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심플하게 산다 심플하게 산다 1
도미니크 로로 지음,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사키 후미오가 쓴 책인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에서 사사키 후미오는 도미니크 로로의 '심플하게 산다' 책을 읽고, 미니멀 라이프를 결심했다고 한다. 이 책은 2012년 초판이 나오고, 2016년 개정판이 나오고, 2019년 7쇄까지 찍은 스테디셀러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책 중에 고전이 아닐까 싶다. 


책 표지가 너무 인상적이다. 나무 위의 종지 한 개, 나머지는 흰 여백으로 처리하고, 검은색 폰트로 제목을 써 놓은 표지는 너무 예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간결하게 썼다. 너무 심플하다 보니 무미건조한 면도 있고, 딱딱한 면도 있다. 미니멀 라이프의 위기가 닥쳐 올 때 2~3번 정도 다시 읽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물건, 몸, 마음의 3가지 카테고리로 심플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요즘 최대 관심사는 당연히 물건 줄이기이다. 매일 내가 가진 물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가장 집중해서 읽은 카테고리는 물건이다. 아마 물건, 몸, 마음이 미니멀 라이프를 진행하는 순서가 아닐까? 일단, 물건을 줄이고, 몸을 건강하게 하고, 최종적으로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최종 목표로 가는 긴 여정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우리 문화는 심플한 삶을 선택한 이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비사회에는 그런 사람들이 해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플하게 사는 사람들을 주변인 내지는 불안한 개체로 취급한다. 스스로 소박한 삶을 선택해 적게 먹고, 적게 소비하고, 적게 험담하거나 아예 험담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 사회는 구두쇠, 위선자, 비사교적인 인물로 규정한다. (P.015)


유튜브를 보다가 악플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일상을 찍은 동영상에 "엄청 가난하네, 불쌍하다"라는 댓글을 남긴 것이다. 이런 댓글을 남긴 사람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르지만, 정신은 피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인터넷에 댓글을 남기면서 남을 욕하는 사람이 현실에서 잘 사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자신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이렇게 남을 공격하면서 풀고 싶은 것이다. 


옷을 적게 소유한다는 것은 '대충 걸칠 것'과 '그나마 덜 이상한 것'으로 가득 찬 옷장 앞에서 뭘 입을지 망설이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고달프게 만드는 문제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다. 마음에 꼭 드는 옷이 생기면 옷차림에 신경을 쓰는 스트레스가 없어진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분 좋게 집을 나서게 된다. 버릴 건 버리고 남길 것만 남기면 정리하기도 더 쉽다. 싫어하는 옷을 걸어 놓고 매일 불평하느니 큰맘 먹고 쓰레기통에 버리는 편이 정신 건강에는 더 좋다. (P.057)


미니멀 라이프 효과를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옷 버리기이다. 옷장에서 버릴 옷을 선택하고, 버린 후에 정말 속이 시원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옷을 버리는 것은 아니고, 아파트에 있는 헌 옷 수거함에 넣는다.


백화점에서 비싼 니트를 산 적이 있다. 패턴도 들어가고, 고급스럽게 보였지만, 목까지 덮는 폴라 형태였다. 백화점 점원이 슈트에 어울리는 니트라고 해서 날씨도 추워서 사기는 했지만, 목까지 덮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거의 입지 않았다. 하지만, 돈이 아까워 언제인가 입을 생각으로 계속 걸어 두었는데, 볼 때마다 스트레스였다. 과감히 정리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주말에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입을 옷을 미리 정해서 순서에 맞추어 걸어둔다. 옷이 많지 않아서 매주 반복되는 옷이 많다. 요일을 바꾸어서 걸어 놓기도 한다. 출근 전 여유를 찾는 방법이다. 그리고, 아직 새 옷을 사지 않았지만, 앞으로 새 옷을 사면, 헌 옷을 하나 버릴 생각이다. 암튼, 미니멀 라이프를 시도해 보고 싶은 분들은 옷장 정리부터 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옷걸이는 나무로 되어 있는 것으로 구입해서 일관성을 맞추고, 세탁소 옷걸이나 옷을 살 때 주는 옷걸이는 모두 버리라고 한다. 옷장을 열어 보니 정말 뒤죽박죽 옷걸이가 보였다. 뭔가 정리되고, 깔끔하면서 옷장을 열 때 기분이 좋기 위해서 얼마의 돈을 지출하는 것을 아끼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이케아에서 옷걸이를 구매했다.


