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 우리의 문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
바츨라프 스밀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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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온난화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매년 여름 기온은 최고 기온을 갱신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올 여름이 앞으로의 일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거론한다. 온난화의 영향은 실로 광범위하다. 교육, 생산성, 의료, 수명, 농업, 범죄, 복지, 군사, 치수, 총체적 경제성장 등 거의 사실상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인류의 안녕에 탄소의 감축은 매우 중대하게 관여한다. 하지만 인간은 문명 발달 과정에서 특히,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 상당히 화석 연료에 의존해왔고 이는 언급한 전 분야에 깊숙이 새겨져 있기에 탈탄소는 매우 어려운 실현 과제다. 

 책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는 인간 문명의 발달사의 여러 부분을 살핀다. 동시에 인간이 얼마나 화석연료에 의존하는지 그리하여 탈탄소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고찰하고 소위 일부 선진국들이 제기하는 탈탄소 목표가 실현 가능성이 적은지를 짚는다. 이처럼 문명사를 통해 인간의 탄소 의존도를 잘 드러낸다는 점이 이 책의 특별함이다.


1. 에너지

 책은 먼저 에너지를 살피다. 우주엔 열역학 법칙이 있다. 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나 물질은 전환될 뿐 절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는 것이며 2법칙은 그 에너지의 유용성이 점차 사라지는 방향으로 무질서를 향해 나아간다는 점이다. 이런 우주에서 물질과 에너지가 무질서하게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일부 중력장의 뭉침으로 물질과 에너지가 모여 항성계와 은하, 생명을 잉태하게 되었다. 그리고 생명은 에너지를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전환하는 장치다. 

 그리고 이 생명 중 하나인 인간이 만들어낸 경제 체제는 자원으로부터 에너지를 추출해 가공하고 상품과 서비스로 구현되는 에너지로 바꿔가는 체제다. 그래서 인간의 경제 체제엔 에너지가 중요 요소가 되며 인류가 화석 연료를 사용하고 나서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1600년경 인간은 작물 이외의 석탄에서 열을 얻기 시작한다. 1850년이 되어서도 총 연료 에너지의 7%만 석탄이었고 축력이 50%, 인력이 43%였다. 1950년에 이르러 화석연료가 일차 에너지의 75%를 차지하게 된다. 

 화석연료의 사용은 근대에 폭발하는데 19세기 60배가 늘어나고 20세기엔 16배가 늘어 산업화 이후 지난 22년간 총 1500배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인간이 사용하는 유효에너지의 공급 총량도 크게 증대한다. 1800년 일 인당 0.05기가 줄, 1900년 2.7, 2000년 28, 2020년 34기가줄에 이른다. 34기가 줄은 상당히 큰 에너지다. 800kg의 원유 또는 1.5톤의 역청탄, 60명의 성인이 밤낮없이 일년 내내 일해야 만들어내는 에너지다. 

 이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는데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 유럽에서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독일은 2020년의 경우 구름이 많이 끼자 태양광이 11%만 작동하여 화석연료로 전기의 48%를 충당해야 했다. 덴마크 같은 소국은 평소 재생에너지에 의존하다가도 기상이 안좋은 경우 네트워크를 이용해 인근 국가들과 전기를 교류할 수 있으나 독일처럼 큰 경제는 이것이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 중 풍력도 쉽지 않다. 풍력은 태양광보다 위치가 더 한정되는데 그러다보니 소비지와 멀리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장거리 직류송전과 고전압 송전장치가 필요하며 이는 상당한 낭비를 낳게 된다.  


2. 식량 

 20세기의 녹색혁명으로 세계의 영양은 크게 개선되었다. 영양부족은 1950년 65% 1970년 25% 2000년 15% 2019년 8.9%로 크게 줄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기간 인구는 두 배 넘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인구가 늘면서 영양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식량생산이 엄청난 증대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 식량증대에도 화석연료가 깊이 관여한다. 농업에는 농기계와 강철, 운성을 위한 철도와 선박, 그리고 무기비료의 공급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이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19세기만 해도 씨를 뿌린 경작지 1ha당 연간 27시간의 인력이 투입되었다. 그리고 수확의 전 과정까지는 연간 최소 120시간의 인력이 요구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농업 전과정에서의 화석연료의 투입으로 같은 면적당 인력은 겨우 2시간 이하가 필요하다.

