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노화 - 피로와 노화를 멈추는 염증 디톡스
박병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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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는 생명체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며 당연한 것이지만 아직 그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저자는 이중 그 핵심을 염증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염증의 이유로 우리 몸의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저하를 핵심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화에는 3가지 축이 있다. 대사 및 심혈관, 근골격계, 뇌와 인지다. 대사 및 심혈관계 노화는 심부전, 암, 고지혈증, 당뇨병, 부정맥이다. 근골격계의 노화는 근육약화, 관절염, 골다공증, 골절이다. 뇌와 인지의 노화는 뇌위축, 정신증상, 치매다. 이 3개의 노화 축은 서로 얽히며 영향을 주어 악순환처럼 다가오고 우리 몸의 기능을 서서히 저하시켜 노쇠시킨다. 대사 및 심혈관계의 노화는 주로 40대부터, 근골격계의 노화는 50대부터, 뇌와 인지기능의 노화는 60대부터 본격화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1-6월 이상 피로가 지속되는 상태다. 여기에 극심한 탈진, 근육통, 기억력 저하가 동반한다. 이 환자들은 면역계에 이상이 생기고 만성염증상태인데 이런 면에서 염증노화상태와 매우 유사하다. 즉, 환자들은 조기 노화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사이토카인 중 하나인 TGF-B 수치가 매우 높고 염증성 바이오 마커인 레지스틴 수치가 낮게 나타난다. TGF-B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고 균형을 유지한다. 이 수치가 과도하게 높으면 면역기능 전반이 하락하여 회복력이 낮아지고 감염이나 염증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 혈액과 조직 내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인 IL-6, TNF-a, IL-IB 등이 건강한 성인에 대비해 2-4배나 증가한다. 반면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10, IL-IRa등은 감소한다. 특히, IL-6, TNF-a는 노쇠의 주요 바이오마커다. IL-6는 BMI와는 양의 상관관계, 악력과는 음의 상관관계, 근감소증과는 양의 상관관계다. 증가할수록 건강이 악화하는 것이다. TNF-a는 근골격근 감소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염증은 사실 나쁜 것이 아니다. 인간 몸의 자연 방어 체계이자 몸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 과정이다. 하지만 염증은 역할을 다하면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염증은 사라지지 않고 만성화한다. 이게 만성염증이며 노화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면역체계를 붕괴시켜 조직의 재생과 치유를 방해하여 질환의 발생위험을 높인다. 그리고 해로운 유전자를 활성화하고 세포를 노화시키고 변형한다.  

 염증은 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람에겐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중요하다. 세로토닌은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고 뇌와 장건강, 장기간의 행복을 주며, 도파민은 운동과 동기유발, 목표 추구에 중요하다. 하지만 염증이 심하면 세로토닌의 분비가 억제되어 수면과 식욕, 면역, 장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때문에 우울증이 심화될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에 이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채네 염증수치가 높은 경향이 있다. 

 체내에는 다양한 금속 이온이 존재한다. 마그네슘, 나트륨, 칼슘, 칼륨 등이다. 이들은 대개 이온상태로 단독으로 존재하지만 철만은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어 페리틴이란 단백질에 둘러싸여 존재한다. 그래서 페리틴 수치는 체내 철분 수치를 의미한다. 철분은 인간에게 필수적이지만 과도하면 염증을 일으킨다. 여성을 생애 절반을 생리를 하기에 주기적으로 철분을 배출해 자동으로 페리틴 수치가 조절된다. 하지만 남성은 그렇지 않아 철분 수치가 여성의 4배에 달한다. 그렇다보니 여성에 비해 철분 과잉으로 염증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에 비해 심근경색, 암, 심장질환, 파킨슨,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다만 여성도 폐경 이후 철분 수치가 상승하며 이런 질병의 발병률이 급격히 남성을 따라 잡는다.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5가지 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신체활동 부족

 세계인의 31%가 신체활동량이 부족하다. 운동하면 골격근에서 단백질인 사이토카인과 마이오카인이 생성된다. 이는 체내 염증을 줄인다. 그리고 운동은 염증을 일으키는 내장지방을 줄인다.

 2. 식단변화

 정제탄수화물과 초가공식품의 섭취가 증가하고 식이섬유의 섭취는 줄었다. 이는 만성염증의 증가요인이다.

 3. 장내 미생물군 변화

 비만, 항생제 남용, 스트레스의 증가, 수면부족, 과도한 음주, 환경오염으로 장내 미생물군이 크게 변화했다. 이 역시 만성염증의 원인이다.

 4. 화학물질

 음식, 세제, 약품, 청소용품, 흡연, 화학제품 등도 만성염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5. 인공조명

 인공조명은 생체리듬을 교란해 수면부족과 대사증후군을 초래한다. 역시 만성염증의 원인이다.


 만성염증은 줄이려면 무엇보다 미토콘드리아(이하 미토)가 중요하다. 미토가 나타나기 이전 원시세포는 포도당 한 분자로 겨우 ATP 분자 2개 정도를 생성했다. 지금은 산소를 이용한 전자전단계 시스템으로 같은 포도당 한 분자로 ATP 36-38개를 생성한다. 이런 혁명적 발전으로 생명은 다세포 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미토는 세포에 포식되며 공생을 시작한다. 그리고 안위를 얻으며 스스로 생존하는 기능대신 에너지 생성 유전자만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 몸에는 우리의 유전자와 미토의 유전자가 따로 있다. 미토의 유전자는 모계로만 유전되기에 모계 조상의 추적이 가능하다. 하계 올림픽을 보면 대부분의 종목을 흑인이 석권한다. 이는 열대에서 진화한 흑인의 미토가 ATP 생성에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혹인은 열대에서 진화했기에 미토의 짝풀림 기능이 없다. 이는 전자전달계나 ATP 합성간의 연결이 약해지거나 끊어져 생선된 에너지가 ATP대신 열로 방출되는 현상이다. 즉, 미토가 포도당으로 에너지 대신 열을 좀 내는 것인데 열대 지방에선 하등의 필요가 없는 짓인 것이다. 그러니 흑인에겐 진화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추운 지방에서 진화한 백인과 황인종에겐 필수적인 것이다. 그래서 흑인은 미토가 에너지발산에만 최적화되어 있어 근육의 힘이 강하다. 그래서 운동에 유리한 것이다. 다만 그 부작용으로 당뇨 유발률이 높게 나타난다. 여분의 에너지를 열로 발산하는게 적다보니 운동하지 않는 경우 그대로 축적되어 성인병으로 나타나버리는 것이다. 

 미토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를 생성한다. 활성산소를 하도 건강프로그램에서 강조하다보니 독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이것은 에너지 생성에서 필수적인 것이다. 다만 과도한 것이 좋지 않은 것이다. 활성산소가 과도하면 세포가 손상되고 이게 염증이 된다. 우리 몸에는 손상된 미토를 제거하는 자가 포식 시스템이 있지만 이 역시 노화로 점차 약화한다. 즉, 나이가 들면서 활성산소가 많아지고, 세포 손상이 가속화하고, 염증반응도 가속화하는 것이다. 

 다른 기관처럼 미토 역시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선진국의 현대인은 쉴새 없이 먹이치워 영양분을 무한으로 공급해 미토에게 휴식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부하가 걸린 미토는 활성산소도 많이 만들어낼수 밖에 없고, 손상도 입게 되어 염증도 많이 일어나게 된다. 미토에게 휴식을 주는 법은 다음과 같다. 단식하거나 건강한 식습관을 갖거나,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다. 

 당뇨와 알츠하이머는 미토기능저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췌장의 베타세포와 신경세포는 미토의 변화에 민감하다. 미토의 에너지 생산기능이 저하하면 근육세포와 간세포에 지방산이 축적한다. 이는 지질독성을 유발하고 췌장의 베타세포가 손상되어 인슐린 분비기능이 방해된다. 미토는 혹사당하면 최소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슬슬 포기한다. 마지막까지 살리려는 것은 심장이다. 그래서 미토는 심장근육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기억은 가장 최후순위다. 인슐린 저항성은 그래서 치매와 깊은 연관이 있다. 치매는 미토가 생존을 위해 기억을 희생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먹은 음식은 미토에 부과하는 업무와 스트레스 수준을 다르게 한다. 특히 설탕에 들은 포도당과 과당이 그렇다. 포도당은 혈액 내 혈당을 올려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고 활성산소를 증가시키고 최종당화산물 생성을 촉진해 미토의 항산화 방어체계를 무너뜨린다. 과당은 주로 간에서 대사되며 지방합성, 염증반응,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해 간접적으로 미토 기능을 약화시킨다. 

