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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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하루 수백개의 얼굴을 본다. 보기 좋은 얼굴도 나쁜 얼굴도,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있을 것이다. 우린 당연하게 이 모든걸 식별한다. 하지만 이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까진 우린 인간만큼 다른 인간의 얼굴을 제대로 식별하는 도구를 갖진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비슷하면서도 매우 다르다는 것인데 이렇게 재미나면서도 특별한 얼굴에 대해 진화적 관점에서 고찰한 것이 이책이다.

 사실 인간의 얼굴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특별하지만 다른 동물들의 얼굴 자체도 매우 특별하다.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중 얼굴을 가진 것은 겨우 포유류와 절지류들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얼굴 자체는 동물들에게 매우 희귀한 기관이며 굳이 없어도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기에 사람의 얼굴은 더욱 특이하다. 대개의 포유동물의 얼굴은 털로 뒤덮여있고, 주둥이가 나왔으며, 성체가 되면서 어렸을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지는데, 인간의 얼굴은 털이 없고, 주둥이가 없으며, 이미가 넓고 평평하고 높으며, 어릴적의 얼굴 특성이 크게 바뀌지 않는 다는 특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얼굴은 어떻게 정의할까? 과거엔 방사형 대칭이나 대칭이 없는 동물도 있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동물은 대부분 좌우대칭형이다. 따라서 얼굴에도 좌우대칭의 특징이 드러나는데 우선 입이 있고, 감각기관이 좌우 대칭으로 달려 있으면 얼굴로 본다.

 그렇다면 얼굴에서 가장 먼저 생긴 기관. 혹은 얼굴의 시작은 무엇일까? 책은 그것을 입으로 보고 있다. 캄브리아기는 동물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고 진화하는데, 어떤 학자는 그 요인을 눈의 등장으로 보기도 하고, 어떤 학자는 입으로 보기도 한다. 일단 책은 입에 더 주목한다. 최초의 두개동물이고 작고 턱이 없었던 무악어류가 대충 5억년전에 등장한다. 이들의 입은 여과섭식이어서 입구조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 무악어류에서 유전자 변화, 즉 진화로 유악어류가 등장한다. 턱이 생김으로써 먹이를 더 잘 잡기 위해 이빨이 생겼고, 다른 생물들은 이에 대한 방어를 위해 갑옷을 개발한다. 하여튼 유악어류는 턱으로 인한 먹이 섭취의 효율성 증대로 매우 크게 진화한다. 그리고 충분한 영양공급은 이 생물들에게 다른 가능성으로의 접근을 가능케했다.

 바로 육지로의 진출이다. 육지로 진출한 양서류는 다리가 생기고, 표피가 변하는등 큰 변화가 있었지만 책의 주제인 얼굴엔 큰 변화가 없었다. 얼굴의 변화는 양서류에서 진화한 단궁류에서였는데 단궁류는 이궁류와는 다르게 턱 윗부분에 하나의 활모양 골질 구조물을 가져서 단궁류다. 활이 하나란 이야기다. 모양이 단순해 아래턱에 강한 근육이 붙을 수 있었고, 이로 인해 강한 턱운동이 가능했다. 이로 인해 자연히 머리뼈 전체가 강해져 두개골 구조상 머리뼈가 위로 확장될 진화가능성이 열린다. 즉, 후손들이 두뇌가 커질 생물학적 여지가 열린 것이다.

 단궁류는 턱의 단순함이 주는 강함으로 인해 머리크기 대비 입이 작아질 수 있었다. 즉, 주둥이가 작아질 여지가 생긴 것이다. 주둥이는 많은 동물들이 갖고 있는 것으로 육식동물은 먹이를 잡기위해 튀어나온 것이 매우 유리하고 초식동물의 경우 잎을 섭취하면서 가지가 가시로부터 얼굴의 주요기관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했다. 하지만 단궁류의 경우 입이 작아질 여지가 생기고 이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새끼일때 젖을 빠는데 매우 효율적으로 진화한다. 이때의 진화로 지금도 대부분의 포유류 새끼는 이유기일때 주둥이가 없다가 성체가 되면서 주둥이가 발달한다.(악어 같은 녀석들은 어릴때나 클때나 몸크기 대비 주둥이 비율이 같다) 물론 인간의 예외다.

 단궁류에서 진화한 포유류는 얼굴에서 주둥이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것에 털이 생기면서 얼굴이 털에 뒤덮힌다. 또한, 얼굴뼈와 상관없이 움직일 수 있는 얼굴근육이 생겨, 음식 섭취가 더 용이해졌고, 입술과 혀, 연구개를 이용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인간의 얼굴에 보다 근접한 것은 인간의 대충 8백만년 정도 전의 조상인 진원류다. 이들은 초기엔 매우 작았지만 진화하면서 몸체가 커졌고, 두뇌도 커졌다. 두뇌가 커지면서 눈도 커지면서 시력이 발달하는 방향으로 진화의 여지가 생겼는데, 인간이 속한 협비원류는 3원색을 구분한다. 이러한 시력의 발달은 진화상 두가지 이점이 있는데 하나는 숲속에서 잘 익은 열량 높은 과일을 발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뱀같은 잘 눈에 띄지 않는 포식자를 발견해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시력의 이점은 한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같은 동종 무리들 중 서로를 식별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이 된다는 점이다. 상당히 당연해 보이는 이 능력을 가진 동물은 인간을 포함한 유인원류와 원숭이 제외하면 개와 양, 소, 돌고래, 코끼리 정도만 갖고 있는 특수스킬이다. 하여튼 이 시력의 발달로 인간의 조상은 눈이 앞쪽으로 모이는 얼굴을 갖게 된다.