 질소는 모든 생물의 생육에 필요하다. 질소는 대기에 충분하나 문제는 이것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대개 비활성화 상태이나 매우 소수의 자연과정에서만 활성화한다. 바로 번개가 치는 것인데 그러면 번개에 닿은 공기부분에서 질소산화물이 생성되고 이것이 빗물에 녹아 땅에 흡수되어 질산염이 형성된다. 다만 번개가 자주 치는게 아닌 만큼 자연적으로는 이것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질소를 땅에 공급하는 다른 방법은 콩과 식물의 뿌리에 서식하는 박테리아가 질소를 쪼개 암모니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질산염이 된다. 그리고 효율이 낮은 다른 인위적 방법은 인간이나 가축의 배설물을 땅에 뿌리는 것이다. 다만 배설물의 질소함량이 매우 낮아 대량살포가 필요하다. 헥타르당 10톤이 기본이다. 

 이런 상태에서 1909년 프리츠 하비가 암모니아 합성법을 개발한다. 그 덕에 녹색혁명이 일어났고 지금의 과도한 인구 부양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우주의 모든 것은 결국 전환인만큼 엄청난 양의 식량엔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밀가루 생산을 위해서는 낱알을 걷어내는 도정을 하고 이 과정에서 질량이 25%감소한다. 80g의 통밀에서 밀가루 58g이 나오는 셈인데 여기에 디젤유가 80ml정도 필요하다. 이 밀가루가 빵으로 구워지고 그 과정에서 원재료와 완성재료가 이동, 포장, 유통되는 전과정을 감안하면 빵 1kg에는 무려 210ml의 디젤유가 투입된다. 

 그리고 축산도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지난 50년간 소나 돼지보다는 닭의 가축사료 효율이 크게 개선되었다. 1950년 3:1이었지만 지금은 1.82:1이다. 이는 매우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나 닭의 품종을 개량해 식량이 될 몸만 커지고 걷지 조차 못하는 기형적 닭은 양산한 결과다. 그 결과 닭이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하지만 이 닭고기도 먹을 수 있는 부분만으로 계산하면 사료와 :1수준으로 떨어지고 사료, 운송, 도축, 가공, 조리의 모든 과정을 생각하면 1kg의 닭고기에 원유 300-350가 필요하다. 빵보다는 높지만 고기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소와 돼지고기는 여전히 닭에 비해서는 크게 전환효율이 떨어진다. 

 사실 놀라운 것은 채소다. 채소는 고기보다 훨씬 나쁜 전환효율을 보인다. 토마토 재배에는 묘목, 비료와 농약, 물과 난방, 노동력, 시설이 필요하다. 이건 생산이고 역시 수확, 유통, 가공, 조리의 전과정을 생각하면 토마토는 1kg당 650ml의 원유를 쓴다. 때문에 온난화를 생각하는 채식주의자는 야채, 과일보다는 곡물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여기에 토마토는 단위 면적당 비료도 옥수수의 10배나 요구한다. 

 어류도 효율성이 낮다. 새우나 랍스터는 놀랍게도 1kg당 10리터의 원유를 필요로 한다. 최악인 셈이다. 정어리나 고등어 같은 표영성 어류는 1kg당100ml의 원유가 필요하고, 초식어류는 300정도이지만 참치, 농어, 연어같은 인기 육식어류는 무려 2리터 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부 국가의 열악한 상황은 낭비를 더 부추긴다. 저소득 국가는 식물 저장방법이 낙후하고 냉장시설이 부족해 상당한 식품이 시장에 도달하기도 전에 폐기딘다. 전 세계의 식물 폐기량은 엄청난데 뿌리작물, 열매, 채소의 50%, 어류는 1/3, 곡류는 30%, 식용육, 유제품의 20%가 폐기된다. 이 중 가정에서 버리는게 30%d이고 나머지는 생산, 유통, 가공과정에서 버려진다. 


3. 시멘트,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

 위 네 물질은 현대 사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다. 하나라도 없다면 문명은 상당한 곤란을 겪는다. 문제는 이 네가지 필수품이 생산과정에서 대량의 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은 깨지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과 열가소성으로 인해 널리 쓰인다. 그 생산량은 1925년 2만톤이었으나 지금은 4억톤이 넘는다. 거의 모든 가전제품, 자동차, 항공기에 대량 사용한다.

 강철은 탄소함량이 많이 연성이 낮고 인장강도가 약하다. 하지만 강철빔은 화강암 기둥보다 15-30배의 무게를 지탱하고 인장강도는 알루미늄의 7배, 구리의 4배다. 내열성도 훨씬 강하다. 여기에 철은 지각에 풍부하나 무려 5%나 된다. 강철은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데 1톤당 50kg의 탄소를 배출한다. 세계적으로 연간 900만 메가톤의 강철이 생산되는데 여기서 배출하는 탄소는 전체 배출량의 7-9%에 달한다.

