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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도시 가이드
제프 마노 지음, 김주양 옮김 / 열림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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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하면 당연히 건축가나 예술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책은 도둑을 주제로 건축과 도시를 다룬다. 왜냐하면 도둑이야말로 건축가나 설계가 못지 않고 건물과 도시에 대해 잘 알고 공부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도둑은 적어도 자기가 털고자 하는 건물의 구조와 설계 및 설비, 보안에 대해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 그것도 모자란다. 시간도 중요하다. 같은 경로로 들어가더라도 언제는 되고 언제는 안되기 때문이다. 도시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 절도에 성공했어도 도주에 실패한다면 모든건 물거품이니까. 그래서 건물 인근에 차를 대기는 적합한지. 도망갈 곳은 적당한지. 지하철이나 사람이 많은지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이 책은 이런 도둑의 입장에서 목표물인 건물과 도시를 조망한 책이다. 그래서 독특하고 재밌는 지점이 좀 있었다. 재밌는 관점은 도시 설계 자체가 도둑을 양산한다는 관점이다. 도둑입장에서는 분명 털기도 좋고 도망가기에도 좋은 도시란게 있다. 대표적인예가 LA다. LA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로 나중에 개발되었기에 광역도로망이 발달했다. 이는 도둑 입장에선 차를 갖고 와서 대고 절도를 한 후, 바로 도망가기에 매우 용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에 일부 은행들은 매우 보안이 허술한 도로변에 위치에 도둑들에게 매우 좋은 먹이감이 되었다. 90년대 LA에서는 매일 45분마다 은행절도가 일어났다고 하니 정말 가관이 아닐수없다. 더 웃긴건 은행측의 대처다. 이 정도면 은행을 옮기거나 보안강화를 고심할만도 한데 면멸히 수지타산을 따지 은행측은 보안요원을 두어 보안을 강화하거나 옮기는 비용보다 절도가 싸다가 판단했다. 자신들의 보안 비용을 어쩌면 경찰, 즉, 일반 시민에 전가한 셈이다.

 또 다른 재밌는 개념은 포획주택이다. 범죄가 많고 나라가 넓어 검거율이 50%에 불과한 미국에서는 포획주택을 이용한 절도범 검거가 가능하다. 일종의 함정수산데 말이다. 포획주택은 우선 절도범의 프로파일링에서 시작한다. 녀석의 동선, 그리고 성향등을 면밀히 검토해 털만한 주택을 만든다. 이 주택은 정말 일반 주택과 똑같아서 절도범은 자신이 잡히고서도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고 한다. 절도범은 포획주택을 털면서 잡히기도 하고, 혹은 그 과정에서 집에 설치된 다양한 장치에 의해 증거를 다량 남기게 되어 결국 체포된다.

 재밌는(?)절도 사례들도 좀 있다. 한 일당은 수도관을 따라 수km의 땅굴을 파서 은행을 털었다. 그들은 사륜바이크를 이용했는데 긴거리를 이동하고, 훔친 물건을 다시 실어나르기 위함이었다. 절도범은 쓰레기통도 이용한다. 거대한 미국식 쓰레기통이 어느날 한 건물 옆에 등장한다. 이를 신경쓰는 경찰이나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 쓰레기통안에는 쓰레기 대신 절도범 무리가 매일밤 등장한다. 그들은 쓰레기통에 붙은 건물 벽을 부시기 사작한다. 이 작업은 하루에 끝나는 경우도 있고 수주에 걸친 프로젝트가 되기도 한다. 파낸 흙벽들은 치밀하게 인근 수로로 모두 흘려보내 증거를 남기지 않곤 한다. 또한 건물에 싸인 쓰레기 더미도 절도의 도움이 된다. 그대로 올라간 옥상쪽으로 침입하는 것이다. 어떤 일당은 동료를 캐리나 커다란 박스로 위장해 이용하기도 한다. 한 고급 주택에 고급진 커다란 가구를 배달한다. 당황한 가족에겐 먼 해외의 친척이 유산으로 배송한거라고 한다. 미국은 이민자 국가니 조상중에 하나 그런사람이 있을 법도 하니 먹히나 보다. 하여튼 그 가구에 숨어있던 도둑은 밤에 나와 집을 턴다. 그리고 며칠후 일당이 다시와 택배배송이 잘못된거라고 말하며 가구와 동료 귀중품을 같이 가지고 나간다. 도둑들은 같은 구조를 가진 집들을 선호한다. 아마 미국의 도둑들은 한국에 오면 환호할 것이다. 같은 구주의 아파트 단지와 주택단지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얼마나 도망가기 힘든 나라인지를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다.(높은 인구밀도, CCTV, 좁고 꽉찬 도로때문이다.)

