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본 책은 십대들의 중독이라는 책이다.나의 어린시절을 상기해도 그렇듯 그 때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고 쉽게 몰입하며 잘 헤어나오지 못한다. 그것은 십대들의 뇌가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책 '10대의 뇌'는 십대들의 뇌의 상황과 발달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쉽게 말해 호르몬의 홍수상태이며 각축장이지만, 그것을 통제할 만한 수단은 매우 미약한 것이 십대의 뇌 상태다. 그래서 십대는 쉽게 극단으로 가기도 하고 마라탕 같이 강한 자극을 추구하며, 뭔가에 쉽게 빠져 잘 헤어나오지 못하기도 하고 과도하게 자기 자신과 타인을 의식하기도 한다. 

 인간의 뇌는 후두엽-두정엽-전두엽의 순으로 발달하는데 후두엽은 시각, 두정엽은 몸에 전해지는 여러 감각의 처리, 전두엽은 자기인식과 미래기억, 통제를 담당한다. 이런 순으로 발달하기에 인간의 전두엽은 개인차는 있지만 20대 초중반에 완성되고 그래서 그제서야 철들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래서 한국의 경우 군대를 다녀와야 철들었다는 비과학적 소리를 하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십대의 뇌가 이렇게 진화한 이유는 인간의 지능과 그 산물인 문화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앞세대가 구축해 놓은 것들을 학습해야 하는 나이이기에 그것에 몰두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성인이 되기 앞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구축과 자신에 대한 완성이 이뤄져야 하기에 뇌가 그렇게 발달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시기엔 빠른 학습과 처리를 위해 뇌의 가지치기가 이뤄지고 수초화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현대는 과거와 다르게 긍정적 학습 요소보다는 보다 자극적으로 십대의 뇌를 중독시킬만한 것이 넘쳐난다. 책' 포노 사피엔스'는 어느 덧 인간의 학명에 붙일만큼 우리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인간의 이야기다. 물론 이 책은 스마트폰에 대해 경고하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우리 교육현장은 디지털과 인공지능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는 추세인데 이를 미리 실행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전면금지로 향하고 있어 어색하다. 사회적 숙고와 합의가 필요해 보이는데 속도전 양상이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은 디지털 도구가 빼앗아간 집중력에 대한 문제를 고찰한 책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돈을 벌기위해 사람들이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이나 앱, 게임 등에 가능한한 오래 머무르게 하려고 한다. 즉, 중독을 시켜야 이득이 되는 구조다. 실제 게임이나 플랫폼, 앱 개발자들이 고려하는 요소는 그것의 재미, 그리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최대한 많은 사용자의 유입, 그리고 이탈의 방지, 지속적 환기 등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게임이나 앱은 이렇게 작동한다. 사용해보면 재밌고, 여러 사람과 자꾸 나를 연관시키려하고 그 자체가 사용자가 많아 의존할수 밖에 없게 만들며, 지속적으로 구독이나 좋아요, 알림을 보낸다. 

 책 '중독의 시대'는 놀랍게도 인간 중독의 문명사를 관장한 책이다. 아주 오랜 중독거리인 술, 담배, 설탕 등의 향신료부터, 최근의 마약, 디지털 도구, 자극적 음식, 도박 등을 모두 고찰한다. 과거 중독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았고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놀랍게도 산업과 상업의 전면에 중독이 앞장선다. 

 인간의 3대 본능이 식욕, 수면욕, 성욕인 만큼 인간은 당연히 성에도 중독된다. 하지만 섹스 자체에는 잘 중독되지 않는다. 섹스를 허용해주는 짝을 마련하는게 당연히 어렵고, 성행위 자체도 시간과 체력을 요하는 것이라 지속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섹스를 향한 욕구만큼은 중독될 수 있고 무한대다. 이는 도파민과도 관련한다. 도파민은 모든 중독의 필수물질인데 목표 자체보다는 목표를 향한 갈망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성행위 자체보다는 그것을 갈망하게 하는 포르노에 중독된다. 

 책 '포르노 랜드'는 불법적이고 파괴적이며, 착취적이고 중독적인 포르노에 대한 것이다. 그것에 대한 모든 부작용이 다뤄지며 당연히 중독에 대해서도 다룬다. 포르노는 누구나 인터넷 연결만 되어 있으며 쉽게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며 현실세계에서 마주하기 힘든 이상적 파트너와 실제 성행위에서 있기 어려운 강한 자극을 제공한다. 때문에 섹스 그 자체보다 훨씬 중독되기 쉽다. 

 십대들의 뇌로 돌아간다면 그 시절의 중독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 중독으로 학습을 지속할 수 없기에 자신의 현재와 미래가 망가지고, 신체건강에도 치명적이다. 흡연의 경우 십대부터 하는 경우 성인이 뒤어 흡연하는 경우 보다 암발병률이 4배나 높다. 특히, 흡연과 직결되는 폐암은 무려 18배에 달한다. 

 중독은 십대의 뇌 자체를 망가뜨린다. 어느 것이든 중독에 빠지면 뇌의 구조가 자극에만 반응하는 구조라 바뀌는데 이를 팝콘 브레인이라 한다. 자극에 익숙해진 나머지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들에만 반응하기에 이런 비유적 이름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뇌가 이렇게 되면 일상에는 무관심해져 타인의 감정이나 진짜 현실에 무감각해진다. 

 사회 뿐만 아니라 청소년은 정말 중독의 홍수속에 무방비로 살아간다. 자극적인 영상과 볼거리가 넘쳐나 이전 긴것을 전혀 참지 못한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5'를 보면 최근 영상을 1분으로 요약해주는 숏폼, 그리고 3-4분 정도의 가요도 줄여서듣는 숏폼이 유행이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긴 호흡으로 무언가의 변화를 분석 관찰하고, 책을 읽어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다. 결국 중독은 올바른 판단과 행위를 할 수 있는 시민의 부재로 이어질게 확실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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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은 주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다. 생명체에게 진화 압력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환경, 다른 하나는 성선택, 마지막 하나는 공생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한 가지가 더 있다면 그들 스스로가 만든 문화다. 

 환경에 대한 진화의 예는 많다. 고래가 육지에서 바다가 열리자 바다로 가게 된 것, 펭귄이 남극 대륙이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이동하자 점차 나는 것 대신 두터운 지방과 수영 능력을 갖게 된 것 등이다. 

