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아이들이 온다 - 세계적 교육혁신가의 알파세대를 위한 21세기형 미래교육
마크 프렌스키 지음, 허성심 옮김 / 한문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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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인 마크프렌스키는 미래에 필요한 4가지 요소로 새로운 역량강화 신념, 사회참여실현, 기술 및 팀과의 공생, 자기 이해와 고유성을 제시한다. 그는 지금 교육이 낡은 프레임이 빠져 있다 생각한다. 그것은 두 가지로 하나는 전통적인 것인 소위 학문 중심의 학습이 중요하고 효과적이란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 테크놀로지가 학생의 성장과 학습에 방해요소라는 생각이다.

 테크에 대해 요구되는 새로운 관점은 그것이 중독을 일으키긴 하지만 서서히 진화한 인류의 새로운 신체부위로 여기는 관점이다. 인간에겐 상상력이 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 현실화하기 어려웠지만 테크교육으로 상당부분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는 지구를 덮고 있으며 끝없이 정보를 내고 받는 추가적은 층이며 아이디어를 실체화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과거 청소년들에게는 대다수의 기존 일자리의 대체자가 되는 것이 요구되었다. 때문에 경험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만큼 경험보다는 혁신과 발견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청소년에게 해야할 질문은 너를 위해 그리고 세상을 위해 어떤 새로운 역할을 맡고 깊냐?가 된다.

 또 다른 낡은 프레임은 모든 청소년에게 학문 중심 교육이 유용하고 모두가 이를 받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벗어나 모두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사실 학문교육은 학문에 적성이 있는 소수에게만 유용했고, 대다수 청소년에겐 교육의 실패이자 제약이었다. 학문 중심 교육에서는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은 일종의 열등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이 관점에서 교사나 교수가 하는 일은 학생의 학습량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교육자가 이런 방식으로는 실제 학습이 이뤄지지 않음을 알고 학생이 그것을 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최종목표 및 교육과정을 변경할 생각을 하지 못한다. 

 미래와 지금은 역량 강화의 시대다. 이 시기는 학문 중심의 형식 학습이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목표라고 여기지 말고 진짜 세상에 유용한 일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정도 여겨야 한다. 과거 학위는 3가지를 증명했다. 상당히 복잡할 일을 할 수 있고, 업무 완수까지 집요하게 일에 집착하고, 원하지 않는 일이라도 타인에게 필요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량강화시대에는 새로운 2가지 증명이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원치 않는 일은 계속하지 않아도 되고, 학교의 학습은 많은 경우 하고 싶은 일을 이루기 위해서 행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학습을 위한 학습이나 반복이 아니다. 무언가를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평생역량을 제시한다. 이는 숙달에 평생이 걸릴 수 있으며, 한 번 획득한 기술을 일반적으로 평생 유지되는 특성을 갖는다. 역량강화 시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새 기술을 새로운 환경에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하기에 이런 것들이 강조된다. 

 과거 20세기의 교육은 낡은 성장 프레임을 갖고 있다. 우선 5세까지로 양육 및 어린의 신념 문화가 전달된다. 6-20세는 학생으로 학교에서 학문 중심으로 공동체의 문화, 역사, 주제를 학습한다. 이후는 직업 및 이력 단계로 직업을 찾아 일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시작 및 이해단계로 자기 이해와 역량강화의 신념, 자기만의 고유성을 표현하는 단계다. 다음은 확장-사회참여 실현에의 적용 단계로 자신의 고유한 장점과 흥미를 기반으로 진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서로 보완하며 세계 여러 청소년들과 팀을 이뤄 연결되는 시점이다. 마지막 실현단계는 자신만의 고유성을 이해하고 지금까지 완수한 사회참여 프로젝트에서 얻은 관계망을 결합해 자신에게 의미 있고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평생의 직업을 찾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이제 부모는 자녀의 고유성과 독특한 부가가치를 배라학게 돕고 아이의 역량강화를 위해 어릴 적부터 자기 이해를 돕고 표현할 권한을 부여하고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공생관계를 허용해야 한다. 

 역량 강화 시대를 위한 새로운 기본 능력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새로운 시민으로 사회참여 실현의 순환고리를 실천한다.

 유용한 일의 실천-더 나은 세상 만들기-과정을 개선할 방법 고려하기-다시하기의 순환고리다.

 그리고 이 순환고리를 위해서 시민은 지속적인 변화에 대비해야 하고

 이 순환고리를 위해 신뢰와 존중, 자율, 협력, 친절이 바탕이 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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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좌절
김경일.류한욱 지음 / 저녁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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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 속에서 자라난 화초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건강하게 자라나지 못한다. 나무는 성장과정에서 자신의 거대한 몸체를 지탱할 강한 뿌리와 조직이 필요하다. 바람이 불면 부는 방향 뿌리가 들리면서 이를 견뎌내기 위해 반대쪽 조직이 경질화한다. 바람은 사방에서 불기에 세월이 지나면 모든 부위가 견고해지는데 그래서 어려서부터 풍랑 속에 자라난 나무가 강하게 성장하게 된다. 반면 온실 속에서 자라난 나무는 풍랑이 없었기에 경질화하지 못해 어느 정도 자라면 자신의 무게조차 견디질 못하게 된다. 