 시멘트는 커다란 가마에 분말 석히석과 점토나 혈암, 폐기물을 넣고 1450도 이상에서 가열해 생산한다. 이를 소결하면 용해된 석회석과 알류미노 규산염이 클링커에 남고 이를 곱게 빻으면 시멘트가 된다. 시멘트와 물, 골재를 섞은 것이 콘크리트인데 이는 압축에는 잘 견디나 장력에 약해 툭하면 금이 간다. 장력을 위해 철근으로 보강하는데 건설현장에서 그렇다. 

 

4. 세계화

 인간은 고대부터 꾸준히 교역을 해왔다. 하지만 전지구를 연결하는 세계화는 4가지의 근본기술로 가능해졌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디젤엔진, 제트여객기 추진에 사용하는 가스터빈, 대형벌크선과 컨테이너 수송, 컴퓨터의 활용과 정보처리의 비약적 발전이다. 

 초기 증기기관 수송선은 효율이 좋지 못했다. 무엇보다 무겁고 부피가 큰 석탄을 선적해야 했기에 화물을 실을 칸이 부족했다. 그러다 증기선의 외차를 대신한 스크루 장치의 도입으로 증기선이 강신이 범선에 우위를 차지한게 1897년이다. 디젤엔진이 개발되지 이 증기선보다 연료를 적게 실고 효율은 2배에 달해 재급유가 필요없이 장거리 항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살아있는 가축 및 냉장육류도 교역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가스터빈은 연료를 압축공기의 흐름속에 분무하여 고속으로 기계 내에 확산한 뒤 나가며 고온가스를 만들어 낸다. 보잉747에 이것에 설치되었는데 더 큰 추진력과 적은 소음을 내었다. 기존 가스터빈 이전의 비행기들은 규모가 커졌지만 소음과 진동이 심하고 고도가 낮아 난기류에 시달렸다. 747은 1548기 생산되어 50년간 전 세계로 50억명을 수송한다. 

 1973년에서 2019년 세계 해상무역은 3배 증가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초기 컨테이너선은 겨우 1968개를 적재하나 지금은 2만 3756개를 적재한다. 컨테이너는 배에 물건을 실고 내리는 것을 매우 규격화하여 항만의 작업을 매우 효율화하였다. 그리고 이는 세계 교역의 증대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 

 그리고 이런 세계화 과정 모두 많은 탄소의 사용을 전제로 한다.


저자는 인간이 여러 위기를 과소 평가하고 일부는 과대 평가함을 다른 장에서 드러내기도 하며 인간이 탄소배출의 축소에 얼마나 어리석고 비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도 설명한다. 문명이 탄소에 깊게 얽혀 있어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아 인상깊었다. 물론 원전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위험의 무시는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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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 - 개정보급판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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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대전 중 이런 저런 학살로 죽임을 당한 유럽의 유대인 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600만 정도로 추산된다. 지금 유대인이 모여 건국한 이스라엘 인구가 900만 정도란 걸 생각하면 엄청난 숫자다. 책 '죽음의 수용소'는 한 유대인이 수용소에 직접 수용되어 겪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좀 더 수용소의 이야기를 상세히 기술하여, 실상을 잘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저자는 이미 그런 책은 충분히 많아 자신은 다른 관점에서 책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은 1부는 수용소에서 겪은 단상이고 2부는 로고 테라피라는 저자가 심리치료를 위해 적용한 방법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2부는 그저 그랬고, 1부의 내용이 좀 더 다가왔다.

 저자는 수용소로 향하며, 기차에 다른 유대인들과 수용된다. 너무나도 좁은 곳에 수용되어 기차로 며칠을 가며 그들 모두는 제발 아우슈비치만큼은 피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아우슈비츠에 수용된다. 처음 며칠은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좁은 공간에서 말도 안되게 적은 음식으로 연명한다. 아마 그들 대다수를 바로 죽일 예정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수용된 이들은 차례로 양 줄로 선별된다. 선별 당시 저자는 아무 것도 몰랐지만 한 쪽은 죽음의 줄, 다른 한 쪽은 연명의 줄이었다. 노역을 견딜만큼 건장하고 건강해 보이는게 생존의 조건이었다. 실제 건강해보이는 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한 수용소 동료는 저자에게 유리 조각으로 할 지언정 매일 면도를 하고, 얼굴을 자주 문질러 붉게 보이게 하라고 했다. 그래야 건강해 보이기 때문이다. 

 수용소엔 카포란 이들이 있었다. 나치와 수용자의 중간자인데 같은 유대인 수용자이면서도 나치에 협력해 중간 관리자 같은 역할을 했다. 다만 이들은 어쩔 땐 나치보다도 더욱 악랄했다는 점이다. 물론 간혹 착한이들도 있었지만 이들은 나치가 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기에 악랄한 자로 바로 교체되었다. 그래서 카포는 더욱 악랄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조금 더 나은 연명가능성과 식량, 물자, 노역의 면제 등을 얻었고 이를 위해 동포를 괴롭힌다.

