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내란 - 댓글 전쟁 - 민주주의는 어떻게 조작되는가?
황희두 지음 / 시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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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진관 판사에 의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주요 종사자 1심 판결은 매우 뜻 깊었다. 매우 과감했고 사법 정의를 올바르게 세우는 판결이었다. 그간 내란 세력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 편에 선 일부 정치권은 이들의 잘못을 확실히 인정하지 않아서 사회는 적잖은 혼란에 빠져왔다. 하지만 이걸 확실히 무겁게 단죄함으로써 분위기를 일단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 대선에서 놀라운 점은 20대 남성의 표심이었다. 지난 번 윤석렬을 향한 표심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었다. 사회는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그들의 마음과 공정하지 못하다는 그들의 생각을 분명 충분히 어루만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기대를 품고 집권한 윤석렬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이번 대선에선 표심이 좀 달라야 합당했다. 하지만 그가 자행한 내란이라는 분명한 잘못을 목격했고 헌재에 의해 탄핵이 진행되었음에도 그들은 다시 과반수 이상이 이준석과 김문수를 향해 표를 던졌다. 그렇다면 그 근저에는 다른 것도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십대 남성들은 문재인 정권 때는 남여 갈라치기로 보수 정권에 포섭되었었다. 요즘 유튜브나 SNS를 보면 영포티라 하여 40대를 혐오하는 콘텐츠가 많이 나오는데 이번에는 아마 세대 갈라치기로 다시 보수 정권에 포섭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한다. 40대는 민주진보 성향이 가장 강력하다. 그리고 20대의 부모세대이자 직장에서는 선배이자 마주하는 상관이다. 받을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무마하고 꼰대이자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자 수혜만 받은 기회주의자 정도로 치부해버리려는 시도가 역력해보인다. 이것에 또 영합해서 20대 남성을 욕하는 영상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건 안하는게 맞다고 본다. 

 하여튼 책 사이버 내란은 지금의 보수정권이 오래전부터 인터넷을 장악하여 영향력을 행사해온 과정을 다룬다. 이것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지금의 20대와 30대 남성의 정치 문화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놀랍게도 민주진영은 인터넷을 통한 정치문화 운동을 자신들이 먼저 노사모를 통해 파급력있게 시작했음에도 이 부분을 놓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아 왔으며 지금에서야 그 위험성과 영향력을 파악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지금에서라도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문화적으로 교육적으로 올바르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보수 정권이 인터넷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3년 노무현에게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때만 해도 한나라당은 인터넷은 젊은 애들의 놀이터정도로 여겼다. 하지만 노사모가 결집하는 그 파급력을 보고 그것을 패배의 결정적 원인의 하나로 파악하게 된다.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사이버 전사 1천명 양성 계획을 세운다. 이 전략이 훗날 국정원, 군 정보기관, 극우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연결하는 출발점이 된다. 신천지는 초기부터 여기에 동원된다. 

 국가 공권력이 인터넷 여론 조작에 개입하기 시작한 분기점은 2008년이다. 당시 광우병 촛불 집회로 이명박은 강한 위기 의식을 갖는다. 그는 당시 상황의 핵심을 온라인으로 파악하고 그곳을 장악하려고 시도한다. 표적 공간은 다음 아고라, 오늘의 유머, 트위터 등이었다. 그래서 정부는 이들 공간에 대한 의도적 개입과 조작을 감행한다. 2009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자 민주진영이 분노로 결집한다. 이명박은 이것을 우려해 노무현의 사상과 가치, 그 인물 자체에 대한 폄훼작업에 돌입한다. 노무현과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여론 조작의 대표 인물이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그는 국민과의 대화시기에는 긍정 댓글과 게시물을 사전 대량 유포하여 긍정적 여론을 조성했다. 반면 노조 탄압 반발이나 시위현장을 이끄는 인물에 대해서는 불순세력, 귀족 노조, 반국가적 세력으로 악마화 작업을 하였다. 

 이명박 정권 당시 국정원의 여론 조작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08년 대규모 촛불 집회 이후 이명박은 기존 심리 전단을 심리 정보국으로 확대하고 여기에 외부 민간 조직인 사이버 외곽팀까지 투입한다. 확인된 것만 최소 30개 여론 조작팀과 3500개 아이디가 있다. 실제 활동 인원은 최소 수백명 규모로 추정된다. 

 국정원의 타겟은 다음 아고라였다. 전체 토론글의 50% 장악을 목표로 하고 하루 평균 게시글이 3177개에 달했다. 글과 투표를 모두 압도하여 극우 진형이 온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조작했다. 그들은 작업이 외보에 드러나지 않도록 외곽팀 선발에 신중했다. 정보관, 심리적 협조작를 통한 물색-직접 접촉 및 의사확인-사상 활동 역량 2단계 검증-상부 보고 및 재가-활용의 단계를 거쳤다. 선발인원은 아고라 전담 14팀, 4대 포털 10팀, 트위트 4팀이다. 

 이명박은 더 나아가 경찰과 군도 동원했다. 경찰은 댓글 공작과 온라인 심리적도 했다. 군은 기무사가 스파르타라는 댓글 조직을 운용했고 사이버 사령부가 블랙펜이라는 분석팀도 운용했다.

 이들의 작업은 윤석렬이 집권하며 부활한다. 서천오는 채동욱 검찰총장 불법사찰,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희망버스 여론 조작 직 간접 연루로 구속 되었다. 하지만 사면이 내려지기 전인 2024년 2월 국민의 힘에 비공개 공천 신청을 했고 결국 당선이 유력한 경남 사천남해하동에 공천되었다. 그는 2023년 2024년에 2년 연속 특별 사면 되었다. 과거 공작 네트워크를 가동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윤석렬은 취임 초기부터 반국가세력, 반대한민국, 공산 전체주의 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했다. 이는 국정원 출신 이희천의 용어다. 그는 보수 대 진보라는 용어는 보수에게 불리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세 대 반대세라는 용어를 제안했다. 여기서 반국가세력이 파생된 것이다. 윤석렬은 원세훈도 가석방했다. 그는 14년형을 받았는데 특별사면으로 형량이 반으로 줄었고, 여기에 법무부가 가석방 산정방식을 개정하여 가석방이 되었다. 

 리박스쿨은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여론조사와 교육현장 침투의 두 축으로 활동한다. 이들은 뉴라이트 역사관을 갖는다. 뉴라이트 역사관은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여 민주화, 민주족의 서사를 하나의 관점으로 격하시킨 후, 친일 독재 서사를 동등하게 또는 더 우월한 하나의 대안으로 끼워넣는 전략적 상대주의를 취한다. 윤석렬은 취임하자마자 이상하리만치 빠르게 교육현장에 늘봄학교를 추진했다. 당시 학교는 늘봄학교에 빠른 추진으로 인력난에 시달렸다. 그러다보니 강사인력의 공백으로 인해 학교는 기존의 돌봄학교 강사처럼 인력을 일일히 면접을 통해 검증하며 섭외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방과 후 프로그램 전체를 위탁업체에 일괄로 맡기는 방식에 제안되었고 이게 확대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리박스쿨에 자리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엔 겉으로 보기엔 아주 정상적이고 멀쩡했다. 그러면서 극우세력이 하이패스로 공교육에 침투한 것이다. 2024년 기준 전국 초등학교의 32%가 이런 형태로 늘봄학교를 운영했다. 심지어 윤석렬 정권 때 국가교육 위원회가 리박스쿨과 인적으로 연계되었다는 우려도 있다.

 자손군은 정량 목표로 10만 사이버 전사 양성을 목표로 한다. 노년층 대상으로 댓글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하나하나 단계가 매우 구체적이다. 트루스 코리아는 민주당 해산 1천만 서명 운동, 맘카페 회복 운동, 부정 선거 독후감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 을 진행한다. 참여자에게는 스카이 데일리 1년 구독권을 선물한다.    

 일베는 2010년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서 파생했다. 당시 이 사이트에는 자극적 게시물이나 성인게시물을 업로드시 운영진이 이를 삭제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 게시물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게시판이 일베의 시초다. 삭제될 만큼 과격했기에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2011년 일베는 디시인사이트에서 독립하다. 2012년 대선국면에서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성격이 급변한다. 시작부터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을 만한 콘텐츠를 소비하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문화가 이 사이트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여론 작업에 적합했고 잘 먹혔다. 세월호 참사가 단적인 예다. 

 일베는 자기들만의 공고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2016년 쇠퇴 전까지 단순한 커뮤니티를 넘어서 하나의 정치 심리전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2012 대선 때는 문재인을 종북으로 보는 이미지,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그 희생자는 홍어로 취급했다. 이들은 언론 믿지마, 일베 믿어로는 구호를 외쳤다. 극우 진영 전반에 언론 불신 프레임이 확장했다. 그래서 극우 매체만이 사실을 말한다는 논리로 확장했고 이는 지금도 작동한다. 일베는 원래 극단적이고 보수성향이 있었지만 이들이 더 극우화한 촉매작용을 한 것은 국정원이었다. 국정원은 일베에 개입하여 댓글을 작성한다. 국정원을 안보 특강에 일베 회원을 초청하기도 했고 절대 시계를 나눠주며 이들과의 네트워크도 형성한다. 

