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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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으로 일주일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출장 중에 하루 정도 시간이 남아서 템스강에서 시원한 생맥주와 흔한 감자튀김을 먹었고, 영국 박물관과 시내 미술관을 돌아다녔다. 좋은 기억도 있지만, 낙후된 지하철을 타고 실망도 했다. 빨간 이층 버스를 탄 적도 있는데, 길이 막히다 보니 좋은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런던이라는 상징성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이 책의 배경은 영국이고, 빨간 이층 버스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역사를 전공한 영국 출신의 작가인 프레야 샘슨의 두 번째 책이다. 문장이 담백하고, 가독성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스토리는 약간 진부하다. 어디에서 들어보거나 읽었던 내용이고, 새롭다는 느낌은 없다.

버스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느끼지만, 실수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간직한 이야기, 인생의 좌절을 맛보고, 슬픔과 절망에 빠졌지만,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극복하는 이야기, 첫 만남에서 사소한 오해로 서로 미워하다가 점차 관계를 회복하는 이야기 등이 묶여 있지만, 등장 인물들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구조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Girl on the 88 Bus'이다. 끝까지 읽어봐도 이 책의 결말이 기적이라고 부를 정도는 아니지만,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우연한 만남이 누군가에게 기적으로 다가올 수 있겠구나 싶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운명적이라고 생각한 만남은 없다.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런 장르의 소설에 관심을 가지고 읽는 것이 아닐까?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소설을 읽는 것이 시간 낭비이고, 불필요한 독서라는 주장에 다른 사람의 인생을 느끼고, 생각하는 자체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버스 타고 가면서 운명적인 만남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런 경우가 있었다면 축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소설을 통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소설 속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한다. 우리가 소설을 읽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내일도 나는 지하철로 출근을 한다.

2023.09.24 Ex. Libris HJK


버스가 클래펌 커먼 역에 정차했을 때 한 여자가 프랭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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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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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는 이 책에 등장하는 유명 작가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가 많다. 소설을 쓸 때 자신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면 좀 더 편하기 때문일까? 작가가 아닌 이상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심리 스릴러 소설이 많다. 물론, 내가 접한 소설 기준이기 때문에 객관적 척도는 아니다.


초반과 중반 전개는 나쁘지 않았다. 주인공은 사고를 당해 생각하지 못하고, 거동을 못하는 배러티를 대신해 연작 소설 시리즈 중 3권을 대신 쓰기 위해 배러티의 집에 온다. 주인공은 몇 주 동안 집에서 지내고, 배러티가 쓴 자서전을 우연히 읽으면서 경악스러운 과거를 마주한다. 설상가상으로 배러티의 수상한 행동이 주인공의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한다. 

결말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한 순간에 소설은 끝이 난다. 이런 종류의 소설에 빠지면 안 되는 반전을 나름대로 예상했지만, 역시 나는 이번에도 틀렸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또 한 번 느꼈다. 작가들이 소설을 쓰기 위해 어떤 노력과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나로서는 맞추기 쉽지 않았다는 변명을 한다.

적당한 몰입감을 주기 때문에 킬링 타임으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요즘 미국에서는 낙태 금지 법안을 두고 많은 갈등이 있다. 나는 솔직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지만, 원치 않는 출산을 함으로써 부모와 아이 모두 불행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아이는 사랑스럽지만,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참 쉽지 않은 주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당황스러운 것은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에 대해 너무 노골적인 묘사이다. 굳이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소설의 주제와 부합하기는 하지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이후 처음 접했다. 여성의 시선에서 바라 본 상세한 묘사는 궁금증도 불러오지만, 당혹스러움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 만약 진실을 알아도 외면하고 살 수 있을까?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 나을까? 매트릭스에서 파란 약을 먹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진실을 아는 것이 꼭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진실을 알면서 거짓을 만드는 것은 나쁘다는 생각을 한다. 더구나 누구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거짓을 만드는 것은 정말로 나쁜 짓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까지 지켰고, 앞으로도 지킬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2022.08.07 Ex. Libris HJK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의 피가 내게 튀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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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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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부터인가. 하나의 꿈이 생겼다. 

나 만의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안다. 서점은 망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책만 팔아서는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커피 등을 같이 팔며, 독서모임, 북토크, 각종 이벤트를 같이 해야지 운영이 가능하다. 동네에 서점이 들어서고, 마을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반을 다지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투브 등을 통해서 알려져서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동네의 명소로 성장하는 모습을 소설 속에서 보여주지만, 항상 그렇듯이 실제는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서점을 운영할 만큼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서점 운영을 안 하기 위한 여러 이유를 찾으면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꿈이라는 것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꿈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꿈이란 실제로 안되는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하면서 살던 대로 살아가겠지.