 미토의 활성화에 좋은 성분은 코엔자임 Q10과 비타민B군, 마그네슘이다. 코엔자임 Q10은 육류와 어류, 시금치에 많다. 비타민B군은 곡륙, 견과류, 유제품에 많다. 마그네슘은 통곡류, 견과류, 시금치에 많다. 그리고 가벼운 스트레스는 미토를 자극해 좋다. 가벼운 스트레스란 운동 같은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새로운 식단 권장안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지방을 금기시해왔다. 그러다보니 지방이 다소 포함된 육류도 크게 권장하지 않았다. 새로 발표한 권장안은 육류와 천연 지방을 권장한다. 금기하는 것은 화학적으로 만들어낸 식물성지방들이다. 그리고 정제탄수화물과 설탕, 액상과당, 초가공식품이다. 육류와 버터, 동물성 지방은 이제 권장한다. 즉, 우리가 기존에 먹던 것들로 돌아가는 것이다. 실제 과거 설탕의 해악을 숨기기 위해 채식과 육식 논쟁이 행해졌다. 그 결과 지방이 적으로 규정되었는데 총콜레스테롤이 규제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학계는 설탕이 생물학적 노화는 물론 비만, 당뇨, 만성염증을 촉진하는 것을 밝혔다. WHO는 섭취하는 설탕의 양을 최소 10%이상 줄일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영미권에서는 설탕세와 각종 규제를 도입 중이다. 

 단순당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구분한다. 포도당은 세포의 연료인 ATP생산에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가 단맛을 좋아하게 진화한 것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뇌와 근육이 포도당을 연료로 쓴다. 몸은 포도당이 들어오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한다. 우리는 인슐린이 혈액에서 포도당을 제거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혈액에 들어온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세포에서 에너지로 쓸수 있게 하기 위해 침투하도록 돕는게 인슐린이다. 그런데 이게 너무 과도해지면 그게 잘 작동하지 않게되는 것이고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 심해지는 것이며 당뇨병이 되는 것이다. 

 과당은 포도당과 다르게 간에서만 사용한다. 과당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중성지방으로 전환된다. 간에 지방에 쌓여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이 생길 수 있다. 포도당은 대부분 간으로 이동하기 전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켜 인슐린분비를 촉진해 포만감을 같게 한다. 하지만 과당은 간으로 바로 가기에 혈당상승을 일으키지 않고 포만감도 없다. 그렇기에 더욱 많이 먹게 하여 장기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더욱 높인다.  

 고기의 단백질 분자는 인간이 맛을 느끼기엔 너무커서 맛이 없다. 하지만 고기를 구우면 마이야르 반응으로 단백질 분자가 작아져서 맛이있어진다. 마이야르 반응은 175-180도 사이에서 활발하고 200도 이상이면 발암물질이 같이 생성된다. 그리고 마이야르 반응은 노화를 촉진하는 AGEs라는 독소를 생성한다.AGEs는 음식조리나 가공과정에서 생성한다. 특히, 고온에서 장시간 조리시 생긴다. 바싹 구운 베이컨이나 고기가 대표적이다. AGEs는 체내에서도 생성된다. 혈액 속 포도당이 단백질과 결합하여 생기는데 최종당화산물이 그것이다. AGEs는 세포기능을 저하시켜 면역을 약화하고 노화를 촉진한다. 

 실제 사람의 신체는 마치 마이야르 반응처럼 나이가 들며 갈변한다. 대표적인 것이 늑연골이다. 이 부위는 어릴 때는 순백처럼 하얗지만 나이가 들면 갈변한다. 그리고 수정체도 어릴 땐 맑고 투명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탁해진다. 마이야르 반응이 시트루인이라는 단백질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도 있다. 시트루인은 대사균형을 유지하고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DNA복구를 하는 등 노화와 관련한다. AGEs가 축적되면 시트루인의 기능이 저하한다. 

 AGEs는 당뇨환자에 많이 축적한다. 당뇨환자는 혈당조절이 안된는데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체네 포도당이 많고 단백질과 더 많이 결합하여 AGEs를 많이 생성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노화도 더욱 빨라지고 신경의 미엘린도 당화되어 버려 신경기능이 악화한다. AGEs는 크고 점도가 높아 모세혈관을 통과하지 못한다. AGEs가 체내에 축적되면 당연히 혈관이 막히게 된다. 그래서 당뇨환자는 모세혈관이 막혀 시력저하, 신장질환, 사지절단의 부작용이 많아진다. 

 무섭게도 과당은 포도당보다 마이야르 반응을 7배다 많이 생성한다. 설탕은 액상과당보다 훨씬 비싸다. 그래서 식품산업계는 70년대 이후 액상과당을 발명한 이후로 대부분의 음료와 초가공식품에 액상과당을 활용중이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음료와 가공식품에는 대개 액상과당이 들어있다. 후성유전학 패턴은 가역적이다. 그래서 하루 첨가당 섭취률은 10g만 줄여도 생물학적 나이를 2.4월 정도 줄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철분의 관리는 염증과 관련이 깊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철분이 몸에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철분의 관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칼로리 섭취의 제한이다. 적게 먹으면 철분도 적게 먹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정기적 혈액 검사로 페리틴 수치를 확인하여 관리하는 것이다. 다음은 철분 제한 식단의 실천이다. 육류를 제한하고 철분을 인위적으로 강화한 정제탄수화물 식단을 피하는 것이다. 차와 커피, 유제품, 달걀, 폴리페놀이 풍부한 식품은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 그리고 헌혈이다. 한번의 헌혈은 체내 철분의 크게 감소시킨다. 

 종합비타민과 항산화제의 복용은 생각보다 효과가 크지 않다. 미국립암연구소는 20년 이상 39만 이상의 성인을 추적 관찰한 결과 매일 종합비타민을 복용했음에도 사망률을 줄이는 유의미한 결과가 없었음을 밝혀냈다. 항산화제의 복용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었다. 이는 활성산소를 과다하게 줄이기 때문인데 활성산소를 에너지의 생성을 위해 어느정도는 필요한데 이를 인위적으로 제거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오메가6과 오메가3의 균형적 섭취도 필요하다. 3과6의 균형은 1:1이나 1:4정도가 적당하다. 6은 염증반응을 촉진하고 감염과 싸우고 치유하며 3은 항염증반응, 염증억제 작용을 한다. 최근 식물성 기름을 많이 사용하며 6의 섭취가 과도하게 늘었다. 전통적 한식은 3의 비율이 많다. 특히 들기름이 그러하다.

 간헐적 단식도 건강에 좋다. 일정시간의 단식은 미토에 휴식을 주거 자가포식을 원활히 하게 하여 세포안의 노폐물과 손상된 부분을 정리하게 하다. 세포의 기능과 에너지 대사효율이 활발해진다. 16시간 단식과 8시간 식사가 적당하다. 이는 매우 어려워보이지만 사람은 수면을 취하기에 어렵지 않다. 저녁 6시에 식사하고 다음 날 점심에 식사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이 어렵다면 12-13시간 정도도 충분하다. 현대인은 너무 많인 먹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mTORC1경로를 활성화하여 노화를 촉진한다. 

 채식을 하면서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것은 중요하다. 조리법은 중요한데 AGEs의 생성을 피한다고 날로 먹는 것은 위험하다. 독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스팀이다. 이는 수용성 비타민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지용성 항산화물질의 흡수를 증가시키는 이상적인 방법이다. 물에 직접 담그는 것보다 영양소 유실은 줄이고 세포벽을 충분히 파괴해 흡수율은 높인다.