 진원류에서 호미닌이 등장하며 두뇌의 크기와 몸집은 더욱 커진다. 손이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주둥이는 더욱 퇴화하는데 손과 도구를 사용하면 튀어나온 주둥이로 먹이를 잡을 필요성이 줄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둥이의 퇴화로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는 입술은 과일을 먹는데 유리했다. 입술이 자유로워지면서 지을 수 있는 표정은 더욱 많아졌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많아짐과 더불어 얼굴의 털이 줄어들어 서로의 표정을 더욱 잘 볼수 있게 되었다. 두뇌가 발달하여 머리는 더욱 높아지고 둥글게 되었다.

 사회성이 더욱 발달하면서 서로의 식별과 얼굴 표정을 통한 상대의 감정 파악과 의사 파악이 중요해지면서 얼굴의 털은 거의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또한 표정과 몸짓 손짓과 더불어 소리를 통한 의사소통능력이 생겨나면서 언어가 발전한다. 서로를 보는 것이 중요해져 동물중에는 거의유일하게 눈에 흰자위가 생겨 상대의 시선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길들이기 효과가 더해진다. 인간은 유일하게 스스로를 길들인 동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는 인간이 가축화된 동물의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가축화된 동물은 모습이 유순하고, 새끼 시절의 모습을 성체가 되어서도 상당히 유지한다. 인간 역시 그러함 면이 상당하고 이는 얼굴에도 드러난다. 인간의 얼굴표정은 개인차는 있지만 다른 동물에 비해 상당히 유순한 편이며 성적 이형성이 적고, 어릴적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사회성 발달을 통한 문명화의 결과로 사회성을 높이고 폭력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써 얼굴엔 털이 없고, 눈동자로 상대의 시선을 알 수 있으며, 좋은 시력을 갖고 눈에 앞에 모였으며 머리는 크기 이마는 높고 평평하며, 주둥이는 전혀없고, 다양한 근육과 입을 통해 언어로 의사소통 할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이 완성된다.

 책은 여기서 더 나아가 얼굴의 미래도 예측한다. 우선 미래에 얼굴은 균질화한다. 아프리카를 떠난후 진화를 커져 어려 인종 및 민족으로 분화하면서 인간의 얼굴과 모습은 상당히 다양화되었다. 그에 따라 성적 매력인 미에 대한 기준도 상당히 달라졌는데 세계가 하나가 되는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미에 대한 기준에 일치화하고 있으며 혼혈도 상당부분 이루어지고 있따. 때문에 미래엔 지역과 관련한 얼굴의 상이성이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얼굴유전학이다. 비교적 적은 대립유전자로 얼굴은 다양성을 띨 수 있는데 아직까진 요원한 일이지만 미래에는 인간 얼굴의 차이를 드러내는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질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상학에서 말하는 얼굴과 성격의 관계, 혹은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가능한 시대가 올수도 있다.

 이 책은 무척 흥미로운 주제를 가진 책이었지만 막상 말하고자 하는것에 비해 그것을 근거하는 생물학적 진화론적 설명이 너무 많은 게 단점인 책이다. 쉽게 말해 무척어렵다는 것인데 여러 유전자 용어와 생물학적 설명이 많아 책의 이해를 상당히 방해하는 점이 있었다, 과학전문가라면 모르겠지만 교양서로선 확실히 마이너스인 부분이다. 중간 이후가 되어서야 책의 논지를 간신히 잡을 수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그부분부터 읽기를 추천한다. 앞부분은 굳이 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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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애니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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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까. 풀어나가는 형식을 보면 이야기 책 같기도 하고, 중간 중간 나오는 인간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나 사회심리학적 설명을 보면 과학책이나, 진화론 책 혹은 사회과학 책이나 심리학 책인 것 같기도하다. 아마 이 모두가 맞을 것이다. 책 소셜 애니멀은 인간은 사회속에서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해가며, 완성되어가며 인생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다. 그래서 제목이 소셜 애니멀인 것인데, 저자는 각기 매우 다른 가정에서 자라난 헤럴드와 에리카라는 두 남녀를 설정하고 그들이 자신들의 그림자 아래 서로를 만나고 부부의 연을 맺고 성공적인 사회적 삶을 영위하고 위기를 맞다가 은퇴하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는 인간을 설명하기 위한 것인데, 그래서 책은 매우 재밌는 이야기책 같으면서도 과학도서 같은 느낌을 풍긴다.

