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지리학 - 기후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
로리 파슨스 지음, 추선영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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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산업화 이후 단 한번도 탄소배출량을 줄여본 적이 없다.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지구 자원을 이용해 경제성장을 하는 행위를 줄여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줄지 않는데 탄소배출량이 줄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책 '재앙의 지리학'은 이런 탄소배출 행위와 더불어 식민지 시대부터 시작된 노동착취행위를 연결 짓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진사회의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는 노동착취와 환경파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었고 그 폐해를 그들에게 떠넘기고 있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사회는 탄소배출에 대해 상당한 도덕적 반성과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실제 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탈탄소 체계를 확립하는데 진정성이 있어보인다. 또한 대응도 나름 잘 하고 있다. 영국 런던이나 베네치아, 네덜란드의 운하나, 둑은 이미 이번 세기의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결과다. 그리고 그들은 산업화 과정에서 파괴되었던 자신들의 환경을 한 번 복원한 사례가 있다.   환경쿠즈네스 곡선이란게 있는데 이는 환경오염을 GDP에 대비한 것으로 소득이 올라갈수록 처음엔 환경오염이 극심해지다 소득이 계속 상승하면 오염도가 크게 완화하는 형태의 곡선이다. 이는 한국도 잘 경험한 바 있다. 때문에 선진사회는 환경오염과 탄소배출은 누구나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다고 믿는 낙관론이 있다. 마치 자본주의, 민주주의 신화와 비슷한데, 선진사회, 특히 미국은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되면 그 사회가 자신들처럼 민주화 될 것이라 믿었다 이라크, 아프간, 중국 등에서 큰 코 다친 적이 많다.

 책에서 말하는 재앙의 지리학은 다음과 같다. 부의 창출과 관련된 환경비용은 정작 부를 축적한 곳과는 동 떨어진 타지에서 지불하는 체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탄소 식민주의라 부른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글로벌 생산체계다.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는 사실상 노동과 자본의 이동이 마구잡이로 가능해지면서 선진사회의 생산기지 대부분이 저소득 국가로 이전했다. 이는 저비용과 고효율의 추구로 인한 결과다. 때문에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둔 선진기업의 제품은 한 저비용 국가에서 완성품이 생산되는데, 그 완성품에 들어가는 수 많은 원료와 부품도 세계 각지에서 온다. 한 제품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한 나라에서 완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다. 

 이렇게 글로벌 생산체계가 긴 사슬을 갖고 있다보니 탄소배출은 엉망으로 계산된다. 유럽연합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 연간 56억 톤이었는데 2018년에는 42억 톤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숫자가 간과되었는데 바로 소비와 글로벌 생산체계다. 현재의 탄소배출량 체계는 그 배출량을 철저히 국내로만 한정 짓는다. 하지만 자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생산기지를 세계 여러 나라에 두고 하도급을 계속 주는 형태로 생산하고 있다면 그것도 포함을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또 다른 숨겨진 변수는 소비로 인한 탄소배출이다. 선진사회는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면서 자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많지 않다. 때문에 수입이 급증하였는데 이런 수입품 하나하나가 뿜어내는 탄소는 또 계산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탄소배출 감량에 무척 성공적이고 선진적으로 보이는 유럽연합도 자국의 생산을 해외에 이전하고 또한 그로 인해 그들이 탄소 배출을 해 생산한 것을 수입한 효과를 감안한다면 결국 탄소배출량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책은 선진사회가 떠넘긴 탄소배출과 노동착취의 현장을 따라 캄보디아로 향한다. 캄보디아는 아시아의 저소득국가로 인구가 1700만 정도다. 아웅산 수지로 유명한 이 나라는 의류산업의 하청지로도 유명하다. 1990년대 캄보디아에서 의류산업은 시작되었다. 당시 산업장에서의 아동착취와 성상납, 성착취로 악명이 높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성장해 지금은 규모가 200배나 커졌다. 직종 노동자의 수도 수천 명에서 75만으로 늘었으며 여성경제활동인구의 20%가 여기에 종사할 정도다.

 원래 캄보디아는 전통적인 농업 국가였다. 자영농도 적지 않았고 이들은 가난하지만 자급자족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는데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가 심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가뭄과 홍수의 빈도가 늘면서 농사가 실패하는 일이 잦아졌다. 때문에 농업민들은 가족의 일부를 생계를 위한 급전 마련을 위해 혹독하고 비인간적인 것을 알면서도 산업현장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또한 농업도 지속가능하지 않게 변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농업생산량이 줄면서 농민들은 비료와 선진국의 종자, 기계에 의존하게 되었고 이는 곳 빚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농촌에서 도시로 이탈하는 노동자의 수가 크게 증가하였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10m2의 창조차 없는 방안에서 8명 정도가 같이 잔다.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일터로 향하는데 안전벨트라고는 전혀 없는 트럭에 사람이 가득차서 이동하다. 서로의 몸을 고정시켜주는 것이 서로의 몸이다. 매년 이 위험한 트럭 교통사고로 수십명이 사망한다. 7시가 되면 일을 시작한다. 감독관은 한시도 쉬는 시간을 주지 않고 작업량과 속도에 압막을 주며 이로 인해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가질 못한다. 작업장은 온갖 먼지와 독한 냄새로 가득하다. 그리고 형편없는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에 같은 일을 하고 5시가 되면 위험한 트럭에 몸을 의지해 다시 숙소로 향하게 된다. 역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형편없는 저녁 식사다. 

 책이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벽돌공장이다. 벽돌은 필수 건축자재이며 굽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가 배출된다. 이 산업 역시 선진국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로 생산기지가 모두 이전되어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는 90%의 벽돌 생산시설이 몰려 있는데 이들이 벽돌을 굽는데 연료로 쓰는 것은 나무나, 석탄, 놀랍게도 폐기 플라스틱이나 의류인 경우도 있다.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 및 가난한 나라로 쓰레기를 수출하고 있다. 돈이 궁한 이런 나라들은 노동자들의 건강위협과 환경파괴,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도 이런 걸 돈을 받고 수입한다.

 벽돌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인도산 벽돌을 많이 수입하는데 이는 가격때문이다. 인도산의 가격은 57.45파운드인데 비해 영국산은 10배 이상인 686파운드다. 품질은 둘째치고 엄청난 가격차이다. 인도산을 쓰는 것이 건축비도 낮추고 여러모로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인도산은 연료로 석탄이나, 나무, 폐기 의류등 탄소를 거침없이 배출하는 것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인도의 환경과 노동자의 건강이 위협받는다. 그리고 인도산은 영국까지 긴 거리를 이동하며 상당한 탄소를 또 배출한다. 벽돌은 매우 무겁다. 

 책은 메콩강으로 찾아간다. 기후위기 시대 물은 중요한 변수다. 한 나라가 자기 나라만을 통과하는 강을 갖거나 다국적 강의 상류를 차지 하고 있다면 기후 위기 시대 이는 큰 강점일 될 것이다. 하지만 자국에 강이 없거나 젖줄기 역할을 하는 강이 여러 나라를 흐르고 우리가 하류라면 이는 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메콩강은 중국 티벳에서 발원해 중국 남부와 미안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을 흐른다. 과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중국이 1990년대에 상류지역에 댐을 지으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중국은 현재 11개의 댐을 건설해 유량의 1/3을 통제한다. 라오스도 63개의 댐을 지었고, 캄보디아도 2개의 대형댐과 6개의 관개저수지를 갖고 있다. 이는 물부족과 가뭄을 유발했고 해당 지역의 가뭄으로 자영농을 몰락시켰다. 기후 위기는 그 빈도를 더욱 높이고 있고 이들은 언급한 것처럼 선진국이 이주한 탄소를 노동착취를 당하며 배출할 산업노동자로 변모시킨다. 