 사우나도 좋다. 사우나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체내 노폐물과 독소를 배출한다. 코르티솔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낮추며 정신건강을 개선하고 신체기능을 강화한다. 특히 열충격 단백질을 생성해 몸에 적절한 충격을 주어 미토기능을 강화하고 염증을 줄인다. 핀란드의 연구에 따르면 주4-7회 사우나를 하는 남성은 주1회 사우나를 하는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무려 2배나 낮다고 한다. 알츠하이머 발병이 낮고 염증수치도 낮고 장수 유전자도 활성화한다고 한다.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은 다양한 생리기전으로 염증을 조절하고 노화를 늦춘다. 운동은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이 있다. 세 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다만 순서는 스트레칭 근력운동, 유산소운동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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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메탈 - 미래를 결정할 치열한 금속 전쟁
빈스 베이저 지음, 배상규 옮김 / 까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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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업은 2차 산업으로 매우 오래된 산업이다. 하지만 이 오래된 것이 최근 세계 경제를 다시 뒤흔들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재 부족사태와 희토류 때문이다. 지금 시대를 이끌어 가는 세 가지 힘은 디지털-인터넷기술, 재생에너지, 전기차다. 즉, 전기-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3가지 축은 겉으로는 깔끔한 플랫폼이나 인터페이스를 사용자에게 보여주고 있어 물질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지만 사실 이들은 철저히 물질에 기반한다. 즉, 모든 것의 구현을 위해 원자재인 금속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것들의 급증은 전 세계적인 금속 수요의 폭증을 불러왔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는 상당히 많은 종류의 금속이 들어가는데 주기율표상의 금속의 무료 2/3이나 필요할 정도다. 인간은 그 동안 구리 약 7억톤은 채굴해왔는데 수요의 폭증으로 인해 향후 그만큼을 더 채굴해야 할 정도다. 2050년까지 전기차로 인한 수요로 인해 코발트는 2022년의 약 5배, 니켈은 10배, 리튬은 15배가 더 필요하다. 

 이처럼 광물은 전기-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그 기반인 광산업은 매우 오래된 것이고 그 방식도 매우 환경파괴적이다. 땅을 파내는 것이 기본이기에 자원이 있는 지역의 숲, 초원, 사막을 헤짚고 아래의 암석과 토지를 폭발하고 잔해를 캐낸다. 그리고 금속을 함유한 광석은 방사능이나 화학물질을 내뿜기도 하며, 가공하고 제련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그래서 2천년대 이후만 해도 광산 채굴로 인해 삼림 2600kmm2 이상이 사라졌다. 니켈 1t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광석과 폐석 250t을 처리해야 한다. 순수하게 존재하는 광석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구리 1t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광석과 폐석 500t을 처리해야 한다. 아이폰 1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약 35kg의 광석이 필요하다. 광산은 엄청난 물을 소모하며, 중장비를 사용하기에 세계온실가스 배출의 무려 7%를 배출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오염이 심각하기에 광산 주변 사람들은 대개 광산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 2012년 이후 살해된 광산 반대 활동가는 알려진 것만 최소 320명에 달한다.   

 하지만 자원 확보전은 이제 지상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확산중이다. 해저, 나머지 지구 전역, 우주가 다음 무대다. 그리고 몇몇 나라들은 이 금속으로 인해 새롭게 지정학적 주목을 받고 있다.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는 아직 채굴하지 않은 니켈의 1/4개 매장되어 있다. 그린란드는 막대한 희토류가 매장되어 있으며, 볼리비아는 최대 리튬 매장지다. 콩고 민주공화국은 세계 코발트의 절반을 매장하고 있으며 , 아프간은 구리, 코발트, 기타 금속이 풍부하다. 풍력발전기의 보강재인 니오듐은 브라질이 사실상 독점 중이다. 

 희토류는 희귀하다는 뜻이지만 사실 세계적으로 양이 적진 않다. 사실 희토류는 세계에 널리 분포에 있는 편이다. 희귀하다는 것은 사실 다른 의미인데 암석에 쓸만할 정도의 함량으로 경제성 있게 집중분포하는 경우가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보니 희토류는 유독 그 채굴과 가공과 정제에 상당한 역량과 인력, 유독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건 아무나 할 수 없으며 전 세계에서 이 전과정을 해낼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풍부한 희토류 매장량, 그리고 외교적 영향력. 기민한 해외 자원 확보를 통해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장악했다. 

 중국은 사실상 전기-디지털 시대의 정제 금속의 대부분을 수출한다. 태양광 패널, 풍력 발전기, 전기 배터리 등이다. 그래서 이것을 강력한 수출 금지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이 카드를 10여년 전 일본과의 다오위다오 어선 분쟁에서 처음 활용했는데 세계적인 공급망 구축으로 인해 이 부분을 중국에 온전히 의존하고 있었던 서방으로선 처음으로 큰 위기를 느낀 순간이었다. 

 희토류는 특성이 각각 고유하나 대개 전자기적으로 독특한 성질을 갖는다. 하지만 다른 물질과 합급하면 성능이 향상된다. 그래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크게 강화한다. 희토류로 가장 많이 만드는 제품은 영구자석이다. 영구자석은 움직임을 전기로 바꿔주고 다시 전기를 움직임으로 바꿔준다. 희토류를 조금만 첨가해도 영구자석은 매우 강력해진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은 환경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광산에 대한 압박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1950년대만 해도 미국은 구리 광산을 새로 여는데 3-4년이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평균 16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금방 광산을 열 수 있고 거기다 저임금이고 국영기업도 적극적이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의 중요성을 일찍 간파했다. 그들은 세계 희토류의 1/3을 보유했고 내몽고의 바얀오보광산이 단일 매장량으로는 세계최대의 광상이다. 그곳이 있는 바오터우는 원래 수박과 가지, 토마토가 자라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희토류 정광 1t을 생산할 때마다 방사성폐수 1t과 산성폐수 75세제곱미터, 라돈, 불산, 이산화황, 황산이 포함된 폐가수와 플루오린등이 무수하게 배출딘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은 백혈병과 췌장암, 탈모와 치아유실로 고통받는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인해 mp머터리얼즈라는 기업을 국방부 차원에서 후원한다. 미국의 마운틴 패스는 2022년 세계 희토류 생산의 15%를 담당할 정도다. 다만 문제는 중국과 다르게 아직 전과정을 담당하지 못해 채굴한 것들을 중국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역시 나라가 선진화하고 환경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광산은 폐쇄하고, 희토류 업체들을 합병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환경오염 작업들을 선진국들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나라에 위탁하고 있다. 바로 미얀마다. 중국이 주로 미얀마에 위탁하고 있는 것은 중희토류작업이다. 미얀마는 중희토류가 풍부하다. 

 구리는 태양광 패널에서 각각의 셀을 연결하고 풍력발전기에서 발전기의 재료이며 전선의 주재료이고 대형축전지의 재료이다. 전기차 1대에는 구리가 80kg이나 들어간다. 2035년데는 세계 구리 수요가 연간 2500만t에서 5천만t으로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 가격은 이미 2017년 대비 2배 가량 증가한 상태인데 그러다보니 세계적으로 구리 도난 사건이 성행중이다. 

 구리 공급처로 주목받는 곳은 중앙아프리카다. 주로 콩고민주공화국이다. 이 나라는 영토가 서유럽의 2/3일정도로 광대하며 각종 광물이 풍부하다. 세계최대 구리 생산국은 칠레다. 매장량이 세계 최대이고 세계 구리의 25%를 공급한다. 구리 가격이 오르며 절도가 성행하는데 그 규모는 매년 10억 $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절도로 인한 피해가 어머어마하다는 것이다. 구리는 대개 사회 인프라로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절도범들이 그것을 탈취하면 정전이 되거나 교통신호 마비, 식수공급 중단, 오수처리 중단 등 사회 기반 인프라의 마비가 일어나게 된다. 게다가 절도과정에서 그것을 감시하는 사람들간의 충돌이 일어나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니켈은 러시아가 중요 수출국이다. 니켈의 가격은 러우 전쟁으로 폭등했다. 서방은 러우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수출하는 거의 모든 것을 제재했지만 뒤늦게 니켈의 존재를 알아채고 이것 만큼은 상당기간 제재 대상에서 유예했을 정도다. 

