정에서 고종황제에게 땅을 받아 손탁호텔을 건립한다. 이 호텔은 당시 거의 유일한 서양식 숙소이고 손탁이 운영하였기에 대한제국이 망하기 전까지 유수의 외국인 인사들이 머물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이를 헤이그 특사와 연결시킨게 이 소설이다. 시기는 1907년으로 을사늑약이 체결되고 누구나 조선의 명운이 얼마남지 않음을 직감하는 시기였다. 이런 과정에서 고종황제가 썼던 마지막 카드가 헤이그 특사였다. 네덜란드의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회의에 특사를 파견하여 일본의 부당함을 알려 독립을 유지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소설에는 배정근이란 16세의 소년과 이화학당에 다니는 이복림이라는 동갑내기 소녀가 나온다. 배정근은 아버지가 돌아가서고 고종의 시위대 소위인 형의 소개로 손탁호텔에서 일하게 된다. 이복림은 서자이면서도 보수적인 아버지의 반대에도 이화학당에 입학하여 미국으로의 유학을 꿈꾸는 소녀다.

 배정근이 호텔에서 일하면서 호텔 일에 적응해나가던 때 이토히로부미와 이완용을 비롯한 여러 인사들이 묶은 후 갑작스레 손탁여사가 호텔에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손탁은 중국의 청도로 향한다는 편지만을 남겨놓았는데 여러모로 이상한 정황이 많았다. 이에 배정근은 이상함을 느낀다. 그리고 손탁이 중국을 향한게 아니라 납치되었거나 어딘가에 은신했을 거라 생각하고, 영어가 가능한 이복림과 더불어 손탁을 찾아 나선다.

 복림과 정근이 만난 사람들은 손탁의 지인으로 대한매일신보를 만다는 베델과 선교사 헐버트였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손탁의 행선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린 정근은 국제사회의 냉혹함을 알게된다. 조일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미국은 가쓰라 태프트 밀약으로 이미 조선을 일본에 내어주고 필리핀을 얻었으며 조일수호통상조약의 상호방위 부분을 지적한 조선 조정과 헐버트의 항의도 묵살한 상태였다. 거기에 영국은 러시아만을 제지하느라 일본의 위험성은 알지못하고 일본과 협력적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와 같은 남의 노름에 조선 백성들은 자신들의 처지도 모르고 차츰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이니 손탁의 행방은 정근에게 더욱 중요해진다. 그리고 손탁이 가까운 궁궐안에 숨어있음을 알게 되지만 접근조차 쉽지 않다. 친러반일성향의 손탁의 거취는 일본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호텔내 일본첩자와 협력자들의 얽힘속에서 정근은 손탁을 만나고 손탁이 황제의 밀서를 이준에게 넘기려 함을 알게된다. 헤이그 특사의 시작인 것이다.

 정근과 복림, 손탁의 노력으로 우여곡절끝에 성공한 헤이그 특사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다. 고종황제는 이토와 이완용의 협박으로 퇴위하고, 그 결과 손탁은 궁궐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거기에 시위대는 해산명령을 받아 정근의 형은 이에 저항하는 무력시위에 참여한다. 이나라에 더 이상 희망이 없고, 자신의 거취에 위협을 느낀 손탁은 정근과 함께 자신의 고향인 프랑스로 향한다. 

실제 역사는 손탁이 1909년에 호텔을 정리하고 한 조선인을 프랑스로 데려갔는데 이 아이는 프랑스에 정착해 프랑스인과 결혼하여 4남1녀를 두었다고 되어있다. 작가는 이 부분고 손탁의 역사적 위치를 이용하여 이 소설을 쓴 것이다.  재밌고, 안타까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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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 리스타트 에디션 - 『수짱의 연애』x 『나의 우주는 아직 멀다』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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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마스다 미리 작품을 처음 봤다. 만화라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다시 한번 보고 싶고, 생각과 고민도 하게되는 작품이었다. 이번 리스타트 에디션에는 츠치다와 수짱 두 명의 고민을 묶어 담았다. 내용도 츠치다의 이야기에서 수짱으로 거의 바로 이어진다. 반대로 봐도 상관은 없을 듯 하다.