 남주 헤럴드는 백인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릴적부터 인싸로 살아왔으며 부모의 안정적 사랑아래 자라 정상적 애착관계를 형성한다. 애착관계는 인생의 전부를 결정하진 않지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애착양상은 지능지수보다  학교 성적과 높은 상관성이 보이며 수학성적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또한 42개월 아기의 부모의 양육태도로 예측한 결과 애착을 제대로 형성해 주지 못한 부모의 아이들은 무려 77%가 학업중단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안정적 애착관계를 형성한 헤럴드는 공부는 잘하지 못했어도 번뜩이는 기질과 뛰어난 상상력, 창의적인 면이 있었는데 이것이 고교때 발휘된다. 공부쪽으론 지극히 평범하던 헤럴드는 역사교사가 던진 그리스 로마시대의 영웅책을 탐독한다. 의외로 이 고리타분한 책에 헤럴드는 강한 흥미를 느끼고 교사는 관련된 다른 책도 추천한다. 이미 책을 탐독한 헤럴드에게 선생님은 의외로 다시 읽기를 권유하는데 책들을 연구하며 질적으로 변한 헤럴드에게 다시 읽기는 자신의 변화는 물론이고 책의 요점을 다시 파악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마지막 단계는 소논문 쓰기로 교사는 헤럴드에게 고대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뽑아내고 이를 고교생들의 모습에 적용하는 매우 창의적인 작업을 완수한다. 헤럴드가 이를 계기로 역사학자가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닌 결론이었다.

 반면 에리카는 멕시코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다. 아버지는 무책임했으며 어머니는 좋은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조울증상이 있어 훌륭한 돌봄과 방임을 왔다갔다 한다. 이런 환경에서 에리카의 애착은 안정적으로 형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에리카는 강한 승부욕을 가지면서도 통제력이 부족하며 반면에 멕시코와 중국계 가족들의 영향으로 대가족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자라난다. 경쟁적이면서도 좋지 못한 문화적 환경에 있던 에리카는 빈민층 지역에 생긴 아카데미란 학교에 들어가 상위문화를 습득한다. 물론 갈등도 많았다. 언어와 행동, 마인드까지 모든 것으 바꿔야 했으니 말이다. 아카데미 초기에 테니스경기에서 통제력을 보이지 못하던 에리카는 통제력도 얻는며 변해간다. 하지만 어릴적 실존적 위기감이 불러온 야망에 대한 갈망은 평생의 추동력으로 남는다. 소속되지 못했음이 주는 결핍이 소속되기 위해 더욱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하는 마음으로 변화한 것이다.

 하여튼 둘은 에리카가 설립한 회사에서 갑과 을로 만난다. 조직의 문화와 계급간 차이에 주목해 회사나 조직의 갈등을 해결해주는 회사였는데 헤럴드는 에리카의 부족한 점을 완벽히 채워주고 둘은 이성적으로 가까워져 결혼한다. 하지만 회사는 불경기를 맞아 가라앉고 헤럴드는 역사학회에 에리카는 기업에 취직한다. 조직에서 성공한 에리카는 최고경영직에 오르고 급기야는 소수인종이면서도 성공한 모델이 자신의 측근에 있기를 원한 유력 대통령 후보의 눈에 띄어 백악관에서 상무장관까지 하게 된다. 헤럴드는 여기에도 참여했고, 간간히 글을 썼다.

 둘은 아이를 낳지 않았다. 헤럴드는 원했지만 에리카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데 아이는 걸림돌이었다. 중년엔 위기도 찾아왔다. 커리어 정점을 달리던 에리카에겐 평범한 헤럴드는 눈에 차지 않았다. 잠시의 바람도 있었지만 어릴적 대가족을 중시하던 에리카의 문화적 자양이 둘의 파경을 막는다. 둘은 은퇴하고 헤럴드의 장점을 이용해 깊이 있는 문화해설을 강조하는 여행사를 만들기도 한다. 서로 의지하고 인생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평온을 찾을 무렵 헤럴드가 아프기 시작하고 에리카의 간병속에 생을 버티다 눈을 감는다. 책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중간엔 인간에 대한 많은 통찰과 견해, 연구결과가 제시된다. 저자가 헤럴드와 에리카의 생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가지인듯 하다. 우선 무의식과 의식이다.  인간은 대개 자신이 내리는 결정과 그 판단을 의식적으로 한다. 그리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대부분의 판단과 결정은 사실상 무의식에 의해 이루어짐을 밣히고 있다. 의식의 수준이란 내가 한 판단에 대한 합리화정도와 추후의 반성, 그리고 내가 의식적으로 결정했다고 착각하는 것 정도다.

 이는 오랜 진화끝에 판단과정에서의 신속성과 정확성에 무의식이 더 적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사를 가르는 상황에서 주변 정보와 과거 경험을 통한 빠른 판단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었으며 이엔 무의식이 적합하다. 무의식은 방대한 내현적 체계를 갖고 있으며 제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무수한 모듈이 존재하지만 의식은 주어진 순간에 의식적으로 조작하는 작업기업에 의존하며 모듈도 하나에 불과하다. 실제 무의식인 1차적 인식은 의식인 2차적 인식에 비해 처리 용량이 훨씬 크다. 무려 20만배의 차이다.