 사람도 딱 그러하다. 어려서 충분한 좌절을 경험하지 못하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자신을 감당하지 못해 자신과 주변 사람을 파괴하게 된다. 책은 이런 부분을 지적한다. 과거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 온실 속에서 자라나는 인간 화초는 좀처럼 없었다. 아동에 대한 사랑과 애정, 충분한 관리가 오히려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과도하다. 모든 분야에서 안전 지상주의가 과다하며 아이에게 부모가 모든 것을 해주려 한다. 그래서 자녀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상당수 부모가 대학의 교수에게, 군대의 상관에게, 직장의 상사에게 전화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이는 자식에게도 부모에게도 비극이다. 자녀는 몸만 큰 어린 아이인 셈이고, 자녀가 더욱 그러하기에 부모의 관여와 간섭은 자신이 죽을 때까지 이뤄진다. 영원한 어린 아이 육아를 하는 셈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자라나려면 적절한 좌절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이걸 발판으로 자율성과 독립성이 생겨난다. 물론 과도한 좌절은 사람의 자존감을 아예 무너뜨릴 수 있기에 좌절은 적절해야 한다. 이는 수용가능한 실패를 의미한다.

 요즘의 과잉애착부모는 정서적 비만 자녀를 양산한다. 아이는 태어나서 정상자폐-정상 공생-분화-연습-재접근-독립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한다. 여기서 적절한 좌절은 분화단계에서 필요하며 재접근 단계에서는 좌절 강도의 조절이 중요하다. 그래야 온전한 독립이 이뤄져 건강한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의 학생들은 부모의 과잉애착에 따른 정서적 비만 상태로 대개 몸은 크게 정신은 어린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강력한 학습성취를 강요받는다. 과거엔 이런 간극이 커지면 학생은 대개 가출 등의 일탈 행동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경제력의 향상으로 사실상 집에서 충분히 일탈을 할 수 있기에 집 바깥이 아니라 집 안, 자기 방으로 가출을 한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은 부모가 잠들면 비로소 활동을 시작하고 이로 인해 밤을 세우게 되어 등교가 어려워진다. 이것이 반복되어 성인기까지 이뤄지면 그야말로 은둔형 인간이 되고 만다.   

 분리 독립의 최초 시작은 취학 전 잠자리 분리와 식사예절이다. 식사예절은 식사 시간 지키기, 같이 식사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식사 중 눈 맞추기, 스마트폰 사용 금지), 식사를 준비한 사람에 대한 예의다. 잠자리 분리는 늦어도 취학 전 이뤄져야 한다. 뇌는 잠들면 외부자극이 끊어지기에 DMN회로가 활성화하여 과거 기억과 자기반성, 상상, 과거 경험에 대한 재구성을 하며 과거를 상기해내 실패를 찾아내고 미래에 이를 대비한다. 즉, 자기 성찰 및 반성이 시뮬레이션 되는 것인데 이는 혼자자야 잘 작동한다. 잠자리를 분리하면 아이는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혼자 정리하게 된다. 

 잠자리 분리 다음 단계는 적정한 경계 설정하기다. 이 단계에서 아동은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아이가 세상과 자기를 조율하는 경험을 반드시 해야 한다. 부모는 여기서 모든 행동을 통제하지 말고 적절한 자유와 책임을 부여하고 아이는 이를 통해 점차 자신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경험하고 고민하게 된다. 이것이 스스로 행동을 조정하는 힘이 된다. 

 이런 분리 독립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이는 친구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다. 소위 골목대장형, 다 맞춰주는 형, 편가르기 형으로 자라난다.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 아이의 감정과 행동에 그들만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공간적 심리적 적정 거리를 마련한다. 아이 방에 들어가기 전 신호하기, 스킨 십에 거리 두기가 그러하다. 그리고 아이의 의사결정에 대한 관여도 중요하다. 아이의 의사결정을 존중한다고 뭐든지 아이가 원하는대로 결정하게 하면 안된다. 이는 일종의 떠넘기가에 불과하며 아이가 싫어도 반드시 해야하는 것은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비교 중심의 칭찬도 지양해야 한다. 비교 중심의 칭찬은 자기 중심성만 강화한다. 이런 칭찬은 경쟁을 유도하므로 자신만에 대한 칭찬을 해야 한다. 

 이런 분리 독립에 실패한 성인은 나르시스트가 되어 사회에 암적인 존재가 된다. 조직의 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남의 공을 가로채려 하며, 모든 관계안에서 끊임없이 자기가 중심이 되려 한다. 공동 목표보다는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 집착하여 팀워크를 깨기도 한다. 이들은 얼핏 보기엔 자존감이 높아보이지만 대개 유약한 자아와 깊은 불안감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만을 내세워 굳이 싸울 생각도 없는 남과 싸워 이기려고만 하는 것이다. 이들은 거부 민감성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가 많고, 관계적 공격성이 높고, 과잉 통제하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르시스트로 성장했다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수정은 가능하다. 이들은 분리 독립의 실패로 전전두엽이 적절히 성장하지 못해 자기 정체성 혼란, 높은 우울감, 타인의 욕구에 즉각 반응하는 듯 하나 정작 자기의 욕구 살피기에 서툴고, 자기 조절력이 높아 보이나 실제로는 낮다. 그래서 내 기분 찾아내기, 작은 것 부터 스스로 선택하기 부터 시작해 자기 조절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물론 회복은 매우 느리고 섬세한 과정이 필요하다. 

