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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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10년만에 나온 매리언 울프의 신작이지만 전작 '책읽는 뇌'와 겨우 몇 달간의 시간차로 읽어서인지 오랜만이란 느낌이 거의 없었다. 이 부분은 책의 내용도 그런데, 아마 10년전의 책이 시대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듯 하다. 이번 책은 '책 읽는 뇌'와 비교한다면 훨씬 더 읽기 쉬워졌으며 디지털 매체가 더욱 본격화한 지금의 세태에 더 어울린다. 전작 '책 읽는 뇌'는 책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밝히고자, 문자의 발명과 그 영향, 문자를 읽어내는 인간 뇌의 생물학적 과정, 그리고 문자가 변화시키는 인간의 뇌의 회로와 그것을 가능케 하는 뇌의 가소성, 난독증 등을 다루었다. 때문에 과학적 내용도 많고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책은 편지형식을 띄고 있고, 저자의 독서에 대한 감정과 옹호, 디지털 매체에 대한 걱정이 어우러져 보다 구어적 느낌이 든다.


1. 어릴적부터 깊이 읽기가 중요한 이유

 전작에서 강조한 것처럼 매리언 울프는 읽기란 인간의 생득적 능력이 아님을 다시금 강조한다. 말하기 능력에는 분명 해당하는 유전자가 있지만 읽기는 그렇지 않다. 때문에 읽기를 위해서 인간은 기존에 다른 용도를 위해 진화한 뇌의 회로와 조직들을 사용하게 된다. 인간의 뇌는 주변 환경을 빠르게 포착하기 위해 물체나 얼굴의 작은 특징을 잘 식별하기 위해 조직화한 부분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의 포착은 읽기를 시작하면서 단어의 작은 특징을 파악하는데 사용된다. 게다가 인간의 뇌는 한문장을 읽으면서 새로운 인지 영역에 들어서는데 이 때는 인간의 예측 능력이 사용된다. 인간은 어떤 문장을 읽을때 그 문장을 완전히 읽기도 전에 예측하여 미리 대비한다. 여기에는 기존에 습득한 사전지식이 사용되며 개별단어를 빠르게 식별하여 문장이 새로운 문맥에 사용되어도 그 의미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한다. 

 이런 전향적 예측으로 인간은 다음에 내가 무엇을 읽을지의 가능성을 좁힘으로써 지각의 속도를 빠르게 상승시킨다. 그래서 유능하고 숙련된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깊이 읽기를 위한 뇌 회로 형성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어릴적부터 할애했느냐가 중요해진다.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어릴때부터 깊이 읽기 과정의 발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해진다.  


2. 깊이 읽기

깊이 읽기는 이 책 내내 강조하는데 보면서 저자는 사실 깊이 읽기를 명확히 정의해주진 않는다. 책의 파편들로 종합해보면 깊이읽기는 형식적으로는 느린 템포로 책 내용에 깊에 빠져드는 정독이라 할 수 있다. 깊이 읽기로 인간은 타인의 관점과 느낌으로 이동하는 옮겨가기나 공감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옮겨가기와 공감을 통해 세계에 대해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관점에서 타인의 관점으로 옮겨갔다고 돌아오게 되고 이땐 더욱 확장된 상태가 된다. 즉, 공감과 더불어 자신의 내면 지식이 더욱 넓어지게 되는것이다. 

 이런 깊이 읽기는 언제나 연결과 관련한다. 우리가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연결하고,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연결하고,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연결하고, 그리고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깊이 읽기의 연결과정을 통해 인간은 유추를 하게 되고, 그 유추를 통해 추론과 연역, 분석하고 이전의 가정들을 평가하는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하게 되면서 배경지식과 공감이 통합되고 추론을 통해 비판적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가장 깊이 읽기는 통찰인데 읽기는 통해서 얻은 정보를 최선의 사고와 느낌으로 연결하고 비판적 결론을 도출하여 완전히 새로운 생각에 도달하는 것이다. 아마 책을 읽으며 '유레카'라는 느낌이 들거나 '영혼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는게 이런 경지가 아닐까 싶다. 


3. 디지털 매체가 깊이 읽기를 방해한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디지털 매체가 인간의 삶에 깊숙히 자리한다. 인간에게는 생존을 위한 환경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으로 모든 새로운 자극에 즉각 반응하는 '새것 편향' 이 있다. 원시적 인간은 디지털 환경도 이런 자극으로 여기고 반응하는데 수백개의 TV 채널을 쉬지 않고 돌리거나 스마트폰의 SNS를 계속 관철하고 끊임없이 검색하고 반응하는게 디지털 버전의 '새것 편향'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20대들의 미디어 습관 조사결과 디지털 매체의 전환빈도는 무려 시간당 27회였으며 휴대전화 확인 횟수는 하루 평균 150-190회에 달한다고 한다. 그야말로 중독수준이다. 

 디지털 버전의 새것 편향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보 과잉도 문제다. 최근 한 사람이 매일 다양한 기기를 통해 소비하는 정보의 양은 데이터로 평균 34GB에 이른다. 영단어 10만개의 분량인데 물론 이것들이 다 텍스트나 글은 아니고 대부분 이미지나 동영상이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상당한 분량의 정보라 할 수 있다. 언급한 것처럼 인간의 뇌는 배경지식을 이용해 새로 접한 정보에 대한 예측을 실행하는데 너무 많은 정보는 필연적으로 인지적 과부하를 불러온다. 인간은 이 과부하에 대해 모든걸 단순화하거나 최대한 대충 빨리 처리하고, 그것도 안되면 외부 프로그램이나 일부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선별하는걸 맡겨 버린다. 실제 우리는 포털이나 인공지능이 분류해준 정보에 빠져 그것만 보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정보는 지식 내면화를 통한 배경지식의 구축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도덕적 공감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디지털 매체로 글을 보는 경우 인쇄매체를 본 경우보다 이야기의 시간적 재구성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글쓰기 능력 또한 감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깊이 읽기도 당연히 어려워지는데 이는 깊이 읽기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주의 깊은 지식습득과 귀납적인 분석능력, 비판적 사고, 상상과 반추와 통찰의 고등사고능력의 습득도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런 고등사고능력이 결여된 인간으로 가득찬 사회는 정보과잉과 더불어 정보편향으로 잘못된 정보와 의견으로 끌릴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그 사회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수도 있다는게 저자의 걱정이다. 실제 인쇄매체를 통한 학습이 가장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노년층과 20대가 극단주의적 주장에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취약한 것은 이런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4. 양손잡이 뇌를 만들자.