다윈이 환경에 대한 진화를 말했을 땐 상당히 설득력 있게 먹혀들었지만 그가 성선택에 대한 이론을 내세웠을 땐 사회적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사회 분위기가 무척이나 보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윈은 천적을 피하는데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공작의 꼬리 갖은 사례를 무수히 접하며 성선택을 주장할 수 밖에 없었다.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컷, 연애 등의 책은 성선택에 대한 다윈의 주장을 입증하는 책들이다. 책들에는 성선호를 만족시키기 위해 벌어지는 수많은 진화의 예들이 나와있다. 연애에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이나 음악 등을 성선호의 흔적으로 추리한다. 


 진화의 또 다른 예는 공생이다.

린 마굴리스는 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와 공생 및 기생 등의 관계로 공생하는 것을 생명 진화의 또 다른 축으로 보았다. 사실 인간세포의 미토콘드리아도 그렇다. 아주 오래전 세포 둘 사이의 융합이 일어나고 공생관계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하는데 그래서 미토콘드리아는 아예 유전자를 따로 갔고 있다. 인간 조상의 모계추적은 이것으로 이뤄진다. 그리고 많은 생물들은 몸에 수많은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간다. 인간만 해도 몸무게의 1-2kg이 미생물의 무게이며 이들은 소화기관에 자리해 인간의 소화를 돕고, 심지어 성격에도 관여한다.


그리고 아마도 인간에게만 해당될 듯한 진화의 다른 한 축은 문화다.

이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도킨스는 이 개념에 대해 던지기만 했지만 강력하게 영향을 받은 후속학자들이 이에 천착했다. 책 1만년의 폭발은 인간이 만든 문화로 인해 빠른 시기인 1만년 만에 인간이 상당히 진화했음을 보인다. 이시기는 인간이 만든 대표적 문화인 농경이 등장한 시기다. 농경은 인간을 여러 모로 진화시켰는데 피부색과 우유소화능력 등이 그것의 주요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문화는 인간의 협력성을 가속화하여 인간 스스로를 가축화했다는 주장도 유력히 대두하고 있다.

 책 '제노 사이드'는 현대 인간사회에서 또 다른 인간의 진화가 일어난 상황을 다룬 소설이다. 사실 인간은 문명의 고도화로 환경에 의한 압박을 거의 해소하였기에 자연적 진화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신인류가 등장하는 곳은 문명의 영향이 매우 적은 아프리카 콩고이고, 그 중에서도 키가 작기로 유명한 피그미족이다.

 내전으로 혼란한 콩고에서 평범한 피그미족 남자가 아이를 낳는다. 그런데 아이는 전두엽이 이상하리만치 크고 눈동자도 커서 사람 같지 않았다. 이 아이는 인류의 다음 진화 형으로 놀라운 두뇌능력을 갖췄다. 그리고 이 아이의 존재를 미 당국이 알아차린다. 이들은 전 세계의 통신망을 감시하고 있는데 전체를 감시하는 것을 불가능하여 몇몇 키워드 중심으로 의심 가는 것을 탐색한다. 이것에 걸려 든 것이다.

 미국은 긴장한다. 전 세계의 암호는, 심지어 핵발사코드까지 소수의 곱으로 이뤄져 있다. 소수 두개를 곱하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나 상당히 큰 수가 어떤 두 개의 소수의 곱으로 이뤄진 것인지를 알아내는데는 엄청난 계산이 필요하다. 미국은 이 신인류가 이것을 무력화할 수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제거였다.

 특수부대가 꾸려진다. 총 4명이다. 이들은 거짓 정보를 받는다. 아프리카 콩고내에 인류를 절멸할 만한 바이러스가 생겨났고 이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이들을 몰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마 숙주로 추정되는 기이한 생명체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보자마자 무조건 사살하란 명령이 떨어진다. 그리고 보상은 어마어마했다. 

 특수부대는 피그미 마을을 찾아내나, 피그미 마을의 사람과 그들과 함께 있던 인류학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신인류는 특수부대의 존재와 방문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작전이 사실 잘 못된 것이었음을 알린다. 사건은 일본과도 연관되는데 독특하다. 

 책 '제노 사이드'의 상상은 허무맹랑해보이자만 그렇지도 않다. 실제 우리 인간은 네안데르탈과 상당히 오랜 시간 공존했으며 이들과 교배하여 현생인류는 그들의 유전자를 매우 적지만 가지고 있다. 즉, 현생 인류 중에서 다른 인류가 진화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상물의 저작들도 있다.

 

 

오래된 일본 만화인 건담에서도 신인류는 등장한다. 그들은 뉴타입이라 불리는데 미래를 볼 수 있고, 뉴타입끼리 떨어져서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며 엄청난 직감과 , 탁월한 조종능력을 지녔다. 이들은 건담에서 일어나는 전쟁에서 전황자체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 건담에서 명시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아마도 이런 진화는 인류의 환경이 우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영화 X 맨에 등장하는 그들도 신인류다. 핵전쟁과 원자력 발전소의 등장과 그 사고로 인한 방사능으로 전 세계 인간들이 방사능의 영향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 이런 초능력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설정이다. 이들들 무서워하여 제거하고 이용하려는 인간과 돌연변이들간의 갈등, 그리고 인간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는 돌연변이등 3자간의 갈등이 주제다.

 내 생각엔 미래 인간이 진화한다면 먼 훗날엔 이런 우주 환경에서의 적응도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달이나 화성 같은 곳에 기지를 만들어 저중력에 오래 노출된다면 그런 환경에 적합한 인류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엔 뛰어난 인공지능의 등장과 그것과의 융합이 인간의 진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

유발하라리는 최근 인간 과학기술의 발달을 염려하며 드디어 인간이 죽음과 생존, 번식이라는 생물학적 굴레에서 벗어날 새로운 신인 호모데우스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그런 막대한 권력을 갖기엔 우린 아직 충분히 어리석다는 걱정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지적했었다. 그래서 인간에게 다섯 번째 진화의 축은 문화의 일환으로 스스로 만들어낸 과학기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들은 기계 혹은 생물학적 진화를 강하게 추동할 것으로 생각된다. 기계라면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결합, 생물학적으로는 인간 유전자를 개선해 결점을 없애나가고, 수명이나 지능, 신체적 능력등을 최대한 이끌어내는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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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5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엔 책 익스텐드 마인드를 읽었다. 글자 그대로 생각의 확장이다. 인간의 사고의 중추는 당연히 두뇌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의 사고력을 강화하고 발전하려면 두뇌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 익스텐드 마인드'는 제목처럼 사고력의 발달은 그 두뇌에 자극을 주는 환경과 관련지어야 함을 주장한다. 뇌는 두개골에 갇혀 있지만 다른 신체 및 감각기관에 의해 다른 것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책에서 두뇌의 확장으로 보는 것은 3가지 항목으로 나의 몸과, 공간, 타인이다. 먼저 몸을 살펴본다.