 분리 독립은 정서적으로 책임지는 자아의 탄생을 의미한다. 스스로의 미래를 감당하려면 철학, 깊은 사고, 정체성 그리고 좌절이 꼭 필요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 유독 자기만을 아는 소위 진상이 넘쳐나는 것은 이런 안전 지상주의와 과도한 개입과 애정, 그리고 이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주의의 온상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바꿔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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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육에서 무엇을 평가하고 있는가 - 알고리즘, 그 이상의 교육
거트 비에스타 지음, 이민철 옮김 / 씨아이알(CIR)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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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처럼 산업화 이후 거의 모든 근현대 국가들은 시민 하나하나의 교육수준이 국력과 직결됨을 깨닫고 보통교육을 실시해왔다. 이후 교육을 꾸준히 변화하여 교실과 학교 및 정책수준에서 많은 변화와 혁신이 진행되었다. 그러는 사이 이 모든 교육을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사라졌다. 초점은 '왜'는 정해져 있고 '어떻게'로 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좋은 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를 주변화시키는 것은 이른바 교육의 학습화와 관련한 것을 보인다. 교육의 언어를 학습의 측면에서만 논의하려 하는 경향이 강하다. 학습은 물론 교육의 핵심이다. 하지만 목적의 문제를 포함해서 내용과 관계의 문제를 다루기 힘들게 하는 측면도 있다. 


1.교육의 학습언어화와 증거기반실천의 문제점

 지난 20년간 PISA를 필두로 하여 교육의 측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는 국가간 교육체제를 비교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 내의 지역과 개별학교에 대한 상대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측정 행위는 모든 사람이 동일 품질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회정의, 책무성과 선택의 요소, 실패한 학교와 교사를 선별하게 한다. 이는 1980년대의 논의와 이어진 결과다. 당시 교육 개선을 위해 학교 효과성 연구가 이뤄졌다. 처음엔 단위학교-교수 및 학습의 역동성-타당한 결과와 산출물이라는 식으로 시각이 좁혀졌다. 이는 학교교육의 성과를 개선 및 측정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이런 시도가 행해졌다. 이런 측정문화는 최고 수준의 교육정책과 교사 실천에 영향을 미쳤다. 데이터 기반이기에 어느 정도 유익한 면도 있었으나 교육의 성과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사실적 정보로만 국한시키는 문제도 있었다. 

 이는 2가지의 문제를 야기했다. 우선 사실정 정보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당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측정의 타당성 문제다. 이런 측정 정보가 교육이 가치 부여하고자 하는 것을 실제로 측정했느냐란 점이다. 

 학습의 언어가 부상한 이유는 총 4가지다. 우선 지식과 이해의 구성에 학생의 적극적 역할과 이에 대한 교사의 혁신적 역할에 중점을 둔 학습이론의 등장이다. 둘째는 교육의 과정이 교사 중심이어야 한다는 관점에 대한 비판, 셋째는 사람들의 삶 전반에 걸친 비공식 학습의 엄청난 증가에서 입증된 소위 학습의 조용한 폭발, 넷째는 복지 국가의 쇠퇴와 그에 따른 학습 책임을 개인에 전가하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이런 학습의 언어는 교육을 교수자 중심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학습의 정의를 공식 교육과정에서 그 외의 것과 평생으로 늘렸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2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교육과 학습을 학습자 개개인의 것으로 국한했다는 것이다. 교육에서는 많은 협동, 협력 학습이 이뤄지며 꾸준한 관계가 이뤄진다. 때문에 이것을 개개인의 영역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학습은 근본적으로 과정의 개념인데 결과적인 측면에만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3가지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

 우선 자격화다. 교육의 기능은 그들에게 지식, 기능, 이해와 더불어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하는 성형과 관련의 형식을 제공한다. 이는 경제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정치적 문해력, 문화적 문해력도 포함한다. 또 다른 기능은 사회화다. 교육을 통해 개인은 자신이 속한 특정한 사회, 문화, 정치 질서의 일부가 된다. 마지막은 주체화다. 교육받은 자가 사고와 행동에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이 되는 것이다. 이 3가지 기능은 각각의 특성이 있어나 어느 정도 서로 중첩되며 그 과정에서 시너지와 갈등이 혼재한다. 

 현재의 가장 큰 문제는 언급한 것처럼 교육에 있어 온갖 측정에 기반한 시도와 평가가 넘쳐나지만 정작 실제로 가치 있는 것을 측정하고 있느냐의 여부다. 증거에 기초하여 교육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교육이 증거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최근 세계 여러나라의 두드러진 경향이다. 이는 1980년대 영미권을 중심으로 교육 연구는 효과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90년대 이런 사고가 연방 연구기금에 관한 법률에 영향을 미쳤고 2001년 미국의 초중등교육법은 모든 아이를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는 유명한 구절로 개정되었다. 

 이런 증거기반실천은 원래 의료분야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것이 다른 영역으로 확대한 것인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효과적인 개입으로써의 전문적 행위가 강조되고 그것의 인과가 분명해야 한다. 의료는 그러한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교육은 그렇지 않다. 교육은 선형적 관계가 아니며 끊임없는 되먹임 관계다. 의료에서 치료가 있으면 낫거나 실패하지만 교육은 가르침이 있어도 반드시 배우는 것은 아니다. 교사의 교수가 어떤 학생에겐 매우 이롭지만 다른 이에겐 해로울 수 있으며 배우는 과정도 타고난 재능과 가정과, 친구, 주변 등 환경 여건의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증거기반실천적 접근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수반한다. 우선 특정 목적에 대한 효과적인 방법이 있더라고 학생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은 항상 활동과 전략 그리고 개입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즉, 기술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도덕적 실천에 가깝다는 점이다. 그래서 교사는 교육상황에서 단지 효과가 어떨지를 질문하기보다는 폭넓게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에게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지를 질문한다. 