 그럼 해결책은 뭘까. 저자는 양손잡의 뇌를 주장한다. 이는 오른손 왼손의 자유자재 사용이 가능한 사람이 아닌 인쇄매체와 디지털 매체의 특성과 장점을 잘 파악하고 언제든 나의 뇌를 그 매체의 특성에 맞게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인쇄매체를 읽을땐 느린 템포로 깊게 읽어나갈 수 있으며 디지털 매체를 사용할 때는 빠르게 멀티태스킹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나가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선 당연히 교육이 중요하다. 매리언 울프는 적어도 읽기를 배우기전인 5세까지는 디지털 매체를 배제하는걸 요구한다. 그리구 입학 후 첫 몇년은 종이책과 인쇄물로 읽기를 주로 가르쳐야한다고 한다. 5세에서 10세에는 인쇄기반 매체와 디지털 기반 읽기를 함께 실행하는 것을 제안한다. 물론 이 경우 디지털 매체는 학습의 다양한 형식을 알려주는 비교적 단순한 형태여야 한다. 이와 같이 양자를 이용하는 방법을 같이 발달시키는 것을 동반발달이라 하는데 이는 매체에 상관없이 깊이 읽기 기술에 시간과 주의를 할당하는 능력을 갖춘 진정한 양손잡이 뇌를 발달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동반발달을 통해 깊이 읽기 기술이 습득되면 주의 분산이나 공감력 약화 같은 디지털 문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최소화되고 디지털의 긍정적 역할이 강화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아직 동반발달 교육과 양손잡이 뇌에 대한 연구는 크게 부족한 편인데 저자는 이를 위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과학적 관점에서 인쇄물과 디지털 매체게 모든 아이들에 어떤 인지적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다. 다음은 교육적 관점에서 학령기 인쇄매체를 통한 아이들의 읽기 양태가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이에 대처할 교사에 대한 훈련과 투자의 필요성이다. 마지막은 시민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세계에 존재하는 디지털 격차를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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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18 1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아이들이 휴대폰을 읽을 때 읽는 방식을 듣고 놀란적 있어요. 한줄 한줄씩 차례대로 안 읽는대요. 굳이 말하면 지그재그? 대충 건너뛰어보면서 필요한 부분만 읽는다는거죠. 요즘 아이들의 독해력이 정말 형편없는데 아마 이런 읽기습관이 영향을 많이 끼치지싶어요

닷슈 2020-09-18 20:27   좋아요 0 | URL
그런지적이 책에도 나오더군요. 맞는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부모님도 서울태생이고 나 역시 서울태생이며 그래서 마땅히 친가와 외가가 모두 서울인 나는 서울 이외 지역을 상상만 하고 살았다. 국딩땐 서울이 되게 크다고 생각했었고(대한민국에서 마땅히 가장 클 것이라 생각했다. 나중에 경기도가 더 크다는걸 알았을땐 충격이었다) 서울 이외 지역은 시골이라는 이름으로 퉁치고 살곤 했다. 그랬던 사람이 지방을 군생활 중 처음 경험한 이후 직장이 경기 지역에 자리하여 지방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으니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이다.

 서울태생임에도 지금에 비하면 많이 저렴한 2천년대 초중반의 서울 집값이 난 당시 무척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기다 얼마 안되는 내 종잣돈과 급여를 매몰해가며 십수년을 대출과 이자를 감당하며 살아가느니 당시 부동산 값이 싼 지방에 자리 잡아 사는게 어떨까란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처음 읽은 지방에 관련한 책이 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 였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몰린 한국의 현실을 잘 지적하고, 지방 삶의 쾌적함과 지방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책이었다. 다음책은 '재정은 어떻게 내 삶을 바꾸는가'로 지방민의 입장에서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지방재정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책이었다. '지방소멸'은 일본 책으로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위기를 겪는 일본의 현 주소를 제시한 책이다. 텅 빈 집 문제와 소멸 대상 도시로 65세 이상 인구와 20-39세의 가임기 여성수를 비교해 노인 인구가 더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역을 소멸 대상 지역으로 꼽았다. 지방의 생존전략으로 거점도시 개발과 주변 지역의 연계를 꼽은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본 책이 제목조차 살벌한 마강래 교수의 지방도시 살생부다.

 최근의 지방과 수도권의 상황은 더욱 극변하고 있다. 서울로의 집중은 더욱 심화되어 몇년 전 마침내 서울과 인천, 경기를 합친 수도권 인구가 그 좁은 면적에도 전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고 말았다. 산업구조도 2천년대 이후 재편되어 단순 제조업 중심의 지방기업은 경쟁력이 쇠퇴했고, 글로벌 기업 본사가 위치한 수도권 지역의 일자리가 더욱 고급화되고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인재는 더욱 서울로 몰렸고 양 지역의 일자리 급여차도 커짐에 따라 집값도 더욱 양극화되었다. 

 그래서인지 부동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현 여당대표가 갑작스레 세종시로의 행정수도의 완전한 이전을 주장하며 갑작스레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으로의 분권에 대한 생각은 무척 오래되었다. 그만큼 한국사회의 수도권 과밀화는 오래된 그리고 갈수록 답이 없이 심각해지는 문제다. 언급한 것처럼 사실 정부의 지방활성화에 대한 고민과 대책 및 재정투입은 저출산 문제만큼 오래되었다. 무려 2000년대 초중반부터 지방중소도시의 인구이탈이 본격화되며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었고, 저출산문제만큼 진단을 잘못하여 그간 5조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되었음에도 효과는 미미하다. 

