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지능은 뇌의 작동의 산물이다. 인간의 뇌는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무려 100조 개의 신경 연결을 한다. 마치 전기나 복잡한 회로의 배선 같지만 실상 차원이 다르다. 신경에는 전기신호가 흐르지만 신경세포간은 연결하는 시냅스에는 화학물질로 신호를 주고 받는다. 이 화학물질이 수백여가지이고 인간의 신경세포 연결배선은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사실상 복잡한 회로를 단순히 복제하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뇌를 재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복잡한 뇌도 최초는 있다. 약 6억년 전으로 지금으로 따지면 벌레 정도 크기의 동물에서 시작했다. 저자는 이런 뇌의 혁신이 5번 일어났으며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융합으로 6번째의 혁신을 앞두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뇌의 혁신과정이 다소 비슷함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 이 점도 이 책의 훌륭한 지점이라 생각한다. 

 

1. 생명의 탄생

 

 40억년 전 해저의 열수공에서 뉴클레오티드가 우연히 대거 형성한다. 하지만 워낙 강한 에너지가 분출되는 곳이라 대부분의 뉴클레오티드는 형성과 동시에 거의 파괴된다. 하지만 이중 일부는 운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고 이들 중 일부에서 DNA유사물질이 생성되었다. 이 물질은 스스로를 복제했다. 이런 재생성은 열역학 2법칙에 위배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복제와 동시에 자기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하여튼 이 복제 물질은 떠돌다 우연히 지질방울에 포획되어 안정성을 갖게 되고 이것을 최초의 세포로 본다. 이런 열수공에서의 생명탄생 그리고 물질대사의 생합성의 등장은 트랜스포머에 잘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리보솜이라는 뉴클레이티드 기반의 분자집단이 특정 서열의 DNA를 특정 서열의 아미노산으로 변환하기 시작하면서 혁명이 시작된다. 단백질은 일단 생성되면 세포내를 떠돌다가 세포의 벽에 박혀 기능한다. DNA를 상대적으로 매우 안정되어 반응성이 없다. 사실 스스로를 유지하고 복제하려면 그래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가 없기에 유전자는 주변세계에 대한 감응과 조작 및 대응이 어렵다. 이를 대신할 것이 바로 합성한 단백질인 것이다. 일부 단백질은 감각지각을 했다. 세균조차 이동과 주변세계 감지를 위한 단백질을 갖고 있다. 초기 원시 생명에서 모든 생명의 공통조상이 생겨났는데 이들은 DNA, 단백질 합성, 지질, 탄수화물이 공통 특성이다.

 살아 있는 세포는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든다. 유전자를 수리하고, 단백질을 보충하고, 세포를 복제해야 한다. 열수공의 수소는 최초의 에너지원이었지만 효율이 매우 낮았다. 이 부분 역시 트랜스포머에 잘 제시되어 있다. 그러다 생명 탄생 후 10억년이 지나서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이 등장한다. 이들은 빛과 이산화탄소를 당분으로 전환하여 저장한 후 에너지로 사용했다.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아 광활한 바다는 순식간에 끈적한 미생물 매트로 뒤덮혔다. 

 그리고 광합성의 폐기물은 산소다. 24억년전 첫 번째 산소대폭발 사건이 발생한다. 자연히 이 독성가스인 산소를 호흡을 통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세균이 등장한다. 호흡생명체는 산소와 당분을 결합하여 에너지를 생성한다. 당연히 당분이 많이 필요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사냥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지능발전의 토대다. 수소를 이용한 무산소 호흡은 산소호흡보다 에너지 효율이 15배가 낮아 생명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극적 개선되어 적극적 포식이 시작되었다. 먹히는 생물은 당연히 진화상 방어기제가 생겨났고 사냥꾼은 또 다시 이를 극복했다. 이런 식의 군비경쟁이 되먹임 되며 진화는 폭발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핵생물이 최초로 등장한다.

 진핵생물은 세균과 비슷하게 취급되지만 완전히 드라다. 세포의 크기가 무려 100배 커졌고, 에너지생산은 1000배에 달한다. 여기에 내부구조는 훨씬 복잡하다. 작은 마을과 대도시급의 차이라 할 정도다. 진핵생물은 다른 세포를 통째로 삼키는 섭식 영양을 했다. 진핵색물을 훗날 오늘날의 식물, 동물, 균류로 분화한다. 이들은 모두 다세포성이다.

 그리고 8억년 전 생명은 복잡성에 따라 3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는 단세포 생명체로 세균과 진핵생물이다. 2단계는 소형 다세포 생명체, 3단계는 대형 다세포 생명체다. 이들은 크기에 차이가 있으나 모두 신경세포를 형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경세포는 매우 다양하나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균류는 식물보다는 동물과 비슷하다. 양자 모두 산소호흡을 하고 당분을 섭취한다. 먹이를 소화하고 효소로 세포분해하여 그 안의 영양분을 흡수한다. 

 대형다세포 생물의 당분 섭취 전략은 크게 2가지인데 잡아서 먹는 것과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동물이 선택한 것이 전자이고 균류가 선택한 것이 후자이다. 균류는 체외 소화를 하고 동물은 체내 소화를 한다. 균류는 수조개의 단세포 포자를 형성하고 이들이 휴면상태로 떠 다닌다. 그러다 죽어가는 개체에 우연히 포자가 떨어지면 커다란 균류구조물로 자라나 부패하는 조직 속으로 털같은 섬유를 뻗고 효소를 분비하여 영양분을 흡수한다. 이것이 체외소화다. 그래서 균류는 소화기관이 필요없다.   

 동물은 잡아먹기에 체내 소화를 하고 위가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동물은 단세포 수정란 속에서 속이 빈 주머니배가 형성된다. 이것이 안으로 접히면서 작은 위장인 창자 배가 형성된다. 결국 창자배의 형성, 신경세포, 근육은 동물의 세 가지 필수 특성이 된다. 

 신경세포는 모든 동물이 공통적인 4가지 특성을 보인다.

 우선 역치 이하에서는 반응하지 않는다. 역치 이상인 경우 강도와 무관하게 반응한다. 두 번째는 신경세포는 발화율 속도로 정보를 부호화한다는 것이다. 자극이 강할 수 록 세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주 발화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세번 째는 자연의 변수는 신경세포의 발화율을 한창 상회한다는 것이다. 신경세포의 발화율은 초당 500회에 불과하다. 하지만 자연의 강도변하는 이를 상회한다. 그래서 신경세포는 이를 압축하여 부호화한다. 결국 신경세포는 자극의 절대치가 아닌 상대치를 발화하여 개체가 외부의 자극의 강도를 인지하게 한다. 마지막은 흥분성 신경세포는 연결된 신경세포를 흥분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며 억제성 신경세포는 연결된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는 것이다. 이 신경전달물질은 놀랍게도 동일하다. 

 

2. 첫 번째 혁명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동물은 동일 체제를 갖고 있다. 입과, 뇌, 주요 감각기관, 배설물이 나오는 뒷 부분이다. 이런 특징을 가진 동물을 우린 좌우대칭동물이라 한다. 동물은 좌우대칭과 방사형이 있는데 방사형동물은 앞 뒤가 없이 중심축으로 양쪽이 비슷한 방사대칭형이다. 그래서 좌우대칭동물은 입과 배설구멍이 따로 있고 동물의 99%를 차지하며 방사형대칭동물은 입과 배설구멍이 동일한 1개로 동물의 겨우 1%다. 이처럼 좌우대칭이 진화상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것은 동물의 주요 정체성인 움직임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좌우대칭은 방향의 전환이 빨라 움직이기에 효율적이다. 반면 좌우대칭은 방향의 전환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방사형대칭동물은 현재도 대개 한 부분에 고착하여 먹이가 오기를 기다린다. 반면 좌우대칭 동물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동물을 사냥하기에 오늘날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움직임은 조종을 의미하며 이는 이를 가능케하는 뇌의 존재를 전제한다.  

 최초의 좌우대칭동물은 6억 3500만년전에서 5억 3900만년 사이인 에디아카라기에 등장한다.오늘날의 선충이 최초의 좌우대칭동물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예쁜 꼬마선충은 신경세포가 302개에 불과하다. 페트리 접시에 선충과 먹이를 놓으면 선충은 직선이 아닌 원을 그리며 점진적으로 먹이를 향해 나아간다. 선충은 눈이 없고 후각만이 있다. 이들의 움직인 기제는 두 가지다. 냄새가 짙어지면 앞으로 나아가고 얕아지면 방향을 전환한다이다. 이런 식이면 원을 그리고 움직이게 된다. 이것이 조종의 혁신이다.  

 물론 과거의 세균도 움직이는 단백질이 있었다. 하지만 이건 개별세포가 움직이는 것이다. 수백만 다세포가 움직이려면 차원이 다르다. 세균이면 움직임을 가능케하는 작은 단백질 구조가 있으면 되지만 수백만개의 세포 연합체에는 전체를 움직이게 하는 신경세포와 근육이 있어야 한다. 

 조종을 하려면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분이 필요하다. 즉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감정가를 붙여야 한다. 선충엔 감정가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긍정적인 것은 먹이 냄새의 증가고 부정적인 것은 먹이 냄감소나 역치 이상의 온도, 구리 반응이다. 물론 세상은 단순하지 않기에 긍정과 부정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맞교환이 일어나는데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다. 이런 걸 정리해 줄 기관이 필요한데 이것이 최초의 뇌로 보인다. 즉, 뇌는 이런 거대한 감각의 통합센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대상에 대한 감정가는 항상 일정하지 않다. 당연히 동물의 내적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선충은 배가 부르면 이산화 탄소를 회피하지만 배가 고프면 그냥 전진한다. 이산화탄소는 동물, 즉 먹이와 포식자 모두가 내뿜기에 양가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자극이다. 그래서 배가 부르면 피하지만 배가 고프면 위험을 무릅쓰게 된다. 

 조종의 4요소가 있다. 좌우대칭형, 감정가 신경세포, 단일 결정을 내릴 뇌, 내적 상태를 바탕으로 감정가를 조절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내적상태는 감정가와 각성수준으로 구성된다. 현대 동물, 특히 인간의 감정은 매우 복잡하고 문화적 영향도 받지만 최초의 감정과 각성은 단순하다. 감정가는 언급한 것처럼 좋은가와 나쁜가, 그리고 각성은 움직이는데 에너지를 사용하는 여부다. 그리고 감정가와 각성의 두 가지 차원의 표현이 정동상태다. 긍정적 감정과 높은 각성은 흥분, 행복, 환희다. 긍정감정과 낮은 각성은 만족, 침착, 이완이다. 부정적 감정과 높은 각성은 불안, 긴장, 당황이고 부정적 감정과 낮은 각성은 우울, 슬픔, 지루함이다.  

 정동에 대한 의식적 경험은 정동의 원초적 매커니즘 이후 진화했다. 정동은 기본적으로 외부자극으로 촉발되나 자극이 사라진 이후에도 정동상태는 오래도록 지속된다. 실제 인간의 정동상태도 기본적으로 자극에 의해 촉발되지만 대부분 지속된다. 이는 자연의 단서가 지속적이지 않고 확실치 않으며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포식자의 냄새가 잠시 났다가 사라졌어도 탈출하고자 하는 정동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났다. 냄새가 잠시 사라졌어도 포식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거나 근처에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냄새가 사라졌다고 탈출상태가 바로 사라진다면 개체는 매우 위험했을 것이다. 또한 먹이의 경우도 냄개가 사라졌다 해도 탐색상태가 시속되는게 났다. 근처에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계속 탐색하는게 낫기 때문이다. 

 동물에게 이런 정동상태를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다. 도파민은 긍정적인 감정가를 주는 것을 향하게 하는 것이고 세로토닌은 긍정적인 것을 얻었음을 알리는 물질이다. 즉, 뭔가 근처에서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면 도파민을, 실제 좋은 일이 생기면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근처에 보상이 있을 때 분비되어 각성과 추적의 정동상태를 유발한다. 세로토닌은 보상을 소비하면 분비되어 낮은 각성과 보상 추적 행동을 억제한다. 그래서 긍정감정과 높은 각성시 도파민이 긍정감정과 낮은 각성엔 세로토닌이 부정감정과 높은 각성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닌 쾌락의 예상신호다. 도파민을 대상에 대한 좋아함이 아니라 원함이다. 그래서 도파민은 선충이 먹이가 근처에 있지만 아직 먹지 못했을 때 분비된다. 

 선충의 탈출 정동상태는 노프에피네프린, 옥토파민, 에피네트린 등 다른 신경전달물질로 촉발한다. 이 반응에서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관이 수축하고, 동공이 확장하며 수면과 번식, 소화가 억제 된다. 이들은 세로토닌의 효과를 상쇄하여 동물이 쉬고, 만족하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아드레날린으로 유도되는 탈출반응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탈출을 위해 근육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포에서 포도당이 나오고 세포성장이 중단되며, 소화도 일시 중지되고 번식이 중지되며 면역력도 떨어진다. 이것이 급성 스트레스 반응이다. 

 이 상태를 해소하는 것이 오피오이드다. 오피오이드는 부정적 감정과 신경세포활동을 억제하며 동물이 부상을 입어도 회복하고 휴식을 취하게 한다. 오피오이드는 진통효과가 있고 완화회복이 마무리될 때까지 번식과 성욕을 억제한다. 완화-회복을 거치면 선충은 폭식을 하여 평소의 무려 300배를 먹는다. 오피오이드 같은 항스트레스성 호르몬은 좋아하는 긍정적 감정가를 끄지만 스트레스 요인이 사라지면 감정가를 되살리며 오히려 도 좋아하게 한다. 그래서 폭식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스에 선충을 무려 30분 이상 노출시키면 급성스트레스 반응에 빠진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너무 길다보니 탈출을 하여도 소용이 없어 아예 곧 탈출시도를 멈추고 머무르게 된다. 탈출은 매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탈출이 무용하다고 판단되면 버티며 에너지를 온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생존에 더 유리하다. 그런데 이것이 만성 스트레스 반응과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만성스트레스는 급성과 비슷하나 각성과 동기부여가 멈춘다. 그래서 만성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개체가 스트레스 상황에 익숙해지는 무감각 상태에 이른다. 이러면 감정가 반응에 무감각해져서 무쾌감상태에 이른다. 우울 상태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공허다. 뇌에 오피오이드가 넘쳐나는 상태가 되면 약 기운이 잦아들때까지 만성스트레스 상태가 된다. 오피오이드 남용자는 완화, 적응, 만성 스트레스의 악순환에 빠져 있기에 기준치로 돌아가려면 더 많은 약이 필요해진다.

 연합학습은 모든 좌우대칭동물에게서는 발견되나 방사대칭동물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감정가의 등장과 더불어 경험으로 좋음과 나쁨을 변경하는 능력도 함께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자연은 변화무쌍하여 좋음과 나쁨은 고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최초의 뇌는 감정의 연합뿐만 아니라 세상의 규칙에 맞게 연합관계를 신속하게 바꾸는 매커니즘도 학습했을 것을 보인다. 

 최초의 좌우대칭동물은 획득, 소거, 자발적 회복, 재획득의 기술로 세상을 탐색했다. 연합학습에는 여러 가지 단서가 동시에 주어지는게 문제인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적격성 흔적은 단서와 충격이 시간적으로 밀접한 것이다. 가리기는 단서 중 가장 강한 것 외에는 무시하는 것이며, 잠재적 억제는 과거에 늘 있던 자극은 미래의 연합으로는 억제하는 것이다. 차폐는 일단 단서와 연합이 형성되면 그것과 겹치는 나머지는 단서연합으로 채택하지 않는 것이다.   

 첫 번째 혁명을 정리하면 신경세포가 구축된 다세포 생물인 동물이 산소호흡을 바탕으로 높은 효율을 위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졌고 적극적인 포식자가 되었다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빠른 방향전환과 이동을 위해 몸이 좌우대칭으로 진화하며 앞뒤가 생겨나게 되었다. 동물은 사냥과 회피를 위해 주변을 적극 탐색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감각기관이 발달했고, 외부 자극의 좋음과 나쁨을 파악하는 감정가가 생겼으며 이에 대한 각성도 생겼다. 이 감각과 각성의 상태가 정동상태로 이를 촉발하는 물질이 도파민, 세로토닌이다. 그리고 외부 주변 환경은 중첩되기에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뇌가 필요했다. 그리고 학습은 연합학습의 차원에 머물렀다. 