 책은 마무리는 사소한 티백이다. 차는 인간이 소량을 섭취하기에 1kg에 이산화탄소32kg을 배출함에도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선진 사회에서 저렴하게 즐기는 이 차가 산사태를 일으킨다. 스리랑카는 유명한 차 재배지다. 실론티를 한 번 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스리랑카는 가파른 산등성이에 차나무를 심어 플랜테이션을 한다. 다만 차나무의 뿌리가 얕기에 산사태에 취약하다. 그래서 차나무가 있는 곳엔 산사태가 있다. 전세계 산사태의 1/3이 차플랜테이션 때문일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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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낱이 파헤치는 여론조사의 모든 것
마크 팩 지음, 김문주 옮김 / 이사빛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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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나,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 여론조사는 항상 주요 소재거리다. 여론조사는 현 상황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뉴스거리가 되기도 하고 시국을 이끌기도 한다. 최근 탄핵된 대통령의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오른 여론조사가 나왔는데 이걸로 인해 정국이 요동친게 그 예다. 직관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많은 설왕설래가 언론에서 있었다. 

 여론조사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은 건국 초기 개별적인 주 의회에서 그 주의 전국 선거인단을 선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거인단의 구성을 일반국민의 투표로 선발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1800년 미 16개 주에서 겨우 5개 주만 일반투표를 했지만 1824년엔 24개 주에서 18개 주가 1836년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한 개 주만 일반투표를 하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 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중의 다수 생각을 미리 아는 것이 정치적으로 중요하게 되었고 이것이 여론조사의 시발점이 되었다. 

 초기 여론 조사는 주먹구구였다. 독립기념을 같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누구를 지지 하는지 물었고, 공공장소에 책을 두고 거기에 지지하는 후보를 쓰게 하기도 했다. 한편 민병대 소집일에 조사하기도 하였다. 이런 엄격한 통계적 표본추출이 없는 것을 밀짚조사라 한다. 밀짚마냥 바람 가는데로 영향을 받는다는 비유에서다.

 20세기 들어 미국에서 전국지인 리터러시 다이제스트가 현대적인 여론 조사를 수립한다. 이들은 1930년대 금주령에 대해 5백만명에게 설문조사를 하였고 1916년에서 1932년의 5번의 대선 결과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여전히 밀짚 여론조사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이제스트는 1936년 대선에서 무려 천만명에게 편지를 송부했고 이중 220만에게 답신을 받았다. 결과는 57:43으로 공화당 후보의 승리가 점쳐졌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터무니 없게 달랐다. 무려 39:61로 민주당 루스벨트가 승리한 것이다. 이는 엄청난 실패였다. 답신 수가 상당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당시 잡지가 부유층 위주로 조사를 했고 당연히 부유층은 공화당 지지자가 많았다. 또한 공화당 지지자 측이 당시 더 적극적으로 답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리터러시 다이제스트와는 다르게 겨우 5만개의 조사로 예측에 성공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조지 갤럽이다. 그는 응답자 수보다는 대표성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는 이 성공으로 1935년 미여론연구소를 설립했고 이것이 지금도 존재하는 갤럽이 된다. 갤럽이라는 이름은 전세계로 퍼져 여론 조사 기관의 대표처럼 느껴진다. 조지 갤럽은 1940년과 1944년의 대선도 정확히 예측한다. 1948년에는 예측에 실패해 여론조사 업계가 잠시 위축되었지만 그야말로 잠시 뿐이었다. 

 현대 여론 조사에는 두 가지 필수 기법이 있다. 하나는 표본 추출이다. 전체 인구를 대표할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을 정확히 선발하는 것이다. 표본이 올바르기만 하다면 표본의 크기는 많지 않아도 된다. 다음은 가중법이다. 표본은 절대로 완벽하게 설정되지 않기에 그것의 보완을 위해 결과를 보정하는 것이다. 

 표본을 무작위로 확보하는 방법중의 하나는 할당이다. 성별이나 나이, 직업 등을 기준으로 정하고 그에 해당하는 수가 응답할 때까지 여론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할당을 채우는 과정에서 다른 편향이 개입할 수 있다. 가령 여론 조사는 비용절감과 정확성을 위해 특정 시간 안에 행해져야 하는데 조사원이 이를 하기 위해 일부로 사람이 많은 곳이나 한가해 보이는 사람들만을 찾는다면 그 행위 자체가 특정 집단에 편향된 표본을 구성하게 된다. 

 여론 조사에는 4가지 방법이 있다. 대면조사, 우편조사, 전화조사, 온라인 조사다. 대면조사는 오랜 과거의 것이고 우편조사가 20세기 초만해도 많이 시행되었다. 다만 우편 조사는 편지를 송부하고 수신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소요되며 그 사이 사람들의 심리와 정치적 상황이 변화되는 것을 감지못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전화조사는 즉각적인 조사가 가능하며 사람들의 지역 및 떨어진 거리와 무관한 조사가 가능하여 소위 무작위 조사가 가능하다. 다만 전화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로 인해 역시 편향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 조사는 무작위성이 가장 커질 수 있다. 비용도 저렵하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전화처럼 온라인 조사도 실제 클릭하여 참여하는 의지가 필요하며, 인터넷 접근성도 하나의 제약이자 편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공개 여론 조사를 실시해버리면 특정 집단이나 사람들이 마음먹고 대거 참여해 여론을 크게 오염시킬 여지도 있다. 다만 인터넷 조사는 성문제 같은 논쟁적 주제에 대해 사람들의 비교적 솔직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론조사가 잘못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시기가 잘못되는 경우다. 둘째는 대표성과 아주 거리가 먼 표본이 추출 된 경우, 셋째는 표본이 체계적 결함이 있는 경우다. 가령 과거 표본에서 가구원 수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4인 가족과 1인 가족 간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경우 이는 중요한 변인이 된다. 시대변화에 따른 이 변화를 잡아내지 못한 표본은 체계적 문제가 된다. 넷째는 무응답 편향이다. 응답이 없었던 사람도 새로운 후보나 정치적 상황이 등장하면 강하게 지지성향이 드러날 수 있으며 대개 자기 편이 유리하면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그렇지 않으면 응답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섯 번째는 표현법이 잘못된 경우다. 실제로 질문은 단순이 앞뒤가 바뀌거나 맥락이 들어가서 같은 질문임에도 상당히 다른 결과가 도출 될 수 있다. 여섯 번째는 승자를 잘못 예측하는 경우다. 여론 조사에서 높게 나오더라도 자신의 지지층이 실제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것을 고려치 못한다면 패배할 수 있다. 또한 미국처럼 선거인단으로 대선승자가 결정된다면 지지율이 높아도 경합주에서 패배해 선거인단에서 져서 낙선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례는 두 번이나 있었다. 

 패널설문조사는 한 집단의 사람들을 표본으로 추출해 오래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중요한 질문을 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 집단에서의 정치적 변화 패턴을 추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패널을 잘못 구성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는 단점이 있으므로 좋은 패널 조사를 위해서는 사전에 패널을 잘 수집해야 하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집단자체가 커질 필요가 있다. 

 MRP라는 최근의 여론 조사 기법이 있다. 이는 다단계 회귀 및 사후 계층화다. 인간이 투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성별, 나이, 과거 투표이력, 직업, 선거구, 지역 등)의 특정한 조합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각 선거구의 모든 유권자를 모델화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서 선거구의 결과를 예측하며 확률로 값을 제시한다. 가령 대졸에 민주당 지지 이력이 있고, 유색인종이며 직업이 전문직이라면 해당 선거구에서 공화당 지지 확률은 30%, 민주당 지지 확률은 70%형태로 제시하는 형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지율을 조사해낸다. 이 방식에는 최소한 5만명 안팎의 표본이 필요하다. 많은 것 같지만 전구단위로 크게 조사하는 경우라면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 현대 여론 조사는 1000명 정도의 표본을 요구하는데 각 선거구마다 1000명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라면 MRP방식이 경제적이다. 이 방식은 이번 선거에 성공적인 예측을 보였어도 다음번엔 그러리란 보장이 없다. 왜냐하면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자체가 매우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이 조사가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아직 정확하다는 증거는 부족한 편이다. 