 저자는 직업이 그래도 의사였기에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게 아닌가 한다. 아무래도 의사이니 여러 가지 할일이 있었고 나치 군인과도 약간은 교류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도 언제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좀 더 죽은 사람들보다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수용소에서 늘 아내를 그리워하며 애틋한 마음을 키워나갔는데 그의 아내는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수용소에 수감되며 거의 바로 처분된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알 수 없었기에 저자는 죽을 위기에서 동료에게 아내에게 남기는 마음을 담은 유언을 외우게 하기도 한다. 수용소에는 전기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어 바깥을 볼 수 있다. 이건 좋으면서도 좋지 않다. 차라리 높은 담장이면 바깥은 보이지 않아 희망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으로 담장이 없었기에 아름다운 바깥을 볼 수 있기도 했다. 나는 갇혀서 언제 나갈지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봄이면 만발한 꽃과 자연은 묘한 감정을 낳게 했다.

 사람들은 전기 철망에만 기대면 고압전류로 언제든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툭하면 가해지는 강한 고통속에 묘하게도 자살 시도 따윈 거의 없었다. 사람들은 이런 고통 속에서도 언젠간 나갈 수 있다라는 강한 희망을 품기도 한다. 특히나 크리스마스 즈음이나 연말이면 묘하게도 그런 막연한 분위기가 강했다. 그래서인지 그 시기가 끝나면 유독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마음대로 최후의 희망을 품고 버티던 이들이 그것이 오지 않자 희망이 사라져 숨도 같이 끊어진 것이다.  

 책을 읽으며 군대 생각이 많이 났다. 아무래도 내가 가진 경험과 저자의 경험 중 가장 유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양자는 비교가 되진 않는다. 한국 군대는 정해진 기한이 있고, 자주는 아니지만 휴가란 것도 있으며, 어느 정도의 위생과 식량도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통점도 많다. 이곳에 온 것에 대한 비자발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유의 강한 박탈, 비인간적 취급, 상급자 등에 의한 괴롭힘이다. 군생활을 하며 부대 내에서 쇼생크 탈출을 본 적이 있다. 그걸 보면서 다들 죄수와 비슷한 처지에 상당한 공감을 하며 봤는데 한 병사가 우리랑 진짜 비슷하다고 신세 한탄을 했다. 그걸 들을 한 간부(아마 부사관이었던 것 같다)가 강하게 화를 냈다. 니네가 죄수냐고. 근데 죄수 같았다. 그게 사실이었다. 그러니 전역이란 걸 해서도 그리 오래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꿈을 꾸는게 아닐까. 아직 집에 못갔다는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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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수레바퀴 (한글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 죽음을 통해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에게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지음, 강대은 옮김 / 황금부엉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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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라는 사람이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호스피스와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의학자였고, 영성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저자는 뇌졸중으로 60대 후반부터 고생을 하였는데 그 와중에 남긴 책이 이것이다. 책의 장은 총 4개로 4마리 동물의 이름으로 그것을 정했다. 생쥐, 곰, 들소, 독수리다. 보통 모든 것의 시작으로 얼음이 녹고 새싹이 자라나며 꽃이 피는 봄과 성숙한 여름, 수확이 있고 슬슬 노년이 보이는 가을, 모든 것이 다시 얼어붙고 사그라지느니 겨울을 인생에 많이 비유한다. 

 하지만 그는 바삐 정신없이 움직이는 청소년기를 생쥐, 태평하고 젊은 시절을 돌아볼 여유를 가진 성년기를 곰, 여유롭게 삶은 바라볼 수 있으나 아직은 힘든 짐을 짊어진 장년기를 들소, 마침내 세상위에 올라 모든 것을 관조할 수 있는 독수리를 노년기로 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스위스 사람으로 1928년 생이다. 당시엔 놀랍게도 세 쌍둥이로 태어났고 겨우 900g의 미숙아였다.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았다고 한다. 지금 태어나도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이 세쌍둥이 자매는 모두 살아남아 장성한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부모님은 세 자매에게 항상 같은 옷과 같은 것을 먹이곤 했다. 엘리자베스는 이런 여파로 어릴 때부터 남과 다른 자신의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오빠가 하나 있었다. 