 이처럼 일베는 장기간 우리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다. 시간이 지나며 그 폐쇄성과 사용자의 고령화, 경찰 수사와 언론의 집중 문제제기, 사회적 낙인 효과로 젊은 층이 빠르게 이탈하면서 쇠퇴한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에펨 코리아, 소위 펨코다. 

 펨코는 FM 게임 정보 공유를 위해 FM 코리아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후 주제가 확장하고 2020년부터 커뮤니티 2위의 대형사이트로 성장한다. 펨코는 3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혐오의 보상화, 포인트의 현금화, 도박의 플랫폼화다. 펨코는 유저가 얻는 포인트에 따라 아이콘이 바뀌고 이것이 일종의 계급처럼 작용한다. 문제는 펨코 유저 다수의 입맛에 맞는 글을 보상을 받게 되고 소수 의견이나 펨코 문화에 비판을 가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유저는 벌을 받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펨코 정치, 시사 게시판에는 민주, 진보 진영에 대한 비판 글이나 보수진영 옹호글을 올리면 포인트를 금방 모을 수 있다는 인식이 공공연하다.

 그리고 펨코는 포인트가 현금 거래의 수단이 된다. 포인트 선물 기능이 존재하는데 중고나라, 당근, 번개 장터 등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1만 포인트당 2만 5천원에서 3만원 정도로 거래가 실행된다. 펨코는 로그인만 하면 성인 인증 없이 사설 토토 이용이 가능하다. 펨코 도박을 하려면 역시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래서 다시 진보를 비판하고 보수를 찬양한다. 그리고 광고를 클릭하면 포인트를 받는다. 즉, 펨코는 혐오를 상품화하여 유저의 중독성과 결합시킨 사례다.

 저자가 보기엔 이런 극우 커뮤니티에는 공통점이 있다.

 1. 밈 중심의 정치화다. 

 2.놀이형 혐오 확산

 3.조직적 여론 자작

 4.반 지성주의, 음모론 확산

 5.커뮤니티 권력화

 6.연령 하향화, 시민적 정체성 약화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미디어 시대의 대응 방안도 제시한다. 상대편이 인맥, 자금, 정보네트워크로 결합된 사이버 내란을 획책하는 만큼 법과 제도로 일단 이를 해체해야 한다. 그리고 젊은 진보 민주 성향 남성들이 당당히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오늘날 정치에 필요한 것은 우리 시대의 감수성과 언어를 정확히 읽어내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대변할 수 있는 감각과 기민함을 보여야 한다.

 1. 세줄 요약이다.

 핵심 문장의 반복 노출이다. 이것으로 관심을 끌고 이후 깊이 있는 콘텐츠로 이끄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2. 알고리즘과 기술은 무기가 된다.

 개인의 의식적 선택과는 무관하게 플랫폼이 치밀하게 설계한 구조속에서 무의식적 소비가 반복되고 있다. 

 3. 다양한 뉴미디어에 대한 감각

 극우은 이명박 때부터 게임, 유머, 성인 콘텐츠를 매개로 공략을 했다. 어릴 때부터 접한 콘텐츠로 정서가 자연스레 스며들어 성인까지 이어지기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

 4. 자유와 규제 사이의 균형

 국가 차원에서 게임, 유머, 성인 콘텐츠는 검열의 대상이다. 청소년은 이를 억압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반감이 심하다. 그 결과 오히려 자유를 외치는 윤석렬이나 이준석에 호감을 얻는다. 그래서 자유와 규제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규제 논쟁의 프레임은 표현의 자유 제한이 아닌 청소년 보호와 민주적 정보환경 조성으로 설정해야 한다.

 5. 공작은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평소에도 586세대, 페미니즘, 중국, 북한에 대한 반감을 은근히 키우는 콘텐츠를 반복 노출한다. 이 때 콘텐츠의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감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향후 선거 시가에 수확한다. 이것을 경계 해야한다.

 6. SNS와 상대적 박탈감의 구조

 SNS는 평균 올려치기로 박탈감과 과잉경쟁을 조장한다. 이럴 수록 혐오정서에 잘 포획된다. 그래서 건강한 또래 문화와 온라인 집단 형성이 필요하다.

 7. 유머, 프레임 전파의 촉매제

 지금은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형식이 본질을 압도한다. 따라서 민주진영은 메시지 자체의 정확성과 깊이는 유지하되 전달형식에서 속도, 간결성, 유머를 전략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유머를 민주적으로 되찾아 프레임 전쟁에서 장기적 우위를 찾아야 한다.

 8. 익명성의 활용되는 방식

 온라인 공론장에서는 익명의 1인이 파급력이 강하다. 실명제 강화와 플랫폼의 법적 책임강화가 필요하다.

 9. 의도적인 탈맥락화

 긴 영사을 몇 초 분량의 발언만 떼서 자극적인 자막과 함께 편집하여 이를 퍼뜨린다. 이런걸 막아야 한다. 

 10. 봉쇄와 와해, 시선과 시간 전쟁

 모든 커뮤니티는 봉쇄와 와해의 문제를 겪는다. 단단히 뭉치면 외부 봉쇄라는 비판, 개방하면 내부적으로 와해된다. 플랫폼은 본능적으로 누가 더 단순하고 직관적이며 자극적인 메시지로 시선을 끄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이것이 시선전쟁이다. 그리고 시선을 끌면 여기서 얼마나 머무느냐로 승패를 가른다. 이것이 시간 전쟁이다. 진보의 커뮤니티도 여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사이버 내란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교육위는 리박스쿨 포함 교육실태 점검과 재발방지 프로그램 정비, 문체위는 가짜뉴스 규제 및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정책 강화, 과방위는 정보통신망을 정비해 허위 정보 유통 플랫폼의 법적 책임 강화와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공익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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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퇴근은 언제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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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공감하는 동물이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많다. 공감은 기본적으로 유전적으로 나와 가까울수록 강하게 나타나고, 정서상 또는 이해관계가 나와 비슷해도 강하게 나타난다. 그래서 친구나 나의 직장동료, 사업 파트너, 전우, 같은 마을 사람들, 넓게는 직장, 학교, 고향, 같은 종교, 국가 순으로 공감은 퍼질 수 있다. 그렇기에 공감은 편향적이고 한계가 분명하다. 

 이처럼 인간의 공감능력은 그 범위가 좁고 편향적이기에 우리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사회의 전체적인 고통을 줄여나가려면 남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간신히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고 그 불의를 줄여나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나 정치권에 대한 압박이란 걸 할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당하는 불의와 힘든 것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안다. 하지만 바로 옆자리의 사람이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치 잘 모른다. 심지어 같은 직장의 약간 다른 부서에서도 말이다. 서로가 그런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잘 알아 갈 때 사회는 조금 더 살만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노회찬 재단에서 엮어 낸 것이다.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통해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여러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의 폭을 조금 넓힐 수 있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을 몇 개 정리해봤다.

 해녀는 7-8미터 이상 잠수가 가능한 사람을 상군, 5미터 정도 잠수하는 사람을 중군, 그 이하를 하군으로 분류한다. 보통 오래 물질을 하다보면 상군이 되고 아무래도 그들이 소출도 낫다. 하지만 상군은 반드시 하군의 살림을 챙긴다. 그러는 이유는 상군도 나이가 들면 언젠가 하군으로 전락하기 때문이고 아직은 어린 하군도 언젠간 중군이 되고 상군이 되는 날이 오기 때문이다. 해녀는 반드시 둘이 같이 작업한다. 하나라도 더 잡으려다 사고가 나기도 하고, 바다물이 휩쓸리기도, 커다란 모자반에 길을 잃기도 하는 등 위험이 도사리기 때문이다. 십수년전만 해도 제주 해역에 커다란 모자반과 수풀로 가득했고 많은 것을 바다가 내주었다. 지금은 온난화로 바다숲은 사라지고 만지는 돌마다 부서지는 지경이다.

 교통리포터는 아침 7시에 방송국에 도착해 15분 간격으로 교통정보와 기상정보를 전달한다. 낮 1시를 전후하여 저녁 근무자와 교대한다. 이들은 휴무를 제외하고 한달 20일을 출근한다. 하루 6시간 정도를 근무한다. 급여는 한 달 130-160만원 정도로 최저급여수준이다. 경력이 쌓여도 이 급여는 유지된다. 프리랜서라서다. 퇴사율은 매우 높다. 여기에 결혼하고 출산하면 대부분 권고 퇴사가 수순이다. 

 놀랍게도 상담사는 하나로 대표되는 국가자격증이 없다. 그렇다 보니 그에 따르는 법적 의무나 권한이 없다. 그래서 자신들을 보호할만한 법적 근거도 없다. 급여도 적다. 상담사는 대개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지만 연봉 3천 이상을 보장할만한 자리도 마땅치 않으며 열정페이를 강요하거나 봉사를 강요하는 곳도 적지 않으며 그걸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도 많다.

