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두어풀 꺾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기계발서나 처세관련 책을 좋아한다. 읽기 쉽고 재밌으며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책을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개 이런 책을 멀리하곤 한다. 뻔하고 오히려 무용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도 내 여가시간에 책과 조금 더 함께하는 부류라 이런 책을 멀리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게 된건 순전히 타인의 의지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지 못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은 나중에 돌이켜보면 도움이 될 때도 많은데 이번에도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무려 56가지의 대화법이 나온다. 책을 좀 더 빛내는 것은 56가지 처세술의 앞부분이나 제목을 유명한 언사들의 명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게 무척 인상적이다. 표지는 얼룩말과 코끼리가 서로 마주하는데 이는 책의 주제를 아주 정확하게 표현한다. 책의 골자는 부정적으로 말하지 말고 남의 입장에서 말하며, 긍정적으로 말하는 것인데 표지는 이를 잘 대변하는 것 같다.

 아마도 책을 읽는 독자는 코끼리와 얼룩말 중 코끼리 일 것이다. 이 코끼리는 얼룩말의 무늬를 입고 있는데 이게 아마도 얼룩말의 입장을 항상 생각하는 것, 즉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뜻 같다. 그리고 종이 다른 두 동물은 당연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을텐데 대화를 나누는 타인과 나도 이해하기 어려운 입장차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니 대화는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둘은 적어도 물리적으론 가깝게 그려져있다. 사람들도 이처럼 올바른 대화법으로 가까워질수 있단 뜻이지 않을까.

 책에 나온 대화법들은 지극히 옳으면서도 엄청난 이성과 인내심, 소위 마음근육을 상당히 요구하는 것들이다. 내 주변의 인간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전혀 이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데, 짧았던 생을 돌아보니 이런 대화법을 내게 해주었던 인물이 하나 생각났다. 대충 10년정도 전 지금은 아내인 당시 여자친구와 결혼을 슬슬 앞두고 있었다. 현재 장인이신 여친의 아버지는 결혼을 앞두고 내게 한 가지 요구를 했는데 성인남자라면 웬만하면 갖고 있을 운전면허증을 따라는 것이었다.

 우습게도 난 이게 없었다. 차를 싫어하기도 하고 관심도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군대시절 돈도 없고 마땅한 비전도 없으면서 그렇게 차를 탐내던 다른 녀석들이 난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았다. 어쨌든 그래서 팔자에 없었을지도 모를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다. 부끄럼 없이 당연히 가장 손쉬운 2종보통을 선택했다. 웬만한 차가 오토인데 굳이 1종을 따려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택배라도 할 요량일까. 막상 해보니 운전은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는데 워낙 적성이 없는지라 시험에서 신호위반으로 한방에 탈락하고 말았다. 애매한 황색신호에 교차로를 지난게 문제였다. 나랑 동승했던 여성이 운전은 나보다 못하고 자잘한 실수가 많았음에도 합격하고 난 잘하다가도 한방에 떨어지니 자못 억울했다.  불난데 기름을 부운 것은 감독관이었는데 사람을 신호위반으로 떨어뜨린 주제에 시험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본인이 신호위반 운전을 하는 것이었다.

 이런 억울함과 장인에 대한 분노, 그리고 별것 아닌 사람도 다 따는데 이걸 못한 서러움이 복잡하게 뒤얽혔다. 어쨌든 면허는 따야했기에 바로 재시험을 청구했는데 집에가서도 너무화가나 그 시험장에선 다신 시험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바로 취소신청 전화를 하며 나의 화를 애매한 사람에게 퍼부었는데 그의 응대가 자못놀라웠다. 같이 맞불을 놓을 만도 한데 매우 친절했고, 나의 처지도 이해해주고 억울하신 부분도 있었겠다고 하며 빠른 시일내에 조치를 취해주겠다고 한 것이다.

 적을 찾지 못한 화는 길을 잃고 사라졌다. 무안해졌고, 미안해졌다. 요구사항에 대한 조치가 빨랐던 것도 아니다. 그 시험관을 시험장에서 질책했는지도 알 수 없었고, 환불도 며칠이 걸렸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그런걸로 화난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십여년 전의 그처럼 나도 평상시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인생이 바뀔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을듯하다. 수많은 탈락자를 응대해야 했던 그 시험장 직원은 어쩌면 매일 두들겨 맞아 자연스레 그런 대화법이 가장 덜 피곤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음을 자연스레 습득했을지도 모른다. 십년전 그사람을 떠올리며 책의 인상적인 말을 몇개 남겨 본다.

 

p270

했던 일에 대한후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누그러진다.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는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한다. -시드니 해리스

 

p263

외적인 사건으로 괴롭다면 그 고통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당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신의 생각은 언제나 당신 스스로 뒤집을 수 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p195

분노의 대부분은 주의를 기울여달라는 울부짖음이다.

 

p132

모두가 세상의 변화를 꿈꾼다. 하지만 자신의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레프 톨스토이

 

p95

참된 교사는 자기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마음에 불을 붙여야 한다.

-프레드릭 로버트슨

 

p79

최고의 지적 능력은 동시에 반대되는 두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된다.

-스콧 피츠제럴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