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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오래전부터 다른 생물과는 다르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해왔다. 상투적인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 대체 왜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들을 갖고 말이다. 나도 인간인지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름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린 나이부터 이런 질문은 크진 않았지만 가슴속에 자리잡아왔다. 어찌보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들인데 인간은 그런 것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어느정도 넘어선 존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여튼 근원을 알고 욕구가 있기에 보다 근본적인 답을 주는 학문에 관심이 가는 편이다. 우주와 진화, 지리가 그것들이다. 인간은 무한하면서도 유한할 우주속에서 우리 은하에서도 구석에 박힌 태양계에 속한 지구라는 작은 행성에 머문다. 이 먼지같으면서도 거대한 지구가 주는 물리적 한계는 인간의 많은 속성과 운명을 결정한다. 또한 이 작은 지구안에서도 우연히 어떻게든 생겨난 생명체들은 부족한 자원과 가혹한 환경, 그리고 동종 및 타종개체와 경쟁해야 했으며 보다 생존에 유리한 형질을 갖춰나간 생명체들의 후손이 지금까지 살아남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생존에 유리한 형질 하나하나를 얻어가며 변해가는 과정이 진화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의 인간을 속박하고 결정한다. 거기에 지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화적 관점에서도 지리는 환경을 의미하는 것이니 매우 중요했겠지만 인간이 문명이라는 것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했을때 비슷한 능력을 가진 인간들의 모습은 지리라는 요소로 인해 무척이나 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인지 좀 막연한 우주를 제외한다면 진화나 지리에는 결정론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따라다닌다. 그럴만한 충분한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젠가 인간이 지구를 완전히 이용하게 되고 더나아가 태양계를 넘어 다른 항성계나 은하로 진출하게 된다면 지구결정론 같은 단어도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교육학에서는 인간의 발달에 있어 유전과 환경의 역할을 대등하게 중시하는데 아직 과학적 근거는 다소 부족할 수 있지만 나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증거는 생물체가 갖고 있는 지능과 후성유전학, 뇌의 가변성등이다. 책 '지능의 탄생'에서는 지능이란 생물체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생명체, 특히 인간에게 지능이 생겨난 것은 모든 것을 유전자가 사전에 프로그래밍하는 본능에 비해 개개의 생명체가 스스로 의식을 갖고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후성유전학은 인간이 태아시절 외부환경을 감지하고 그것에 유리한 유전자를 발현시킬수도 안시킬수도 있음을 주장하는 학문이다. 과거 2차대전시절 식량부족으로 고통받는 산모가 전후 낳은 아기들은 태아시절의 궁핍한 환경을 예상하고 부족한 식량에 적응할 수있게 끔 태어났다. 하지만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럽게도 환경은 풍요로워졌고, 영양을 쉽게 축적하는 유전자가 발현된 이들은 다른 시기에 태어난 이들보다 고혈압이나 당뇨에 상당히 취약하게 된다.

 인간에게 또 다른 후천적 가능성을 주는 요소는 바로 뇌의 가소성이다. 뇌의 가소성은 초기 환경에의 적응을 위해 어린 시절 가장 강력하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작동한다. 과거 뇌세포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서서히 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오인되었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80세에 달하는 노인조차도 하루에 1400개에 달하는 뇌세포가 새로이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죽음에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서조차 인간은 학습 및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이런 인간의 후천적 노력에 의한 변화가능성과 변화원리에 주목한 책들도 있다. 바로 1만시간의 법칙이다. 1만시간의 법칙은 각 분야의 정상에 오른 전문가집단들을 분석한 결과 해당분야에서 1만시간 정도의 연습시간이 필요했다는 결과에서 나온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곧 반발을 불러왔다. 인간의 수명은 제법 길기에 누구나 1만시간 정도는 투여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20세에 면허를 따서 운전을 출퇴근을 위해 매일 2시간 정도한다면 10년이 안되 곧 운전시간 1만 시간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필히 F1 경기에 나갈 법할 실력에 도달해야 할터인데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1만시간의 재발견에서는 1만시간의 개념은 유지하되 올바른 연습자세나 모델링을 제공하는 스승의 존재, 그것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중시한다. 운동이든 음악이든 학문적인 것이든 올바른 성공형태를 마음에 나타내는 것을 심적표상이라고 하며 이것을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담긴 연습시간을 중시한다. 즉 이책에서의 1만 시간은 해당분야에서 의식적인 노력을 하는 연습시간 1만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또 다른 책은 그릿이다. 그릿은 무언가를 향한 인간의 장기적인 노력이나 열망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의 저자는 각 분야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요인을 연구하면서 그릿의 4가지 속성을 밝혀냈다. 하나는 무언가에 대한 관심사가 흥미를 갖는 것이며 둘째는 그것을 잘하기 위한 의식적인 연습, 셋째는 그것을 잘하고자 함이 긍정적이고 상위적인 목표와 연결되어야 함이며 마지막은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쉽게 좌절하지 않는 성장향 사고 방식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마지막은 이번에 본 책은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원제는  THE CREATIVE CURVE로 글자 그대로 창의성 곡선이다. 이 원제를 마치 돈을 잘벌수 있는 방법에 관한 책처럼 꾸며낸 한국어판 제목은 한국에선 책이 보다 잘 팔리는데 공헌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책의 내용과는 좀 거리가 있다.