 니켈은 20세기 스테인리스 스틸의 주재료로 처음 각광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배터리의 주재료다. 배터리의 니켈함량이 높을수록 에너지 함량이 올라간다.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무게의 80%가 니켈일 정도다. 니켈의 주 공급처는 러시아의 노릴스크다. 노르니켈은 이 도시의 기업이다. 코발트, 구리, 백금의 주요 공급업체이면서 니켈의 최대 생산업체다. 노르니켈은 엄청난 양의 이산화황을 배출한다. 니켈에는 황화물이나 라테라이트가 포함되는데 러시아산에는 주로 황화물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에도 니켈은 있다. 여기에는 라테리아트가 주로 분포하는데 이것이 포함되면 정제과정이 더 복잡하고 지저분하다. 광석은 분쇄하고 200도 이상 가열하고 황산과 혼합하고 압력을 가해 니켈을 분해하는 고압산 침출법을 쓴다. 이 과정에서 산성폐기물이 대량으로 발생한다. 

 코발트는 전 세계의 공급량의 70%를 콩고민주공화국에 의존한다. 코발트는 스마트폰에 7g이 들어가고 전기차배터리에는 10kg이 들어가낟. CATL을 비롯한 중국계 기업이 콩고 코발트 광산을 장악해서 80%가까이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계 기업은 콩고에 도로와 항만을 건설해 자원의 수송을 용이하게 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제소에서 콩고 코발트의 90%를 처리하고 있다.

 리튬은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기기의 무게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서 전력을 저장하는 용도로 안성맞춤이다. 리튬 수요는 2017-2022년 7배나 성장했다. 연간 거래액이 500억 $에 달한다. 2050년까지 10배 더 늘어날 예정이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에 전 세계 리튬의 25%가 매장되 있다. 남미에는 리튬이 가득한 염수가 많다.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방법은 발파보다는 훨씬 친환경적이고 간단하다. 아타카마 사막의 소금 평원 아래에는 엄청난 염수가 저장되어 있다. 이 염수에는 리튬과 염분, 다른 광물이 저장되어 있다. 땅 아래에는 담수층과 염수층이 만나 섞이는 구역에서 일종의 경계층이 생긴다. 밀도가 높은 염수층이 담수를 표층으로 밀어내면 표층에 염호가 생성된다. 이 염호에서 리튬 1t을 생산하려면 10만 갤런의 염수가 필요하다. 즉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표층으로 노출되어야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는 필연적으로 사막 지역의 상당한 지하수 소모를 요구하게 된다. 때문에 이 지역의 리튬 생산이 늘어날수록 지역의 수자원 고갈이라는 문제는 피할수 없게 된다.

 해저는 금속을 채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다. 해저의 다금속 단괴에는 코발트, 니켈, 구리 등 핵심 금속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태평양의 한 지역에는 다금속 단괴가 무려 210억t 매장되어 있다. 이는 전 세계 육지 매장량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금속단괴는 바다 밑바닥으로 떠내려오는 작은 화석이나 현무암조각, 상어 이빨 같은 작은 조각에서 시작한다. 여기에 오랜 기간에 걸쳐 바다에 용해되어 있는 니켈, 구리, 코발트 망가니즈 같은 금속이 붙어 금속 덩어리를 생성하는 것이다. 다만 해저채굴은 현재 국제법상 금지되어 있다. 또한 해저채굴은 육지채굴이 비해서는 친환경적이지만 해저환경을 망가뜨릴수 있다. 해저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고, 해저 자원 채굴 분쟁 가능성이 있으며, 해저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가능성도 있다. 

 재활용은 금속채굴보다 환경에 부담을 덜 주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환경에도 부담을 주며, 비용이 든다. 이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재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원재료는 이동해서 조립의 과정을 거친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다시 원재료의 과정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역공급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즉, 다시 깔끔하게 분해해야하는 것이다. 

 금속재활용은 생각보다 큰 산업이다. 미고철산업은 연간 400억$규모이고 고용만 수십만이다. 미국에서 매년 사용하는 납의 3/4, 철과 강철의 절반, 구리의 1/3이 재활용된다. 하지만 재활용은 쉽지 않기에 버려지는게 훨씬 많다. 그리고 고철수거는 어렵다. 그렇기에 2003년 이후 재활용과정에서 수백명의 미국인이 사망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시절 금속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고철을 대거 수입했다. 서구의 쓰레기도 수입해 그것을 재활용하여 부를 추적했다. 오늘날 중국의 금속 재활용 산업은 매년 600억 $ 규모에 달한다. 25만을 고용하는 수준이다. 고철의 재활용은 물론 친환경적이지만 이 역시 적지 않은 오염물질과 독소를 배출하며 피고용인을 독성물질의 위험에 노출시킨다. 이런 부작용으로 인해 중국은 점차 이 역할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2017년이 되어서야 고철을 비롯한 쓰레기의 수입을 중단했다. 그리고 일부 국가들은 고철의 외부수출을 막고자 고출 수출에 세금을 부과하거나 아예 금지하고 있다. 이는 핵심금속이 점점 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전자 폐기물의 양은 5300만t이상이다. 2030년이면 7500t이상이 될 거로 추정된다. 이는 골치 아픈 쓰레기다. 그냥 매립하면 골치아픈 쓰레기다. 독성화학물질이 물과 토양에 스며들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재활용이 어려워 차고나 서랍에 버려지거나 방치된다. 겨우 17%만이 재활용된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에는 전선용 구리와 배터리용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상당한 금속이 들어있다. 매년 전자 폐기물에 들은 금속의 가치는 600억 $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총합이 그렇지 각각의 전자 폐기물에 들은 금속은 매우 소량이고 분리하는 것도 매우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에서는 노동가치에 부합하지 못한다. 그래서 재활용률이 매우 낮다. 하지만 인건비가 낮은 개도국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는 노동가치 이상의 일이 된다. 그래서 재활용률이 매우 높아진다.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은 전선을 태워 구리를 덜고 회로기판을 화학물질에 담가 금속을 회수한다. 그래서 인근 지역 아동들은 납과 같은 독성물질의 농도가 혈액에서 높게 나타난다. 회로기판은 금속의 효율적 공급원인데 회로기판 1t은 광석1t보다 금 함유량이 40-800배에 달한다. 반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재활용률이 5%에 불과하다. 이는 그것의 재활용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구멍이 나거나 깨지거나 과열되어 불이 붙으면 사실상 끄는 것이 불가능하고 순식간에 500도 이상으로 가열되어 유독가스로 가득차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구자석, 태양광패널, 풍력발전기의 재활용도 매우 어렵다. 

 금속의 재활용이 쉽지 않기에 오래 쓰도록 하는 것은 하나의 좋은 대안이다. 유럽의 스마트폰은 1년만 더 쓰게 제작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10만톤 배출을 줄일수 있다. 이는 자동차 100만대 감축과 같은 효과다. 

 그리고 고쳐쓰는 것도 좋은 방안다. 과거 사람들은 물자가 귀한 시절 옷을 포함한 대부분의 물건을 고쳐쓰곤 했었다. 하지만 생산성이 높아지고 부유해지면서 물건을 새로 사기 시작했고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고쳐쓰는 풍토가 사라졌다. 1966년 미국인 20만명이 가전제품 수리기사로 일했지만 2023년에는 겨우 4만명이 같은 직업에 종사한다. 제조업체는 일부로 가전제품의 수리를 어렵게 설계한다. 이런 점의 개선을 법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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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의 가격 - 기후변화는 어떻게 경제를 바꾸는가
박지성 지음, 강유리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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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 위기하면 사람들은 끔찍한 상상을 한다. 영화 투모로우 처럼 대서양 열염순환이 멈춰 북반구에 심각한 빙하기가 도래하거나, 해수면 상승으로 세계 주요 해안이 잠기는 모습, 수자원을 두고 전쟁을 벌이거나 북극항로를 두고 국제적 갈등이 비화하는 장면들이다. 이는 모두 현실적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일어날 확률이 희박하기도 하다. 저자는 부제 슬로우 번처럼 극적인 피해보다는 이미 현실로 다가와 슬슬 우리를 태우고 있는 천천히 연소하고 있는 부분을 직격한다. 이 부분들은 잘 인식되지 않고 천천히 진행되나 이미 일어나고 있고 현실적이며 피해도 막대하다.