 거기에 무의식은 모호하고 유연한 판단을 한다. 이는 주변을 빠르게 일반화하고 고정관념을 만들어 세상을 보는 틀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의식이 전부는 아니다. 책은 재밌는 비유가 나오는데 무의식은 자동카메라고 의식은 수동카메라다. 일상에서의 빠른 판단과 처리에는 자동카메라인 무의식이 낳지만 정작 더 중요한 판단과 조정, 오류의 수정에서는 잠시 자동모드를 멈추고 수동모드로 조작하는 의식의 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의식도 무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둘은 서로 조우하며 춤추고 인간을 완성해간다.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인간의 무의식은 타고나는 부분도 상당하지만 후천적으로 형성해되는데 주변 사람과 사회, 문화가 작용한다. 어릴적 애착관계가 그러하고, 인간의 주요 충동을 억제하는 문화양상이 그렇다. 진취적인 문화권에서는 사람이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고 믿으며 많은 사람이 그런 삶을 살아간다. 반면 성장을 저해하는 문화권에서는 숙명론이 대세다. 진취적 문화권에서는 다른 문화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경쟁을 즐기고, 낙관적이며 교육의 강도도 강하지만 성장저해문화권은 반대다. 또한 전반적인 신뢰가 넘치는 문화권에서는 서로를 믿기에 더 많은 공동체 조직이 용이하고 사람들이 유연하면서도 응집력이 있는 반면 반대 문화권에선 정확히 반대다. 주변 개인과 사회문화는 이런 식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그려낸다.

 다음으로 중시하는 것은 인간 행복을 위해 사회관계의 회복이다. 책 행복의 기원에서도 밝혔던 인간은 주변 사람과 어우려져 있을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책 도덕의 기원에서 밝힌 것처럼 주변인과의 의존과 소속이 생존에 가장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행복과 가장 밀접한 활동은 성관계나, 퇴근후 사람과 어울리기, 함께 식사하기가 되며 반대의 것은 혼자 노는 것이다. (근데, 왜 난 혼자노는게 좋은 것일까?) 그리고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직업도 사회적인 것인 기업관리자나 미용사, 건강관련 코치나 교사다. 반면 가장 행복감과 먼 직업은 사회적 관계가 필요없는 콜걸이나 기계공등이 된다.

 문제는 최근의 개인주의 혁명이 물질적 번영을 앞세운 자본주의적 양상의 침투로 인간이 행복감을 느낄 여러 공동체를 와해했다는 점이다. 문화분야의 혁명은 오래된 습관과 가족구조를 파괴했고, 경제분야의 혁명은 독립적인 가게들을 붕괴시켰으며, 정보분야의 혁명은 직접 대면하며 어울리던 공식, 비공식적 집단을 sns로 대체했다. 이런 세상에서 교육받은 엘리트들은 비교적 잘 대처하며 새롭게 얻은 자유와 권력으로 세상을 즐기고 지배한다. 하지만 그런 인적 자본이 없는 사람일수록 가족구조의 해체로 고통받고 미혼모가 되며, 범죄자가 되었다.

 개인주의 혁명은 정치도 바꾸어 버린다. 개인주의 혁명은 원자화된 사회를 만드는데 이 형식의 사회는 사회적 분열이 심각해 이를 메꾸기 위해 정부가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며 정부 권력 자체가 비대해지는 양상을 불러오게 된다. 이 사회에서는 많은 정부 권력을 얻기 위해 정치집단이 싸움을 벌이는데 공동체의 와해로 중간지대가 없어 타협 및 합의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원자화되어 공동체의 소속감이 없어 정당에서 소속감을 얻고자 한다. 정당은 이를 악용해 사람들에게 종교적 맹신을 강요하고 충성의 대가로 보상과 소속감을 준다. 비대해진 정부는 재정이 악화되고 누군가는 세수를 내야하나 모두가 싫어한다.

 때문에 저자는 개인혁명에서 벗어난 다음 세대의 인식혁명을 강조한다. 인간관계의 회복을 통해서만 우리는 행복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정치 아젠다인 자유가 정치의 궁긍적인 목적이 되어서는안되며 건강한 사회적 네트워크가 목적이 되고 경제보다는 사회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제법 두꺼운 책이라 일주일간 읽었는데,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깨달음과 이야기의 재미 두개를 동시에 느낄수 있었다. 헤럴드와 에리카가 아이를 갖지 않은 점이 아쉽다. 그랬다면 그들의 인생은 더 끔찍했으면서도 더 보람차고 의미있으며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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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한빛비즈 교양툰
갈로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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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로 배우는 곤충이후 두번째 작품이다. 전작도 놀라웠지만 이번에도 참 재밌고, 지식으로 알찬 얕보지 못할 만화였다. 누구나 동물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데 아이들은 대개 초등 3-4학년 쯤 동물과 곤충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한다. 그 시점에 압도적 스케일을 가진 공룡이란 그야말로 판타지적 존재인데 문제는 그 이후로 관심이 대부분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전세계 생물학 및 고생물학은 엄청 발전할텐데 말이다.(모두가 파브르는 아니다) 그래도 공룡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공룡이다.