 현대의 여론 조사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꽤 있다. 우선 여론조사는 반드시 틀릴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그것이 선거토론과 보도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여론 조사 자체가 주객이 저도되어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그런 것을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 여론 조사도 문제가 있다. 대개의 정치 여론 조사는 대중매체가 여론 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다. 의뢰인 자체가 기사거리를 원하는 곳이다 보니 이들은 흥미진진한 결과를 원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자기네가 의뢰하여 얻은 결과는 드러내고 남의 것을 깎아내리고 싶어한다. 때문에 정치 여론 조사는 의뢰단계에서부터 편향과 왜곡으로 의도성을 갖고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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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5-01-23 0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여론조사 포커스 스터디
공부할 적에, 여조 실행자 측에서
어떤 식의 질문을 만드냐에 따라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현재 여조의 심각하게 왜곡된
현상의 출발점이 아닌가 싶습
니다.

보정 역시 문제가 있죠.

닷슈 2025-01-24 10:2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그런데 수치만 보고 그런데 관심을 갖질 않죠
 
한국인의 탄생 - 한국사를 넘어선 한국인의 역사, 개정증보판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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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신이 속한 자연환경에 맞게 진화한다. 하지만 늘 성공적이진 않다. 진화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우연적이다. 그래서 그 자연환경에 맞게 신체와 심리가 진화하지 못하거나 적응할 시간이 불충분하다면 멸종하거나 아니면 그 지역을 신속히 떠나야 한다. 

 하지만 인간에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문화다. 인간은 자신이 진화과정에서 얻게 된 높은 지능과 사회성과 언어, 손기술, 모방 등의 능력으로 인해 대규모로 자연을 자신에게 맞게 개조하거나 여기에 적응할 도구로서 의식주를 개발하게 되었다. 문화의 건설 과정은 자연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고 의도성을 갖는다는 면에서 매우 주체적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연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고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매우 피동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기엔 인간의 정신도 같이 작용한다. 여러 문화는 그 자연에 대응하기 위한 심리적 장치도 같이 개발하는데 이는 추후 몇몇 정신적 규율이나 종교적 계율, 법률로 자리잡기도 하며 한 번 정착되면 그것을 만든 자연과 사회가 변함에도 존속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도인은 이제 소를 잡아 먹을 형편이 됨에도 소를 먹지 않고, 이슬람은 여전히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인 역시 한반도라는 곳에 자리 잡으면서 그런 자신들만의 문화와 정신적 기제가 같이 자리 잡았다. 그것을 나름 심도 있게 주관적으로 파헤친 게 이 책이다. 책을 보면서 한국판 '국화와 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보기에 한국인의 정신적 특질은 현실에 대한 비관주의, 타인에 대한 혐오와 경쟁, 그리고 노력과 능력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정신, 위기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협응력 등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한반도의 자연과 거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들이다.

 

1. 한반도의 자연과 한국인의 정신

 한반도는 국토의 70%가 산지다. 산은 일조시간이 짧고, 숲으로 우거졌으며, 비탈이 져있어 물을 담아놓기 어려워 농경에 매우 부적합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얼마 남지 않은 평지에서 농사를 지어야만 했고, 산에 가까우면 평지라도 그늘져서 일조량이 부족해 농사가 잘 안되기에 그나마도 선택지가 적었다. 또한 과거엔 농경지와 거주지가 가까워야만 했기에 그들끼리 모여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자연환경으로 인해 한반도의 농업 생산력을 항상 낮을 수 밖에 없고 부족했다. 다행히 삼면이 바다이고 강도 많은 편이라 어패류를 적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 지금도 한국이 1인당 수산물 섭취가 세계 1위인 이유다. 그래도 먹을 것이 부족하기에 산과 숲을 파고 들었고 먹을 만한 온갖 것들을 찾아내 먹기 시작했다. 한국의 밥상에 나물이 무척이나 많은 이유다. 풀은 쓰고 독이 있기에 한국인은 그 중 그나마 그런 것들이 적은 것을 찾아내었고, 데치고 소금물에 삶고 맛을 내어 이것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어에는 해조류와 여러 초목들을 지칭하는 낱말들이 세계적으로 많다. 

 한국인은 과도한 근무시간과 능력주의를 숭상하는 경향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높고, 수면이 부족하며, 술과 담배를 많이 한다. 이는 모두 수명을 갉아 먹는 행위다. 그럼에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꽤 높은 편인데 이는 전통적인 한식 식단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렇게 부족한 생산성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세상을 항상 비관하게 만든다. 아무리 뼈빠지게 열심히 일해도 잉여가 생기지 않고 어쩌다 잉여가 생겨나도 한 두해 가뭄이나 홍수라도 만나면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높은 경쟁과 능력을 추앙하게 한다. 늘 살기가 빡빡하기에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늘 열심히 일해야 하고, 그러지 않은 자는 매우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리기 때때문이다. 또한 언급한 것처럼 이웃과 모여 살고 늘 그들과 적은 식량을 나누어야 하기에 이웃을 항상 감시하고, 관여한다. 그리고 그들을 일반적으로 싫어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그가 죽을 위기라도 놓이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까지 구하려 한다. 이는 이웃이 평소엔 경쟁자이지만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서이다. 벼농사는 노동집약적이다. 서유럽의 밀과 달리 순간적으로 많은 노동력을 요하는데 김매기나, 모내기, 추수, 탈곡의 과정이 그러하다. 순간 많은 노동이 짧은 시간에 필요한데 그것을 위해서는 타인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는 타인을 혐오하고 경계하고 경쟁하고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의심하면서도 모순되게 타인과 이웃에게 늘 도움을 주려 하고, 정이 있으며 위기에 처한 타인을 보면 일면부지의 경우라도 적극 돕는 경향이 있다. 


2. 한국의 음식과 술

 한국은 늘 음식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다보니 최대한 많이 먹어두려는 경향이 있다. 과거 선교사들은 구한말 조선의 어머니들이 최대한 자식의 배가 터질때까지 먹이고 배를 두드리며 그것을 확인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또한 서양인들은 조선인들의 대식 문화에 경악했고, 임진왜란때 일본군과 명군은 조선인의 대식습관을 보고 놀랐고, 조선인은 중국인과 일본인의 소식을 보고 놀랐다. 때문에 전략적으로 서로의 군량 상황을 착각하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조선인이 보기에 일본인은 지나치게 적은 군량에도 오래 버텼고, 일본인이 보기에 조선은 반대였다.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다. 이는 다행히도 벼농사가 한국에서 가능했고, 쌀이야말로 전 세계의 작물중 단위 면적당 인구 부양력이 가장 높기에 매우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한국의 식단은 이 밥을 먹기 위해 구성된다. 한국인의 밥상, 한식은 국이나 찌개. 탕류와 각종 반찬으로 구성된다. 이는 모두 밥을 많이 먹기 위함이다. 반찬은 대개 짜고 시큼한데 이는 식사를 할 때 타액을 내고 감칠맛을 내어 밥을 수월하게 먹게 만든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밥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한국인은 곡물을 밥과 그것이 아닌 잡곡으로 나누며 밥이 아닌 다른 것을 끼니로 때워도 밥을 먹었냐고 지칭한다. 그리고 해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쌀 이외의 다른 것을 더 많이 먹음에도 아직도 한식을 고집한다. 

 그리고 음식이 짜고 자극적이며 술을 많이 마신다. 이는 언급한 것처럼 땅의 생산성이 낮아 극도로 일하게 버텨야 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자극의 추구다. 그래서 중국의 옛 사서들은 하루 종일 술먹고 춤추고 노는 한국인들을 매우 이상하게 바라 보았다.  