1. 몸

 가. 내수용 감각

 내수용 감각은 글자 그대로 사람이 자신의 신체 반응에 대해 느끼는 감각이다. 예를 들면 심장박동을 들 수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고 그 횟수를 셀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평소에는 감지 하지 못하나 흥분상태인 경우에만 부분적으로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접하는 상당한 정보량을 수집하고 저장한다. 이것이 무의식의 영역에서 처리되는 것은 다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의식적으로 두뇌가 처리하기엔 너무 과다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정보는 미래에 생존을 위한 판단에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작용한다. 우리 몸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규칙적인 정보를 찾아내고 저장하면서 미래에 그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태그를 붙인다. 그리고 이 태그를 붙인 패턴이 나중에 감지되면 우리의 내수용 감각이 이에 반응하여 이를 알려주게 된다. 

 책 '자유의지는 없다'는 이와 비슷한 설명을 한다. 사람은 의식적으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최근의 뇌 연구는 선택을 하기 전 이미 판단이 이뤄진 상태고 의식은 이런 판단을 했다는 생각을 후천적으로 하게만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의 판단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데, 다만 인간의 의식과 평소의 생각이 무의식에 판단하는 데이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평소 나의 의지와 의식은 그런 식으로 나를 개선시킬 수는 있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신체 감각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이른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패턴을 다소 의식적인 차원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내수용 감각을 보다 잘 인지하게 되는데, 연구 결과 최후통첩 게임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면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한다. 이는 합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감정적으로 반응해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명상을 통해 내수용감각을 잘 인지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불공평한 제안을 보다 잘 수용했다. 

 내수용감각은 꼭 타고나는 것은 아니며 학습을 통해 발달시킬 수 있다. 방법은 우선 자신의 감지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떠한 판단을 할 때 그 순간 나에게 발생한 신체 내부의 감각을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을 명명하는 것이다. 

 내수용 감각에 대한 자각은 이처럼 개인이 더 나은 판단을 내리게 하게 하고, 스트레스에서 더 쉽게 회복하게 도우며, 더 다채롭고 만족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나. 움직이기

 현대 사회는 인간이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를 요구하며 움직이는 것은 그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항상 움직이는 학생과 직장인을 학교의 교사와 기업의 관리자는 절대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가만히 앉아서 무언가를 하기 보다는 움직이면서 무언가를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대부분을 수렵채집생활을 하며 보냈는데 이는 사람에게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한다. 실제 인간은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탐색할 때 시각계가 더 예민해진다. 연구결과 방사선 전문의들은 앉아서 할 때보다 트레드 밀 위를 걷고 있을 때 엑스레이상 더 문제 있는 결절을 잘 찾아냈다.

 조인성과 정우성이 검사로 나오는 영화 '더 킹' 에서는 조인성의 고교시절이 나온다. 그는 원래 공부못하는 문제 학생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쌈판에서 서로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책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적 상상력이지만 이는 상당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책 '운동화 신은 뇌'는 운동과 학습의 관련성을 조명한다. 대부분의 통념은 운동은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든 운동은 뇌를 강하게 자극하고 활성화한다. 연구결과 학습하기 전 적절한 운동은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고 학습을 위한 뇌세포를 만들어낸다. 때문에 학습전의 운동은 오히려 학습을 위한 적절한 준비가 되며 그 효과를 증대시킨다는 것이 책' 운동화 신은 뇌'의 골자다.

 인간의 뇌가 커진데에는 사회가 커진 것, 육식을 하게 된 것, 문명이 발달하게 된 것등 여러가지 요인이 제기되지만 익스텐드 마인드에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격렬한 운동을 통해 유산소 활동이 극적으로 증가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몹시 흥미로운 주장이다. 이 모든 것들은 같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이처럼 신체활동과 정신적 예민함은 병존함에도 도시 거주 현대인은 수렵채집활동 시기에 비해 신체활동이 하루 14배나 감소했다. 학생은 하루 중 절반의 시간을 앉아 있으며 성인은 근무시간의 무려 2/3을 앉아서 보낸다. 이는 정신적 둔함을 불러옴과 동시에 건강에도 매우 좋지 않다.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저 소모는 13%나 증가하며 정신적으로 더 예민해질 수 있다. 그래서 스탠딩 데스크의 도입이 중요한데 이를 사용하면 학생의 실행기능 향상과 학업이 증가하며, 직장인은 생산성이 향상한다. 

 2016년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의 정신과 교수 줄리 슈비아처는 ADHD진단을 받은 10-17세 아이를 연구했다. 이 아동들은 산만하여 쉽지 않은 정신 과제를 수행할 때 어려움을 겪었는데 놀랍게도 움직임을 허용하자 과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능력이 증가했다. 

 그리고 인지능력 향상을 위한 적절한 움직임은 개인마다 상이하다. 일부 사람들은 꼼지락 거림 만으로도 최적의 인지능력을 얻을 수 있다. 꼼지락 거림은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 사고로 이어지는 긍정적 감정상태로 인간을 유도한다. 낙서 역시 지루한 과제 수행에 도움이 되는데 낙서를 하는 경우 29%나 정보를 더 많이 기억했다. 이런 행위는 대부분의 수업과 직장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운동의 강도 역시 중요하다. 운동은 저강도, 중강도, 고강도를 나뉠 수 있는데 이것과 인지기능의 역U자형 곡선을 보인다. 즉, 저강도 일 때 낮은 인지 능력, 중강도 일 때 높은 인지능력, 다시 고강도일 때 낮은 인지능력 향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적당한 시간의 중강도 운동이 적절하다. 이는 높은 각성상태와 뇌의 혈류증가, 뇌의 정보전달 효율성과 뇌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신경물질 분비 증가와 관련한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 뇌 상태는 중강도 운동 이후 2시간 동안 유지된다. 