 책 '지방도시 살생부'는 향후 20년후 위기에 빠질 지방중소도시를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15만 인구 이하의 지역으로 정의한다. 이 지역들은 2천년대 이후 인구가 꾸준히 빠지고 있는데 몇몇 지역은 최근 인구감소가 정체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희망적인게 아니며 이미 이동가능한 인구인 젊은 층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이기에 일시적 정체를 겪는 것이며 노년 인구가 사망하는 시점이 되면 본격적으로 다시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지방중소도시의 위기는 거대한 4가지 메가트렌드 때문인데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그리고 4차산업혁명때문이다. 지방도시는 세계화 이후 지방제조업이 쇠퇴하고 글로벌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면서 서울등 수도권에 비해 일자리의 양과 질을 크게 줄어들었다. 때문에 젊은 층이 떠나가니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어 인구가 줄어들었다. 거기에 저성장 기조로 인해 나라의 투자와 자원이 경쟁력있는데 집중된다. 즉, 집적효과가 큰 수도권에 더 큰투자가 된다는 셈으로 지방은 소외된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등을 활용한 자동화로 어려 직종의 인간대체 효과를 크게 가져온다. 창의성있는 고급직종이 대체를 피할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런 직종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단순제조형태와 서비스업이 집중된 지방중소도시일수록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상실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설상가상인셈이다.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쇠퇴원인으로 저자는 크게 4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제조업 경재력의 쇠퇴다. 대부분의 지역이 해당하며 거제나 울산, 포항, 아산, 당진, 구미, 여수, 광양등 한 산업에 특화된 지역일수록 외부 환경에 의해 더욱 취약하다. 이런 쇠퇴지역의 생존전략으로는 아예 다른 사업으로 도시의 산업을 전환하는 손떼기 전략과 급여나 후생복지등의 감소로 비용을 절감시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는 절감 전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역 고유의 특수성을 살려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보존 전략이 있다. 하지만 이중 어느것도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번째 쇠퇴요인은 지역의 자연자원이 고갈되거나 수요가 사라진 경우다. 강원도의 탄광도시들이다. 세 번째는 미군부대가 이전하는 경우로 동두천이나 의정부가 그러하다. 한국군부대의 해체 또는 이전도 요인이 될 것이다. 네 번째 요인은 교통망의 변화가 도시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과거 육상교통이 미비할 때 수로 교통의 이점을 노렸던 나주가 그렇다. 

 하여튼 지방의 이런 여러 문제의 핵심에는 결국 일자리 문제가 자리한다. 건물이 부실해서도 인구가 적어서도 아니다. 문제는 일자리다. 양질의 일자리만 생긴다면 인구는 늘어나고, 서비스업도 활성화되고 기업도 알아서오며 재투자가 이루어지는 건물도 새것들이 들어서고 교통망도 확충된다. 세수도 많이 걷히니 공공인프라도 우수해진다. 양적 되먹임인 것이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기에 95년 지방자치가 시작된 후 지방은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일자리유치를 위한 지방의 첫 번째 해결책이 산업단지 육성이다. 산단은 국가산단, 일반산단, 도시첨단산단, 농공단지 4개로 구분되며 국가산업단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시군 차원에서 얼마든지 지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렇다보니 경쟁력없이 마구잡이로 산업단지를 지자체별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상당수의 산업단지가 미분양으로 신음하고 있으며 이에 지자체들은 지자체가 미분양을 모두 떠안는다던지 그외 파격적 경제조건으로 분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며 이런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지방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음은 축제다. 지방자치제의 실행이후 지방은 온통 축제판이다. 다만 주객이 전도되어 행사관계자가 항상 손님보다 더 많을 뿐이다. 지방의 행사는 총 361개 정도의 큰 행사 그리고 작은 것까지 하면 무려 1만 5천개 정도에 달한다.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는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 축제는 화천의 산천이 축제가 유일하다. 그 유명한 보령 머드 축제도 적자다. 그런데 축제는 성공해도 일자리 창출효과가 미미하다. 축제의 특성상 일년 내내 이루어지지 않으니 일자리도 일시적으로 창출되는 편이며 교통의 발달과 축제 콘텐츠와 관광 인프라 부족으로 당일치기 관광이 대개 이루어져 숙박업에도 기여가 없기 때문이다. 함평의 나비축제도 크게 성공한 편인데 그럼에도 지역의 이미지는 개선되었지만 지역 인구는 꾸준히 줄어든다고 한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축제는 효과가 없는 셈이다. 아이러니한건 지방의 대부분 축제는 그 지역의 특색 문화와 관련 없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며 가장 성공한 화천엔 정작 산천어가 없고 함평엔 본래 나비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지방을 대체 어떻게 살려야할까? 가까운 시일내에 지방을 살리지 못하면 지방은 향후 세금을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에는 도로나 상하수도, 전기, 가스, 도서관, 소방서, 경찰서, 학교등 많은 공공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마찬가진데 문제는 인구가 좁은 지역에 모여 집적도가 높을 수록 인당 세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2016년 대도시는 주민 1인당 공공서비스를 위한 세금이 1619만원이 필요했지만 중소도시는 무려 4822만원, 군지역은 7369만원이 필요했다. 이것이 2027년엔 각각 2467만, 7568만, 1억 1739만으로 상승 예정이다. 그야말로 지방은 돈먹는 하마이지 밑빠진 독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걸 막기 위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3가지다. 우선 고밀도 압축 개발이다. 현재의 도심재생이나 지방회생전략은 쇠퇴를 모두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이미 실패한 정책이며 불가능한 것이다. 어떻게 모든 지역이 인구가 늘어나고 산업지역이 될 수 있을까? 각 지자체는 모두 인구증가를 목표로 내세우는데 그들의 공약이 모두 실현되려면 남한 전역에 1600만명의 인구가 필요하다. 어불성설인셈이다. 때문에 저자는 현실을 인정하고 쇠퇴하는 지역은 과감히 쇠퇴시키되 거점지역을 고밀도로 개발하고 여기에 서비스를 집중시키고 다른 지역도 이 지역과 교통망을 통해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원도심을 쇠퇴시키는 도시 외곽지역의 무분별한 아파트 공급및 개발을 막고 대형마트등의 입점도 막을 것을 제시한다. 또한 원도심으로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해당지역으로 이주시 이사비나 빈집 리모델링, 임대주택등을 활용하고 공공서비스 기능을 집중시키는 것을 제안한다. 

