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록 - 미국을 지배하는 또 하나의 제국 건들건들 컬렉션
폴 배럿 지음, 오세영 옮김, 강준환 감수 / 레드리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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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록을 들어본 사람은 총기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와이프에게 글록에 대해서 물어보니 바로 권총이라고 말했다. 미국 드라마,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고, 특히 CSI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았던 와이프에게 글록은 낯설지가 않았다.


이 책은 오스트리아 신생 총기 업체가 글록이라는 권총으로 미국 시장을 지배하게 된 원인, 배경을 서술한 책이다. 사실 글록이라는 총에 대해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왜 미국은 총기 규제를 못하고, 수많은 총기가 돌아다니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1986년 4월 11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FBI와 은행 강도 사이에 총격전이 펼쳐졌다. 8명의 FBI 요원과 2명의 용의자 간의 총격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명의 용의자는 사살되었지만, FBI 요원 2명이 현장에서 죽었고, 3명의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고, 2명이 다쳤다. 이때 FBI 요원이 사용한 총기는 6발 탄창을 가진 스미스&웨슨 리볼버였다. 반면에 용의자는 루거 미니 14와 12게이지 샷건을 사용했다고 한다. 루거 미니 14는 40발 탄창을 쓸 수 있었고, 샷건조차 8발로 리볼버보다 장탄 수가 많았다. 

하지만, 이 사건의 진짜 원인은 FBI의 허술한 준비였다. 군용 소총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처 사용할 시간이 없었고, 방탄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많은 피해를 입은 연방 요원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수단으로 강한 화력을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든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법을 수호하는 정부 조직들이 장탄 수를 높인 자동 권총을 찾게 되었고, 오스트리아에서 만든 글록이라는 자동 권총이 채택되었다고 한다. 글록은 플라스틱으로 가벼웠고, 9mm 탄약을 이용했고, 장탄 수도 17발이었다. 부품 수가 획기적으로 낮았고, 고장이 잘 안 났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가격도 300달러로 저렴했다. 

이후 민간에도 풀리면서 가격은 올라갔지만, 누구나 마음먹으면 돈을 모아서 살 정도의 좋은 무기가 미국에 퍼지면서 미국 총기 시장을 석권했다.


FBI, 경찰, 보안관 등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이 총을 잘 쓰면 좋겠지만, 미국에서는 경찰이나 범죄자 모두 총기 사고를 많이 낸다.


1991년, 텍사스 칼린에서 조지 해나드는 루비스 카페에 들어와 식사하던 사람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했다. 글록 17 권총으로 사격을 했고, 총 22명을 죽였다. 

1999년 2월, 4명의 뉴욕 경찰이 기니 출신 이민자인 아마두 디알로에게 41발을 퍼부어 죽였다. 4명의 경찰 모두 자동 권총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 한 명은 글록을 사용했다. 디알로는 주머니의 지갑을 찾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2006년 11월, 뉴욕 경찰은 23살의 흑인 숀 벨이 타고 있는 차에 50발을 쏘았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32명을 죽인 조승희는 글록을 사용했다.

2008년, 스티븐 카즈미어차크는 노던 일리노이 대학에서 21명을 쏘아 5명을 죽였다. 역시 글록을 사용했다. 

2011년 1월, 애리조나의 투손에서 자레드 로프너는 19명에게 총격을 해서 6명이 죽었다. 9mm 33연발 탄창의 글록을 사용했다.


여기까지가 책에 나온 내용이다. 유튜브에서 미국 총기 사건을 검색해 보면, 2021년에도 많은 사건이 있었다.


왜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하지 못할까?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는 거 같다.


1791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제2조는 시민 무장의 원칙을 담았다. 잘 통제된 민병대는 자유주의의 안전에 필수적이기에 무기를 보유, 휴대하는 시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인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서부 시대 영화를 보면 어느 누구나 권총을 허리에 차고, 말에 리피터나 라이플, 샷건을 매달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총을 좋아하고, 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 자유와 개인주의, 자립의 상징으로 총을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민주주의를 이룩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 


두 번째는 1871년 퇴역군인이 설립한 보수주의 단체인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이다. 이 단체는 550만 명의 회원과 연회비 수천억 원을 자랑하는 세계 1위의 정치 압력단체이다. 총기 규제 법안이나 소송들이 있을 때마다 로비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방해 공작을 펼치는 단체이다. 이들의 힘은 막강하여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는 정치인들을 규탄하고, 낙선 운동을 한다.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소유하고, 휴대해야 한다는 생각은 맞을 수도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정당 방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이 없더라도 다른 무기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니 총만 규제한다고 범죄가 줄어든다는 사실도 선듯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총기는 엄청 많아졌지만, 범죄는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총기의 문제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망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칼이나 다른 도구로 한 장소에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죽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글록 17같은 자동 권총 한 자루만 숨겼다가 가까이에서 꺼내면 몇분 안에 17발을 명중시킬 수 있고, 최대 17명을 바로 죽일 수 있다. 또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 가까이에서 칼을 쓰는 것보다 비교적 쉽다.  


만약, 한국에 수정헌법 제2조처럼 총기 보유, 휴대의 자유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 때 마트에서 생필품이 순식간에 없어진 이유는 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남들 사기 전에 먼저 사야 한다는 눈치가 그들을 지배했다. 한국은 어느 때와 동일했지만, 일부 국가에서 사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총이 없는데, 옆집은 총을 가지고 있다면, 나와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다면, 운전하다가 접촉 사고를 냈는데, 상대방은 총을 가지고 있는데, 나는 없다면. 총을 안 살 수가 있을까?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총이 있다면,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총이 있다면, 성숙한 시민 의식을 믿고, 합리적으로 자제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총은 폭력을 당하는 사람에게 선이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에게 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총기는 선이자 악으로, 사람들을 출근하게 하는 동시에 환경을 오염시키고 끔찍한 사고를 일으키는 자동차와 같다. 콜레스테롤과 칼로리가 가득한 맛있는 스테이크와 같다.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명청한 음모론과 사악한 아동 포르노를 보여 주는 인터넷과 같다. <수정헌법 제 2조>를 철회하고 미국인 절대다수의 집단심리를 완전히 바꿔 놓지 않는 한 총기는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P.294)


솔직하게 나 자신을 믿을 수 없다. 총기 규제에 찬성하면서도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면 구매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하나는 한국에 살고 있는 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다. 


2021.09.25 Ex. Libris HJK


1986년 4월 11일 오전 9시 45분, 특수요원 벤저민 그로건과 제럴드 도브는 도난당한 검은색 쉐보레 몬테카를로 차량과 2명의 용의자를 사우스딕시 고속도로에서 발견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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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25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주 신간 목록에서 발견한 책인데 벌써 리뷰를 올리다니 독서력에 감탄합니다! ^^

아타락시아 2021-09-26 09:36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합니다. 평소 총기에 대한 관심이 있어서 빨리 읽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