 고강도 운동은 인지 능력의 향상에 방해가 되지만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고강도 운동은 다시엔 인지에 방해가 되나 오히려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일종의 변성상태를 가지고 온다. 그러면서 생각과 느낌이 자유롭게 섞이면서 독특하고 예상치 못한 생각이 나중에 떠오르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고강도 운동은 최대 심박 80%정도의 강도가 40분 이상 유지되는 정도의 운동을 말한다. 


다. 움직임과 제스처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몸짓으로 상대방과 의사소통한다. 인간은 언어가 있지만 이전엔 몸짓으로 대화했을 것이 분명하며 지금도 비지시적 언어가 상당부분 인간의 의사소통에 자리하고 있다. 행위화 효과는 움직임과 정보를 연결하면 두 가지 유형의 기억이 모두 활성화 하고 기억이 더 정확해진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일반인이 보기에 말도 안되는 엄청난 양의 대사를 98% 정확도로 암기한다. 심지어 촬영이나 공연이 끝나고 몇 달이 지나도 90%의 정확도를 보이곤 한다. 이는 놀라운 수치인데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들의 대사가 바로 몸짓과 관련하기 때문이다. 실제 배우들은 공연이나 영화에서 뻣뻣이 있는 상태가 아닌 상당한 움직임과 같이 대사를 구사한다. 

 때문에 학습전략에 있어 움직임을 포함한 학생은 암기 내용의 76%를 다시 상기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그 비율이 36%까지 떨어지게 된다. 사고력 강화와 관련한 움직임은 4가지로 동일한 움직임, 새로운 움직임, 자기지시적 움직임, 은유적 움직임이다. 

 동일한 움직임은 이해하고 기억하는 과정에서 신체요소를 도입하여 낯설고 새로운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독서를 하며 책의 단어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나 더하기 빼기를 하며 실제로 앞 뒤로 이동해보는 것이다. 새로운 움직임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신체표현을 통해 추상적 개념을 익히는 것이다. 물리학의 각속도나 구심력을 실제 회전 행위로 경험해볼 수 있다.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우리 몸을 지적 활동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며 광선 위에 올라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자신을 DNA나, 염색체, 면역계, 암세포라고 상상하는 것도 그러하다. 이런 자기 지시적 움직임은 새로운 지식을 자신의 정체성, 경험과 관련 짓는 행위를 통해  일종의 통합 접착제 기능을 하게 되며 이는 깊은 이해와 다른 관점을 고려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은유적 움직임은 정신을 자극하는 동작을 통해 은유가 표현하고자 하는 상태로 몸을 밀어넣는 것이다.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을 인간적 척도, 체화된 용어 그리고 구경꾼들이 동작하는 사람의 관점을 정신저긍로 시뮬레이션 하기 쉬운 행동으로 만들어준다. 효과적인 제스처를 사용한 회사 설립자들은 신규자금을 유치하는 가능성이 12%나 상승한다. 제스처는 시각적 신호나 운동 신경 신호로 구어를 보강하여 기억력을 상승시키고 정보를 뇌가 아닌 몸으로 떠넘겨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제스처는 추상적인 생각의 이해와 표현에 도움을 준다.

 부모가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경우 아이는 더 광범위한 언어를 습득하며, 실제로 고소득 부모는 저소득 부모보다 제스처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 결과 제스처를 많이 사용하는 고소득부모의 자녀는 14개월 때 90분 간 24개의 제스처를 사용했고 저소득 부모의 자녀는 같은 조건에서 13개의 제스처만을 사용했다. 그 결과 두 부류의 아이들은 입학 때 고소득 자녀는 어휘이해력 점수가 평균 113점이었던 반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93점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때문에 교사는 몸짓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영상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몸짓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교육영상중 무려 68%가 제스처의 핵심은 손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2. 공간

 가. 자연환경

 뇌는 기본적으로 뇌가 작동하는 환경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현대의 인간은 예리한 선과 완벽한 질감의 현대적 건물과 고속도로를 건설했지만 사람은 이런 환경에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는 처리할 수 있는 감각 자극이 있는데 현대의 것들은 이것과 부적합하여 인간의 정신적 자원을 고갈시킨다. 사실 인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편안한 환경은 자연환경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현대적 도시에 머무르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의 평생의 겨우 7%다. 미국 성인의 60% 이상이 매주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이 5시간 이하다.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안전하고 자원이 풍부해 보이는 풍경을 선호한다. 나무와 초원, 수원이 있는 곳들

이다. 책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에서는 인간이 좋아하는 풍경으로 사바나의 환경을 제시한다. 인간이 진화한 환경으로 이곳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은 매우 복잡하지만 기본적으로 반복이 있는 프랙털 환경을 보여준다. 책은 인간이 이런 것을 선호하는 것도 보여준다. 프랙털의 복잡성은 0-3인데 이중 자연은 1.3-1.5정도를 보이며 인간은 이를 가장 선호하고 평안함을 느낀다.

 자연을 산책한 사람은 이전보다 부정적인 반추가 줄어들고 작업기록도 20%나 향상한다. 인간의 정신자원은 쉽게 고갈하는데 자연풍경은 이를 다시 채워준다. 자연경관은 도시보다 원색이고 단순하며 색변화가 적고 직선보다 곡선이 많다. 그리고 가장 자리가 빽빽히 채워진 경향이 있다. 그리고 도시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작 정보를 제공하지만 익숙한 프랙털패턴이기에 인지적 부담이 없다.

 자연을 바라보면 20-60초 사이에 심박수가 줄고 혈압이 내려가고 호흡이 규칙적이 된다. 그로 인해 뇌활동이 편안해지고 눈도 한곳을 오래 응시하고 깜빡임이 줄어든다. 자연에서 사람은 스트레스가 줄고, 정신적 평정이 오며, 회복력이 올라가고 집중력과 주의력이 상승한다. 

 바이오 필리아 가설이 있다. 이는 인간이 생명이나 생명이 느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본능이 있고 이와 연결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간의 뇌는 식물에 내재한 일관된 구조와 중복된 정보를 선호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식물이 있으면 주의력과 기억력, 생산성이 향상한다. 이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연을 바라보는 경외감은 사람을 더 친화적 이타적으로 만들고 이기심을 줄여 공동작업의 효율을 높인다.