 두 번째 회생전략은 일자리 창출이다. 많은 지역이 외부기업이나 대형마트 유치를 희망하지만 설사 그들이 들어와도 지역의 고용효과는 미비했고, 지역의 부만 외부로 유출되어왔다. 따라서 지역의 문화와 특색, 특산물을 활용한 마을 기업을 제시한다. 마을 기업은 수익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대부분 지역민을 고용하며, 지역의 교류를 활성화시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마을 기업에 지원금을 공급하고 판로 및 경영지원을 통해 지원할 필요가 있으며 대규모 체인점등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막아 이들 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역의 마지막 회생전략은 대중교통결절점 위주의 교통재편이다. 지방중소도시의 경우는 서울이나 대도시 같은 환심형 교통체계는 적합하지 않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역이 너무 광범위하고 사람들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을 초래한다. 때문에 저자는 선형으로 교통을 재편하고 사람들도 그에 맞게 집중배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선형 교통에 겹치는 결절점을 중심으로 주거, 상업을 집중해야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20년 한국의 생산인구와 인구절대수는 감소하고 세계화와 경제침체로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 자명하다. 물론 통일이라는 변수와 4차산업혁명 역시 큰 변수로 다가올 가능성은 있다. 통일이 된다면 적어도 북한 전지역은 과거 남한처럼 양적성장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으며 4차산업혁명은 의외로 큰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방에 대한 회생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도시파산제도가 없기에 텅빈 비역을 버릴수 없고 안그래도 좁은 땅에 인구가 부족하다고 하여 지역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방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다. 미리 경각심을 갖고 마을기업등의 설립으로 일자리 위주로 접근하고 지방문제를 풀기위해 지역을 스마트하게 압축 거점화하고 교통결절점을 선형강화한다면 저자의 생각처럼 지방은 살아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방이 이렇게 살아난다면 이는 출산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자리 문제가 어느정도 지역수준에서도 해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은 얼마 없고 해결해야할 숙제는 많다. 정치권에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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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뇌
매리언 울프 지음, 이희수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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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동물이기에 태어나 자연히 직립보행하고, 보고, 듣는 등의 생존을 위한 기본 기능이 유전자에 프로그램되어 있다. 물론 언어능력처럼 좀 늦게 얻어지는 것도 있지만 언어를 위한 유전자는 분명히 있으며 이는 이 기능이 선천적이라는 걸 의미한다. 다만 언어구사의 숙달을 위해선 어느정도 후천적인 노력과 기간이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인간의 언어가 큰 공통점은 있지만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이고 역사와 문화 세월에 따라 꾸준히 변화하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을 반영한 결과가 아닐지 싶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한 언어능력은 어디까지나 구어의 말하기 듣기능력이다. 또 다른 언어능력인 쓰기와 읽기는 인류가 고작 수천년전에 발명한 문자에 의해서 생겨났다. 즉, 이를 생득적으로 취득할만한 유전적 프로그래밍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인간은 물론 다른 무료 기능에 비해 어렵긴 하지만 말하기 능력은 3-4세 무렵이면 거의 완성하는 반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은 적어도 5세이후에서야 슬슬 발달하기 시작한다. 인간에겐 문자를 읽는 행위, 즉 독서를 위한 선천적 능력은 적어도 없거나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간은 문자의 발명 이후 기존의 다른 뇌의 기능 회로들을 활용하여 문자를 읽는 독서능력을 습독해야 했다. 당연히 이는 어려웠을 것이고 때론 습득을 좀 처럼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등장했다. 책은 이런 독서에 대한 전제를 갖고 논의를 시작한다.


1. 구어의 한계와 문자의 탄생

 구전전통 시대에 사람들은 내려오는 쓸모있는 지식을 모두 외워야 했다. 그러도보니 전승되는 쓸모있는 지식의 양도 적었고, 사람의 불완전한 기억과 구전이라는 과정속에 와전되기도 일수였다. 또 다른 문제는 구전전통이 기억을 위해 리듬이나 기억구, 공식구, 전략에 의존하다보니 개인의 기억과 메타인지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동화책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지만 말하면서 혹은 정지없이 주어지는 말을 듣고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는 매우 어렵다(그래서 개인적으로 오디오 북은 성공이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제대로된 기억 및 창의성의 발현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인간은 기초적인 문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수량을 표시한 물표 같은 것이 그것의 시작인데 초기 문자는 대부분 그림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이런 식의 실제 물건의 문자라는 기호로의 상징화는 인간의 뇌에서 가장 중요한 특성 두 가지인 특화의 역량을 통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일단 생겨난 문자는 수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고 대대로 인간은 그 사용법을 새로운 세대에 가르침으로써 적응 및 변화를 위한 뇌의 역량에 대한 지식도 전수되었다. 

 상징을 익기 위해서는 두 가지 새로운 연결이 필요한데 하나는 인지-언어적 연결이고 또 하나는 대뇌의 연결이다. 기존에 시각, 언어, 개념화 통로로 형성되어 있던 뇌의 회로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이 발달했고 눈과 특화된 시각 영역 간의 새로운 망막 위상 경로가 새로운 상징체계인 문제에 할당되었다. 즉, 이는 인간에게 독서만을 위한 기존의 유전자나 뇌의 구조는 없고, 기존의 구조를 활용하여 독서기능을 후천적으로 습득해야 함을 의미한다.

 문자가 발달하며 인간의 시각체계에 의해 기본적인 인식이 쉬운 그림 문제체제에서 수메르인의 쐐기문자같은 세련된 형태의 표의, 추상문자가 등장한다. 표의 문자체계는 단어가 음성을 전달하지 않는다. 이런 한계 때문에 향후 수메르 쐐기문자엔 구어의 음절의 일부를 표상하기도 한다. 이런 표의음절문자법은 그림문자에 비해 뇌에 상당한 부하를 주었는데 무려 수백개에 이르는 수메르 쐐기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인간 뇌의 시각 부위와 시각연합부위에 훨씬 더 많은 경로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표의음절문자의 개념적 요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많은 인지체계가 개입하게 되고 결국 후두엽의 시각 영역과 측두엽의 언어 영역과 전두엽에 대한 연결이 훨씬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뇌가 변하게 된 것이다. 