 문래동은 원래 공장지대였다. 그곳의 공장 대부분은 1인 기업 또는 가족 경영이다. 각 공정을 전문처리하는 공장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소재에서 최종 완성품이 원스톱으로 문래동에서 처리가 가능하다. 한 때 3천개가 넘는 업체가 있었지만 지금은 1천개 정도가 남아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많은 업체가 떠나갔다. 지금은 예술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한 때 공존을 하는 듯 했다. 낮에는 철공인, 밤에는 예술인의 형식이다. 하지만 결국 공인들이 떠나는 것으로 귀결되는 듯 하다.

 양봉가는 5-6월 2달을 위해 나머지 10개월을 준비한다. 양봉을 하다보면 요일 감각이 사라지고 해요일과 바람요일 비요일로 요일을 구분한다. 해요일은 일하는 날이고, 바람요일은 바람에 시설이 망가지거나 벌통이 망가지는 걸 관리하는 날, 비요일은 쉬는 날이다. 비요일에 바람이 많이 불면 최악이다. 비맞으며 바람요일처럼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동기에는 좀 쉬지만 보온에 신경을 써야한다. 아침이면 보온덮개를 걷어 꿀벌 나들문을 개방하고 해가지면 다시 덮는다. 월동기에도 바람 요일에는 비상한 관리가 필요하다. 

 안마는 타인의 몸을 돌보는 일이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등한시하게 되는 노동이다. 안마사의 급여는 시간을 얼마나 투여했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쉬기가 어렵다. 손님은 규칙적이지 않다. 없으면 없고 많으면 많다. 그렇기에 노동 시간을 지키기가 어려운 직종이다. 안마사는 시각장애인이 많고 그들이 가질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업이기도 하다. 법적으로 안마사를 시각장애인이 독점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생존권에 대한 침해이다.

 세탁소는 돈을 버는 직업은 못된다. 월세로 대개 수입의 절반이 나가고 10-20%로는 각종 약품과 세제, 옷걸이 비용에 소요된다. 나머지 수입은 생활비로 사용된다. 즉, 그냥 유지하면 사는 업종이다. 세탁소를 가보면 어느 집이나 그렇듯 옷의 홍수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세탁소를 하다보면 손님이 옷을 맡기고 차츰 찾아기자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서 그렇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선금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간호사는 WHO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한 교대근무를 하면서 수맣은 감염물질에 노출되며 근무한다. 휴식시간은 당연히 보장되지 않고 장시간 서 있기에 하지정맥류가 걸리기 쉽고 화장실도 가지 못해 방광염에 걸리기 쉽다. 식사가 불규칙하고 잠을 잘 자지 못해 위염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무거운 환자와 짐을 드는 일이 잦아 근골격계 질환도 많다. 여기에 환자의 치매와 섬망증상으로 위험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간호사는 폭행과 폭언, 성희롱에 쉽게 노출된다. 근무 환경이 이러면 자주 쉬기라도 해야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다. 간호사는 여유인력이 전혀 없다. 내가 쉬면 쉬고 있는 다른 간호사가 휴일을 반납하고 나와야 한다. 그래서 병가를 내지 못한다.

 현 의료보험 시스템은 일부 질병군의 포괄수가제(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를 지불)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료 행위에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의료 행위별 수가를 정해 진료비를 지불)한다. 그런데 문제를 간호사의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수가를 거의 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병원입장에서는 간호사의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돈이 들어오지 않게 되니 간호사를 쓰면 쓸수록 적자를 보게 된다. 그래서 병원은 간호사를 최소로 배치하게 된다. 간호대학은 많아서 매년 간호인력은 쏟아진다. 사실 그러면 자리가 모자라야 하는데 자리는 넘쳐난다. 기존 인력이 모두 힘들어서 그만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엔 매번 젊은 간호사가 자리한다. 이들이 어느 정도 버티다 나이가 들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 그래서 우리 나라 병원엔 나이들고 경력있는 간호사가 남아있지 못한다. 

 여기에 대형병원은 비용문제로 정규직 의사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다. 그러면 그들의 업무가 비정규직 의사인 인턴에게 넘어간다. 그러면 인턴의 업무는 간호사에게 넘어간다. 때로는 임상병리사, 방사선사의 업무도 간호사에게 넘어간다. 그래서 간호사 본연의 업무인 간호 업무가 환자의 보호자에게 부과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환자 보호자가 환자를 간호하거나 간병인이 따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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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세대 -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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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유류를 중심으로 어린 개체는 성인기로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 놀이활동을 즐긴다. 놀이활동은 당연히 물리적이며, 여럿이 함께하고, 위험을 감수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좌절과 위험의 감수로 인한 자율성확립, 사회성 등 여러 기능이 함양된다. 인간 역시 포유류의 일원으로 아동기가 긴만큼 상당기간의 놀이기반 아동기를 수행했다. 하지만 이는 1980년대까지다. 이후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인간아동들은 놀이기반 아동기를 상실하게 된다. 

 물론 디지털 세계에서도 상호작용은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세계의 그것과 엄연히 다르다. 현실세계의 상호작용은 체화된 방식, 동기화된 방식, 1:1 또는 1:다수의 만남, 진입과 퇴출의 진입 장벽이 높다. 디지털 세계의 상호작용은 미체화된 방식, 미동기화된 방식, 1:다수의 만남, 진입과 퇴출 장벽이 낮은 공동체가 특징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청소년의 정신건강은 상당히 악화하고 있다. 10대의 주요 우울증 비율은 2010년 이후 여자아이는 145%, 남자아이는 161%증가했다. 2012년부터 급증하는데 이는 스마트폰의 대중화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성인이 된 대학생의 정신질환 증가도 놀랍다. 2010년이후 대학생들은 불안은 134%, 우을중은 106%, ADHD는 72%, 양극성 장애는 57%, 신경성 식욕부진은 100%, 약물 남용 및 중독은 33%, 조현병은 67%가 증가했다. 연령별 불안 비율은 2010년 이후 18-25세는 137%, 26-34세는 103%, 35-49세는 52%, 50세 이상은 8% 증가했다. 스마트폰에 어릴적 노출되었을수록 불안 비율의 증가가 높다.

 사람은 불안으로 인한 장애에 대해 두 가지 양태로 반응한다. 하나는 내면화 장애로 심한 고통을 받은 경우 증상을 내면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외면화 장애로 심한 공통을 받는 경우 증상을 외부, 즉 타인에게 표출하는 것이다. 전자는 자해나 자살로 이어지고 후자는 폭행 및 살해로 이어진다. 전자는 여자에게 주로 나타나며, 후자는 남자에게 주로 나타난다. 불안은 두려움에서 비롯하는 것으로 생존을 위해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정상적 불안은 건강한 것이지만 일상적 사건에서 지속하는 만성적 불안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한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따돌림이나 모욕 같은 사회적 위협에 큰 불안을 느낀다. 그리고 항상 실시간으로 접속이 가능한 스마트폰 기반의 인터넷 환경은 이런 불안에 사람을 늘 노출시킨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에 노출된 것은 기기의 빠른 보급때문이다. 2016년 10대의 79%가 스마트폰을 보유했고 8-12세는 28%를 보유했다. 지금은 훨씬 올라갔을 것이다. 2015년 SNS계정이 있는 10대는 하루의 2시간은 SNS를 하고 1시간을 여가로 보내고 무려 7시간을 유튜브나 게임, 넷플릭스, 포르노 등을 보는데 소비한다. 그리고 본격적인 비교의 시작은 2010년 아이폰 4가 사상최초로 전면카메라를 도입하고서 부터다. 이때부터 사실상 셀카 문화가 시작하며 SNS를 매개로 서로의 과장되고 조작된 일상을 경쟁적으로 올리며 무한 비교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의 사회적 패턴, 롤모델, 감정, 수면패턴등이 모두 급격히 변화한다. 

 인간 아이는 생후 2년간 급격히 성장하지만 이후 7-10년간 느리게 성장하다 사춘기에 다시 급격히 성장한다. 인간의 문명과 언어가 발달하여 학습을 잘하는 자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기에 학습시간이 길도록 사춘기에 빠르게 도달하지 않게 진화했다. 그리고 아동기에 학습을 잘하기 위해서 자유놀이, 조율, 사회학습에 대한 동기가 발달했다. 그래서 인간은 놀면서 뇌의 회로를 천천히 완성해간다. 놀이를 통해서 실제보다 위험이 낮은 환경에서 성공과 실패를 하고 이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반복을 통해 학습해간다. 처음 놀이를 통해 기본기술을 익히면 이후에는 잡기 놀이나 숨바꼭질 같은 포식자-피식자 게임으로 넘어간다. 나이가 더 들면 언어놀이(잡담, 놀리기, 농담)로 뉘앙스나 비언어적 단서, 내뱉은 말이 원하는 반응을 끌어내는데 실패하는 경우 즉각 관계를 회복하는 기술등의 상급과정을 거친다. 이후에는 자치와 공동의사결정, 경쟁에서 패배 시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 등 고급 사회성 기술이 발달한다. 놀이는 이처럼 지배적 충동을 억제하고 오래 지속하는 협력적 유대를 형성한다. 신체놀이는 가장 건강하고 유익하다. 신체놀이에는 약간의 위험이 수반하고 이로 인해 자신과 타인의 안위를 돌보는 법을 학습한다. 그리고 부모나 교사가 신체놀이에 과도하게 관여하거나 개입하면 즉시 덜 자유롭고, 덜 즐겁고, 덜 유익해지며 학습효과가 반감한다. 신체놀이는 정서발달에도 기여한다. 정서발달은 일반적으로 정보가 아니라 경험에 있기에 놀이가 중요하다. 놀이를 통해 아이는 상처를 참고, 감정을 조절하며, 다른 아이의 감정을 읽고, 차례를 지키고, 갈등을 해결하고,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는 법을 학습한다. 