3. 두 번째 혁명 

캄브리아기는 생명체가 대폭발한 시기다. 책 눈의 탄생은 캄브리아기 생명체 대폭발의 원인으로 최초로 등장한 눈을 지목한다. 서로를 볼 수 있게 되며 포식작용이 활발해지고 이를 피하기 위해 반대측도 눈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더욱 서로를 향해 더욱 빠르게 이동하고 강한 무기와 방패를 개발하며 군비경쟁이 일어나고 이것이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이어졌다는 논지다. 에디아카라기에서 5천만년 후가 캄브리아기다. 이 시기는 거대한 절지동물의 시기다. 그리고 초기좌우대칭동물과 비슷하고 약간 큰 어류와 비슷한 존재도 등장했다 이들은 등골뼈가 있었고 절지동물과 완전히 다르다. 이들에게서 척추동물의 뇌원형이 만들어진다. 이 초기 뇌는 전뇌, 중뇌, 후뇌의 구조다. 전뇌는 훗날 겉질과 바닥핵으로 중뇌는 시상과 시상하부, 후뇌는 그대로다. 

 숀다이크는 처음에 동물이 모방을 통해 학습한다고 생각해지만 실험결과 동물은 시행착오로 학습을 했다. 동물은 무작위로 행동을 한 후 확인된 감정가 결과로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여 학습했다. 이것이 강화학습이다. 그런데 마빈스키는 인공지능을 강화학습으로 구축하자 시차를 두고 신뢰를 할당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략이 없으면 강화학습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를 시간적 신뢰할당의 문제라 한다. 서튼은 그래서 강화학습에 기대를 도입한다. 실제 보상으로 행동강화가 아닌 예측되는 보상으로 행동이 강화한다는 것이다. 행위자가 학습하는 신호는 보상 그 자체가 아니라 어느 순간과 다음 순간 사이에 예측되는 보상의 시간적 차이다. 이것이 시간차 학습이다. 그래서 서튼은 시뮬레이션에서 행위자와 비평가를 동시에 훈련시키면 자력으로 강화가 된다고 추정하였다. 그리고 이는 1990년대에 데사우가 이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입증된다. 

 생물에게 이런 강화학습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기대하지 않은 보상이 제기되는 경우 증가하고 기대한 보상이 누락하면 감소한다. 그래서 도파민은 보상의 신호라기 보다는 강화의 신호다. 시간적 신뢰할당 문제를 해결하려면 뇌는 실제 보상이 아니라 예측되는 미래 보상의 변화를 바탕으로 행동을 강화해야 한다. 시간차 학습 신호는 어류, 쥐, 원숭이, 인간에게서 발견된다. 선충을 비롯한 단순 좌우대칭동물은 이것이 없다. 서로 분화 후 진화했다는 증표다. 

 초기좌우대칭동물에게 도파민은 주변에 좋은 것이 있다는 신호였다. 척추동물에게는 이것이 전환하여 원함의 상태를 촉발하고 시간차학습을 일어나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즉, 도파민은 단순히 근처에 좋은 것이 있다는 막연한 신호에서 10초 후 멋진 일이 일어날 확률이 35% 정도 된다라는 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최근에 감지했던 먹이에 대한 애매한 평균에서 정교하게 측정하고 꼼꼼히 계산하며 끝까지 요동치는 예측되는 미래 보상 신호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다. 실망과 안도 역시 미래 보상을 예측해서 학습하도록 설계된 창발적 속성이다. 보상과 처벌 뿐만 아니라 기대했던 보상이나 예상했던 처벌의 누락도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시간차 학습의 전제조건은 당연히 시간의 측정이다. 척추동물의 시간 측정은 매우 정확하다. 민달팽이나 편형동물같은 단순한 좌우대칭동물은 시간 사이의 정확한 측정을 하지 못한다. 당연히 시간차학습도 불가능하다. 

 강화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뇌의 진화는 바닥핵과 시상하부다. 바닥핵으로 들어오는 입력은 걸질, 시상, 중간뇌에서 온다. 그리고 미로 같은 하부구조를 거쳐서 바닥핵의 출력핵에 도달한다. 출력핵은 수천에서 수백만개의 억제성 신경세포로 구성된다. 뇌줄기 운동중추로 강력한 연결을 많이 내고 기본적으로 항상 활성화되어 있다. 뇌들이 운동회로들의 관문은 지속적으로 바닥핵으로 인해 억제되고 있다. 바닥핵의 특정 신경세포들이 꺼졌을 때만 뇌줄기에서 특정 회로들의 관문이 열리면서 활성화한다. 파킨슨 병 환자의 증상도 바닥핵의 붕괴로 인해 일어난다. 바닥핵은 동물의 행동과 외부환경 그리고 도파민 신경세포 그룹에서도 입력을 받는다. 바닥핵은 도파민 분비를 극대화하는 행동을 반복하도록 학습한다. 즉, 행위자의 역할을 한다. 

 시상하부에는 좌우대칭 동물의 감정가 감각장치에서 유래한 감정가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시상하부는 바닥핵으로 도파민을 전달하는 도파민 신경세포그룹과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시상하부가 행복하면 바닥핵은 도파민을 증가하고, 불행하면 도파민이 떨어진다. 즉, 시상하부는 비평가 역할을 한다. 

 이 시기엔 척추동물은 패턴인식도 익혔다. 수억년간 동물은 패턴화 능력이 없어 지각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모든 척추동물은 신경세포의 패턴을 해독해서 사물을 알아본다. 50가지의 후각신경세포로 표현가능한 패턴은 무려 100조개 이상이다. 패턴화를 위해서는 일반화와 식별이 필요하다. 지도학습은 자료를 많이 주고 정답을 알려준다. 그 다음 출력이 실제와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인공신경망이 가중치를 조정하여 정답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뇌는 누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즉, 지도학습을 하지 않는다. 

 단순한 척추동물의 뇌 겉질은 3층 구조다. 최초의 겉질에서 피라미드 신경세포가 출현한다. 피라미드 신경세포에는 수백가지의 가지 돌기가 있어서 수천 개의 시냅스로부터 입력을 받는다. 이것이 패턴인식을 목적으로 설계된 최초의 신경세포다. 후각신경세포는 자신의 신호를 겉질의 피라미드 신경세포로 보낸다. 넓은 범위의 차원 확장이 일어나 소수의 후각신경세포가 훨씬 더 많은 겉질신경세포와 연결된다. 그리고 후각신경세포 하나는 겉질 세포의 한 부분 집합에만 연결된다. 이로 인해 포식자와 먹이의 냄새가 겹쳐도 입력받은 겉질 신경세포가 달라져 입력 정보가 겹쳐도 활성화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  

 척추동물은 뇌가 자동연합으로 내용주소화 기록장치를 사용한다. 경험의 부분집합으로 원래의 패턴을 다시 활성화하여 기억하는 회상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다른 유형의 요인으로 인해 간섭이 일어나나 기존의 학습한 것을 유지한 채 새롭게 학습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컴퓨터는 레지스터 주소화 기억장치로 기억을 저장할 고유 메모리가 필요하다. 간섭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래서 새로 학습하면 기존 학습이 파괴되는 망각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날의 인공지등 역시 이러한 문제를 고스란히 갖고 있어 이어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학습하고 멈춘 후, 나중에 다시 학습한다. 그래서 버전이 아예 달라지는 것이다. 

 척추동물은 불변성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인공지능은 초기 개발시 갖은 고양이의 사진이지만 앞과 뒷 모습을 보면 다른 물체로 판단했다. 하지만 양자는 동일하며 동물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인데 갖은 사물이더라도 방향, 거리, 위치에 따라 다른 감각자극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유류의 시각처리는 위계구조를 갖는다. 낮은 수준에서는 수용야가 좁고, 모서리나 선등 단순특성만을 본다. 그리고 높은 위계로 갈수록 수용야가 커지며 더 복잡한 물체를 알아본다. 위계가 같은 수준에 속한 신경세포들은 서로 반응하는 위치만 다르지 비슷한 특성에 반응한다. 이것이 합성곱신경망이며 이를 통해 불변성 문제를 처리한다. 그리고 현재 인공지능의 이미지 식별도 이런 방식으로 가능하다. 

 언급한 강화학습은 활용탐색 딜레마가 있다. 활용은 보상을 향한 활동이고, 탐색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보상을 향한 행동이다. 이는 모순된다. 즉, 강화학습은 실제 주변에 뭔가가 있다는 단서가 주어질때만 이뤄지는 셈인데 이런 방식으로만 활동한다면 먹이감을 찾거나 제대로된 회피가 어렵다. 그래서 진화한 것이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성향이고 그것에 대한 보상인 호기심이다. 모든 척추동물은 호기심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척추동물은 곤충, 문어, 오징어 같은 두족류만이 그것을 갖고 있다. 

 최초의 척추동물은 바깥 세상에 대한 내적 모델도 구축해야 했다. 그래서 대부분 공간지도 학습능력이 있다. 속귀에는 액체로 가득찬 반고리관이 있는데 반고리관에는 앞, 옆, 뒤를 향하는 3개의 고리가 있다. 이것들이 액체로 가득차서 움직임에 따라 활성화한다. 계속돌면 이동이 활성화하고, 멈추면 활성화가 끝나야 하지만 관성으로 인해 활성화가 다소 지속된다. 그래서 크게 지속해서 돌다가 갑자기 멈추면 어지러운 것이다. 이를 통해 척추동물은 안뜰감각을 생성하며 이를 통해 공간지도를 형성한다. 

 두 번째 혁명을 정리하면 캄브리아기 초기척추동물은 단순 감정가와 반응으로 이어지는 좌우대칭동물의 연합학습을 넘어 강화학습을 시작했다. 강화학습을 위해서 바닥핵과 시상하부고 서로 도파민을 통한 시간차 학습을 시작했으며 이를 더 잘 촉발시키기 위해 호기심이 진화했다. 주변 세계를 더 잘인식하기 위해 패턴화를 하기 시작했고, 공간에 대한 내적모델을 발생시켰다.

 

4. 세 번째 혁명

 두 번째 혁명으로 성공적으로 진화한 초기 어류는 바다를 가득 메웠다. 4억 2천만년전에서 3억 7천 5백만년인 데본기다. 캄브리아기를 장악했던 절지동물과 무척추동물은 강한 시스템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밀려났다. 살아남는 방법으로 두족류는 다른 방식으로 지능을 진화시켰고, 절지동물은 바다에서 탈출하여 최초의 육상동물이 되었다. 데본기에는 식물이 육상으로 진출한다. 무주공산이라 이파리와 씨앗을 진화시켜 크게 번성한다. 초기 작았던 것이 데본기 말에는 키가 30m에 육박할 정도였다. 이들은 토양을 만들어내어 절지동물이 살만한 장소를 생성했다. 이들이 산소를 대거 생산했으나 육상엔 이를 소비할 만한 주체가 없어 불균형이 발생한다. 온실가스의 큰 감소로 인해 빙하기가 도래한다.

 어류는 밀물과 썰물시 육상에 고립될 우려로 대개 바다한가운데 살았다. 하지만 해안근처에는 영양이 항상 밀려들고 햇빛이 강해 먹을거리가 많았다. 어류 중 일부가 이 틈새를 노리고 육상으로 진출한다. 이들은 초기 조수간만때 형성된 웅덩이 사이를 뛰어다니며 생존하였고 점차 아가미를 폐로, 지느러미를 사지로 진화시킨다. 이것이 최초의 양서류와 양막류다. 포유류의 조상은 양막류로 물외에서 견디기 위해 가죽같은 껍질이 있는 알을 낳았다. 양막류는 3억 5천에서 2억 5천만년 사이 생태적 지위를 차지해 크게 진화한다. 지상은 수중과 다르게 온도변화가 극심하다. 양막류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두 가지로 분화한다. 하나는 기온이 낮아질 시 활동을 멈춰버리는 파충류이고 다른 하나는 기온이 낮아져도 체온을 높여 움직임을 가져가는 수궁류다. 수궁류는 온혈성으로 항상 몸을 데우기에 많은 열량이 필요하다. 수궁류는 항상 움직일 수 있기에 춥거나 밤이 되면 멈춰버리는 파충류를 마음껏 사냥할 수 있었다. 

 2억 5천만년 전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멸종이 일어난다. 500-1000만년 간 해양생명의 96%, 육상생명의 70%가 멸종하는 사건이다. 먹이가 많이 필요했던 대형수궁류는 견디지 못했으며 오히려 움직임이 적어 먹이가 덜 필요한 파충류가 생존에 유리했다. 수궁류 중 땅을 파고 견과류를 먹는 견치류만이 살아남게 된다. 파충류는 이 위기를 넘기고 생태적 위치를 차지해 대형화하여 공룡으로 다양하게 진화한다. 하지만 이들은 다양한 신체구조와 크기를 갖게 되었으나 뇌는 거의 진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파충류의 뇌는 오늘날도 어류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이 견치류가 초기 포유류가 되는데 뇌가 진화하여 새로운 겉질이 생겨난다. 이는 바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능력이다. 시뮬레이션의 전제조건은 멀리 볼 수 있는 시력과 온혈성이다. 시뮬레이션의 뇌가 폭발적으로 기능해야 하는데 이러려면 항상 체내 온도가 높아 많은 열량이 공급되며 신경이 빠르게 전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 포유류의 겉질은 3개에서 4개로 분화한다. 바닥핵은 후각겉질과 해마, 편도체로 분화하여 새겉질의 입력 정보를 통합해 도파민을 분비하게 되었다. 시상하부는 감정가,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했다. 중간뇌와 뒷뇌는 반사행동을 담당했다. 그리고 새 겉질은 뇌의 극히 일부로 시뮬레이션 등 이시기 새롭게 생겨난 기능을 담당했다. 

 새 겉질은 이 시기엔 매우 작았지만 오늘날에는 인간뇌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 되었다. 새 겉질은 두께가 2-4mm로 불과하다. 하지만 뇌는 두개골에 갇혀있어 커지는데 한계가 있지만 커져야 했기에 표면적을 늘리기 위해 주름졌다. 이를 모두 펴면 작은 책상 넓이 정도가 된다. 새겉질은 미세회로의 반복과 복제다. 새겉질 기둥이 빽빽히 모여있는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놀랍게도 새겉질 영역이 본질적으로 동일해 서로 대체가 가능하다. 시각 겉질과 청각 겉질이 서로 교환 가능한 것이다. 새 겉질의 신경세포는 6층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특정 계산 수행을 위해 특정 방식으로 배선된다. 

 새 겉질은 다음가 같은 지각특성을 갖는다. 빈 부분의 채워넣기다. 그래서 인간은 완전한 삼각형은 아니지만 삼각형의 형태를 어느 정도 가진 형태를 보면 삼각형으로 인식한다. 다음은 다양하게 보이는 것을 한 번에 하나만 보는 것이다. 그림 중 소녀나 마녀로 보이는 것이나 토끼나 오리로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인간은 이를 둘다 인식할 수 있지만 한 번에 하나만 된다. 그래서 토끼로 볼 때는 토끼로만 보이다 다시 오리로 보려 노력하면 오리로만 보인다. 동시엔 되지 않는다. 마지막은 애매한 것을 특정한 것으로 인식하면 이후 그것으로만 보인다는 것이다. 개구리의 사진을 흑백으로 처리한 것을 보면 처음엔 다양하게 보인다. 그런데 이후 컬러로 그 음영이 개구리의 사진인 것을 확인하면 이후에는 놀랍게도 다양하게 보이던 그 음영이 개구리로만 보인다. 

 새겉질의 특성은 바로 시뮬레이션을 위한 다양한 생성이다. 조류와 포유류만이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꾸는데 이는 생성 때문이다. 새겉질은 인식과 생성을 항상 하는데 이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하지만 깨어있는 동안은 감각자극이 계속되기에 인식이 우위인 상태다. 그리고 인식과 생성은 동시에 일어날 수 없다. 그래서 포유류는 잠을 자는 동안 생성을 하게 된다. 포유류는 수면 장애를 겪게 됨녀 상당한 지각 장애가 일어난데 이것이 바로 인식과 생성의 불균형 상태로 보인다. 

  새겉질은 실제 입력 감각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예측 데이터를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빠르게 지각하고 수정한다. 예측은 좌우대칭동물인 경우 자극에 대한 반사를 했기에 매우 낮았고, 초기 척추동물의 경우 미래에 대한 보상에 대한 강화학습으로 나아갔기에 역시 미약했다. 하지만 초기 포유류는 모든 감각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 겉질이 시뮬레이션을 했기에 진정한 예측을 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뮬레이션으로 포유류는 상상이란걸 할 수 있게 되었다. 시뮬레이션 자체가 상상이다.