교육과 도덕이 타락한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소유욕을 조장하고 파렴치한 위선을 종용한다. 우리는 입고 먹고 즐기는 각종 유행에 휩쓸려 판단력을 잃은 채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 돈의 가치를 이해하고 돈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돈은 아무 생각 없이 쓰면 안 된다. 돈은 무엇보다도 인생의 톱니바퀴들이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한 윤활유로 사용되어야 한다. 돈에 휘둘리지 않고 무분별한 소비를 경계한다면 소비사회가 야기하는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P.081)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나서 첫 한 달 신용카드 이용 내역이 반으로 줄어들었다. 무엇인가를 사겠다고 장바구니에 넣은 것만 5번 정도 되는데, 끝내 결재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삼성 페이를 쓰면 지문으로 정말 엄청 빨리 구매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참았다. 그런데, 한순간만 잘 넘기면, 나중에 사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빨리 구매를 하면 고민할 시간이 줄어서 좋겠지만, 물건 받고, 며칠 안 지나서 물건에 대한 애착은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것이 그렇지 않다. 하지만, 잠시 자신의 패턴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자신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싫증 나는 일상적인 일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 일을 의식을 치르듯이 하는 것이다. 의식이라고 생각하면 하기 싫고 귀찮은 일도 아름답게 해낼 수 있다. 청소나 설거지, 산책, 목욕, 운동처럼 혼자서 하는 일을 의식으로 만들자. 그 일을 끝낼 때까지 그것에만 완전히 집중해 열심히 하자. 서두르지 말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그 순간과 그 장소에서는 오로지 그 일을 하는 것에만 만족하자. 그 일을 처음 하는 것처럼 새롭고 흥미롭게 여기고 그 일이 지닌 가치를 재발견하자. (P.134)


양치질을 하면서 휴대폰 보기, 여러 개의 대화방을 펼쳐놓고 동시다발적으로 대화하기, 산책하면서 휴대폰 보기 등 하나의 일에 집중을 못 하고, 여러 개의 일을 동시에 할 때가 많다. 회사에서 테이크 아웃한 음식을 먹으면서 이메일 쓰면서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 집중하기보다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꾸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려고 할 때 의도적으로 제동을 건다. 그래도 습관은 무섭다. 아무 생각 없이 여전히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가 있다.


집에 와서 소파에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다. 갑자기 잠이 들 때도 있지만, 오래 잘 수는 없기 때문에 금방 깬다. 12시가 되면, 책상을 정리하고, 모든 전원을 끈 후 방문을 닫고, 침실로 간다. 이것이 나에게 있어서 하루를 마감하는 의식이다.

 

심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을 품고 있는 책, 바로 '심플하게 산다' 이다.


2020.3.10. Ex. Libris. HJK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심플하게 사는 법을 모른다. - P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일 집에 도착하면, 무엇을 버릴까 고민을 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잡념을 없애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수단인데, 무엇을 버릴까 고민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이번에는 책상을 정리했다. 이케아에서 산 책상과 책장을 7년째 쓰고 있다. 이케아 가구 중에 내구성이 약한 것들도 있는데, 내가 산 책상은 정말 튼튼하다. 물론, 세월의 흔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쓰기에 멀쩡하다. 


책장 빈 칸을 모두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 무인양품에서 수납함도 샀다. 물론, 일본 불매 운동 하기 전이다. 미니멀 라이프에게 있어서 수납함은 정말 피해야 한다. 수납함이 많을 수록 자꾸 안에 기억하지 못하는 무엇인가를 채우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수납함이 저렇게 배치되어 있으면, 뭔가 깔끔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니 숨이 막힌다. 그리고, 향수 쓰는 것은 하나인데, 예전에 쓰던 것을 그냥 모아놓았다. 좋은 향수도 없으면서 왠지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상으로 와서 향수를 뿌릴 일이 얼마나 있을까? 

퍼즐로 만든 액자 뒤에는 안 쓰는 외장하드가 있었는데, 보기가 안 좋아서 저렇게 퍼즐 액자로 막아 놓았다. 책상 하단에 안 보이는 곳도 뭔가 가득차 있었는데, 지금은 잘 기억도 안난다.





책장 2칸만 쓰고, 나머지는 모두 비울려고 했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다 보니 손이 닿을 곳에 필수적인 물품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노트 한 권, 연필꽂이, 연필깍기, BT speaker 를 두었다. 아크릴 케이스에는 잡동사니를 넣어 두었다. 하단에 안 보이는 칸에는 직장 다닐 때 들고 다니는 가방과 여행갈 때 필요한 물품을 보관했다. 당장 버릴 수 없는 서류와 리갈 패드 등은 수납함에 넣었다. 