 츠치다는 33세의 일본 남자로 서점에서 일한다. 동경에 살고 있는데 서점에서 일한지는 어느덧 7년째다. 대학을 나왔다면 그 이후로 서점에만 쭉 있었던 셈이다. 6년째 솔로상태인데 책을 좋아하지만 많이 읽지는 않은 듯 하고, 결혼에 대한 욕구는 제법 있어보이지만 적극성은 다소 부족한 그런 상태다.

 책을 좋아하는 건 정작 큰아버지인데, 츠치다의 백부님은 병에 걸려 죽는다. 이 큰아버지 보통사람이 아닌게 자신이 죽을 고비임에도 설령 힘이 다해 읽지는 못할 지언정 책이 놓여있으며 조카들에게도 항사 생일선물로 책을 주었다. 거기에 문병오는 사람들에게 비통함을 보고 싶지 않아서인지 농담에 대접도 오히려 잘한다. 보기 좋은 삶이다.

 하여튼 츠치다는 큰아버지가 죽고나서 연애전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츠치다는 삶을 공허하게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서 매일 일하고, 원룸에 혼자 돌아와 밥을 먹고 다음날 나가는 삶이 쳇바귀 같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연애도 시작하고, 서점일도 더욱 적극적으로 한다. 그런다고 월급이 느는것도 아니고 일만 많아진다는 동료의 핀잔에도 말이다. 연애가 좀 문제였긴 한데 정작 미팅에서 맘에 드는 사람은 이미 짝이 있었고, 수짱이란 썸녀가 있음에도 아요이를 만나기 사작했기 때문이다.

 수짱은 츠치다보다 나이면에서 더 심각하다. 어느덧 37. 일본이 만나이를 씀을 감안하면 전세계의 유일한 한국의 세는 나이로는 이미 38-39일터다. 그야말로 내일 모레 마흔인데 남의 일같지가 않은게 아니라 남의 일같다. 어쩌면 41인 다른 솔로 친구가 있어서일지도.

 수짱은 카페점장을 했었고, 거기서 가까운 서점에서 일하는 츠치다가 자주 밥을 먹으로와 살짝 썸을 탔다. 하지만 거기까지. 서로 소심한지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츠치다는 카페를 그만두고 어린이집에서 조리사로 일한다. 요리만드는걸 좋아하고 여러 아이를 대하며 살아간다.

 여자로서 한해한해 나이를 먹어가며 아이가 없는 삶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지만 아이들을 보며 여러 인생이 있고, 나의 인생도 그 여러 인생중 하나란걸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생의 답은 없고, 불안도 어찌보면 정말 나에게서 기인한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수짱은 불안해하고 츠치다를 좋아하면 결혼하고 싶어한다. 집에서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가족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는 수짱의 생각은 그래서 나온건지도 모른다. 츠치다와 수짱은 츠치다가 이미 애인이 있음에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츠치다는 수짱은 좋아하는게 분명해보인다. 아요이는 어떻게 될까나.

 고령화와 결혼에 대한 사회적 압박의 저하, 개인의 자유등이 강조되며 결혼은 선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직은 결혼하고 가족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지라  사람들은 결혼과 가족, 아이가 없는 삶을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수짱과 츠치다도 그렇다. 인구구조가 우리보다 한발 빠른 일본에선 그게 더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도 비슷한 사정이라 수짱과 츠치다의 고민에 공감하는 한국인이 많을 듯 하다. 역설적이게도 가족을 가진 자도 고민한다. 자신의 사라진 시간과 자유를 걱정하며 육아로 인해 자신이 쌓아올린게 무의미하고 허물어질까 고민한다.

