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조현초 4년의 기록 - 학교교육의 대안찾기 - 학교는 혁신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가 학교희망보고서 3
이중현 지음 / 우리교육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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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교사에서 공모제 교장으로 경기도 양평 조현초에 발령나 동료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간 혁신학교 4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요즘 혁신학교책이 조금 드물게 나오는 편인데 최근 사례인줄 알고 봤지만 과거 사례여서 기대와 달랐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혁신학교라 역시 느끼는바도 많았고 혁신학교 초기의 어려움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교직생활을 하며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왜 학생들은 상급학년이 될 수록 학교 가기를 재미없어 하는가

- 왜 학교 공부만으로는 부족해 사교육을 해야하는가

- 왜 전국의 학생은 똑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가

-왜 전국의 학교는 같은 시각, 비슷한 활동을 해야 하는가

- 왜 전국의 학교는 비슷한 운영체제를 갖는가

- 왜 열정적인 신규교사는 5년이면 구태의연해지는가

-왜 교사들은 대화가 아이들이 아닌 승진에 치우치는가

-왜 교사들의 연구나 시범학교의 연구결과는 공유확산되지 않는가

-왜 교육청, 교육부의 인력은 학교지원보다 사무에 몰두하는가

-왜 불필요한 공문은 줄어들지 않는가


학교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매우 날카로운 질문이 아니라 하기 어렵다.

위 질문은 한국의 학교교육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형태를 갖고 있으며 경쟁 및 서열화의 논리로 학생을 산업화 시대의 인적자원으로 대하고 선발을 위해 질적선발등으로 타당도를 높이는 시험이 아닌 객관성이나 신뢰성만을 앞세우는 평가를 하는 현실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아이들은 자기에 맞지 않는 학교교육에 흥미를 못느끼고 모든 학교가 가르치는 내용이 비슷하고 평가수준도 낮으니 사교육이 횡횡하며 각 학교는 교육방식이나 교과서가 같아지게 된다. 또한 중앙집권적이고 학교에 자율성을 주지 않으니 교육부와 청은 지원은 보다는 군림하고 지원에 대한 개념과 배려가 없으니 공문도 줄지 않는다. 

 저자의 생각중 학교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우리나라교육은 교육의 다양성을 수월성개념으로 보고 보다 잘하는 아이들에 초점을 두어 특수목적고나 자사고를 도입했다. 하지만 다양성의 문제는 학교체제의 다양성이 아니라 교육의 다양화로 가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실제 학교체제의 다양성은 오히려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경쟁과 서열화를 강화시켰다. 

 다양성이 확보되려면 학교에 자율성을 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학교, 교사마다 다른 교육내용, 교사별평가를 비롯한 각종평가제도와 대학선발방식을 개선하는게 필수적이다. 이러한 사회시스템을 갖추어야 학교현장에서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다양한 교육이 실현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갖추어지면 다음이 자율화다. 자율화의 핵심내용은 단위학교에 교육과정 운영과 평가, 예산과 인사의 자율성을 주고 교육행정은 학교나 교사의 관리가 아닌 지원체제로 나아가야한다. 또한 각 지역의 단위학교는 자율성확보와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지역사회의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는것이 중요한다. 이것이 쉽지가 않다.

