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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알고 있다 -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조너선 밸컴 지음, 양병찬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2월
평점 :
물고기나 fish란 단어는 둘 다 좀 문제가 있다. 물고기는 글자 그대로 이들을 동물로 여기기 보다는 식량으로 여기는 뜻을 내포하고 있고, 영어의 fish 역시 이 단어 자체가 낚시를 하다란 뜻을 갖고 있기에 비슷하다. 이처럼 우리나 영미권 국가들 모두에게 물고기는 어떤 같은 생명체의 느낌이라기보다느 식량으로써의 수단이나 자원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도 그럴만 한 것이 우리가 사냥을 하며 육상동물을 살해하면 그들은 뜨거운 피를 뿜어내고 고통스런 표정과 소리를 내지만 물고기는 그 어떠한 표정변화없이 차가운 피를 흘리기에 크게 공감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물고기 역시 인간 또는 다른 육상의 척추동물처럼 생각을 하고 감정을 갖고 있으며 계획을 하고 협력을 하는 윤리적 대상이 될 수 있는 하나의 지각체라는 것이 이 책의 골자다. 책은 물고기에 대한 많은 연구사례를 제시하여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마지막으로 이런 수준을 갖고 있는 물고기인 만큼 인도적 대우를 해야 함을 주장한다.
1.물고기의 감각
동물은 서로 다른 감각 기관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지각 세계인 환경 세계를 갖는다. 물고기는 눈에 고굴절 구면 렌즈를 갖고 있어 물속에서도 사물을 뚜렷히 볼 수 있다. 특히, 해마, 베도라치, 고미, 가자미는 두 개의 눈을 독립적으로 회전 시킨다. 이는 두 개의 상이한 시야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뜻인데 매우 놀라운 능력이다.
가자미 치어는 양 눈이 일반적인 경우처럼 붙어 있다가 성체가 되면서 눈이 모두 반대쪽 얼굴로 이동한다. 강도다리는 눈의 완전 이동에 고작 5일이 걸리면 어떤 종은 하루면 된다.
중남미의 배눈박이 물고기는 천연 복초점 렌즈를 갖는다. 이들은 수영하다 망막 경계선이 수면과 일치하면 수면 위는 공기를 수면 아래는 수중에 초점을 둔다.
수심이 깊은 받는 햇빛이 적어 수온이 낮다. 그러면 물고기는 근육기능과 뇌의 기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반응시간도 늦춰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물고기는 근육에서 생성되는 열을 활용하여 감각기관을 데운다. 황새치는 눈의 온도를 이런 식으로 수온보다 11-18도를 올리고, 먹이 추적 능력이 10배나 상승한다. 상어는 망막 뒤에 반사막이 있는데 반사막에 충돌한 빛이 상어의 눈으로 되돌아가 망막을 다시 한번 두드려 야간 시력을 2배로 올린다.
물고기는 수면의 밑면을 거울로 삼아 시야에 없는 물체도 본다. 물 밖에는 새로 비롯한 포식자와 곤충 갖은 먹잇감이 많기에 이를 보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수면이 거울 노릇을 제대로 하려면 수면이 잔잔해야 한다. 날씨로 수면이 어지러운 날엔 물고기의 사냥 성공률은 줄어들고 역으로 새에게 잡아 먹히는 확률은 늘어난다.
3억년 전에 물고기는 색각을 발명했다. 현생 경골어류는 4색각자로 3색각자인 인간에 비해 더 넓은 색을 구분한다. 심지어 일부는 근자와선 영역의 빛도 보는데 그래서 22과 100종의 물고기 피부가 자외선을 반사하고 이 종은 이를 통해 물고기의 얼굴을 구분한다.
육상동물은 후두, 조류는 울대를 이용해 소리를 낸다. 하지만 물고기는 부레, 항문, 아가미, 이, 뼈등 다양한 기관을 이용하여 소리를 낼 수 있다. 이는 물이 공기보다 5배나 더 빠르게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고기는 굳이 소리를 잡아내기 위해 귀가 필요하지 않으며 가청 역역도 넓다. 대부분 물고기는 20-20000헤르츠를 가청하나 인간은 50-3000헤르츠에 불과하다. 이처럼 청각이 예민한 물고기는 인간이 만들어낸 수중 소음에 취약하다. 해양 석유 탐사에 쓰이는 에어건은 고강도 저주파로 물고기 내부의 청각기관 내벽의 유모세포를 심각하게 손상할 수 있다.