 시뮬레이션은 3가지 큰 이점이 있다.

 우선 대리 시행착오다. 실제 착오는 몸의 손상이나 영구적 절멸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대리로 해볼 수 있다는 것은 생존에 큰 장점이다. 다음은 반사실적 학습이다. 자극에 대한 반응, 그리고 강화학습은 실제로 무언가를 해야만 이뤄진다. 그리고 그 행동은 반드시 최적이라 볼수도 없다. 한 경로로 이동하는 것을 통해 먹이를 발견한다면 그것은 강화학습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최적이진 않다. 다른 최적경로도 있을 수 있지만 강화학습은 앞선 학습만을 개체에게 수행하게 한다. 가위바위보를 예로 들면 강화학습에 머무른 어류는 가위를 내서 지면 최적의 수는 다음에 바위를 내는 것이지만 보나 바위 두개를 다 내게 된다. 하지만 포유류는 이것을 되새기기에 반드시 보를 낸다. 즉, 시뮬레이션은 과거에 대한 되새김, 반사실적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신뢰할당의 경우 초기 좌우대칭 동물은 차폐, 잠재적 억제, 가리기 등의 기본 규칙으로 신뢰를 할당한다. 초기 척추동물은 비평가가 미래 보상의 변화 예상 시점으로 신뢰를 할당했다. 그리고 초기 포유류는 반사실적 학습을 바탕으로 신뢰를 할당한다. 앞선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후의 사건이 일어날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인과를 알게 된 것이다. 마지막 이점은 일화기억이다.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과거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지만 완벽한 실제 기억은 아니고 재창조한 것이다. 그래서 비운 부분을 채우기에 매우 부정확하다. 포유류의 뇌에서 일화기억은 새겉질과 해마가 협력한다. 

 모든 포유류의 새겉질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뒤쪽 절반은 시각, 청각, 몸감각을 담당하는 감각 새겉질이다. 앞쪽 절반은 이마엽 세겉질로 세 가지로 나뉜다. 운동 겉질, 과립이마엽겉질, 무과립이마엽겉질이다. 과립세포는 새겉질 기준의 4층에 분포하며 과립이마엽겉질은 초기 영장류에서 진화했다. 그래서 최초의 포유류의 겉질은 무과립이마엽겉질(aPFC)이다. 

 감각새겉질의 기둥에는 감각기관의 입력이 주로 들어온다. aPFC에는 해마, 시상하부, 편도체의 입력이 들어온다. 이는 aPFC가 감정가, 장소, 정동상태를 처리함을 암시하며, 바닥핵이 주도하는 선택도 감시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시상하부가 특정하게 활성화되어 물을 먹으러 가면 aPFC는 이 행동이 물을 목기 위함이라고 학습한다. 이렇게 aPFC는 바닥핵의 행동촉발 전 동물의 행동이 예측가능하다. 

 감각 새겉질은 감각기관에서 입력을 받아 세계에 대한 모델을 형성한다. 그래서 외부의 사물에 대한 예측을 한다. 반면 이마엽 새겉질은 자기 모델을 형성한다. 해마, 시상하부, 편도체에서 입력을 받아 감정가나 정동상태로 이뤄지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나 이유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외부와 내부에 대한 모델이 구축되어야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개체는 특정 상황에서 가만이 있건, 행동을 하거나, 고민한다. 바로 이 고민하는 경우 aPFC가 활성화한다. 그래서 aPFC가 세운 기준이 대안을 제시한다. 그러면 이 대안을 감각새겉질이 시연하면 aPFC가 이를 검토하여 바닥핵을 활성화시켜 행동으로 이어지는데 이게 시뮬레이션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개체는 모든 것을 고민하지 않는다. 이 자체가 최적의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그래서 많은 것들은 단순 자극으로 인해 그냥 촉발된다. 이것이 바닥핵이 직업 통제하는 행동으로 이 경우 시뮬레이션이 행해지지 않는다. 습관이나 무의식이라 볼 수 있다. 감각새겉질은 그저 감각입력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예측하는 수동추론을 하지만 aPFC는 생성모델을 구현하고 예측하는 능동추론이다. aPFC는 이렇게 개체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을 통해 행동자체를 변화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자유의지라 부르는 것의 기반이다. 여러 대안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다. 

 aPFC에는 4번층이 없는데 이 부분은 감각입력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에서 감각입력에 의존하는 것은 크게 필요치 않으므로 초기엔 4번층이 있었지만 시뮬레이션이 강화하며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 

 운동겉질은 이마옆새겉질의 가장 자리의 얇은 띠다. 이는 몸전체의 운동을 관장한다. 다만 신체마다 동일할당은 아니다. 많은 사용하는 손과 입에 대한 할당은 크나 발에 대한 할당은 적다. 운동겉질의 이 할당은 뒤에 붙은 운동감각겉질에 동일하게 배당된다. 운동겉질로 인한 마비는 영장류만 일어난다. 이는 운동겉질이 자신의 예측을 실현하며 배선되었기 때문이다. aPFC가 동물이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고 예측하면 운동겉질이 동물이 왼발을 정확히 어느 발판에 닫는다고 예측한다. 이것이 체화다. 운동겉질은 운동명령을 단순히 만드는 장소라기 보다는 운동을 계획하는 장소다. 운동겉질의 감각운동 계획 수립으로 인해 초기 포유류는 정교한 움직임을 학습하고 수행한다. 그래서 포유류가 나무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게 가능하며 파충류는 이게 안되기에 나무위 생활이 거의불가능하다. 

 이 겉질들은 위계를 갖는다. aPFC가 개체로 하여금 잘 익은 과일을 따먹기 위해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이동한다는 상위목표를 수립하면 운동앞겉질이 큰 동작을 수행하기 위한 목표를 잡고, 운동겉질이 특정 팔다리, 몸통, 눈의 움직임을 게획하는 형태다. 그리고 이들은 이 가정에서 목표를 촉발하기도 하고 목표를 수정하기 위해 바닥핵과 계속 소통한다.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려면 이 모든 수준의 위계가 활성화하나 특정 행동이 학습되면 매우 낮은 수준의 위계만 활성하한다. 자전거를 처음탄다면 모든 위계가 강하게 켜져있겠지만 자전거 타는 법을 학습하면 아마 운동겉질만 미약한 수준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세 번째 혁명은 육상동물의 탄생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뇌는 더욱 진화시켜 세상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시스템인 새겉질을 탄생시켰다. 새롭게 생겨난 aPFC는 다른 겉질들과 연합하여 세상에 대한 모델을 만들고 자신의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적극 실행한다. 이는 뇌의 강력한 기능을 요구하기에 동물은 온혈동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5. 4번째 혁명

 6500만년 전 소행성이 충돌한다. 지구는 2년간 먼지에 뒤덮혔고 조류를 제외한 공룡 대부분이 멸종한다. 포유류가 생태적 지위를 차지해 크게 진화하게 된다. 인간의 직계 조상은 아프리카의 키큰 나무위에서 진화한 동물이다. 이들은 야행성에서 주행성으로 진화하였고 몸이커지며 나무에서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엄지가 발달한다. 주식은 곤충에서 과일로 바뀌었고 집단을 이뤘다. 이렇게 집단을 이루자 먹이 경쟁이 커졌고 이를 감담하기 위해 뇌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뇌의 향상과 커짐은 생태적 요구가 강요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사회적 요구가 이를 수행한다. 실제 영장류는 사회집단의 크기가 제각각인데 사회집단의 규모가 큰 영장류일수록 새겉질이 커진다. 집단생활은 이점과 비용이 있다. 이점은 먹이를 얻는 것의 수월함, 짝은 찾는 것의 수월함, 포식자에 대한 저항과 생존 등이다. 비용은 모두 모여 있기에 상호간의 경쟁과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집단생활을 하는 개체는 그 비용을 낮추기 위해 힘과 복종을 알리는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이것이 없다면 강한 개체든 약한 개체든 물리적 충돌을 하게 되고 이는 양자에게 치명적 부상이나 죽음으로 이어지는 큰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힘과 복종을 알리는 매커니즘은 송곳니를 보이거나 으르렁거리기 위협하기 등이며 복종도 시선을 회피하거나 수그리는 행동등이다. 

 포유류 계통은 4가지 생활방식을 보이는데 단독생활, 짝 결합, 하렘, 다중 수컷 생활이다. 이중 하렘과 다중수컷생활이 집단형태다. 영장류는 집단을 이루는 경우 위계를 세우지만 항상 몸집이 크게 힘이 강한 수컷이 집단의 우두머리가 되진 않는다. 영장류 집단은 소위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맹이 중요하며 지위가 높은 가문일 수록 항상 동맹을 중시하고 강한 개체와 동맹을 한 하위개체 역시 이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상대적으로 높이는게 가능하다. 

 초기 영장류는 나무의 과일을 독차지한 것을 보인다. 풍부한 열량에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정치공작을 위한 뇌크기 향상을 가져왔다. 실제 오늘날의 영장류는 하루 시간의 무려 20%를 사고활동에 투자한다. 그래서 7천만년전 초기 포유류의 뇌의 크기는 0.5g에 불과하나 1천만년전 초기 영장류의 뇌크기는 350g으로 커진다.

 초기 영장류의 뇌에는 과립이마엽새겉질(gPFC) 생겨난다. 그리고 몇몇 감각새겉질 영역을 합친 측두두정접합도 생성된다. gPFC는 자신의 성격평가, 자기와 관련된 마음 방랑등 전반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할 때 활성화한다. gPFC는 과거든 미래든 자신이 만든 시뮬레이션 외에도 의도, 느낌, 생각, 성격, 지식 등 자신을 투사하는 능력이다. 즉, 자기 성찰 능력인 것이다. aPFC가 편도체, 해마에서도 입력을 받은 것과 달리 gPFC는 오로지 aPFC에서만 입력의 대부분을 받는다. 즉, 자기 의식에 대해서 피드백을 하는 메타인지인 것이다. 

 gPFC는 이렇게aPFC와 감각 새겉질에 대한 생성모델을 구축한다. aPFC가 의도, 자유의지, 즉, 의식을 만들었다면 gPFC는 그것을 성찰하는 메타인지, 마음을 만든 것이다. 개체가 길을 가다가 왼쪽으로 도는 이유는 초기좌우대칭동물은 반사작용으로 왼쪽에서 먹이 냄새가 났기 때문으로 설명하며 초기 척추동물은 왼쪽으로 도는 것이 미래 보상을 극대화하기 때문으로 설명하며, 초기 포유류는 왼쪽에 먹이가 있으니까라고 설명하며 영장류는 내가 배가 고프고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왼쪽에 내가 예상하는 한 먹을 것이 있으니까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영장류에서 gPFC가 클수록 사회적 위계에서 그 지위가 높은 경향이 있다. 그리고 gPFC로 인해 영장류는 마음이론이 가능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시뮬레이션 하여 타인의 의도를 이해해야 사회적 위계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이론은 놀랍게도 학습에도 유용하다. 타인의 의도를 이해햐아 효율적 기술 전수가 가능하다. 상대방은 가르치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행동을 하는데 이중에서 그의 의도를 파악해야 가르치고자 하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습자가 오랜 시간 집중을 가능하게 하며 가르치는 자 역시 마음이론을 통해 학습자가 모르는 부분을 잡아내고 이것에 집중할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마음이론은 초기 영장류의 정치공작을 위해 주로 사용되었지만 모방학습으로 기능이 확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장류는 세대를 넘어선 기술의 이전과 그 축적 및 발전이 가능해졌다. 

 4번째 혁명은 사회성으로 촉발되었다. 영장류는 집단생활을 시작했고 정치공작을 위해 뇌가 커지게 되었다. gPFC가 생성되어 개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는 고도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된다. 그리고 마음이론이 생겨났다. 자신에 대한 예측을 넘어서 타인에 대한 예측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정치행위가 더욱 고도화 된다. 마음이론으로 인해 영장류는 학습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기술의 세대이전도 가능하게 된다.


6. 5번째 혁명

 마지막 혁명은 언어로 촉발되었다. 인간의 언어는 동물의 의사소통과 다르다. 우선 선언적 명칭인 기호를 사용하고, 문법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언어로 인해 인간의 자신의 내적 시뮬레이션과 성찰의 결과를 전례없이 유례없이 구체적이고 유연하게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언어로 인해 뇌가 학습하는 자료의 범위가 크게 확장한다 

 학습은 사실상 초기 척추동물부터 시작한다. 초기 척추동물의 학습자료는 자신의 실제행동이었다. 그리고 초기 포유류는 시뮬레이션을 했기에 자신이 상상한 행동이 학습자료였다. 초기 영장류는 정신화가 가능하여 다른 사람의 실제 행동도 학습자료가 되었다. 이제 언어를 사용하는 초기 인류는 다른 사람의 상상한 행동마저도 학습자료가 된다. 

 

자신의 상상속에서 본 것을 공유하여 공통신화가 완성되고, 완전히 상상으로 만들어진 허구의 존재와 이야기가 전달가능하게 되었다. 공통의 신화는 직접 관계를 맺지 않는 타인도 조종 및 협력이 가능하게 하였으며 이로 인해 인간의 사회적 응집시스템과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었다. 이는 유발하라리가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에서 잘 제시한다. 언어는 정보를 응축하여 뇌에서 공간을 덜 차지하고 뇌에서 뇌로 신속하게 이를 전달한다.

 언어로 인한 학습이 가능하게 되며 아이디어가 축적되어 이를 인간의 개별 뇌에 저장하는데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4가지다. 뇌를 더 크게 하는 방법이나 이는 자연적 한계와 속도에 부딪힌다. 진화는 아주 빠르진 않다. 다음은 집단 내 인간의 역할 세분화다. 각각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존하는 사회내 전문가 집단을 형성하여 유지 발전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인구 집단이 커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개별 뇌의 수, 즉 저장장치가 늘어나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언어에 대응하는 문자를 발명하여 이를 기록 저장하는 것이다. 인간 집단은 이 4가지를 모두 사용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문자다. 실제로 문자가 없는 인구 집단의 경우 그 크기가 줄어들면 세대를 거치며 지식의 양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언어와 문자의 등장은 인류 역사의 큰 변곡점인 셈이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며 뇌가 변화했을 것이다. 브로카 영역이나 베르니케 영역이 언어와 관련이 깊어 보이나 최근의 연구는 언어가 이 지점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을 보인다. 실제 언어와 관련이 깊은 좌반구가 없이 우반구만으로 언어의 학습이 아이들의 경우 가능하며, 인구의 10%는 언어에 우뇌를 사용한다. 즉, 언어는 뇌의 특정 영역에도 의지하나 전반적으로 관련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보인다. 

 1천만년 전까지 아프리카는 빽빽한 밀림으로 풍요로웠다. 그러다 지각변동으로 동아프리카 지구대가 생겨나며 서와 동이 분리된다. 서는 이전의 환경을 유지했으나 동쪽은 건조해져서 밀림이 사바나로 변한다. 여기서 침팬지와 우리의 조상이 분기한다. 서쪽은 침팬지 동쪽은 인간의 조상이 된다. 사바나가 되자 나무가 적어져 지상생활을하게 되었고 주식도 과일에서 육식을 시작한다. 초기엔 지능과 힘이 미약해 간단한 석기를 제작하여 사체를 처리했던 것을 보인다. 석기 덕에 육식동물이 남긴 사체의 골수섭취가 가능했다. 

 그러다 50만년전 호모에렉투스가 등장한다. 뇌의크기가 100만년전보다 2배 커져 더욱 정교한 석기 제작이 가능했다. 그리고 어깨와 몸통이 던지기에 적합해 침팬지보다 힘이 훨씬 약함에도 3배 속도로 투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다리가 길어지고 체모가 줄어들고 발아치가 깊어지며 오래달리기에 적합해졌다. 지구력 사냥을 한 것이다. 입과 소화관도 약화했다. 화식을 하니 씹는 것이 쉬워지고 소화시간도 짧아졌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조산을 했다. 뇌가 커지고 직립을 하니 좁아진 골반으로 아이를 낳는 것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일찍 약한 개체를 출산했고 그러다보니 부부 협력 육아가 필수였다. 이는 일부일처로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 육아도 같이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언어의 진화는 수수께끼다. 이를 부산물로 보는 진화학자도 많다. 저자는 언어가 부모 자식간의 관계에서 진화했을 것으로 본다. 집단에서 진화한 사회진화는 배신자의 등장으로 인해 설명이 어렵다. 다만 부모 자식간으로 이를 보면 혈연선택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부모자식간에서 공통관심과 원시적 대화가 생성되었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집단을 이루고 있으니 이것이 소속 사회집단으로 확장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인간의 언어는 사회집단과 매우 관련이 깊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의 70%가 타인을 평판하는 뒷담화다. 뒷담화로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타적 행위자를 보상하며 배신자와 사기꾼을 처벌한다. 언어로 인해 인간의 사회집단을 훨씬 더 커졌고 이로 인해 뇌 역시 더욱 크게 진화할 수 밖에 없었다.