 책에는 조현초에서 실현한 혁신학교의 내용이 많이 담겨져 있다. 분기별 성장통지표, 형식적 체험학습이 아닌 교육이 있는 통합적 체험학습, 학생중심 동아리와 자치회, 생태교육, 기초기본을 강조한 디딤돌 및 발전학습등 지금의 혁신학교들이 담고 있는 많은 기본적인 모습들이다. 학생들이 모둠이나 개인별로 스스로 연구주제를 정해 학습하는 방식도 있는데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다만 잘만들어진 혁신학교여서인지 너무 많은 것을 해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도 있었다. 교원업무가 정상화되지 못한 시점에서 이 정도의 운영을 위해서는 교원들의 많은 희생이 따랐을 것이다. 혁신학교 하면 정작 잘 알지도 못하면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구마 회의와 야근, 자진 방학 반납등의 부정적 어조가 교사들간에 회자되는 것은 혁신학교의 이런 어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걱정없이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혁신학교를 만들어가는 것이 일반화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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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전부터 연말연초엔 그 해 읽은 책을 정리하고 있다. 훌륭하신 분들의 작업을 보고 따라하는 셈인데 나 자신의 일년을 돌아보는 거 같기도 해서 좋았지만 작업이 제법 힘들었다. 반씩 나누면 좀 나을듯 해 상반기 목록을 정리해본다. 이번 상반기는 코로나로 인해 책을 읽은 시간이 많아지면서도 줄어들었다. 쓸데없는 외출과 모임이 줄었고, 직장에서도 업무수행시간이 비대면으로 인해 조금 줄어든 반면 직장에서 코로나로 인해 없던 일이 생겨나고 증폭되었으며 집에 아이들이 오래 머물게 되면서 나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애매한데 연간 목표인 100권의 절반인 53권 채운걸 보면 나름 실패는 아닌 듯 하다. 코로나로 인해 한국인의 독서량이 늘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기사가 하나 나올법도 한데, 없다. 영상매체의 시청시간과 가입률이 크게 늘어난 것을 보면 사람들은 영상으로 향한듯 하다. 바야흐로 영상의 시대가 확실하다. 항상 균형있게 읽으려하지만 상황에 따른 선호는 분명하다. 교육분야 책을 많이 보았다. 전문성에 대한 문제 때문이다. 


문학(8권)- 우리와 당신들, 숨,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페스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1, 2권, 사자와 생쥐가 생각 못한 것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교육(15권) - 혁신교육정책 피디아, 미래학교, 교실 속 마을 활동, 교육정책 스포트라이트, 메이커교육사용설명서, 역량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설계, 마을교육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경기혁신교육10년, 새로운 학교 학생을 날게 하다. 마음과 마음을 잇는 교사의 말공부, 학교내부자들, 교실 속을 간 이해중심교육과정, 교사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학교, 이렇게 바꾼다,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인문(5권)- 강원국의 글쓰기, 한국인의 탄생, 농경의 배신, 피싱,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편


사회(7권) -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 미국의 미래, 컬쳐 엔지니어링, 포르노랜드, 착취도시 서울, 정치적 부족주의, 유튜부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경제(4권) - 소득의 미래, 21세기 자본, 디플레전쟁, 한권으로 읽는 디지털 경제 


경영투자(4권) - 서울 부동산 경험치 못한 위기가 온다. 내일의 부 알파, 내일의 부 오메가, 미국배당주투자


과학(4권) - 만화로 보는 의학의 역사, 우리는 어떻게 지금의 인간이 되었나, 나는 자폐 아들을 둔 뇌과학자입니다. 자연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예술(5권) - 세한도, 추사 김정희, 옛 그림 읽는 법, 안목, 옛 그림을 보는 법


종교철학(1권) - 신 없음의 과학


이 중 가장 흔들렸던 책 10권을 꼽아봤다.


10. 혁신교육 정책피디아

개인적으로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의 근원엔 교육이 자리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위주로 시작된 교육, 그 과정에서 경쟁과 학생서열화, 이후 이 바늘틈을 통과한 사람들에 대한 평생의 과도한 특혜와 나머지의 도태, 그리고 정작 바늘틈을 통과한 사람의 구인타당도가 떨어진다는 면은 우리 사회의 온갖 부작용을 만든다. 이를 타개하고자 등장한게 혁신교육이다. 이 책은 중앙집권화된 그리고 경쟁적인 우리교육을 혁신교육과 정책으로 바꾸자는 책이다. 그 과정엔 교육청의 권한 덜기, 교원업무정상화, 학교민주화, 혁신학교 및 혁신지구의 확산이 자리한다. 이 책을 보면서도 느꼈지만 한국인은 교육이 아닌 자신과 자손의 교육승리에만 관심을 갖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9. 우리와 당신들

상당히 두꺼웠지만 재밌는 인물들과 지역사회의 폐쇄성과 경제적 한계,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들과 부부, 가족, 친구간의 갈등, 성폭행과 동성애, 그리고 이 모든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대리만족을 주는 스포츠 아이스하키. 이 모든걸 배경으로 스웨덴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무척 재밌고, 가독성 있다. 스포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8. 21세기 자본