 하여튼 이 책 역시 마치 인간의 속성 중 가장 선천적으로 느껴지는 창의성을 후천적 노력으로 누구나 습득가능하다고 주장한다는 면에서 인간의 가능성을 옹호하는 책이다. 책은 인간의 특질을 살피는데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오래전 진화하면서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면서도 호기심을 갖게끔 진화해왔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낯선 환경에는 생존을 위협할 만한 것이 있을 가능성이 크면서도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식량이나 자원등이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충적인 심리기제는 문명을 이룬 오늘날까지도 적용되어 인간은 그것이 무엇이든 친숙한 것에 호감을 느끼고 낯선 것을 두려움과 호기심을 같이 갖는 편이다. 실제로 어떤 창작물의 노출빈도가 커질 수록 그것에 대한 인간의 호감도는 올라갔다. 하지만 노출이 지속되면 그것에 대한 호감도는 정점을 찍은 후 다시 하락하게 된다. 책의 저자는 친숙성과 선호도의 관계를 나타내는 이 곡선을 THE CREATIVE CURVE라 명명하고 책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창의성은 이 창의곡선에서 사람들의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날 만한 어떤 친숙하면서도 다소 낯선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며 이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누구나 획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엔 4가지 요소가 자리하는데 먼저 소비다. 소비는 글자 그대로 해당분야에 대한 막대한 소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 싶으면 많은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좋은 작가가 되고 싶으면 좋은 문학을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의 법칙을 제시하는데 소비의 정도가 깨어 있는 시간의 20%를 해당분야의 소비에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는 해당분야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뇌에 축적시켜놓아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

 다음요소는 제약이다. 제약은 얼핏 창의성을 저해하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나 이야기, 영화등은 매우 자유로운 것 같지만 기본적인 틀에 묶여있다. 음악은 대개 3-4분정도이며 이야기엔 뻔한 공식이 있고, 영화도 비슷하다. 매우 창의적인 작품이 이러한 틀을 넘어제작된다면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친숙도를 상당히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되며 그 창의성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빛을 잃게 된다. 20분짜리 댄스곡이 과연 히트할까? 때문에 제약은 창의적인 작품이라도 어느 정도의 친숙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세번째는 창의적 공동체다. 창의적 공동체는 마스터티쳐와 상충하는 협업자, 모던 뮤즈, 유명 프로모터로 구성된다. 마스터 티쳐는 멘토로 제약을 가르치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며 의식적 훈련을 시켜주는 사람이다. 상충하는 협업자는 나와 의견이 충돌하면서도 협력적으로 일하는 사람으로 다양한 의견을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충시켜주면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준다. 모던 뮤즈는 격려하는 사람으로 해당분야로의 훈련과정에서 동기를 꾸준히 부여해주는 사람이다. 유명 프로모터는 당신과 당신의 작품을 인정해줄 만한 권위와 신뢰도를 가진 사람이다. 이들의 인정이 성공으로 가는 문턱을 낮춰주기에 이들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은 반복이다. 반복은 4가지 하위 요소를 갖는데 개념화-압축-큐레이션-피드백이다. 개념화는 여러가지 제약을 고려하면서 최대한 많은 합리적인 가능성을 생각해내는 것이며 압축은 이들을 현실적으로 실험가능한 갯수로 줄여내는 것이다. 큐레이션은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고 체험하여 평가하는 것이며 피드백은 현실화한 아이디어에 대해 다른사람의 평가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반복인 것이다.  책은 이와 같은 과정을 누구나 알고 실천해나간다면 성공으로 이어지는 창의성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고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이해하는 날이 오면 결정된것과 후천적으로 가능한 것 간의 가능성도 보다 명확해 질 날도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가능성이라고 생각한 요소들도 사실 선천적으로 상당히 결정된 것으로 밝혀질지도 모른다. 속히 말하는 노력하는 재능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애초에 선천적 프로그래밍은 개체의 생존을 위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완전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는 반드시 후천적가능성을 선천적으로 결정해 놓았을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자유롭거나 혹은 자유롭다고 착각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향유할 수 있는 존재로서 자신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는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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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시대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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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알고 있는 대로 박노자는 독특한 면을 갖고 있다. 특이한 정체성과는 다르게 러시아 출신이고, 한국에서 오래 공부하고 활동하고 있으나, 정작 사는 곳과 근무지는 노르웨이다. 한국에 대한 애착이 강해 한국이름도 있는데, 러시아 사람이란 뜻으로 '노자'다. 한자로 러시아가 '노'이니 노를 쓰고, 사람이나 아들이란 뜻으로 '자'를 쓴 것이다.