이 책의 주인공인 휴남동 서점 주인은 2년 서점을 운영해 볼 생각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정한 이유는 동네 서점의 한계를 알고 있었고, 나중에 서점 운영을 안 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 주인들이 서로 힘든 점을 공유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서점 운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서점도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질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은 평범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번아웃으로 인해 남편과의 갈등으로 이혼하고,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점 주인, 열심히 노력했지만 취직을 실패한 서점 바리스타, 남편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로스팅 가게 주인,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하루에 6시간 동안 서점에 와서 수제미를 만들거나 뜨개질을 하는 동네 주민, 사춘기 아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동네 주민,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하는 고등학생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휴남동 서점에서 서로 인연을 쌓고, 힘을 얻은 후 각자의 길로 돌아간다. 연애 스토리로 빠질 뻔 하지만, 절제된 전개와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저자가 공대 출신인데, 나 또한 공대 출신이다. 공대를 간 것은 당시에 취직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접한 과학자 전기도 영향을 끼쳤겠지. 이 책의 저자가 반가우면서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미국으로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었는데, 고도가 높아지면 책이 수축된다. 정확한 표현일 지 모르지만, 책이 한쪽 방향으로 찌그러든다. 그래서, 정말 아끼고 싶은 책은 비행기 탈 때 안 가져온다. 부담없이 읽기 위해 이 책을 가져왔지만, 새 책이 찌그러드니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고도가 낮아지면 책 상태는 괜찮지만, 그래도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할 만한 몇 군데가 있었지만, 미처 클립이나 표시를 못했다. 옆에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항상 놓친다. 귀찮아서 책 내용을 다시 찾지 않는다. 매번 반복하는 나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 10시간의 비행 끝에 다 읽은 한 권의 책을 가지고, 공항에 내리는 기분은 좋다. 뭔가 해낸거 같은 기분이다. 다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역사서를 도전해 볼까 생각한다. 


2022.08.04 Ex. Libris HJK


오픈 시간을 잘못 알고 온 손님이 서점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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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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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살인을 하는지 알 수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이후에 나오는 형사들의 수사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형사들이 범인과 범죄 행위를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에 흥미가 안생겼다. 계속 책을 읽을까 고민했지만, 인터넷 게임을 통해 완벽한 범죄를 꿈꾸는 범인에게 관심이 생겨서 끝까지 읽었다. 


자신이 완벽한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하지만, 범죄 방식이 계속 동일하다면 당연히 연쇄 살인으로 의심이 갈 것이다. 연쇄 살인으로 수사의 초점이 이동하면, 형사들은 피해자의 주변 인물을 조사하는 것을 벗어나서 범인이 복수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알고, 만나는지를 집요하게 수사할 것이다. 

즉, 동일한 패턴의 범죄를 저지르면 그만큼 리스크가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연쇄 살인범들은 자신들의 사고에 사로잡혀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동일한 패턴을 벗어나지 못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온라인 게임 등 익명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정말 많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익명의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은 위험하다. 

사람들은 자신을 과도하게 인터넷에 노출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이 간 곳이나 사진, 취미 등을 자랑스럽게 업로드한다.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 원한다. 좋아요를 받기를 원한다.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써서 알라딘 서재에 올리는 나도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었다면 하는 마음일까? 


범인을 미리 알기 때문에 다소 심심할 수 있지만, 결말은 반전이 있고, 다소 충격적이다.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다. 이런 점이 소설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범죄 소설에 형사의 개인적인 관계나 상황에 대한 묘사가 꼭 필요할까? 형사도 주인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소설처럼 사건과 아무 맥락이 없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2022.07.23 Ex. Libris HJK


남자는 중절모를 고쳐 쓰며 쓰러지듯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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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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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방문할 때 2번도 아니고, 3번도 아닌 4번의 노크가 적당하다고 한다. 사회과학이나 심리학 측면에서 검증된 내용은 아니고, 이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한적한 밤길을 걸어갈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을 만날 때라고 한다.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여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지만, 낯선 사람을 쉽게 믿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누가 지켜보지 않는다면 나쁜 짓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 호의를 가지고 가까이 올 때 먼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인간의 본성은 선인가 악인가.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선과 악을 넘나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선과 악의 개념은 누군가를 죽이거나, 누군가를 살리거나의 극단적인 의미가 아니다. 사소한 행위라도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있고, 우리는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잘한 나쁜 짓을 할 수도 있다. 이 사회에 그토록 많은 부정부패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자들만 사는 다가구 주택의 복도에서 한 남자가 죽었다. 별로 좋지 않은 동네, 누구나 떠나고 싶은 동네, 사연을 지닌 채 살아가는 여자들만 있는 다가구 주택의 3층에서 발견된 남자의 시신. 뭔가 예측 가능한 스토리가 보이는 시작이다. 초반부는 3층에서 거주하는 거주자들의 진술을 들려주고, 후반부는 이 거주자들의 사연과 그들의 생각을 들려준다.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리했다.

처음에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 생각났다. 하지만, 결말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남자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나서도 끝이 아니었다. 인간의 선과 악의 다툼에 끝이 있겠는가.


한때 일본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식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번에 잘 짜인 재미있는 한국 스릴러 소설을 읽었다. 앞으로 케이시 작가의 행보가 기대된다.


2022.06.0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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