 


나. 건축학

 

신경건축학은 우리 니가 건물과 건물 내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는 책 '공간 혁명'에서 제시된 용어로 익스텐드 마인드에서도 등장한다. 인간은 이런 신경건축학을 무시한 소위 비정신적 공간을 건축했다. 그 이유로 책은 3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대부분의 사람이 의식적으로 인위적 공간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사려 깊은 건축은 효율을 앞세운 직선과 네모진 건물에 비해 시간과 노력, 비용을 더 많이 요구한다. 마지막은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대담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그런 건축을 추구하다보니 사람을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는 건축을 행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 날 우리는 인간의 본성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공간에서 배우고 일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효과적인 사고가 어렵게 되었다. 

 인간의 건축에서 벽은 문명의 발달과 같이 등장한다. 추상적 사고에 대한 요구와 개인적 보호라는 본능이 자리하면서 벽이라는 구조물이 등장한다. 벽은 낯선 고밀도의 타인에게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신을 보호하게 하여 타인을 경계하는 인지적 부담에서 개인을 해방시켰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축학에서 벽은 방해물로 여겨지게 되었다. 공유공간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앨런 곡선은 물리적 거리와 의사소통의 빈도 사이의 일관된 관계를 의미한다. 1.8미터 간격이 20미터 간격보다 규칙적 대화가능성을 4배나 높인다. 가까운 물리적 거리는 마주침의 가능성을 높이고 비공식적 교류를 늘려 생산성 협력에 이바지 할 수 있다. 그래서 앨런은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통과해 지나가는 공유 공간이 만남을 장려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미MIT에는 무한 복도가 있는데 이는 여러 건물을 관통하기에 여러 사람을 만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개방공간과 만남은 오히려 창의성과 인지적 사고를 방해한다. 인간은 자신의 활동이 밖으러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작업이 빠르고 더 효과적이다. 지나치게 개방된 공간은 자기 재량을 감소시켜 사람들의 대화를 오히려 피상적으로 만들고 대화 자체의 빈도도 줄인다. 그래서 충분한 만남과 개방 및 공유공간과 더불어 자기 공간도 중요하다. 인간은 자기만의 공간에서 더 자신감이 있고, 능률적이고 생산적이며 집중력이 높다. 

 공간이 자기 것이 되려면 그곳에 대한 주인의식과 통제력이 있어야 한다. 연구결과 단출한 사물실, 집기가 잘 갖춰진 사무실, 자기 권한이 있는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1배, 1.15배, 1.3배의 효율성 차이를 보였다. 사람은 자기 공간을 꾸미기를 좋아하는데 직접 벽지를 바르거나 무언가를 설치하는 것 외에도 단순히 책상에 본인이 원하는 피규어나 용품 등을 가져다 놓는 행위도 그러하다. 하지만 각급 학교와 직장은 이를 잘 허용치 않는다.


다.  인지 공간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장소법을 활용한다. 특정 항목을 우리 인간이 공유하는 장소와 연결해 효과적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우수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한 뇌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이들은 해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공간학습전략을 잘 사용한다. 인간의 사고는 이처럼 물리적 공간과 관련이 깊은데 실제 사람은 과거는 뒤, 미래는 앞이라고 말하며 , 목표에 도달한다고 말하고, 몸을 낮게 굽혀야 한다고 말한다. 

 해마는 물리적 공간 탐색과 관련이 깊은데 해마는 또한 우리의 생각과 기억을 일반적으로 체계화하는데 관여한다. 

 인간은 유아기에 기억 상실이 있곤 한데 이는 아직 이동능력이 없어 공간과 기억을 연계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있는데 책 '나라는 착각' 에서는 유아기의 기억 상실을 아직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사람의 모든 지식은 이야기의 구조를 띠고 있으며 인간은 모든 정보를 다 기억하지 않고 선별하기에 특정 부분을 인과적으로 연결하여 주목하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하여튼 공간에 의지하면 인간의 기억력은 2배나 확장이 가능하다. 이런 공간은 반드시 물리적인 것 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미 유명한 개념 지도는 우리 아는 것을 성찰하고 논리 정연하게 구조화하는 것이다. 개념 지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안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 

 초대형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시각화 작업의 평균 속도를 10배나 늘린다. 시야가 더 넓어지고 주변부를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한 화면이 아닌 여러 화면으로 정보를 제공받을 때 56%나 기억력이 상승했다. 화면이 작다는 것은 우리의 개념을 구성하는 지도가 그 화면 자체에 완전히 배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계속 머리에 남겨야 하고 그것이 인지를 고갈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여러 컴퓨터 화면을 사용하고, 큰 칠판에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정리하며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이런 것에 대한 인지때문일지도 모른다. 


3. 다른 사람

 가. 모방대상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보니 모방은 그리 좋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한 창조는 거의 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성과물과 학습은 모방에서 출발한다. 과거 유럽엔 도제제도가 있었으며 그것은 거의 모방으로 이뤄졌다. 도제는 처음에 과제를 소리내어 설명한다. 다음은 학습자가 직접 그 과제를 시도하고, 학습자의 과제해결능력이 향상되면 서서히 학습지도를 줄여나가며 마지막은 학습자가 배우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정도로 나아간다.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사조는 18세기 낭만주의에서 기원한다. 당시 산업화로 인해 같은 공산품의 양산되고 인쇄기의 보편화로 모방이 폄훼 및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진 것이다. 하지만 모방은 긍정적 효과가 많다. 우선 그 대상자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하며 단지 수동적 관찰자가 아니라 역동적 행위자로 통찰을 얻게 하고 우리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타인으로 확장하게 한다.

 모방이 성공적인 이유는 이미 모방 대상이 성공적인 모델이므로 다른 가능한 옵션을 선택범위에서 제거해 모방자의 인지적 부담을 준인다는 점이다. 또한 그로 인해 다른 것을 선택하는 실수를 줄 일 수 있으며 모방자는 속임수나 비밀유지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직접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좋은 모방대상으로는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는 습관적으로 여러 작업을 하나의 정신 단위로 묶어나 압축한다. 이는 초보자가 모방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전문가는 전분야에 걸쳐 초보자와 다르게 사안을 본다. 그들은 당면한 상황의 가장 중요한 측면에 집중하면서도 이를 빠르고 완벽하게 큰 그림으로 파악한다. 이런 전문가의 성향에 대한 모방은 인지력과 학습력을 키우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나. 협업하기 

 4년 간 수백명의 대학원생의 지적 발전을 추적한 결과 그들의 발전은 가설 생성, 실험 설계, 자려 분석 같은 중요한 기술이나 지도 교수의 가르침이 아닌 연구실에서 그들의 동료들과 함께 하는 밀접한 활동과 관련했음이 밝혀졌다. 