 이렇게 독특하다보니 시각도 남다르다. 한국사람이 아무리 노력해도 외국인만한 객관자가 될수 없는 없는데 그는 이런게 가능하면서도 외국인이 놓치는 한국만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도 상당히 갖고 있다. 즉,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이해와 관찰이 가능하달까? 거기에 러시아와 노르웨이에 대한 경험으로 상호 비교가 가능하니 날카로운 통찰과 시사점 제공도 가능하다.

 이번 책도 그랬다. 전에 읽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연장선인데 이번엔 모음글을 엮을 책이다. 전작은 박근혜 치하에서 나온만큼 상당히 절망적이고 어조가 강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말 말이 안되는 일만 사라졌을 뿐이지 나라의 근본 문제는 여전해 책에서는 여전히 문제의식이 강하다. 대통령만 조금 나아졌을 뿐 바뀐것은 많지 않으며 변화의 속도와 깊이는 약하다는게 그의 전반적 평이다.  

 책 제목은 전환의 시대인데 그가 말하는 전환은 3가지로 '탈분단', '탈군사', '탈자본'이다. 전환을 필요로 한단 이야기는 박노자가 보기에 이 세 가지 것들이 한국사회의 근원적 문제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우선 탈분단으로 그는 통일이란 말이 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오래된 진영의 논리이고 북측을 동등한 파트너이자 주체로 생각하는 느낌이 약하기 때문이다. 탈분단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분단이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양측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의무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가없이 긴 기간 군복무를 해야한다. 거기에 국방비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 한국의 국방비는 GDP대비 상당한 수준이며 매번 국방비리와 주요구매처가 미국이라는 점에서 효율적 집행도 안되는 편이다. 이 비용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경제협력으로 썼다면 진작에 평화는 구축되었을 거라는게 박노자의 생각이다. 북측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재밌다. 북측입장에서 보면 적국인 한국과 미국의 전력은 막강하기 그지 없다. 한국하나만 보더라도 자신들의 수십배에 달하는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군사력도 상당하다. 거기에 러시아와 중국이 떨어져나간 자신들과는 달리 여전히 세계 최강국의 군사가 주둔하고 있다. 가히 위협적이라 할 수 있으며 북의 핵무장도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이해한다.

 다음은 '탈군사'이다. 박노자는 이전 저작부터 한국의 군사문화가 사회전반에 퍼져있는 것을 의아해하며 문제시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사회의 갑질 문화도 이 군사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한다. 한국이 군사화 된 것은 사실 분단때문인데 이승만 정권이 미국의 의존하고 냉전의 전초기가 된 것이 그 시초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냉전의 대리전을 통해 지독히 가난함에도 대병을 유지해야하는 군사국가가 된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인구대비 군사의 숫자는 세계최고 수준에 달하며 이로 인해 상당수 한국민들이 업악적이고 수직적인 관계를 상당기간 거치며 내면화하게 된다. 또한 외세에 의존한 정부역시 이로 인해 상당히 수직적이고 억압적인 갑질 문화를 내포하게 되었으며 이들의 수혜를 받아 각종 특혜로 성장한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사전에도 없어 한국어 발음으로 표기할 수 밖에 없는 갑질문화가 한국사회 널리 퍼졌있다는게 박노자의 생각이다.