피케티의 오랜 책을 쟁여놓다 이제야 읽었다. 우리 집엔 이런 쟁여놓은 인테리어 역할의 책이 많다. 간신히 잡아 보았다.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심화하여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생각하지만 피케티는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의 자료를 놓고 분석하여 그것이 아님을 보인다. 오히려 1,2차대전 이전의 유럽은 지금보다 훨씬 빈부격차가 컸고, 세계대전이라는 큰 혼란과 파괴가 세계를 평준화 시켰다. 이후, 다시 자본주의가 가동되며 19세기에 다소 못미치는 불평등이 진행되는데 여기엔 성장률의 둔화가 기저로 자리한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자본소득이 이를 상회하게 되고 이는 영구적 불평등으로 자리잡게 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7. 포르노랜드

포르노는 이제 그 스타가 감히 대중매체 및 유튜브에 등장하고, 긍정적 효과가 쉽게 논의될 정도로 대중화되어버렸다. 이런 긍정적 포장하에 그늘을 숨기고 우리의 성생활과 인식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그 검은 그림자를 드러낸게 이 책이다. 포르노가 창시되고 어떻게 공범들과 함께 세력을 확장해왔으며 어떻게 여성을 비하하고 특히 유색인종 여성을 더욱 차별하고 비하하며 남성 및 여성의 성인식이 안좋은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잘 풀어놓았다. 강추다. 


6. 미국의 미래

인구 3억5천에 세계제1의 공업국이자, 농업국이며, 군사대국이자, 경제대국인 미국 . 심지어 미래 혁신기술에서도 앞서나가고 있고 고령화에서도 자유로워 도무지 해가 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이 나라가 곧 망할지도 모른다며 그 환부를 드러낸 책이다. 미국의 위기엔 자국 아니 자기의 이익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기업인들이 있다. 신자유주의 결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신흥공업국은 이득을 보았지만 이들에 일자리를 아웃소싱당한 미국의 중산층이 붕괴했다. 그들은 마약 도박, 혐오, 포르노에 빠져들었고 공교롭게도 이런 분노로 등장한 정권과 그들 자신의 모습이 무엇보다 소중한 자유를 파괴하는 형국이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란게 문제다.


5. 피싱

현재 사람의 몸은 반 정도는 옥수수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직접 먹진 않아도 옥수수로 만든 고기와 가공식품을 다량 먹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전인류가 그동안 먹은걸로 몸을 구성한다면 물고기가 팔하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물고기는 농경에 비해 소홀히 다뤄졌지만 잡기의 편리성, 그리고 가공했을 경우 규격화되고 운송이 쉬워 교역 및 급여로 쓰기 용이하다는 점 그리고 물고기 처리과정의 복잡성과 협력성이 높은 사회조직을 요구하기에 피싱은 인류 문명 초기 생성에 크게 공헌했다. 또한 물고기는 이후 삼각무역등에서 국제교역에도 공헌하는데 이런 물고기와 인류문명의 발달, 그리고 남획으로 인한 지금의 처참한 상황을 잘 조명한 책이다. 물짐승을 다룬 책은 항상 흥미롭고 재밌다.


4. 농경의 배신

농경은 인류문명발달상 수렵채집의 다음이자 산업화의 이전에로 단선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농경은 오랜기간동안 수렵채집에 비교우위를 차지 하지 못했고, 수렵채집 유목집단은 농경사회를 군사적으로 괴롭혔고 교역의 상대로 오랫동안 존속시켰다. 농경은 의외로 초기에 풍요롭지 못한 지역에서 이루어졌고, 초기 농경국가는 자연파괴와 생산성의 한계, 외침, 내분으로 인해 매우 쉽게 붕괴하였다. 또한 도무스라는 좁은 생태장을 만들어 코로나 같은 지금의 인수공통감염병과 취약한 단순한 식물생태를 탄생시켰다. 이런 농경의 문제점과 광역혁명으로 어쩔수 없이 인류가 선택하게 된 초기농경국가의 한계와 발전 모습을 드러낸 책이다.


3. 유투브는 책을 집어 삼킬 것인가?

오늘날 리터러시는 문자 및 매체를 습득하고 알며 이를 지식정보를 얻는데 활용하고 문제해결까지 가능한 능력을 말한다. 과거 문자중심의 리터러시와 영상중심의 지금의 리터러시가 충돌하는데 문자중심의 세대가 중심에서 영상세대와 과거 문자리터러시 조차 도달하지 못한 세대에 대한 편견과 비판을 행함을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리터러시는 양극화되어 서로의 리터러시를 바라보지 못하고 서로를 혐오와 극단화의 대상으로만 판단하고 바라본다. 이 해결을 위해 다양한 매체를 다루고 어려 사람에게 다가가는 리터러시 교육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인상깊은 책이다.