 

2. 책무성의 문제

 책무성의 개념은 진정한 민주적 잠재력을 가진 개념에서 벗어나 교육 실천을 사실상 억압하고 규범적 문제를 단순한 절차의 문제로 축소시킨 일련의 과정으로 전환되었다. 앞장의 증거기반실천이 교육의 민주적 통제에 위협이라면 책무성은 교육의 관리적 접근으로 인해 교육자들이 자신의 행위와 실천에 대해 책임지기보다는 결과에 대해 자기검열하게 하여 교육을 위축시키게 만들었다. 

 원래 전통적인 교육에서의 책무성은 지금처럼 거버넌스 체계가 아니라 관련하는 여러 주체가 상호 책임을 갖는 체계였다. 즉, 현장체험학습을 가서 아이의 돌발행동으로 사고가 난다면 과거엔 아이의 행동문제, 부모의 교육문제, 교사의 관리 문제, 버스기사의 문제, 그외 사회의 문제로 분산되어 상호책임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학교와 교사에게만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이런 일련의 분위기는 체험학습 자체를 시행하지 않는 교육회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교육이 복지주의에서 관리주의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복지주의에서는 형평성, 통합, 사회정의 같은 전문적 기준에서의 가치와 헌신이 이뤄지고 협력의 강조 같은 공공서비스가 중요하다. 하지만 관리주의에서는 고객 자향의 정신, 효율성 및 비용효과성, 경쟁, 자유시장 경쟁, 품질 보증이 중요하다. 이런 전환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가 있다. 공동선의 추구에서 공급자로서의 국가와 서비스 소비자로서 납세자 관계가 되어 버린 것이다. 

 1980-90년대만 해도 학부모는 자신을 교육의 소비자라 생각하지 않았고 교육을 상품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실 부모의 선택과 학교가 부모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자체는 민주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부모의 요구가 사회에서의 교육의 형태와 목적에 대한 숙고가 결여된 것이라면 이는 단지 경제적 사회적 자본이 문화적 자본으로 바뀌는 결과를 초래해 불평등만 재생산하게 된다. 

 그리고 책무성은 강화되었지만 교육소비자인 부모와 학생, 공급자인 학교는 간접책무성 관계에 불과하다. 교육 공급의 질은 정부가 책임지고 학교는 당국의 규제에만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책무성이 강화되었음에도 부모는 교육의 방향에 참여 권한이 없다. 또한 책무성으로 학교에 인센티브를 가하게 되면 학교는 학생을 잘하게 만들기보다는 잘하는 학생을 유치하려 한다. 그것이 훨씬 손쉽기 때문이다. 또한 책무성의 문화에서 학교와 교사는 공급자 측에 갇혀 전문적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다. 

 결국 책무성은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민주성을 다소 신장시킨 면이 있다. 하지만 학교는 정부의 각종 정책과 규제에 묶여 있기에 지역과 학교 특성에 맞는 요구를 실행시켜주지 못한다. 또한 책무성은 공공성과 기반한 학교교육의 제공을 납세자로서의 수요자측면으로만 바라보게 하여 공공성을 넘어선 개인적 요구와 과다한 요구 교육에 대한 책임을 교사와 학교에 집중시켰다. 이는 학교와 교사의 교육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들며 급기야는 모든 책임과 위험을 회피하도록 해 교육자체를 크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학생들이 운동회를 할 때 조차 시끄럽다고 소리치는 것이 지금의 실태다.


3. 멈춤의 교육(주체화의 교육)

 멈춤의 교육은 자격화, 사회화, 주체화를 모두 포괄하지 않는다. 주체화에 중점을 둔 방식이다. 저자는 주체화는 유일성 개념이라 설명한다. 그리고 현전으로서의 출현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주체성과 주체화에 대한 인본주의적 약점을 극복한다고 본다. 즉, 주체화는 현전으로서의 출현인 것이다. 그리고 아렌트의 개념을 빌린다. 

 아렌트에게 행위는 그 자체가 목적이고 특징은 자유이다. 행위한다는 것은 주도적이 되는 것이며 뭔가 새로운 것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래서 행위는 탄생이다. 다만 그녀가 말하는 자유는 선택한는 것을 무엇이든 하는 자유가 아니라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것을 존재하게 하는 요청이다. 그래서 이는 내면의 감정이나 지극히 사적인 것이 아닌 정치적이고 공적인 것이 된다. 즉, 나의 행위는 시작의 절반에 불과하며 타인이 나의 행위의 주도성에 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결국 주체가 현존하는 것은 개인의 측면을 강조하나 항상 세계 속에서 출현하므로 공적이고 타인과 같이 가는 것이다. 