 마지막은 '탈자본'이다. 한국은 상당히 신자유주의에 친화적인 국가다. 돈이 많이 들고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어리석은 정치인이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gdp 대비 복지예산편중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거기에 최근의 모 드라마에서 잘 지적한 것처럼 한국의 인적재생산은 철저히 부모계층의 자본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엄청난게 오른 집값과 부동산 값은 물론이고 엄연한 계약관계임에도 사용자와 노동자와의 갑을관계는 자본의 폐해를 매우 잘 보여준다. 박노자는 적어도 인간의 최소생존조건인 교육, 의료, 주거에 있어서는 자본에 모든 걸 맡겨놓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질도 그다지 좋지 않은 교육을 학벌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먹는 대학, 지불능력이 없는 환자는 진료하지 않는 병원, 집값을 올리는 토건세력과 있는데로 상인을 쥐어짜는 건물주역시 모두 적폐로 본다.

 그럼 이런 꽉막힌 현실의 해결책은 대체 무엇일까? 박노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약자층의 연대다. 노동조합이나 사회적 연대를 통해서 약자들이 뭉치고 연대해서 저항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학벌이나 명문대학은 사라지고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병력은 모병제로 충원되어 규모는 10만정도에 불과해지고, 무상치료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람들 모두가 쉽게 거주할 수 있으며, 평화체제가 정착되어 누구나 평양이나 원산에 쉽게 다녀올수 있는 나라가 될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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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2-09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목조목 잘 정리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흐흑.. 박노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조금 답답해 보이고 과연 그런 날이 올지 참 멀게만 느껴지네요. ㅠ.ㅠ

닷슈 2019-02-09 23:30   좋아요 1 | URL
저도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그럴수 있다면 의외로 쉽게 될수도 있긴한데 마중물을 주거나 불붙이는게 참 지난하게 느껴집니다. 책에서 박노자는 착취당하는 시민들의 분노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보는 것 같았습니다.

cyrus 2019-02-10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연대’를 주장하면 결집력이 생길 수 없어요. 연대하는 세력이 모두 같은 마음, 같은 사회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거든요.

닷슈 2019-02-10 20:17   좋아요 0 | URL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잘 뭉쳐지지 않고 기득권층에 이이제이 당하는 측면도 크죠. 하지만 공통점도 크다고 봅니다. 최순실 게이트도 어이없게도 ‘학벌‘이라는 것의 공정성을 건드린게 도화선이 된 만큼 모든 걸 포괄하지도 못하는 어이없는 무언가가 결집과 혁명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입니다.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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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매년 말이면 한 교수집단에서 올해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곤 했다. 박근혜때였는지 이명박때였는지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어떤 해에 한국사회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로 그들은 '각자도생'을 택했다. 당시 매우 시의적절해서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알아서 잘 살아남아야 한단 뜻인데 공공성과 복지가 매우 취약한 한국엔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이며 이는 지금도 꽤 유용한 표현이다.

 책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도 각자도생의 시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결혼과 육아는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결정이고 과거엔 의무나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이 된다.