 한자나 수메르 쐐기문가 같은 표의음절문자체계에 대응해 더욱 효율적인 형태음소적 문자체계인 알파벳이 등장한다. 형태음소적 문자체계는 스펠링 안에 형태소(의미의 단위)와 음소(음성의 단위)가 모두 표상되는 체계다. 알파벳에는 3대 기준이 있는데 우선 20-30개 정도로 한정된 수의 문자를 갖고, 해당 언어의 최소 음성단위를 전달 할 수 있는 포괄적 문자집합이어야 하며, 음소와 시작적 기호 및 글자가 완벽히 대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벳은 이런 음성과 문자가 일치한다는 효율성으로 인해 독서로 인한 뇌의 인지 부하를 크게 덜어 혁신적 사고를 촉진하게 되었고 초보독서가가 글을 쉽게 배운다는 기여를 하였다. 


2. 독서하는 사람의 뇌와 인간의 독서발달과정과 독서교육

 문자체계에 따라 다소 다르긴 하지만 독서를 할때 공통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뇌 부위가 있다. 후두측두영역으로 어떤 문자를 읽던 인간을 유창한 시각 전문자로 만들어준다. 다음은 브로카 영역을 포함한 전두부로 단어 안에 포함된 음소와 단어의 의미라는 두 가지 분야를 해결한다. 마지막은 상위측두엽과 하위 두정엽에 걸쳐 분포하는 다기능적 부위로 다양한 음성과 의미 요소들을 처리하므로 특히, 알파벳과 음절 문자체계에서 이 부위가 중요하다. 정리하면 인간 뇌의 보편적 독서시스템은 전두엽, 측두-두정엽, 후두엽을 연결한 4대 뇌엽중 엄선된 일부분이 된다. 

 인간은 문자를 사용하게 되면서 말로 표현된 단어와 발음으로 표현되지 않는 생각을 문자화하려는 행위를 통해 생각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에서 생각 자체도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문자언어를 차츰 더 정확하게 사용하면서 추상적인 생각을 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 개발 역량이 촉진된다. 그리고 알파벳은 그 효율성으로 인해 이런 혁신적 사고를 더욱 촉진하게 되었는데 그리스 알파벳이 보급된 시기 문학, 예술, 철학, 연극, 과학이 심오하게 발달한 것은 이로 인함인지도 모른다. 

 독서를 위한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4가지 요소를 필요로 한다. 의미론적 발달은 아이의 어휘발달을 통해 단어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증가시키는 것이고 통사론적 발달은 아이가 언어에 있는 문법관계를 터득하여 복잡한 책속의 언어문장을 이해하는 것이다. 형태론적 발달은 아이가 의미의 최소단위를 알고 사용법을 깨우치는 것이고 화용론적 발달은 자연스러운 문맥속에서 언어의 사회문화적 규칙을 인식하고 사용하는 것이다. 

 독서를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표상화된 추상적 문자-상징의 이름을 인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다양한 정보원과 시각과 청각, 언어 및 개념 영역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뇌의 능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독서를 위한 뇌의 기능이 기존 영역을 새롭게 연결해야하기에 독서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독서교육에는 생물학적 시간표가 고려되어야 한다. 

 사람은 5세가 되기 전 감각 및 운동부위가 모두 수초화가 되는데 각뇌와 같이 시각, 언어 및 청각 정보를 빠른 속도로 통합시키는 능력의 기반이 되는 주요 부위들은 대부분 5세 이후에도 수초화가 마무리 되지 않는다. 일부 남자아이들은 이 수초화의 속도가 더욱 느린데 그래서 남자아이의 독서능력발달이 여자아이에 비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것인지 모른다. 하여튼 이로 인해 4-5세 이전 독서를 가르치는 것은 경솔한 일이고 오히려 역효과를 낼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문자해득 교육이 시작된다.

 독서의 단계로 저자는 입문단계의 예비 독서가, 초보독서가, 해독하는 독서가, 유창한 독서가, 숙련된 독서가로 나눈다. 예비 독서가는 문자가 언어의 음성과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 정도를 갖고 있고, 규모가 큰 단위를 듣고 그것을 분절하는 방법 정도를 하는 예비단계다. 초보독서가와 해독하는 독서가는 문자와 대응하는 음성을 알고 이를 읽어내는 수준이다. 이 시기엔 언어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늘어나있고 추론 능력도 있지만 이제 막 독해하기 시작한 수준이다. 때문에 어른들은 이 시기 아이가 독서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고 이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제 막 독해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유창한 독서가는 가장 긴 발달 시기로 초등3-4년 정도의 나이에 도달한다. 문자를 읽는 것이 거의 자동화된 시기로 해독에 시간이 거의 필요하지 않아 추론과 통찰에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이가 어릴적엔 독서를 위해 좌뇌와 우뇌가 시각 영역의 많은 대뇌피질과 시각영역의 상측두부위와 하두정엽, 전두엽에 이르는 많은 부위를 이용해야해 느리고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유창한 독서가에 이르면 뇌가 독서를 할 때 양뇌가 아닌 특화된 좌뇌의 경로만을 이용하므로 인지적 부하가 적어져 텍스트의 의미와 이해를 위한 활성화를 위해서 양뇌를 활용한다. 즉, 혁신적 사고와 깊은 이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는 이를 넘어서 독서를 학습하는 뇌가 완전히 완성되고 학습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 단계가 된다. 