 이 책을 통해서 이번에도 공룡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공룡의 화석은 워낙 뼈밖에 없고 생물은 연조직이 있기에 공룡의 외양을 재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기술이 발전해 털의 존재 유무나 동작이나 움직임, 소리, 심지어 색까지 최근엔 많은 재현이 가능해졌다. 티렉스는 어려선 털이 있었고, 크면서 없어졌을 거로 추정된다. 영화를 보면 공룡은 항상 압도적 사운드를 자랑하는데 최근 연구결과론 녀석들은 성대가 없어 그르릉 거리기만 했을 거란다. 티렉스는 수명이 30-40년정도인데 짧은 수명에도 유년기가 20년정도로 길다. 티렉스는 청소년기엔 성체완 다르게 랩터처럼 호리호리하고 빨라 북미대륙에서 중간포식자 역할을 했을 거로 판단한다. 자연계에 성체와 성장기에 생태적 위치가 다른 생물이 여럿 있는 것처럼 말이다.

 공룡은 트라이아스기와 페름기 대멸종이후 다른 생물의 멸종에서 살아남아 적응방산해 폭발적으로 진화했다. 공룡이 물도 지배한걸로 아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수룡들은 사실 공룡이 아니다. 공룡은 내온성 동물이 아니기에 물에사는 것은 불가능했던 걸로 보이며 우리가 수룡으로 알고 있는 것들은 공룡과 거리가 먼 다른 파충류다.

 공룡은 진화상 두 가지 이점이 있었는데 다른 파충류들에 비해 다리가 길고 곧게 펴져 이동시 배를 끌지 않았고 폐활량도 커서 활동에 유리했다는 점이다. 당대의 기후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고 산소농도가 적었으며 기온도 지금보다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이점이었다. 거기에 부족한 산소보충을 위해 몸속에 폐와 연결된 여러 공기탱크인 주머니를 만들어넣었다. 오늘날 새들도 갖는 기능으로 공룡이 새의 직계조상임을 말하는 증거중 하나다.

 공룡은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당시 식물은 이산화탄소는 많아 커졌지만 질소함량이 적어 부피만 큰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이었다. 공룡은 생존을 위해 풀을 대량으로 먹어야 했고 그러도 보니 자연히 크고 긴 장이 필요해 덩치가 커졌다. 거기에 몸집이 매우 크니 에너지 소모를 적게 하기 위해 목만 움직여 먹이를 섭취하려고 목이 길어졌고,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자연히 꼬리도 길어졌다. 몸의 공기주머니는 중력의 부담을 덜게해 몸은 더욱 커졌다. 공룡이 커진 이유다.

 공룡은 이처럼 덩치가 컸지만 반면 알은 커지는데 한계가 있었다. 알이 커지면 자연히 알껍질도 두꺼워지는데 보기완 달리 알껍질은 세균의 침입은 막는 반면 공기는 통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두꺼워지면 통기가 안되니 알은 너무 커질 수 없었던 것이다.

 공룡은 온혈동물로 판단되는데 몇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다리가 아래로 뻗은 활동적인 구조는 온혈동물의 특징이다. 냉혈동물은 활동적이지 않다. 또한 덩치가 크고 몸이 길어 강한 심장이 필요한데 강한 심장은 온혈동물의 특징이다. 또한 공룡은 추운 극지방에서도 생존했으며 그러게 크게 성장하려면 빠른 물질대사가 필요한데 이 모든 건 온혈일때만 가능하다. 또한 냉혈동물은 많이 움직이지 않아 에너지가 적게 필요해 육식동물이 사냥을 적게 한다. 일주일이나 한달에 한번이면 충분해 육식과 초식의 비율이 1:1이다. 하지만 온혈인 경우 식사가 자주 필요해 육식과 초식의 비율이 1:30이다. 공룡은 후자다

 그런데 아니란 근거도 있다. 일단 공룡은 온혈동물로 체온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거기에 몸집이 너무 커서 과대한 내부 발열을 식히기 어렵단 점이다. 이 때문에 공룡은 적극적으로 발열하는 동물은 아닌 거대한 몸집으로 열을 몸안에 가두는 중간적 거대항온동물로 추정된다.