물고기는 화학적 신호, 즉 냄새를 이용하여 배우자를 구하고 먹이를 찾고 위험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후각은 어둡고 탁한 수서환경에서 유용하다. 일부 물고기는 냄새만으로도 동종의 개체를 인식할 수 있다. 홍연어는 1억분의 1로 희석한 냄새를 탐지하고, 상어의 후각은 인간의 1만배다. 미국산 뱀장어는 모천수의 천만분의 한 방울도 탑지하는데 이를 통해 고향의 하천으로 회귀할 수 있다.
물고기는 경고용 화학물질도 방사한다. 이 물질을 슈렉슈토프라고 하는데 이는 세포에 존재한다. 매우 연약하여 상처가 나면 세포에서 파열되어 쉽게 방출된다. 물고기의 피부 1mg을 천분의 1로 잘라 14리터 수조에 넣어도 다른 물고기는 이 물질을 감지해 공포에 휩싸인다. 수 많은 경골어류가 일 물질을 갖고 있다. 진화상 이점이 있는 것이다.
물고기는 미각도 있다. 다만 물을 통해 맛을 느끼기에 미각을 느끼는 맛봉오리가 육상동물과는 다르게 전신에 분포한다. 입과 콧구멍에도 있으며 그 어떤 척추동물보다 많은 맛봉오리를 갖는다. 40cm의 얼룩 메기는 전신에 68만개 맛봉오리를 갖는데 이는 인간의 100배다. 물고기는 민감함 미각만큼 개체별로 식성이 크며 먹이를 가린다.
물고기는 살아있는 내비게인션이다.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방향을 찾는데 지구자기장, 후각, 시각을 사용한다. 이중 지구 자기장 탐색은 세포수준에서 이뤄진다. 물고기 개별세포에는 자철석 입자가 있는데 세포막에 단단히 붙어 자기력선을 향해 이끌리므로 연어가 방향을 바꿀때마다 세포막 위에서 회전력이 생성된다.
물고기는 측면에 측선이 존재하는데 이 측선은 어두운 선으로 각각의 비늘에 움푹한 부분이 존재하여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다. 측선엔 감각세포의 집합체인 신경소구가 모여있는데 털 모양의 돌기를 갖고 있어 물고기의 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와류와 수압이 신경소구의 털을 휘게 하여 자극을 촉발해 뇌에 전달한다. 이 측선은 마치 음향탐지시스템처럼 작동했고 이로 인해 떨어져 있는 물고기의 움직임이 서로 접촉한 것처럼 잘 전달된다. 물고기는 이런 전달된 신호로 인해 시각영상에 비견되는 유체역학영상을 구현한다.
지구 생물중 전기자극을 지각하는 생물은 단공류와 바퀴벌레, 벌을 빼곤 물고기들이 유일하다. 경골어류 중에서도 300종 만이 이 능력을 보유했다. 상어, 가오리류는 전기를 탐지하나 생산하진 못한다. 굶주린 메기나 상어는 모래 밑 15cm에 숨어 있는 물고기의 심장박동도 탐지가능하다. 전기뱀장어는 낮은 전압을 사용하여 혼탁한 서식지에서 길을 찾는다. 이 녀석은 전하생성기관이 꼬리의 근육구조속에 존재하여 전기를 한꺼번에 방출하여 600v 전압으로 상대를 죽이거나 제압한다.
은상어나 칼고기들은 약한 전기신호로 서로 의사소통한다. 은상어는 고속 전기기관 방전으로 의사소통을 하는데 전기의 속도, 지속시간, 진폭, 주파수를 변동시켜 종, 성별, 나이, 덩치, 위치, 거리, 성향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 전기신호는 종마다 서로 달라 종 식별에도 이용되며 포식자의 위치파악, 짝짓기에도 이용된다. 일부 포식자는 영리하여 이 전기신호를 탐지해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2.물고기의 느낌, 생각, 사회생활
물고기는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통증을 느낀다. 송어에게 벌독과 식초를 주입하고 물에 넣으면 아가미의 개폐수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는 스트레스의 징후다. 그리고 이들은 통증으로 먹이에도 관심을 한동안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의 가장 민감한 통각 수용체는 눈, 콧구멍, 꼬리, 가슴, 등 지느러미에 위치한다. 이는 인간의 경우 얼굴 손처럼 사물을 감지, 조작하는 부위다. 물고기는 통증을 느끼에 모르핀 같은 진통제에도 반응하는데 이는 통증을 감지한다는 또 하나의 증거다.