 스위스의 대자연을 벗 삼아 자라났으며, 집에는 가축과 식량 작물들이 있었다. 토끼를 기른 기억이 있는데 토끼의 번식력이 엄청나다보니 가족들은 자란 토끼를 도살자에게 보내 고기로 먹곤 했다. 그러다 엘리자베스가 무척이나 마음을 준 블래키라는 토끼를 잡게 된 날을 엘리자베스는 평생 잊지 못한다. 아마 그 때 그가 평생을 고민한 죽음이라는 주제를 심각하게 접하게 된 게 아닐까 한다. 신해철의 노래 날아리 병아리가 떠오른 대목이었다. 어린 엘리자베스는 병약하기도 했는데 한 번은 아버지와 구경을 나갔다가 심취하여 하루 종일 축축한 바닥에 앉아있다 고열에 시달려 학교도 나가지 못할 정도로 몇 달을 고생하기도 했다. 

 엘리자베스는 토끼 블래키 일도 그렇고 완고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그리고 청년기에 고생을 한다. 아버지는 옛날 분들이 그렇듯 세 자매의 직업을 결정했다. 엘리자베스는 죽음에 대한 강렬한 경험으로 의사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는 그녀가 자신의 회사에 나와 경리일을 보길 원했다. 장성한 엘리자베스는 화가나 그대로 집을 나가버려 가정부로 일한다. 주인여자는 매우 악독해 엘리자베스를 노예처럼 부려먹고 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와버린 처지였기에 어쩔수 없었고 일 년을 더 버티다 집으로 돌아간다. 

 이 경험으로 아버지는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을 허용해주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는 간호사나 연구원으로 일하며 의대 입학을 준비한다. 그러다 2차 대전이 터졌다. 스위스는 그 전화를 피한 몇 안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그녀는 폴란드를 비롯한 전쟁이 심한 나라에 국제자원봉사단으로 참여하며 참상을 경험한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게 부족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그는 의대 입학을 준비하면서도 틈만 나면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처음엔 동구권에 가는 것이 자유로워졌으나 철의 장막이 쳐지며 그것이 쉽지 않아졌다. 감시와 간섭이 심해져 자원봉사의 의미도 없었다. 그를 걱정한 아버지가 철의 장막에 가면 넌 내 딸이 아니다란 엄포를 놓치만 다시 한 번 폴란드에 방문했다 아버지와 갈등을 겪는다.

 세월이 지나 엘리자베스는 의대에 입학한다. 거기서 남편이 될 미국 출신 베니를 만난다. 둘은 사랑에 빠졌고 의외로 완고한 아버지도 베니만큼은 좋아했다. 둘은 졸업 전에 결혼하지만 먼저 결혼한 자매의 남편이 어린 나이에 위암으르 죽는다. 그는 약혼식까진 참석할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먼저 의대를 졸업하고, 베니가 다음 해 졸업한다. 둘은 미국으로 향한다. 전후는 경제사정이 어려워 부부는 매일 장시간 일하고도 급여가 충분하지 못했다.

 부부는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았고, 유산도 많았다. 4번의 유산을 겪었으나 그래도 부부는 케네스와 바버라 남매를 얻는다. 차차 의사의 처우가 과도하게 좋아지면서 둘은 부유해지고 유명건축가가 지은 집도 사게 된다. 베니는 신경병리학 쪽에 전문가가 되어갔고, 어릴 적부터 죽음에 민감했던 엘리자베스는 의사와 병원이 죽음을 앞둔 환자를 과도하게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처사에 분노하여 그 부분에 천착한다. 

 그 와중에 스위스의 아버지가 죽는다. 아버지가 위중하단 소식에 고작 3살인 케네스를 데리고 스위스로 간다. 아버진 팔꿈치 수술이 잘못된 합병증으로 죽음에 이른다. 아버진 온몸에 생긴 고름으로 인해 이런 저런 장치를 하고 병원에 있었는데 계속 집에 가길 원했다. 엘리자베스는 병원을 설득해 무리를 해서 아버지를 집으로 모신다. 엘리자베스는 어릴적 이상적인 죽음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이웃 과수원의 아저씨의 죽음이었다. 사람이 집에서 죽음을 맞던 시절 그는 집에서 자신과 유대관계를 맺은 이웃 및 친지, 가족들의 품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평생 자신이 일궈온 과수원의 곁에서 죽음을 맞는다. 그것은 무척 존엄하고 평온하고 고통이 덜한 죽음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아버지도 그렇게 보내고 싶었고 그렇게 된다.

 병원에서 호스피스에 관심을 보이고 노력하던 그는 우연히 영성을 접하게 된다. 한 부부를 만나고 그들이 채널링이란걸 통해 과거의 영을 불러내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엘리자베스는 죽음이 끝이 아니란 생각에 이 부분에 매료된다. 그리고 이 시점에 병원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과학자이자 의학자이던 매니는 이런 엘리자베스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던 부부는 바빠서 이미 애정을 잃은지 오래였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매니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매니의 입장이 워낙 단호해 이혼하게 된다.

