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둑 (합본 특별판)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마커스 주삭이 2005년에 출간한 <책도둑>은 베스트셀러이다. 그런데, 나는 몰랐다. 당시에 책도 별로 안 읽었고, 책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당시는 한창 바쁜 시절, 출장을 밥 먹듯이 하고, 주말에도 회사를 출근하던 시절이었다. 

가끔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얼마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 젊었을 때부터 좀 더 책에 관심을 갖고, 좀 더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어린 소녀이다. 공산주의자 아빠와 그녀의 남동생은 죽었고, 생활이 어려워 다른 집에 양녀로 간 소녀이다. 히틀러의 야욕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하고, 유대인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있었던 독일의 한 도시에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특이하게 이 책에서 등장하는 '나'는 저승사자, 죽음의 신이다. 사람이 죽으면 다가와서 영혼을 데려가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당연히 죽음이 주요 소재이고, 읽는 내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처음에 잘 적응이 안 되었지만, 읽다 보면 '나'로 들여다 보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왜 책 제목이 <책도둑>일까? 이 책의 주인공인 어린 소녀가 바로 책도둑이기 때문이다. 소녀는 우연히 땅에 떨어진 책을 주어서 글씨를 배워 읽고, 쓰면서 책에 대한 갈증이 더해간다. 먹을 것을 구입할 돈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책을 살 돈도 없었다. 나치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책들을 소각할 때 훔치고, 세탁물 수거를 통해 알게 된 부자 시장의 집에서 책을 훔친다. 그리고, 이렇게 모은 몇 권의 책을 소중하게 여러 번 읽는다. 

책을 언제나 구할 수 있고, 사지 않아도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는 요즘, 책에 대한 욕구와 사랑은 이전보다 못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삶에 대한 무게가 부모님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도서관을 찾아서 나를 데려다줄 여유가 없었다. 유치원은 구경도 못했고, 집에 책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어려운 와중에 동네 서점에 얼마의 돈을 내고 내가 책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서점이었기 때문에 책을 깨끗하게 보아야 했다. 당시에 열심히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가질 수 없었으니 책에 대한 욕심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서점 주인이 내가 책을 빌려 간 후에 다시 반납 안 했다고 주장하면서 서점으로의 여행은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에 사건 결말이 어떻게 끝났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대여, 반납 시스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지 서점 주인에게 말만 하고 책을 가져갔기 때문에 증거는 없었다. 

암튼 어린 나이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그 이후 그 서점은 절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새 책을 파는 서점에서 책을 어떻게 빌릴 수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전쟁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본다. 

이름을 말하면, 알만한 사람이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위험하고, 어리석다. 전쟁에는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다.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인 국가는 승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가의 구성원들은 과연 승리한 것일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할 때 독일 국민은 환호성을 질렀다. 독일 국민의 오기와 자만심은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배급제가 되고, 사람들을 군인으로 징병하고, 서로 의심하고 감시하면서 무너지는 시간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독일 국민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현대전에는 전방과 후방이 없다.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세상이기 때문에 피난도 별로 의미가 없다. 내가 원하지 않는 전쟁 때문에 내가 죽는다. 이게 현실이다. 나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싸우지 않고, 지킬 수 있다면 굳이 생명을 걸고 싸울 필요가 없다. 


몰입감 있고, 재미있는 책이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어려웠던 시대적 배경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나'의 특수한 존재 때문에 긴장감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아직까지 읽어 보지 못한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2022.01.15 Ex. Libris HJK 


작은 진실 한 가지
당신은 죽을 것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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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22-01-17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라에 도서관이 지금처럼 자리를 잡은 건 한 이십년이 좀 넘었으려나... 책은 뭐 얼마나 있었게요. 그러고보면 참 눈부신 발전이에요. 이젠 아이들이 책을 지겨워할 만큼 쌓여있잖아요:-)

아타락시아 2022-01-18 06:5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이제 집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책도 쉽게 구할 수 있죠. 도서관에서 미리 예약하고 지하철 역에서 대출하는 기계도 있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