 이 책은 흥미롭지만 내용이 깊진 않다. 좀더 구조적이고 학문적인것도 기대했는데 사례중심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더운 여름밤에 가볍게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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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2019-07-30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참 흥미로운 책이네요. 참지 못하고 주문했습니다...ㅎㅎ

닷슈 2019-07-3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독바랍니다
 
방구석 미술관 - 가볍고 편하게 시작하는 유쾌한 교양 미술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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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대한 서양미술사 중 근대 작가의 삶과 작품, 그들의 세계관을 담아낸 책이다. 매우 쉽게 썼고 사생활 비중과 그것이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을 많이 담아냈기에 매우 쉽게 읽을 수 있는 편이다. 가벼운 듯 하지만 나름 깊이가 있고, 작가의 상상도 제법 재미를 준다.

 항상 미술가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못하는 편인데. 왜인지 생각해보니 그들의 얼굴을 모르는 것도 제법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이상한 일이다. 미술책들은 무척이나 작가들의 작품을 상세히 다루고 컬러도판을 아낌없이 실으면서도 이상스레 정작 작가의 얼굴엔 무관심했다. 그런데 이책엔 매 작가의 사진얼굴이 나온다. 사진 발명이 일어난 근대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상외로 괴팍할 거라 생각했던 그들의 얼굴은 평범하다 못해 잘생기기까지 했다. 물론 현상도가 떨어지고 사진자체가 작으며 주름과 세월을 잡아내지 못하는 흑백사진이란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여튼, 사진은 그들의 얼굴만 잘 나오게 한건 아니다. 그들의 작품세계도 변화시켰는데 신이 만든 세계에 대한 모사, 그리고 종교적, 신화적, 정치적 인물과 사건 대한 포장이 작품의 목적이었던 것이 사진의 등장으로 작가 주관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사진이야말로 최고의 모사가 가능하니 더이상은 모사로는 승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시기 근대작가들의 작품은 매우 실험적이고 파괴적이며 독특하다. 그러니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닐런지. 책에 등장하는 뭉크, 고흐, 프리다칼로, 에곤 실레, 클림트, 드가, 고갱은 자신의 주관에 의해 세계를 매우 독특하게 그림과 색상으로 표현했다. 거기엔 평소 그림의 대상이 되지 않던 계층과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도 포함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인상주의를 본격적으로 연 인물인 마네로 이어진다. 마네는 풀밭위의 점심과, 올랭피아로 전통을 철저히 파괴한다. 그의 영향을 받아 모네는 더 나아가 빛에 주목한다. 빛이 사물의 인상과 모습을 만들어낸 찰나를 기록한 건초더미 3연작은 그의 대표작이다.

  이렇게 개인적이고 순간적이며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찰나와 변화에 몰두하던 인상주의에 제동을 건 것이 세잔이다. 세잔은 인상주의가 사물의 윤곽을 흐리고 알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인상주의의 뜻은 존중하되 그 표현방식을 달리했다. 사물의 진정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인데 그 방식으로 그는 색상과 형태를 택한다. 그래서 세존은 입체주의와 색채를 드러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세잔에 영향을 받아 등장한게 피카소와 마티스다. 책은 피카소 편에 마티스를 같이 다루는데 둘은 라이벌이었다. 나이는 마티스가 훨씬 많았으며 입체주의 대가로 이미 파리에서 인정받고 있었지만 젊고 야망찬 피카소는 마티스의 입체주의를 빠르게 따라가며 야생에 대한 그의 아이디어를 훔쳐 먼저 작품화하기까지 한다. 좌절한 마티스는 수십년간 고전하지만 스페인의 문양과 색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피카소와 다시 경쟁한다. 말년 둘은 서로 화해하고 서로의 작품은 서로의 색깔이 묻어나는 묘한 지경에 이른다. 입체의 피카소는 문양과 색상을 마티스는 입체를 쫓는 식이다.

 인상주의에 마무리를 찍은(?)것은 마르셀 뒤샹이다. 샘으로 유명한 그는 작품을 만들기보다는 자기 자신의 생을 작품화 하려 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상주의든 입체주의든 야수파든 모두 회화라는 틀에 갇혀있던 미술계에 뒤샹은 과감히 오브제란 개념을 새로 던진다. 그는 샘작품을 여러개 제작해서 팔기까지 했다. 스스로가 스타가 되고 작품을 양산해 팔아내는 이 방식은 미국의 팝아트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한다. 실제 훗날 앤디워홀이 딱 그렇게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재밌다. 대입초년생이나 이웃들에게 선물용으로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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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살 것인가 - 우리가 살고 싶은 곳의 기준을 바꾸다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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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한국예능에 새로운 형태는 아니지만 섭외 인물을 전례없이 각 분야 전문가들로 하면서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잡았던 프로 알쓸신잡. 짧게 시즌 1-2를 끝냈지만 그 때 유현준이란 사람을 처음 알게되었고, 그의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봤었다. 매일 공간을 향유하고 그로인해 오만 감정을 느끼면서도 문외한이었는데 그 책 덕문에 조금이나마 건축에 관심이 생겼더랬다. 그리고 그의 신작이 거의 일년만에 나왔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가 좀더 그의 건축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집대성한것 같았다면, 이번 신작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더 뭍어나는 책이었다. 그래서 읽기는 좀 더 쉽고 감정이입도 더 되지만 깊이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재밌는 책임은 틀림없다.