 우선 시작인 결혼부터 쉽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결혼연령층의 응답이 사상 최초로 50%를 밑돌았다. 여기엔 결혼을 하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가부장적 질서가 자리한다. 책은 여성의 관점을 주로 보는데 여성입장에선 결혼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양성평등적 사고방식을 갖고 자라났지만 결혼 후 육아는 대개 여자의 몫이 되며 사회복지의 미약으로 이는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거기에 주거부담으로 신혼부부는 남자쪽 집안에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남자집에서의 간섭이 시작된다. 이 경제적 도움으로 시부모는 신혼부부의 삶에 간섭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념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툭하면 이미 성인인 자식의 집에 허락도 없이 시부모가 들어온다. 집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나친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도 그럴만하다. 노인빈곤율이 경제선진국 집단중 가장 심각한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을 부양하지도 않을 자신들에게 무려 1억이상의 거액을 선뜻 건낸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남편의 부족한 양성평등적 사고도 한몫하기 시작한다. 결혼전에는 지극히 양성평등적 사고를 보이는듯 하던 이 사람이 결혼 후 돌변한다. 시부모님에게 효도할 것을 강요하고 맞벌이임에도 살림이나 아침밥상이 여자의 몫이 되는게 당연한 것처럼 행동한다. 더 기가막히는건 친정부모의 반응이다. 자신을 양성평등적인 사람으로 교육하고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어머니가 상견레자리부터 굽신거리며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돌변한다. 결혼후에도 이런 엄마의 반응은 마찬가지. 여자는 기댈때가 없다. 이 거대한 문화적 장벽앞에 대부분 이를 받아들인다.

 이런 결혼에서 비정상적인 육아가 탄생한다. 양성평등적으로 자라난 자신의 모든 것을 결혼앞에서 잃어버린 여자는 비정상적인 엄마로 돌변한다. 자신이 결혼으로 이루지 못한 여러가지 것들을 자식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만들어진 모성도 이를 부채질 한다. 여성에게 모성을 아름답고 귀한 것으로 강요함으로써 모성의 당사자인 여성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육아는 마치 전쟁터다. 얼마 쓰지도 않는 유모차가 500만원 가량이나 하며 각종 육아서나 장난감 학습도구들은 넘쳐난다. 이들은 엄마를 압박하며 이상스레 주변엔 이런 것들을 잘 알고 한발 앞서나가는 엄마들이 자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출생아수가 크게 감소함에도 이런 육아시장의 규모는 끝을 모르고 성장한다. 여기엔 정도란 것이 없다. 이런 것들을 해나가야 간신히 평균이 될 뿐이며 TV나 주변엔 더 대단한 사람 투성이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이 자식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교육에도 비슷한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의 교육은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사람을 서열화한다. 모두가 이 서열화 논리에 매몰되어 있어 이 공식의 신봉자가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함부로 정규직화하는 논의나 노동조건이 좋지 못한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는 꼴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학창시절 열심히 하지 않아 서열화에서 탈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논리로 교육은 움직인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사교육을 한다. 사교육은 효과가 없다고 언론에서 눈가리고 아웅하지만 책은 단연코 사교육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명문대학과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대부분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있으며 사교육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사교육의 효과는 많은 사람에게 있어 뒤쳐지지 않는 정도로만 보인다. 결국 안하면 서열화 교육시장에서 탈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자녀 소유과 자녀 보호의 개념이 나온다. 자녀 소유는 흔히 우리 한국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자식을 폭력을 사용해서 교육하든 내 맘대로 동성애는 나쁜 것이고 특정신앙등을 자식에게 강요하는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게 자녀 소유다. 이런 사람들은 공적인 부분이나 다른 사람이 자기 자녀 교육에 참견하는 것을 꺼린다. 여긴엔 공공성이 없다. 반면 자녀 보호는 공공의 개념이다. 국가와 사회가 자녀교육에 참견하며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에게서 자녀를 분리하거나 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에게서 친권을 박탈하는 개념들이 자녀 보호다.

 책은 결혼에서 육아 그리고 교육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문제에는 결국 각자도생이 있음을 말한다. 모두가 모든 것을 경쟁할 수 밖에 없기에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싫어서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그들 역시 결국 그들처럼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자신들이 다름을 강조하여 경쟁에서 다른 방식으로 승리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게 타파되려면 결국 나만 다른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다른 방식으로 가야한다.

 책을 인상적인 말로 마무리를 한다. 삶이 전투가 된 세상에서 우리는 전쟁이 없는 사회를 희망하지 않고 더 강력한 무기로 무장했다. 그 결과 모두가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비열한 경쟁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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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야의 지하 비밀 도서관 - 시리아 내전에서 총 대신 책을 들었던 젊은 저항자들의 감동 실화
델핀 미누이 지음, 임영신 옮김 / 더숲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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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시리아내전에 대해 잘 모른다.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한 이승우가 2015년에 16세이하 아시아 대회에서 대파한 팀이란 기억, 그리고 내전중임에도 2018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플레이오프까지 갔다는게 다다. 그러고 보니 모두 축구다. 하여튼.

