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도 무사히! - 교사의 소진과 트라우마 치유 심리학
김현수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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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9월 4일의 공교육 멈춤과 그 도화선이 된 서이초 교사 자살사건은 한국 사회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교육계는 소위 몬스터 패런츠와, 금쪽이들, 교사를 돌보지 않고 보신하는 관리자, 지시만 하는 교육청으로 인해 골병이 들대로 든 상태였으나 이것이 시민사회에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그 모든 것이 알려지게 되었고, 늘 시민사회로부터 질타와 시기의 대상이었던 교육계는 모처럼의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 결과 교육4법이 극한의 여야 대치속에서도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통과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늘봄학교 문제 그리고 여전히 아동학대법을 악용한 일부 학부모와 학생의 무분별한 신고가 가능하고 계속되면서 교육계 정상화를 위한 갈길은 아직은 더 멀어보인다.

 이 책은 2021년에 나온 것으로 이런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학생의 정서문제와 도전, 그리고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무기력, 학교 기능의 확장으로 계속 부과만 되는 행정업무,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책임만 과도하고 권한은 거의 없는 교사들이 어떻게 소진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2021년 한 교원단체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현직 교사 40%가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중 12%는 당장 진료가 필요한 수준이었다. 초등은 주로 학부모, 학생의 민원, 중학교는 학생의 거친 욕설과 도전, 고교는 학생의 무기력함이 교사 스트레스의 주 원인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정신분석가와 교사, 정치가가 세상에서 가장 만족을 누리기 어려운 직업으로 보았는데 이는 이 세 직업이 목표가 매우 높아 그 끝을 알 수 없으며, 목표의 도달이 혼자서는 도무지 할수가 없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요구에 끝없이 응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교사는 학생과 갈등을 많이 겪는데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배움과 가르침에서 배움에 대한 저항

2. 신세대와 구세대로 문화 저항

3. 권위자대 비권위자로 위계에 대한 저항

4. 평가자와 피평가자로 평가에 대한 저항

5. 애정과 인정을 추구하며 불인정에 대한 저항 이다.


 학교와 교육청, 세계의 변화는 교사를 힘들게만 한다. 세계적으로 교사의 업무와 역할을 날로 확장추세다. 실제 80-90년대 학교의 업무와 작금의 교사업무는 비교하기 어렵다. 적어도 방과후, 돌봄, 에듀티크, 정보, 학교폭력, 생활, 스포츠클럽 등이 추가되었다. 이는 세계적 변화로 인한 것인데 핵가족의 약화로 인해 가정에서의 돌봄과 정서적 지지, 양육기능이 사라져 이들 상당 부분이 교육기관인 학교로 전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현대의 교사는 본연의 수업에 더해서 상담과 행정, 돌봄, 정서적 지원, 봉사, 대인관계 기술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고 말았다. 이는 교사에겐 매우 의외이고 부당한 일이다. 법적으로 역할이 가르치는 것이고, 교육대학과 임용고시란 것은 그 부분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즉, 기대한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던 일을 교사는 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보상과 지지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교직기피 현상은 우리 만의 것이 아니다. 영국의 신규교사는 2015년 2/3이 5년안에 떠났다. 떠난 이유는 업무의 과다, 언론사회의 교사 폄하, 너무 많은 변화, 학생의 도전적 행동, 영국교육기준청의 평가가 이유였다. 미국은 5년안에  신규교사의 19-30%가 떠난다. 이유는 너무 많은 업무와 스트레스, 사회적 존중과 지지, 지원의 부족, 시험과 문서, 자료 준비의 어려움, 적은 급여와 지원이다. 미국은 2019년 이런 이직으로 인해 73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교사의 이탈은 교직 전문성의 저해로 이어지고 교육의 효과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오늘날 교사는 감정노동자가 가깝다. 교사는 교육과정과 교재를 연구해 수업준비를 하지만 정작 이를 함께 해야하는 학생은 준비가 안된 경우가 많다. 학생은 가정의 양육, 돌봄 기능의 파괴로 자신의 감정을 지지받거나 해소하지 못하고 학교로 오게 된다. 학교는 이들의 분출구가 되고 교사는 아이의 감정적 돌봄과 해소구가 되고 만다. 모든 직장에는 감정표현 규칙이 있고 학교도 마찬가지인데 도덕적으로 우월하고 완벽함을 요구받다보니 자신의 감정이 엉망이고 상대방은 마구잡이로 감정을 표출하는데도 교사는 어른스럽고 스승다워야 하기에 그러지 못한다. 이런 감정부조화는 크게 다가와 교사를 소진시킨다.