 그래서 결혼한이와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서로를 부러워하면서도 저렇게 되지 않은 것을 다행스러워한다. 재밌는 일이다. 아직은 통념상 그리고 숫자상 결혼이 우위인 사회지만 3-40년후 그 수가 역전되면 어떠할까. 결혼을 더욱 희소하고 부러워하게 될까, 아니면 매우 어리석은 선택으로 여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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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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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혁명을 즈음해 인간은 전세계적으로 신분사회로 들어섰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없다지만 왕후장상은 생겨났고, 긴세월을 기득권을 갖고 지위를 세습하며 독점에 들어갔다. 개인의 개성이나 능력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점차 약화되긴 했지만 가까운 조선까지도 꾸준히 세습사회였다. 그래서 우리 대부분의 조상은 평민이나 노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19세기의 대규모 족보위조나 구매로 인한 신분세탁으로 우리는 자기 조상이 모두 왕후장상인줄 안다. 신분사회가 피라미드 구조란걸 생각하면 매우 이해가 안가는 일이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어찌보면 다소 부끄러운 일이기도하다. 진짜 조상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완 다르게 미국은 그렇지 않은가보다. 영화나 책에서 그들은 자신의 조상이 흑인 노예더라도 이런 기록이 비교적 정확히 남아있는듯하다. 그리고 책' 킨'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 책이 나온 시기는 내 나이와 얼추 비슷하다. 그래서 책의 배경도 1976년 미국이다. 흑인 아내인 다나, 백인 남편인 케빈이 등장한다. 둘은 작가이자 작가지망생이고 책에 삶을 맡길 정도로 잘나가지 못해 일을 하다 만났다. 둘은 인종도 다르고 나이차도 제법났지만 결혼해, 새집을 마련해 같이 살아간다.

 신혼살림을 차린지 겨우 며칠 째 되던 날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아내 다나가 현기증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케빈 눈앞에서 느닷없이 사라져버린것이다. 정신을 차린 다나는 강기슭에 있었고, 물에 빠져 익사위기인 소년을 인공호흡으로 구해낸다. 아이의 엄마는 이상한 옷차림이었는데 배은망덕하게도 욕을 하며 다나를 마구 때렸다. 정신을 차리고 통성명을 해보니 구한 아이의 이름은 루퍼스였고 붉은 머리의 백인아이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아인 다나의 조상이었다. 뭔가 묘한 운명을 느낀 다나는 자신이 흑인노예로 악명이 높던 1819년의 미국남부로 왔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앨리스란 흑인 소녀를 수소문한다. 앨리스는 바로 루퍼스와의 사이에서 헤이거란 아이를 낳게 되고 이 아이가 다나의 직계조상이기 때문이다. 다나는 루퍼스의 집에서 나와 앨리스를 찾게되지만 앨리스의 어머니를 몰래 만나러온 앨리스의 아버지를 잡으러 온 백인들에게 발각되어 무자비한 린치를 당한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 다나는 현대로 돌아온다. 다나가 1819년에 머무른 시간은 며칠이었지만 1976년에서 다나는 불과 몇초만에 돌아왔다고 남편 케빈은 말한다.

 소설의 타임루프 계기는 다나의 조상은 루퍼스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고 다시 돌아오는 계기는 거꾸로 다나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순간이다. 다나는 여러번 어리석은 루퍼스가 사고를 칠때마다 과거러 불려가 조상흑인들이 느낀 비애와 분노, 불공평함을 느끼며 노예의 삶을 체험한다. 이 여행은 쉽게 끝나지 않았는데 웬지 자신의 조상인 헤어거가 등장해야만 끝날것 같음을 다나는 직감한다.