책상에서 보는 책은 한 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항상 한 권만 두었고, 나머지 책들은 버리거나 다른 책장으로 이동시켰다. 250G, 500G 외장하드를 포맷한 후 버렸고, 쓰지도 않지만, 조금은 남아 있어서 나중에 쓰겠지 하고 놔둔 향수도 모두 버렸다. 아직 쓰기에 충분하고, 가장 좋아하는 향수만 외출할 때 거울을 보고 뿌릴 수 있도록 자동차 키 등과 함께 전실에 놓았다. 수납함은 옷장으로 이동해서 허리띠나 장갑 등을 보관하는데 이용했다. 


퇴근 후 책상에 앉을 때 아직도 복잡하다는 기분이 든다. 뭔가 더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2칸만 물건을 남기고, 모든 칸을 비울 수 있다면, 책상과 책장 자체를 버리고, 단순한 책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면서 기존 가구를 버리고, 다른 가구를 사는 것이 맞을까? 궁극적으로 모든 가구를 버리는 것이 최종 목표일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인 사사키 후미로의 19년 인터뷰를 보면, 그의 방에는 침대와 책상이 있었다. 책에 실린 그의 방 사진에 단지 매트와 쿠숀밖에 없었는데, 아마 책을 쓰고, 일을 하려면 책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일단, 없앴지만, 필요해서 다시 사야 했던 그에게 뭐라 할 생각은 없다. 각자 자기에게 맞는 최선의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 된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방에 들어오면, 시야에 보이는 변화 뿐만이 아니고, 방에서 나는 울림이 너무 좋다. 좀 더 잡동사니를 제거하면, 울림이 더 커질 것이다. 말도 울리고, 음악도 울린다. 창문을 막는 아무것도 없어서 책상에 앉아서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볼 수 있는 것도 좋다. 


2020.3.9 Ex. Libris HJK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딩 2020-03-0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방 멋집니다 초 총도요

아타락시아 2020-03-10 21:1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총은 그냥 장식용이에요. ^^
 

책 정리, 게임 정리에 이어서 도전한 것은 레고 정리이다.

레고를 처음 접한 것은 2012년 12월이다. 그 당시 반지의 제왕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반지의 제왕 레고 시리즈를 보았다. 그때 나를 사로잡은 레고는 An Unexpected Gathering 이다. 그때부터 시작한 레고 취미 생활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아래는 회사에 보관하고 있는 가장 아끼는 레고 중 하나이다.





2012년 이후 레고 제품만 사서 조립하다가 어느 날 원하는 집을 내 손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원하는 집을 가질 수 없지만, 레고로 만들어 보면 재미있을 거 같았다. 지금은 10년 후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을 내 마음대로 구상해서 집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죽기 전에 아파트를 벗어나 나만의 집을 갖고 싶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지만, 왠지 아파트 상가 같은 집을 만들고 말았다. 그래도 내부는 꽤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난다.





암튼 레고 창작에 발을 들어놓으니 벌크를 모으게 되고, 제품들을 사서 벌크화하는 작업도 했다. 매년 나오는 모듈러 시리즈 집을 사고, 벌크도 사고, 벌크화도 하다 보니 브릭들을 보관, 분리하기 위해 수납함도 사야 했다. 창작은 집 하나 달랑 만들고, 전시회 한 번 나간 후에 다시 분해해서 다른 것을 창작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벌크는 그대로 내 방에 남겨졌다.

책을 구매한 후 읽지 않고, 책장에 꽂아놓은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레고를 사고, 조립 안한 상태로 보관만 하게 되니 집안 곳곳에 레고 박스가 눈에 보였다. 심지어 조립한 제품들을 나중에 중고로 팔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립한 제품들의 박스도 보관하니 볼 때마다 어디로 숨겨 놓을까 고민을 했다.

레고 박스는 과대 포장의 끝판이다. 브릭들은 박스 공간의 1/2 정도 차지한다. 레고 박스를 모아본 분들은 알겠지만, 엄청난 공간이 필요하다. 레고의 끝은 큰 집이라는 말이 있다. 창고나 컨테니어가 없다면, 조립 또는 미조립한 레고 박스를 집안에 모아 놓기는 쉽지 않다. 레고 전용방이 있으면 그나마 낫다.

책장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로 분류 작업부터 들어갔다. 일단, 조립해서 소장하지 않을 레고 제품의 박스는 무조건 버렸다. 이렇게 버린 대형 박스만 20개가 넘었다. 중소형 박스는 더 많았다.

1. 장식장 안에 보관할 제품은 그대로 둔다.