 멈춤의 교육은 표준적인 질서의 중지 가능성을 열어주는 교육이다. 이를 통해서 유일성이 발현하고 유일한 타자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교육을 서비스로 보는 수요자의 요구는 배격된다. 이는 공동선의 추구가 아니라 지극히 개인의 이익과 민주주의에 대한 추상적 대의 명분의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엘커스는 학교가 지나치게 많은 민주적 간섭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학교는 자율적으로 기능할 때 가장 잘 작동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학부모와 학생 개개인의 공동성에서 벗어난 요구를 모두 들어주려하는 경우 겨우 의미없는 파편화된 교육과정만 초래될 뿐이다. 따라서 이런 선호들은 그것의 출처, 타당도, 가치성, 근거가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것들을 위해 필요한 것이 숙의 민주주의다. 이는 개인의 욕구를 집단의 것으로 전환한다. 이는 어떤 신호가 가장 많은 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최선인지를 판단한다. 때문에 공공의 이익은 때론 사적 이익을 침해한다. 공적 영역에 대한 참여와 헌신은 특정의 규율과 특정의 자제력을 요구한다. 이는 참여와 헌신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어느 정도는 고통스럽게 내면화 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리고 학교는 교과 학습에서 주체화의 장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를 통해 개인이 세계에 대한 분명한 인상을 취할 수 있고 세계로의 진입도 가능해진다. 주체화는 교과 내용에 대한 참여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이고 상호주관적이며 결국은 정치적 과정이다. 

 포용도 중요하다. 포용인 민주주의의 정당성에 관여한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규범적 당위성은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여 결과에 영향을 미칠 기회를 갖는 정도에 달렸다. 민주주의 역사는 포용범위의 지속확대 역사다. 그리고 배제의 역사이기도 하다. 배제의 대상은 합리성과 분별력은 없고 이기심만 가득한 자들이다. 그래서 민주적 교육은 개인으로 하여금 민주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준비가 되도록 하는 과정이다. 

 숙의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참가자들에게 더 공적인 마인드를 갖게 하고 보다 관용적이고 박식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에 주의를 갖게 한다. 그래서 자신의 관점을 더욱 공적으로 만들 수 있게 한다. 


 책은 교육에 대한 좋은 함의와 고민을 담았다. 전 세계 교육은 신자유주의와 측정의 사고방식에 함몰되어 있다. 그래서 작금의 교육현장은 공공선을 담아내는 그릇의 역할보다는 이기심과 공공성이 전무한 소수로 얼룩지고 있다. 그들은 말도 안되는 무한 요구로 학교와 교사, 그리고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며 수많은 교육기회를 날리고 소진시킨다. 이런 것들에 대한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 자정작용은 어렵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밖에 보지 못하기에 주변의 비난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법적 제재가 현재로선 유일한 방안으로 보인다. 책은 교육과 그 본질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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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데아 - 수능에서 IB 교육으로 대한민국 시험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김신완 지음, 이혜정 감수 / 을유문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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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객관식 시험을 최고로 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공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입을 결정하는 수능 시험인데 몇 달 전부터 보안을 위해 출제진이 숙소에 감금되고, 시험지는 마치 은행의 현금처럼 철저한 보안 속에 전국 각지로 시험일이 임박하여 수송 된다. 또한 몇몇 학생이 시험 당일에 배가 아프거나 차를 잘못 타서, 혹은 엉뚱한 고사장으로 가서 시험을 놓칠 뻔하다 경찰차를 타고 간신히 시험장에 도착하기도 한다. 그리고 고교 후배들은 시험을 보는 선배들을 위해 새벽부터 응원전을 펼치는 등 이 시험과 관련한 온갖 이야기들이 나라 전체에 가득하다. 

 그런데 이 시험은 세계에서 가장 싸구려 시험이다. 문제 개발을 하는데 좀 공을 들이긴 하지만 시험 기간이 매우 짧고, 무엇보다 채점이 아주 손쉽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객관식 시험을 당연시 하나 대입 시험은 객관식으로 보는 나라는 OECD 38개국 중 한국과 일본, 중국, 칠레, 멕시코, 미국 뿐이다. 한국은 이 객관식 수능이 대입에 절대적인 기준인 반면 사실 다른 나라들은 보조 수단이거나 대입에 반영되는 하나의 요소 정도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사실 한국이 객관식 시험을 전통적으로 신봉한 것도 아니다. 조선의 과거 시험은 구술, 논술형 시험이었다. 경전에 관한 문제도 있었지만 철저히 현실 정책에 대한 질문이 따랐다. 응시자는 이를 자신만의 논리로 풀어내야 했다. 한국에 객관식 시험이 자라잡은 것은 일제시대 부터다. 일제는 피재배민으로 조선인이 생각하기보다는 체제에 순응하고 시키는 것을 이해하고 따르기를 바랬다. 그런 사람을 양성하는데는 객관식 시험이 제격이다. 답은 애초에 출제자로부터 주어져있고 이를 잘 수용해야 높은 성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광복 후에도 이어졌다. 

 입시는 여러 번 우여곡절을 거쳤다. 그러다 전두환 신군부가 교육정상화와 과외 과열을 문제로 예비고사와 대학 본고서를 없애고 객관식 시험인 학력고사를 전면 실시하면서 객관식이 대입 최종시험으로 확고히 자리잡는다. 이후 수능이 학력고사를 대체하긴 했지만 이미 도입 후 30년이 지났고, 여러 개선이 있었으나 결국 서열화를 위한 객관식 시험이라는 틀에 갇혀있다.