 타임루프란 소재는 매우 식상하지만 소설은 노예 흑인의 삶은 매우 상세하고 사실적이며 비극적으로 묘사하고, 이를 현대인이 체험하면서 더욱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로 인해 흔한 소재는 다소 덜 진부하게 느껴지고 즐겁지 않은 조상과의 만남은 이를 더욱 운명적으로 느끼게 한다. 소설에 나오는 흑인들의 삶은 매우 비참하다. 하루종일 백인들의 눈치를 보며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나의 자식들은 주인에 의해 얼마든지 언제든지 다른지역으로 팔려나간다. 도망친 노예가 잡히면 맞아죽거나 채찍질을 당하기 일쑤였고, 여성노예들은 언제나 백인 주인이나 관리인의 성적 노리개였다. 그들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도 사람취급 받지 못하고 언제든지 팔려나갔으며 백인 부모를 나으리라 불러야 했다는 사실은 홍길동도 울고갈만큼 극적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성서의 욥기에서 따온 마지막 말이 인상적이어서 이걸로 마무리한다.

"여인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생애가 짧고 걱정이 가득하며, 그는 꽃과 같이 자라나며 시들며 그림자와 같이 나가며 머물지 아니하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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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 2018 제1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강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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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회 김유정 문학상 수상작품 7선을 모아놓은 책이다. 유명한 한강의 작품이 수상해서 가장 앞에 있고 나머지들이 차례로다. 색깔이 매우 다른 독특한 작품들을 모아 놓아 짧은 책임에도 생각보다 읽기가 쉽진 않았다.

 두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우선 한강의 작별, 주인공은 겨우 24살에 엄마가 되어 이젠 그 아이가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버린 여성이다. 그러니 나이가 30대 후반일 것이다. 요즘은 이나이에 연애를 하거나 결혼했어도 나이가 어린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주인공도 연애를 하고 있다.

 연애를 하는 사람은 지독히도 가난하고 여기서 벗어날 마땅한 재주도 없는 남자다. 나이차이는 제법 나는데 이 남자는 주인공이 일하는 자그마한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왔다 결국 정규직이 되지 못한 사람이다. 그래도 독한 면은 있어 3-4일을 회사에 죽치고 찾아와 못받은 몇달치 마지막 급여를 받아갔다. 주인공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은 한국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나쁜 사장이다.

 이런 주인공의 일상에서 그녀는 남자친구와 만나기로 하고 눈내리는 날 잠시 앉아서 졸다 눈사람이 되어 버린다. 몸이 쉽게 부서져버리고 녹기까지 한다. 어릴적 애써 만들었지만 잘 녹거나 망가지는 눈사람은 보관한다고 냉동실에 넣어본 기억이 있어 상황은 더 절망적이다. 눈에는 공기가 있어 기온이 유지되어도 눈사람은 쪼그라들었다. 자신도 그렇게 되고 말것이다.

 재밌게도 주인공도 생각보단 태연하고, 남자친구도, 심지어 아들녀석도 놀라지만 태연하다. 작가가 말하려는게 뭔지 모르겠다. 주인공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인지, 악덕기업들에 대한 비판인지 모호하다. 하지만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언니다. 이것도 우리의 무거운 갑질사회가 드리워져있다. 주인공은 서울 북부의 대학을 다닌다. 오래전 독서실에서 인회언니를 알게되는데 중어중문과에 진학해보니 그 언니가 그 과의 조교였다. 언니의 지도교수는 민교수로 여성이다. 한국의 교수 갑질은 유명한지라 민교수는 나이도 젊고 학생들에게 인기도 제법 좋지만 인회언니에게 프로젝트를 하나 던지고 무책임하게 외국의 가족에게로 떠나버린다.

 언니에게 던진 것은 한 중국어 책의 번역이었는데 초벌 번역이 워낙 형편없는 수준이라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그걸 인회언니가 주인공과 그 친구 성주에게 부탁하여 시작한다. 인회언니는 누구나 한번 쯤 만났을 법한 여느 대학의 생활력 강한 여선배를 생각나게 한다. 꾸미지 않고 성실하며 밥도 잘 사주고 헌신적이다. 그렇게 방학 수개월을 번역에 몰두하여 프로젝트를 해낸 언니에게 민교수는 외국에서 사온 백하나를 던져준다.