 한국인은 마늘과 쑥도 많이 먹는다. 오죽하면 건국 신화인 단군 사회에 호랑이와 곰의 인내력을 시험하기 위해 등장한 작물도 마늘과 쑥이다. 이는 먹을 것이 부족함과 관련한다. 이것저것 먹어야하다보니 탈이 날 일이 많았고, 세균에 감염되는 일도 많았을 것이다. 마늘과 쑥은 강력한 항균작용을 한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음식에 마늘과 쑥, 특히 마늘을 때려 넣는 것은 단지 맛과 향 외에도 생존을 위해 중요했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마늘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세계 1위인 이유다.


3. 한국의 산성과 활

 한국은 불행히도 자신들보다 강한 이웃을 두었다. 중화제국은 근접한 최대 위협이다. 한국보다 땅이 압도적으로 넓고 생산성도 높기에 통일된 중화제국의 인구는 늘 한반도 왕조 인구의 10배 이상이었다. 그리고 일본도 위협이다. 일본은 섬나라로 문명의 전파의 끄트머리에 있었기에 미발전으로 오랜 기간 큰 위협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은 한반도보다 1.7배 넓고 한국처럼 산지가 많지만 평지가 더 많고 농업생산력이 높아 충분히 발전만 된다면 강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임진왜란에 이르러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하여튼 오랜 적은 중화제국으로 이들의 침공은 장난이 아니었다. 적은 수로 한국이 이들을 막는 방법은 원거리 무기로 최대한 수를 줄이고 산성에서 이들을 막는 것이었다. 한국의 활을 매우 우수하다. 합성궁으로 위력이 강력하면서도 산성에서 쏴야하고 최대한 많은 적에게 자주 화살을 퍼부어야 했기에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적은 힘이 들어야 했다. 이를 모두 만족하는 것이 한국의 전통 합성궁이다. 한국의 활은 30kg미만의 힘으로 쏘는 것이 가능하며 작고 가볍기에 들고 다니기에 용이하다. 

 많은 수의 적을 대적하는 또 다른 방법은 산성이다. 한국은 화강암 지대에 위치하다보니 이를 이용해 매우 견고한 성을 쌓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다보니 적이 침공할 때 지날 수 있는 행군로가 정해져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왕조들은 적이 그냥 지나치기엔 매우 뒷통수가 가려울 만한 곳들에 산성을 쌓았다. 산성은 매우 점령이 어렵다. 일단 점령하려면 산을 올라야만 하고, 평지에서도 성은 높은데 산성은 경사로 인해 더욱 높다. 또한 지형을 잘 이용하면 접근 가능한 곳이 정해져 있어 포위 및 공략도 어렵다. 때문에 산성은 적은 인구로 많은 적을 막아내기에 맹 적합하다.

 유럽과 일본의 성, 그리고 한국과 중국의 성은 판이하게 다르다. 유럽과 일본의 성은 매우 작고 높아 점령이 거의 불가능한다. 이는 지도층들만을 보호하기 위한 성이라서이다. 하지만 중국과 한국의 성을 넓은 읍성으로 상당한 고을과 백성을 보호한다. 한국은 평소엔 평지 읍성에서 지내다 전란이 발생하면 산성으로 피신한다. 때문에 한국의 고대 왕조들은 평소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로 수도를 평지에 두다가도 전란시엔 방어를 위한 산성을 인근에 반드시 마련했다. 하지만 산성은 치명적 약점이 있다. 산에 고립되기에 포위되면 후퇴로가 없고, 산이기에 비축 물자가 적다. 그래서 적을 빨리 물러나게 해야했기에 한반도와 왕조들은 산성으로 들어가기전 대대적 청야를 하여 적이 포위를 오래 못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적들은 산성공략에 조금씩 병력이 깎여 나가거나 공략을 못하고 지나쳤다고 보급로가 차단되기 일쑤였고, 퇴각하다 산성에서 나온 한반도 왕조들의 병력에 의해 낭패를 보기 쉽상이었다. 

 한반도의 성전술을 수전에도 이어졌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이기에 수군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일찍이 수군을 양성했는데 최소의 병력으로 적을 섬멸하는 산성, 원거리 전술이 수군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고려는 창을 꽂아 놓은 선박을 운용하였고, 더 나아가 검을 꽂아놓은 검선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조선의 판옥선은 이를 이어 무겁고 육중하였고 망루를 닿아 적을 내러다보면서 성처럼 작용하였다. 그리고 고려말 화포가 개발되면 이 화포를 적극이용해 적을 원거리에서 섬멸하였고 가까이오면 성으로 작용해 못오르게 하고 견고하게 부딪혀 침몰시켰다. 

 한국은 인구가 적기에 병력을 온존하고 적은 최대한 살상해야 했기에 원거리 무기에 대한 집착은 화약시대로도 이어졌다. 임진왜란에 조총의 위력을 실감하고는 매우 적극적으로 조총부대를 양성하였으며 청은 남한산성에서 그 정확도로 인해 적지 않은 낭패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후 조선에 나선정벌 병력을 요구하게 된다. 

 이는 현대로도 이어진다. 한국과 북한은 과도한 포병력을 유지하고 있다. 원거리 사격에 대한 고대로부터의 집착때문이다. 오죽하면 한국의 국방부를 포방부라고 하기도하며 한국의 자주포 전력과 미사일을 포함한 원거리 화력은 그야말로 세계적 수준이다.


4. 한국인의 형성, 현종과 정도전

 한국은 삼국시대에 신라에 의해 통일되었지만 외양만 그렇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럴만한 것이 삼국의 분열 기간을 매우 길었다. 고구려와 백제의 역사는 700년 가까이 된다. 그러던 것이 신라 통일 이후 200년 정도가 지나고 고려가 되었다고 해서 하나가 되기를 물리적으로 시간이 짧았다. 그래서 고려초기만 해도 각 지방의 사람들은 고려인이나 신라인 보다는 백제인 고구려인라는 정체성이 강했다.

 그러던 고려인을 하나로 만든 것이 거란의 침공이다. 이 강한 국난은 각자 다른 삼국의 사람이라는 의식을 국난 앞에 똘똘 뭉치게 하여 희석시켰다. 또한 국난을 성공적으로 국복한 고려 현종은 피란 길에 자신을 환대한 김은부의 세 딸을 왕비로 맞는다. 현종은 신라왕족의 피를 이으면서 고려의 왕이었는데 백제계인 김은부 집안을 맞이함으로써 왕가의 혈통자체가 삼국통일을 이룬다.

 그리고 한국인의 의식을 또 다르게 형성한게 조선의 실질적 창업자 정도전이다. 정도전은 성리학자로 성리학은 발전과정에서 불교에 대항하기 위해 공자, 순자 체제에서 공자, 맹자 체제로 변모한다. 순자는 백성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았지만 맹자는 백성을 국가의 근본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군주민수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 경우 성리학에서 백성은 왕이나 관리가 지배나 통치가 아닌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나라는 이 백성을 위해 설계된다. 건국 직전에 토지를 모든 백성에게 분할 했으며 고려 때만해도 세율이 소출작물의 30-70%에 달했지만 겨우 10%로 줄어든다. 또한 관료들의 급여가 매우 적었고 강력한 성리학적 도덕으로 무장했기에 겉으로라도 청백리로 살아가거나 명예를 추구해야만 했다. 조선엔 공덕비나 송덕비가 많은데 사실 이는 중국에선 귀족 계층들끼리 서로를 칭송하는 자위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공덕비나 송덕비는 백성이 관리에게 바치는 것이었다. 웬만한 목사나 현령, 관찰사는 이런 공덕비 정도는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으며 백성은 백성대로 이런 비를 세우고 제법 괜찮은 지방 관리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라도 날라치면 상당히 원거리까지 쫓아가며 만류하여 조정에까지 소식이 들리게 만드는 쇼를 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자체도 백성을 위한 도구다. 한글의 창제로 인해 백성은 글을 쓰고 알 수 있게 되었고 이것으로 민원을 넣을 수 있었다. 조선은 그야말로 민원의 나라였다. 왕은 공식적으로는 상소를 수도 없이 받았고, 글을 못쓰는 백성은 신문고를 두드리고나 지나가는 상류계층의 가마앞에 엎드려 읍소를 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민원을 과감히 청구했다. 