 우선 기후 위기로 인한 환경재난의 인적 자본 피해를 지적한다. 환경 재난이 나면 물적 재산 피해는 눈에 드러나가 집계된다. 하지만 인적 자본 피해는 그렇지 않다. 연구결과 1인당 평균 10-100$의 물적 자본 피해를 입히는 자연재해는 1인당 약 41$의 인적 자본 피해를 입힌다. 학생의 경우는 그것이 집중되어 1인당 245$의 피해에 이른다. 미국에서 허리케인 카트라니가 피해를 입혔을 때 학생들은 주거지를 잃게 되었고 피해 복구 기간인 5주간 학습을 하지 못했다. 이것이 인적 자본 피해다.

 기후 위기로 인한 더위는 이런 인적 자본 피해를 가속화한다. 1978-2011년간 미국의 기온은 0.55도 상승했다. 그리고 같은 기간 평균적인 미국의 중학새으이 성적은 약 1%감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미국의 전반적인 학습 성과의 감소는 대략 10%정도로 추정된다.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에 피해가 집중된다. 이들이 더위 피해가 더 큰 저위도 지역에 주로 거주하고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못한 곳에서 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라별로도 차이를 나타낸다. 미국의 학생은 32.2도 이상인 날이 연간 12일이나 인도는 연간 100일이 넘는다. 여기에 미국의 학생은 냉방시설의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인도는 거의 그렇지 못하다. 이런 더위로 인한 학습성취도의 차이는 국가간의 차이를 더욱 강화하고 고착화할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높아진 기온은 생산성도 떨어뜨린다. 1994-2005년까지 미국의 수십개의 공장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32.2도 이상인 날이 6일 이상 지속될 경우 주간 생산량이 8%이상 감소했다. 시카고 대학팀은 연구결과 실내온도가 1도 상승할 때마다 생산성이 2-4%감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야외 작업장일수록 극적으로 다가온다. 실내 사무실은 더워질 경우 면적이 좁아 에어컨이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야외 작업장은 넓고 사업에 따라 개방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하거나 비용이 너무 높기에 설치를 안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기후위기가 심화할 수록 야외 작업장의 생산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것 역시 고위도 부유한 국가와 저위도 가난한 국가간의 차이를 더욱 심화할 것이다. 저위도 국가일수록 야외 작업장이 더욱 덥고 냉방 시설이 없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높아진 기온은 범죄도 증가시킨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치안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쓴다. 미정부와 지방정부들이 2019년 치안활동에 쓴 돈이 1250억 달러다. 이는 재정의 7%나. 유럽연합은 2015년 치안에 2500억 달러를 사용했다. 매슈랜슨은 미국 3000여개의 카운티 1만 7천개 데이터를 연구했다. 그 결과 1980-2009년까지 일일기온이 높아질수록 범죄가 증가하는 상관성이 밝혀냈다. 32.2도 이상 기온이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월간 강간 범죄는 5%증가했고 살인과 가중폭력은 3%증가했다. 더워지면 폭력이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더위가 공격성을 가중시키는 것과 날씨 변화로 인한 생계 악화가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기온이 높아져 주로 바깥에서 생활하는 빈도가 증가해 사람과의 만남이 잦아져 범죄가 증가할 가능성이다. 기온과 정서간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 최고 기온이 38.9도 이상인 날은 사람의 기분은 표준 편차상 15%나 내려간다. 보통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되는 우울한 월요일의 경우 표준편차가 10%정도 감소하는데 그 이상인 것이다. 그리고 38.9도 이상이면 사람들의 욕설 사용은 평소에 비해 3-4%증가한다. 더위는 사법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제학자 패트릭 베리사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의 법정에서 선고 당일 기준이 높으면 형량이 높아졌고 기각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처럼 더위가 심해질수록 사람들은 이를 피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능력은 개개인의 경제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사람들은 매우 덥거나 추운날을 피하기 위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사람은 대개 15-20도를 가장 선호한다. 실제로 미국 LA의 경우 같은 도시더라도 지형과 녹지 비율에 따라 기온차가 난다. 그리고 이런 지역의 기온 분포와 사람들의 소득 수준은 거의 일치했다. 부유한 사람일 수록 쾌적한 기온의 지역에 거주했고, 가난한 사람일수록 더위가 강한 지역에 거주했다. 

 기후 위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농업생산을 것이다. 문제는 전 세계 소득 분포의 하위 10%에 해당하는 빈곤층이 대개 농업에 종사한다는 점이다. 농업은 기후에 당연히 민감하다. 2도 상승할 경우 옥수수, 쌀, 밀, 콩 등 주요 식량작물의 수확량은 20%나 감소한다. 그리고 선진국과 후진국일수록 이런 기온상승에 대처할 농업기술과 시설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즉,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최하위 10억의 생계 소득이 상당량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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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브레인 - 우리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제2의 뇌, ‘장(腸)’
에머런 마이어 지음, 서영조 외 옮김 / 레몬한스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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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의학은 만성질환을 잡지 못했다. 실제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평균수명의 증가는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 보이며 만성질환과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암으로 인한 사망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전통의학은 인간을 기계처럼 파악하고 각 기관 역시 부품처럼 여겨 문제가 생기면 교체하거나, 제거, 수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는 갑작스런 외상, 감염병, 급성질병엔 효과적이었으나 나머지엔 그렇지 못했다. 

 최근 의학은 장에 주목하고 있다. 장은 제 2의 뇌라 불린다. 장에는 무려 5천만에서 1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하는데 이 수는 척수의 신경세포수와 맞먹는다. 그리고 장의 면역세포는 몸 전체의 면역세포와 비슷하다. 그리고 장은 장에 분포한 수많은 감각기관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실시간으로 미주신경을 통해 뇌와 소통한다. 이는 우리의 생각, 감정, 의사결정, 건강상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니 장은 제2의 뇌가 될 수 밖에 없다.

 장에 이렇게 신경이 많이 분포한 이유는 자명하다. 무언가를 잡아먹는 동물에게 소화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먹이가 되는 것은 매우 다양하며 그 안의 성분은 더욱 다양하다. 또한 주변의 환경은 먹이의 변화, 소화하는 나의 상황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니 장에 신경이 많이 분포하고 뇌와 실시간 상호소통하는 것은 진화상 매우 당연해 보인다. 

 장에는 무려 100조 마리의 미생물이 거주한다. 이들은 진화 상 우연히 동물의 장에서 거주하며 숙주와 서로 이득을 주고 받았을 것이다. 인간 외에도 굉장히 많은 동물의 장에서도 미생물이 거주하는 것을 보면 이런 공생 관계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장내 미생물의 수는 인간의 세포수를 아득히 넘어서며 적혈구까지 합쳐야 간신히 비슷해질 정도로 많다. 인간의 유전자 개수는 360개에 불과하지만 이들 다양한 미생물의 유전자는 7백만 개에 이르며, 무게는 1-2.7kg정도에 달한다. 

 장내 미생물은 태어난지 3년 정도에 완전히 구성된다. 이후 환경 변화와 음식변화에도 이 구성은 거의 변화하지 않는다. 바꾸는 방법은 타인의 분변 이식 뿐이다. 다만 먹는 음식이 바뀌면 장내 미생물군의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대사산물이 변경된다. 이 대사산물의 종류가 매우 다양하며 인간의 건강, 소화, 정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식사를 하는 중간에는 장은 소화에 전념하지만 식사 사이 시간에도 일을 한다. 몸은 느끼지 못하지만 이 빈 시간에 장은 압력파인 이동성 운동 수축파를 내보내 위나, 소장의 찌꺼기 및 남은 세균등을 대장으로 이동시키는 청소일을 한다. 

 장과 뇌는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상당히 일방적이다. 미주신경을 통한 이 정보량에서 장에서 뇌로 보내는 정보가 무려 90%에 달하고, 뇌에서 장으로 보내는 정보는 10%에 불과하다. 즉, 장은 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지만, 뇌는 반대로 장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다. 장은 뇌로부터 섭취한 음식의 이동속도의 조절, 소화를 위한 적정량의 산과 담즙에 대한 정보를 받는다. 