 그렇게 출간 된 책에는 버젓히 민교수와 역시 교수인 그녀의 남편의 추천사가 들어있었고 인회언니의 이름은 전혀없었다. 언니는 그 일에 대한 항의로 대학에서 멀어진다. 석사논문이 좌절되고 학교에서 밀려난다. 복수는 유치하지만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교수갑질이 가능한 것이겠지. 언니는 대학당국에 항의하지만 얻는건 없었다. 그렇게 인회언니와 주인공은 이별한다. 공감하고 유대하지만 헤어지며 다신 볼것 같지 않은 헤어지는 말이 더 무서웠다. 이 작품은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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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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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자주 즐겨 보지 않는 편이고(거의 독서가 어려운 상황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읽고나면 빠르게 소비하듯 중고로 판매하는 편이다. 뭔가 남지 않는다는 느낌에 그런 편인데 간혹 남기고 싶은 소설도 있곤 하다. 오래전 읽었던 천명관의 고래(책을 좀처럼 보지 않는 우리 아내도 이걸 한숨에 읽었으며 무려 3번을 봤다), 그리고 (작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과학소설이었던 '멀리가는 이야기', 2차원 세계를 재밌게 다룬 '플랫'이란 소설이 그랬다. 이번엔 '디디의 우산'을 읽었는데 이것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 소설엔 매력이 있다. 표현력이 부족한 내가 말하기 어려운 득톡한 분위기와 문체와 그에 따른 인물 표현력, 머릿속에 풍경을 나도 모르게 그리게하는 묘사력, 그리고 사회를 교묘히 다루는 솜씨다. 연작소설이라 표지에 써있기에 이전 작과 연결이 되나 싶어 처음엔 아차싶었다. 그런데 읽고 나니 책에 있는 두 개의 소설이 접점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연작인듯하다. 접점은 사회적 사건들이다. 박근혜의 탄핵, 세월호 사건, 명박산성 등 지난 민주주의 파괴의 10년이 두 소설의 접점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티를 전혀 내지 않으며 실제로고 그렇지만 그냥 보면 이 책은 사회적 사건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면에서 더욱 매력이 있었다.

 디디의 우산은 제목이 좀 그랬다. 난 왠지 한국이나 일본 소설에서 자국인을 영어명칭으로 표현하는게 맘에 들지 않는다. 굳이 그럴필요가 있을까? 독특한 인물 표현과 다른 느낌을 주는 효과는 충분해 보이지만 정작 서구인들이 이런 방법을 좀처럼 쓰지 않는다는 면에서 그들 중심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이 워낙 매력적이라 이런 생각은 곧 사라졌고, dd는 정감있게 느껴졌다. 

 소설 dd의 우산엔 서툰 솜씨로 가족을 힘들게한 아버지를 둔 d라는 남자와 어려서 그와 학교에 남아 낙뢰가 떨어진 사건을 함께한 dd란 여자가 나온다. 둘은 동창회서 만나 끌리고 함께 동거한다. 결혼은 아니었다. d는 시끄러운 목공소에서 자랐고, 가난했으며 소음에 시달리며 살았다. 민감해져서인지 둔감해져서인지 자꾸 사물에서 온도가 느껴졌고, 그게 싫었다. 하지만 dd를 다시 만나고서 그런건 아무렇지 않아졌다. 

 둘다 돈이 없기에 강서구의 목2동 반지하 빌라에 자리잡았다. 서로의 직장과 동등한 거리. 창밖으론 주인집 할매가 키우는 화단과 양귀비가 보였고, 하필 그 창가가 응달인지라 동네 할매들이 연인의 창가에 상시 모여 수다를 떨었다. 그들은 그게 미안했는지 떡이며 식혜며 먹을걸 주곤했다. 달착지근한 연애소설을 기대했거만 불과 십여페이지만에 퇴근길에 dd는 죽어버린다. 버스사고였는데 하필 정말 운이 없어 창밖으로 dd는 튕겨나갔다. d는 폐인처럼 몇달을 월세도 내지 않은체 방안에만 칩거한다. 그리고 그토록 사랑했을터인데 dd의 짐도 모두 그녀의 가족에게 보낸다. 그리고 세운상가 인근에서 택배일을 시작한다.