 즉, 조선의 행정기관이나 관리, 심지어 왕마저도 백성을 위해 존재했던 것이다. 정도전이 설계한 이런 조선의 체계는 몹시 척박한 땅에서 경쟁하며 살아가고 남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인의 정신과 결합하여 자신이 무척이나 대접받아야 하고, 타인의 비리 및 불의를 잘 보지 못하며, 공정하지 못한 것을 도무지 참지 못한다.

 이는 현대 한국으로 이어진다. 한국인은 적어도 자신의 욕구를 억압한 일제시대와 독재시대가 끝나자 관과 기업에 많은 것을 요구한다. 기업의 제품은 반드시 완벽해야 하고 자신에게 품질상의 문제로 피해를 주어서는 안된다. 관 역시 자신의 민원을 받아줘야 하고 빨라야 한다. 그래서 한국의 기업과 관청을 민원에 시달리게 되었고 이는 고품질의 제품과 세계에서 가장 빠른 민원 처리로 이어졌다. 

 이런 한국인의 자연에서 비롯된 독특한 정신은 생존을 위한 강한 노력, 남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노력과 경쟁,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싶어하는 정신, 평소엔 서로 그리 좋아하지 않으면서 국난에서 모든 힘을 결집시키는 능력들이다. 이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원동력이 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 하며 다음 권을 예고했는데 이런 한국인의 특질과 경제성장 및 민주화, 정보화와 이를 관련시키려는 듯 하다. 다음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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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5 -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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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년정도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보곤 한다. 매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기는 좀 그런 느낌을 주는 책이다. 매년 일정 시기에 발간하기에 이것이 나오면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다가옴을 자연히 느끼게 된다. 이젠 제법 자리를 잡아 트렌드 코리아 연속편의 기획은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다. 처음 접한게 분명 2010년대 중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사이 사회는 많이 변했다. 현재의 기조는 고착한 저성장과 빈부격차, 최근의 인플레이션이다. 이번 시리즈도 이 세 가지 핵심어의 변주로 보인다.


1. 2024년 고찰

 책은 항상 전년을 살피는 것으로 30% 정도를 할애하고 나머지를 내년의 예측으로 이어간다. 작년 한국 경제는 높은 환율로 판매 가격이 낮아져 수출이 호조였다. 하지만 고금리와 물가상승으로 내수는 죽은 한해였다. 작년 폐업한 자영업자의 수는 거의 100만에 달한다. 

 사람들은 가성비와 가심비에 시성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성비란 시간에 주목해 들이는 시간에 비한 효용이 된다. 그래서 2024년 상반기엔 콘텐츠 요약에 대한 언급이 증가했다. 릴리스AI는 유튜브 영상을 요약해준다. 그리고 비슷한 것으로 네이버의 스노우, 딥클릭 등이 있다. 다소 긴 영상은 그래도 줄일만 한데, 요즘은 3-4분에 불과한 노래도 1.5-2배로 감상하는 것이 유행이다. 영화도 숏폼이 유행이라 13분짜리 영화 밤낚시가 제법 인기를 끌었다. 

 기업은 이제 최저가보단 다양한 가격과 소비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조건, 시간, 대상에 따라 바꾸는 버라이이터 가격전략, 판매 단위를 쪼개거나 상품 용량을 변경해 소비자가 지불하는 기준 가격을 바꾸는 가격프레이밍 전략으로 나타난다. GS25는 마감할인 전략을 폈다. 이는 자사 전용앱에서 소비기한 임박 제품을 최대 45% 할인해주는 형식이다. 이로 인해 판매량은 무려 4개월만에 67%가 증가했다. 

 기업들은 스핀오프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분유는 저출산으로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성인용 단백질 브랜드나 골다공증용 분유를 개발 출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저귀도 성인용으로 전환중이다. 성인용 기저귀 시장은 이미 유아용을 넘어섰다. 학습지도 고령층을 공략한다. 인지강화용으로다. 유산균 음료 윌은 반려견을 공략해 왈을 출시했다. 기가 막힌 이름 붙이기다.

 저성장 시대다 보니 사람들은 자극을 추구한다. 하지만 지나친 자극추구에 대한 반작용으로 평온과 안정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완벽한 모습을 과시하기 위해 육각형의 완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매운 맛과 단맛의 극단이 인기를 끌었다. 중동 초콜릿의 인기도 궤를 같이 한다. 유튜브에서는 자극적인 영상이 인기를 끌며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SNS피로증후군이 회자될 만큼 이는 피로도 준다. 그래서 최근 기초기능만 있는 덤폰이 유럽의 선진국에선 인기다. 사람들은 육각형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눈동자 색을 바꾸거나 턱선 살리기 껍씹기 등 비교적 할만한 것들이 인기다.

 사람들은 불경기로 인해 확실한 시그니처 소비를 한다. 디토소비가 유행이다. 이는 상품, 정보, 선택지의 과잉 속에서 소비자들이 정보탐색, 대안평가 등 제대로 된 구매 의사 결정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그져 특정 대리체가 제안하는 선택을 따르는 것이다. 이들은 인플루언서, 유명인, 유튜버들이다. 한편 시그니처 소비도 유행이다. 지역특색 시그니처가 인기인데 성심당, 양평 산나물 축제, 구미 라면 축제, 시몬스 테라스 등이 그것이다. 

 반려개념도 확대중이다. 반려 동물에서 반려 가전과 로봇이 등장했다. 돌봄 개념도 변화중이다. 더 이상 가족만의 책임은 아니다. 그래서 돌봄 시장이 확대중이다. 한국인의 1/4는 반려동물과 같이 산다. 2023년 반려견 용품의 쇼핑거래는 2조 5329억이었다. 팻푸드 시장도 1조 9814억이다. 영양제는 최근 3년 간 두 자릿수 성장세다. 반려동물 동반 숙박시설, 카페, 레스토랑은 증가중이며 같이 탑승가능한 비행기도 등장했다. 

 돌봄 기업은 큰 성장세다. 주간 보호센터수가 2017년 2500개에서 5000개로 늘어났다. 하지만 비용이 무겁다. 월 평균 간병비용은 370만원인데 이는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중위소득인 224만원을 한참 초과한다. 그래서 가족이 돌보는데 가족돌봄으로 인한 GDP손실은 2022년 0.5%에서 2042년 3.6%로 폭증예정이다. 

 그래서 돌봄 가전이나 로봇 등 기술적 해결책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해결책은 효율성은 극도로 높이지만 사회적 고립과 양극화, 기술의존이라는 부작용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024년엔 C커머스가 유행했다.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의미하며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쉬인등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4년 3월 2700억을 투입해 5만 4천평의 물류센터까지 한국에 구축할 계획이다. 이들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다. 하지만 품질과 제품 안정성, 부족한 소비자 보호 인프라,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는 해결과제다. 

 2024년엔 스포츠 관람도 인기였다. 양적으로 성장했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여성관객의 큰폭 증가와 가성비다. 2023년 축구국가대표 A매치에서 튀니지전은 59%, 싱가폴전은 65%가 여성 관객이었다. 스포츠 경기는 재미도 재미지만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다. 프로야구는 거의 3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가격이 고작 1-2만원대다. 같은 시간 영화나 식당, 테마파트는 수배의 돈이 들어간다. 


2. 2025년은?

 옴니보어는 잡식성을 뜻한다. 책에선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특정 문화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소비 스타일을 가진 자를 지칭한다. 여성의 경우, 스포츠관람에 적극 나서고, 클라이밍, 크로스핏처럼 근육량을 증가하는 거친 운동을 즐기는 것이다. 패션에서는 젠더플루, 젠더리스패션이 유행이다. 이는 남녀구분이 적은 형태로 그래서 매장도 같고, 그저 사이즈로만 구분한다. 최근 음주율도 남자는 감소하는 반면, 여성은 증가중이다. 이처럼 음식, 운동, 패션, 전 분야에서 탈젠더 현상이 일어나는 중이다. 