 이 모든 대면신체놀이의 기회를 스마트폰이 앗아간다. 거의 매일 만나는 비율은 1990-200년까지 완만히 감소하다 2010년대 이르러 빠르게 감소했다. 아동이 주변세계와 연결을 맺으려면 움직임과 감정을 타인과 조율하고 동기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동은 나이가 들수록 단순히 차례를 지키는 것을 넘어서 상대와 동시에 같은 일을 하는 동기하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특히, 여자아이는 함께 노래를 하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운율을 맞추면서 손뼉치는 게임을 하면서 큰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만남은 철저히 비동기화이며 미체화된 방식이기에 이 같은 기회를 갖기가 현저히 어렵다. 

 인간 학습의 기본은 모방이다. 그래서 인간은 모방을 통해 학습하고자 하는 선천적 욕구가 있고, 모방을 할만한 적절한 사람을 선택한다. 그래서 동조편향과 권위편향이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아동은 SNS에 강하게 빠져든다. 타인들이 모두 SNS를 하기에 여기에 동조하게 되고, SNS의 스타는 클릭수와 좋아요로 인해 권위를 갖게 된다. 때문에 아동은 진정한 권위자와의 실제 만남이 줄어들고 적절하지 못한 자를 모방하게 된다. 이 같은 경향은 사실 20세기부터 시작되었다. 대중매체의 부상으로 인해 실제 탁월성과 권위가 분리되었다. 이는 SNS로 인해 크게 강화되었다. 이로 인해 현실세계 공동체에서 성공하는데 도움을 주는 멘토링 관계가 다양한 롤모델링으로부터 시간과 주의 모방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주요 학습매커니즘의 하나인 좋은 롤모델링을 모방하는 학습을 붕괴시켰다.

 인간은 진화하며 환경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 활성화 체계와 행동 억제 체계가 동시에 진화했다. 환경에 적극 대응하려면 행동 활성화가 필요하고, 위험을 피하려면 행동 억제가 필요하기에 양자는 모두 중요하다. 다만 학습에 있어서는 당연히 행동활성화 체계, 즉 발견모드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대사회 특히, 1990년대부터 미국과 서구에 있어서 아동의 안전이 과도하게 강화되었다. 역설적이게도 90년대 이후 해당세계에서는 범죄와 폭력, 음주운전등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그러하다. 이렇게 아이를 헬리콥터 양육함으로써 아동은 바람없이 자라는 나무가 되고 만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불안장애, 낮은 자기효능감, 대학생활적응도를 보인다. 

 아이가 자라며 적절한 경험으로 공포를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는 처음엔 대상에 두려움을 느껴도 노출과 경험을 통해 대상에 익숙해지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능력이 발전할수록 두려움을 느끼던 대상에 점점 큰 흥미를 갖고 곧 스릴과 승리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이 하는 위험한 놀이는 신체적 부상 위험을 포함하는 스릴 넘치고 흥미진지한 형태다. 그리고 아이들은 비교적 큰 위험이 없는 부상(타박상, 베인상처)이 발생할 수 있는 활동을 놀이로 선택한다. 이런 유형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위험한 도구의 사용, 거친 몸싸움, 위험한 요소, 사라지기 등이다. 1980년대만해도 아이들의 놀이터는 이런 위험을 경험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요구가 과도해지며 현대의 놀이터는 위험요소가 거의 없어 아이가 위험한 경험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노는 장소의 설계는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필요한 만큼만 보장해야한다. 

 이처럼 안전을 과도하게 강조하게 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도시가 점점 자동차 중심으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주차로 인해 놀이 공감을 빼앗겼고, 항시 노는 곳에 자동차가 들어서는 위험을 겪게 되었다. 다음은 사회적 응집성의 감소다. 과거 농경중심의 문화가 남아 있어 이웃간의 친밀도가 높고, 꼭 부모가 아니어도 아이를 돌보는 눈이 많았으나 지금은 자기 아이 외에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마지막은 케이블 TV등의 발달로 인해 부모의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이야기나 사례들이 과도하게 증폭되어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점이다. 이런 요소가 불러온 안전지상주의로 인해 잠재적 위험이 얼마나 희박하고 사소하든 안전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해버렸다. 

 인간의 문명에는 공통적으로 사람의 지위 변화를 보여주는 통과의례란게 있었다. 의례는 대개 탄생, 성인, 결혼, 죽음과 관련이 깊다. 여자나 남자아이는 사춘기에 통과의례를 치른다. 그러면서 부모로부터 분리되고 시련을 겪으며 성인사회의 새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환영받는다. 현재 대다수의 현대 문명사회는 이런 통과의례를 상실했다. 이는 롤모델, 도전, 새로운 지위의 공개인정 경험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래서 신고식 처럼 자기들만의 의례가 치뤄지기도 하는데 이는 어른의 감독이 없기에 잔인하거나 성과 관련한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다. 

 안전주의의 심화는 10대의 주요활동을 크게 감소시켰다. 과거 10대는 운전면허 습득, 음주, 섹스, 아르바이트 경험이 풍부했으나 지금은 과도한 안전과 보호로 인해 이 같은 경험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이는 감독과 감시를 넘어서서 성장을 저해하는 행위다.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는 4가지 해악이 있다. 사회적 박탈, 수면의 박탈, 주의 분산, 중독이다. 스마트폰은 초기 서드파티 앱의 문호를 개방했다. 그러자 앱의 수가 대폭 늘어났으며 무한 경쟁으로 인해 이런 앱들은 사용자를 오래 붙들어 놓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SNS와 플랫폼에는 4가지 특징이 있는데 사용자 프로필, 사용자 제작콘텐츠, 네트워킹, 상호작용성이다. 2009년부터 페이스북이 좋아요, 트위트가 리트윗을 도입하자 이런 요소가 광범위하게 다른 플랫폼으로도 퍼져나갔다. 이는 모든 게시물의 성공을 계량화하게 하였다. 제작자에겐 이것이 인센티브로 작동했으며 단순히 좋아요와 클릭수를 올리기 위해 거짓과 ,극단적 발언, 심한 분노,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푸시 알림도 2009년에 출시하였다. 이는 사용자에게 하루 종일 알림을 보낸다. 

 아동은 대면 방식의 동기화, 체화된 신체놀이가 발달과 학습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신체적 위험 감수와 스릴이 넘치는 모험을 동반하는 실외 놀이를 통해 이뤄진다. 이를 위해서는 친구와 직접 만나는 것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 이를 박탈해버린다. 이것이 사회적 박탈이다. 

 10대가 되면 자연 수면 패턴이 변화하여 잠자는 시간이 늘어난다. 원래를 등교를 해야하기에 청소년은 일찍 잠이드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인해 청소년은 늦잠을 자게 된다. 하지만 등교는 해야하기에 일찍 일어나게 되므로 수면시간의 절대량이 감소한다. 수면은 학습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수면의 부족은 체중을 줄이고 면역력을 낮추며 짜증과 불안을 만들어내어 대인관계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 10대는 성인보다 더 자야하며 이는 8-9시간의 수면시간이다. 하지만 수면이 7시간 미만인 10대는 1991년 여자 32%, 남자 26%였던 것이 2019년 여자 49%, 남자 41%로 대폭증가했다. 

 스마트폰은 주의도 분산한다. 연구에 따르면 주요 SNS와 앱이 보내는 알림이 하루 평균 192개에 달한다. 이는 5분에 1개꼴로 이에 모두 일일히 반응한다면 하루 종일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5분 미만이란 셈이다. 이런 지속적 방해는 청소년의 사고능력을 갉아먹으면서 재배열이 빠르게 일어나는 10대의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힌다. 이는 집중력 성숙과정의 방해다. 청소년기는 집행기능이 발달한다. 이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 전두피질이 주로 주관하고 이 부분은 매우 느리게 발달한다. 

 스마트폰의 또 다른 가장 큰 해악은 중독이다. 앱설계자는 강한 습관의 고리를 형성하는데 알림-행동-가변적 보상-투자의 순환고리다. 사용자는 자신의 SNS에 올린 게시물에 대해 알림을 받게 된다. 이것은 좋아요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사용자는 이런 가변적 보상에 대해 긍정적 결과를 얻기 위해 게시물을 강화한다.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이처럼 디지털 도파민을 사실상 24시간 공급하는 현대판 피하지방 주사기나 다름이 없다. 