 5번째 혁명에서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며 공통의 관심사 학습 대상의 확장과 학습의 용이함, 사회집단의 확장으로 인해 뇌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인간의 뇌가 6번째 혁명을 목전에 두었다고 본다. 다만 우리 뇌가 기존의 것을 유지하고 변형하면서 진화해온 만큼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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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6권]-달러전쟁, 트럼프 2.0 시대, 홍춘욱의 최소한의 경제토픽, 데이터를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는가,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 환율의 대전환

과학[11권]-저속노화 식사법, 그래서 포유류, 인간이 되다, 초가공식품, 플래닛 아쿠아, 질병은 없다,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블루머신, 매직필, 트랜스포머, 노화도 설계하는 시대가 온다

역사[3권]-한국인의 탄생, 한국인의 기원, 폴란드 역사

사회[7권]-낱낱히 파헤치는 여론 조사의 모든 것, 재앙의 지리학, 생존십, 명령에 따랐을 뿐, 붉은 인간의 최후, 혐오 사회, 지불되지 않는 사회

문학[2권]-원더풀 랜드,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인문[3권]-문학의 역사,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어떻게 죽을 것인가

경영투자[7권]-배당투자 나는 50에 은퇴했다, 왜 추세추종 전략인가, 초수익 성장주 투자, 미국주식 투자의 정석, 5년 후 10배 오를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라, 20대 의사 달물결의 미국주식투자, 5년 후 10배 오를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라

교육[3권]-교실문화혁명, 학생주도성을 돕는 프로젝트 수업, 2022개정교육과정 평가 AI로 날개를 달다

예술건축[2권]-빈센트 반고흐 영혼의 그림과 편지, 처음 만나는 국악 수업 

미래[2권]-듀얼 브레인,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지리[1권]-지리의 힘3


2025년 상반기엔 위와 같은 책들을 읽었다. 총 47권이다. 이번 상반기엔 과학과 경영, 경제책을 많이 보았다. 가장 좋았던 책 10권을 골라봤다.


10.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무한

오랜만에 채사장이 내놓은 책이다. 이전 작인 소설 소마는 실망이 많았고 전작과 같은 작품을 기대했다. 지대널얕 시리지의 마지막으로 지식을 강조하기 보다는 깨달음을 얻는 실천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그 도구, 즉 실천방법은 불교나 힌두교 등 고대동양에서 해온 방법등을 강조한다. 이 책이 세상을 바라보고 개인이 가야하는 방향에 대한 채사장의 본심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책 중 이 책이 인기나 방향면에서 가장 약할게 분명하다.


9. 트럼프 2.0시대

나는 솔직히 트럼프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치 않았고, 그가 재선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가 가장 강력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것은 다시 한 번 사실이 되었고 전 세계가 그에게 휘둘리고 있다. 그걸 예상한 책이다. 저자는 그의 재선을 예상하였고, 관세를 비롯한 트럼프의 정책과 그 실현 가능성을 타진한다. 조금 더 미리보았다면 투자 측면에서 괜찮을 수 있었던 책이다.



8. 모든 것을 전기화하라

기후 위기의 시대 여러 가지 탈탄소 방안이 제시된다. 아나바다운동, 채식주의, 수소경제, 재생에너지 등등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제어하며 희생과 공감 등 도덕적 요구와 따르지 않음에 대한 비판이 뒤따른다. 이는 반감의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전기화하고,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법안과 정책, 금융책을 만들어낸다면 이것이 가능하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재생에너지 전기 생산량을 3배로 늘이고 부족 부분을 원전과 그리드, 가정내 배터리, 약간의 수소가 분산한다면 모든 것의 전기화는 가능하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신박했다.


7. 인간의 되다

루이스 다트넷의 인류문명 3번째 작품이다. 기대가 커서인지 3번째가 가장 실망스러웠다. 전작 오리진이 너무 대단해서이기도 하다. 인류 문명을 개괄하며 전작보다는 인문학적인 부분에 집중한다. 인간 이타성, 감염병, 인구의 힘, 중독물질 등이다. 여전히 흥미롭고 깊이가 있다.





6. 무의식은 나를 어떻게 설계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항상 의식이 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대개 무의식 상태다. 이는 효율의 관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의식은 대개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을 총괄하는 상태로 에너지 소모가 크고 피곤하다. 인간은 무엇이든 익숙해지고, 숙달하면 이를 무의식으로 처리한다. 그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무의식은 서브루틴화하여 여러 개가 존재한다. 때문에 이들은 서로 교환되고, 협력도 하지만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람은 특정 결정에 망설이는 경우가 생겨난다. 무의식이 인간의 많은 부분이라면 인간의 자유의지에 기반한 사법시스템에는 새로운 함의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5. 초가공 식품

인간의 비만은 초가공식품의 등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초가공식품이 사람을 비만하게 만드는 것은 확실하다. 초가공식품은 사람의 마이크로옴을 교란하고, 영양을 거의 제공하지 않으며, 안전성 측면에서도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환경을 크게 파괴한다. 이런 측면에 세세히 다룬 책으로 정독할만 하다.




4.매직필

비만 신약이 개발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이를 복용하고 있다. 이는 GLP-1유사물질의 개발로 가능해졌다. 이것이 살을 빼게 하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도 문제다. 구토와 췌장. 신장에 대한 문제, 영양 결핍, 인간의 보상시스템 약화, 우울증의 증가 등이다. 이는 사회에 생각보다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비만 신약은 아직 사용초기로 이런 문제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저자는 자신이 이를 복용하며 느낀 점 그리고 조사하며 느낀 점을 책에 잘 담아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인 만큼 필력도 좋다.


3. 문학의 역사

문학의 역사, 정확히 말하면 유럽, 특히 영국 중심의 문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신화부터 시작하여 서사시, 비극, 소설, 시 등을 다룬다. 학교 다닐 적 역사나 문학 시간에 들어본 다양한 작품과 작가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시대상과 의미, 내용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 책에 나오는 몇몇 문장들은 제법 울림도 있다. 워낙 이런 분야에 취약하여 이 책이 채워주는 그런 부분이 좋았다.


2. 한국인의 탄생

저자의 유튜브 영상도 요즘 많아 졌다. 한국판 국화와 칼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 책이다. 한국인은 매우 근면하게 일하고 이웃을 무척 챙기면서도 증오한다. 또한 음식은 나물위주로 채식이다. 이는 한반도의 척박한 생산성에 기인한요소다. 또한 한국은 산이 많은 지라 산성위주의 방어전쟁을 한다. 이웃 국가들이 더 크고 생산력이 좋아 물량공세에서 밀리나 피해를 최소화하며 전쟁을 치루는 방식이다. 한국은 그래서 원거리 무기와 화력에 집중하며 지금의 국방체계도 그 영향을 받았다. 한국인의 민주주의 기반은 나 중심주의, 혹은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은 조선정도전의 영향을 본다.,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1. 트랜스포머

근래에 읽은 책 중 가장 어려웠다. 책은 물질대사의 방법인 크레브스 회로에서 모든 것을 찾는다. 이 방법을 통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은 에너지를 얻고, 몸을 합성해낸다. 이를 화학적으로 하나하나 설명해주는데 책의 어려운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진화는 생명의 변화를 설명하지만 그 시작은 설명하지 못하는데 저자는 이를 통해 생명이 생겨난 과정을 설명해준다. 인간의 암 발병 이유역시 크레브스를 통해 설명해낸다. 읽기 쉽진 않았지만 책을 통해 생명의 시작과 노화, 의식, 암발병 등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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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도 신정과 구정이 지나버렸다. 이젠 확실한 2025년이다. 작년에 읽은 책을 정리해본다. 작년엔 100권을 읽었다. 힘든 해였다. 직장에서 처음하는 중책을 맡았고 아버지도 돌아가셔서 이제 양친이 남아계시지 않으며, 부쩍 몸과 마음이 늙었다고 생각했던 해였다. 책은 꾸준히 읽었지만 이렇게 책을 읽어나가는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란 생각도 적잖이 들었다. 


과학[16권]-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사피엔스의 죽음, 물고기는 알고 있다, 암완치 로드맵, 

            열방약국 말기암 통합요법 상담소, 자폐스펙트럼과 하이퍼월드, 새의 감각, 

            필사의 수컷 도도한 암, 나라는 착각, 지방의 역설, 도둑 맞은 집중, 익스텐드 마인드

            지금 과학,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우리는 왜 죽는가,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경제[10권]-2023 대한민국 산업지도, 바이오 대박넝쿨, 자본주의는 당연하지 않다,

            어떻게 살 것인가, 다가올 5년 미래경제를 말한다,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

            만들어진 붕괴,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기술 전쟁, 금리의 역습 

             


문학[17권]-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리스인 조르바, 막손이 두부, 비밀, 사선을 걷는 남자

            지켜야 할 세계, 아침 그리고 저녁, 보트 하우스, 생의 수레바퀴, 수용소 군도1, 저지대

            시선으로부터, 죽음의 수용소에서, 제노사이드, 채식주의자, 13계단, 건널목의 유령


교육[19권]-우리는 책 모임 하러 학교에 갑니다, 개념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대한민국 교육트렌드2023, 미래교육나침반, 

             대한민국 미래교육트렌드, 디지털 소양을 기르는 인공지능 수업 디자인, 

             교육혁명2030, 선생님 죽지 마세요, 주도성, 새로운 학교의 탄생, 

             코스페이시스 스타터, 공부하고 있다는 착각, 에듀테크의 시대, 교육이 없는 나라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평가에 확신을 더하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십대들의 중독 


사회[12권]-고통 구경하는 사회, 장하리, 축소되는 세계, 중독의 시대, 대한민국 소멸보고서, 

            가불선진국,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60년 생이 온다. 세계는왜싸우는가

            어쩌면 사회 주택, 어떤 동사의 멸종, 퀴닝 

           


인문[6권]-휴먼 에이지, 모든 것은 선을 만든다, 인류의 여정, 오늘의 베트남, 넥서스 

            팀북투로 가는 길, 


예술[4권]-난처한 동양미술이야기3,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 그림의 힘2

            좋아하는 건축가 한 명 


역사[3권]-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블랙어스, 역사와 책임


지리[7권]-지정학,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 원주, 목포,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한국 도시의 미래 


미래[3권]-AI이후의 세계, 세계미래보고서2024-2034, 트렌드 코리아2025


경영투자[3권]-나는 배당투자로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공짜로 마신다, 돈은 빅테크로 흐른다. 

                 부자아빠는 주식투자만 가르치지 않는다. 


10, 채식주의자

기념비적인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대표작이다.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책은 치밀하게 설계되어 폭력성과 비주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주인공은 여성이자 약자, 피해자로 비주체적 삶을 산다. 다만 한 계기로 폭력과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 육식, 그리고 삶을 거부하며 나아간다. 종착점이 죽음이라는 것인 인간 본연 존재가 그것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암시 같기도 하다. 주인공은 3장이 이르는 구성에서 단 한번도 소설을 풀어가는 주체화자가 되지도 못한다. 이 모든 것이 작가의 장치로 보인다. 



9. 어떤 동사의 멸종

작가 한승태의 르포성 한국 직업 실태보고서라 할 수 있다. 오래전 그의 저서 '고기로 태어나서'를 보고 크게 감명을 받았었다. 이 책도 그 못지 않다. 한국에서 식용고기나 자본의 소모품 인간이나 착취당한다는 측면에선 비슷한 신세다. 작가가 체험한 직업은 어렵고, 위험하며, 사람의 생을 갉아먹지만 이 마저도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겐 소중하다. 이젠 미래사회의 인공지능과 로봇이 이것마저 위험하다. 언젠가 이런 시대마저 그 때가 좋았지 할런지도 모를 일이다.


8. 사피엔스의 죽음

죽음에 대한 두 남자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책이다. 죽음은 개체에겐 불행이나 진화에선 필수 요소다. 이전 개체는 진화를 위해 번식까지만 생존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유전자는 생존기계가 번식이 가능한 시점과 양육을 위한 시기까지만 살아남게 설계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진화적 고찰이다. 딱딱한 과학책이 싫다면 진화와 죽음, 생명에 대해 가볍게 접근하며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재밌다.


7. 넥서스

유발 하라리의 오랜 만의 신작이다. 과거 그의 인류 3부작 만큼 반향이 없어서 좀 아쉽다. 사람들의 실망은 약간 전작의 동어 반복 같은 느낌을 받는 것과 딱히 이렇다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서인 듯 하다. 나도 이전 만큼의 인상을 받진 못했으나 인공지능에 대한 그의 걱정과 통제방법, 역사를 고찰하면서 견제장치가 있는 분산된 네트워크형 민주주의가 아직까진 인간이 가진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도 부정하긴 어렵다. 난 그래도 이 책을 추천한다.


6. 새의 감각
동물은 자신들의 감각체계에 따라 세계를 구성한다. 인간의 감각세계와 세계에 대한 이해는 철저히 가시광선과 가청범위에 따라 결정된다. 그것은 새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래서 책은 새의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자기력 감각에 대해서 다룬다. 새에 대한 많은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최고라는 오만함과 그들과 우리의 유사상과 차이점을 알기 위해서라도 이런책은 꾸준히 봐야 한다.


5. 물고기는 알고 있다
인간은 물고기를 단순히 먹이 취급하지만 이들은 유구한 진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시각체계 등을 갖고 있다. 이들 역시 통증을 느끼고, 다양한 사회관계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물고기는 생각보다 인지능력과 기억이 우수하며 무리짓기를 하며 집단 행동을 한다. 책은 이런 물고기에 대한 재미난 사실을 늘어놓고 이들의 우수성을 역설하며 인도적 대우를 주장한다. 

4. 어떻게 살 것인가
제목만 보면 마치 철학책 같지만 철저한 실용서다. 한국인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인 만큼 이것의 취득과 사용이 무척 중요하다. 향후 인구구조와 청년 계층의 어려움으로 한국의 부동산을 암울하게 전망한다. 집값을 수요와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많은 투기 세력이 공급이고, 집을 사고자 하는 욕망과 실질적 필요가 수요가 된다. 이에 따른 집값의 변화를 잘 분석했다. 얇은 책이지만 많이 배운 책이다.

3. 블랙 어스

역시 사 놓고 오래 쟁여놓다 해결한 책이다. 생각보다 읽기 힘들었고 두께도 제법이다. 2차대전을 일으키고 학살을 자행한 히틀러에 대한 생각을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2차 대전 동유럽에서 일어난 학살과 현지인의 협조에 대한 생각도 우수했다. 해당지역이 무정부상태이고 한 번 다른 국가에 의해 점령된 적이 있다는 배경은 학살의 협조를 가속화 했다. 이를 독일과 다른 나라와의 관계, 독일이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관련시켜 총체적으로 잘 분석 망라한 책이다. 다만 생각보다 어려우며 2차 대전에 대한 배경지식과 유럽 지도 정도는 보지 않고도 떠올릴 수 있어야 그나마 읽기가 쉽다.


2. 도둑맞은 집중력

이 책은 단순히 디지털을 비판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논의는 훨씬 깊었다. 현대 사회 인간은 디지털에 의해 사유와 이성을 사실상 읽은 상태다. 플랫폼이 이걸 강화했고 선진국 사람들의 생활기반을 빼앗아버린 신자유주의가 그 기반을 만들었다. 정보는 너무 빠르게 흘러 사람들이 생각과 확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영상과 숏트에 의존하는 건지 모른다. 우리 사회와 세계를 위해 인간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집중력을 회복할 시점이다. 우리에겐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1. 익스텐드 마인드

제목처럼 확장된 마음이다. 인간의 뇌는 단단한 두 개골에 갇혀 있지만 신경이 연결된 감각을 통해 세계와 연결되며 상호작용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뇌와 학습, 발달, 성장은 내적인 측면에서는 인간의 말이나 행동, 몸짓과 관련하며 환경과 관련해서는 자연, 인문, 인지 공간과 관련하며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모방대상과 협업, 동기화와 관련한다는 책이다. 과학, 인문, 교육, 사회, 예술 모든 측면에서 많은 함의를 주는 책으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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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5-06-17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좋은 책 만나기 넘 쉽지 않은데
좋은 책 추천 넘 감사합니다. ^^

닷슈 2025-06-30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네요. 글 좀 자주 써주십시오.
 