2. 한국인의 탄생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구한말 일제강점기에서 근대인으로서 한국인의 탄생을 연구한 책이다. 마땅한 사료가 없어 당시 민중과 사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료라 볼수 있는 문학을 연구도구로 삼았다. 과거 홍길동전에서 비롯된 근대이전 소설에선 개인과 내면이 없었다. 하지만 근대소설이 등장하며 서구사회처럼 공동체사회의 붕괴로 한국에서도 내면을 가진 개인이 탄생한다. 다만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이 등장한 한국인은 힘없고 피해자이며 주체성이 없는 한국인이다. 이후 민족개념이 탄생하며 소설엔 민족주의자 한국인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식민지를 극복하기 위해 강한 조선인과 한국인 상이 등장하기에 이른다. 상당히 재밌는 접근과 독특한 방식의 책으로 후편인 한국인의 발견도 기대된다.


1.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인 지식 제로편

채사장은 정말 많은 책을 냈지만 채사장 책 중 단연 최고를 꼽으라면 이 책을 쉽게 꼽겠다. 심지어 그의 나머지 책은 이 책을 내기 위한 밑밥이 아니었을깔나 생각마져 든다. 물론 다른 책을 쓰면서 이 책으로 생각이 완성되어 가기도 했을 것이다. 인류, 특히 서구과학문명은 인간과 세계를 구분하는 이분법에 익숙하다. 하지만 축의시대 인류가 수가 많아지며 생존을 위한 경쟁과 갈등이 생기며 인류의 오랜스승들은 일원론적 사고를 개발해낸다. 이는 구닥다리 생각으로 여겨졌지만 양자역학과 지금의 서구과학기술문명의 발달은 오히려 답이 일원론으로 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과거 선인들의 사상과 의미를 찾는데 읽으며 호모데우스를 읽었을때 정도의 떨림이 느껴졌다. 최고의 책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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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0-07-01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대넓얕 제로편> 넘 좋죠, 말씀에 공감합니다. ^^
<한국인의 탄생>은 저도 작년 사 놓았는데, 빨리 읽어 봐야겠습니다.
작년 하반기 추천해 주신 <기억전쟁>도 넘 좋았습니다. 특히 ‘탈영병 기념비’는 충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닷슈 2020-07-01 16: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인의 탄생 괜찮습니다. 저도 후속편 한국인의 발견을 빨리 보려구요.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하다! - 선거, 혐오, 미디어... 학교가 실천해야 할 시민교육의 거의 모든 것, 2021 세종도서 학술도서 선정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시민모임 지음 / 맘에드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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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다. 각 교과는 그 자체의 전문가 양성과 과목 자체의 실제적 필요성 때문에 존재하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결국 민주시민이 갖춰야할 하나하나의 소양이라 할 수 있다. 국어과는 올바른 의사소통능력을 위해 수학과는 데이터 해석과 분석, 과학과는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소양 같은 게 이런 식이다. 하지만 정작 학교현장에서 민주시민이 잘 양성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오히려 학교현장은 민주시민의 양성 및 등장과 괴리가 있고, 오히려 사회에 나와서야 이리저리 부딪히며 소수만이 민주시민이 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 대다수가 진정한 시민으로 거듭하는 건 요원해 보인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1.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어려운 이유.

 우선 학교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점이다. 우리학교교육은 교육과정상 분명 민주시민의 양성을 표방하고 있지만 학교생활에 있어 타인과 협동하고 문제를 해결할 만한 어울릴 시간을 전혀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잠재적 교육과정을 통해 비민주성만 양성한다. 또한 경쟁도 문제다. 경쟁은 선발의 기능을 하기에 다양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하나의 기준만으로 다양성을 말살한다. 이런 경쟁적 분위기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협동과 숙의의 경험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학교는 학생을 사회에서 격리시킨다. 교육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에서의 경험을 통해 학생의 삶과 교육현장을 연결해야 하지만 입시위주의 교육은 이를 허용치 않는다. 학생은 그저 지역 및 자신의 삶과 유리된체 민주주의의 원리만을 간신히 배운다. 머리로만 민주주의를 아는 셈이다. 