 이런 스마트폰 기반의 악영향은 성별에 따라 양상의 차이를 보인다. 공통적으로 남여 모두 스마트폰의 사용시기가 크게 증가했지만 이용방법에 차이가 있다. 남성은 주로 유튜브, 레딧같은 사이트나 비디오 게임에 집중한다. 여성은 시각 이미지 중심의 SNS, 인스타, 스냅쳇, 핀터레스트 같은 것들을 많이 사용한다. 즉, 여자 아이들의 SNS사용이 남자보다 훨씬 많다. 사람은 자라면서 주체성과 융화성을 발달시킨다. 주체성은 개성을 추구하고 자신을 확장하고자 노력하며, 효율성, 역량강화, 자기주장성을 보인다. 융화성은 타인을 배려하고 그래서 자신을 더 큰 사회단위에 포함시키려 하는 행위다. 그래서 박애와 협력, 공감이 필요하다. 남여 모두 이를 추구하나 성향상 남자는 주체성에 여자는 융화성에 더 강한 동인을 보인다. 이런 면이 여자아이가 SNS에 더 민감한 이유다. 

 사회심리학자 수잔 피크스는 인간을 비교 기계로 설명한다. 인간은 내부에 계량기를 갖고 있는데 매순간 국지적 인기순위에서 자신의 위치를 측정한다. 특히 10대는 아동기를 벗어나서 몸과 사회생활이 급속히 변화하여 불안하다. 그래서 자기가 속한 성에서 위치를 파악하려 애쓴다. 주로 외모에 집착하는데 특히 여성 청소년일수록 아름다움과 성적매력에 관심이 큰데 여성의 경우 이 요소가 사회적 지위를 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SNS는 사실 사실이 아니다. 이는 삶을 편집한 하이라이트에 가까우며 필터와 편집앱으로 인해 가상의 미와 온라인 브랜드를 사용한다. 그래서 자신의 아름다음과 미를 항상 계산하는 여자아이들의 경우 이로 인해 사회적 계량기 바늘이 곤두박칠치게 된다. 자신에 대한 만족은 1991년 여자는 66%, 남자는 69%였다. 하지만 2019년 여자는 57%, 남자는 62%로 줄어들었다. 여자아이는 이처럼 사회적 비교에 남자보다 더 취약하다. 특정 종류의 완벽주의에 더 사로잡히는 경향이 크고, 불안이 클수록 더욱 완벽주의를 추구한다. 그리고 SNS를 통해 가공된 완벽한 외모의 이미지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불안은 더욱 커진다. 

 SNS는 여자아이들 상호간의 공격에도 활용된다. 여자 아이의 융화성 동기로 인해 그들의 공격은 관계를 손상시키는데 집중된다. 2011-2019년 사이버괴롭힘 경험자는 고교생의 경우 남자는 10%, 여자는 20%나 된다. SNS가 제동하는 익명의 프로필 생성은 트롤링이나 평판손상에 주로 이용된다. SNS는 자신의 언행을 면밀히 관찰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막대한 압력을 가하면서 관계적 집단 괴롭힘의 범위와 영향을 증폭시켰다. 

 여자아이는 감정과 장애를 더 쉽게 공유한다. SNS는 우울증도 전파한다. 여자아이들 약탈과 괴롭힘에 더 취약하다. 남성은 성관계를 위해 강압과 폭언, 폭력을 쓰는 경향이 있는데 SNS의 여자아이들은 이들의 좋은 표적이다. 10대는 SNS에 매우 쉽게 노출되고,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의 나체사진을 쉽게 요구한다. 이에 응하면 여자아이에게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같은 나체사진의 공유도 남자와 여자의 결과는 천양지차다. 남자는 가벼운 흥미거리나 오히려 자랑이 되기도 하지만 여자아이의 경우 이는 행실이 나쁜 사람으로 치부된다. 

 남성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재산, 성취, 안녕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탄산업화 때문이다. 특히 학위 취득에서도 여성이 우위를 보인다. 안전지상주의는 남자아이들의 활동을 더욱 제약하며 큰 타격을 입혔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이를 가속화했다. 남자아이도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주체성과 우정을 가상세계에서 찾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개인 공간에서 주체성과 융화성 추구했는데 주로 비디오 게임과 포르노 사이트를 통해서다. 남자아이가 매일 포르노를 보는 비율은 2004년 11%에서 2014년 24%로 증가했다. 포르노는 남자아이들에게 불확실하고 위험한 현실 세계에서의 연애 대신 성적 만족을 위한 더 쉬운 선택을 하게 한다. 그리고 이는 남성이 실제 세계의 파트너를 덜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섹스 인형, 로봇의 발전은 이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비디오 게임은 단기적으로는 고독감을 완화한다. 하지만 장기적 우정 형성이 어렵기에 게임에 더 의존하게 되고, 장기스트레스와 불안감, 우울증을 유발한다. 7%의 남자아이들이 과도한 비디오 게임으로 인해 현실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2019년 남자청소년의 41%가 하루에 2시간 이사을 17%가 4시간 이상을 비디오 게임을 한다. 이는 잠과 운동, 가족 친구와의 대면 만남 기회를 떨어뜨린다. 남자아이의 경우 이 경우 어른이 되면 은둔 청년으로 이어지기 쉬다. 은둔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은데 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적 성취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해 이에 실패하여 입는 타격이 더 크고, 여성은 결혼이라는 탈출구와 관계에 대한 지향성이 더욱 크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이런 스마트폰 아동기의 악영향을 막기 위해 정부와 테크회사들이 해야 할일은 다음과 같다.

우선 보호의무의 준수다. 개인 프라이버시의 보호와 기본값을 최대로 설정하고 아동의 게시물에 대한 타인 설정 금지 및 적극적 설정이다. 혐오물에 대한 접근 장애에 대한 설계도 중요하다. 다음은 인터넷 사용 나이의 16세 설정이다. 현재는 이것이 13세다. 16세는 사춘기가 막 끝나는 시점으로 더 성숙하기에 해악의 영향을 덜 받는다. 다음은 나이 확인 절차 쉽게 하기다. 생체인식 확인, 블록체인 토큰 활용, 서로 보증 네트워크의 활용등이다. 마지막은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 금지의 장려다. 

 그리고 현실세계를 아동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야 할 일도 있다. 우선 자녀에게 현실을 경험하게 하는 부모의 처벌금지다. 미국의 일부 주는 12세 미만 아동을 공공장소에 혼자 두는게 불법이다. 과도하다. 자녀의 독립적 신체활동과 인지적 자극 기회 자체가 불법인 셈이다. 다음은 학교에서 더 많이 놀이 활동의 장려다. 세번째는 공공장소를 설계하고 기획할 때 어린이를 고려하는 것이다. 자동차 중심의 설계를 지양하고, 상업, 여가, 거주 구역이 잘 혼재되면 어린이가 도보, 자전거로 이동하는 지역이 많아진다. 학교 앞 거리의 차량통행을 방과 후 1시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직업교육과 수습과정, 청소년 개발 프로그램의 활성화도 중요하다. 

 다음은 부모가 자녀에게 해야할 일이다. 

 아이가 연락이 없는 상태로 시야를 벗어나게 하기, 아이가 모여 밤을 세우고 노는 것을 장려하고 소소한 것 챙기지 말기, 친구와 함께 학교 걸이가기 장려, 방과 후 자유놀이 즐기게 하기, 캠핑가기, 아무 기기도 없고, 안전 지상주의가 아닌 캠프 찾기, 아동친화적 동네와 놀이공간 조성이다. 그리고 디지털 기기 차단이다. 집에 있는 모든 디지털 기기의 자녀 보호기능 및 콘텐츠 필터 사용, 전체 화면 시간 관리보다는 대면 활동과 잠을 최대화, 하루와 일주일의 시간에 명확한 구조 부여, 중독이나 문제 있는 사용의 징후 살피기, 16세까지 SNS계정 개설 늦추기, 10대 초반의 자녀와 위험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자녀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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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지음, 박세연 옮김 / 어크로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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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 소련을 필두로 동구권이 무너지며 바야흐로 자본주의와 결합한 민주주의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였다. 물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도 체제가 민주주의긴 하지만 그쪽 진영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독재로 흘러버렸고 경제적으로도 실패했다. 반면 자본주의를 앞세운 진영에선 실제로 민주주의가 구축되어 안정적으로 운영되었기에 당시 자본주의와 결합한 민주주의가 가장 경쟁력 있고 선도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를 필두로 상당수 사회주의 진영이었던 권위주의 국가들은 민주주의를 운영하지 않고도 산업 경쟁력을 회복했다. 반면 승자로 보였던 유럽과 미국의 자본주의와 결합한 민주진영에서는 경제가 흔들리고 더불어 민주주의도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책은 미국의 사례와 역사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민주주의는 서구에서 본격화한지 300여년 정도가 지난 제도다.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의 민주주의는 매우 쉽게 흔들린다. 사람들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지탱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히틀러나 트럼프, 한국 역사상 독재를 한 대통령 혹은 그에 준하는 자들은 대개 국민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이다. 이는 시민이 충분히 민주적이지 않고, 이러한 잠재적 독재자들이 대중의 약점과 감성을 매우 잘 파고들어 자신에게 영합하게 만들기가 생각보다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가 보기에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그것을 수호한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그것을 구현한 것은 미국의 양 정당이며 이들이 지켜온 규범은 사호관용과 이해, 그리고 권한 행사에 있어서 자제의 원리다. 놀랍게도 이는 미국 헌법이나 여타 법률에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어느 순간부터 정치인들이 이를 실천해 온 것이며 그것이 굳어져 규범화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가 양극화하며 1980년대부터 이 규범에 균열에 생겨왔고 그것의 결과는 잠재적 독재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탄생과 규범의 파괴였다. 