 그래서 이 책을 보고 시리아내전을 찾아봤다. 시리아는 이슬람교를 믿는 국가로 이슬람은 주지하다시피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다른 국가들처럼 시리아도 수니파를 믿는 국민이 다수지만 집권세력인 아사드 집안은 시아파다. 이들은 2대에 걸쳐 독재를 행하고 있는데 이런 독재에 대한 반발과 종교탄압은 시리아국민들의 마음속에 점차 자유에 대한 갈망을 키운다.

 2001년경 리비아와 이집트에서 독재자가 쫓겨난 아랍의 봄이 이 갈망에 불을 지펴 시리아에서도 자유반군이 생겨난다. 겁이난 아사드 정권은 폭압으로 이를 진압해 왔고, 시리아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도 따랐다. 이에 유엔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고 싶었으나 안보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 그리고 시리아 자유반군속에 독버섯처럼 싹튼 다에시(IS)로 인해 실행이 어려웠다. 이 사태는 거의 10여년 이상 현재진행형이며 시리아 국민들은 난민으로 수백만이 인접국가로 흩어져 있는 상태다.

 이런 지옥 같은 상황에서 시리아의 한 도시 다라야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기 시작한다. 매일 같이 헬기로 드럼통 폭탄이 떨어지고 도시는 고립되어 모든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였다. 다라야는 원래 집이 많은 도시라는 뜻인데 아사드 정권의 탄압이후 고립되고 폭격을 맞으면서 25만에 달하던 인구는 불과 2만 5천정도로 줄어든다.

 이들이 책을 읽게 된건 좀 우연이다. 책을 많이 보관하고 있던 다라야지역의 한 교장의 집이 폭격당하면서 폐허속에서 책을 발견하게 된것이다. 평소 책을 읽지도 관심도 크게 없던 이들이었지만 책은 그들에게 구원으로 다가온다. 폐허속에서 책을 모으기 시작했고, 어느 덧 비교적 안전한 건물에 도서관이 설립된다.

 사람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여 돌려 읽고 토론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가난하고 파괴된 그들의 영혼에 하나의 구원이자 저항의 수단으로 다가온다. 아사드 정권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교양을 가진 식자층을 싫어했고, 그들을 잠재적 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한 교양의 형성과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인식은 그들의 저항의식을 강하게 하였고, 몸은 구속되었을 지언정 영혼을 자유롭게 만들어나갔다.

 2015년정도에 접어들며 국제사회의 중재로 자유반군과 독재정권사이에 평화협정이 이루어진다. 다라야 사람들은 많은 지원을 기대했으나 서로 눈치를 보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비교적 냉담했고, 그들은 결국 자신들을 구원할 것은 스스로임을 깨닫는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평화협정기간에도 폭격과 도시의 포위를 지속하였고, 악화되는 상황속에서 결국 다라야 사람들은 독재정권과의 협상을 통해 강제철수에 합의한다.