 이번 책은 도시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의 에드워드 글레이져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도시로 사람이 모여들고, 생각의 교류가 자연스레 많아지면서 혁신적이 사고와 발명이 폭발적으로 많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사람이 많아지면 네트워크가 생겨 혁신이 일어나는 것인데 우리의 수도 서울은 사람만 많지 건축과 공간이 사람을 서로 단절시키는 형태라고 비판한다.

 처음으로 지적하는 곳은 한국의 공립학교다. 저자는 한국의 공립학교는 사실상 교도소와 구조가 같다고 말한다. 수용과 감시가 주 목적이라는 것. 교실은 하나같이 천편일률적이며 천정이 낮고, 운동장을 비롯한 바깥 공간과의 접근성이 나쁘다. 문제는 저층건물일수록 사람들간의 인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천장이 높을 수록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저층형 건물로 학교를 구성하는 '스머프 마을'형 학교를 제시한다. 그런 학교에선 학생들이 학년이나 반이 바뀌어 건물이 바뀔때마다 매번 다른 풍경과 앞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저층이라 다른 학년 반과 인적교류도 많아지고, 건물을 저층이라 천정도 높다. 저자는 이런 학교를 제시했는데 교육청 시설 관계자들은 이런 저런 안전상의 우려와 규제를 들어 허락을 하지 않더란다. 관성과 자기 편함에 젖은 사람이 너무 많아 도무지 혁신이 안되는 나라다. 오히려 유현준의 생각을 교육감이 반겼단다.

 다음으로 말하는 곳은 기업의 사옥이다. 기업의 본사 사옥은 그 기업의 이미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외형이 많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고층으로 사옥을 올리곤 하는데 고층사옥은 무거운 건물을 잔뜩 올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크고 높다는 점에서 외부사람으로 하여금 그 기업의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느낌이 들며 내부 공간이 층으로 단절되어 각 부서간 의사소통이 어렵게 된다.

 고층사옥말고 밥상머리 사옥이란것도 있다. 고층건물은 필연적으로 엘리베이터를 위한 코어가 필요한데 이 핵심 코어부분을 비워놓는 것이다. 즉, 가운데가 뚫린 건물이 된다. 그러면 건물 각 층마다 서로를 바라 볼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 좀더 유대감이 형성되어 고층사옥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하지만 단점이라면 보다 감시당하는 느낌도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수평형사옥이다. 수평형 사옥은 고층사옥과 다르게 저층이면서 수평으로 넓은 사옥이다. 미국에서 생겨난 것인데 미국 동부의 맨하탄은 단단한 암반이고 섬이기에 토지가 부족해 고층사옥이 발달했지만 실리콘 벨리의 캘리포니아는 사막이라 땅은 많고 반면 지진이 잦아 낮고 넓은 건물이 적합했다. 이래서 생겨난 것이 수평형사옥인 것이다. 이 사옥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 회사원들의 창의성과 수평적 관계에서 생겨나는 혁신적 사고를 중시하는 기업에 적합하다. 그래서 애플은 도넛 모양의 수평형 사옥을 만들어 서로가 연결되고 도넛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공원을 만들어놓았다. 하지만 이 수평형 사옥도 단점은 있다. 외부인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렵고 저밀도 지역에 주로 위치하다보니 주변 도시조직의 이용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가 입는 옷이나 액세서리도 공간과 관련한다. 미국의 힙합가수들은 유독 후드티를 많이 입는데 저자는 이 점도 공간과 관련하여 설명한다. 후드티를 입는 힙합가수들은 대개 빈민 출신인 경우가 많은데 가난으로 그들 자신만의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후드티를 입으면 주변이 가려져 자신만의 공간이 생겨난 기분이 들게 되는 것.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커다란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주변의 소리를 차단하는 것도 공공장소를 자신만의 사적 공간으로 바꾸는 행위이며 마이클 잭슨의 장갑역시 이러한 의미로 보아야한다는것이다. 재밌는 해석이었다.