3. 난독증

 난독증은 문자를 읽지 못하는 증상이다. 난독증은 연구가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 언급한 것처럼 독서는 생득적인 과정이 아니기에 기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뇌가 상당히 복잡하게 변화해야한다. 따라서 연구가 어렵다. 또한 그러기에 관련 연구분야가 너무 많아져 통합된 연구가 어렵고, 난독증을 앓는 사람이 단순히 전반적인 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저기능상태가 아닌 다른 분야의 상당한 강점과 약점이 혼재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런 난독증의 원인으로는 우선 언어 또는 시각적 기저구조에 유전적인 발달성 장애가 있는 것, 혹은 주어진 특화 작업 그룹 내에서 표상을 인출하지 못하거나 회로에 구조가 연결되지 못하거나 혹은 둘다인 경우다. 세 번재로는 이 구조들 사이에서 회로가 연결되지 못하게 하는 방해물이 존할 가능성. 마지막은 특정문자체계에서 기존에 사용되는 회로와는 전혀 다른 회로가 재편성 되는 경우다. 실제 난독증은 한 문자체계에선 없지만 다른 문자체계에선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난독증을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네이밍 스피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음소인지 프로세스다. 음소인지 프로세스는 문자의 음소부분을 인지하느냐는 테스트로 주로 형태음성문자체계에서의 난독증은 대부분 이 테스트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네이밍 스피드는 물체를 보고 그것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독서능력이 문자를 보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청각적으로 연결해 그 소리를 말하는 것이기에 이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거의 난독증으로 연결된다. 놀랍게도 독서를 습득한 사람은 문자를 보고 말하는 속도가 물체를 보고 말하는 속도보다 빠른데 문자의 경우 독서를 통해 인출이 자동화 된 반면 물체는 그 갯수가 너무 많아 어느 정도의 패턴은 있지만 완전한 자동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서하는 뇌는 초기 양쪽 뇌를 모두 복잡하게 사용하다 숙련되면 언어의 해독에 좌놔편향 시스템을 사용하고 이후 의미의 깊이 있는 해석과 창의적 과정 및 감정을 느끼는 부분에 양뇌를 활성화한다. 하지만 난독증의 뇌는 독서시 경로가 완전히 달랐다. 좌뇌 편향적 시스템이 아니라 오히려 양뇌를 모두 사용하는 우뇌편향적 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효율성이 발생해 문자해독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로 인해 대부분의 난독증 사람은 유창한 독서가나 숙련된 독서가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 진화과정에서 이렇게 불리한 난독증은 왜 남아 있는 것일까? 이는 난독증 사람 상당수가 다른 분야에서 보통 이상의 재능을 가진 것과 관련한다. 이들은 우뇌 편향으로 공간인지나, 창의성, 예술부분에서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특징은 오늘날 사회에서도 그렇지만 과거 문맹사회에서는 상당한 사회적 생산성이었을 것이다.(가우디, 조니댑, 에디슨 등이 난독증이었다.) 때문에 적합도가 떨어질 일이 없다. 또한 독서 기능은 아주 최근에 생겨난 유전자 수준에 반영된 수준의 기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난독증은 이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뇌가 독서에 적합한 회로를 타고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자의 발명과 독서의 시작은 인간 개인을 기억의 부담뿐만 아니라 시간에게서도 해방시켰다. 자동화 능력을 통해 초기 해독시간을 줄여 문자화된 생각을 보다 깊이 분석할수 있도록 인지적 시간과 이를 위한 물리적 피질공간이 더 많이 할당되었고 이는 문명을 발달시킨 혁신적 사고를 촉발시켰다. 독서를 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기초적인 연산 능력의 재배열이 일어나고 이는 새로운 사고의 신경세포적 기초가 된다. 즉, 독서를 하기 위해 뇌가 만들어낸 새로운 회로와 경로들이 남다른 혁신적 사고의 물리적 기초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독서의 효과는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자의 진화는 인간의 지적 능력 중 매우 중요한 문서화 체계화 ,분류, 조직화, 언어의 내면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의식, 의식 자체에 대한 의식등이 발현하는 인지적 발판을 제공했다. 문자의 발명을 통한 독서가 인간의 뇌를 바꾸고 이 바뀐 뇌가 다시 독서를 바꾸어 문명을 발달시키는 양의 되먹임 효과가 어쩌면 인류 역사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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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터라이프 2020-08-12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을 정독했습니다. 특히 오디오북과 관련된 설명에서는 설득력이 있으시다고 느꼈는데요. 현재의 출판시장이 오디오북과 같은 변화된 구성으로 이윤을 위해 다각화를 하는게 옳은건지 모르겠네요. 원래 독서라는 부분이 손쉽게 갈 수 있는 권도는 없는 것인데 아무래도 열악한 국내 출판시장과 관련이 있겠네요. 많은 걸 생각해하는 글을 써주신 것 같습니다. 하여튼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닷슈 2020-08-12 19:04   좋아요 1 | URL
긴 글을 정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디오 북 같은 경우는 의미있을 만한 책은 솔직히 없다고 생각합니다. 쓴 것처럼 독서란게 이해하고 내 생각과 경험등과 연결시키며 사유의 폭을 변화 및 확대해나가는데 멈춤없이 들리는 오디오 북이란게 그게 가능할리 없어 보입니다. 저는 동화들려주는거 아니면 큰 의미가 없다고 느낌니다. 말씀에 많이 공감합니다. 출판시장의 어려움때문에 생긴 새로운 시도겠죠. 그래서 좋게 보는 부분도 있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8-12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금도 짤방 유투브 봤는데요, 긴호흡을 필요로 하는 독서는 재미있는 유투브와 경쟁 상대가 안 될 것 같습니다. ㅠ 앞으로 어찌 변할지 더욱 관건입니다. ^^

닷슈 2020-08-13 09:04   좋아요 0 | URL
지금의 흐름으론 짧은게 대세죠. 저도 긴 독서가 알라딘의 길고 어려운 리뷰들이 유튜브를 이길거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늦었지만 알라딘 tv를 만드건 같구요. 하지만 독서는 여전히 독서 나름의 기능을 하며 살아남지 않을까 합니다. 짤방은 글자그대로 짤은 정보와 짤은 감동과 얇음 밖에는 줄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약국에 없는 약 이야기 - 가짜 약부터 신종 마약까지 세상을 홀린 수상한 약들
박성규 지음 / Mid(엠아이디)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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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술이 발달하고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며 21세기에는 바이오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기업이 이렇다할 이익구조 없이 기대만으로 주식이 상장과 동시에 사나흘간 상한가를 치고, 현정부가 그린뉴딜을 발표한 것은 이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제약산업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데 이 책은 이런 약에 대한 역사와 이야기들을 담았다.

 약의 역사는 매우 긴데 아마도 몸이 아픈 인간은 이것 저것을 먹어 보았을 것이고 거기서 효험을 본 것이 약으로 처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약효가 있는 경우는 대부분 없었고 자체의 영양성분이 높거나 약에 대한 믿음으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정도 또는 면역력에 의한 치료효과를 약효로 착각하는 것이 처음엔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체액설에 기반한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이 주류로 자리 잡았고, 이들은 체액의 균형을 중시하였기에 환자가 아픈 경우 문제가 되는 체액을 고갈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체액이란것은 지금 의학에서는 오히려 아픈 경우 보충한다. 수혈이 그렇고 링겔을 맞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오히려 피를 빼내거나 체액을 고갈시켜니 이는 면역력을 약화시켜 병의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체액설 의학은 기독교 신앙과 강하게 결합하여 이에 반하는 의학적 사례를 수용하지 않았다. 