 민주시민교육자체도 문제가 있다. 우선 체계적이지 않다. 교육과정의 목표는 민주시민의 양성이지만 각 교과는 이와는 별도로 완전히 따로 논다. 또한 민주시민 교육은 정식 교과로 편성되어 있지 않기에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다른 교과 영역내에 조각조각 산재해 있으며 이로 인해 체계화된 교육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또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이렇다할 자료도 부족하다. 

 마지막은 교사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중립성을 강하게 표방하다보니 교사가 시민 교육을 위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일 것을 요구 받는다. 하지만 대다수 교육선진국에서는 교사가 입장을 갖고 현실 정치를 직접 다루는 것을 실행하고 있고 권장하고 있으며 이런 방식이 가장 교육효과가 높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적 중립성으로 묶이다보니 교사가 현실자료도 사용하지 못하며 지식 위주의 교육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해진다. 머리로만 교육하게 되는 것이다.  


2. 민주시민 교육 실천사례

 독일은 과거 시민들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으로 두 차례의 전쟁범죄와 그 과정에서 끔찍한 인종청소를 단행했다. 전후 독일은 반성의 의미에서 역사교육을 크게 강화하고 민주시민교육에 앞장 섰는데 그로 인해 현재 매우 인상적인 민주시민교육방식을 갖고 있다. 독일은 전후 민주시민교육원리로 보이텔스바흐의 세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교조적 주입금지와 논쟁의 지속, 정치상황의 분석, 문제해결 및 관철의 원칙이다. 

 이것의 실현을 위해 독일은 네트워크의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모든 것이 연합되고 연결되는데 학교의 학생자치대표들이 무려 마을단위에서 하나의 연합을 이룬다. 또한 더 나아가 각 마을의 대표단이 모여 주정부 단위의 연합을 이루고 그들이 다시 모여 전국단위의 연합을 이룬다. 마치 잘 짜여진 축구하부리그와 상부리그의 연결같은데 하여튼 이렇게 학교의 자치활동은 자연스레 현실사회정치로 연결된다. 민주시민 교육이 학교에서 이론에만 그치지 않고 학교현장에서도 실천되며 더 나아가 자기 삶인 지역의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단기성이지만 인상적인 사례가 책에 실려있다. EBS다큐프라임 학교의 고백 5부 정치교실편이다. 여기선 정당만들기가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우선 행복한 학교 만들기나 어떤 학교 만들기를 목표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신의 의견을 쓴다.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면 폭력없는 학교, 자유로운 학교 이런 식이다. 브레인 라이팅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소개하고 비슷한 의견을 모은다. 그러면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당을 구성하게 된다. 나머지 소수 의견들은 모두 중립으로 편성된다. 그리고 당원들간 의견을 좀 더 심화해 3:3 토론이 벌이지며 토론결과에 따라 중립층은 마음에 드는 당으로 갈 수 있다. 

 다음은 정당활동인데 당대표, 대변인등 기본조직을 정비한다. 그리고 정당주장 정리 및 정당활동을 진행하며 공약도 만든다. 이 때 공약은 구체적이고 책임지고 실천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은 정책토론회다. 당별 발언 2분에 , 반론 2분, 전략토의 5분, 재반론2분이다. 중도층 및 정당원들은 이때도 이동이 가능하다. 이후 최종유세 및 선거가 이루어지며 선거에서 가장 많이 득표하는 정당이 집권정당이 된다.