 우리 청소년 같은 경우도 공간 부족에 허덕인다. 그들은 학교에서 감시당하고, 집에서도 물론이며 집과 공조한 학원에서도 감시 받는다. 그래서 그들이 향하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은 맛있는 간식거리도 풍부하고 그런 핑계로 질책없이 충분히 갈수 있는 곳이며 점원과 cctv의 존재로 안전이 확보된 곳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청소년의 용돈으로 이용이 충분히 가능할 만큼 저렴하기도 하다. 공적으로 이용할 만한 공간이 절대부족한 한국에서는 사람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함에 따라 돈으로 공간을 구매하는데 편의점이나 노래방- 커피숍이나 모텔-자동차 등의 순으로 공간의 확보가 진행되간다.

 마지막으로 재밌었던 부분은 공공성과 개방성, 접근성에 대한 업급이었다. 저자는 3차선의 법칙을 말한다. 저자가 책에서 주창하는 것인데 자동차 도로 차선이 3차선이하일 경우까지 사람들이 인도를 활용하여 걸어다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걷고 싶은 거리 조성을 위해 차로를 줄일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강남의 경우 주거지인 아파트는 물론이고 각종 상업시설들이 지나치게 부유층만을 위한 폐쇄적인 형태임을 지적한다. 강남의 발전과 공공성을 위해 보다 개방적인 구조를 요구한다. 서울 시내의 공원과 도서관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공원의 경우 갯수는 부족하지 않은 편인데 접근성이 낮다는게 문제다. 뉴욕의 경우처럼 지하철 역과 공원 지하철역과 공원들 간의 거리고 매번 걸어서 갈만한 거리인 1.5km 정도를 유지하며 연결하는 것을 주장한다. 또한 각 공원들도 들어가는 입구가 몇개 없을 정도로 접근성이 낮고 폐쇄적인데 거의 모든 부분으로 마을에서 들어갈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제안한다. 또한 도서관의 경우 우리는 대형도서관의 주류인데 그것보다는 소형도서관을 각 마을 중심마다 접근성이 높게 배치하여 활용도를 높이고 각 도서관마다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것을 제안한다. 무척 좋은 생각이다. 한강 다리중 보행교를 제시한 것도 인상적이었는데 그러고보니 한강엔 보행자교가 없다. 한강이 매우 기니 중간중간 경험할만한 이벤트를 제공하는 장소의 필요성도 빼먹지 않는다. 저자의 건축 경험과 다양한 제안이 재밌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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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 마음을 지배하는 공간의 비밀
콜린 엘러드 지음, 문희경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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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건축의 목표는 사람에게 미적인 즐거움과 편리함, 안전, 생활에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심리학과 진화심리학이 발전하면서 건축과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건축도 그에 발맞추어 심리지리학이나 신경건축학 등의 학문이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 등장한 스마트 기기들은 이런 동향을 더욱 가속화했는데 사람들에게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특정 공간과 건물에 들어갔을때의 심리적 효과를 매우 간단히 측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건축의 특징과 발전 그리고 미래 동향을 매우 잘 보여준다.

 

1. 건축의 시작과 공간에 대한 본능

저자는 건축의 시작은 인간이 자신의 유한성을 인식한 것 때문이라고 본다. 건축은 이런 인간의 유한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고 이런 원시 건축물은 죽음에 대한 원초적 투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의 건축은 죽음을 외면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 된다. 그리고 건축은 흔히 정착 이후 생겨났다고 보지만 종교가 농경 이전인 만큼 건축 역시 정착 이전에 시작되었다.

 농경사회가 시작되면서 초기건축에서 벽의 존재는 매우 중요했다. 현대 건축에서 벽은 어쩔수 없는 차악이거나 가급적 없애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벽은 사람의 이동을 막고 서로의 시야를 가려 사생활과 안전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이향하고 주변의 낯선 사람이 매우 많아졌는데 벽의 존재는 이런 잠재적 위협인 타인을 일일히 감시해야 하는 인지적 부담을 크게 덜어주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주거지로 비슷한 장소를 선호한다. 바로 자신의 생존력을 높여주는 장소가 그곳인데 주로 언덕 꼭대기나 드넓은 바다를 마주보는 절벽의 양 옆이다. 이 장소들은 매우 좋은 조망권을 주는 동시에 자신은 은폐시켜주는 곳으로 조망과 피신의 원리에 매우 부합하는 장소다. 이는 현재에도 마찬가지여서 이런 입지를 가진 부동산은 가치가 높다. 오래된 광장을 관찰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주로 한 가운데자리보다는 가장자리부터 차지하는데 이 역시 조망과 피신의 원리가 발현된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엠티라도 갈면 항상 방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를 먼저 차지하곤 했다.) 