 옴니보어 시대의 장재 고객은 인구학적 분류로 정의가 되지 않는다. 삶의 형식, 가치, 취향, 기분,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LG전자는 올레드 스마트 tv가 고가라 판촉에 고민이 많았는데 화면의 고품질을 중시하는 게이머 층을 공략해 성공을 거두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 아보행은 아주 보통의 행복이다. 이는 뭔가를 이루려는게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지 않으면서도 그져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등산이나 달리기 같은 별건 없어도 나만을 위한 운동, 도서의 필사, 나만의 위한 비싼 치약의 구매등이 이런 것이다. 이는 저성장의 고착화와 양극화, 빈부격차가 원인이다.

 인간은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에서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운세, 점 관련 앱의 설치가 증가하고 있으며 네잎 클로버를 띄운 라떼가 인기다. 몽쉘통통은 일부 제품에 웃는 얼굴을 그려넣었는데 행복한 몽쉘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토핑경제는 다양한 토핑 생태계를 구축해서 소비자가 상품을 재해석하고 참여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3가지로 다양한 토핑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 최고보다는 최적을 찾는 것, 완성보다 변형을 추구하는 모듈이다. 1020세대를 중심으로 꾸미기 용 액세서리 전문 판매가 인기다. 그리고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오 유행이며 SNS에서 스토리를 꾸미는 것도 인기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찾아다닌다. 스미스앤래더는 수많은 컬러 중 좋아하는 색의 가죽을 조합해 나만의 자동차 키커버나 폰케이스를 구성할 수 있게 하여 인기다. 모듈러 시장도 인기다. 천편일률적 아파트에서 최근 사용자가 공간을 변형할 수 있게 설계하는 아파트가 인기다. 

 소비는 소속과 차별에서의 줄다리기에 가깝다. 이를 통해 소속 욕구와 차별 요구가 모두 실현되지만 둘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Z세대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기에 마라탕, 버블티, 요아징을 좋아하지만 이들은 소비자 개인이 나만의 구성을 할 수 있기에 인기가 좋았던 것이기도 하다. 이런 식의 토핑 소비가 패션, 뷰티, 인테리어, 건설, 금융 전반에 확대중이다. 

 하지만 토핑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스타벅스는 커스톰 음료를 제공하는데 판매량의 76%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는 사원에게 과중한 업무를 맡긴다. 그래서 업체는 이를 자동화 중이다. 또한 토핑엔 기본이 중요하다. 아무리 토핑이 우수해도 그것의 기본은 케이스나, 도우가 부실하다면 토핑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OECD는 인구의 5%가 외국인이면 다문화국가로 분류한다. 한국은 합법체류외국인만 250만 이상으로 이미 그 비율에 도달했다. 충북음성은 인구의 16%가 외국인이다. 안산의 한 초등학교는 이주배경학생이 97.4%에 달한다. 이주배경학생의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가 전국에 무려 350곳이다. 최근 채용시장에선 국적보다 능력과 적합성이 중시된다. 그래서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기업들은 이미 대비중이다. 삼성은 구내식당에서 한식, 중식, 일식과 함께 인도음식을 제공한다. 그리고 식자재의 구매부터 할랄인증 고기를 사용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수도 늘어나지만 소비력도 매년 급증중이다. 과거 외국인들은 적은 급여로 최소한의 생활을 하며 남은 돈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외국인도 Z세대다. 이들은 가족보단 자신을 우선시하여 송금도 자신의 계좌로 하는 편이다. 그리고 외국인의 소비는 과거 기초 의식주에서 교육, 건강, 의료로 확대중이다. 

 인간은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물건을 좋아한다. 그래서 콘텐츠에 물성을 부여해 소비자가 그것을 체험할 수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성화의 종류는 콘텐츠의 물성화, 브랜드의 물성화 ,기술의 물성화, 조직문화의 물성화가 있다. 케이팝 버추얼 아이들 플레이브는 미니 2집 앨범만 57만 장이 나갈만큼 인기다. 하지만 이들은 가상인간들인데 물성화로 홀로그램 사인부스를 마련해 같이 사진촬영이 가능하자 큰 인기를 끌었다. 

 2023년 겨울 선양 소주에 빠진 고래를 만나는 여정이란 행사가 있었다. 이는 실내에 물을 채우고 실제 배를 타고 여행하면서 즐기는 것이다. 관람과 간단한 게임의 결과에 따라 선양 소주를 체험하는 것이었다. 이는 브랜드의 물성화다. 

 기술의 물성화는 LG가 충북 진천에 지은 스마트 코티지다. 이 집은 작은 모듈러 주택으로 복층이다. 첨단 기술이 적용되 사용자는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조직문화의 물성화로 최근 기업들의 사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기업의 철학을 반영해 사옥을 디자인하고 구축한다. 

 트렌드 코리아도 기후위기에 주목한다.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와 능력을 기후 민감성이라고 한다. 기후플레이션이란 말도 있는게 기후 변화로 인해 작물의 수확량이 줄어 물가가 오르는 현상이다. 기후위기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벌레가 들끓어 봄에는 가정용 포충기와 벌레퇴치제 판매가 늘고, 집중호우에 대비해 차량용 탈출 망치가 인기이며, 뜨거운 아스팔트를 걷는 반려동물을 위한 신발도 인기다. 

 국내에선 이미 열대과일이 재배중이고 날씨 변덕이 심해 언제든 대응이 가능한 레이니 룩이 인기다. 기후 변화로 더위를 피해 떠나는 쿨케이션도 유행이다. 장소는 일본 삿포로와 북유럽이다. 기후비즈니스로 고단열 창호, 창문의 개폐없이 환기창 프로, 미국의 재난대비 돔주택이 있다. 볼보자동차는 열사병과 저체온증 대비 사용자의 실내데이터 시스템을 출시했고, 현대차의 나노쿨링필름은 기온을 여름에 10도나 내려준다. 

 기후복지도 각광이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의 폭염기준은 대기온도에서 체감온도로 바꾸었다. ILO는 향후 70%의 노동자가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경고한다. 취약계층은 폭염과 혹한, 침수, 곰팡이에 더 취약하다. 그래서 경기도는 도민 전체 대상 기후 보험도 추진 중이다. 

 한편 대규모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고자 미리 대비하는 프레퍼족도 증가중이다. 이들은 동결건조식품, 통조림, 비상약품을 준비하고, 생존배낭도 갖고 있다. 코스트코는 소비연한이 무려 25년인 비상식량키트픞 판매했다. 150인분으로 물만 부으면 완성인데 가격이 11만원인데도 인기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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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사의 멸종 - 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 한승태 노동에세이 3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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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7년 정도 전, 전자책을 한창 구매할 무렵, '고기로 태어나서'라는 책을 본 적 있다. 예쁜 분홍색의 표지와는 달리 르포 형식으로 작가가 직접 축산업계에 취직해 소위 고기로 태어난 한국 농장의 소, 돼지, 닭, 개들의 실태를 드러낸 책이었다. 참 좋은 책이었다고 기억한다. 무척 충격적이었고 그 일로 인해 동물의 실태와 권리, 더 얽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을 적지 않게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모처럼 그 작가의 후속작을 만났다. 이번 책은 '동사의 멸종'이다. 책에서 말하는 동사는 네 가지로 '전화받다, 운반하다, 요리하다, 청소하다' 이다. 우리는 4차산업혁명시대의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엄청난 자동화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자동화는 인간에게 많은 편의성과 생산성의 향상을 줄 것이 분명해 보이나 그만큼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자는 첨단기술은 마치 사이드미러 같다고 말한다. 즉, 생각보다 가까이 와있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체될 만한 대표적 일로 저자는 위의 4가지 동사에 해당하는 일을 골랐다. 선정 기준은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 것, 그러면서도 우리 일상에서 누구나 자주하고 흔히 접하는 밀접한 것으로 골라냈다. 그래야 더 피부에 잘 와 닿을 것이고 아무래도 저자가 취업하기도 보다 손쉬웠을 것이다. 