2. 조립한 제품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제품은 분해한 후에 박스로 재포장해서 당근 마켓에서 매각한다.

3. 벌크는 종류별로 모아서 당근 마켓에서 매각한다.

4. 레고 수납함 중에 비싼 제품은 다른 용도로 전환하고, 싼 제품은 벌크 팔면서 보너스로 같이 동봉한다.

장식장 안에 보관할 제품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인 모듈러와 장식 효과가 있는 자동차 시리즈, 아이디어 시리즈 정도로 제한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최대 레고는 이 공간으로 제약을 했다.




당근 마켓에 매각한 것은 레고 5개이다. 플레이모빌 성 2채도 있었는데, 1 채는 회사에 경매로 내놓았고, 1 채는 지인에게 선물을 했다.





벌크는 싸게 내놓았다. 레고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구매하는 데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다. 올린 후 바로 연락이 와서 판매를 할 수 있었다. 다소 아쉬운 가격이었지만, 깨끗해진 내 방을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보는 것보다 꽤 양이 많고, 레고 부품 보관함도 같이 보냈기 때문에 아파트 주차장까지 가져가는 것도 힘들었다.




아직 밀봉인 레고 제품들이 몇 가지 있는데, 나중에 레고가 정말 조립하고 싶을 때를 위해서 옷장 구석에 놓아두기로 했다. 옷을 많이 버렸다. 옷장에 여유가 많아졌기 때문에 보관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레고 브릭을 보관하기 위해 무인양품에서 샀던 고급 아크릴 케이스는 빈번하게 쓰는 개인 생활용품을 넣어두는 것으로 용도 변환했다.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것은 약 3년 전이다. 요즘 일본 불매 운동을 누구보다 더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샀던 것까지 모두 버리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최소한은 남겨 놓고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버리거나 팔기 전에는 온갖 고민을 많이 한다. 없을 때의 감정이나 상황도 시뮬레이션을 한다. 어쩌면 쉽게 버리고, 글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많은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일단 시야에서 없어지니 더 이상 생각도 없고, 고민도 없어진다. 좀 더 돈을 더 받고 팔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간혹 들었지만, 이 또한 없어졌다.

미니멀 라이프까지 도착하기까지 길은 아직 멀다. 아직 비우지 못한 것이 많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아직 할 것이 많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니멀 라이프로 가는 여정을 즐거운 여행으로 생각하면 좋겠다.

2020.3.7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렸을 때 단순한 PC 게임만 하다가 직장에 취직한 후 처음으로 비디오 게임을 접했다. 직접 번 돈으로 플레이 스테이션 2 게임기를 샀다. 그때 미친 듯이 한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 10과 메탈기어 솔리드 2였다. 그 당시만 해도 비디오 게임기는 일본에서 만든 플레이 스테이션이 대세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비디오 게임을 즐겼다. 게임 매체는 CD에서 블루레이까지 발전했다. 한국 비디오 게임 시장의 메카인 국제 전자센터에 가서 신작 게임을 사고, 가지고 있던 게임을 팔았다. 한정판에도 관심이 많아서 피겨 포함한 한정판도 샀고, 많은 게임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서 더 이상 일본에서 만든 게임과 게임기에 흥미를 잃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엑스박스 게임기에 빠져들었다. 서양식 RPG와 FPS 멀티플레이 게임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다. 회사를 다니다 보니 그나마 자제를 했던 거 같다. 만약, 학생 때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 


엑스박스 360을 거쳐 엑스박스 원 엑스로 넘어오면서 블루레이 매체를 이용한 게임 진행은 파일을 다운로드 후 내장 하드에 설치해서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고, 더 이상 블루레이 구매나 중고 거래는 하지 않게 되었다. 더구나 게임 패쓰라는 게임 구독제 시스템이 나오면서 게임 미디어는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유부남들이 이런 파일 다운로드 방식을 선호할 것 같은데, 와이프 몰래 게임 구매한 것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기를 직접 켜서 다운로드한 파일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카드 구매 내역만 적당히 둘러대면 게임 라이브러리에 늘어나는 게임을 보면서 흐뭇해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면서 그동안 모아 놓은 게임 공략집, 설정집, CD, 블루레이를 모두 버리거나 당근 마켓에 팔았다. 어쩌면 비디오 게임 구매 형태가 바뀌면서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당근 마켓에 팔아서 돈을 많이 벌 생각은 없어서 싸게 넘겼다. 당근 마켓에 올리기 전에 고민했지만, 일단 처리하고 나니 더 이상 생각도 안 나고, 이것들을 지켜보면서 고민하던 것이 없어지니 마음도 편해졌다.