 

2. 집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사람은 오랜 진화끝에 특정공간에 대한 선호를 갖게 되었으며 이곳이 자신의 생존력을 높여주기에 편안함을 느낀다. 집은 사람이 항상 머무는 곳이기에 이런 경향성이 가장 잘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책에서 밝힌 집에 대한 사람의 심리원리는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는 자연에서 발견되는 요소와 특정형태와 색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생활을 보장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곳을 선호하는 것이며 마지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년기의 경험과 그 경험이 일어난 장소를 더욱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순돼 보이는 결과는 집에 대한 한 실험에서 얻어진 것이다. 실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세 가지의 집을 경험하게 하였다. 하나는 로버트 라이트의 낙수장 같은 자연과 어우러진 집이며 다른 하나는 위의 첫번 째와 두번째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키면서도 미학적, 기능적으로도 매우 탁월하게 지어진 집이며 마지막은 그냥 우리가 쉽게 살고 경험하는 평범한 집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첫번째와 두번째 집에 쏠렸으며 특히, 두번째 집에 대한 선호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위의 세 집중 구매하고 싶은 집이 어느 집이냐는 매우 실질적인 물음에서는 모순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번째의 평범한 집을 골랐던 것이다.

 이는 결국 사람이 진화를 통해 형성된 자신의 생존가능성을 높여주는 공간과 건축에 끌리면서도 결국 추후에 형성된 인생초기의 경험에 의해 선호가 뒤바뀜을 의미한다. 이는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데 진화의 원리상 생존을 위해 초기에 설정된 심리적 선호는 경험에 의해 바뀌는 것이 더욱 생존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젊고 매우 신선한 건축이 좀처럼 발전하지 못하고 상자같은 집들만 양산되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경향성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이런 집들이 많아져 상자같은 집에서 인생초기를 경험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상자같은 집에 대한 선호도 높아질 것이므로 이는 자기충족적이기 까지 하다. 나오지 못할 쳇바퀴같다고나 할까.

 

3. 테마파크와 쇼핑몰, 카지노

사람은 안정적인 생활을 중시하면서도 일탈을 꿈꾼다. 이는 인간의 호기심에서 비롯되는데 주변의 세계에 대한 적당한 호기심은 인간의 생존에 매우 유리한 만큼 이는 매우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테마파크를 찾는다. 권태로운 일상에 충분한 호기심과 자극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마파크라고 해서 항상 자극만 주는 것은 아니다. 테마파크의 중앙에는 보통 메인 스트리트가 있는데 이곳은 과거의 즐겁고 평온한 분위기를 주는 조형물과 거리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롯데월드나 서울랜드도 그렇다) 이런 자극과 다소 자극에 지친 나에게 평온을 주는 테마파크에서 사람은 자연히 오래 머물며 즐기게 된다.

 카지노의 목적은 사람들이 돈을 잃으면서도 따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며 이를 위해 그들이 도박장안에 충분히 오랜 시간동안 머물도록 하는데 있다. 인간은 직선이나 날카로운 것 보다는 곡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카지노의 공간은 곡선으로 대개 설계된다. 카지노에서 과거 슬롯머신은 도박장내에서도 루저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그 수익성이 주목받으면서 이젠 메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슬롯머신의 위치도 매우 중요해졌는데 슬롯머신은 조망과 피신의 원리에 따라 역시 중앙공간보다는 좁은 구역을 빙둘러서 소규모로 군집배치된다.

 카지노는 매우 자극적인 공간이기에 사람이 쉽게 지칠 수 있다. 이에 최근 카지노들은 세계 유명랜드마크를 대규모로 시뮬레이션 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장면과 소리를 제시하여 사람들의 기분을 고양하는 건물과 장치를 제공하고 있다. 긍정적인 정서를 불러오는 장소의 제공으로 사람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요량인 것이다.

 쇼핑몰의 목적도 카지노, 테마파크와 대동소이하다. 최대한 사람이 오래머물러 그들의 가처분 소득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쇼핑몰은 기본적인 특징이 있는데 양끝에 백화점이나 할인점 같은 주요 세입자가 자리하고 그 사이로는 대규모 소규모 특별매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코트에서는 사람들은 식사를 즐기는데 쇼핑에 시간을 쏟아야 하므로 패스트푸드위주이며 최대한 짧게 머무르도록 구성이 되어 있다.

 

4. 거대한 공간에 대한 경외감

경외감은 인간에게서만 볼수 있는 정서로 그 때문에 이것이 정서에 속하는지 인지에 속하는지 분명히 구분이 안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개 정서로 불 수 있으며 경외감은 관대함과 순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관대함은 물리적 크기든 지식이나 정신적 깊이든 어떤 크기에 대한 집착이며 순응은 경외감이 일으키는 자극에 반응하여 자신의 세계관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아인슈타인의 지식의 깊이에 경외감을 일으키고 그가 주창한 상대성 원리에 조응해 그동안 갖고 있던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수정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이런 광대한에 대한 순종적인 감각은 사실 동물에게서 찾아 볼 수 있는데 보다 작은 개체가 큰 개체에게 싸움을 걸지 않고 순응하는 것이 그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이 느끼는 경외감이란 그 이상의 것이지만.