 정당을 구성하는 원리를 체험하는 수업인데 실제 학생자치에서도 정당활동이 있으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나의 집단에서 실제적으로 권한을 갖고 운영되는 자치회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한국의 현실에서 녹록친 않지만 해보면 좋겠단 생각이다. 학교 운영에 대한 정당을 만들고 학생들로부터 권력을 얻고 그에 걸맞는 학생자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물론 실패하면 다음번 선거에선 권력을 잃는다. 현재 우리학교에서는 단발성으로 후보들이 나오고 선출되는 형식인데 정당을 구성하고 정당원으로 활동하며 경험을 쌓는다면 연계성도 있고 더 역량을 갖춘 학생후보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책은 어려운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한 사례들이 잘 나와있다. 어떤 부분은 인권, 어떤 부분은 성, 어떤 부분은 통일에 관해서 고민하고 실천했다. 다양한 사례가 있고 깊이가 있어 좋긴했는데 다 따로 쓰신듯해 일관된 체계가 좀 부족해 보이고 그러다 보니 각 장마다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게 좀 흠이라겠다. 하여튼 좋은 책이며 교육현장에서부터 실제로 민주시민이 양성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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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렇게 바꾼다 - 학교교육 재설계 프로세스
제이 맥타이.그레그 커티스 지음, 강현석.조인숙 옮김 / 교육을바꾸는사람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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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타이와 커티스는 교육 목표로서 역량을 달성하기 위한 백워드교육과정을 만들었다. 그런 그들의 이론을 토대로 학교를 재설계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 이것이다. 그래서 비전 및 목표의 수립 방법부터 백워드 교육과정, 그리고 그 성과인 교육효과를 검증하는 평가방법의 혁신이 잘 나와있다. 전체적인 것은 백워드교육과정 및 이해중심교육과정과 유사해 새롭게 보는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1. 심층학습

심층학습은 한 개인이 특정한 상황에서 학습한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심층학습을 통해 개인으느 지식 및 수행의 특정영역에서 전문성을 개발한다. 그 산물로 전이가 가능한 지식으로 이 지식은 특정영역의 내용지식과 그 지식을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떻게 사용하고 적용하는지에 대한 실천적 지식도 포함된다. 이 같은 지식과 스킬을 합쳐 21c 역량이라 한다.

 

2. 초석과제

초석과제는 학교를 벗어나 좀 더 넓은 세계에서 가치 있는 지식과 스킬을 보여주는 수행과제이다. 초석과제는 특징이 있는데 수행에 기반하여 학습의 응용과 전이가 되어야 하고, 수행을 실제 상황에 설정해야 하고, 전학년에 걸쳐 반복되면서 시간이 지나며 점점 정교화해야하고, 초교과적 교육효과를 교과내용에 통합하며, 평가 또는 풍부한 학습활동으로 사용가능하고, 학생들을 관련 학습에 참여시켜야 한다.

 

3. 학습원리

학습은 연관된 질문, 유의미한 과제, 실제적 응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새로운 학습은 사전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구성주의 원리에 따라 학습자는 자신의 경험과 배경지식을 이용해 자신과 주위 세계의 의미를 적극저긍로 구성한다. 그러므로 학습시 학생들은 새로운 정보와 아이디어를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적극적으로 연결할 수 있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가 선호하는 학습방식, 사전 지식, 관심사 등을 효과적으로 수용하여 개인화해줄때 학습이 향상된다.

 

4. 최고의 학습훈련

여러 교사나 학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가장 성공적인 학습경험을 귀납해 만든 원리다. 세대와 공간을 넘어 결과가 놀랍도록 유사했는데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자신의 인생에서 깊이 있는 학습을 한 지생각해보고 그 경험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게 한 후, 그 학습경험의 효과적인 요소(목표, 순서, 자원, 방법, 평가 등)을 쓰게 한다.

 이 후 4-5명의 모둠으로 구성 후, 각각 목록을 발표하게 한 후 공유요소 목록을 모둠별 작성한다.

 모둠원이 파악한 공통특성 중 하나를 공유한 후 게시한다.

 공통특성이 모두 종합적으로 제시될때까지 모둠에서 모둠이 이를 돌리며 계속 공유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통요소는 다음과 같다.

-학습자가 학습의 목표와 평가방법을 알고 있었다.

-학습자가 목표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겼다.

-학습과 평가 과제가 실제적이다.

-루브릭과 같은 평가 기준이 처음부터 제시되고 설명된다.

-기대하는 수준을 분명히 알수 있도록 탁월한 본보기게 제공된다.

-지속적인 평가로 학습자에게 상세한 피드백에 제공된다.

-피드백을 받은 후 학습자는 연습과 개선 및 다시 할 기회를 제공받는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실수해도 괜찮다는걸 알고 있다.

-다른 사람과 협업할 기회가 자주 있다.

-자신이 학습한 것을 산출물과 수행을 통해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학습자가 선택할 수 있다.

