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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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도로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총 77명이다. 이중 배달 노동자가 39명, 건설기계 노동자는 14명, 화물차주 7명, 택배기사 7명이었다. 그리고 2022년 한국 산재신청 기업 순위로는 배달의 민족 라이더가 속한 우아한 청년들이 1위, 2위는 쿠팡, 7위는 쿠팡 물류센터, 9위가 쿠팡 이츠다. 이런 수치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사업장이 주로 전통적 중공업 사업장에서 플랫폼 노동자로 이동했음을 잘 드러낸다. 

 코로나 19이후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게 되며 배달 플랫폼은 갑작스레 크게 다가왔다. 불과 5-6년전만해도 배달료는 없었지만 어느새 정착되었고, 사람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고려하는 중요 요소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플랫폼을 통한 배달 노동자는 기존에 없던 직업에서 어느 새 택배기사처럼 당연한 직종으로 자리잡았다.

 물론 배달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동네 중국집을 중심으로 일부 업종이었지만 배달은 있었다. 다만 그 땐 배달이 무료였고, 배달기사는 해당 음식점에서 직접 고용했다. 그러다 보니 배달을 하는 집이 많지 않았다. 배달료를 임금으로 모두 부담하는게 아무래도 컸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배달노동자란 개념도 사고도 많지 않았다. 그들은 철저히 잘 아는 동네에서 단거리 배달만 했고, 한 음식점에서만 근무하니 무리하게 운전하는 일도 없었다. 배달료는 음식값에 적절히 배분했기에 소비자들도 배달료는 서비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배달은 외주화되었다. 음식점마다 직접 배달기사를 고용하는 것은 사실 부담이 크다. 그래서 여러 음식점에서 공동으로 고용하는 형태가 되었고, 그것도 여러가지를 부담해야 하니 아예 외주화한게 동네배달 대행사다. 이곳은 음식점에 들어온 음식 주문 배달을 대신해주는 업체로 여기서 일하는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일을 가르쳐주는 사수가 없고, 최저시급도 보장이 안되며 배달건당 수수료를 받는 체계다. 

 이렇게 배달기업, 즉 플랫폼은 이익만 누릴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로를 이용하지만 도로의 관리는 국가가 한다.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처리도 공공이 부담하고, 배달로 인해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처리는 배달 노동자 스스로 처리한다. 그리고 이 교통사고의 피해자는 일반 시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2년 국토교통부 조사에 의하면 배달대행 플랫폼은 51개, 동네 배달 대행사는 7749개에 달한다. 배달노동자가 보내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우선 콜을 잡기 위한 주문 대기 시간, 그리고 콜을 받은 후 음식점으로 이동하는 시간, 음식완성까지의 대기 시간, 손님 집까지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배달 시 도착시간, 그리고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손님에게 배달하는 시간이다. 이 과정은 많은 변수가 자리하는데 라이더는 콜을 잡으려고 핸드폰을 보다 사고가 나고, 음식을 빠르게 배달하려다 사고가 나고, 음식점 사장이 라이더에게 배송을 재촉하다 사고가 난다. 실제 재촉을 당한 라이더의 50.3%가 사고 경험이 있다.

 배송을 재촉하는 가장 큰 주체는 음식점 사장이다. 하지만 이들은 고용주가 아니기에 배송 재촉의 권한도 없다. 그리고 배송지연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책임은 라이더가 진다. 그들은 배송이 늦으면 음식값을 자신이 감당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배송이 늦어 취소된 음식을 스스로 먹어본 기억을 대부분 갖고 있다. 

 과거 플랫폼은 라이더들에게 묶은 배송을 시켰다. 하지만 소비자의 불만이 컸다. 음식 배송이 늦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은 최근 단건 배송을 시작했다. 단건 배송으로 손님을 빠르게 음식을 받고, 배달거리는 늘어났다. 단건 배송을 위해선 라이더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플랫폼은 라이더를 무한 모집하고 있고, 소개를 통해 들어온 라이더는 소개해준 사람 둘 다에게 보너스를 지급한다. 

 수많은 라이더는 AI가 관리한다. AI 알고리즘은 배달료, 배차, 배달구역, 미션 및 프로모션 평점, 패널티의 6가지를 관리한다. AI는 배차를 하는데 라이더는 이를 수락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부하면 평점이 낮아지고, 언제 다시 배차가 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있다. AI는 내비거리 기준으로 배달료를 산정하고, 주문량, 라이더 숫자, 날씨를 고려한다. 그러다보니 같은 일을 해도 상황에 따라 배달료는 유동적이다. 그리고 플랫폼은 배달료를 프로모션을 줄이는 방식으로 삭각한다. 하지만 그런 삭감에도 음식점주와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료는 그대로이기에 이를 알아차릴 수 없다. 

 라이더입장에선 등급의 유지가 수입차원에서 중요하다. 등급은 콜의 수락율, 신청한 시간 만큼 일을 했는지, 제 시간 접속 여부, 수행한 주문 건수 등으로 평가된다. AI의 일감 배차기준은 플랫폼이 공개하진 않지만 라이더와 음식점 사이의 거리, 라이더와 음식점 까지 가는 시간과 조리시간, 라이더의 평소 평점, 입직일, 배달주문의 긴급성이 고려되는 걸로 추정된다. 

 AI배차를 합리적이지 않은 편인데 이에 대해 라이더들의 불만이 큰 편이다. 책에서 저자는 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AI배차의 무조건 수용, 다른 그룹은 AI배차를 자율적으로 수락하고, 마지막 그룹은 교통신호를 준수했다. AI배차를 무조건 수용하자 라이더는 주행거리가 늘어났고, 시간당 배달건수는 줄었으며 수익은 줄고 노동은 늘었다. 자율 수락하자 효율성, 수익, 노동은 감소했고, 주행거리도 줄었다. 교통을 무조건 준수하자 한건에 30분이 소요되었고, 소득이 줄었다. 즉, AI배차는 애초에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것, 그리고 라이더의 소득을 고려하며 설계된 것이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즉, AI알고리즘은 교통법규의 준수와 라이더의 안전, 그리고 소득엔 관심이 없다. 플랫폼의 이득을 최대화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저자는 해결책으로 라이더의 최저 시급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것, 원동기 면허의 분리실행, 업장에서의 안전교육의 철저한 실시, 사업자로서 플랫폼이 노동자의 안전용구를 보장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우리는 배달을 시킬 뿐 이미 80만으로 추정되는 배달노동자에 무관심하다. 심지어 능력주의에 빠져 이들을 무시하기도 한다. 이미 주문을 한 손님이 자신이 주소를 잘못 기재했음에도 배달노동자를 탓하거나 일부 음식점주는 이들의 화장실 사용을 불허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이런 태도는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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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닷슈 2024-01-01 10:06   좋아요 0 | URL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