 우리는 공룡의 시대는 6500만년전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소혹성으로 끝난 걸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류가 공룡의 진화형태임을 감안하면 공룡의 시대는 아직도다 생물종 수로도 조류는 무려 10만종으로 포유류의 두배다. 거기에 한국에서만 매년 잡아먹는 닭이 수가 무려 10억마리다. 우린 아직 공룡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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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스티븐 호킹 지음, 배지은 옮김 / 까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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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타계한 호킹 박사의 마지막 책이다. 유작으로 남긴 건 아니고 평소 여러 사안에 대해 남긴 인터뷰가 엮인 책으로 그래서인지 에세이 성격도 강하다. 중학교 2학년때 멋모르고 학급문고에 있던 시간의 역사를 본적이 있었다. 폼좀 잡아보려고 본건데 그걸 학급문고로 갔다 놓은 녀석이 그거 보고 이해가 가냐라고 비아냥 거린적이 있었다. 억지로 안다고 했는데 사실 무슨말인지 전혀 모르고 수면제로만 쓰곤 했었다. 하여튼......

 책에서는 인류의 미래. 인공지능, 외계생명체, 미래예측가능성, 시간여행의 가능성 등 무겁고도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한 호킹의 생각이 담겨있다. 어려우면서도 쉬우며 재밌는데 우주이 시간과 공간에 대한 부분이 재미났다.

 호킹에 의하면 우주는 물질과 에너지, 공간, 음의 에너지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물질과 에너지는 사실상 하나니 결국 우주는 3가지로 구성되는 셈이다. 음의 에너지는 좀 어려운데 호킹의 쉬운 비유에 의하면 언덕을 만들기 위해 흙을 파내면 그 흙으로 언덕이 생기고 파낸만큼 구덩이가 생기는데 이게 음에너지다. 우주가 생성되며 양의 에너지가 생겨 물질과 에너지를 이루고 같은 양만큼의 음에너지가 생겨났는데 이게 공간 전역에 퍼져 우주의 물질과 에너지가 마구잡이로 퍼지지 않고 모여 지금의 별들이나 은하를 이루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시간에 관한 설명도 재밌는데 시간과 공간은 오직 우주에서만 정의되는 개념이다. 시간이나 공간은 강한 중력장에선 왜곡되는데 블랙홀 안에서는 시간이 사실상 멈춰버리는 지점이 있기도 하다. 이런 블랙홀처럼 과거 빅뱅이 있기 직전 우주는 매우 작은 하나의 점에 불과했는데 이때의 중력이 엄청나니 시간은 멈춰있었던 격이며 빅뱅이전은 우주가 있기 이전이니 사실상 시간이 없는 셈이다. 결국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봤자 갈수 있는 곳은 빅뱅이전으로 우주의 생성 이유란걸 찾는 것도 우습지만 그걸 보긴 어려운 셈이다.

 호킹은 양자역학에서 물질과 반물질이 그냥 여기저기 생겼다 없어지는 것처럼 우주의 빅뱅도 그러한 원리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으로 보는 편이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서 입자의 위치와 속도는 동시에 측정될수 없다. 때문에 입자는 파동함수에 의해서 어딘가에 있을 확률로만 위치외 속도가 계산되는데 호킹은 이게 물체의 크기와도 관련이 있다고 본다.

 물체의 크기를 재려면 움직이는 물체의 끝을 알아야 하는데 끝부분의 입자역시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측정할수 없으므로 크기 역시 불확정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물체에 최고크기는 있다고 보았는데 무거운 물체일수록 최소크기가 작고 가벼운 것일수록 물체의 최소크기는 커지게 된다.

 이 책은 이런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인터뷰한 것이고 이 주제로 작심하고 쓴 것은 아니기에 과학적 깊이가 깊지는 않다. 하지만 흥미롭게 읽은 만한 책인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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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 생태학의 관점에서
폴 콜린보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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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표지도 산뜻하고, 얇아보인다. 덥고 힘들때 가볍게 읽기에 좋아보였다. 주제도 흥미롭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좀체 진도란게 나가질 않았다. 집중해서 시간이 날때 읽어야 하는 책같았지만 흥미롭고 어려워 계속 읽고 말았다.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이유다. 그래도 생태학과 우리가 사는 세계,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조금더 이해의 폭을 넓힐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책의 출간 연도는 이기적 유전자와 비슷한 무려 1978년이다. 하지만 명작이 다 그렇듯. 과학책임에도 시대의 뒤떨어짐을 전혀 느낄수 없었다.

 이 책에는 몇가지 기본 전제가 있다. 우선 생명체들은 다윈주의에 따라 최대한 많은 수의 후손을 남기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음은 생명체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종의 총 개체수는 결국 그 지역의 수용력이 달렸다는 점이다. 생쥐가 새끼를 100마리 낳아도 해당 지역의 수용력이 5마리라면 결국 살아남는건 다섯마리란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쥐가 새끼를 두마리만 남는다면 3마리의 자리는 다른 개체의 후손에게 돌아가게 되니 어쨌든 생쥐는 최선을 다한다. 따라서 적합한 개체란 제한된 생태적 지위 가운데 하나를 성공적으로 차지하는 존재이며, 적합성은 향후 자녀들이 얼마나 많은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럼 하나씩 논지를 따라가보겠다.

 

1. 왜 크고 사나운 동물은 희귀한가.