 광대한 경관은 사람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일으켜 권력관계와 사회질서를 유지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나 성베드로 성당처럼 권력과 관계 깊은 종교집단이나 정치권력층의 건축물이 유독 큰 이유는 이 때문이다. 하지만 큰 건축물이 인간에게 주는 경외감은 다른 측면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거대한 건축물을 보면서 지배권력에 순종하기도 하지만 더 큰 감각을 느끼곤 하는데 이로 인해 시간과 공간이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죽음을 맞딱뜨리는 방법중 우리가 육체에 갇힌 것보다 더 큰 존재의 일부(가령 우주 같은 것?)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방법과 맞닿아 있다.

 

5. 건축의 미래, 가상공간과 디지털 시티

인간에게 있어 자기 방어와 생존을 위한 기능중 가장 기본적인 것중 하나는 자신과 외부를 구분하는 것이다. 우리 몸의 신경계와 뇌의 작용은 이를 절묘하게 해내지만 뇌의 가소성으로 인해 이런 구분이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쉽게 자신의 신체와 비슷해보이거나 연장된 부분을 신체의 일부로 인지하며 사라진 부분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가상공간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이런 자신과 외부의 구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실세계에서의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 그리고 물리적 공간 모두에 해당된다. 가상세계에 들어가 다른 역할과 정체성을 경험한 사람은 실제로 현실세계에서도 그 영향을 받아서 행동의 변화를 나타내게 되며 이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당연히 있다. 가상세계에서 경험한 비현실적인 물리법칙이나 여러 공간에 대한 경험도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역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다.

 현실공간에서도 디지털 시티가 들이 닥친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의 결합은 사람들에게 어느 공간에서든 집처럼 편하게 느끼는 공간과 경로를 제공한다. 나의 성향에 맞추어 도시를 거니는 나의 경로는 최적으로 설계 및 제공되며 각 장소에서 겪는 경험도 마찬가지다. 이런 맞춤형 장소 및 공간과 그에 따른 경험은 엄청난 장점과 효율성 및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인간의 주체성 상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인간의 주체성에는 의도도 포함되지만 우연도 들어간다. 가령 내가 도서관을 방문하는 경우, 디지털 시티의 기계장치와 내몸에 부착된 웨어러블 기기들은 나의 디지털 흔적을 파악해 최적의 경로로 내가 가장 선호할 만한 도서로 향하는 길을 추천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만족도는 분명 높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늘 도서관에 가면서 예가치 못한 책을 간혹 마주하고 예상 못한 높은 만족도와 경험을 누리기도 한다. 디지털 시티가 이런 것도 예측할 수 있을까?

 이처럼 미래 건축은 각종 센서를 부착한 웨어러블 기기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간이 공간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반응을 낱낱히 분석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편의를 제공해 나갈 것이며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건축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것이 주는 엄청난 경험과 편의성을 분명 대단할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이로 인한 자의식과 주체성 우연성의 상실도 경고한다. 깊에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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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술책 - 곰브리치에서 에코까지 세상을 바꾼 미술 명저 62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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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을 봤다. 시대와 미술이 서로를 다소 앞서거나 따라가며 변하가는 모습을 정말 인상깊게 잘 보여준 책이었다. 그게 현대 미술을 제외한다면 미술의 거의 모든 것이라 생각했는데 같은 저자의 책에서 생각이 바뀔지는 몰랐다. 어떤 의미에선 이 책이 보다 미술을 잘 종합한 책 같다.

 위대한 미술책에는 저자 이진숙이 미술을 소개하거나 설명하는 명저 62가지를 드러낸다. 이런 소개책은 깊이가 얕을 경우도 있지만 작가의 내공이 워낙 대단한지라 마치 자신이 전반적인 서술을 하고 소개책이 뒷받침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책은 총 5부로. 다소 특별한 미술가를 다룬 작가이야기,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사, 미술이론, 미술시장과 컬랙터로 이루어진다. 각 부마다 인상적인 부분을 추려보았다.

 

1. 작가이야기

 작가이야기에서는 여러 사람을 다루지만 저자가 가장 중시한 사람은 단연 뒤샹이다. 뒤샹은 혁명적인 작업을 했음에도 의외로 이렇다할 작품을 많이 남기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중요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저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피카소보다는 뒤샹이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본다. 뒤샹은 작품' 샘' 으로 처음으로 미술사에 오브제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그동안 중시하던 미술가의 손보다는 개념이 중요시 되었다. 뒤샹은 20세기 미술을 망막적이로고 보았는데 기존의 회화를 눈에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망막회화로 보았다.