 처음 변화가 생긴건 파라겔수스의 의학이다. 그는 금속을 이용한 치료를 중시했는데 아메리카를 다녀온 선원들과 전쟁에 매춘부를 동원하며 당시 유럽엔 매독이 매우 크게 퍼진 상태였다. 매독에 대한 면역이 없는 상태에서 수은의 증기를 이용한 치료법이 각광을 받았는데 수은의 증기를 환자에 몸에 쎄여 매독균을 제거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독한 수은은 정상적인 조직도 공격해 치료 환자들은 상처자체에서도 고통을 받았지만 치료과정에서 무려 1.5L의 침을 쏟고, 간과 신장에 영구적 손상을 입고, 잇몸이 문드러져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빠지는등 치명적 부작용을 겪게 되었다. 당시 성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런 외모의 변화는 매독감염의 증표로 작용해 또 다른 낙인효과를 낳았다. 

 수은은 중독성이 알려진 지금은 매우 위험한 물질로 여겨지지만 의학적 상식이 없던 과거는 아니었다. 수은은 진사화 같이 유명했는데 진사는 붉은 색으로 연소하면 수은으로 변한다. 진사의 붉은 색은 혈액처럼 여겨져 원기와 생명의 상징으로 수은의 회색은 정액을 연상시켜 생명의 씨앗과 부활로 여겨졌다. 때문에 둘은 생명과 부활, 즉 영생처럼 여겨졌기에 진시황은 이 무서운 두 물질을 같이 복용했다. 또한 수은은 피부에 잘 흡착하고, 혈관을 차단하여 피부를 미백시키는 효과가 강하여 화장품으로도 쓰였다.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은 수은 화장을 하고 그린 것이다. 

 현대 의학이 등장하고 화학이 발달하며 제약산업이 시작된다. 약은 수소와 산소, 탄소, 질소, 황의 5가지 구조가 주 뼈대다. 약의 화학식은 이중 수소를 제외하고 표현되는데 수소는 기본 뼈대보다는 다른 뼈대에 주변 환경의 산성도에 따라 붙고 떨어지는 정도기 때문이다. 나뭇잎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대 제약회사들은 약국에 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와 놀랍게도 화학회사로 시작했다. 화학기업은 바이엘과 화이자, 산도스로 염료공장이던 이들은 공정과정에서 찌꺼기인 대규모의 콜타르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찌껴기에서 아닐린을 분리하고 아닐린에서 페놀이 분리되며 사정이 달라진다. 페놀은 약물을 대량합성하는데 필요한 시작물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약회사들이 주로 병을 치료하는 약을 생산한다 생각하지만 이들이 전념하는 신약은 주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약들이다. 고혈압이나 당뇨약이 어디 치료하는거 보았는가 그날그날 증상을 그저 완화해줄뿐이다. 이들이 이런 약에 천착하는 것은 경제적 이윤때문이다. 질병 근원을 치료하는 약보다는 매일매일 자주 먹으로 약을 구매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거대 제약회사들은 수요가 작은 희귀질환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는다. 2003년엔 상당수 회사들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 제약회사들은 20세기 중반들어 위생의 개선과 의학의 발달로 약 수요의 감소로 위기를 맞게 된다. 이들이 위기를 타개한 방법은 매우 창의적인데 바로 정신의학분야에 간섭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이 애매한 정신장애를 제약의 영역으로 확대하고자 로비하였고, 이후 수많은 정신의약품을 개발하여 이윤을 누리기 사작한다. 이 약 역시 정신질환을 전혀 치료하지는 못하며 꾸준히 복용하며 약간의 개선만을 시켜주는 정도다. 우울증 약으로 유명한 프로작은 4천만이 복용하여 4만이 자살할 정도로 부작용이 심각하지만 오늘날 유명한 약으로 자리잡았다. 

 책은 마약류에 대해서도 다룬다. 인류는 고통의 경감, 종교적 영성, 각성, 평안을 위해 각종 각성물질과 평온을 주는 물질을 찾아 활용해 왔다. 아편, 카페인, 알코올 등이 그것들이다. 지금은 카페인과 술만이 허용되며 마약류는 모두 터부시되지만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여년 전만 해도 이들은 폭넓게 허용되었다. 의외로 중독성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은 거의 6천년간 마약을 복용해왔는데 중독 문제는 거의 없었다. 이는 마약을 주로 먹었기 때문이다. 마약을 먹으면 소화기관과 간을 거쳐 양자체가 반감되고 독성도 상당부분 제거되기 때문이다. 반면 주사로 혈액에 직접 공급하거나 흡입으로 폐를 통해 바로 혈관으로 도달하는 경우 약효가 강하게 나타나 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마약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대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별 노력없이 쉽게 자라는 식물이다. 꽃이 양귀비이고 그 열매의 과즙을 굳혀 검고 딱딱하게 만든게 아편이다. 대마로 우리 조상들은 줄기와 꽃을 이용해 아편을 만들어 가정 상비약으로 사용하고, 옷을 만들어 입었으며 종이를 얻었고, 씨앗에서 기름을 얻었다. 씨앗을 그 유명한 헴프씨드다. 이 대마의 아편에서 모르핀이 추출되고 화학식을 약간 변화해 약효를 8배이상 높인게 헤로인이다. 마약류를 불법화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골머리를 앓던 70년대 반전운동에 앞장서던 히피와 흑인 집단을 공격한다. 흑인은 헤로인을 히피는 대마를 사용했는데 이를 불법화하고 미디어를 이용해 타락하고 중독성을 강조하며 불법화한다. 더불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거의 모든 마약을 불법화하였는데 이는 과거 알카포네같은 마피아를 키운 금주령처럼 마약을 고가화하였고 이로 인해 불법조직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지금의 작태를 낳게 만들게 된다. 한국에서도 박정희 독재정권은 독재에 반대하는 이장희, 신중현등의 포크가수들에게 문화처럼 퍼지던 대마를 전격적으로 불법화하고 미국처럼 공격한다. 이로 인해 한국의 각 가정에서 유용하게 기르던 대마는 차차 사라지고 우리 인식속에서 모든 마약류가 상당히 부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미국을 비롯한 거대제약회사들은 세계적으로 마약류를 불법화해놓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약개발에 대마등을 이용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급한 것처럼 대마는 상당히 효용이 높다.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마약류 엑스터시는 강렬한 최음제나 환각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화하는 효과가 크며 실제로 외상후장애증후군의 치료에 사용된다. 역시 상당히 위험한 것처럼 느껴지는 LSD역시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사람에게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사유를 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LSD는 오히려 복용후 이런 강한 정신작용으로 피로감이 높아 불법화하기 전에도 예술가나 문인들이 한달에 한번 정도만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대마는 소아뇌전증에도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책을 보며 마약류에 대한 오해, 거대 제약회사들의 태동과 못된 작태들, 약을 허용하고 하지 않는 모호성과 그것에 관여하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민낯, 그리고 약의 발달과 재밌는 에피소드를 즐길 수 있었다.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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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가 200쪽의 책이라면
김항배 지음 / 세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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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부터 누구나 태양계를 표현한 매체를 자주본다. 과학교과서나 과학교양도서에서 혹은 만화나 영화에서 태양계는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정확한 비율로 축소한 태양계를 표현한 것은 아무도 본적이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태양이 다른 행성들에 비해 너무나도 크고, 그러기엔 태양으로부터 떨어진 다른 행성들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 때문에 대부분의 태양계 축소 모형은 지구와 비슷할 정도로 태양의 크기가 작게 묘사되거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이 형제마냥 옹기종이 모여있기 마련이다.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이는 아무래도 사람에게 오개념을 심어준다. 