 남들이 며칠이면 떨어져나가는 일을 하며 d는 생기를 찾아간다. 그리고 쇠락한 세운상가에 전축수리점에서 백만원자리 전축을 사 dd가 즐겨든던 LP판을 듣곤한다. 그것도 자기가 사는 고시원에서. 소설은 전반적으로 d가 일과 dd가 듣던 음반을 통해 치유되어가는 과정이 나온다. 인물의 심리묘사가 독특한데, 무척 만연체로 묘사하며 실제로 사람이 그렇듯이 심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왔다갔다하며 모순된다. 이런 면에 소설을 좀 읽기 힘들게 만들면서도 재밌는 부분이었다.

 연작으로 나오는 다음 소설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다. 이번엔 서수경과 김소영, 김소리, 정진원이 나온다. 시점은 김소영이고 서수경과 김소영은 오래전 중학교부터 알던 사이로 육상대회서 만났다. 그리고 대학에서 운동권활동을 하며 둘은 서로 만나고 이끌려 동거인이 된다. 김소리는 김소영의 여동생이고 정진원은 김소리의 아들, 즉 김소영의 조카다.

 김소영의 시점이면서도 동생을 김소영, 다섯살 배기 조카를 진원이도 아닌 정진영, 연인을 서수경이라 표현하면서부터 독특함이 느껴진다. 인물 표현과 심리묘사는 디디의 우산과 매우 다르다. 순차적이며 쉽게 파악된다. 하지만 사회적 사건이 많고 둘은 이 사건에 항상 참여하고 공감하고 담백하게 분노하며 이를 다루는 점이 차이점이다. 

 공통점은 이들 역시 디디의 우산에서처럼 강서구에 거주한다는 점이고 세운상가라는 공간을 앞소설과 공유한다는 것과 박근혜 탄핵이라는 큰 사건을 다룬다는 점이다.

 분위기가 제법 다른 다 연작소설을 교묘하게 이은 점이 이 책의 재미였다. 둘다 분위기와 느낌이 무척 독특하다는 면도 재미다. 책의 굿즈로 책에도 잘 나오지 않는 d의 선곡음악 cd가 담겨있었는데 비오는 날 이 책과 더불어 다시 읽는다면 많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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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9-02-22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저는 최근에 a부터 h까지 등장하는 소설을 읽었는데 뭔가 몰입이 안되는 느낌이더라구요. 지금 읽고 있는데, d와 dd를 어떤 이름으로 치환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카알벨루치 2019-02-22 14:27   좋아요 2 | URL
dd는 <아무도 아닌>에서 나왔죠 ~지금 읽는중인데 팍팍 진도가 안나가는군요 ㅎ

닷슈 2019-02-22 14:30   좋아요 1 | URL
저도 읽으며 같은 고민을 했죠

카알벨루치 2019-02-22 14:33   좋아요 2 | URL
작가가 몰입 안되게 만들어놓았네요 고얀 황정은님! 미워할 수 없는!!!ㅜㅜㅋ

닷슈 2019-02-22 14:39   좋아요 1 | URL
네 몰입이 안되는 면이 있어요

뒷북소녀 2019-02-22 14:41   좋아요 1 | URL
카알벨루치님, 어쩐지. 낯설지 않다 했어요. 저도 아무도 아닌 읽었는데 도통 기억이ㅠㅠ

카알벨루치 2019-02-22 14:46   좋아요 1 | URL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는 어쩔수 없는 부분이니 여기저기 산재할수도 있다 싶습니다 더군다나 이전의 쓴 소설을 토대로 한 소설이니 더 그러할듯 싶기도...암튼 작가들은 다들 대단한듯 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