 그는 산업생산물에 대해서는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인간은 삶에 대한 에로스적 욕망을 갖고 있는데 이 것이 상품숭배라는 사회적 현상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산업혁명이후 물건은 사용가치보다는 인간의 권력과 욕망과 보다 관련하게 된다. 그가 만든 오브제는 이런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어서 더욱 파격적인 것이었다.

 

2. 서양미술사

 서양미술사에서 이진숙 역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가장 먼저꼽았다. 작가는 3권의 서양미술사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러시아어판, 다른 하나는 한국어판, 마지막이 초판 영문판이다. 영문판은 그녀 역시 받은 것이라는데 미술을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언젠가 줄것이란다.아마 값어치가 대단할 것이다.

 곰브리치는 미술사를 아는 것과 보는 것의 변증법으로 파악했다. 미술은 처음에는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 집단의 주술이나 종교에 존속했다. 이때는 집단 구성원이 구성하는 이미지가 중요하여 원시미술과 이집트 미술은 아는 것을 표현한다. 반면 그리스는 미술에서 미적인 목적 자체를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어 자연을 관찰하여 표현하는 미술을 추구한다. 때문에 패러다임은 보는 것으로 바뀐다. 하지만 종교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아는 것의 시대가 도래했고, 르네상스가 도입된 후에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세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보는 것의 시대가 다시 돌아온다. 보는 것을 그린다는 것의 극대화는 인상주의인데 인상주의 화가 세잔은 인상주의 화가의 무질서함을 극복하고 아는 것과 보는 것의 통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세잔은 후에 피카소의 입체주의로 발전한다.

 다음 서양미술사는 미와 추의 역사다. 작가는 움베르토 에코. 에코는 특이하게도 미술의 역사가 미의 영역이 추를 끌어오면서 확장된 것으로 파악한다. 동시에 추는 미를 밀어내고 전면화되는 과정을 겪었다. 이는 서구세계가 지향해온 보편성과 영원성이라는 개념의 해체과정이며 미적 체계의 붕괴과정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래서 에코의 미의 역사는 갈수록 초라해지는 반면, 추의 역사는 갈수록 화려해진다.

 서구세계에서 진선미의 공고한 결속은 고대 그리스에서 형성된 것인데 이는 과학의 발전과 그로 인한 세계의 지속적인 확장으로 깨어져나간다. 서구세계는 점점 낯선 것을 잡하게 되었고, 추하게 여기던 그것들을 점차 예술적으로 구제하려는 시도를 한다. 17세기 바로크시대에 이르러선 선과 악을 넘어선 미가 표현되기 시작하고, 추를 통해 미를 거짓을 통해 진실을, 죽음을 통해 삶을 말하게 되며 이는 선과 미의 공고한 관계에 큰 균열을 낸다. 이제 아름다움은 세계질서법칙이 아닌 수용의 문제가 되었으며 현대 미술의 정독법은 이미 추라고 쓰고 미라고 읽는 것을 권장한다.

 

3. 한국미술사

저자는 자신 역시 서양미술을 전공한 사람으로 한국미술사를 다루는 것을 무척 책에서 조심한다. 하지만 한국미술에 대한 이해 없이 현대미술로 이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고 한국미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노력덕에 서양미술도 모르지만 한국미술은 더더욱 모르는 상태가 조금은 개선되는 것 같다.

 우선 영기무늬 개념을 창안한 강우방을 다룬다. 강우방은 우리 미술품에서 무늬를 살펴나가면서 고사리 같은 문양을 발견하는데 여기 저기 얽힌 이것을 영기무늬라고 주장하고, 세계의 모든 고대 미술품에 영기무늬가 등장함을 주장한다. 이것은 과거 인류가 영적인 존재였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후대로 갈수록 미술품에서 영기무늬가 사라지는 것은 미술의 발달이지만 영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으로 볼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집합이론을 주장한 김봉렬이다. 그는 한국건축은 곧 집합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한국건축물을 볼때는 건축물의 구조나 형태에서 의미를 찾으면 안된다. 방, 건물, 건물군, 영역군이라는 분석 단위를 설정하고 각 단위간의 조합되는 유기적 관계를 통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합이론은 또한 한국의 건축이 자연환경에 순응한 것이라는 기존의 소극적 견해를 깨고, 자연을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경관을 건축화한 능동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이진숙은 김봉렬이 말하는 각 요소의 비대칭성, 비정형성, 비표준성, 전체성이 단지 건축물에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예술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라 말한다.