 

 루이스 다트넬의 신작 '인간이 되다'가 출간했다. 전작 '오리진'을 워낙 감명 깊게 본지라 이번 저서도 적잖게 기대가 되었다. '인간이 되다'를 보며 알게 되었는데 루이스 다트넬은 인류 문명 3부작으로 이 책들을 진행했다고 한다. 첫 작은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지식', 두번째가 오리진, 세 번째가 인간이 되다 순이다. 오리진은 동아프리카 지구대와 지구의 자연지리 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진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물질, 환경, 지리면에 초점을 두었다면 '인간이 되다'는 인간 자체의 문화의 심리에 대해 중점을 두었다. 


1. 인간 이타성의 진화, 독재자의 출현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인간이 이기적이라 생각하지만 인간은 존재 자체가 협력적이다. 세포의 연합을 이루어 다세포 상태로 서로 분화하고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을 이루고 있고, 그 세포 안에서는 미토콘드리아와 같이 공생한는 상태며, 같이 한 몸이 아니어도 장속과 온몸에 세균과 소화 및 다른 여타과정에서 협력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사람과도 매우 협력적이며 타고나게 선하다. 이런 면을 강조한 책은 '협력의 유전자', '휴먼 카인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등이다. 

 '인간이 되다'에서도 사람의 이런 협력적 진화를 강조한다. 인간의 협력을 위해서 두 가지 심리가 진화했다. 공격성의 감소, 유례없는 수준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성의 발달이다. 공격성은 반응성 공격성과 주도성 공격성이 있다. 반응성은 위협에 대응하는 본능 같은 것이며 주도성은 충동과 감정이 아닌 사전에 계획하는 공격이다. 인간은 전자는 크게 줄이고 후자는 더욱 정교화시켰다. 

 실제로 다른 영장류들은 제법 평화로운 보노보까지 쳐도 인간에 비해 물리적 공격빈도가 100배에 이른다. 서로 이렇게 공격적이니 협력이 될리 만무하다. 그래서 인간은 수렵사회에서도 대개 평등하고 독재적 알파나 서열 싸움이 거의 없다. 그리고 인간이 발전시킨 협력성과 도구는 압도적 독재자의 출현을 상당히 오랜 시간 견제했다. 인간은 서로 협력하여 2인자 및 다른 약한 무리가 협력하여 손쉽게 1인자를 제거한다. 또한 인간은 도구로 무기가 있기에 제법 강한 일인자더라도 멀리서 여럿이 원거리 무기를 사용해 손쉽게 제압할 수 있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에서 개인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물리적 힘이 아닌 사회적 관계망에 힘과 관대함, 협조를 기반으로 쌓은 명성, 즉 평판이 되었다. 그래서 초기 수렵채집사회의 우두머리나 지도자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항상 나누고 평판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하지만 농업의 발전과 초기 문명이 출현하면서 독재자가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수렵사회에서는 음식의 저장이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항상 이동했기에 저장하더라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매우 번거로웠다. 하지만 농경은 잉여생산물을 발생시켰고 양곡은 저장이 용이했다. 때문에 나누는 것보다 저장을 하고 축적과 배분에 관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세습을 하여 부가 축적되어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특권층이 생겨나고 사회가 계급화되었다. 

 또한 금속기술의 발전이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과거 석기와 나무가 무기일 때는 누구나 무기의 재료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청동과 철기는 귀했고, 제련에 특별한 기술과 시설이 필요했다. 부가 축적된 소수가 이것을 손에 넣는 것이 가능했고 그들이 이것을 자신을 보위할 사람들에게 무기로 만들어 무장시켜 군대로 조직할 수 있었다. 

 이타성의 발전은 상호이타성에서 시작한다. 상호이타성은 친족이 아닌, 즉 유전적 연관관계가 없는 개체들끼리 서로 돕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박쥐가 굶주린 다른 박쥐를 위해 먹은 피를 게워서 전해주는 것이다. 호혜를 받은 박쥐는 이를 기억했다 다음 번에 반드시 돕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과 수렵채집 수준의 인간은 잉여를 저장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에 다 먹지 못할 남는 것을 다른 개체에게 나눠주는 것이 다음번을 위한 보험수단이자 안전장치가 되었다.

 다음 단계는 간접적 호혜성이다. 사회가 커지면 내가 호혜를 베푼 개체를 기억하기도 다시 만나기도 어렵다. 때문에 간접적 호혜성은 내가 다른 개체를 돕고, 도움 받은 개체는 또 다른 개체를 도와서 사회 전체가 항상 다른 개체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이다. 이 경우 내가 도움 받을 만한 개체인지가 중요하다. 이것이 평판이다. 그리고 평판이 가능하려면 다른 사람에 의한 뒷담화와 목격이 필요하다. 또한 무임승차자나 사기꾼을 처벌하기 위한 이타적 처벌도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은 공정하지 못한 것, 사기에 대해 매우 불관용적이며 민감하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며 목격과 뒷담화에 의한 평판도 쉽지 않아졌다. 그 다음 단계가 종교적 계율이나 신, 성문법이다. 특히 성문법은 제도화된 평판 체계라 할 수 있다. 오늘 날에는 P2P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사람들은 다시금 낯선 사람들 간의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평판제도를 리뷰 및 별점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2. 감염병


 





 

 지구상의 수많은 미생물 중 인간을 감염시키는 것은 1128종이다. 50%가 세균, 20%는 바이러스, 10%는 균류와 기생성 원생동물이고 나머지 287종은 기생충이다. 병원성 미생물 중 60%는 인수감염능력이 있다. 인간은 농경을 시작하면서 같이 모여 살고, 가축을 키우게 되었는데 이는 감염병의 창궐과 발생을 불러왔다. 동물과 오랜 시간 같이 하다보니 동물의 감염병이 인수감염병으로 진화하였고 또 모여 살기에 더 잘 전파되었다. 

 감염병의 역사에는 인간을 대량으로 살상한 감염병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농경의 배신'에서는 농경이 인간을 절멸시킨 하나의 원인으로 감염병의 창궐을 꼽았고, '한국인의 기원'에서는 지구 기후의 한랭하는 생산성과 영양상태를 악화시켜 감염병의 창궐로 사회를 붕괴시키고 이동을 촉진했음을 주장한다. 

 감염병 중 말리라이는 원래 사하라 이남의 풍토병이고 황열병은 아메리카의 토착병이다. 황열병은 초기 고열과 근육통, 두통, 간과 신장을 손상시켜서 치사율이 매우 높다. 감염병은 인간의 역사에서 생각보다 많이 다뤄지지 않지만 그 영향은 생각보다 절대적이다.

 미국은 영국과 독립전쟁을 하면서 초창기 매우 불리했다. 개전 2년간 승전이 없었을 정도다. 영국은 당시 세계 최강국이었고 병력을 정예병이었다. 미국은 2년만인 1777년 10월 뉴욕주 새러토가에서 처음 승리했는데 이로 인해 전황이 뒤집협 유럽의 각국이 영국을 견제하고자 미국에 협력하면서 전세가 기울 수 있었다. 

 영국은 미 남부에서 고전했다. 미 남부는 아열대 기후로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창궐하는 곳이다. 당시 말라리아 약인 기나나무 껍질이 알려져 있었지만 영국은 인도에서 이를 상당 수 소진했다. 반면 미국은 충분히 보유하고 있었고, 이미 미 이민자들이 세대를 거치며 남부의 질병에 적응한 상태였다. 때문에 남부에서의 승리는 미국이 독립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된다.

 히스파이올라 섬은 카리브해에서 쿠바 다음으로 큰 섬으로 지금의 아이티다. 프랑스가 여기에 식민지를 건설했고 1775년 세계 커피의 50%, 설탕, 목화와 담배, 코코아, 인디고를 수출한 경제의 중심지였다. 열대의 고된 노동으로 50만의 흑인 노예를 유지했고 노예 손실도 많아 매년 3만을 보충해야 했다. 1791년 노예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영국은 이에 불안을 느껴 2만 3천병력을 파병했으나 무려 60%가 황열병과 말라리아로 사망한다. 

 노예출신 투생 투베르튀르가 생도맹그, 즉 아이티를 흑인 독립국가로 선포한다. 180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경제의 중심지를 되찾고자 2만 5천 병사를 파병한다. 최정예인 이들은 지도자 투베르튀르를 생포하고 승기를 잡았으나 적들이 내륙으로 숨어 게릴라전을 펼치자 결국 감염병을 당해내지 못하고 1/3의 병력이 감염되고 많다. 이후 지속된 전쟁에서 프랑스는 무려 5만의 병력을 병으로 잃게 된다. 

 원래 나폴레옹은 아이티를 되찾고 이를 거점으로 경제력을 회복하여 루이지애나주를 경영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감염병으로 인해 실패함으로써 식민지를 정리하고 유럽의 경영에 전념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다. 그래서 신생국 미국에 루이지애나를 판매하게 된다. 여러모로 미국은 감염병에 상당히 신세지게 된 셈이다. 

 유럽인들은 오랫동안 아프리카에 접근했고 침투하려 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감염병이 워낙 드세 해안의 좁은 범위에만 거주했고 케이프타운 지역 정도에만 거주가 가능했다. 때문에 오랜 흑인 노예무역도 아프리카 자체 집단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19세기들어 말라리아를 막는 키니네가 보급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키니네는 매우 써서 설탕을 탄 탄산수에 녹여 먹었는데 이것이 인디언 토닉 워터로 진토닉 칵테일의 근원이다. 1880년대에 이르러 네덜란드 인들이 인도네시아에서 고품질의 열나무 껍질을 대량생산하면서 키니네의 가격이 크게 하락하였는데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전대륙 침탈 및 식민지화가 본격화하였다. 

 감염병의 확산에는 교역과 전쟁도 크게 한몫한다. 전쟁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병사들이 더럽게 비위생적인 곳에 모여 살았고, 영양상태와 부상으로 감염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들은 또한 처음 보는 먼지역에 가서 감염병에 걸리고 전쟁 후에는 귀국하여 자기 지역에 이를 퍼뜨리게 된다. 항생제가 생기기전 대부분의 전쟁에서 전사자는 대개 전투보다는 감염병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1850년 크림 전쟁에서 영국군은 전투보다 이질과 발진티푸스로 사망한 병사가 1배나 더 많았다. 17세기 전반 신성로마제국의 30년 전쟁에서 군인 사상자는 50만이었는데 이중 66%가 질병으로 사망했다. 

 기원전 1000년 경 유라시아 문명들은 높은 인구 밀도와 교역망을 세웠는데 감염병도 같이 전파되었다. 아테네 역병이 그것이다. 로마의 전성기에 로마의 인구는 100만이었다. 하지만 165년 파르티아와 싸우던 로마군에 안토니우스 역병이 전파된다. 이 병은 잘 닦여진 로마의 도로와 교역로를 따라 전파되어 로마 인구의 10-30%를 죽게 만들었다. 249년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에디오피아에서 발생한다. 이 역시 로마 전체에 퍼지게 되었고 로마 전체인구의 1/3인 500만이 사망하게 된다. 이 당시는 로마의 위기였고 대량 사망과 사회혼란으로 정치혼란과 금융시스템이 붕괴하고 기독교 전파의 결정적 계기기 된다. 동로마의 유스티니아누스 대제는 제2의 전성기를 마련하고 로마 제국의 영토 대부분을 수복한다. 하지만 541년 가래톳 페스트가 창궐한다. 창궐 2년만에 동로마 콘스탄티노플의 인구 절반 가까이가 사망한다. 그리고 동로마 전지역에서 무려 2천만에서 5천만의 인구가 죽는다. 동로마 인구의 인구 격감으로 경제불안과 세수가 감소하였고 심지어 군인 봉급을 크게 삭감해 반란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국방력의 약화로 동로마 제국의 전성기는 오래 가지 못했으며 동로마와 라이벌인 사산조 페르시아가 감염병으로 쇠퇴한 틈을 마호메드의 이슬람 세력이 차지하게 된다. 

 1346년 흑해의 카파를 포위한 몽골군은 페스트로 죽인 시체를 투석기로 날리는 최초의 생물학전을 수행한다. 1347년 유럽 시칠리아에 페스트가 처음 도착하였고 피렌체 수민은 60%가 사망한다. 흑사병은 1353년까지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인구의 1/3에서 1/2를 사망하게 한다. 5천만에서 1억 수준인데 향후 인구회복에는 무려 200년이 걸리게 된다 .노동력의 급감으로 농민과 장인의 권한은 크게 강화되었고 이로 인해 중세봉건제가 붕괴한다. 땅값의 하락으로 농민은 땅을 구매하게 되었고 임금증가로 삶의 질이 개선되고 불평등이 감소하였다. 봉건제에서는 토지를 농민이 사용하는 대가로 노동력을 제공하였지만 흑사병 이후로는 임금노동과 지대지불의 현대적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또한 인구 감소로 인해 양곡에 여유가 생기면서 주식작물만 재배하던 것에서 다양한 농산물재배로 변화하게 된다. 또한 인구 부양을 위해 거의 모든 토지가 경작지였지만 목초지로 일부를 돌리는 것이 가능하였고 이는 모직산업을 발전시켜 영국의 경우 나라 자체를 크게 변화시키게 된다. 

 천연두는 아메라카 대륙을 절멸시켰다. 유럽인 토착 전 아메리카의 인구는 5500만에서 6천만으로 추정되지만 천연두의 창궐 이후인 1600년에는 500만 수준으로 줄어든다. 90%가 사망한 것이다. 추정이긴 하지만 이런 아메리카 토착민의 절멸로 인해 대륙의 경작지 상당수가 초지로 돌아가 대기중의 이산화 탄소 흡수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온실효과가 낮아져 17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소빙기가 도래한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1918년 미국 캔자스 주의 한 육군 병원에서 스페인 독감이 처음 보고 된다. 일반 독감의 10배 치명률이었고 사망W곡선을 보여 20-40대에게도 병이 치명적이었다. 면역계에 과잉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독감 팬데믹은 당시 세계인구의 1/3인 5억명을 감염시켰고 이중 5천만에서 1억이 사망했다. 1차 대전 당시 독일 군은 서부와 동부전선에서 싸우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으로 동부전선의 병력을 서부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독일에 독감이 퍼져 상당수 병력이 감염되어 전투를 원활히 수행할 수 없었다. 감염병이 패퇴의 한 원인인 셈이다. 인도도 스페인 독감으로 무려 1200만에서 1800만이 사망한다. 당시 1차 대전 중이라 영국은 인도의 병력과 식량을 모두 동원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영양 불량을 일으켜 감염병을 더욱 확대시켰다. 전후 인도인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항의하고 자치권을 얻어내려 했으나 영국은 이를 거부한다 .1919년 인도 내에 대대적인 사회운동이 일어나는데 이것이 향후 인도 독립의 원천이 된다. 


3. 인구의 힘








 인구는 고대 전쟁에서 절대적 요인이다. 전쟁을 위한 보급, 물자의 보충에 인구는 절대적이다. 특히 현대전에서는 총력전이 이뤄지기에 대규모 징집과 군수공장의 운영에 전 국민이 동원된다. 때문에 책 '인구의 힘'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현대 사회에서 인구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구는 수요로 작용하기에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발전을 과학기술의 발달로만 생각하지만 경제성장을 급격이 이뤄낸 모든 나라들은 그것이 인구성장과 더불어 같이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인구가 감소하거나 쇠퇴하는 곳들은 경제적 활력이 크게 줄어든다. 