1. 전화받다.

 전화받다는 콜센터 상담원을 말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상당히 많다. 웬만한 마트, 제조업체, 기업들은 상담서비스센터를 운영한다. 저자가 경험한 콜센터 업계는 개인정보 유출에 상당히 민감했다. 그래서 상담원은 출근해서 자기 스마트폰 사용이 금지되고 업무 외에 개인적 메모는 금지되며, 심지어 동료와의 업무이야기도 안된다. 콜센터의 취직한 수습기간의 마지막은 업무 중 알게된 사실에 대해서 공개를 하지 않겠다는 여러 장의 서약서 서명으로 마무리된다. 

 콜센터엔 몇 가지 금기어가 있다. 우선 '보상'이다. 그리고 보상 다음으로 금기시 되는 말은 언제까지 뭘, 어떻게 하겠다는 확답이다. 그리고 마 고객과 절대로 절대로 싸우지 않는 것이며 마지막은 절대로 전화를 먼저 끊지 않는 것이다. 다만 과거보다는 조금 나아져서 고객이 욕설이나 폭언 등을 하는 경우에는 두 차례에 걸쳐 경고 후 상담사가 먼저 통화를 종료할 수 있고, 성희롱의 경우는 1회 경고 후 끊을 수 있다. 성희롱은 발생하면 즉시 관리자에 보고 후 겨우 30분 정도 휴식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에 회사는 상담사에게 고객에 사과할 것을 요구하지 못한다. 여러 사람이 사단이 난 후에야 간신히 생긴 프로토콜 같다.

 콜센터 상담사의 일거수일투족은 철저히 모니터링된다. 그들의 행동은 4가지다. 소프트폰이란걸 업무 중 사용하는데 이는 컴퓨터와 연결되어 버튼이 통화, 대기, 이석, 작업으로 구성된다. 통화는 고객과 통화하는 것이고, 대기는 통화대기 중, 이석은 화장실 등의 이유로 자리를 비우는 경우, 작업은 상담이력서를 쓰거나 작업 처리를 하는 경우에 사용한다. 

 전화상담사의 하루 업무요구량은 65콜 정도다. 초보때는 조금 봐주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올라도 이것을 소화하지 못하면 관리자의 갈굼이 시전된다. 콜센터는 기본적으로 혼자하는 일이기에 직원문화도 없고 상호간 교류도 거의 없다. 팀이 있긴 하지만 자리가 한 달에 한 번 바뀌며 고된 감정노동이기에 퇴사가 잦아 회사는 한 달에 한번은 새직원을 선발한다. 

 콜센터에는 한달의 한명 법칙이 있다. 한달에 한 번은 상담사가 진상고객을 상대하다 울면서 뛰쳐나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 그들은 다신 여기로 돌아오지 않는다. 또 다른 법칙은 마지막 콜의 저주다. 가장 고약한 전화는 특이하게도 퇴근 직전에 온다는 것이다. 누구나 퇴근이 임박해서 일하고 싶지 않기에 콜센터에서는 마지막 콜을 피하기 위해 작업버튼으로 적당히 버티다 대기로 넘어가 통화를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관리자에게 모니터 되고 누구나 쓸수 있는 방법이기에 수 싸움이 상당하다. 

 콜센터는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실시간으로 관리자에 의해 콜에 대응한 정도가 나타나기에 직원의 자율권의 거의 없다. 특히 한창 바쁠때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이석 버튼을 누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콜센터에서 방광염이나 치질은 흔한 질병이다. 

 고객은 콜센터에 전화하며 그들이 거의 모든 것을 알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콜센터 직원에겐 웬만한 어떠한 정보도 없다. 배송에 관련 된 것이면 그들 역시 회사가 달라 배송사에 알아봐야 하고, 재고에 관한 것이면 역사 고객처럼 따로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콜센터에 전화하면 그들도 다른 부서로 전화돌리기 바쁜 것이다. 거기에 홈페이지는 통한 구매는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많아 고객에 불만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기업의 무능함과 무책임으로 인한 땜질은 모두 상담사가 맞는다.

 그래서 상담사는 이런 말을 가장 많이 한다고 한다. 통화 중에는 죄송합니다. 그리고 통화 후에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이다.


2. 운반하다.

 택배상하차를 소위 까대기라 칭한다. 워낙 몸만 쓰는 일이기에 여기엔 나이, 이름, 경력 유무 정도만 바로 일하는게 가능하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투명하게 속이 비치는 소재의 가방에 담배, 물병, 간식거리 등이 잔뜩 들어있다면 십중팔구 택배상하차 종사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곳은 반입을 허가하는 가방이란게 집락백이나 PVC소재의 속이 비치는 투명백 정도이기 때문이다. 

 택배상하차는 기본적으로 일용직이기에 관리자를 빼면 모두 근무시작 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이후 안면인식앱으로 출근 등록을 한 후 혈압을 측정하는데 정상치를 벗어나면 일을 하지 못한다. 

 처음 일하는 자는 노란 헬멧을 착용하는데 초짜라는 뜻이다. 하차반은 주황색, 상차반은 파랑색, 분류반은 흰색을 쓰고, 관리자는 야광띠를 두른 흰색 헬멧을 쓴다. 

 까대기는 기본 3인 1조다. 경력이 적은 둘이 짐을 내리고 경력이 높은 최고참이 크기 형태 별로 짐을 분류한다. 까대기엔 죽음의 레일이 작동한다. 레일은 항상 빠르게 움직이는데 여기에 몸이 맞춰 움직이니 쉴틈이 없고 고되다. 레일은 시작 위치에 바코드 리더기가 있어 이것을 통해 화물의 종류와 수, 지역, 트럭기사의 차량번호, 연락처까지 알 수 있다. 레일은 세 갈래로 하나는 중소형 화물, 하나는 대형, 하나는 이형이다. 

 택배 상하차 조에 요구되는 하루 작업량은 트럭 9대 정도다. 이 정도를 하면 그들은 하루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은 처음엔 빠르게 하는데 그래야 뒷 차량을 조절하며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택해 상하차엔 빠른 속도가 요구되는데 이는 트럭기사와 관련한다. 회사에서 지불하는 요금이 시간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하차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록 회사의 비용이 증가하기에 살인적 수준의 속도가 요구된다. 

 컨테이너 안은 무척 깜깜하고 먼지로 가득하다. 대개 상자는 던져버리는데 그래봤자 파손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파손되면 기업이 책임진다. 어찌보면 그런 파손보다 속도를 중시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는 것 같다. 레일은 일정한 속도로 흐르기에 각 작업 조마다 작업 속도가 드러난다. 레일에 촘촘히 박스가 깔려 있다면 작업을 빠르게 하는 것이고 듬성듬성하다면 느린 것이다.

 까대기에서 쉬는 시간은 수분보충의 시간이다. 땀이 물처럼 흐르기에 반드시 수분 보충이 필요하며 땀이 너무 많이 나기에 의외로 화장실을 잘 가지 않게 된다. 노동강도는 살인적인데 하루 12대 트럭을 처리하면 한 트럭엔 1000개 정도의 상자가 있다. 각 상자의 무게가 5kg이라면 상하차하는 둘이서 하루 25톤을 들고 내리는 것이다. 