앞으로 구독 서비스,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음악 CD, 영화나 게임 DVD, 블루레이는 소수의 마니아들만 찾을 것이다. 미디어 매체 기준으로 본다면, 미니멀 라이프 하기에 좋은 세상이다. 그러나,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한다는 기준으로 봤을 때 비디오 게임기, 게임기 전용 TV, 스피커, CD 플레이어 등도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이다. 몇 번씩이나 그냥 없앨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아직 처리를 못하고 있다. 예전보다 게임하는 시간과 CD로 음악을 듣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만약, 미니멀 라이프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의 인생에 자리 잡으면, 이것들 또한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전까지 잠시 보류하자는 생각을 한다. 마음 약한 모습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아래 사진에서 창문을 가리고 있는 TV와 밑에 위치한 게임기, 스피커 등을 버리면, 창문 앞이 훨씬 깨끗해지고, 넓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는가? 아직 부족하니.




나에게 필요한 것만 가진다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 방향이라면, 필요한 것의 범위가 어디까지일까? 취미 생활을 하고 싶은데, 취미에 필요한 것들을 소유하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닐까? 만약 소유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소유해야 할까? 어느 정도이면 만족해야 할까? 좀 더 버리고 나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겠다.


2020.3.4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 쓸데없는 것에 나를 빼앗기지 않을 자유
조슈아 필즈 밀번.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고빛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을 갖은 후 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미니멀 라이프 관련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이다. 조슈아 필즈 밀번은 30대 초반에 잘나가고 있던 회사를 나온 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글을 쓰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너무 강조를 해서 어색하게 다가오지만, 그래도 실천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이 책의 저자 2명은 아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https://www.theminimalists.com




방문해 보니 팟캐스트도 있고, 동영상도 있다. 읽을 것이 생각보다 많아서 천천히 둘러볼 생각이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와서 미니멀 라이프를 추천하면서 제안하는 방식들이 특별히 새롭지는 않다. TV를 없앤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조슈아는 인터넷도 없앴다고 한다. 인터넷이 필요하면,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아간다고 하는데, 이럴 필요까지 있나 생각이 든다. 이게 효율적일까?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 초보인 나에게 더 넓은 미니멀 라이프 세계를 보여준 거 같다. 


책 구성은 크게 5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1. Journey into Minimalism

2. Motion & Emotion

3. Taking Action

4. Growth

5. Meaningful Life


책을 읽으면서 단계적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각 장의 내용들이 다소 반복적이고, 구분이 명확하게 안 되어서 이런 구성의 효과를 반감시킨다. 

전반적으로 책 내용이 다소 좋지 않다고 해도 던질만한 내용은 꼭 있다는 나의 믿음에 이 책도 반응한다.

나의 짧은 지식으로 미니멀리즘을 설명하기 힘들지만, 이 책에서 미니멀리즘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 것은 도움이 많이 되었다. 


미니멀리즘은 살아가며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주는 도구로서 이를 통해 만족, 충만감, 자유를 찾을 수 있다. 


아래는 무엇인가를 사고 싶을 때 항상 사기 전에 먼저 읽어보고 싶은 내용으로 간직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아래의 내용을 들려주면, 구두쇠로 평가받거나 돈이 없어 핑계를 댄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쿨하게 넘길 수 있는 모습이 바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의 지향점이 아닐까?


물론 나도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죄악이라거나, 잘못된 일이라거나, 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사람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물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물건을 사들이는 데 쓰는 돈을 얼마나 힘들게 벌었는지 생각해보라. 그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빼앗겼는지 생각해보라. 시간은 바로 우리의 자유다. 물건은 우리의 자유를 훔쳐 간다. 그러므로 나는 도둑맞은 것이 맞다. 나는 내 물건에게 도둑맞았다. 내 자유를 도둑맞았다.


저자는 1년동안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을 실천했다고 한다. 나는 2020년 2월 11일에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아직 한 달이 안 되었지만, 알라딘 적립금이 만료되기 전에 알라딘 적립금을 소진하기 위해 책 3권을 주문한 것을 빼고는 어떤 것도 사지 않았다. 물론, 와이프와 딸아이는 아직 미니멀 라이프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오로지 나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아무것을 안 사는 것을 얼마나 지속할지 나도 모른다. 그저 시작할 뿐이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끝이 없다. 남과 비교하는 것은 오로지 나에게만 상처를 준다. 상처를 입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지 물건 버리기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항상 명심하자. 미니멀 라이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2020.03.02 Ex. Libris HJ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