감정은 오래 전에 진화한 뇌회로와 연관된다. 모든 척추동물이 이 회로를 공유한다. 감정은 호르몬과 관련하는데 경골어류와 포유류의 신경내분비 반응은 사실상 동일하다. 인간은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사회성이 좋아지는데 어류는 이소토신이 이에 해당하고 이소토신을 부여받은 물고기는 실제 폭력성이 감소하고 사회성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물고기는 놀이도 즐긴다. 물고기의 어항에 온도계를 넣은 실험에서 3종류의 물고기는 밀면 올라갔다 다시 내려오는 온도계의 특성을 이용해 놀이를 즐겼다. 심지어 물고기는 어항 밖에 고양이와 노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하며 자연상태에서도 물밖으로 점프하는 놀이를 즐긴다.
물고기는 인지능력 및 기억능력도 우수하다. 물고기 프릴린 고비는 인간처럼 지형을 기억하는 인지지도를 이용한다. 한 개체군은 전체 지형을 학습할 기회를 주고 물을 빼고, 다른 개체군은 학습기회를 주지 않고 물을 뺐을 경우, 자극을 준 경우 학습한 개체군이 지형을 기억하고 안전한 웅덩이로 97%의 확률로 피신했다. 문제는 40일 이후에 시행한 시험에서도 지형을 기억했다는 점이다.
장완 흉상어는 엔진을 끈 선박을 이용한다. 이 똑똑한 상어는 선박이 엔진을 껐다는 사실이 고기잡이가 끝났음을 학습하고, 소리가 중지되면 선박 인근으로 접근하여 인간이 잡은 물고기를 거져 수확한다.
대개 물고기는 새에게 사냥을 당하는 편이지만 일부 물고기는 새를 사냥하기도 한다. 타이거 피시는 수면에서 제비를 쫓거나 기습적으로 점프하여 제비를 사냥한다. 제비는 수면근처가 먹을 것이 많고 빠르게 날 수 있기에 저공비행을 선호하는데 그러다 사냥을 당하고 마는 것이다. 이외에도 큰입 배스, 강꼬치고기등의 포식 어류도 수면 가까운 암초 위에 앉은 작은 새를 사냥하곤 한다.
물고기는 동종을 정확히 인식하고 동종끼리 어울리는 것을 선호한다. 물고기는 집단을 이루는데 떼와 무리가 있다. 떼는 상대방의 존재를 알고 그룹 안에 머무르려 노력하나 각자 독립적으로 헤엄을 치며 언제든지 다른 방향을 향할 수 있다 .반면 무리는 떼 지음보다 더 혼연일체가 되어 같은 속도, 방향, 간격으로 같이 수영한다. 떼는 단체로 수렵채취를 하고 무리는 단체 이동을 하는데 무리가 더 오래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무리 짓기는 여러 이점이 있다. 우선 이동이 용이하다.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면 움직이는 방향으로 해류가 형성되어 저항력이 줄고 이동효율이 60%나 상승한다. 그리고 포식자를 탐지하기 쉬우며, 정보를 서로 공유하고, 숫자의 힘이 있다. 무리가 포식자를 만나면 두 가지 이점이 생긴다. 우선 혼동효과로 비슷한 먹잇감이 너무 많고 빠르게 움직이니 포식자를 특정 개체를 찍어 사냥하는데 혼돈을 겪는다. 둘째는 분수효과다. 무리는 포식자를 만나면 빠르게 양방향으로 갈라졌다. 포식자 뒤에서 뭉치고 이 과정을 반복하는데 회피능력이 상당히 올라간다.
물고기의 청소행위는 독립적으로 여러 번 진화했다. 전 세계 다양한 서식지에서 발견되는데 청소부 물고기는 보통 고객을 기다리나 고객이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청소 물고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한데, 한 실험에서 특정 지역의 청소 놀래기를 모두 제거하자 해당 산호초의 물고기 다양성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개체수는 1/4까지 감소했다. 청소부 물고기가 하루 제거하는 기생충은 하루 평균 1218마리다. 한 물고기를 가두고 청소를 차단했더니 12시간 만에 무려 기생충수가 4.5배나 증가했다.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의 관계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이들은 수주 접촉을 유지하며 신뢰감을 쌓는다. 청소 물고기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고객을 모두 기억하며 심지어 방문 빈도도 기억한다. 오랜만에 찾아오는 고객에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는데 이는 그가 기생충, 즉 먹잇감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며 청소 물고기는 놀랍게도 이를 다 기억하고 관리한다.