 맛은 혀만 느낀다고 생각하지만 장도 느낀다. 장에서는 적어도 단맛과 쓴맛 수용체가 발견되었다. 단맛 감지기는 포도당의 혈류 흡수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준비하고 뇌에 포만감 신호를 준비한다. 그리고 쓴맛 수용체는 자극을 받으면 그렐릴은 분비한다. 이는 공복 호르몬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심지어 냄새를 맡는 후각 수용체도 장에 분포한다. 

 세로토닌은 정상 상태에서는 소화가 규칙적으로 진행되게 돕는다. 장에는 세로토닌 분비세포가 90%나 모여있다. 세로토닌은 기본적으로 보상을 얻었을 때, 즉, 음식물을 먹었을 때 분비되는 것이 기본이니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세로토닌은 미주신경과 장신경계의 감각신경 말단을 활성화 한다. 이는 장관 아래로 내려가는 내용물에 대해 정보를 장신경계에 제공하여 연동반사를 촉진한다. 식중독이 일어나면 세로토닌은 고농도로 분비되어 구토와 설사를 유발한다. 평소의 낮은 세로토닌 수치는 긍정적 정서와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먹으면 살짝 기분이 좋고 행복한 것이다.

 장펩타이드는 장내 미생물들이 소화계 및 뇌와 의사소통 하는 도구다. 장펩타이드는 장의 호르몬 세포와 장신경계의 신경 세포에서 분비한다. 

 장내 미생물군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공생한다. 그리고 유익균도 있지만 유해균도 있다. 유해균이라고 해서 항상 인체에 적대적인 것은 아니면 평소엔 잠자코 있다가 식단이 바뀌거나 항생제가 들어오거나 급격한 스트레스나 만성 스트레스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변모한다. 장내 미생물군은 인체의 장에 거주하며 적정한 온도와 안정적 먹이 공급,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 받는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인간이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 및 복합당을 소화하여 여러 장내 대사산물을 제공하고, 추가 열량을 제공한다. 그리고 인간이 생성하지 못하는 필수 비타민 일부를 생성하며 인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독성물지이나 화학물질들을 해독한다. 장내 미생물 군 역시 들어오는 음식에 대한 대비 및 주변 환경에 따른 인체의 변화에 대응을 해야 하기에 인간의 몸, 즉 장내벽의 신경세포에 접속해 정보를 얻어낸다. 

 장내 미생물군은 염증신호, 호르몬, 신경신호등의 채널로 소통한다. 이 정보는 장 내벽을 덮고 있는 얇은 점액층의 두께와 무결성 장내벽의 투과성, 혈액-뇌 장벽에 크게 의존한다. 이 장 내벽은 기본적으로 매우 튼튼하기에 장내 미생물군은 사실 웬만한 것으로는 뇌에 정보를 보내는 것이 제한된다. 하지만 스트레스, 염증, 고지방 식단, 특정 식품 첨가물 등이 이 장벽에 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 경우 부적절한 의사소통이 일어나 인체가 교란된다. 

 장내벽 바로 아래에는 특수한 면역세포인 수지상 세포가 있다. 이는 길게 늘어나서 장 내부까지 닿는 촉수가 있다. 그래서 장벽 가까이 사는 장내 미생물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정상 상태에서는 수지상 세포의 수용체들은 해롭지 않은 미생물에서 다양한 신호를 인식하여 모든 것이 정상이고 방어 반응이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면역체계에 알린다. 이렇게 인간의 면역 세포는 생애 초기에 다양한 장내 미생물군과 상호작용하며 평화 신호를 해석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장에 유해한 것이 침투하면 수지상 세포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이러면 장내에 일련의 염증반응이 생성된다. 

 장내벽 보호 점액은 장벽 속의 특수세포가 생성한다. 2층이다. 바깥층은 장내 미생물이 대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복합당 분자인 뮤신이 있다. 뮤신은 인체가 굶거나 식이섬유를 섭취하지 않을 시 미생물의 영양공급원이 된다. 안쪽층은 매우 밀도가 높아 세균의 침투가 거의 불가능하다. 미생물이 장내벽을 덮은 보호 점액층에 침투하면 미생물 세포벽의 분자들이 장 내벽 아래에 있는 면역세포를 활성화한다. 면역세포는 이들이 어느 정도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판단하여 면역반응강도를 조절한다. 지질다당류도 이런 일을 하는데, 이는 그람음성균이라는 미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요소로 장의 누수성을 높여 미생물이 면역체계로 쉽게 이동하게 한다.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는 장에 그람음성균, 피르미쿠테스균, 프로테스균의 비율을 상대적으로 높여 면역활성화 매커니즘이 만성작동하게 만든다. 염증이나 스트레스, 과다식이지방은 미생물과 장내벽을 분리시키는 2층의 방어벽을 손상시켜 결국 미생물의 신호전달을 과다하게 만들어 면역체계를 과활성화시킨다. 이로 인해 염증반응이 전신으로 퍼지는 대사독혈증이 발생한다. 이 경우 신체는 에너지 수준이 떨어지며 피로와 통증민감도가 커지고 우울해진다. 염증반응 물질인 사이토카인은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혈액-뇌 장벽을 뚫고 뇌속의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한다. 이는 알츠하이머의 유발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장내 미생물들은 수 많은 대사산물을 만들고 이는 혈액으로 흘러들어간다. 이는 신경 자극성 물질로 추정된다. 장내벽에는 세로토닌이 가득한 장크롬친화세포가 있는데 이 대사산물이 이를 통해 신경계와 연락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대사산물 중 일보는 장크롬친화세포에서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 수면과 통증민감도, 총체적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는 불안은 당연히 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깥 상황이 안 좋은데 여유롭게 에너지를 소화에 쓸 수만은 없는 일이고, 안 좋은 바깥 상황은 먹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 이는 당연하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이지 않고 장기적이고 항구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 아동기에 불운한 경험은 우울증 밋 약물중독 위험은 4-12배 증가시키고, 건강상태는 2-4배 정도 악화시킨다. 그리고 원숭이 실험결과 어미의 스트레스 수준과 성인이 된 자녀의 신경계가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이 밀접하다. 어미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돌봄의 질일 떨어지는데 새끼가 스트레스를 받아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방출인자가 증가하고 스트레스 통제체계가 약화한다. 이것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인간의 뇌 역시 유년기에 불운한 경험을 하면 이에 반응해 재정렬하고 이 상태는 평생 지속된다. 이는 후성유전이고 언급한 것처럼 유전된다. 

 그리고 유년기 스트레스는 뇌와 장에 영향을 미치고 장내 미생물군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이 더 강하게 수축해서 섭취한 음식물을 빠르게 밀어내기에 설사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내 환경이 변화하여 분변성 세균의 수와 유산균의 수는 줄어들며, 이질균과 대장균등 장관감염균이 늘어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은 침입균을 더 공격적이고 끈질기게 한다. 

 원숭이 실험결과 임신 중인 모체의 스트레스는 자녀의 장내 미생물군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어미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질내 미생물 생태계도 변화한다. 특히 유산균이 줄어들어 질내 산성도가 약해져 감염에 취약해졌다. 모체 질내 미생물군은 포유류의 경우 태아의 장내 미생물군의 첫 씨앗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모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태아의 뇌가 집중적으로 성장하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가 변화하여 태아의 뇌발달에도 저하가 있었다. 

 그리고 쥐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자 장내 미생물군이 역시 변화했다. 주의 행동이 변화했는데 쥐는 대개 어둡고 보호된 장소를 선호한다. 밝고 개방된 곳은 위험해서 싫어하는데 덜 불안감을 느끼며 이런 곳으로 행했다. 하지만 항생제 투여를 중지하자 행동이 정상화했다. 

 또한 쥐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투여했다. 투여하기 전 쥐가 싫어하는 행동인 수영을 하게 했다. 이는 스트레스를 불러일으켜 염증성 분자인 사이토카인이 증가했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이자 혈액과 뇌에서 우울반응이 감소했다. 이는 인간에게도 유의미했는데 프랑스와 영국에서 일반성인에게 프로바이오틱스를 1개월간 섭취하게 하자 불안감과 우울감이 개선되었다. 