 이렇게 그들은 다라야에서 빠져나오게 되며 자신들과 여러 앱과 인터넷, 휴대전화로 간신히 연락을 주고 받았던 책의 저자와 만나게 된다. 이 책은 그들와 수년간 연락했던 저자의 기록물이다. 과연 이런 상황속에서 나는 책을 읽으며 더 저항하는 나를 온전히 만들수 있을까 고민해보았고 예전에 말기암임에도 끝까지 독서를 중지하지 않고 생을 붙잡아나가다 죽은 지인이 생각났다. 그리고 감옥속에서 오히려 많은 책을 읽고 생각을 만들어나갔다던 신영복과 신해철도 생각났다. 이런걸 보면 책은 한 사람의 영혼을 잡아주고 생을 완성시켜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의 주위에는 항상 책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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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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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이 현대사회를 살면서 겪는 평가는 수십회에서 많게는 수백회에 이를 것이다. 작게는 초등학교에서 본 받아쓰기부터 각급 학교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수능시험, 입사시험, 승진시험, 각종 고시들까지. 이처럼 평가는 자원과 기회가 한정되고 경쟁사회인 자본주의 현대사회에서 살아가야하는 인간에게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교육학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갖춰야 할 원칙으로 두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타당도이고 다른 하나는 신뢰도이다. 타당도는 이 평가가 애초에 평가하기를 원했던 속성이나 능력을 정확히 밝혀낼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신뢰도는 이 평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하냐는 문제다. 가령, 우리 회사에서 외국인 사업가와 무리없이 의사소통할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통적인 한국의 문법위주 객관식 영어시험을 실행한다면 신뢰도에선 만점에 가까우나, 타당도는 매우 낮을 것이다. 또한 이 기업이 같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외국인 면접관을 고용하여 직접 외국어 면접을 통해 인재를 선발한다면 타당도는 매우 높겠지만 신뢰도는 다소 떨어질 것이다. 그 외국인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면접과정에서 인터뷰이의 외모나 경력등에서 편견을 느낄수도 있고 이 것이 평가에 공정하지 못하게 작용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책의 작가 장강명은 한국의 이런 평가시스템의 맹점을 장편문학소설공모전과 전반적인 공채시스템에서 잡아냈다. 장강명은 매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데 현재 소설을 주로쓰는 작가지만(이 책은 르포다.) 과거에 기자고시에서 한번 떨어져 삼성의 공채에 붙어 소속 건설사에서 반년간 일한적이 있었고, 이후엔 동아일보 기자시험에 붙어 십년이 넘게 기자생활을 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 한 장편문학소설 공모전에 붙어 등단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강명이 이런 르포형식의 책을 내고, 사회를 비판하는 소재로 소설을 쓰는 것이 가능했던 건 이런 특이한 이력때문일 것이다.

 장강명이 보기에 한국의 문학공모전이나 각 기업의 공채나 공무원시험, 각종 고시들은 모두 똑같다. 비교적 대규모의 인원을 짧은 시간동안에 매우 공정하게 뽑아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며 세계 다른 대부분의 나라는 어느 기관이나 기업이든 필요한 인원을 간단한 서류접수후 인터뷰를 통해 뽑는 방법을 채택한다.

 양자는 서로 장단점을 지니는데 한국의 공채시스템은 짧은 시간안에 대규모 채용이 가능하고 채용직군의 충성도가 매우 높고, 향후 유연하게 이들을 각 계열사나 업무조직으로 편성이 가능하다.(전문성이 없단 이야기다.) 그리고 이 체제는 앞서 말한 평가의 신뢰도가 매우 높다. 반면 외국의 수시 채용형태는 우수인재를 상시 채용할 수 있고, 직무적응력과 전문성이 매우 높은 인재를 확보하며, 채용비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 체제는 타당도가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양자의 장점은 서로에겐 그래도 단점이 된다.

 이런 공채시스템은 고도 성장기 한국사회에 매우 적합한 제도였다. 또한 각종 지연이나 학연등에 얽메여 있던 사회에 공정성이란 신화를 제공하고 인맥이란 네트워크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등용의 기회를 주는 순기능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 체제는 고도 성장기가 끝나면서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우선, 공채시스템으로 선발한 인원은 자연히 군대처럼 기수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수가 한국특유의 장유유서 문화와 결합해 강한 선후배 문화로 정착해 어느 업계든 수직적 구조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경쟁이 지나치게 치열해지다보니 공채시스템을 통과하는것 자체가 하나의 간판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간판을 통과한 사람들에게는 막강한 권한과 자기들만의 폐쇄적 경직성이 생겨나게 되며, 통과하지 못한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거의 평생 패배의식과 열등감을 가지면서도 모순되게도 그 간판을 옹호하고 동경하는 자세를 갖게 된다. 마지막은 이 간판이 신뢰성만 높을 뿐 타당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공채시스템의 시험은 대부분 객관식 지필평가이며 문제도 매우 지엽적이고 업무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또한 각 업무에 필요한 인성이나 적성 역시 뒷전이다. 그렇다 보니 높은 성적으로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가 막상 실제업무에선 잼병이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공채를 통해서만 인재를 확보하다보니 공채에 실패한 이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며 그것이 설사 가능하더라도 편가르기나 계급이 생겨나버린다. 외국의 경우 외부 경력기자의 경력을 우대하고 존경하지만 한국의 경우 공채가 아닌 다른 지방이나 소규모 방송국의 경력기자가 경력직으로 올 경우 천대받는 것이 현실이다.