사실 청소 물고기는 기생충보다는 고객의 점액질을 더 선호한다. 이것이 더 맛이고 영양가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액질은 고객에겐 비싸게 생성한 물질이고 먹힐시 통증을 유발한다. 그래서 청소물고기는 물고기가 접촉을 좋아하는 성질을 이용해 오래도록 정성껏 마사지를 한 후, 점액질을 먹곤 한다.
물고기에게도 문화가 있다. 물고기는 연장자 물고기에게 짝짓기 터나 사냥터, 서식지에 대한 학습을 받는다. 지식 승계를 위해서는 사회적 결속력과 정보에 능통한 개체의 비율, 정보에 능통한 개체들의 특정 목적의 선호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물고기 남획으로 물고기들의 문화가 단절되고 있다. 특히 인간은 큰 물고기(연장자 물고기)를 사냥에서 더 선호하기에 문화단절이 더욱 극심하다. 이처럼 생존에 유리한 전통이 단절되어서 인간의 물고기 개체수 회복을 위한 노력에도 붕정적으로 작용하는 면이 있다.
물고기는 협동사냥을 하기도 한다. 꼬치고기 무리는 나선형으로 헤엄을 쳐서 멋잇감을 얕은 곳으로 몰아 쉽게 사냥을 한다. 참치대는 포물선 모양으로 사냥을 한다. 심지어 물고기는 이종간에도 사냥을 하는데 그루퍼와 곰치는 같이 협력 사냥을 하며 때론 인근에 사냥감이 없어도 서로 의사소통을 하여 사냥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물고기는 집단적 의사결정도 한다. 물고기 한 마리가 잠재적 식량원을 향해 나아갈 때 다른 물고기들은 지느러미를 이용하여 그에 따를 것인 말지를 결정한다. 합리적 의사결정의 이득은 집단의 크기가 커질 수록 결정의 속도와 정확성이 증가한다. 연구자들은 크고 건강해보이는 물고기와 작은 약해 보이는 물고기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고 나머지 집단이 어디를 따르는지 실험해 보았는데 당연히 물고기들은 크고 강한 개체를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크고 건강함이 생존에 대한 성공적 경험을 많이 했다라는 하나의 지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3.물고기의 짝짓기
대다수의 물고기는 암수 딴 몸이다. 하지만 일부는 유니섹스다. 유니섹스는 암수가 동시에 한 몸에 나타나거나 순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짝을 찾기 힘든 심해에서는 암수가 한 몸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연령과 몸짓에 따라 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물고기의 일부 종은 수컷이 암컷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몸이 작을 때는 암컷을 유지하다 몸이 커져서 암컷을 차지하기 용이해지면 수컷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흰동가리는 몸집, 서열, 성별로 사회질서를 유지한다. 흰동가리는 덩치가 가장 큰 두 개체가 무리를 지배하고 나머지들은 몸 집대로 서열을 형성하고 모두 수컷이다. 큰 둘이 번식개체로 암컷이 가장크고 두 번째가 수컷이다. 하급자들은 모두 두 마리의 강압에 의해 섭식이 제한되어 성장과 발육이 억제된다. 소식하여 성장이 억제되면 장수하기에 번식 수컷이 죽는 경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시클리드는 암컷이 알을 낳는 안식처를 마련한다. 안식처의 높이와 깊이가 수컷의 건강상태와 양호한 유전자 풀을 상징하는 지표다. 암컷 갈색 송어는 한껏 달아오른 수컷 앞에서 몸을 부를 떨며 알을 낳는데 수컷은 이에 맞춰 사정한다. 하지만 때론 이 암컷이 거짓으로 알을 낳는 시늉을 하여 수컷을 낭패를 보게 만든다. 수컷의 정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다시 사정할 수 있는지.
일부 20종의 메기는 특이하게 구강 성교를 한다. 이 메기는 수컷이 암컷의 구강에 사정하는데 이 경우 특수한 매커니즘이 작동해 불과 4초 정도만에 정액이 암컷의 내장을 통과해 항문을 나와 알에 도달한다. 이것의 장점을 배달사고가 나지 않는 것과 수컷입장에서 암컷의 알을 확실하게 독점하는 효과다.