 사실 인간의 지적 사고의 발달은 사회적 과정이다. 심지어 혼자 생각할 때 조차 인간은 자기 자신 혹은 가상의 존재와 대화하는 형식을 갖는다. 인간의 뇌는 사회적인 과정과 비사회적 과정을 따로 저장하는데 당연히 사회적인 과정의 것을 더 잘 저장하고 활용한다. 

 연구결과 인간의 뇌는 읽거나, 수동적으로 듣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실제 대화할 때 하위 중앙영역이 활성화 한다. 이 부위는 우리가 대화 상대의 말을 예측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게 할 수 있게 하는 곳이다. 그래서 학습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게 하는 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다. 이 방법은 전통적인 것으로 대개 공부를 잘 하는 사람에게 시키게 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에게도 이러한 방법은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인간은 대개 확증편향으로 인해 자기 자신의 의견은 잘 평가하지 못하지만 타인의 의견엔 상당히 잘 평가한다. 이는 타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함인데 그래서 사회적 상호학습이 중요하다. 

 협업하기는 반드시 모여서 뭔가를 연구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서로 간의 업무나 학습에 대한 이야가도 상당히 효과적이다. 인간은 인과 관계의 증거를 찾으려 하기에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실제 인간은 글보다 이야기에 담긴 정보를 훨씬 더 잘 기억한다. 다양한 직역에서는 순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많다. 이런 모든 것을 메뉴얼로 만든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같은 직역의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이런 문제가 상당부분 해결된다. 때문에 건강한 조직은 서로 이야기를 나눌 가십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 


다. 동기화

 동기화는 집단 구성원들이 강한 결속력을 갖고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정서적 관점에서 동기화는 타인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보이게 한다. 다른 사람과 동기화한 그룹은 더 포괄적으로 그룹을 형성하고 더 효율적으로 작업한다. 그래서 세계 각지는 사회적 결속력과 협동의 증가를 위해 의식이나 의례를 통해 동기화를 일으키는 생리적 각성도구를 사용한다.

 모든 국가와 일선 기업이나 조직, 학교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표식이나 노래 등을 거의 반드시 갖고 있는데 이런 장치들은 구성원을 모두 동기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책' 도둑 맞은 집중력'에는 우리 사회가 집중력을 빼앗겨 한 문제에 같이 집중하는 성향이 사라진 점이 강하게 지적한다. 이는 공유된 주의력인데 타인과 동시에 사물이나 현상에 집중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문제해결은 타인과 같이 집중할 때 더 잘 해결된다.
 사람은 어떤 그룹에 속해 있고 그것에 대해 진심 어린 소속감을 느끼면 개인의 정체성이 그룹의 성공에 단단히 결속된다. 이런 멤버십은 강력한 동기 부여의 원천이 된다. 
 이런 집단성은 향상시킬 수 있는데 우선 직접 만나 같이 배우고 익혀야 하며, 교육과 훈련을 같이 하고, 무언가를 느끼며, 의식을 치루고, 같이 행사, 식사하기. 걷기 등의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 즉, 집단성은 같은 근거리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일하는데 달려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툭하면 모든 조직이 같이 밥을 먹고, 여러 행사로 무언가를 같이 하려는 행위는 이런 집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다.  
 동기화를 통한 집단성은 지식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복잡성이 크게 늘어난 현대사회에 필수적이다. 오늘날 과학기술 논문 중 저자가 1인인 경우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그리고 특허 출원의 70%가 공동이다. 이미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시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개인 모델에서 벗어나 그룹으로 작동하고 집단 심리가 원활하게 작용하는 새로운 행동양식을 제도화할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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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오늘로 절반이 지나간다. 6월의 마지막 날이 오늘까지 49권의 책을 읽었다. 늘 목표는 연간 100권 이상이다. 인생에 여유가 조금 있으면 다소 넘기도, 바쁘고 힘들면 다소 모자라기도 한다. 읽은 책을 분야별로 정리한다. 늘 그렇듯 다양하게 읽으려 하나 깊이가 부족해 보이고 교육 분야를 너무 많이 본 것 같다. 최근 에듀테크를 열중해서 인 듯 하다.


과학[7권]-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사피엔스의 죽음, 물고기는 알고 있다, 암완치 로드맵, 

            열방약국 말기암 통합요법 상담소, 자폐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새의 감각


경제[5권]-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바이오 대박넝쿨,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문학[5권]-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스인 조르바, 막손이 두부, 비밀, 사선을 걷는 남자


교육[15권]-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대한민국 교육트렌드2023, 미래교육나침반, 

             대한민국 미래교육트렌드, 디지털 소양을 기르는 인공지능 수업 디자인, 

             교육혁명2030, 선생님 죽지 마세요, 주도성, 새로운 학교의 탄생, 

             코스페이시스 스타터,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에듀테크의 시대, 교육이 없는 나라


사회[7권]-고통 구경하는 사회, 장하리, 축소되는 세계, 중독의 시대, 대한민국 소멸보고서, 

            가불선진국,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인문[2권]-휴먼 에이지,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예술[1권]-난처한 동양미술이야기3


역사[2권]-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블랙어스


지리[2권]-지정학,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


미래[2권]-AI이후의 세계, 세계미래보고서2024-2034


경영투자[1권]-나는 배당투자로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공짜로 마신다


10,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의 가장 최근 책이며 가장 주관적인 책이다. 윤석렬 정권 2년 후, 총선 이후로도 변하지 않는 집권 여당과 대통령을 보며 향후에 대해 논한 책이다. 최근 정말 향후를 논하는 정치인과 사회적 분위기, 심지어 국민청원까지 난리다. 가독성이 매우 높고, 언론을 다루는 부분과 대통령의 향후 방안에 대한 3가지 논의가 인상적이다.