 자연계에서 먹이사슬을 한단계 한단계 오를때마다 동물의 크기는 대충 10배정도 커진다. 그래야 포식을 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상위 포식동물이 가장커야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포식자인 육식동물보다 훨씬 큰 초식동물도 많기 때문이다. 코끼리만 봐도 그렇다. 포식동물이 더 작을 수 있는 건, 무리짓기 사냥으로 가능하다. 늑대나 사자처럼 여럿이 힘을 합쳐 자기의 크기에 육박하거나 더 큰 동물도 사냥이 가능한 것이다.

 포식동물의 크기를 제한하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에너지 효율이다. 식물은 고작 평균2%의 효율로 태양에너지를 당으로 전환하다. 그리고 이를 먹는 녀석들은 단계를 거칠때마다 겨우 10%의 효율을 보인다. 먹이사슬 단계가 늘어날수록 위로 전달되는 에너지가 극히 적어지는 것이다. 이는 포식동물이 먹은 에너지를 자신의 번식과 생존 및 활동에 상당부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덩치를 크게 하는 포식동물도 있다. 바로 고래다. 고래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최상위 포식자임에도 여러단계를 거치지 않고 1차 소비 동물을 먹는다. 이 경우 에너지 효율을 엄청나게 높일 수있지만 적은 칼로리를 가진 녀석들을 하나하나 잡아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이 이점을 상쇄시킨다. 호랑이가 에너지 효율 높이자고 멧돼지가 아닌 메뚜기를 하나하나 사냥한다고 해보자. 손해가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고래는 제자리에서 대량의 물을 삼키고 물만 걸러내고 이녀석들을 먹는 매우 게으른 방법이로 이를 만회한다. 그래서 그렇게 큰 덩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먹이 사슬 단계를 지날때마다의 에너지 감소와 무리사냥 등이 크고 사나운 동물을 적게 만드는 이유다.

 

2. 깨끗한 물과 더러운 물 ???

 우리는 흔히 강이나 호수 바다가 파랗고 청명해 보이는 것을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그런 류의 것들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기에 유독 부럽기까지 하다. 유럽이나 동남아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이 파랗다는 것은 영양분이 적고 생명체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이 파랗기 위해서는 햇빛이 물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파장이 긴 가시광선의 색들을 흡수되고 가장 짧은 푸른 계열의 빛이 바닥에 도달해 반사된다. 그래서 바다가 푸른색인 것이다. 하지만 물안에 생명이 가득하고 녹색의 식물이 많다면 물은 갈색이나 녹색계열을 띠게되며 다양한 화학작용으로 냄새도 나게 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물의 형태인 것이다.

 그런데 파란호수나 강에도 생명은 살아간다. 이건 어찌된 일일까? 푸르른 유럽의 호수들은 대개 빙하호의 흔적인 경우가 많다. 겨우내 얼었던 호수가 녹으며 호수는 위아래가 뒤섞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가 물에 유입된다. 하지만 봄에 기온이 오르며 생명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층부와 기온이 여전히 낮은 하층부로 분리된다. 물고기는 바로 이 하층부에 산다. 하층부는 한때 유입된 산소가 유입되어 있고, 적게나가 영양분이 바닥에 있어 작은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파란호수는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리처럼 녹색이나 갈색의 부영양호로 바뀌게 된다. 세월이 지나며 퇴적작용으로 바닥이 높아지게 되고 먼저 하층부가 사라지게 된다. 영양분을 오랜세월 묶어두던 하층부는 기온이 높은 상층부와 만나게 되면서 화학작용이 활발해지게 되고 생명체가 들끓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깊은 호수는 빈영양호에서 부영양호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바다다. 우리는 흔히 바다를 제2의 식량창고로 생각하고 있으며 워낙 넓기에 생명체가 가득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육지와 맞닿아 있지 않은 대부분의 바다는 매우 푸르며 이는 곧 영양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바다의 식물조직은 연간 약 920억t 정도를 생산한다고 추정하는데 비해 육지는 무려 2720억t에 달한다. 식물량이 동물량도 결정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먹을 거리는 우리의 통념에 비해 바다보다는 육지에 훨씬 풍부하다. 이는 영양물질들이 육지는 식물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분포하는데 비해 바다는 육지 인근이나 해저 심해류가 용승하는 지역이 아니면 그렇지 못하다는 점과 관계한다. 또한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에너지가 육지의 경우 이렇다할 장애물 없이 도달하는 반면 바다에는 물로 인해 상당부분 흡수된다는 점 때문으로 생각된다.

 결국 바다는 영양의 보고가 아니라 사막에 가까운 존재였던 셈이다.

 

3. 종은 왜 이렇게 다양한가?

 종은 3가지 이유로 다양해진다. 우선 지역적 차이에 따른 분기다. 같은 종이었던 녀석이 개체수가 늘어나며 퍼지면서 다른 환경에 노출되게 된다. 세월이 오래지나 점차 다른 형질이 적합성을 띠게 되고 더 오래되면 아예 다른 종이 된다. 책은 이걸 형질 분기라고 한다.