 그 후의 인생에서 그녀는 영성에 관한 경험, 사후 체험에 대한 경험, 죽음을 앞둔 환자를 돌보는 일과 강의에 전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채널링을 벌였던 부부의 행위 중 일부가 사기극이란걸 알게 되었고, 에이즈에 대한 오해가 심하던 시절 에이지에 걸린 어린 환자를 센터를 지어 돌보려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한 지역에 만든 시설이 반발하는 외부인에 불타 모든 기록과 자료들을 상실하고 재산상 손실도 컸던 일은 그녀에게 큰 타격이었다.

 그런 와중에 어머니도 죽는다. 해외 일정에 지쳤던 엘리자베스가 두 자녀와 더불어 어머니와 스위스 여행을 하였는데 건강했던 어머니는 무슨일인지 엘리자베스에게 자신이 건강이 나빠지면 인생을 마감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후 며칠되지 않아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그녀의 어머니는 괜찮은 요양원으로 가게 되지만 4년을 앓다가 죽게된다.

 그리고 60대에 접어든 그녀도 건강이 악화된다. 아무래도 중년 이후, 이혼과 부모님의 죽음, 영성과 관련한 사건들, 돌봄 센터에 대한 지역의 반발, 그리고 자신의 이론을 알리기 위한 강의와 해외 일정 등이 건강에 많은 무리를 끼쳤던 거 같다. 그녀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상태가 안좋아졌다 좋아지기를 반복하고 이 책을 마무리 하고 74세의 나이에 죽는다.

 엘리자베스 로스 퀴블러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어릴 적 경험한 대자연과 죽음, 그리고 가족이 아닐까 한다. 그녀의 인생은 죽음을 막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다가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그것이 결국 끝이 아니고 다른 것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영성이나 내세를 전혀 믿지 않는 독자의 입장에서 영성에 매몰되는 책의 후반부 부분은 좀 어이없기도 했지만 이해가 되기도 했다. 그냥 그럴수 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 하지만 그 외에 그가 보여주는 인생에 대한 생각과 정서, 서사는 그냥 그 자체로 감동과 깨달음을 주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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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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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아프리카를 벗어나 수렵채집 경제의 영역을 넓혀왔다. 이 시기는 풍족한 시기로 인간은 위험하긴 했지만 적게 노동하고, 영양상태가 좋았고, 서로 평등했으며, 감염병으로부터도 안전했다. 그러다 정착을 먼저 하게 되었고, 농경이 시작되었다. 농경은 처음 효과가 매우 좋았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첫 농경이 시작된 비옥한 초승달지대는 농경을 하는 경우 같은 넓이의 토양에서의 수렵채집보다 100배의 인구부양효과를 나타냈다. 

 잉여식량은 초과 인구를 만든다. 하지만 초과 인구는 잉여식량을 빠르게 소모하고 곧 기근과 약해진 몸에 의해 질병에 쇠약해져 사망률이 올라간다. 그렇게 인구는 다시 감소한다. 이것을 멜서스 효과라고 하며 이는 농업 이후 산업화 이전까지 인류의 역사를 규정하는 공식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에 도달하며 이 공식은 깨진다.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상승했으며 소득도 수십배 높아졌다.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고, 기술수준은 엄청나게 올라갔다. 저자는 여기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게 인쇄술의 발달과 교육으로 파악하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1장인데 비교적 평범한 내용서술인 편이며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2장이다. 그리고 2장의 내용은 왜 인류가 같은 종임에도 지역마다 국가마다 산업화에 다다른 속도가 다르게 현재 불평등한가이다.

 

1. 국제무역 때문

 우선 국제무역을 이유로 꼽는다. 19세기부터 본격화한 국제무역은 1800년 겨우 세계 GDP의 2%수준이었다가 1870년 10%, 1900년 17%, 1913년 21%로 올라간다. 서유럽의 성장은 사실상 그들이 식민지의 자원, 원주민, 노예를 부리고 무역했기 때문이다. 영국은 국민소득 가운데 국제무역에서 얻은 것이 178년대 10%에서 20세기 초반엔 51%로 상승할 정도였다. 

 먼저 산업화한 서유럽은 국제무역에서 주로 공산품을 판매했다. 그렇기에 이런 국제무역의 확대는 서유럽에서 숙련노동의 필요를 더욱 부채질 했고 교육이 강화되어 생산에 대한 전문화를 촉진하고 생산성과 기술은 더욱 향상되었다. 반면 식민지 국가들은 주로 원료와 식량을 판매했으며 이는 저숙련 노동을 요구한다. 따라서 교육이 미 발전하게 되고 저숙련 노동이 많이 필요하니 수입이 인구증가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선진국과 후진국의 기술과 교육격차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1인당 산업생산지수는 서유럽의 경우 19세기 내내 상승한 반면 후진국은 19세기에 오히려 내려가다가 20세기 후반이나 되어서야 상승하기 시작한다. 