9. 개념기반 교육과정과 수업

2015 개정교육과정은 이해중심교육과정으로 편성되었으며 2022 개정교육과정은 개념기반 교육과정으로 편성되었다. 교사라면 변경된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봐야할 책이다. 이 책은 보면서 개념기반 교육과정의 주요 단계와 절차, 의의, 설계에 대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8.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사 놓고 정말 오래 묶여 놓은 책이다. 올해 보면서 진작 볼 것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역사라는 학문과 본질적 이해라는 측면에서 개인적 회의를 좀 느끼면서 역사 책을 많이 보고 있지 않지만 역사가 재밌고, 가치로운 것은 분명하다. 나름 정조와 정약용이 무척 진보적이라 생각해왔는데 저자가 보여준 내용은 정반대였다.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7. 사피엔스의 죽음
죽음에 대한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이다. 죽음은 개체에겐 불행이나 진화에선 필수 요소다. 이전 개체는 진화를 위해 번식까지만 생존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유전자는 생존기계가 번식이 가능한 시점과 양육을 위한 시기까지만 살아남게 설계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진화적 고찰이다. 딱딱한 과학책이 싫다면 진화와 죽음, 생명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며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재밌다.


6. 휴먼 에이지
인간사를 쭉 개관한 책이다. 이런 책을 많이 읽어 흥미가 좀 떨어졌지만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접근한 책이라 차별성이 있었다. 책은 온난화와 친환경 도시와 건물, 새로운 서식지인 도시에 적응한 생명들, 인간이 바꿔버린 지구의 표면, 새로운 인간세에 대한 서술로 마무리 된다. 좋은 책이며 많은 새로운 시야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5.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책은 우리 나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분야의 기업들을 다룬다. 물론 상장기업이다. 단순히 기업만 다루는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산업의 특징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래서 이 책은 투자도서이면서도 한국의 경제와 중요 기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제법 두껍지만 많은 내용을 노트하며 읽었다. 책이 성공적이었는지 매년 시리즈가 나오는 듯 하다. 격년정도로 읽을 계획이다.


4. 새의 감각
동물은 자신들의 감각체계에 따라 세계를 구성한다. 인간의 감각세계와 세계에 대한 이해는 철저히 가시광선과 가청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은 새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래서 책은 새의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자기력 감각에 대해서 다룬다. 새에 대한 많은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최고라는 오만함과 그들과 우리의 유사상과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런책은 꾸준히 봐야 한다.


3. 물고기는 알고 있다
인간은 물고기를 단순히 먹이 취급하지만 이들은 유구한 진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시각체계 등을 갖고 있다. 이들 역시 통증을 느끼고, 다양한 사회관계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물고기는 생각보다 인지능력과 기억이 우수하며 무리짓기를 하며 집단 행동을 한다. 책은 이런 물고기에 대한 재미난 사실을 늘어놓고 이들의 우수성을 역설하며 인도적 대우를 주장한다. 

2. 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만 보면 마치 철학책 같지만 철저한 실용서다. 한국인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만큼 이것의 취득과 사용이 무척 중요하다. 향후 인구구조와 청년 계층의 어려움으로 한국의 부동산을 암울하게 전망한다. 집값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많은 투기 세력이 공급이고, 집을 사고자 하는 욕망과 실질적 필요가 수요가 된다. 이에 따른 집값의 변화를 잘 분석했다. 얇은 책이지만 많이 배운 책이다.

1. 블랙 어스

역시 사 놓고 오래 쟁여놓다 해결한 책이다. 생각보다 읽기 힘들었고 두께도 제법이다. 2차대전을 일으키고 학살을 자행한 히틀러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2차 대전 동유럽에서 일어난 학살과 현지인의 협조에 대한 생각도 우수했다. 해당지역이 무정부상태이고 한 번 다른 국가에 의해 점령된 적이 있다는 배경은 학살의 협조를 가속화 했다. 이를 독일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 독일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련시켜 총체적으로 잘 분석 망라한 책이다. 다만 생각보다 어려우며 2차 대전에 대한 배경지식과 유럽 지도 정도는 보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어야 그나마 읽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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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 20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엄마가 이미 2022년에 돌아가셨으니 난 고아가 된 셈이다. 내 나이가 이미 한국 중위 연령을 넘어섰기에 정확히는 '고독한 아저씨'가 된 셈이다. 아버지 장례식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한국전쟁을 경험하신 큰아버지가 그런 소리 말란다. 당시 전쟁 이야기를 짧게 하시면서 전쟁 고아가 무척이나 많았다고. 

 우리 엄만 2009년에 뇌출혈로 쓰러져 14년간 온전치 못한 마음과 신체로 와병하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가족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그런 엄마의 병수발을 가장 많이 든게 우리 아버지다. 자식 둘은 결혼해서 지방으로 나가 가정을 꾸린지라 아버진 요양원과 요양병원에 의지하긴 했지만 어머니를 가장 많이 돌보셨다. 

 그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진 그제서야 당신 몸을 돌보시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리가, 그리고는 허리가 그리곤 귀가, 그리곤 가슴이 아프셨다. 결론은 폐암이었다. 확진을 받았을 땐 뭔가를 해보기엔 상당히 늦은 시점인 작년 말이었다. 의사는 3-4기를 운운했지만 내가 듣기엔 4기 같았다. 그리고 어느 암이나 그렇지만 폐암 4기는 생존률이 10% 미만이다. 의사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 평균 4개월에서 1년 정도 생존한다고 하였고 그 말처럼 아버진 진단 후 4개월 정도 살다 돌아가셨다. 아버진 적극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으셨다. 엄마의 경우처럼 되는 것을 가장 싫어하셨기 때문이다. 

 1-2월엔 내가 병원에 통원시켜 드리며 돌보았고, 상황이 악화되자 아버진 동생 집에 머물며 2-3월을 보내셨다. 동생은 목포에 산다. 3월에 그 먼 목포를 아버지를 보러 어린 아들을 데리고 주말에 내려가곤 했다. 말기 암 환자는 하루하루가 달랐다. 3월 초만 해도 식욕이 크게 감퇴하고 고통을 겪어서 그렇지 같이 식사도 하고 손자를 훈육해주시기도 하고, 같이 이야기 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3월 말이 되자 하루 종일 누워계셨고 고통이 너무 심하고 먹기는 커녕 진통제마저 먹는 것이 불가능했으며 섬망이 심해져 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중환자실과 호스피스를 2주 간 전전하다고 돌아가셨다. 동생 부부는 집에서 아버지를 돌보며 사람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며 죽음을 향해가는 어려운 과정을 매일 보았다. 평생 갚지 못할 빚을 동생에게 지게 되었다.