 자폐증 환자의 40%는 위장관 장애를 갖고 있다. 또한 이들은 혈중 세로토닌 농도가 높고 장내 미생물군이 달라 대사산물도 다를 것으로 여겨진다. 한 연구에서 임신한 쥐에게 바이러스 감염을 모방하고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물질을 투입했다. 태어난 새끼들은 불안 유사행동, 정형적 반복 행동, 손상된 사회적 상호작용 등 자폐와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새끼쥐의 장내 미생물군에서 자폐 어린이의 소변에서 확인된 대사산물과 비슷한 대사물질을 확인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자폐유사 행동을 보이는 새끼 쥐에게 정상 쥐의 대변을 이식하자 행동이 정상화하였다. 

 인간의 정서도 장의 영향을 받는다. 뇌기반 정서회로는 대부분 유전적으로 결정되고, 생애초기 후성유전으로 변형한다. 그리고 감정과 장반응이 완전히 발달하려면 장내 미생물 체계를 훈련하고 미세하게 조정하는 평생에 걸친 학습이 중요하다. 개인의 고유한 발달사, 생활방식, 식습관이 모두 감정생성체계를 미세 조정한다. 그리고 개인정보를 저장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뇌에 만든다. 

 장내미생물군은 생후 2.5-3세가 골든타임으로 이 때 형성된다. 인간의 모유에는 인간의 장이 소화하지 못하는 올리고당이 함유되어 있다. 올리고당은 유익한 미생물 비피더스균의 먹이인데 비피더스균이 모유의 올리고당으로 성장하여 이후의 고형식사에 대비한다. 식단을 식물성이나 동물성으로 갑자기 변화시키면 장내 미생물도 변화한다. 하지만 미생물군의 변화보다는 대사산물의 변화가 크다. 이처럼 장내미생물군은 생애 초기에 결정되지만 유연함이 크다. 이는 진화상 인간의 식량 사정이 늘 변동성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잡식이든 뭐든 소화가 언제든 가능한 체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장내 미생물군은 식물성 식사를 선호하는 것을 보인다. 식물유래 탄수활물은 장내 미생물에 의해 뷰티르산 같은 짧은 사슬 지방산으로 대사된다. 뷰티르 산은 대장 내벽의 세포에 먹이를 제공하고, 장신경계 건강을 증진한다. 

 반면 동물성 지방의 과다섭취는 좋지 않아 보인다. 과거 과체중과 비만은 복부에 내장지방을 형성하고 여기서 사이토카인이 분비되어 염증을 유발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 연구는 굳이 비만이 아니더라도 단 한번의 고지방식사로도 장의 면역체계가 경도 염증상태가 될 수 있고 동물성 지방함량식단의 정기적 섭취는 지속적인 경도염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식사량은 시상하부와 도파민 보상체계, 실행제어체계가 결정한다. 그런데 과다 동물성 식사로 염증신호가 시상하부에 도달하면 식욕조절 매커니즘의 균형이 상실된다. 그리고 현대는 늘 먹을 것이란 보상이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대문에 보상체계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으므로 현대인은 음식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공감미료는 체중증가와 제2형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과 관련이 깊다. 이들은 포도당불내증을 일으켜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고 마치 고지방 식사를 한 것처럼 박테로이데스균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인공감미료를 열량이 없으므로 섭취시 장내미생물은 열량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여 대사 경로를 바꾸어 추가 열량을 제공한다. 즉, 먹는 것 없이도 섭취 열량을 늘리는 것이다. 

 식품유화제는 위장관 내부 표면의 점액층을 파괴한다. 이러면 장내 미생물이 장벽에 쉽게 접근하여 면역이 과다 활성화해 대사독혈증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장내 미생물군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책은 마지막으로 장내 미생물을 관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1. 장내 미생물 군의 다양성을 위해 자연발효식품,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섭취한다.

2. 식단에서 동물성 지방은 가급적 줄이고 가공식품도 줄인다.

3. 식사량을 줄이고, 간헐적 단식을 한다.

4. 태아의 영양상태에 관심을 갖는다.

5. 스트레스를 줄인다.

6.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식사하지 않는다.

7. 다른 사람과 즐겁게 식사한다.

8. 나의 직감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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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멸종 -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인간은 계속 인간일 수 있을까
크리스틴 로젠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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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뛰어난 지능과 사회적 협업으로 문명과 과학기술을 일으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수없이 아웃소싱했다. 글과 책을 만들어 모든 것을 암송하는 것에서 벗어났고, 도구를 만들어서 수많은 손기술을 대신했다.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는 이처럼 인간 신체와 두뇌의 확장으로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너무 강력하다보니 사람은 정작 자기가 직접 수고를 들여 해야 할 일과 그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은 입학하면 예전 아이들과는 다르게 매우 단순한 학교 건물에서도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허다하다. 이는 입학 전 아이들이 구조가 단순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모든 이동을 부모의 차로 하며, 친구들과 동네에서 뛰어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취학 전 단순한 공간 만을 경험하여 특정 지역에서 길을 기억하고 찾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경향은 디지털 플랫폼과 SNS, 여기에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며 더욱 심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대면하려 하지 않고, 공적 공간에도 잘 머무르려고 하지 않으며 가상에서의 매개된 경험을 실제로 착각하고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책은 이런 매개된 경험이 인간의 많은 것을 빼앗아 가고 있음을 경고하다. 

 개인화된 기술 덕분에 사람들은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가상 공간에 나만의 현실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실제 인간 경험은 날이 갈수록 줄고 있는데 이는 공통의 현실과 목적에 대한 의식이 약해지고 인간 판단에 대한 불신으로 문화와 정치가 양극화된 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직접 경험보다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낸 경험을 소비하는데 사용한다. 숏츠를 보거나 유튜브, SNS에 시간을 소요하는 것들이 그런 것이다. 

 그래서 빅테크들은 경험을 마케팅에 활용한다. 개인의 경험은 특유의 것이라 마케팅에 부적합하나 그 경험이 특정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로 이어지면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특정 음악가의 음악을 들는 실제 경험보다는 그 음악을 들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선호한다면 마케팅이 된다. 


1. 대면의 상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 수백만년의 진화 끝에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자세, 몸짓을 읽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문화적 차이도 크다. 물론 이는 생득적이기도 하지만 문화적 차이도 있기에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며 이는 대면으로만 양성될 수 있다.

 그리고 대면관계는 사람들로 하여금 거짓말도 줄이게 한다. 인간은 대면하여 거짓말을 하는 경우 미세한 경련이나 수상한 눈의 움직임 등 여러가지 사인을 자신도 모르게 내보낸다. 그리고 타인 역시 이를 자신도 모르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은 대면 관계에서는 거짓을 망설인다. 하지만 비대면이면 이런 것은 전혀 없다. 어떤 사인도 드러내지 않은 상태로 거짓말이 가능하다. 실제로 화면을 매개한 비대면의 경우 거짓말의 성공확률은 대면보다 높다.

 대면은 놀랍게도 건강과도 관련한다. 인간은 뇌와 심장을 연결하는 미주신경의 긴장도로 타인과의 연결능력을 강화한다. 그래서 타인을 감정적으로 인식하고 그들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신체적으로도 건강하다. 그리고 이 미주신경계는 사용하지 않으면 능력이 저하된다. 즉, 대면을 통한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미주신경계의 건강도 악화한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 커뮤티케이션 교수 크리포드 나스는 미디어의 사용과 부정적 사회적 웰빙(낮은 자신감, 비정상적 느낌, 수면 부족)이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연구했다. 그리고 반대로 대면은 긍정적 사회적 웰빙과 강한 상관 관계가 있었다. 

 대면은 생산성과도 관련한다. 펜데믹으로 미국의 직장인은 상당 수가 재택근무를 했다. 가정과 직장을 양립할 수 있었고 편안했다. 하지만 고용주는 팬데믹의 종료와 함께 직장 복귀를 명령했다. 상당수 노동자가 이에 반발했지만 결국 복귀하게 되었다. 이는 생산성과 관련한다. 직장 내에서의 다른 부서 타인과의 만남은 생산성을 향상시킨다. 그래서 많은 직장들은 업무에 집중할 개인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부서 및 타인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한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이경준 교수도 과학 공저자들이 물리적으로 서로 가까운 거리에 있을 수록 그들 상호간의 연구 인용이 늘어났고 논문의 질도 우수해졌음을 밝혔다. 