물고기 납줄개는 조개인 홍합의 사이펀에 산란한다. 그러면 수컷이 홍합의 사이펀에 역시 사정하는데 수정된 알이 안전하게 홍합의 껍질안에서 자라난다. 홍합이 이를 허용하는 것은 자신도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홍합은 자신의 알이 성숙해지면 입을 열어 납줄개 치어를 알과 같이 방출한다. 자신의 알이 납줄개 치어에 한동안 붙어서 이동하기에 자손들이 멀리 퍼지는 이점을 갖게된다.
물고기는 양육행동도 한다. 양육행동은 최소 22번 진화했고 물고기의 1/4정도가 양육행동을 한다. 나미의 시클리드인 디스커스는 특별한 점액질을 생산해 치어에 먹인다. 이 점액질은 항생물질과 고영양을 포함한다. 상어나 메기는 영양란을 만들어 치어에게 먹인다.
물고기는 새끼를 지키거나, 둥지나 피난처에 알을 숨기거나 혹은 입이나 파우치로 알을 운반해 알을 보호한다. 스프레잉 카라신은 놀랍게도 공중에 매달린 나뭇잎에 알을 낳는다. 암컷이 먼저 점프해 알을 낳아 나뭇잎에 붙이고 이어 수컷이 사정한다.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나뭇잎에 수십개의 알이 수정되어 붙어 있는다. 수컷은 이후 2-3일간 1분 간격으로 알에 물을 부어 성장을 촉진시킨다.
구강포란은 새끼를 널찍한 입에 넣어 운반하는 방식이다. 4대륙의 9개과의 물고기가 구강포란을 한다. 시클리드는 총 2천종중 무려 80%가 구강포란을 한다. 구강포란은 많은 새끼를 보호하진 못한다. 공간의 한계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생존율을 보장한다. 구강포란은 안전하지만 이를 수행하는 수컷에 극한을 요구한다. 구강포란을 하는 동안 수컷은 식사를 하지 못한다. 1개월간 금식해야 하기엔 때론 굶어죽거나 도무지 참지 못해 그냥 알을 삼키는 경우도 간혹 있다.
물고기는 협동번식도 한다. 시클리드 도우미는 번식쌍의 일과 새끼 보호를 위해 청소와 부채질, 번식지에서의 모래와 달팽이 처리, 영토지키기를 수행한다. 이들은 헌신적이지만 일부 수컷 도우미는 간혹 번식 암컷과 바람을 피운다. 이 빈도는 4번 중 1번 꼴이다. 번식 수컷 입장에선 통탄할 노릇이지만 꼭 나쁘지만은 않다. 도우미는 이런 바람으로 인해 어떤 경우든 도우미 역할에 높은 충성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4. 인도적으로 물고기 다루기.
물고기는 인간에 의해 매우 비참하게 살해당한다. 어업 선박에게 포획되는 경우 물고기는 수백에서 수천마리가 한꺼번에 잡히고 올려져 아래 있는 개체는 엄청난 무게에 깔려죽고 나머지는 스트레스나 질식사한다. 물고기가 질식사하는 시간은 10분 정도로 생각보다 길다. 특히 일부 어선은 선도를 위해 바로 물고기를 얼음탱크게 넣곤 하는데 이 경우 질식에 걸리는 시간에 몇 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해저의 물고기는 잡히는 과정에서 수면으로 급상승하기에 감압에 의해 장기가 망가져 죽기도 한다. 또한 낚시를 하는 경우 미늘에 의해 큰 상처를 입는다. 낚시꾼은 잡기만 하고 물고기를 놓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잡히는 과정에서 낚시꾼의 손길, 뜰채, 낚시바늘에 의해 점액질이 손상되어 세균감염과 부상으로 죽는 경우도 상당하다.
무책임한 어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많이 일반화했지만 낚시에 대한 비판적 의식은 부족한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많은 비판을 가한다. 물고기들은 부속어업으로도 희생당한다. 대부분의 선단은 표적 물고기가 있는데 당연히 바다의 생태계가 당연하니 필요없는 물고기도 마구 잡이로 잡혀 쓸데없이 희생된다. 전체어획의 대충 40%가 이런 부속어업으로 추정된다.
책에 언급된 것처럼 물고기는 웬만한 육상척추동물처럼 생각과 계획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통증이 있으며 서로 협력하고, 양육을 하는 지각체이다. 육상동물이 물속에서 전혀 감정 및 소리를 지를 수 없는 것처럼 물고기도 공기중에서 그런 것을 할수 없고 표정이 없기에 우리가 그것을 느끼지못하는 것 뿐이다. 때문에 물고기에게도 최근의 흐름처럼 인도적인 대우를 해야한다는게 저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