 프랑스는 1803-1812년 나폴레옹 전쟁기간 100만이 사망한다. 이런 사회적 혼란으로 출산율이 크게 감소하는데 그래서 산업혁명 당시 다른 유럽 경쟁국들이 인구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프랑스는 인구가 정체한다. 원래 중세까지 프랑스는 유럽의 최강국이었고 여기엔 인구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프랑스 인구는 유럽 인구의 25%를 차지했다. 나폴레옹때도 2800만으로 러시아 다음이었고 독일보다 10%많았고 영국보단 2배나 많았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유럽 인구가 2배 증가하는 동안 프랑스는 고작 40%증가에 그친다. 19세기 말 프랑스 인구는 4천만에 머무는데 영국은 그 사이 4배증가하여 인구에서 프랑스를 추월했고 독일은 5600만에 이른다. 결국 인구에서 뒤진 독일은 비스마르크에 패배하고 이후 독일과 영국에 계속 열세를 보이게 된다. 프랑스의 인구 정체는 나폴레옹 전쟁기도 영향을 미쳤지만 당시 평등주의를 바탕으로 장자상속제를 폐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가정은 재산의 보존을 위해 자녀의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니었으며 산업혁명의 여파로 인구가 크게 증가했을지도 모른다. 

 1차 대전도 사실상 인구싸움이었다. 전쟁을 일으킨 독일, 헝가리오스트리아제국, 오스만 제국은 2500만의 군대를 동원했지만 상대방인 연합국은 3800만명을 동원했다. 

 소련은 2차 대전에서 2600-2700만의 인구를 상실했다. 때문에 제2의 인구대국에서 2차 대전 후 젊은 남자의 부족으로 출산율이 급감한다. 러시아는 2차 대전의 영향으로 인구 부양비가 요동쳤다. 1990년 중후반에서 2000년 초반 러시아는 경기가 매우 좋았는데 이는 유가상승도 있었지만 이는 당시 인구구조로 인해 인구부양비가 급격히 적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러시아는 이제 2030년까지 인구는 급감하면서 인구부양비가 크게 증가할 예정이다. 소련은 전쟁으로 성비도 붕괴했다. 2차 대전후 성비는 0.64였는데 이로 인해 기혼 여성수가 급감하고, 이혼율은 증가했으며 나이 차가 많은 부부가 증가하고, 혼외 자녀도 늘어났다. 러시아의 성비는 이때의 여파로 지금도 0.87에 불과하다. 여성과잉으로 이혼과 혼외출산, 혼전 성관계가 지금도 많다. 

 16-19세기 대서양으로 끌려간 아프라키인은 무려 1250만에 달한다. 이 중 무려 200만에 몇달에 걸친 고된 항해로 인해 사망한다. 그외 사하라 종단 무역, 홍해 노예무역, 인도양 노예 무역으로 600만이 추가로 유출되었다. 그래서 사하라 이남의 인구는 19세기 5천만에 그쳤는데 노예 무역으로 인한 인구유출이 아니었다면 1억 정도의 인구를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예상인은 남성 노예를 선호했다. 그래서 1.8:1정도의 성비로 노예를 팔아넘겼다. 그래서 사하라 이남은 장기가 남성부족 현상에 시달렸고 전통적인 남성일을 여성이 하는 경우도 많았다. 때문에 이런 남성 유출지역들은 지금도 성평등적 문화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남성이 부족하다보니 일부 다처제가 성행하고 있으며 이는 성병의 확산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서아프리카는 에이즈 감염률이 높게 나타난다. 언급한 것처럼 풍토병으로 노예의 공급과 수급을 유럽인이 담당하지 않고 현지 부족들을 이용했다. 그렇다보니 수백년간 서로 간의 신뢰가 끊어졌고 불신의 문화가 팽배해졌다. 그리고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진출하지 못한 지역에 제도와 사회적 기반 시설을 건설하지 않았는데 이런 것들이 아프리카 지역의 미발전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 영국은 미국으로 매년 죄수를 2천명 씩 보냈다. 그것이 교도소에 보내는 것보다 경제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독립으로 곤란해지자 호주로 선회한다. 1868년까지 15만 7천명의 재소자를 보냈는데 당연히 84%가 남성이었다. 때문에 호주에 초기 심각한 성비불균형이 일어난다. 


4. 중독 물질들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도록 진화하였고 이런 행위를 할 때마다 특정 호르몬이 만족감을 주는 보상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자연계의 특정 물질들은 그것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보상호르몬을 강력하게 불러일으켜 생존과 역행하는 행동임에도 인간은 이를 강하게 추정하게 되었다. 이런 물질들을 중독물질이라 부르며 이는 상당한 경제규모를 형성했고 인간 역사를 움직였다.

 먼저 알코올이다. 알코올은 어디서나 구할 수 있기에 재료가 다를 뿐이지 인간 문명에 보편적이다. 알코올은 수인성 전염병을 일이크닌 미생물을 죽이기에 안전한 수분 섭취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알코올은 인간의 전전두엽을 억제하여 제어 기능이 느슨해져 긴장이 풀리고 불안감이, 자의식이 적어져 사람을 외향적으로 변화시킨다. 

 인간은 알코올 탈수소 효소를 사용해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다른 영장류보다 40배나 강력하다. 영장류는 오래도록 알코올 분해효소를 진화시켰는데 아마 떨어진 과일이 자연 발효된 것을 먹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효모균은 양조 과정에서 당을 분해하여 에탄올로 바꾸는데 너무 높은 알코올 농도로 인해 더 이상 성장 못할 때 까지 성장하고 이 한계가 14도다. 하지만 인간은 증류를 통해 이 농도를 넘어선다. 에탄올은 끓는 점이 78도에 불과해 술을 끓이면 에탄올이 먼저 증발하고 이를 냉각시키면 고농도의 술이 되는 것이다. 증류주는 고농도의 알코올이기에 쉽게 변질되지 않아 먼거리 수송이 가능했다 .

 럼은 16세기 브라질에서 포르투갈인이 사탕수수 즙으로 만들었다. 17세기 중엽 영국인이 바베이도스에서 설탕 재료의 부산물인 당밀로 제조하는 방법을 발견한다. 그래서 럼은 가격이 싸면서 농도가 높아 보존이 오래되어 대서양 무역의 한축을 담당하게 된다. 돈 대신 아프리카에서 럼을 주고 노예를 구입하고 그 노예를 사탕수수 농장으로 보내어 사탕수수를 재배하고, 부산물로 럼을 생산해서 다시 노예를 사오는 방식이다. 

 카페인도 인간을 중독시킨다. 세계 인구의 90%는 카페인을 섭취한다. 카페인은 커피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가공식품과 음식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커피는 튀프키예의 카흐베이서 유래한 말이다. 이탈리아로 퍼져 카페란 말이 영어의 커피가 되었다. 유럽에서 초기 커피하우스는 토론과 계몽사상의 전파에 이바지한다. 

 차와 커피에 대한 열정은 장거리 해상 교역을 촉진한다. 18세기 초까지 유럽의 커피는 모두 예멘의 것이었으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인도 제도의 식민지들에게 커피를 재배하는데 성공해 암스테르담이 커피의 수도가 된다. 이후 생도맹그에서 프랑스가 커피를 재배한다. 하지만 아이티 독립으로 농장이 황폐화하자 다음 농장은 브라질이 된다. 19세기 브라질의 커피 생산은 1822년 독립한 이후로 무려 75배나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커피는 사치품에서 대중화하게 된다.

 차는 네덜란드가 커피를 장악했기에 영국이 집중했다. 영국은 국제무역에서 잘 손상되지 않는 발효되고 산화한 홍차를 거래했다. 그리고 여기에 설탕과 우유를 들이부어 지금의 밀크티를 만들어낸다. 차도 대량생산과 수입으로 대중화한다. 영국은 중국이 차 생산을 독점하자 차나무를 빼돌려 인도 아삼 지역에서 재배하기 시작한다 .

 차는 미국의 독립과도 관련한다. 식민지 미국은 차를 수입했는데 밀거래로 네덜란드 산은 싸게 수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동인도 회사에 차 재고가 쌓이게 되자 영국의회가 차조례를 통과시킨다. 중국에서 아메리카로 차를 직접 수출하게 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를 세금 전가로 파악하여 분노하였고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난다. 영국은 메사추세츠주의 자치권을 박탈하고 보스턴항을 폐쇠하고 이로 인해 미국 독립 전쟁이 일어난다. 

 세계 인구는 매년 800만이 사망한다. 이중 15%가 흡연으로 인해 사망한다. 이게 다 유럽인이 아메리카에서 담배를 들여온 후 전 세계로 퍼뜨린 까닭이다. 영국은 담배 농장을 시도하였는데 이것이 미국의 정착으로 이어졌다. 담배는 환금 작물이었는데 이로 인해 식민지 미국이 자급 농업 경제에서 상업 농업 경제로 이행하게 된다. 상업이 성장하자 더 많은 이주민이 유입되었다. 그리고 담배는 지력을 심하게 고갈시킨다. 동부해안에서 점차 서부로 경작지를 옮길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토착민과의 갈등이 일어났고 미국은 점차 서부로 확장하게 된다. 그리고 담배는 고도의 노동집약 농업이다. 노동력이 부족했고 당연히 이를 노예 무역을 더욱 확장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사실 책 '중독의 시대'에 나온 것처럼 담배는 중독물질로 해악시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유럽에서 팽배하였다. 하지만 1차 2차 대전에서 연합국 측은 병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궐련 형태의 담배를 제공하였고 대부분이 이에 중독되어 담배가 사회적으로 해악이라는 분위기는 크게 희석되고 만다. 

 마지막으로 중독물질은 아니지만 레몬주스 부분을 정리한다. 18세기까지 유럽의 장거리 항해와 해군의 고질병은 괴혈병이었다. 비타민 부족으로 생기는 이 병의 해결방안으로 영국은 레몬주스를 고안해내었고 이런 해군의 강력함은 영국이 해상을 제패하고 나폴레옹을 패퇴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 레몬은 엉뚱하게도 시칠리아 마피아를 낳았다.

 영국의 해군 본부는 1795-1814년까지 레몬주스는 730만 리터나 수입하였는데 이 대부분이 감귤류의 주산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산이었다. 시칠리아는 당시만 해도 유럽 본토에 비해 매우 낙후하였고 심지어 19세기까지 봉건제가 유지되었다. 갑작스런 부의 유입으로 시칠리아는 근대적인 상업행정, 사법, 치안 제도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흔들리게 되었다. 특히 치안 부재로 각종 감귤 농장이 도난에 시달리게 되었고 농장주들이 생각한 방법은 토착 폭력배를 고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주객이 전도되어 폭력배들은 오히려 강제로 보호받는 것을 강제하게 되었고 이를 명목으로 막대한 보호비를 뜯어내게 되었다. 마피아는 이렇게 시칠리아에서 성장해 이탈리아 본토의 정계, 재계로 진출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가난한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은 대거 미국으로 이민하게 되었는데 이들 중 마피아도 같이 가서 미국 영화 대부의 주인공들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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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서스란 용어는 오래 전에 한국 사회를 강타한 게임스타크래프트 프로토스 종족의 본부기지 이름으로 처음 접했다. 그 후로 이 단어를 처음 보는 것 같다. 다른 종족인 저그는 생물학적 생산, 인간인 테란은 공장에서 기계적 생산이나 훈련을 하여 유닛을 공급한다. 하지만 프로토스는 개념자체가 다른데 그들은 본성에서 종족을 소환하는게 유닛 공급의 방법이다. 그래서 기지 이름이 연결점을 뜻하는 넥서스다. 

 유발하라리는 많은 책을 펴냈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다. 사람들은 그의 대표작은 사피엔스로 생각하지만 난 호모데우스로 본다. 사피엔스는 인류문명사를 독특한 시각으로 잘 조합한 책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급의 파급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피엔스는 인간의 문명사의 원동력을 종교, 민족신화, 화폐, 민주주의, 전체주의 등의 허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으로 보았다. 이런 허구를 창안하고 같이 믿는 힘이 있었기에, 가족 혈연의 소규모 집단으 넘어서 거대한 규모의 결속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협력과 응집으로 문명과 기술의 발달이 이뤄질 수 있었고 그것이 현대 국가로 뭉쳐있는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호모데우스는 그를 넘어서 막 도래한 4차산업혁명기술의 시작을 보며 인간의 미래에 대해 우려한 책이다. 역시 허구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문명사를 개관하면서도 그는 인간의 미래를 우려한다. 곧 자신들이 과거라면 신적인 존재라고 생각할 만큼 강한 힘을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이 획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허구를 통한 협력성은 강하지만 인간은 협력의 대상을 자신들이 만든 허구와 생물학적 근연성으로 쉽게 제한한다. 그래서 자신의 힘이 강해질 경우 그 파괴력을 협력을 통해 잘 제어하지 못하는데 그런 인간의 파괴잠재성이 더욱 높이기에 그의 걱정이 커진 듯 하다. 그리고 같은 논의가 좀 더 정리되어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으로 이어진다. 여기선 해결방안이 나온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것이 책 '넥서스'다. 넥서스는 언급한 것처럼 연결점을 뜻한다. 하라리의 이전 책들과 논의가 이어지는데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를 전파되기 위해서 그것들을 전달할 연결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한 때는 구어였고, 필사 문자였으며, 인쇄술을 통한 매체였고, 정보통신기술이 되었으며 곧 새로운 차원의 인공지능 컴퓨터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연결점의 변화에 따라 인류문명은 그 확장이 가능할 수 있었으며 파괴력 역시 강해질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책의 골자는 이런 인류문명사를 연결점과 그 흐름의 관점에서 다시 개관한 후, 미래에 등장할 수단에 대한 우려와 걱정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된다.  

 인간은 네트워크의 구축으로 막대한 힘을 얻을 수 있으나 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 때문에 힘을 지혜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그리고 정보는 이 네트워크를 결속시키는 접착제다. 정보는 사실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신, 마법, 이데올로기 등의 허구, 환상, 집단 망상은 모두 정보이며 이것을 연결점을 통해 퍼뜨려 인간의 집단 네트워크가 구축, 유지된다. 물론 인간 개개인은 진실을 추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대규모 인간 협력 네트워크는 반드시 환상에 의존한다. 첨단을 추구하는 과학자나 수학자, 그리고 사회의 비리를 까발리는 언론인등도 국가, 사회에 소속되고 그 체제를 부정하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순진한 정보관을 우려한다. 순진한 정보관이란 정보의 양이 충분히 많으면 결국 진실로 이어지고 지신이 다시 힘과 지혜로 이어진다는 생각이다. 이런 순진한 정보관은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을 정당화한다. 순진한 정보관은 정보를 현실을 재현하려는 시도로 본다. 물론 순진한 정보관도 오정보와 허위정보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정보가 충분히 많아지면 자연히 인간이 합리적이기에 이런 것들이 구축되어 진실에 도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보는 진실과 딱히 관련이 없다. 정보가 역사상 한 일은 실존한느 현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며 별개의 것들을 하나로 묶어서 연인이든 제국이든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즉, 정보의 결정적인 특징은 재현이 아니라 연결이 된다. 정보란 서로 다른 지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무엇이라는개 사실 더 정확한 개념일 것이다. 따라서 정보는 어떤 무언가를 알릴 필요가 없다. 실제 인간의 정보는 그런 역할을 한다. 별자리 운세라는 정보는 별에 대한 어떤 객관적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그저 연인이나 운세를 요하는 사람들을 묶을 뿐이다. 그리고 군가라는 정보 역시 군에 대한 진실을 알리지 않고 그저 군의 결속력이란걸 강화하여 네트워크의 힘을 강하게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국가나 종교의 상징 음악은 그것의 본질을 전혀 알리지 않으며 그 허구에 의해 결속된 사람들을 더욱 강하게 연결할 뿐이다. 

 물론 정보는 어느 정도 진실을 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정보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연결기능이기에 결국 정확하지 않고 완전 허구인 정보라도 네트워크 연결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것이 종교의 경전이다. 그것들은 인간과 지구 및 우주의 기원, 이주, 감염병 등에 대해 현실을 거의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억의 인간을 연결한다. 


1. 인간의 과거 연결 수단-이야기

 약 7천년 정도 전에 호모사피엔스 무리는 협력하는 전례없는 능력을 취득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허구적 이야기라는 수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실을 적당히 반영하거나 전혀 반영하지 않는 이야기를 말하고, 믿고, 감동할 수 있게 되었다. 

 역사적 지도자나 그를 따른 개인도 이야기로 연결된다. 지도자에 대한 정교한 이야기는 종교나 국가, 조직이 모두 갖고 있으며 그 구성원은 그런 이야기를 믿고 따르며 그와 연결된다. 브랜드도 특정 종류의 이야기다. 브랜드는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품질과 전혀 관련이 없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그것을 듣고 믿으면서 그 상품에 이끌린다. 그래서 이야기는 실제와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만 해도 지난 대선에서 각 후보에게 부여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 중 한 쪽을 믿으며 그 후보에 이끌려 결정을 했다. 하지만 지금시점에 그 이야기가 얼마나 호황된 거짓이었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야기는 생물학적 유대관계의 지연확장수단이다. 이야기는 낯선 사람을 서로 가족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실제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예수를 모든 인류의 부모로 묘사하여 수십억의 사람들에게 유대감을 주어 연결한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서로를 형제자매로 부르며 공동의 가족 기억을 갖게 한다. 