2. 제도 때문

 지배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불평등을 영속화하려 하면 착취적 제도 이며 정치권력을 분산하고 재산권을 보호하여 민간기업과 사회적 이동성을 장려하면 포용적 제도다. 영국은 1689년 명예혁명으로 입헌군주국이 된다. 의회는 부상하는 상인계급과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대변한다. 사유재산권을 보호하고 민간기업을 장려하며 기회의 평등과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독점폐지에도 주력하여 대서양무역의 광범위한 이득이 상인계급에 고루 나뉘어져 산업자본이 성장하였다. 그리고 주식거래, 중앙은행 등 네덜란드의 선진 금융기법도 도입한다.  

 이는 기업가의 신용을 올렸고, 정부 역시 절제 있는 행동으로 조세와 지출의 균형을 이룬다. 의회가 강력한 국채발행 감독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당연한 행동으로 보이나 다른 절대왕정국가의 왕들의 전비나, 사치스러운 예산 사용과는 상당히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 결과 영국은 국제 신용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아 낮음 금리로 차입을 할 수 있었다. 

 흑사병 이후 영국은 인구가 격감하여 봉건제에 치명타를 입는다. 그래서 포용성을 늘리고 착취를 줄이고 임금을 늘리는 등 정치체제를 바꾼다. 하지만 동유럽은 흑사병 이후 오히려 착취가 강화된다. 이는 도시화율이 낮아 농노가 선택권이 없었고, 봉건질서가 더욱 강했고, 서유럽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경제때문이었다. 

 그리고 영국은 유럽 대륙 국가에 비해 길드가 강하지 않았다. 이는 과거 단점이었지만 신기술 도입에 유리했다. 실제 유럽의 한 길드는 인쇄기의 도입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100년 가까이 막아내었다. 영국은 이런 저항이 적었기에 산업가가 새로운 기술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었다.

 식민지였던 국가들은 대개 지배국의 법 체계를 상속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영국식 보통법 체계를 따랐다. 반면 스페인,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 아릇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등은 다양한 형태의 시민법을 따랐다. 그리고 보통법이 투자자와 재산권을 더 강력히 보호한다. 


3. 농경과 토지소유 때문

 지금이야 북미가 황금지대이고 세계에서 가장 번영하지만 17-18세기만 해도 농업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그냥 얼어붙은 땅에 불과했다. 각광받던 지역은 중미의 플랜테이션 지대였다. 중미와 열대는 플랜테이션 농업에 적합했다. 그 결과 중미와 열대 지역은 토지가 소수에게 집중되었다. 이는 커다란 부의 불평등을 낳았고 노예제가 고착화했고 성장을 방해했다. 사람들이 농토에 붙잡혀 도시화가 낮았고, 교육 수준도 높아질 이유가 없었다.

 반면 북미 지역은 농경과 축산에 적합했다. 연결된 소규모 가족 농장이 적합했고 넓은 토지를 평등하게 많은 사람이 나눠가졌다. 부의 분배가 평등했고 장기적 번영에 도움이 되는 민주주의와 법압의 평등, 재산권등이 보장되었다. 향후 도시화율도 높아져, 교육수준도 높아졌다. 

 산업화 시기 산업 자본 세력은 공장 노동이 숙련 노동자를 요구함에 따라 공교육을 국가에 요구하게 된다. 노동자의 교육수준이 높을 수록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 세력은 산업화 시기 공교육에 반대한다. 그들의 농업노동에 교육에 굳이 필요가 없었고, 오히려 많이 아는 것은 반란의 불씨로만 여겼기 때문이다. 


4. 지리적 요인

 이는 총균쇠와 마빈 해리스의 문화인류학 3부작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중국과 유럽의 지리적 비교다. 유럽은 중국과 달리 오랜 기간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분열되었다. 물론 일시적 통일은 있었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반면 중국은 거의 2천년 이상 광대한 지역이 하나의 체제로 통합되었고 유지되었다. 

 우선 수력가설 때문이다. 중국은 동아시아 몬순지역으로 벼를 재배하며 여기엔 많은 집중된 노동력과 관개가 필요하다. 때문에 환경자체가 강력한 중앙집권을 요구한다. 반면 서유럽의 밀은 그런 체제가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개인의 노동으로 재배가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중국은 이렇다할 지리적 장벽이 없는 반면 유럽은 피레네, 알프스 산맥, 해협, 반도 등 지리적 격리가 많아 하나로 통합되기 어려웠다. 또한 중국의 해안선은 단조로운 반면 유럽의 해안선은 복잡하고 만이 많으며 반도가 많다. 이는 방어에 유리하고 전시에도 해안이 열려 보급이 용이하다. 동아시아에 이런 해안 지형은 한반도가 유일한데 그래서 한국이 독자적 문명을 유지하는지도 모른다.