 번아웃은 프로이덴 베르거가 창안한 개념이다. 번아웃은 활력 상실과 에너지 고갈, 업무와 대상자에 대한 반감 증가, 업무 효율성 상실의 순으로 나타난다. 번아웃은 업무처리에 헌신하고 전념하며 자신의 일에 확신을 갖고 자발직이고 열정적으로 임할 수록 더 많이 나타난다. 현대 사회는 서비스 업이 증가하고 사람을 대해야 하기에 번아웃이 증가한다. 번아웃의 공통점은 육체, 정서적 고갈, 비인격화와 냉소주의 및 반감, 일에 대한 효율성과 자기효능감의 저하다. 

 직무요구 통제 모델이란게 있는데 이는 직무가 요구하는 수준과 업무 자율성과의 관계다. 직무수준이 낮고 업무 자율성도 낮으면 권태 증후감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직무요구 수준이 높고 업무자율성도 높으면 즐겁게 일하지만 스트레스가 높아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직무요구 수준이 업무 자율성이 높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직무요구수준이 높으면서 업무 자율성이 높으면 스트레스가 높고 건강에 치명적인데 이것이 교사직군이다. 

 이렇다 보니 교사는 소진된다. 소진은 너무 많은 것을 줄 때 그리고 그것을 심지어 내가 갖고 있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리고 도덕손상도 생긴다. 도덕손상은 권력을 가진 사람과 제도에 의해 위험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평상시 옳다고 여긴 신념 도덕을 위배하는 행위를 한 후 겪는 심리, 정신, 영적인 부정 반응이다. 교사는 소진과 도덕손상은 모두 자주 겪는다. 정서적 돌봄 결핍상태의 학생과 학부모는 요구하는 것이 많고 불합리한 경우에도 관리자나 교육당국에 의해 사태를 덥기 위해 문제를 제기하는 학부모와 학생에 억지로 사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한국의 서이초 처럼 교사를 자살로 몰고간 학부모가 등장하며 몬스터 패런츠란 용어가 등장했다. 이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자기 자녀의 이야기만 믿고 교사나 학교에 불만을 터트림

2. 자기 자녀의 문제는 절대 인정하지 않음

3. 교사의 대응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으면 교장, 교육청 등을 들먹이며 사태를 확장시킴


몬스터 패런츠는 다음과 같은 사회적 이유로 탄생했다.

1. 공동체 붕괴, 소수의 자녀

2. 학교에 대한 불신 증가

3. 현대 부모는 교육에 관여할 재력과 시간이 과거에 비해 증가함.

4. 학교에 소비자로서 무엇이든 요청 주문해도 된다는 천박한 소비문화

5.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농후한 사회분위기

 사실 이런 사회적 이유는 전통근대사회의 붕괴 때문이다. 저출생에 고학력, 고경쟁, 고인구밀도, 고령화가 배경에 있는 것이다.

 책에는 공무원 직종별 평균수명이 수록되어 있다. 공무원은 일반 사기업에 비해 노동강도가 약하고, 연금으로 노후가 보장되어 수명이 길것 같았지만 놀랍게도 전 직종이 한국 평균수명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공무원 직종이 대부분 서비스업으로 최근 들면서 무한한 민원과 요구, 터무니 없는 대우에 노출되어 상당한 스트레스를 재직중에 받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가장 수명이 긴것은 정무직으로 사람을 덜 대하고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82세로 가장 한국 평균에 가까웠다. 가장 낮은 것은 소방으로 69세 경찰은 73세, 법조는 74세로 의외로 낮았다. 소방과 경찰은 직무중 사망이 가장 많을 터이고, 스트레스와 위험물질 노출로 인한듯하다. 법조는 스트레스와 격무가 있을 것이다. 교직은 77세로 이들보다 높긴 했으나 직무 중 사망이 거의 없음에도 수명이 낮았다. 재직중의 높은 스트레스가 원인 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사의 퇴직 연령은 생각외로 이르다. 교직의 퇴직 연령은 62세로 60세인 다른 직종보다 높다. 하지만 퇴직이 무척 빠르다. 교직의 평균 퇴직 연령은 54세우 불과하다. 정년을 8년이나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고등 여교사로 50.4세가 평균 퇴직 연령이다. 고등 남교사는 57.5세, 초등 남교사는 84세, 초등 여교사는 54.2세였다. 스트레스로 와 업무과다, 낮은 보수 등이 빠른 퇴직의 원인 일 것이다.

 저자는 그럼에도 교사가 외상후 성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외상후 성장은 자신이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 타인과의 관계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 느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 철학이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이 겪은 외상과 고통의 현실을 부인하지 않고 마주하기, 일어난 불행을 왜곡하지 말고 수용하기, 굴복하지 말고 이겨내기, 자신을 비난 모멸하지 말기, 이 역경을 이겨낸 후 삶은 어떻게 책임지는 자세로 살아갈 것인지 계획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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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4-02-03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 영화 <괴물>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

닷슈 2024-02-03 20:41   좋아요 1 | URL
괴물 재밌어 보이던데 보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