 폐암은 급사가 많다. 폐가 갑작스레 멈추면 사람도 갑자기 죽기 때문이다. 4월 20일은 중환자실에서 아버지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 모처럼 면회가 가능한 날이었다. 그래서 어린 아들을 데리고 비가 내려 막히는 고속도로를 따라 목포로 향하고 있었다. 임종을 보러 가려는 것도 아닌 그저 면회였다. 그러다 갑자기 돌아가셨단 연락을 받았고 반쯤 내려가던 길을 되돌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친척들과 가족, 직장에 연락을 하고 상조에 연락을 하고 동생과 장례식장을 잡았다. 그렇게 장례식장에 도착해 계약을 하고 빈소를 차리는데 무척 피곤했다. 8시간을 운전했다.

 장례는 짧게 3일을 잡았다. 최근 돌아가시는 분들이 적어 화장장이 여유가 있어 가능했고 어머니때와는 다르게 이젠 아버지도 돌아가셨으니 정리할게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첫날에는 빈소를 늦게 차려 조문이 한산했으나 다음 날은 정신없이 바빴다. 오랜만에 보는 아버지의 먼 친척들과 친구들, 또한 오랜 만에 보는 나의 친구들도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서로 가정과 직장에 바쁘니 이런 때나 보게 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아버지의 친척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모르는 아버지의 삶을 볼 수 있었다. 자식과 어머니 없이 오랜 기간을 사시며 나는 보지 못한 아버지의 인생이었다. 아버진 월남전에 참전했기에 참전유공자였다. 그래서 대통령 조문기와 한 재향군이 분이 오셔서 약간의 의식을 해주셨다. 참으로 감사했다.

 엄마와 같이 납골당에 모시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례식은 워낙 바쁘고 맞이할 사람이 많아 의외로 슬픔을 느낄 만한 시간과 공간이 적다. 그게 한꺼번에 몰려온게 집으로 돌아오는 차량 안이었다. 흐르는 눈물과 피로로 인한 졸음이 겹쳐 힘들었다.

 다음 날 아버지가 홀로 사시던 전세 집을 찾아가 동생과 집 정리를 시작했다. 집주인에게 연락하여 사정을 이야기하고 인근 부동산에 전세를 냈다. 그리고 구청을 찾아가 사망신고를 하였으며 유산 정리를 위해 관련 자산을 파악해주는 원스톱 서비스를 신청했다. 점심을 먹고 동생과 집정리를 시작했다. 오래 혼자 사시며 검소하고 깔끔한 성격에 이렇다 할 짐이 없었지만 그래도 사람이 사는 집이라 모든 것이 무척 많았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어떤 것 하나 버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은 옷이었다. 내가 그토록 싫어하던 담배 냄새가 잔뜩 벤 옷이었지만 아버지의 체취인 만큼 그것마저 그리웠다. 여러가지 짐을 버리는데 쓸만한 것을 동생과 나눠 챙겼고 오랫동안 우리 집에 있었던 기념할 만한 것들은 챙겼다. 

 나이가 들고 홀로 사셨음에도 의외로 먹을 게 많았다. 한참을 먹을 빻은 마늘을 얼린 것들과 김치 및 아버지가 평소 좋아하는 라면 등을 버리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았다. 먹을 수도 없었고 버리기도 쉽지 않을 것들이었다. 그렇게 꼬박 이틀을 집을 배우는데 할애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에 이불을 가장 마지막에 버렸는데 그것을 버림으로써 다시 이 집에 머물지 않게 될 거란 생각이 드니 다시 쉽지 않은 순간이 다가왔다.

 나는 어버지 집에서 아직 쓸만한 가전 제품 몇 가지와 아버지의 직장 20년 근속패, 그리고 천주교 십자가, 코트 한 벌을 챙겨왔다. 직장 20년 근속패는 늘 우리 집에 있던 것으로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아버지가 늘 자랑스러워 하셨던 것이라 버릴 수 없었다. 십자가 역시 난 더 이상 성당을 다니자 않지만 성당을 열심히 다니셨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래 전에 성당에서 구입한 후, 매우 오랜 기간을 우리 집 거실을 장식했던 것이라 버릴 수가 없었다. 이런 걸 버리는게 맞는 것이라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키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내가 덩치가 더 커서 대부분의 옷이 맞지 않는다. 하지만 코트 한 벌이 유독 컸고 입어보니 그게 맞았다. 아버지 냄새가 가득 벤 옷이었다. 그걸 하나 챙긴게 다행이었다. 아버진 살아 생전 당신에게 세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셨다. 하나는 와병하는 엄마, 다른 하나는 아직 가정을 잡지 못한 동생, 다른 하나는 장애가 있는 나의 큰 아들이었다. 엄만 아버지 보다 먼저 돌아가셨고, 동생은 늦게 나마 장가를 가서 두 가진 해결되었다. 나머지 하나가 남은 채로 돌아가셨는데 나의 아들인 셈이다. 그것을 내가 해결해드려야 할 문제다. 

 별로 대단한게 없지만 그냥 이런 아들을 믿고 어머니와 같이 편하게 쉬셨으면 한다. 그 시대 아버지들이 다들 그러셨지만 자기 인생 없이 평생 일만 하고 아끼고 안쓰며 즐기지 못하고 고생만 한 인생이었다. 아버진 몇 년 전 영화 '국제시장'을 보면서 우셨다. 아버지가 영화를 보며 우는 것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기에 놀랬지만 그 영화 자체가 아버지의 인생과 너무 비슷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으셨을 것이다. 아버진 어린 나이였지만 한국 전쟁을 경험했고, 베트남전에 참전했으며, KBS이산가족찾기에 직접 참여하셨다. 상당히 감정이입에 되셨을 거다. 굴곡진 인생을 힘들게 마무리 하신 아버지가 역시 어렵게 산 어머니와 더불어 편히 쉬셨으면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 옆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늘 계셨을 것처럼 내 옆에도 늘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실 것이다. 그렇기에 늘 부끄럽지 않게 잘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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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29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4월 20일이면 거의 일주일 전이네요.
많이 힘드셨겠어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물총새 2024-04-29 0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순식간에 읽었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blanca 2024-04-29 09: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페넬로페 2024-04-29 15: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중년의 나이에도 고아란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부모님의 빈 자리는 채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 잘 추스르시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