 트럭은 난이도로 구분된다. 소위 꿀차는 가벼운 짐으로 가득하면서도 한 종류의 상자로만 가득한 것이다. 택배 상하차는 무게는 차치하더라도 박스 종류가 단순한게 좋다. 높낮이가 맞아야 쌓기도 내리기도 편하고 같은 자세로 계속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똥차는 무거운 짐이 가득한 차다. 가벼운 것이라도 잔바리라고 다양한 형태의 짐이 많으면 계속 자세를 바꿔 효율이 떨어지기에 똥차다. 쓰레기차는 그래서 온갖 종류의 짐으로 꽉 찬차다. 폭탄차는 책, 농산물, 액체로 가득한 차다. 특히 액체가 가장 무겁다. 

 그럼에도 밤새 상하차를 하고 퇴근하면 마음이 가볍고 뿌듯하다고 한다. 내가 직접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되는 엄청난 일을 밤새 해낸 느낌. 조금만 하다 못하겠다고 나가 떨어진 사람을 대신해 내가 해낸 것 같은 느낌을 아침햇살이 맞이해준다. 최저 시급에 가까우나 제법 묵직한 일당도 그럴듯하다. 하지만 몸과 수명을 깎아내 하는 일이기에 절대 지속적 직업이 될 수 없다.


3. 요리하다.

 주방에서 일하려면 요리사 자격증 보단 보건증이 필요하다. 폐결핵, 장티푸스, 감염성 피부질환 등이 없어야 한다. 특히 장티푸스 검사를 위해서는 항문에 면봉을 2-3cm 넣어야 하는데 이게 보통 고역이 아니다. 콜센터, 택배상하차와는 다르게 식당은 유난히 경력자를 선호한다.

 저자는 뷔페 식당에 취업한다. 여긴 핫파트, 콜드파트, 멀티파트로 주방을 구분한다. 핫파트는 수프, 국, 밥, 튀김, 찜등 불을 쓰는 요리를 콜드파트는 샐러드 나물, 과일, 게장등을 다룬다. 멀티파트는 고기를 썰고 양념을 재우고, 디저트와 유부초밥을 한다.

 주방은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엄청난 화력의 화구가 곳곳에서 불을 뿜고, 큰 칼과 날카로운 것 투성이인데다 사방이 복잡하고 미로 같으면서도 심지어 바닥이 미끄럽다. 의의로 요리를 잘 할 필요가 없는데 요즘은 대부분 조리 법이 계량화 되어 있어 그것대로만 몇번 해보면 통상의 맛을 누구나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뷔페에선 요리에 타임이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시간 개념은 아니고 뷔페 음식이 한 번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5-6인분이다. 마감시간이 가까워지면 타임개념이 좀 변해 1/2에서 1/3정도의 음식만 나가고 한창 때면 한방에 2타임 분량의 음식을 한다. 

 주방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요리와 프렙, 청소다. 요리는 글자 그대로 요리를 하는 것이다. 말이 쉽지 정신 없다. 뷔페에선 음식이 항상 자리에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손님이 생각하기에 늘 늦지 말아야 하며, 개별로 주문하는 것들도 받아내야 한다. 동시에 여러 개를 조리해야 하기에 늘 정신이 없다. 프렙은 요리를 위해 재료를 준비해놓는 것이다. 시간이 날 때 하거나 요리 중 틈틈이 한다. 파스트 프렙이 가장 힘든데 삶은 면이 굳지 않게 참기름으로 버무려 한 타임 분량을 소분해 놓는 것이다. 뷔페는 마감까지 음식이 가득해야 하기에 대량의 음식물 쓰레기가 항상 발생한다.  청소를 시작하면 싱크대부터 화구, 튀김기, 웍, 냉장고까지 철로된 모든 것을 닦아 내야 한다. 바닥청소가 가장 고통스러운데 음식찌꺼기가 낀 모든 곳을 닦아내야한다. 바닥을 청소하면 필히 개수구가 막히는데 이 경우 거의 어깨까지 하수구로 집어 넣어 막힌 곳을 손으로 빼내야 한다. 모든 쓰레기통을 비우고 새 비닐을 씌운 다음 주방 설비의 물기를 모두 닦아내야 청소가 끝난다.

 주방은 극단적은 습관의 장소다. 미로처럼 복잡하고 혼잡하기에 바로 손이 가는 곳에 물건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초보가 함부로 물건을 이동시켰단 사단이 난다. 주방은 일의 경계가 모호하기에 서로 다툼이 잦다. 내가 못하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하고 다른 사람이 못하면 내가 해야 하기에 항상 서로가 잘 하는지 주시한다. 거기에 서열도 무척 강하다. 


4. 청소하다.

 청소는 고령을 선호한다. 60대를 선호하고, 적어도 50대 중반은 되어야 한다. 여태까지 저자가 일한 직종에선 나이를 묻고, 좀 친해지면 여자친구가 있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청소에서는 고령자들이 많아 양친이 살아계신지를 묻는다. 

 청소는 여태까지의 일 중 급여가 가장 적은 편이다. 연가는 연중 15일이나 3일만 허용되며 나머지 12일에 대한 보상이 이 적은 급여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은 일요일에도 출근해야 하는데 그 건물에서 결혼식이 있기 때문이다. 

 청소에선 흡연장 청소가 고달프다. 흡연장 자체가 건물 바깥에 있기에 하루 종일 바깥에서 일해야 하고, 금방 쓰레기통이 가득차기엔 툭하면 치워달라는 호출이 온다. 겨울철이면 흡연자들이 무신경하게 뱉어낸 가래와 침등이 얼어붙어 꽃삽으로 긁어내야 한다. 하역장엔 쓸만한 물건이 많다. 사물실이 하나라도 철수하면 괜찮은 물건들이 쏟아지는데 이런 것들이 청소업체 직원들의 것이 된다.

 눈이나 비라도 오면 청소는 힘들어진다. 비가 오면 비를 않고 오는 사람들이 바닥을 금방 진흙 투성이로 만든다. 이를 계속 닦아내야 한다. 눈이 오면 지상주차장, 화단, 건물 외곽의 눈을 쓸어야 하기에 힘들다. 하지만 가장 힘든 일은 외벽의 유리 닦기다. 곤돌라를 타고 유리외벽을 닿는 전문업체는 3층까지만 작업을 해주기에 2층은 청소작업자의 몫이다. 매우 긴 막대기를 이용하여 외벽을 아슬아슬하게 닦아야 하기에 힘도 많이 들고 위험하다. 

 예식으로 인해 주말에 출근하면 힘들다. 특히 음식물 짬 처리가 힘든데 이것들을 모두 비우면 온갖 음식물이 튀어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남은 음식들이 작업자들의 몫이 되기도 하기에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청소일은 일이 고되고 어렵고 급여도 가장 적지만 퇴근 시간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성취감도 제법 되는데 난장판을 치워서 깨끗해지면 그것이 사람을 기쁘게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렇게 네 동사에 따른 네 가지 직업의 장을 생동감 있게 몸으로 정리하고 마지막은 약간 소설 느낌으로 픽션과 논픽션을 섞에 '쓰다'라는 장을 만들었다. 저자의 과거 이야기부터 이어져 인공지능으로 인해 작가라는 쓰기의 동사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상상해 그려냈다. 저자가 말한 네 가지 동사의 직업은 무척 고되고 사회적으로 무시받는 직종이다. 그것들은 무척 힘들고 급여도 적으며, 사람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갉아낸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사람은 자신이 뭔가를 해내 이 사회와 타인에 도움을 준 느낌이 들면 공통적으로 기뻐한다. 콜센터 상담원은 자신의 상담이 도움이 되어서 고객이 감사를 표시할때, 상하차는 그 많은 걸 해치우고 퇴근의 아침햇살을 맞이 할때, 요리는 고객이 맛있게 먹을때, 청소는 더러운 곳이 깨끗해져 있을 때이다. 사람은 이런 것에서 삶의 만족감과 노동을 통해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 그렇기에 이런 힘들고 말이 안되는 일도 사람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지탱한다. 그런 것마저 사라질 때를 저자는 걱정하는 것 같다. 인간에게 큰 위기의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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