-교사는 적대자가 아니라 코치나 지원자다

-학습자가 자신의 학습을 성찰하고 평가결과를 토대로 앞으로의 목표를 세우도록 격려받는다.

 

5. 자기주도적 학습자의 특징

학습에 있어 주변 여건도 중요하지만 결국 학습자 자신의 내면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성공적으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적 학습자의 특징이다.

-끈질기게 계속하기

-충동관리하기

-이해하고 공감하며 듣기

-유연하게 생각하기

-생각에 대한 생각하기

-정확성 추구하기

-질문하기 및 문제제기하기

-과거의 지식을 새로운 문제상황에 적용하기

-분명하고 정확하게 소통하고 생각하기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정보 수집하기

-창조, 상상, 혁신하기

-경탄과 경외감으로 반응하기

-책임있게 위험 감수하기

-유머 찾기

-상호의존적으로 사고하기

-열린 마음으로 꾸준히 학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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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교사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지음 / 테크빌교육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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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미셸파이퍼가 교사로 나온 영화 '위험한 아이들'이 있었다. 당시엔 위압적으로 느껴지던 거친 아이들의 외모가 지금 보면 다소 촌스럽고 심지어 귀엽게까지 느껴지는 세월이 지난 영화다. 당시 어린 나의 눈에도 이상하게 교사인 미셸파이퍼는 자신의 교육과정을 들고 다니며 교장에게 홍보를 했다. 나 이런 교육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니 뽑아달라고. 

 이 상황은 과거이든 현재이든 한국에서는 매우 이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립이든 공립이든 어찌보면 교사의 주요 전문성 중 하나인 교육과정을 보고 교사를 선발하는 학교나 교육청은 없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시험이나 면접을 보는 수준인데 그도 그럴것이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금지옥엽같은 국가교육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표준화 교육과정은 테일러부터 시작되는 표준화주의자들의 오랜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국가중심의 표준화 교육과정이 다 나쁜건 아니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어느정도의 공통의 필수 교양이나 지식을 쌓게하는데는 이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성과 역량이 요구되는 미래사회에 맞는 교육과정인지는 크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개별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해 다소 모순적인 면을 갖고 있는 편이다. 교육여건은 국가전체에서 안으로 들어가 각 광역단체가 각각 상이하고, 더 들어가면 기초자치단체들이 모두 상이하며, 더 들어가면 동, 읍, 면에 소속한 학교의 여건이 모두 상이하다. 한국의 교육자들은 이를 무려 30여년 부터 인식해 7차교육과정부터 각 지역이 자율성을 갖고 교육가정을 구성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하지만 형식적 마련일 뿐이며 국가가 자율성이 파고들만한 여지를 별로 주지 않는 국가교육과정을 여전히 상세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현행 2015개정교육과정까지 이어지는데 이로 인해 국가의 상세한 지침을 따르느라 상당수의 검정 교과서들은 출판사와 저자만 다양하지 내용이 다양하지 못한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결국 미래 사회의 교육은 개별 교사가 주체가 되어 구성하는 교사 교육과정을 요구한다. 이것이 미래사회에 걸맞는 변화를 담아낼 수 있고, 지역과 학급, 학생에 가장 밀착해 그에 가장 걺자는 교육내용을 담아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수업이 효과적이 되고, 교육자치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개별 교사가 마련해야 할 교사교육과정을 짜는 방법과 그 당위성, 구체적인 방안을 수로한 책이다. 우선 교육과정 문해력이 중요한데 교육과정 문해력이란 교사가 국가가 세워놓은 교육과정 체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눈을 말한다. 그것의 조망이 가능해야 자신의 지역과 담당 학생에 맞는 교육과정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2015 개정교육과정은 교육과정달성의 목표로 성취기준을 제시했는데 각 교과의 성취기준들의 내용과 기능을 잘 파악하고 이들을 지역과 학생의 상황에 맞게 잘 통합하고, 묶어내어 교과를 넘나드는 새로운 통합단원을 만들어내는 게 교사교육과정이기 때문이다. 

 국가교육과정에 얽메여 좀 잘가르치는 선생님과 좀 못가르치는 선생님 정도의 차이만 있는 교육에서 벗어나 각 교사가 자율성과 전문성, 그리고 다른 교사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공공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육을 실현하는 교사교육과정이 실현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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