 

4.미술이론

우선 베레나 크리커의 예술가는 무엇이냐를 다룬다. 이 책에서는 예술가의 개념 변화를 설명하는데 과거 예술가는 초기 손으로 노동하는 기술자 취급을 받았다.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 의해 예술가의 신격화가 이루어졌고, 낭만주의에서는 예술가를 범인이 아닌 천재로 보는 관념이 등장한다. 이시기의 예술가는 계몽주의로 세속화했고, 내면세계로 탐닉하며, 반시민적 태도를 갖고, 부족한 사회적 인정을 받는 사람들이었다. 현대에서는 예술가는 날품팔이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비즈니스맨이 되었다.

 다음은 추상화다. 윤난지는 추상미술은 그 자체의 본성으로서 아름다운 세계인 유토피아의 시각적 표상이라고 말한다. 유토피아는 근본적으로 추상적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활동한 추상미술의 거두들은 폴란드나 러시아등 주변지역 인물들이었는데 이는 그들의 국가와 사회가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즉, 유토피아는 디스토피아를 전제로 하기에 유복한 프랑스사람에게선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시기 추상화는 기하학적 형태였는데 이런 기하학적 보편주의와 평등주의는 전체주의로 연결된다.

 2차대전 이후 추상화는 비기하학적 형태로 이동한다. 유토피아에 대한 관념변화와 관련하는데 보편주의에서 개인주의, 평등주의에서 자연주의로 이동했으면 이에 가장 걸맞는 국가는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이런 추상화를 적극 옹호하고 지원한다.

 추상미술은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는 실제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유토피아적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는 저항적 행위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의미를 포함한 추상화가 비싼 상품이 된다는 것은 또하나의 아이러니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것을 사진이다. 수잔손택은 오늘날에는 모든 것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 존재하게 되어 버렸다고 말하낟. 사진은 풍요롭고 낭비를 일삼으며 만족할줄 모르는 사회의 본질적인 예술이다. 또한 근대 자본주의 사회를 이룬 중간계급에게 가장 적합한 도구이기도 한다. 사진은 초기에 기계장치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 작가의 주관을 배제한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이런 보편성은 중간계급의 특징과돠 일치한다. 하지만 오늘날 잘 드러나듯 사진은 회화나 데생처럼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다. 산업화한 사회는 시민들을 이미지에 중독시키고 판단을 마비시킨다. 사람들은 이런 사진이미지를 통해 경험한다는 것의 의미를 자꾸 바라보는 것으로 축소시켜간다. 사진이 갖는 심각한 문제점이다.

 다음은 풍경화다. 서양의 풍경화와 동양의 풍경화를 비교하는데 서양은 시각적인 전유에 중점을 두는 반면 동양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속에 들어가 즐기는 것이 목표다. 초기부터 풍경화가 적극적으로 등장한 동양에 비해 서양에서는 풍경화가 무려 17세기에나 이르러서야 등장한다. 이는 서구 사회가 산을 인간이 죄를 지어 발생한 홍수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보는 종교적 관념때문이었다. 산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풍경화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는데 특히, 외부세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시원한 조망과 더불어 정자나 누각등 은신의 공간이 있는 경우가 더욱 그러하다. 이는 원시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시각행동을 현대인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5. 미술관과 컬랙터

현대에 이르러 미술품은 자본을 확대하거나 화폐가치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여겨지며 천문학적인 가치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최근의 일이고, 100여년전만 해도 미술품은 잘 거래되지 않았고, 가치도 높지 않았다. 때문에 과거 예술가들은 왕이나 유력 집안의 후원아래 성장하였는데 대표적인 곳이 르네상스 시기의 메디치 가와 교황청이다. 이들은 단지 예술을 사랑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자신들의 가문에 유리한 이미지를 퍼뜨렸으며 화려하고 장대한 미술품으로 자신들을 미화한다, 즉, 미술품을 자신들을 포장하는데 사용한 셈이다.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관점으로 미술품을 컬랙트한 사람은 훌륭한 컬랙터로 남지만, 자본을 목표로 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후에 가치를 높인 후 되파는 식이 비판받는다. 이들은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들이 작품을 사들인 젊은 작가의 작품을 일부러 유력 미술관에 기증하거나 전시회를 열기도 하며, 반대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작가들의 작품은 팔아버린다. 이들의 이런 행위는 하나의 척도가 되버려서 이런 경제적 행위가 미술가들의 가치를 결정하는 행위가 되버린다는 점에서 비판받는다.

 책은 이처럼 전작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미술을 다룬다. 추천한 62권의 명저중 읽은 것은 고작 5권에 지나지 않았다. 큰 숙제를 얻은 기분이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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