 린츠의 연구에 의하면 잠재적 독재자는 4가지 특성을 공통적으로 드러낸다. 우선 말과 행동에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한다. 그리고 경쟁자의 존재를 부인하고 제거하려 든다. 또한 자신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폭력을 용인하고 조장한다. 마지막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포함하여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부정했고, 오바마를 무슬림으로 취급했으며, 지지자들의 국회점거를 용인하고 그 범죄자들을 사면까지 했으며, 자신을 비방하는 언론 기자를 출입금지시키거나 대놓고 면박한다. 그리고 한국의 탄핵된 대통령 윤석렬도 이 4가지 특성을 상당히 드러냈었다. 그도 툭하면 부정선거 의혹을 드러냈고 실제 국정원을 동원해 이를 조사했으며, 선거해서 승리했음에도 야당대표의 수사를 지시하고 제거하려 했으며, 재임 중 각종 공식행사에서 반국가세력을 언급했고 계엄을 단행했으며, 자신을 비난한 언론사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 금지시켰다. 

 이런 잠재적 독재자는 대개 포퓰리스트 아웃사이더로 기성정치에 반대하며 자신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부패하고 음모를 꾸미는 엘리트 집단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존 정치인이 오히려 비민주적이고 비애국적이라 매도하며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어 집권한다. 

 트럼프와 양극화로 인해 이런 잠재적 독재자들이 최근에 등장한 것 같지만 미국 역사를 살펴보면 이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존재해왔다. 성공한 것이 최근일 뿐이다. 이들이 과거 실패했던 것은 미국의 정당이 문지기 역할을 하며 이들을 제거해왔기 때문이다. 정당들은 잠재적 독재자를 선거기간에서 당내의 경선에서 배제하거나, 정당의 조직 기반에서 극단주의를 제거하고, 반민주적인 정당이나 후보자와의 모든 연대를 거부하고, 극단주의자를 체계적으로 고립시키며, 그들이 유력주자로 떠오를시 연합전선을 구축해 대항한다. 

 미국역사상 등장했던 잠재적 독재자들은 찰스 코글린이나 휴이 롱, 조지프 매카시 등이 있다. 이중 매카시는 냉전시대 공포를 이용하여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언론을 검열하고, 출판사를 폐쇄했다. 그는 상원의 불신임에도 40%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리고 1968-72년 윌리스는 극단적 인종차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정당의 문지기 역할로 인해 체계적으로 배제되었다. 

 미국의 건국자들은 민주주의를 확립했음에도 대중을 믿지 않았다. 그들은 대중이 무지몽매하여 언제든지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의원내각제는 총리가 의회의 일원으로 정치 내부자의 인정을 받아야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반면 대통령제는 국민 선거로 결정되는 만큼 이 같은 필터기능이 없다. 그래서 미 건국자들은 선거인단제도를 고안하였다. 하지만 선거인단은 국민 선거 이후에 구성되어 후보자 자체를 거르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정당과도 무관하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필터기능이 없다. 

 이로 인해 미국은 역사상 정당이 사실상 민주주의 관리인이 된다. 19세기 초 대통령 후보 선출은 의회간부회의라는 하원단체에서 매우 폐쇄적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다 1830년대 초부터 각 주의 대의원이 참석하는 전당대회에서 후보가 결정되었다. 대의원도 일반투표가 아니라 각 주 및 전당위원회에서 선발했다. 프라이머리 선가는 1890-1914년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당시엔 대의원의 프라이머리 승리후보에 대한 지지의무가 없었다. 이런 일련의 전당대회 시스템은 비민주적이거나 위험한 후보를 제거했다. 프라이머리는 대선 후보 지명에 대한 구속력이 없고 그 자체로 화려한 행사에 불과하다. 실질적 힘은 당내부자가 갖고 있었고 이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후보자가 되는 길이었다. 이는 오랜 기간의 동료평가 기능을 했다. 정치인들은 서로를 알고 오랜 기간 같이 일하면서 성격과 이념, 위기관리능력, 인성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당들은 1970년대 들어 기존의 후보 선정 시스템을 바꾸기 시작했다. 1968년이 시작인데 당시는 로버트 케네디 암살, 베트남 전 갈등, 반전 시위의 열기로 사람들은 기존 정당에 신뢰가 사라져서 전통적 후보 지명시스템에 대해 강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급기야 시카고 전당대회에 반전시위대가 난입하였고 그 과정을 경찰이 강경진압한다. 그 후폭풍으로 대선후보 험프리가 패배한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대통령 후부 지명과정을 개방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에 직면했고 이후 지금의 구속력있는 프라이머리가 생겨난다. 1972년 민주, 공화 양당은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대의원 대부분을 각 주의 프라이머리와 코커스를 통해 선출한다. 후보들은 대의원의 이탈을 막기위해 미리선출했다. 당지도부에 의존하지 않고 대선후보를 선출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장벽이 남아있었다.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하려면 막대한 선거자금, 호의적 언론기사, 모든 주에서 자신을 위해 활발하게 뛰어줄 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후원과 언론인, 이익단체, 사회운동가, 주지사와 시장, 상하원 의원등과의 광범위한 연합도 요구되었다. 

 이 장벽은 2010년대에 무너지게 된다. 연방대법원은 2010년의 판결로 외부자금이 더 쉽게 유입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정치후원자를 찾는 것이 매우 쉬워져 기존의 정당에 의존을 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케이블 티비와 유튜브, SNS의 등장은 대체언론의 성장을 가져와 기존 시스템에 대해 의존을 더욱 덜어주었다. 

 이처럼 미국역사에서 대선 후보가 되는 과정은 과거 매우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체계에서 더욱 민주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정치 전문가에 의한 필터기능이 사라지면서 미국에서는 극단적이고 정치경험이 전무한 포퓰리스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상당한 역설인 셈이다. 

 과거 독재자들은 정적을 대놓고 투옥, 추방, 암살했다. 하지만 지금의 독재자들은 탄압을 합법적으로 포장한다. 이를 위해 심판 매수가 필요한데 바로 법원이다. 그리고 현대 독재자들은 종종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혐의로 소송을 남발해 반정부성향이 강한 인물을 합법적으로 경기에서 배제한다. 그러면 언론사는 공격으로 인해 자체검열을 시작한다. 독재자는 야당을 지지하는 기업도 공격한다. 그리고 예술가, 지식인, 팝스타, 스포츠 선수 등 문화계 인사도 공격한다. 이들의 높인 인기와 도덕성은 독재자에게 위협이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이들을 회유, 협박한다. 주요 언론인과 기업가들이 매수되거나 경기장 밖으로 쫓겨날때 저항세력은 힘을 잃는다. 현대의 독재정권은 이렇게 해서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승리를 거머쥔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독재정권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게임의 법칙도 바꾼다. 헌법과 선거시스템, 다양한 제도를 바꾸어 저항세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공공의 선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며 그래서 경쟁자에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인다. 

 잠재적 독재자라도 민주체제이기에 뭔가를 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경제위기, 자연재해, 전쟁, 폭동, 테러와 같은 안보 위협은 좋은 구실이다. 그래서 잠재적 독재자일수록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위기를 강조한다. 실제 미국의 트럼프는 자신을 반대하는 민주당 우호지역을 범죄 우범지역, 테러지역으로 규정하고 군대 투입을 하고 있다. 시민들 역시 안보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러한 조치를 찬성한다. 

 법체계는 본질적으로 모든 것을 규정할 수 없기에 모호하고 개념에 공백이 있다. 그래서 헌법 조항에만 의존해서는 잠재적 독재자를 막을 수 없다. 민주주의가 오래 건강하게 작동하는 국가는 비공식적 규범에 의존한다. 바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다. 상호관용은 정치 경쟁자가 늘 헌법을 존중하는 한 권력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권력에 대한 반항은 역적으로 여겨졌고 제거로 이어졌기에 이는 혁신적 사고다. 그리고 민주주의 붕괴 사례에서 독재자들은 반대파를 국가의 위협으로 낙인찍어 제거한다. 제도적 자제는 법적 권리를 신중하게 행사하는 태도다. 법을 존중하면서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자세다. 대통령은 행정명령의 권한을 갖고 있다. 한국의 윤석렬은 행정명령을 마구 집행해 입법부와 갈등을 일으켰고, 국회분의 헌법재판관이나 방송통신위원등을 임명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제도적 자제에 실패한 사례다. 