 문제는 이런 객관식 서열화 평가가 많은 문제점을 갖는다는 점이다. 우선 제대로 된 능력을 평가하지 못한다. 개인의 진정한 능력은 실생활의 문제해결에서 나온다. 이는 매우 능동적인 표현능력과 여러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을 전이하여 적용하는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수능 같은 객관식 시험은 이런 타당도를 보장하지 않는다. 공정성과 신뢰도에 묻혀있으며 서열화를 위한 난이도 조정과 공정성에만 힘을 쓰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의 교과 선택권은 그의 진로와 흥미, 적성의 발현을 위해 중요하다. 하지만 수능은 상대평가이기에 교과 선택권이 사실상 무력화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필요나 흥미보다는 등급을 보장하는 교과를 선택한다. 또한 선택 교과 간의 표준점수 차이는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낳는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을 비인간화한다는 점이다. 2018년 한중일미 4국의 학생 1천명을 대상으로 고교 생활이 함께하는 과정인지 거래하는 시장인지 사활을 건 전장인지를 물었다. 학생들은 3가지를 모두 선택하였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3번의 경우 일본은 14%, 미국은 40%, 중국은 41%를 선택한데 비해 한국은 무려 81%였다. 학생에서 협력을 통해 함께 성공하는 연대하고 화합하는 시민으로 자라나기 보다는 경쟁하며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패배한 자는 낙인을 갖고 평생을 살아가는 환경을 고교에서 경험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한국의 교육개혁 과제는 대학 입시를 전면 논서술형으로 전환하거나 아니면 객관식 시험을 보조의 수단으로 병존시키고, 내신을 논서술형, 구술, 장기 보고서 및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입시와 내신에서 학생의 선택권 보장을 위해 선택과목을 보장해야 하며, 절대평가로 전환하되 일부 고교들이 과거에 취했던 것처럼 성적을 부풀리는 편법을 막는 방법이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논서술형은 주관식 시험이기에 이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의 확보를 위해 채점의 전문성을 크게 강화하고, 그 기준의 마련이 매우 중요하다.

 저자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을 충족하는 것은 국제 바깔로레아, 바로 IB다. IB는 여러 모로 한국 교육에 적합하다. IB는 일단 특정 국가 맞춤형이 아니기에 한국 교육과정에 적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표준화된 평가시스템을 갖춰 타당성은 고려도 않고 공정성과 신뢰도에만 매몰된 한국에 적합하다. 또한 학습 능력이 높은 학습자와 낮은 학습자를 모두 성장시키며, 사교육이 거의 실행되기 어려워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며, 무엇보다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IB는 실용적인 관점에 기반하며 학생을 평생 학습자로 키우는데 중점을 둔다. IB는 토론과 상호협력이 중요해 모든 학생이 경청이 습관화 되어 있으며 정답이 없는 교육을 실시하고, 무조건적 주장이나 입장 보다는 그 근거를 중시한다. 

 IB는 중등과정이 5년이고 고등과정이 2년이지만 각 나라의 학제에 맞게 변경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중등 과정이 3년으로 실행되고 고2-3때 고등과정을 하고 고1 때는 준비과정을 거친다. IB의 초중등학교 프로그램은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방안이 있을 뿐이며 그렇기에 각 나라는 자신들의 교육과정을 포함시킬 수 있고 그 학습 방법과 평가를 IB가이드에 맞춰 실행한다.

 IB의 고등학교 과정은 다음과 같다. 

1영역- 언어A: 모국어 문학, 모국어 언어와 문학

2영역- 언어B: 외국어, 외국어기초, 고전어

3영역- 개인과 사회: 역사, 경영, 경제, 지리, 철학, 심리학, 국제정치, 인류학 등

4영역- 과학: 화학, 생물, 물리, 컴퓨터 과학, 환경, 스포츠와 건강

5영역- 수학: 분석과 접근, 응용과 해석

6영역- 예술: 연극, 영화, 미술, 음악, 무용


 학생은 위 3영역 중 3개를 심화과정으로 3개를 표준과정으로 이수한다. 심화과정의 경우 240시간은 이수해야 하고, 표준 과정이면 11시간을 이수한다. 그리고 이 외에 지식이론, 소논문, 창의체험봉사가 필수다. IB는 6개 영역이 각 7점 만점이며 3개의 별도 영역이 각 1점 씩이다. 총 45점 만점으로 24점을 획득해야 디플로마가 수여된다. 물론 지식이론과 소논문이 합산 점수가 D이사이어야 하고 세 과목 이상에서 3점 이하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2023년 상반기 18만 명의 학생이 외부평가에 응시했고 80%가 디플로마를 획득했다. 평균 점수는 30.24점으로 과목당 6점, 핵심 과목에서 2점이면 총점 38점으로 이 정도면 해외 명문대학 지원이 가능하다. 6점은 A에 해당하고 7점이면 A+등급이다. 2023년 기준으로 40점 이상은 8.87%로 만점자는 179명에 불과하다. 

 IB는 외부 출제 평가와 내부 출제 평가로 구분한다. 내부 출제 평가는 해당학교 교사가 하는 것이며 외부 출제 평가는 IB 본부에서 실행한다. IB 본부에는 무려 4만의 채점관이 등록되어 있다. 채점관은 일반 채점관, 선임 채점관, 책임 채점관, 수석 채점관으로 나뉜다. 채점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선임 채점관들이 먼저 평가 문항에 대한 채점 기준을 개발한다. 이것이 시드 페이퍼인데 3개로 구성하여 1개는 일반 채점관의 교육에 1개는 일반 채점관의 시험 채점 테스트용으로 다른 하나는 학생들의 답안지에 숨겨 일반 채점관이 올바로 채점하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일반 채점관의 채점이 시드 페이퍼와 멀어지거나 일반 채점관 2인의 불일치가 심하면 이들을 재교육하거나 채점관 자격을 박탈한다. IB본부는 교차채점을 하는 것이다. 채점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 채점관이 이를 해결하면 모든 것을 종합하여 수석채점관이 학생의 최종 등급을 결정한다. 매우 엄정한 구조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학생은 이런 구조에도 점수에 불만이 있거나 대입에 필요한 요건에 미약하게 미도달할시 비용을 부담하여 재채점을 요구할 수 있다. IB 본부는 이 경우 재채점을 실시하여 문제가 발견되면 학생에게 비용을 돌려준다. 그리고 학생은 재시험을 볼 수 도 있다. 