 작가 장강명은 책에서 이런 공채시스템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문제점을 주로 장편소설공모전과 영화시나리오 공모전, 각 기업의 공채시스템과 언론사의 공채시스템의 통해 고찰한다. 물론 작가가 직접 경험하고 많은 관련자를 인터뷰하는 것이 가능했던 장편소설 공모전을 주로 다룬다.

 장강명은 이런 간판을 형성하는 공채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면서도 이를 전면적으로 없애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저신뢰 고경쟁사회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타당도를 높은 평가시스템이라도 이런 저신뢰 고경쟁적인 사회분위기속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교육부가 옳은 뜻과 포부를 갖고 수능을 절대평가화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강화하려해도 강한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이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공채시스템의 유지를 주장한다. 공채시스템의 그간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했던 순기능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저신뢰 고경재사회의 현실적인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소위 간판의 약화를 위해 정보의 공개를 제안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뚧고 공채를 통과해 간판을 획득하여 기자나 법조인, 의료인등이 되고나면 그 이후로는 언제그랬냐는듯 경쟁이 사실상 전무하다. 이는 평가자체가 가진 타당성의 결여와 더불어 그 해당분야의 전문성을 떨어뜨려 국민의 후생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가 됨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느 변호사의 승률이 높고, 어느 의사의 수술후 생존성공률이나 오진율이 공개된다면 공채후에도 경쟁은 유지된다. 또한 공채를 통하지 않았지만 강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채와 수시채용 이나 다양한 경로로의 업무 접근이 가능해진다. 타당도도 높이고 신뢰도도 어느정도 현실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작가가 보다 집중한 문학 부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하자면 장강명은 문학 부분에서도 이런 간판의 약화를 주장하면서도 장편소설 공모전의 폐지는 반대한다. 위와 마찬가지의 이유다. 문학계도 간판의 약화와 공채 이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역시 정보의 공개가 중요한데, 문제는 문학계에 공개할만한 정보란게 전무하다는 점이다. 영화만 해도 각종 영화에 수만개의 전문가 집단 리뷰 이외의 일반인들의 리뷰가 존재하며 평점이 존재한다. 반면 문학의 정보란건 기껏해야 극 소수 서평가들의 리뷰와 일반인들의 리뷰에 불과하며 문단전문가들이나 기자들이 쓰는 리뷰는 현실적인 이유로 오래전에 제대로된 정보공개 기능을 상실했다.  

 때문에 작가는 독자들의 문예운동을 제시한다. 여러가지 방안이 들어있는데 강력하고 전문적인 영화리뷰어가 존재하는 것은 영화리뷰작성만으로도 먹고 살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적에서도 이런 서평 리뷰어가 먹고 살만한 기회나 시장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방식으로는 서로가 쓴 서평을 통해 다른 사람이 책을 구매하게 되면 일정 부분의 인센티브가 주어지는등의 형태다. 또한 서평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리뷰도 제시한다. 단순한 별점형식이 아닌 오락성과 감상성, 정보성, 지식성, 실용성 등의 오각형을 채워나가는 형태의 종합적인 책 리뷰, 그리고 등단하지는 못했지만 재밌는 소설을 소개하는 정부나 다른 기관에 발행하는 서평집이나 소설테마집등이 그것들이다. 이런 작은 노력으로 문학시장이 활성화나갈때 문학계에서도 문학독자집단의 생성으로 정부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공채에 통과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게 작가의 생각이다.

 작가 장강명은 단순히 소설가로 알았는데 다양한 경험에서 이런 르포형식의 재밌는 글도 작성할수 있는 사람이었다. 작가의 다른 소설도 제법 궁금해진다. 아마 댓글부대랑 한국이 싫어서란 책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늘 나와 주변사람을 얽메는 평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최근 교육계에선 교육과정의 목표로 과거 인간상에서 탈피해 역량을 강조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역량은 실제할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며 곧 신뢰도보다는 타당도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가령 창의적 역량이 높은 인재라면 단순히 창의적인 객관식 문제를 풀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문제의 다른 면이나 성질을 파악하고 이를 남다르게 해결하는 실제 능력을 의미하는 것일 것이다. 실제 학교현장과 사회의 평가가 이런 역량중심으로 이행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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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5 14: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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