 다음은 형질치환이다. 서로 다른 종들이 형질 분기로 퍼지다 보면 결국 같은 지역을 두고 다투게 된다. 하지만 지역의 생물 수용성은 한계가 있기에 경쟁이 이루어지게 되며 서로 비슷하여 비슷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생물종들은 극히 불리해진다. 평생을 두고 경쟁을 해야하기에 번식에 쏟을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며 이는 적합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기적으로는 같은 지역에서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종들이 살아남게 된다. 이로 인해 종들은 극단적으로 분화하게 되고 이를 형질치환이라 한다.

 마지막은 사냥방법과 피하는 방법간의 군비경쟁이다. 육식동물은 사냥을 위해 최고의 전략과 무기등을 개발해 나간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이겠지만 먹히는 초식동물들 역시 덩치를 키우고 무리를 짓는등 막강한 군비경쟁을 시행한다. 실제로 먹히는 대부분의 초식동물들은 어리거나 늙고 병든개체이며 대부분의 성년개체들은 육식동물의 공격을 압도하거나 피할수 있다. 이런 군비경쟁으로 종은 더욱 다양하게 분화한다.

 이 3가지 이유로 종은 다양하게 분화하는데 그 결과 그들은 자신만의 생태적 위치를 차지한다. 생태적 위치는 그 지역의 자연이 수용하는 한계만큼 한 종이 배타적으로 차지하는 지역을 말한다. 생태적 위치는 환경이 풍부하면 늘어나고 환경이 악화되면 줄어든다. 이 생태적 위치는 오랜 세월 절대적이라 할수 있는데 최근 이를 무시하는 개체가 나타났다. 바로 인간이다.

 

4. 그렇다면 인간은?

 인간은 지구 역사상 다윈주의에 따른 번식전략을 수정하지 않은체로 자신의 생태적 위치를 변화시킨 유일한 존재다. 이는 인간인 가축의 사육과 농경을 시작함으로써 식량 생산량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인해 가능했다. 이렇게 자신의 생태적 위치가 강화됨에 따라 인간은 자손을 극단적으로 늘려왔다. 하지만 늘 한계는 있었기에 교묘한 영아살해 문화가 있었으며 후손을 성년까지 키우는 시간이 길어 드는 자원과 돈이 워낙 컸기에 자식 계획도 다른 생물에 비해 정교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생태적 위치를 개선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바로 전쟁이다. 전쟁으로 다른 지역을 차지해 생태적 위치를 늘려나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은 항상 생활수준의 향상압박을 겪는 주변부에서 일어나곤 했다. 책은 재밌게도 이런 주요 예로 인구가 과밀하고 주변부이면서 마땅한 팽창지역이 없으며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영국섬과 일본섬을 든다.

 하여튼 이런 시도로 인해 인류의 역사는 인구 수가 늘어나 우선 도시국가가 형성되고 인구가 다시 늘어나 빈곤이 만연화 한다. 빈곤이 심해지자 위협을 느낀 상류층은 하층을 억압하기 시작하고 세련된 합법장치로 계급제나 종교를 도입한다. 이것으로도 모자라면 공격적 전쟁이 일어나게 되며 전쟁으로 지역이 통합하여 제국이 형성한다. 하지만 제국내에서 자원부족이 심화되면 결국 사방에서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하며 이는 제국의 붕괴로 이어진다. 제국내 소규모로 분화된 지역들은 다시 힘을 규합해 국가를 세우고 제국을 재건한다. 그리고 이는 반복된다.

 이런 다람쥐 쳇바퀴 시스템에서 인간은 최근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하면서 간신히 벗어났다. 더 큰 생태적 지위가 가능해졌으며 이로 인해 세계 인구는 전쟁없이 70억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결국 파이가 커지면 그 파이만큼 인구가 따라잡아 문제가 생겼기에 갈등은 다시금 일어날수밖에 없다. 결국 스케일만 더 커진 셈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저자는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이 문제로 인해 핵전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 주요 선진국의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예전과 달리 과밀하고 좁은 지역을 지닌 주변부가 세계의 패권국에 도전하기 힘든 정세이기도 하다. 결국 인구가 줄어들거나 인간이 스스로의 생태적 지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매우 재밌었다. 특히, 통념과 다른 지식이 많았는데 자연의 안전성과 균형이 생명체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이루어진 물리적 시스템이 의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도 마찬가지로 본다. 인간에 의한 화석연료도 단기적으로는 큰 혼란을 일으키겠지만 결국은 대양에 많이 흡수되어 새로운 균형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바다는 대기에 비해 50배에 달하는 이산화 탄소를갖고 있다. 종교에 대한 생각도 재밌었다. 세계적인 종교의 호소력은 결국 피지배자들이 재배를 얼마나 견디도록 해주는 조언능력에 있다라는 것이다.

 도무지 40년된 책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자가 돌아가신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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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성 2019-07-0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년 전 책이라는 사실을 잊고 읽었네요! 대단합니다.

닷슈 2019-07-07 08:23   좋아요 0 | URL
진짜 대단한 책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