 이런 이야기 이전엔 두 가지 현실이 존재했다. 하나는 객관적 현실이고 다른 하나는 주관적 현실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것을 넘어서 상호주관적 현실을 창조한다. 인간이 만든 신화, 법, 신, 화폐, 제도 같은 것들이 서로가 연결되어 믿는 상호주관적 현실이다. 상호주관적 현실은 상대방이 믿지 않으면 바로 깨진다. 중세 유럽의 독실한 기독교는 그 지역에서만 의미가 있는 상호주관적 현실이며 해당국가의 건국신화도 그 나라안에서만 의미가 있다. 화폐 역시 화폐가 통용되는 지역에서만 의미가 있다. 이처럼 상호주관적 현실은 서로에게 말하는 이야기 속에 존재하며 정보를 교환할 때 생겨난다. 

 이처럼 이야기는 가짜 기억을 심고 허구적 관계를 형성하고 그것이 창조한 상호주관적 현실은 창조하는 것을 통해 대규모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것은 힘의 균형을 바꾼다. 이런 이야기가 창조한 상호주관적 현실을 통해 인간은 본능적 혈연관계를 넘어서 대규모의 부족을 형성한다. 이런 부족네트워크는 전쟁, 기아 시 개인이 겪는 위험을 분산하고 최소화하여 적응도를 높이고, 기술이나 문화등도 빠르게 전파하게 한다. 

 이런 인간의 이야기는 또 다른 장점도 있다. 서로 대화를 통해 각 측이 믿는 이야기를 바꾸거나 쌍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어 분쟁을 피하고 평화를 지킬 수도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게 고려거란전쟁의 서희와 소손녕의 대담이다. 서희는 이야기를 교묘하게 비틀어 고려와 송에 대해 거란이 갖고 있던 이야기를 바꾸어내어 일시적 평화를 유지하고 고려가 대비할 시간을 벌어낼 수 있었다. 

 이야기는 대개 허구이나 허구이기에 갖는 큰 이점이 두 가지 있다. 우선 허구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진실은 대체로 복잡하여 인간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진실은 고통, 불편한 경우가 많지만 허구는 편하게 짓기 나름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진실을 담은 이야기보단 허구를 담은 이야기에 더 쉽게 경도된다.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정치체제는 결국 허구에 기반한다. 하지만 어떤 체제는 자신들이 허구인 것을 알기에 그것을 인정하지만 어떤 체제는 그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양자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정치체제는 어느 정도 진실을 반영하고 그것에 맞게 수정해야 발전해나가며 나아갈 수있는데 허구를 인정하고 오류를 수정하고자 하는 쪽은 그것에 적합하다. 하지만 그런 오류가능성의 인정은 사회의 질서를 흐트리기도 한다. 때문에 인간의 정보 네트워크가 성공하려면 진실발견과 질서유지라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한다. 그래서 인간 네트워크는 역사상 두 가지 기술을 개발했다. 하나는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정보처리이며 하나는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강력한 사회질서유지를 위한 정보활동이다. 

 두 과정은 자주 충돌한다. 실제 많은 과거 인간의 네트워크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권력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한다. 과거 교회는 진화론을 부정했다. 그것의 인정은 교회의 이야기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정보네트워크의 역사는 진실로 향하는 승리의 진군이라기보다는 진실과 질서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줄타기에 가까웠으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2.인간의 과거 연결 수단-목록

 하지만 모든 네트워크는 이야기만으로 유지가 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항상 와전의 우려가 크고, 상호간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네트워크가 클수록 그 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연결수단인 목록이 필요하다. 이 목록은 정보의 저장, 수집, 처리를 위한 것이다. 목록의 문제점은 그것이인간 뇌와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 뇌는 이야기를 기억하기에 적합하다.

책 '나라는 착각'은 인간의 기억을 다룬다. 인간은 나를 구성하기 위해 기억이 필요한데 인간은 뇌의 용량한계로 사건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건을 인과적으로 일부만 축약해 재구성한 것이 이야기다. 이는 놀라운 압축기억 수단으로 인간을 이야기를 잘 구성하고, 기억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야기가 아닌 것은 관심도 끌지 못하며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것이 목록의 문제점이다. 

 하지만 문서는 인간 기억의 한계를 돌파하여 상호주관적 현실을 더욱 길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그리고 문서는 검색이라는 문제를 야기시킨다. 너무 많은 목록이 생성되다 보니 이것은 찾기 위해 검색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이런 검색의 문제를 관료제로 해결한다. 관료제는 어원자체가 책상에 의한 통치라는 뜻을 갖는다. 

 실제 관료제는 책상이 있다. 그리고 관료제는 세상을 서랍으로 나누고 어떤 문제가 어떤 서랍에 들어가는지를 파악해 검색문제를 해결한다. 현재 지금의 관료제는 업무분장을 통해 검색문제를 해결한다. 그래서 우리는 동사무소에가서 윗 팻말을 보고 자기 일이 어디 해당하는지 검색하고 일을 본다. 그리고 이 서랍을 나누는 기준 역시 상호주관적 현실이다. 관료들은 현실을 경직된 서랍으로 나누는데 급급하여 자신들의 행동이 미칠 광범위한 영향을 고려하지 못한다. 좁은 목표만 추구하는 것이다. 실제 산업부는 산업의 진흥에 주목하지 환경영향을 잘 고려하지 않으며, 시민 입장에선 폭설시 모든 도로의 눈이 치워져야 하나 관료제에 의해 나뉜 구역에 따라 어디는 제설이 되어 있고 어디는 되어 있지 않다. 그렇기에 실제 이상적으로 다양한 문제와 측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려면 관료 조직의 분업을 초월 폐기해야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이는 학문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은 철저히 학부, 학과로 나눠져 있으며 깊이 들어갈수록 자기 분야에만 천착해 다른 현실을 거의 알거나 고려하지 못한다. 

 목록의 등장 후 관료제는 신화와 더불어 대규모 네트워크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이 된다. 하지만 양자를 대하는 인간의 마음은 다르다. 신화는 이야기고 인간 본성을 자극하기에 매력적이나 관료제는 어렵고 복잡하여 의심을 사게 한다. 하여튼 관료제가 있는 네트워크 사회는 인간과 문서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존하며 문서는 인간에게 다른 종류의 문서들과 상호작용을 맺게 강요하기도 한다. 이처럼 문서가 많은 사회적 사슬을 잇는 중요한 연결수단이 되면서 문서에 상당한 힘이 부여된다. 그렇다 보니 난해한 논리를 다루는 문서를 다루는 전문가가 권력을 갖게 된다. 회계사, 행정가, 변호사 등이다. 

 관료제의 등장 후 그것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면서 사회는 더욱 견고해진다. 이야기의 허점을 이해하거 파악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복잡한 문서는 일단 문자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복잡한 체계를 이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은 관료제로 인해 정부권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것을 회피하는게 더욱 어려워졌다.  


3. 연결수단 변화와 종교

 종교는 신에게 초인적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모든 종교의 중심을 이런 초인적 정당성과 완전한 연결이 자리한다. 그래서 경전을 공부하고, 열심히 기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종교를 창시하거나 신을 자칭한 인물들인 인간이기에 모두 생물학적으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완전한 연결은 사실 이후 다른 인간들에 의해 대리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류가 생겨났다

 종교는 이 문제를 우회하기 위해 신의 전령임을 자처하는 사람을 심사하는 기관을 만든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인간으로 신의 말을 위조할 수 있고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기에 문제를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야기에서 문서로 넘어간다. 고정된 텍스트를 발명한 것이고 이게 경전이다. 책으로 인해 더 이상 인간사제들은 신의 말을 조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텍스트에도 문제는 있었다. 인간은 신을 직접 만날 수 없고, 종교창시자들도 사라졌기에 그 흔적들만 여러 책과 구전으로 남아 있는데 이중 어떤 것을 신의 말씀으로 정련하느냐였다. 그래서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의도에 의해 어떤 것들은 배제되었고 어떤 것들은 선택되어 경전의 일부가 되었다.

 문서인 경전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해석의 문제였다. 텍스트는 당연히 모든 것을 담아내지 못하며 함축적이다. 그리고 텍스트를 만들 당시와 이후의 시대사회적 환경이 매우 변모하였기에 해석의 문제가 생겨난다. 그래서 공은 다시 인간에게로 돌아간다. 결국 기관의 인간 지도자들이 이를 해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석의 제각각은 또 다른 혼란을 낳았기에 사람들은 경전을 해석한 경전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해석경전도 또 다시 해석이 필요했기에 이런 악순환을 해결되지 않고 반복될 수 밖에 없었다. 

 하여튼 경전은 탄생하였고 그 경전의 옳고 그름을 해석하는 것이 기관인 교회였으며 각 지역의 교회들은 해석의 권한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이것이 심해질 경우 종교는 분리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유대교와 기독교는 분리되었고, 기독교는 다시 동서방으로 갈렸으며 서방의 기독교는 다시 구교와 신교로 갈리게 된다. 루터와 칼뱅의 후계자들은 사람들과 경전 사이에서 오류를 범하는 인간기관의 개입을 불신했다. 그들을 그래서 오류없는 텍스트인 경전으로 돌아갔지만 결국 텍스트를 해석하고 심판하는 기관인 교회를 만든다. 같아진 셈이다. 

 중세유럽에서 경전은 큰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생산성의 미흡으로 그 자체로 귀했다. 당시 책은 필사로 생산했는데 그 속도가 매우 느렸다. 중세유럽인은 기독교가 만들어낸 강력한 정보 생태계에 갇혀 있었고 그 텍스트들이 그들의 일상생활, 생각, 감정을 빚었다. 1000년 간 필사한 책이 약 1100만부였다. 하지만 인쇄술이 개발된 46년간인 1454-1500년 사이 책은 1200만부가 발간된다.

 인쇄술은 과학혁명의 근간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인쇄술은 그것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전부는 아니다. 인쇄술은 마녀사냥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사실 중세 대부분 마녀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었다. 그러다 1420-1430년 알프스 지역의 한 성직자들이 기독교 종교와 지역전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추출한 요소들을 궁합해 마법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창안한다. 그들은 마녀를 사회의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그 결과 1428-1436년 서부 알프스 발레 지역에서 최초의 대규모 마녀사냥과 마녀 재판이 실현되었다. 1485년 하인리히 크라머가 마냐사냥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지역교회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고 그러자 '마녀의 망치'라는 책을 출간한다. 초기교회는 크라머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마녀의 망치가 인쇄술로 인해 널리 출간되고 인기를 얻자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책은 인간 마음 속의 두려움, 난교, 식인, 아동살해, 사람의 음모라는 선정적 요소가 있어 인기가 있었다. 결국 그의 명성이  높아지자 1500년 크라머는 교황의 대리인이 되고만다. 16-17세기 무려 4-5만의 사람들이 마녀로 고발되어 고문과 처형을 당한다. 사람들은 광란속에 희박한 증거로 타인을 마녀로 몰았다. 여기에는 타인의 재산에 대한 탐욕, 개인적 원한, 정치, 사회적 이득이 자리했다. 마녀라 자백하면 즉각 처형을 당했고 부인하면 자백할때까지 혹독한 고문을 당했다. 어떻게든 죽는 셈인데 그리되면 그의 재산은 고발자, 처형자, 성직자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후 수백년 간 마녀는 확고한 상호주관적 현실로 자리한다. 관련된 허위 정보가 넘쳐나게 되어서 모든 사람들이 이 정보를 환상으로 치부하기 매우 어려워졌다. 실제 마녀는 존재하지도 본 사람도 없는데도 말이다. 


4. 자정기관과 과학기술

 마녀의 경우는 정보 연결 수단의 발달로 정보의 양과 유통속도가 많아지면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순진한 정보관으로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이 스스로 오류를 찾아내어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신화에 가깝다. 진실이 승리하려면 반드시 균형추를 진실 쪽으로 기울일 수 있는 큐레이션 기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기관이 존재한 것이 과학분야다.

 근대 초기 유럽에는 그런 큐레이션 기관과 토대가 있었다. 과학혁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큐레이션 기관들은 대학 안팎의 학자들과 연구자들을 연결하여 유럽전체, 세계를 잇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과학기관의 권위는 무오류가 아니라 바로 기관자체의 오류를 찾아내 고치는 강력한 자정장치에서 나온다. 

 물론 과학도 오류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다수의 연구에 의해 정설로 정해진 패러다임은 상당한 권위와 저항을 갖는다. 때문에 오류, 즉 새로운 학설을 찾아낸 사람의 이론은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진화론이나 판구조론, 양자역학은 당대 최고의 권위자들에 거부되었고 상당시간 조롱받았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그것이 지지받기 시작하면 기존의 패러다임은 부서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잘 드러낸 책이 그 유명한 '과학혁명의 구조'다.

 과학은 이처럼 무오류성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오류를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데서 시작한다. 과학기관은 종교나 다른 기관과는 다르게 중대한 실수나 오류가 일어나는 경우 기관의 책임을 기꺼이 시인하고 수정한다. 


5. 전체주의 네트워크와 민주주의 네트워크

 인간의 정치체제는 근대에서 현대에 이르로 크게 민주정치체제와 전체주의정치체제로 구분된다. 민주국가는 왕정이든, 공화정이든 시민의 인권과 민주적 질서를 보장하는 체제이고 전체주의는 파시즘이든 독재국가든 일인이나 소수에 정치권력체제가 집중된 체제다. 그리고 이들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갖는다.

 전체주의의 네트워크는 독재적 정보네트워크로 고도로 집중화되어 있다. 중앙에 무제한적 권력이 있고, 모든 정보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중앙으로 몰려든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무오류성이 자리한다. 실제로 오류가 발생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며 중앙의 결정에 도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독립적인 권력 허브를 위협으로 간주하여 무력화한다. 그래서 독재정보네트워크는 강력한 자정장치가 없는 중앙 집중화한 정보 네트워크다.

 반면 민주주의는 강력한 자정장치가 있는 분산된 정보 네트워크다. 민주주의 네트워크는 오류의 가능성을 인정한다. 그래서 선거와 언론의 자유, 3권 분립이 실행된다. 민주정부는 의료, 교육, 복지, 치안, 군사등의 사업을 실행한다. 하지만 이들이 국민의 삶에 필요이상 개입하려면 반드시 적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계엄의 요건과 절차가 엄격한 것이다. 

 독재는 중앙정부 허브가 모든 것을 지시하는 네트워크이며 민주주의는 다양한 정보 사이의 노트가 지속적인 대화를 하는 네트워크다. 민주주의는 다수가 인기 없는 소수를 죽이기로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며 중앙권력에 제한이 있다. 그래서 강압적인 정치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전복시키기 위해 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자정장치의 공격이다. 여기에는 언론과 법원, 국회 등의 다른 권력기관들이 해당한다. 그래서 전두환 계엄군이 언론과 법원, 국회의 장악부터 시작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전복한 지도자들은 희안하게도 선거는 폐지하지 않는다. 사실상 모든 것을 장악한 상태에서 의례적으로 그것을 남겨두어 자신의 정치권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북한, 러시아에서도 선거는 이뤄진다. 그들은 선거에서 일단 승리하면 무제한적 권력을 얻었다고 생각하며 정부권력을 어떤 식으로든 견제하려는 시도를 비민주적으로 본다. 

 민주주의는 대개 다수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진 않는다. 모두가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배앗길 수 없는 특정 자유들을 모두에게 보장한다. 그것은 두 가지로 인권과 시민권이다. 인권은 생명권, 노동권, 사생활, 이동, 종교의 자유등이다. 시민권은 선거권, 언론출판학문의 자유, 정치적 자유 등이다. 이 인권과 시민권 모두 상호주관적 현실이다. 그리고 선거는 진실을 밝히는 방법이 아니라 그저 상충되는 욕구들을 조정하여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그래서 선거는 민주 정부 뿐만 아니라 독재정부도 낳는다. 

 그래도 선거는 오류를 수정하는 중요한 수단이기에 민주정부는 선거에서 진실의 왜곡과 숨김을 없애려한다. 그리고 진실의 보장방법으로 학술기관, 언론, 사법부의 자정기능,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독립적 기관을 여럿두어 견제하게 한다. 