 

5. 미래지향적 사고

 미래지향적 사고는 산업발전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 사고는 지역별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놀랍게도 해당 지역의 농업과 관련이 깊다. 파종에 대한 잠재 산출률이 큰 경우 해당 지역에서는 농산물을 바로 소비하기 돕다는 미래를 위해 종자로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지역일수록 미래지향적 사고가 크다. 반대의 경우는 바로 소비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미래지향적 사고가 적다. 


6. 성평등적 문화

 이것도 놀랍게도 농경과 관련한다. 농사를 짓는 도구는 크게 쟁기와 괭이다. 이는 토질과 작물에 따라 달라지는데 쟁기가 훨씬 더 많은 힘을 요구한다. 그래서 쟁기는 가축이 끌며 가축이 끄는 경우에도 이를 통제할 강한 상체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쟁기를 주로 사용하는 지역의 경우 남성이 농사일을 전념하게 되고 상체힘이 부족한 여자는 거의 철저히 가사에 종사한다. 반면 괭이를 사용하는 지역은 가사를 여성이 주로 전담하지만 농사에도 상당부분 관여를 한다. 

 이런 부분이 평등적 문화에 오늘날에도 영향을 미친다. 쟁기 지역일수록 남여 분업이 확실한 성차별적이며, 괭이 지역일수록 성평등적이다. 


7. 인구 다양성

 인구 다양성은 양면적이다. 적절하면 사회의 다양성으로 기회를 확산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다양한 문제에 저항력을 높인다. 반면 어느 수준은 넘어서면 사회가 쉽게 통합되지 않아 갈등을 낳고 분열하여 오히려 퇴보한다. 

 이는 과거나 현재도 마찬가지인데 과거나 근세 이전에는 동아시아 정도의 인구 다양성 수준이 사회발전에 최적이었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더 많은 다양성이 요구되었고 식민지 개척 및 다양한 교류로 사회내 다양성이 확보된 유럽 지역이 다양성 부분에서 최적인 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오늘날에는 산업 선진 지역은 과거 식민지 경험과 높은 수준으로 인해 각지에서 밀려드는 인재로 상당한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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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팀 잉골드 지음, 차은정.권혜윤.김성인 옮김 / 이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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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고르거나 구매하면서 제목과 목차를 많이 본다. 서평도 좀 보긴 하지만 신간의 경우엔 그 수가 적기도 하고 사람마다의 주관으로 인해 썩 믿진 않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제목과 목차에 의해 구매한 책이다. 하지만 상당히 예상과 달랐다는게 책을 간신히 마무리 한 지금의 생각이다.

 제목과 목차를 보곤 솔직히 과학과 관련한 책 인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의 주제는 선이다. 물론 그것을 과학적으로 고찰할 수 있겠지만 책은 철저히 인문적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그것을 자각하든 아니든 홀로 존재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서로 간에 연결을 필요로 한다. 연결은 상대나 사물을 부속지를 이용하여 붙잡거나 아니면 자신이 이동하거나 상대방이 자신에게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이동이나 이동을 위한 부속지들은 소위 선이라는 걸 남긴다. 선은 부속지 자체의 생김새에서 나오기도 하고, 바닥이나 물에서 이동하며 그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공기 중에 잠시 남기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사고에 기초해서 사물이나 생명을 덩이와 선의 조합으로 본다. 각 개체는 안과 밖을 구분해주는 덩이로 구성된다. 물론 이 덩이도 완전히 닫혀있지 않다. 그래선 생존이 불가능하다. 여닫을수 있긴 하지만 안팎을 연결하는 구멍이 있고 외벽도 사실 많은 부분에서 외부와 소통하는 반밀폐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동으로 인함과 부속지들은 이런 개체를 더욱 서로 간에 의존하게 끔 도와준다. 

 그래서 저자는 이 세계에 완전히 독립된 개체는 없기에, 세상을 객체없는 세계라 칭한다. 여기까지가 대충 책의 100쪽 정도 되는 분량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여기까진 읽을만 했다. 세상을 과학적으로 관통하는 시야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의 분량은 상당히 인문학적이다. 이런 생각의 근거로 각종 언어의 근원을 찾고, 철학자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덮씌운다. 이것을 인상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많겠지만 적어도는 난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후의 책 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읽어나가며 이걸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는 상당히 개인적 입장이다. 이 책을 무척 인상깊게 읽고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여튼 읽기 힘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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