 미국 역시 강력한 민주주의 규범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건국초기 공화주의자와 연방주의자들은 서로를 제거 대상으로 여겼다. 그러다 수십년이 지나서 상호공존의 정신이 생겨났다. 이는 오래가진 않았는데 남북전쟁때문이다. 당시 인종차별에 대한 갈등은 최고조였다. 하지만 전후 흑인 노예에 대한 시민권의 확립과 군의 철수 부분에서 북부쪽이 상당한 양보를 하고 흑인들의 시민권 문제를 해결하지 않음으로써 갈등이 봉합된다. 갈등이 다시 재점화한 것은 1963-64년에 미뤄뒀던 흑인 시민권 문제가 다시 법적으로 쟁점화하고 해결되면서부터다. 이는 인종을 포섭하고 미국은 진정한 민주사회로 바꿨지만 미국의 양극화와 상호관용과 자제의 규범에 균열을 내는 시작이 되었다. 

 과거 미국의 양당은 모두 내부적으로 다양성을 보존했고 정당간의 차이가 미미했다. 하지만 1964-65년 남부지역의 민주화는 남부지역의 백인을 공화당으로 북동부를 민주당 지지지역으로 바꾸었다. 민주가 진보, 공화가 보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실제 1950년대 유색인종의 7%가 민주당 지지였다면 2012년엔 무려 44%가 되었다. 그리고 공화당 지지자 중 백인 비중은 90%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또한 공화당은 개신교의 정당이 되었다. 1973년 연방대법원은 낙태 합법화 판결을 하였는데 이후 공화당이 개신교를 대변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16년 백인 개신교 집단의 76%가 공화당을 지지한다. 

 규범파괴는 양당이 모두 자행하고 있지만 대개 시작은 공화당이었고, 그 파괴의 정도도 더욱 심각하다. 저자는 그 이유로 공화당 지지자가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막말을 일삼는 당파성향이 강한 매체에 더욱 의존하고, 보수이익 단체가 강경화했으며, 지난 수십년간 민주당은 지지계층의 다양성이 확보된데 비해, 공화당은 백인 개신교로 동질적이고 이들이 기득권을 잃어 편집증적 반발을 하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한쪽이 강경반응을 보이면 조선시대 사화가 그랬던 것처럼 반대쪽도 강경반응으로 대응하기 쉽다. 저자는 이것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강경대응으로 반대쪽이 나서면 오히려 전제주의가 강화되기 쉽다. 그리고 중도진영을 실망시켜 지지도가 떨어지고 친정부세력이 더욱 강해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쌍방의 강경대응은 기존의 민주적 규범을 완전히 무너뜨려 더욱 낮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고착화한다. 사람들은 초기엔 민주주의 규범의 파괴에 놀라고 격앙하지만 그것이 자주 자행될수록 기준은 낮아지게 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다. 잠재적 독재주의자가 나타나면 민주적 규범과 절차 파괴행위에 대해 강경대응하면서도 반대 진영은 철저히 규범을 지키고 연합전선을 이뤄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현상에 대한 대응이다. 가장 궁극적인 해법으로는 사회불평등 해소와 보편적 복지를 통한 사회 양극화의 해소를 든다. 잠재적 독재주의자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기존 민주체제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때문에 그것을 애초에 봉쇄하는 것이다. 다만 시민의 자질에 대한 지적이 없는 점은 좀 아쉽다. 시민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신봉자라면 잠재적 독재주의는 사실 불만이 있더라도 들어설 길이 없다. 즉, 상당한 수의 시민이 자신의 경제적, 정치적 유불리로 인해 민주주의의 파괴를 용인하는 셈인데 이는 시민성의 문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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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냉전 시대
제이슨 솅커 지음, 김문주 옮김 / 더페이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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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냉전이 기억 난다. 미소 양국은 적대적으로 상호확증파괴 무기를 개발했고, 핵으로 인한 공포로 인해 영미권에서는 핵전쟁 드라마나 영화도 많이 제작되었다. 그 냉전이 끝난지 30년, 이젠 미국과 중국이 중심이 되어 세계화 시대를 마무리하고 사실상의 제2차 냉전이 시작되었다. 책은 이 용어를 제시하고 이를 개념화한다.

 사람들은 제1차, 제2차 대전을 별개로 생각한다. 시간 차도 좀 있고, 인류 역사상 미친 영향과 사상자수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독일이란 주인공을 중심으로 양차 대전은 사실상 독일 문제에 대한 전쟁이다. 독일 문제는 19세기 독일인이 거주하는 영토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일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독일어를 쓰는 민족과 영토를 하나의 국가로 통합하는 대독일주의와 이를 북독일로만 국한하는 소독일주의가 있다. 문제는 대독일주의의 실현이었다. 

 이처럼 1, 2차 냉전도 중국을 주인공으로 보면 일관된다. 1차 냉전은 지금의 러시아인 소련이 주인공이지만 중국도 주역이었으며 미국이 중국이 아시아에서 경제적, 군사적,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오래된 경향을 막아낸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이라면 제1차, 제2차 냉전은 일관성있게 연결된다.

 제2차 냉전의 전조는 적대적 연합의 형성, 경제와 기술을 탈동조화, 대리전과 하이브리드전, 사이버-정보전쟁으로 구분한다. 

 제1차 냉전은 미소의 대결이었지만 양측의 직접 충돌은 사실상 없었다. 대리전이 치뤄졌는데 한반도와 베트남, 아프간 등이 주 무대였다. 제2차 냉전의 대리전은 러우전쟁, 이란의 대 테러전과 이스라엘, 대만에서 일어난다. 두 개는 실현되었고 마지막 하나는 가장 파급력이 높고 파괴적이며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 

 2차 대전에서 연합국은 교훈을 얻었다. 그들은 히틀러의 체코 주데텐 지역 합병을 승인하였는데, 이를 통해 히틀러는 영국, 프랑스가 개전의지가 없음을 깨닫고, 체코 전지역을 병합하고 2차대전 마저 일으킨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가 체코 주데텐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독일은 불리한 산악지대에서 싸웠어야 했고, 사전의 독일의 전술과 무기체계에 대해 적응하고, 전면전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러우전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개입하여 상당한 시간을 벌었다. 러시아의 무기전략체계를 알 수 있었고, 사실상 무방비였던 나토의 국방비와 방어력이 상당히 증가하였으며 동유럽에 나토 상비군마저 배치할 수 있었다. 우크라 합병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성과와 대비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란과 러시아 그리고 제2차 냉전의 동반자들이 추구하는 지정학적 목적을 뒷받침하는 광범위한 합동 대리전이다. 이는 주요 자원 수송로인 중동을 위협하여 미국과 유럽의 상당한 군사자원을 이쪽으로 돌리게 만들어 러우전을 러시아와 중국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러시아는 이란의 대리전에 핵심역할을 했다. 바그너 그룹이 이란의 후원단체와 협력을 강화하였고, 군사훈련, 안보협력, 무기기술을 제공했다. 이란은 후티반군에 탄도미사일, 트론, 장거리 타격 능력을 제공했다. 후티반군을 이를 이용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타격해 미국와 나토의 군사역량을 이리로 집중시켜 우크라이나 지원 역량을 줄였다. 

 중국은 연합리검작전 2024A와 2024B를 실행했다. 이는 대만봉쇄 및 침공상황에 대한 작전이다. 중국의 해군은 사상최대규모다. 2년마다 무려 프랑스 함대 전체 수준의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2025년까지 항모도 두 척 추가 진수예정이다. 스텔스 구축함과 강습상륙함도 신속히 증가중이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를 군사화했다. 오바마 정권 당시 이를 묵인한 것이 미국과 동맹의 패착이다. 10년간 피어리크로스, 수비, 너스치프 암초를 군사화하여 장거리 레이더 시스템, 전투기, 폭격기 수용활주로, 미사일 격납고와 대함/대항공기 포대, 연료보급 및 재공급을 위한 심해해군시설이 구축되었다. 미국과 동맹은 대만 침공시 이 시설로 인해 상당히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북한은 제2차 냉전의 불안한 대리전 당사자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러우전쟁에 상당한 물자와 병력을 공급했다. 핵과 미사일 능력도 확대중이다. 태평양과 미본토 타격이 이미 가능하다. 중국은 밀무역과 에너지를 평양에 공급하고 있고 러시아는 군사기술, 식량원조, 외교적 지지를 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시 북한에 남한으로의 도발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후티반군이 한 것처럼 미국과 동맹의 자원을 양쪽으로 분산시켜 대만침공에 유리한 발판이 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프리카로도 전선을 확대 중이다. 경제지원, 군사원조, 정치공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천연자원, 전략적 항구, 경제발전으로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 아프리카에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대규모 차관으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이미 중국에 종속되고 의존중이다. 부채상환의 어려움으로 인해 중요 전략자산을 중에 넘겨야 하는 부채함정외교에 빠진 상황이다. 중국은 지부티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뿔 주변을 지나는 핵심해상항로에 대한 권한과 통제권을 확보 중이다. 중국은 여러 나라를 도우면서도 특히, 자신들과 같은 권위주의적 정권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 바그너 그룹도 말리,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분쟁 지속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친크렘린 정권을 지원한다. 그리고 대가로 금, 다이아, 에너지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 중이다. 