6. 포퓰리스트의 등장

하지만 이런 민주국가에서도 최근 포퓰리스트들이 등장해 정권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주료 권력기관은 대개 거대 관료조직이다. 사람들은 의회, 법원, 신문, 대학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포퓰리스트들은 이점을 파고들어 이런 기관들이 국민을 속이고 음모를 꾸며 권력을 차지하는 집단이라고 공격한다. 이들은 민중을 호도해 이런 자정기관을 해체한 후 권력을 독점하려고 한다. 포퓰리스트들은 정당한 정치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함녀서도 한 정당이나 한 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견제를 용서하지 않는 모순된 결론에 도달한다. 

 그들은 자신만이 정당하고 국민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에 나머지는 모두 불순세력, 반국가세력이 된다. 그래서 국민으로 하여금 그런 국민의 적들이 국민을 속여 거짓 투표를 하게 했다고 믿는다. 그들은 진짜 국민은 하나의 의사를 갖고 있으며 그 의사를 대변하는 것도 오직 자기뿐이라 생각한다. 반대세력이 자신 못지 않은 지지와 세력을 갖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포퓰리즘은 국민의 힘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민주주의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독재정권의 수립으로 귀결된다. 

 이처럼 포퓰리스트는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세계 각국에서 먹히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터키의 에르도안, 브라질의 보우소나르, 필리핀 마르쿠스 등이 그렇다. 이런 이유는 포퓰리즘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은 모든 상호작용을 건력투쟁으로 환원하여 아무리 복잡한 사건에 대해서도 쉬운 해석을 제공한다. 또한 이런 권력투쟁 해석은 완전한 설명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7.연결수단 편천과 네트워크의 변화

 과거 석기민주주의시대에는 선거, 법원, 언론 같은 자정장치가 없었다. 하지만 정보네트워크가 분산되어 있어 자체 자정기회가 충분했다. 무리가 수십에서 수백에 불과해 모든 구성원이 정보를 공유했다. 최고 지도자는 있어도 매우 제한적 권력을 가졌고 이렇다할 경제수단도 갖지 못했다. 

 하지만 농업혁명으로 문자가 발명되며 관료조직이 등장한다. 정보흐름을 중앙에 집중시키기는 쉬운 반면 민주적 대화는 유지되지 않았다. 전제군주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관료와 기록생산소, 상비군에 의존해 주요 경제적 자원과 소유권, 세금, 외교, 정치, 정보를 독점한다. 

 민주적 대화에는 조건이 있다. 우선 대화를 나눌 사람이 가청 범위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대화 당사자들이 주제에 대해서 기초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현대국가는 이를 언론과 교육이 담당한다. 그리고 작은 석기 사회는 언론과 교육이 없어도 사회가 작아서 이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농경제국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사람은 많고 영역은 넓으며 문해력은 낮았다. 하지만 대규모 농경제국 네트워크 연결에 제한이 있었기에 중앙은 전제적이었지만 네트워크가 잘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선 민주적 관리가 가능하기도 했다. 

 그리고 인쇄술이 등장하자 1567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1579년 네덜란드 공화국의 실현이 가능했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은 왕을 선출하고, 선출직 의회가 법률을 승인하고 지지했다. 세금, 외교에 관해서는 왕의 제안을 거부할 수도 있었다. 시민은 종교집회의 자유가 있었다. 하지만 규모가 방대하여 붕괴한다. 반면 소규모의 네덜란드는 지역이 긴밀히 연결하여, 더 나은 정보, 의사소통, 교육시스템이 있었고 정기신문을 발간해 전국에 유통했다. 신문은 정기 발행 소책자로 강한 자정기능을 갖는다. 

 신문은 정보에 밝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대중을 탄생시킨다. 신문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해 신문 편찬자가 정치지도자가 되기도 했다. 신문은 저지대의 연합, 브리튼 제도 연합 왕국, 미국같은 근대 초기 민주국가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당시 신문은 가판대도 없고, 말로 배송하여 이동속도가 느렸고, 연간 구독료가 웬만한 노동자의 주급과 비슷할 정도로 비쌌다. 

 19-20세기 들어 산업혁명으로 전신, 전화, 텔레비전, 라디오, 기차, 증기선, 비행기 등 새로운 통신 운송 기술이 잇따라 등장하며 대중매체의 힘이 크게 강화한다. 전파 속도의 증가로 20세기 중반 대규모의 인구가 흩어진 상태에서 서로 연결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런 현대의 정보기술은 민주국가뿐만 아니라 전체주의 정권도 출현시킨다. 

 과거의 독재자들은 제국 전체의 주민 통제가 불가능했다. 자신 주변과 군을 통제하는 것이 전부이고 중요했다. 전체주의 체제는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여 정권을 유지하고 독립적인 정보 채널을 경계한다. 전체주의 정권의 신조는 사람들이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곳에 반드시 정권의 감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래서 대규모의 정부군과 전국적인 당조직, 비밀경찰등을 마련한다.

 중앙집중한 전체주의 네트워크는 극도로 질서정연하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리고 소수가 결정하기에 결정이 신속하며 가차 없다. 하지만 네트워크 내에서 일어난 나쁜 소식을 두려워서 상관에게 숨기거나 공식채널을 막는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그렇다. 그리고 이들은 사람들을 숙청의 공포로 물아넣어 몰개성한 비주체로 만든다. 스탈린은 정권을 잡고 나서 초기에 주체적인 장교들을 모두 숙청했는데 그 결과 2차 대전 초기 소련은 참패한다. 군의 주도성과 개성이 사라졌고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숙청을 당할 것을 걱정한 장교들이 부적절한 상부의 명령만을 따랐기 때문이다. 참패 후 스탈린을 깨달음을 얻고 군의 주도성을 회복하고 서방과 동맹한다. 물론 이후엔 다시 숙청이 따랐다. 

 1960년이 되자 서구와 소비에트는 대조적 길을 걷는다. 당시 민주주의 진영은 혼란에 빠진다. 정보의 자유가 확산하고 각종 검열과 차별이 완화하면서 사회 전반에서 욕구가 분출했기 때문이다. 소외 집단이 더 쉽게 조직하고 공론장에 참여하며 정치적 요구를 하였다. 그 결과 사회질서를 크게 흔들린다. 하지만 소비에트 진영은 억압으로 질서정연했다. 

 그 결과 20년 후 무너진 것은 전체주의 진영이었다. 탈식민화, 세계화, 기술발전, 성역할의 변화로 급속한 경제적, 사회적, 지정학적 변화가 있었으나 고령 정치인이 가득한 모스크바는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민주주의는 역사의 승자가 되었던 것 같지만 이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1세기 들어 정보혁명이 일어나며 민주주의와 전체주의가 새로운 대결의 장을 맞이한 것이다. 


8. 컴퓨터의 발전과 미래의 네트워크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민주주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다. 이제 인간은 디지털 신화 제작자, 디지털 관료가 될 컴퓨터와 대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아이디어를 생성할 수 있다. 이는 스스로 목표를 추구하고 결정할 수 있는 단계로 이미 어느 정도 왔고 나아가고 있는데 이는 인간 역사상 네트워크의 기본 구조를 완전히 변화시키게 된다.

 지금까지 네트워크는 수단이 무엇이든 인간이 그것을 사용하는 능동적 주체로 반드시 필요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또한 컴퓨터는 점토판, 종이, 라디오와 달리 단지 연결 매체이자 수단이 아니며 자신이 스스로 네트워크의 완전한 구성원이다. 그리고 컴퓨터는 무한히 연결되고 인간보다 상호 주관적 현실을 더 잘 이해한다. 

 그리고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였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의 생성과, 과학이론, 기술도구, 정치선언문, 종교 신화까지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간은 그 동안 자신이 생성한 문화라는 고치안에 갇혀서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현상을 경험해왔다. 하지만 이 문화 자체를 컴퓨터가 생성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인간이 그 안에서 나름의 현실을 경험할 날이 가까워졌다. 

 앞으로의 미래네트워크는 인간-컴퓨터, 컴퓨터-컴퓨터 두 가지 사슬이 생겨난다. 2022년 4월 세계 외환시장 하루 평균 거래량은 하루 평균 7조 5천억 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이 거래의 70%를 컴퓨터끼리 거래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진화하는 생물이며 본질적으로 유전물질전달을 위한 생존 및 번식을 위해 포식, 섹스, 동기 간 경쟁, 삼각관계 같은 것에 집착한다.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 역시 유기적인 생화학 과정의 산물로 유전적 프로그램을 돌파할 수 없다. 하지만 컴퓨터는 전혀 다르다. 컴퓨터는 이런 한계가 없으며 진화속도도 매우 빠르다. 하라리는 컴퓨터가 초지능을 갖추고 행성규모로 확자하고 아원자 수준으로 축소되고 은하적 시공간을 넘나들 때까지 고작 수백년이면 충분하리라 보고 있다. 

 컴퓨터가 만들어낸 네트워크는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정보 대 정보 모델을 따르는 거래가 많아 질수록 정보경제는 성장하고 화폐경제는 위축되며 결국 돈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문시 된다. 많은 것들이 정보의 관점에서 값이 매겨지고 화폐의 관점에서 무효가 되면 개인과 법인의 부는 결국 그들이 보유한 화폐가 아닌 정보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은 조세 제도에 큰 타격을 준다. 세금의 목적은 부의 재분배인데 데이터 기반 경제에서는 돈에 과세할 경우 데이터로 부를 축적한 쪽은 오히려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국에서 여러 플랫폼 기업은 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지만 이렇다할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인간 지도자들은 역사상 네트워크 안의 모든 사람들을 통제하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며 그것을 분석해 패턴을 찾아야 한다. 인간에겐 그것이 불가능했지만 컴퓨터는 그것을 가장 잘 한다. 현재 인간은 선진국에서 24시간 감시되는 것이 가능하다. 사방에 깔린 cctv, 자신이 족쇄로 갖고 있는 스마트 단말기, 위성 등으로 인해 그러하다. 특히 시민들은 스마트폰에 대가까지 지불해가며 자발적 감시를 허용하고 있다. 컴퓨터의 생물학적 지식이 증가하면 인간의 신체내부감시도 진가를 발휘하가 된다. 이미 눈동자의 감시만으로 특정 사안에 대해서 그 사람의 감정과 생각을 상당부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개인을 감시하고 이는 사회신용시스템으로 연결된다. 사회신용시스템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점수로 평가하여 평점을 내고 그 것이 다시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가령 점수가 높은 사람이 보험료를 낮게 내고 취업과 진학에 유리하다면 그것은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는 인간의 사생활을 없애고 인생을 끝없는 감시와 경쟁의 전장으로 바꾸게 된다. 이런 평판 경쟁은 중요하기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진다. 인간의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네트워크의 변화는 인간 본성의 자극이다. 현존하는 앱이나 플랫폼은 사용자의 참여시간으로 부를 얻게 된다. 그렇게에 그것들의 목적인 사용자를 최대한 오래 붙잡아두게 하는 것이고 그럴만한 것을 컴퓨터는 알아내 알고리즘으로 그것을 제공한다. 

 책 '도둑 맞은 집중력'은 그것을 잘 조명한 책이다. sns알고리즘은 사용자를 오래 붙잡기 위해 가격한 내용을 우선시하여 제공한다. 그리고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은 이를 역으로 학습하여 과격한 내용을 제작한다. 기업가들은 이런 문제를 인간의 본성의 문제로 전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은 이런 플랫폼의 일정연령 이하 사용금지나 , 공공앱으로의 전환을 방법으로 이야기하기까지 한다. 

 하라리가 지적하는 미래 네트워크의 가장 큰 문제는 어쩌면 정렬 문제다. 정렬 문제란 목표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나 전술을 일치시키는 문제다. 인간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이런 정렬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 공장에서 목표를 클립 생산을 최대화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컴퓨터는 이것의 실현을 위해 세계 전지역을 점령하여 모든 자원을 클립 생산에 지중시켰다. 그 결과 클립생산은 최대화 되었지만 목표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실현이 된 셈이다.  

 이처럼 컴퓨터는 지나치게 강력하기에 정렬이 어긋날 경우 파급효과가 엄청난 문제가 있다 또한 유기체가 아니기에 인간이 마련한 방어책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고, 인간이 오정렬한 목표를 설정하는 실수를 범해도 그것을 알아차리거나 설명을 요청할 가능성도 낮다. 정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컴퓨터를 만들 대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컴퓨터가 이를 자의로 변경, 부여하지 못하게 하면 되나 목표라는 것은 자체가 함축적이고 포괄적이기에 사실상 그것이 불가능하다. 

 

9. 해결방안은

 인간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부패와 오류로부터 자유로운 무오류를 꿈꾸어왔다. 그래서 이야기를 믿지 못해 책을 만들었으나 해석의 문제가 발생해 다시 인간 기관을 만들었고 거기서 다시 오류화 해석이 필요성이 제기되는 무한악순환이 시작되었다. 

 오류는 늘 완전히 없앨 수 없기에 그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지적하는 기관의 존재가 중요하다. 때문에 미래 컴퓨터 시대에는 모든 알고리즘이 학습해야 할 첫 번째는 바로 자신이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이에 대응하는 인간이 실행하는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미래에도 네트워크의 건강을 위해 네 가지가 유지되어야 한다. 하나는 선의다. 개인의 정보가 그 개개인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분권화이며 세 번째는 상호주의로 이것은 개인에 대한 감시가 강하다면 그 개인을 감시하는 컴퓨터나 기업, 정부도 강하게 감시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감시시스템에 항상 변화와 휴식의 여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기술을 개발하든 인간은 알고리즘을 감시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할 관료기관을 유지해야 한다. 이 알고리즘 심사, 규제 기관은 분석에 그치지 않고 밝혀낸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할수 있는 이야기로 번역해 알려야 한다.

 알고리즘은 인간의 네트워크에 인간이상으로 참여하여 대화하여 공론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2022년 트위트 게시물의 20%이상이 봇이 생성한 것이다. 그리고 인간은 같은 인간의 허위정보는 비교적 허위로 잘 판정하는 반면 봇이 생성한 허위 정보는 허위로 잘 판단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알고리즘은 미래에 공론장을 지배하여 인간을 특정 방향으로 이끌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인조인간을 공론장에 투여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또한 공개토론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관리하는 일도 감독받지 않는 알고리즘에 맡기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알고리즘이 콘텐츠 선별에 사용하는 원칙도 반드시 공개해야한다. 

 그리고 국제협력도 필수적이다. 컴퓨터는 전체주의 정권에도 하나의 도전 과제다. 모든 정보와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는 전체주의 정권은 인공지능 시대에 체제가 이점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독재정권들도 정렬문제를 똑같이 겪게 되며 그들은 하나의 권력을 지나치게 신뢰하기에 그 독재의 위치를 컴퓨터가 대체할 가능성도 높다. 그렇기에 전체주의 정권의 소수 지배자들도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상당히 조심해서 인공지능을 다뤄야 한다. 

 미래는 데이터의 시대로 데이터를 장악한 데이터 제국은 사람들의 관심을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나라를 데이터 식민지로 장악할 수 도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수입된 데이터가 데이터 제국주의의 허브로 흡수되고 있으며 그들은 이 허브에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최상의 알고리즘을 생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 식민지에 수출한다. 과거 산업시대와 다르게 세계의 알고리즘은 하나의 허브에 집중될 수 있다. 그렇기에 미래 데이터 시대에는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한 나라들에게 기회가 더욱 적게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가난하기에 자국의 노동력을 디지털에 숙련된 노동력으로 바꾸기도 쉽지 않다. 

 현재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실리콘 장막을 치고 있다. 이것이 고착되면 기술 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 사회 규범, 정치구조에서도 점점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수 세기동안의 수렴의 시대에서 다시 분기의 시대로 접어든 느낌이다. 그리고 양진영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사이버전쟁일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전쟁은 철의 장막 시대의 핵전쟁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사이버 무기는 핵무기보다 용도가 사회 전방위에 사용가능할 만큼 넒다. 그리고 그 공격대상이 민과 군을 넘나들어 사실상 전체다 

 다행히 인간은 동질성이 없어도 협력이 가능하다. 때문에 어렵겠지만 양진영은 미래 정보네트워크 시대에서 인공지능을 통제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질서를 구축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는게 저자의 희망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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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4-12-10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넥서스애서 그나마 미국 민주주의가 바람직하다는 하라리의 결론에 충격받았습니다. ㅠㅠ 그래서 앞으로 AI 방향도 그쪽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