 그런 아쉬움을 누구나 갖고 있었을텐데 저자는 책장이 넘어간다는 책의 물성을 이용해 태양계를 200쪽의 책에 표현해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태양계지만 너무나도 멀어 표현할수 없는 오르트구름대나 가이퍼대는 표현하지 못했다. 마지막 페이지에 설명만 있을뿐이지만 그외에 나머진 충실히 잘 재현되었다. 다만 항성과 행성간의 거리는 1000억분의 1로 축소한 반면 행성과 항성의 크기는 같은 비율로 축소하면 너무나도 작게되어 10억분의 1로 묘사했다. 

 첫장을 넘기면 태양계의 시작점인 태양이 광활히 무려 4쪽정도에 걸쳐 펼쳐진다. 넘겨도 넘겨도 이글이글한 태양이다. 태양은 태양계 질량의 99.86%나 차지하니 이는 당연하기도 하다. 태양의 표면온도는 무려 5500도에 달하고 초당 4*10의 26승 J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이는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근원이다. 

 좀 더 가보면 화성이 나온다. 화성은 지구나 금성보다 작고 질량도 적은데 이는 아무래도 목성에 의해 질량을 많이 빼앗겨 충분히 성장할 만한 물질이 적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목성은 과거 화성근어체 있었던 것 같다. 화성엔 남극의 극관에 물이 있는데 이게 다 녹으면 무려 화성을 11km 깊이로 덮어버릴 정도의 물이다. 화성이 지구보다 작아 단순비교하기 어렵지만 지구만큼의 물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소행성대가 있는데 화성과 목성의 중력에 궤도공명을 일으켜 틈새를 갖고 있다. 이 소행성대는 목성의 강한 중력에 의해 붙잡혀 있어 태양의 중력에 의해 지구방향으로 소행성이 침투하는걸 막아준다. 

 목성은 매우 큰 행성인데 태양계에서 상당히 떨어진 이곳에 이리 큰 질량을 가진 행성이 있는게 다소 의외다. 이는 동결선때문인데 동결선은 글자그대로 물질이 태양의 에너지로인해 액체가 기체상태로 존재가능한 지점이다. 대충 태양계에선 5AU정도의 거리인데 동결선 안의 물질은 기화되어 태양풍에 의해 동결선 밖으로 점차 이동하게 된다. 동결선 안엔 이안에서도 고체로 존재하는 무거운 물질들이 남게되고 암성형 행성인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을 형성한다. 기체들은 동결선 밖에 모여 뭉치는데 이게 목성이다. 그래서 목성의 위치는 거의 동결선 바로 바깥이다. 목성 근처엔 라그랑주 지점이란게 있다. 이는 태양과 목성의 중력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 물체들이 잡혀있는 부분인데 총 5개지점이 있어 소행성대를 형성한다. 목성의 위성중 하나인 유로파는 표면이 얼음이가 깊은 액체의 바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 역시 옅은 산소이고 바다가 깊어 지구보다 물의 양이 많다. 목성의 기조력에 의해 지열작용이 활발해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영화 마션을 보면 멧데이먼의 생존을 알고 그를 구출하기 위해 대원들이 우주선을 돌리기로 결정한다. 이때 한 젊은 청년의 아이디어로 우주선의 속력을 높이게 되는데 이는 '스윙 바이'의 원리다. 스윙바이의 원리는 물체가 a라는 속도로 가만히 있는 다른 물체에 충돌하면 반작용으로 같은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나가게 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경우 물체가 a라는 속도로 반대방향으로b라는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와 충돌하면 가만히 있는 관찰자가 보기엔 무려 a+2b의 속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이용해 태양의 중력에 의해 공전하는 행성의 진행방향 뒤로 접근해서 나아가면 이 중력에 의해 속도가 증폭된다. 실제 보이저1,2,호는 목성과 토성의 중력을 이용해 태양계 탈출속도를 얻어 내었으며 수성을 관찰하는 우주선은 태양으로 빨려드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수성의 공전진행방향 앞으로 접근해 속력을 줄였다. 

 책을 넘기다보면 무려 4페이지에 달하는 태양의 크기, 그리고 열장 가까이를 넘겨서야 다음 행성이 나오는 태양계의 텅빔. 그리고 빈 페이지를 과학적 상식으로 알차게 채워주는 태양계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멀고 신비롭고 말도 안되는 우주를 아는 것도 재밌지만 내가 속해있는 태양계부터 제대로 아는게 맞는 것 같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도 무려 4광년이나 떨어져있고, 우리가 40여년전에 쏘아보낸 보이저들도 아직 태양계를 빠져나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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