 내부평가는 사전에 문항을 같이 연구 개발하며 채점기준도 그렇게 만든다. 특히 자신이 채점한 것에 대한 근거를 다른 교사에게 증명해야 하기에 고도의 객관화가 강제된다. 그리고 IB 본부는 내부 평가 전체를 모두 샘플링하여 이를 검토하다. 그래서 이것을 조정하고 만약 채점이 과도하게 부실하면 해당학교의 인증을 취소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IB학교들은 국가나 지역, 학교 간의 특성과 차이에도 불구하고 성적 표준화가 가능하다. 과거 한국의 고교 내신 절대평가가 실패한 것은 학업이 낮은 학교 일수록 서로 시험을 쉽게 내기 경쟁을 해 성적을 부풀렸기 때문인데 IB본부처럼 중앙에서 관리하면 이런 것이 불가능하며 실제 학교간에 타당도가 높은 학업 성취도 비교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높은 신뢰도로 인해 한국에서 성행하는 평가 결과에 대한 민원도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구체적인 수업을 살펴보면 IB수학은 문제 풀이 시간은 적고 대신 수업 시간을 조사하고 추론하는 탐구활동에 할애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자 정리한 이론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한다. 자신의 관심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지수로그함수를 배우고 그것을 망각 곡선에 적용해 직접 공식을 도출하는 식이다. IB수학은 감점이 아닌 가점의 관점으로 채점한다. 그래서 학생이 정답의 계산을 틀렸어도 그 과정이 옳다면 만점을 가깝게 점수를 부여한다. 

 역사 수업의 경우 일반 학교는 연대사나 통사를 고수한다. IB 역사는 시대, 사건, 인물에 대해 역사적 사료를 분석하고 관련 사건의 맥락을 이해하고 어떻게 판단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IB화학은 실험중심이다. 반응열을 계산하는 실험을 수행한 후 구한 데이터로 그린 그래프를 해석하는 것이 과제다. 중요한 것은 실험을 실패해도 괜찮다는 점이다. 왜 실패했는지 점검할 가이드가 제공되며 교사가 피드백 한다. 실험에서 겉도는 학생도 없다. 모둠 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IB는 내부 보고서의 마감이 학기 후반부로서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시간이 충분하며 상대평가가 아니기에 앞서가는 학생이나 모둠을 보며 불안감을 갖지도 않는다. 

 IB를 실시한 학교는 큰 변화를 가져온다. 우선 학생의 일정 관리 능력 향상이다. IB는 지식 위주보다는 그것을 획득하거나 적용하는 보고서나 과제 중심이다. 이것들이 모든 과목에서 행해지기에 학생은 개인, 모둠과 협동하며 계획을 촘촘히 짜야한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것을 대학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실시하는데 확실히 빠르다. 그리고 서로 돕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기에 경청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생기고, 경쟁이 없기에 학교 폭력이 크게 감소한다. 또한 교권이 신장한다. 상대평가와 서열화에서 공교육의 교사는 메이져 학원 교사에 밀린다. 하지만 IB같은 식의 수업과 평가를 실시하면 학생은 교사와 같이 성장하며, 꾸준히 피드백을 얻으며 친말한 관계, 즉 진정한 사제지간을 형성한다. 당연히 교권이 보장된다. 마지막은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 완화다. IB수업은 학원이 성적을 절대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구조다. IB라고 해서 학원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철저히 보조수단으로 전락하여 학부모는 아이를 학원에 보낼 필요가 크게 줄어든다. 

 당연히 IB에서는 교사도 변화한다. 일반 학교에서 교사의 스트레스 요인은 교내질서 확립문제와 학부모의 민원 처리, 행정업무다. 하지만 IB학교에서 교사의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성취도 제고, 수업설계고민, 저학력 학생의 학업 성취도 향상 방안이다. 교사 본연의 업무에서 기인하는 스트레스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처럼 IB는 교육을 정상화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다. 일본은 IB로 교육을 전면 전환하고 있다. IB가 반드시 답안은 아니겠으나 한국이 비교적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란 생각이다. 혁신 교육은 많은 학교 민주화와 교육 혁신을 이뤘지만 이렇다할 중앙 센터가 없어서 일선 학교의 질적 변화를 지원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입시를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일부 적극적이고 혁신적인 교사들을 제외하면 변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IB는 많은 학교 개선 경험과 믿음직한 증앙 기관, 높은 채점 기구를 확보하고 있다. 전면적으로 시도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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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퉁탕 프로젝트 수업 - 5가지 주제로 만나는 15편의 살아있는 프로젝트 수업
배움의숲나무학교PBL센터 지음 / 에듀니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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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수업은 학습자가 교사, 동료, 전문가와 상호작용하며 다양한 방식의 탐구활동으로 실제셰계와 관련한 복잡한 문제 또는 질문을 해결하면서 일정한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수업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은 탐구 질문이나 주제에 답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학습 과정에 참여하면서 내용지식과 역량을 습득한다. 그리고 주제나 질문의 답이 담긴 최종 성과물이 남게 되고 이는 교실 안팎에 청중에 공개된다.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이 있지만 책은 골든 스탠더드 PBL을 제시한다. 목표는 핵심지식과 이해& 핵심 성공 역량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어려운 문제나 질문, 지속적인 탐구, 실제성, 학생의 의사와 선택권, 성찰, 비평과 개선, 공개할 결과물을 실행한다. 