2. 손의 상실

 매개된 경험으로 손글씨도 사라지고 있다. 글씨는 쓰는 것은 느리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이것은 단순 반복이 아니다. 손글씨는 개개인의 인간성과 반응성, 변화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미국 교육 공통핵심기준에서 이미 손글씨는 목표가 아니다. 미국의 학생들은 더 이상 필기체를 배우지 않기에 과거 사람들의 쓴 글을 독해하지 못한다. 상당수의 미국인이 자신의 이름만 겨우 쓰는 수준이며, 제과 제빵업계에서는 사람들이 케이크에 글씨를 제대로 써 넣지 못한다고 울상일 지경이다. 

 손글씨의 상실은 자신의 생각을 필기로 표현하는 즐거움과 글씨가 주는 시작적 즐거움, 고인의 글을 읽는 능력의 상실로 이어진다. 또한 손 글씨는 읽기의 기초가 되는 뇌 영역의 문자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손글씨는 읽기를 촉진하며 단어인식과 읽기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손글씨는 학습 내용을 적으면서 기억을 촉진하고 속도가 느리기에 강의 내용을 요약하게 만든다.

 사라지는 것은 글씨만아 아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람들은 수 많은 디지털 도구로 인해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는 물론 학생들도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손쉽게 그림을 생성한다. 하지만 인간 손 그림 역시 사람의 정신과 상당히 관련한다. 

 사람은 더 이상 도구도 잘 만들지 않는다. 산업 시대 공장에서 기성품이 등장하며 이미 손으로 무언 가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쇠퇴했지만 디지털 도구가 등장하면서 더욱 만들기 기능이 쇠퇴하고 있다. 


3. 기다림의 상실

 매개된 경험은 기다림도 없앤다. 조사결과 미국에서는 2005년에 비해 최근 다른 운전자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표현이 크게 증가했다. 무려 2배다. 이는 스마트폰의 등장과 비슷하다. 아마존은 페이지 로딩시간을 100밀리초 단축할 때마다 매출이 1%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구글은 사람들이 400밀리초의 지연도 길어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실제 사람들은 대부분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속도가 느려지면 8초 이상을 참아내지 못하고 장바구니를 던져버린다. 그리고 2300만개의 동영상을 시청한 670만의 시청자들은 2초 안에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으며 시청을 포기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매체를 통한 경험으로 인해 인내심을 크게 상실한 상태다. 그리고 인내심의 상실은 기다림의 상실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다릴 때 지루함을 느낀다. 과거에는 이 시간 동안 지나가는 사람을 관찰하거나 책을 보거나, 돌아다니거나 생각을 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가지고 있는 기기로 매개된 경험을 한다. 매개되지 않은 틈새시간은 거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루함을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사람들은 과거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동하거나, 걷거나 무언가를 기다리는 동안 딴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딴생각은 백일몽으로 불리는데 자기인식과 창의적 숙고, 즉흥성과 평가, 기억 강화, 미래 및 목표지향적 사고, 다른 사람의 관점 모사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시간이 실시간 매개체를 통한 경험으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사람들은 지루함을 쉽게 날릴 수 있고 무엇이든 매개체를 통한 빨리 경험하기에 인내심도 상실했다. 때문에 무언가에 대해 만족을 미루고 숙고하기 보다는 즉흥성에만 반응한다. 그리고 이런 개개인이 많아짐은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인내심의 부족은 조급함을 야기하고 이는 전문가와 기관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대중담론은 숙고와 상식, 공유보다는 즉각적인 반응만을 보이기 때문이다.


4. 감정의 상실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 표현도 더 이상 대면으론 잘 하지 않는다 미국의 젊은 세대들은 곤란한 감정 상황 해결에 이미 이모티콘을 사용한다고 한다. Z 세대의 32%가 이모티콘을 사용해 인간 관계를 정리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기에 자신의 감정에 대해 숙고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기회도 거의 없다. 공감을 타고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훈련이 필요한데 상상력과 의지가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타인과의 실제 만남을 통해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경험에서 비롯된다.미시간대 사회연구소에 의하면 연구결과 오늘 날의 대학생들의 공감능력은 20-30년 전 대학생들의 공감능력에 비해 40%나 떨어진다고 한다.

 다른 인간과의 대면은 타인에 대한 건강한 존중과 공감 발전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감정노동도 아웃소싱중이다. 아기 생일 파티를 주관할 사람을 구한다던가, 연로한 친지를 대신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것들이 그런 행위다. 그리고 심지어 사람들은 타인 대신 기기에 애정을 품기 시작했다. 최신 제품에 대한 애정, 인공지능이나 챗봇에 대한 애정, 자신이 운영하는 플랫폼에 대한 애정들이다. 

 그리고 빅테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람들의 감정을 계량화, 정량화하고 측정하고 마케팅의 도구로까지 삼으려고 한다. 사람의 감정은 상당히 복합적이며 맥락적이다. 때문에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감정에 혼돈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을 읽는데도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이는 경험을 통해 차차 채워지는 부분인데 빅테크들은 각정 센서들을 동원해 사람의 미세한 행동 패턴을 포착하고 측정함으로써 정확한 감정을 측정하여 제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은 물론 타인까지다. 이처럼 감정의 성찰마저 기기에 아웃소싱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저자는 묻는다.


5. 쾌락의 상실

 사람의 쾌락도 매개된다. 사람들은 매개된 쾌락을 수용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경험에 대해서는 거부감과 불신감이 든다. 타인이 추천하지 않고 평가도 없는 장소나 식당, 업체는 불편해하게 되는 것이다. 디지털은 점점 더 많은 쾌락을 매개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감각을 제한한다. 사람이 여행을 가서 식당을 가게 되면 그곳의 온도와 분위기, 냄새, 맛, 향, 소리를 모두 종합적으로 경험한다. 하지만 매개된 경험은 그것을 시각과 청각으로만 제한한다. 

 여행의 주는 쾌락도 그러하다. 여행은 대개 계획하지 않은 것이며 예상치 못하고, 방향감각도 상실하며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관광은 철저하게 계획한 것이고 안전하고 통제된 것이다. 그리고 현대의 기술은 이런 관광을 더욱 강화하였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여행지에서도 장소로의 몰입보다는 더 친숙한 쾌락이나 오락으로 옮겨간다. 실제로 7일 정도의 휴가기간동안 한 가족은 대개 200개의 자료를 SNS에 업로드한다. 이처럼 여행은 몰입보다는 매개 경험되며 사람들은 기록에 초점을 두게 된다. 그리고 이런 기록이 넘쳐나기에 의미가 있으려면 기준이 상당히 높아져야 한다. 아마존에서 처음 카누를 탄 10대이거나, k2에 오른 첫 번째 80대 사서 정도가 되어야 한다. 기술기업들은 이런 자기기록을 부추긴다. 

 예술을 통한 쾌락도 마찬가지다. 예술가는 아이디어, 감성, 메시지를 특별하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그래서 예술품을 통해 사람들은 인간경험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래도록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인내심이 없어 작품당 평균 10초 정도를 감상한다. 심지어 예술관을 가는 목표가 모든 작품을 촬영하는데 있는 경우도 많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작품에 대한 집중도가 적어 기억을 더 적게한다. 


6. 공간의 상실

 공간과 장소는 다르다. 공간은 정의와 의미를 얻을 때, 또는 경계가 생기고 인적요소가 가미되면 비로소 장소가 된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은 있지만 사이버 장소란 명칭은 딱히 없다. 그런데 이런 장소들이 공간으로 대체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특정 지역이 의미가 없어진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도시나 지역에 살면서 자연스레 이런 저런 공적 공간에 모이게 된다. 지하철 역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모이게 되고, 공원에서 모이게 되며, 영화관 앞에서 영화를 기다리며 모이곤 했다. 그러면서 타인을 바라보고 대화를 하기도 하며 그 곳은 공적 공간으로 의미를 다졌다.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이런 특정한 장소에 의존해 왔으며 이런 장소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이런 장소에서 와이파이만 켜고 있다. 와이파이 존이 공적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런 사람들은 부재하는 현존이 된다. 이는 특정 장소에 있지만 그곳에 전혀 집중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지하철을 타면서 스마트폰만 하고 있다면 그러하며 거리를 걸으면서도 역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숏츠에만 집중한다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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