 남미 역시 중국의 주요 공략 대상이다. 브라질, 아르헨, 칠레, 페루 같은 나라의 핵심 농업과 에너지, 광업 분야에서 중국의 통제력이 확대중이고, 투자하여 의존하게 하고 있다. 중국은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니카라과와의 관계를 광하중이다. 이들 국가에 무기, 감시기술,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권위주의 정권을 강화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있다. 남미는 중국과 러시아가 부추기는 대리전에 취약하다.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군사적 유대관계를 맺고, 중국이 남대서양과 남극대륙 근체에 전략적인 통제를 확립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SNS는 은밀한 방식으로 사회를 해체하고 가짜뉴스를 현실로 왜곡하는 호위 합의 편향을 이용해 분열을 부추긴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서사는 대중을 동원해 혁명의 불을 지폈다. 인지적 억압, 경제적 어려움, 국가적 굴욕이 주요 메시지다. 이를 분노와 두려움, 억울함, 자부심 같은 정서를 자극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자꾸 이것을 퍼뜨려 그것이 마치 널리 퍼진 합의라도 되는 양 만든다. 중국과 러시아는 AI생성콘텐츠와 봇을 이용하여 범세계적 담론을 조직하고 이를 서구의 화합파괴에 이용한다. 

 SNS는 감정이입과 창의력을 감소시킨다. SNS는 위기와 분노, 갈등을 끊임없이 조장하여 전반적으로 대중을 공감피로 상태로 몰아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고통에 둔감해지고 프로파간다에 도덕적으로 저항하지 못하게 한다. 알고리즘의 콘텐츠 피드는 복합적 사고를 막고 단기적 사고만 하게 한다. 반응적이고 초당파적 담론이 늘며 섬세한 논의가 어려워진다. 이는 사안에 대한 이성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을 막는다. 그래서 제2차 냉전은 국가 정체성과 진실, 디지털 회복력을 위한 싸움이 된다. 

 체제 위기에는 5가지 징후가 있다.

 첫 번째는 군사적 위험이다. 대리전, 봉쇄, 무력충돌이다. 언급한 것처럼 중동, 대만, 한반도, 아프리카가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경제적 위험이다. 무기화된 무역, 부채함정, 자원의존도가 위협이다. 서구 경제를 불안하게 하기 위해 중국은 산업우위, 러시아는 에너지 우위를 이용한다. 중국은 산업경쟁력에서 이미 미국의 영향력에서 상당히 자립했다. 그러면서도 희토류 제련을 독점해 언제든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제조업이 붕괴하여 주요 기술과 군사부품에서 적대적 공급망에 의존중이다. 세번째는 기술적 위험이다. 인공지능 전쟁, 사이버 위협, 산업스파이다. 중국은 인공지능과 사어비전쟁, 디지털 감시에 선도적이다. 이것으로 전 세계적 담론을 조장하고 거짓 선도으로 민주주의를 뒤흔든다. 산업스파이는 미국과 유럽의 기술을 탈취한다.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의 무려 60%, 첨단 반도체의 경우 90%를 생산한다. 중국의 대만 봉쇄나 침공은 큰 위협이다. 네 번째는 정치적 전략적 위험이다. 언급한 것처럼 민주주의 진영 내 거짓 선동으로 내부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 마지막은 디지털 위험과 심리적 위험이다. SNS의 무기화로 적대세력이 대중의 정서조장, 정치담론 형성, 사회결속력을 약화한다. 양극화로 정서적 고갈과 사회불안이 늘어난다. 

 제2차 냉전은 세계 질서를 재편한다. 금융과 에너지 시장, 기술, 무역, 공급망에 이르기까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진다. 기업은 투자전략을 바꾸고 위험노출을 재평가해야한다. 경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경쟁은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하고, 금융의 흐름을 변화하고, 기술경쟁의 구조를 조정하고, 통상적인 관계를 재정립한다. 이는 국가안보와 기업전략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북극은 새로운 전장이다. 해동하면 막대한 양의 에너지 자원과 희토류, 북극항로가 대상이다. 러시아는 구냉전시대의 기지를 재가동중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하고 북극함대를 강화한다. 중국 역시 멀리 떨어져있음에도 억지로 근북극권국가를 주장하며 경쟁에 뛰어든다. 극지실크로드 전략으로 에너지프로젝트, 운송인프라, 군사연계 연구소 등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중이다. 미국과 나토는 이에 대응해 북극해상경비를 강화하고 쇄빙선 함대를 확장중이다.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와의 동맹도 강화중이다. 

 우주도 전장이다. 중국은 우주군사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우주자산감시, 사이버공격, 미국와 동맹의 우주자원에 대한 전자적 수행이 가능하다. 중국은 우주실크로드로 저궤도 통신과 달자원채굴을 노린다. 미와 동맹도 이에 대응해 위성 이용과 프로그램, 인공지능기반 궤도 방어시스템, 우주기반 미사일 요격기동을 준비중이다. 

 미국과 동맹은 환적을 엄격히 감시하여, 중국기업의 제3국을 통한 구멍을 차단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기반의 무역 감시와 블록체인 기반의 추적 체계 덕에 앞으로는 상품의 원산지와 감시, 공급망 부정행위 추적 기술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경제안보는 경제적 힘과 경제적 자급자족으로 구분한다. 국가의 GDP는 자본, 노동, 기술의 결합이다. 최근 기술이 점점 핵심요소로 부상 중이다. 경제적 자급자족은 전략적 자원의 비축, 강력한 국내 생산기반, 독립적인 기술확보, 다변화된 공급망,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산업용 금속 및 핵심소재의 안정적 공급이다. 미국은 경제적 힘은 우수하나 경제적 자급자족에서 취약하다. 반면 중국은 경제적 힘에서는 미국에 뒤쳐지나 경제적 자급자족은 상대적으로 낫다. 이로 인해 제2차 냉전시대의 미국과 동맹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1. 희토류 채굴, 제련 능력을 늘리고 중국 의존도를 감소

2.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로 새 에너지 파트너 구축 및 다각화

3. 소듐이온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로 개발로 리튬과 코발트 의존 줄이기

4. 동맹 내의 신재생에너지 구성품 생산장려로 중국 의존도 줄이기

5. 미국, 캐나다, 멕시코와 우호적 페르시아만 국가로부터 에너지 수출을 늘리고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 줄이기

6. 신흥국에 대한 인센티브로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 확대

7. 유럽연합과 아시아로  LNG수출 확대, 러시아 LNG 의존도 줄이기

8. 에너지 인프라 개발로 대외원조 활용


 중국의 지정학적 위협으로 인해 리쇼어링, 니어쇼오링, 프랜드쇼어링 전략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의약품, 바우이산업, 첨단 제조 부품 등 공급망 안보가 국가안보의 우선순위인 산업일수록 이런 경향을 두드러진다. 국제 무역의 미래는 다음과 같다.


1. 경제 및 국가안보를 위해 관세의 광범위한 사용

2. 세계 공급망의 재편

3. 경제적 자급자족 압력 강화

4. 중국 견제

5. 군사화하는 무역 항로의 위험성 증가


이런 경향으로 인해 세계화가 마무리된 이후 지난 10년간 세계의 무역 규제는 무려 100배나 증가했다. 

 향후 기술적 우위 전쟁도 극적이다. 세계는 사실 상 두개의 기술 지역으로 구분되고 경쟁중이다. 양자 우위는 더 이상 단지 컴퓨팅의 문제가 아니다. 사이버 보안과 정보지배, 암호의 우위 문제다. 중국은 양자부호화로 서구의 암호 프로토콜을 파훼하고 기업과 금융거래, 군사정보에 접근하려 한다. 중국은 양자 부분의 특허량이 미국을 압도한다. 

 반도체 전쟁은 인공지능과 양자, 첨단기술의 지배를 의미한다. 반도체 생산을 장악한 국가가 세계 경제와 군사력을 좌지우지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2차 냉전의 시나리오 4개를 제시한다.

1. 정체

 지정학적, 경제조건이 변화하지 않으며, 정체된다. 관세, 동맹, 제재, 갈등 위협이 현 수준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로 현실성이 낮다. 

2. 붕괴

 탈세계화가 멈추고 무역 규제가 철회되어 미중 갈등 이전의 자유무역에 기반한 세계화 시대로의 회귀다. 역시 가장 현실성이 낮다.

3. 지속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2차 냉전이 꾸준히 진행하고 탈세계화, 무역전쟁, 대리갈등, 미중격돌이 격화한다.

4. 포물선

 2차 냉전이 장기화하여 분쟁이 가속화하고, 직접 군사충돌도 일어난다. 역시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저자는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적대국 간의 소통채널 확보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치열한 이성적 계산에 근거하기 보다는 소통 실패와 억제 전략의 오판, 보복의 악순환에서 시작했다. 실제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봄의 전쟁이 가을이면 끝날 것으로 오판했고 2차 대전의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의 체코 합병의 의도를 오판했다. 

 향후 각 나라와 기업들은 위와 같은 흐름을 잘 살펴 정책과 투자 및 경영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기업은 공급망을 재편하고,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며, 금융 탈동조화와 경제적 파편화에 대비해아 한다. 에너지, 원자재의 확보다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식량자급률이 20% 초반에 불과하고, 미중 대리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대만 및 북한과 인접한다. 향후 기업과 정부에 상당한 위기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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