 핵심 지식은 프로젝트의 질문에 답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알아야 할 필수 내용이다. 그리고 이해는 단순한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다양한 맥락에 그것을 연결하고 적용하는 능력이다. 핵심 성공역량은 현실세계에서 배운 지식을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효과적인 협력과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인지 및 대인기술이다. 비판적 사고력, 협업능력, 자기관리 능력 등이다.

 어려운 문제나 질문은 해결 답해야 하는 유의미한 질문이나 주제다. 대개 도전 의식과 자신의 지식과 역량 함양이 가능한 것이다. 지속적인 탐구는 질문이나 주제의 해결을 위해 학생 주도로 지속적 탐구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실제성은 프로젝트가 실제 세계 관련 상황, 도구, 기준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문제, 개인적 관심사, 지역과 국내외 사회적 이슈가 그러하다. 학생의 의사와 선택권은 결과물이나 과정에서 자신들의 아이디어 표현과 대안 제시 권한이다. 비평과 개선은 교사, 동료학습자와의 피드백과 이에 따른 배움의 점검과 개선이다. 성찰은 학습과정에서의 지속적 반성이며, 공개할 결과물은 가급적 넓게 공유한다. 

 책은 중등교육의 사례다. 그래서 15가지 여러 교과의 중고교의 프로젝트 수업 사례가 실려있다. 하나같인 재밌고 우수하다. 다만 교과 통합의 사례는 전혀 없다.

1.유비무환 프로젝트(기술, 가정)

여러 형태의 가정을 생성하고 각 가정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파악해서 필요한 복지 서비스를 창안하는 프로젝트다. 


2.사고 한 번 제대로 치자 프로젝트(영어)

학생의 진로 희망대로 가급적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둠을 구성하고 진로 영어 신문을 제작하는 것이다.


3. 나만의 인공지능 예측 모델 만들기(수학)

수학의 회귀분석을 통해 두 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구글 코랩이란 걸 사용했고, 무척 흥미로웠다. 다만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두 변수가 실제론 별 상관이 없었다. 세상이 단조롭지 않아서다. 예로 cctv 설치율과 범죄발생의 상관관계인데, 연관이 있어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것도 학습이란 생각이다.


4. 메타버스를 이용한 나만의 매장 만들기(기술, 가정)

학생이 창업을 한다고 상상하고 나만의 매장 인테리어를 메타버스 zep으로 구성한 것이다.


5. 삶과 철학 프로젝트(윤리와 사상)

학생이 동양 윤리 사상가의 제자가 되어 토론하는 것이다. 그들의 지혜를 빌려 인간의 행복과 사회 질서를 고찰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탐구했다.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의 입장에서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토론하거나 이황과 이기의 이와 기에 대한 논의를 토대로 토론하는 것이었다. 이와 기는 내가 생각해도 사회 예시를 찾기 좀 어려웠다. 흥미로운 프로젝트 였다.


6. 웹툰 서평 시놉시스 프로젝트(국어)

책을 읽고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웹툰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전에 문학 작품을 비평해보고 이런 것을 토대로 읽은 책을 웹툰으로 홍보하는 서평을 만드는 것이다.


7.시로 만나는 치유의 라디오 방송 프로젝트(국어)

라디오 방송의 형식으로 친구의 고민을 사연-시-시 소개와 위로의 형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친구의 사연을 모두 수집하고 이를 각자 나누어 맡아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될만한 시와 연관 지은후 시를 들려주고 위로의 멘트를 하는 방송이다. 녹음해서 서로 나눴다. 좋은 프로젝트다.


8.일본 애니 더빙 프로젝트(일본어)

학생들이 고교에서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하는데는 일본 애니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막상 일본에는 히라가나에 가타가나에 한자에 외워야 하는 단어의 수가 엄청나다. 그래서 흥미를 잃는다. 이 프로젝트는 원하는 애니의 주인공이 되어 실제 일본어로 자신이 연기하며 더빙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어에 대한 흥미를 되찾고, 일본어 말하기 연습, 여러 문장을 암기하는 효과가 있다. 


9.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글쓰기(국어)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프로젝트다.


10. K도시락 프로젝트(기술, 가정)

단순한 요리와 먹기 실습으로 끝나는 경우가 실제 현장에선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조사, 타겟설정, 메뉴개발보고서, 푸드스타일링, 상품설명회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엔 발표 및 시식회를 갖는다.


11. 지속 가능한 식생활 프로젝트(식품과 영양)

학교 급식 메뉴를 토대로 자신의 최애 식단을 구성해본다. 그리고 이를 분석한다. 영양이나 환경면에서다. 성찰이 생겨난다. 그리고 자신이 구성했던 식단을 바탕으로 성찰하여 6가지 식생활지침을 세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밀키트를 구성해본다. 밀키트의 포장 디자인도 한다.


12. 슬기로운 환경 시민 프로젝트(국어)


13. 꿈 그림 story writing(영어) 

 세계시민교육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어린이를 위한 스토리북 제작하기다.


14. 인권 감수성 키우기 프로젝트(사회문제탐구)

 인권 그림책을 보고 유사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인권 침해 사안을 사회에서 찾아 분석 한 후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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