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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어나더커버 특별판, 양장)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2015년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책이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앤디 위어라는 사람이 쓴 '마션'이 바로 그 책이다. 나는 출장 가는 길에 인천공항에서 그 책을 사고, 3일 정도의 출장 기간 동안 비행기, 호텔에서 완독했다.
그 책에는 거부감이 별로 없었던 유머스러움이 있었다. 화성에 혼자 남은 주인공에 대한 설정 등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역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당면한 과제를 풀기 위한 과학 지식의 활용이었다. 그동안 공부를 통해 배운 것을 진학하는 데 말고, 도대체 어디에 써먹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우리가 모르게 이런 지식들이 활용되고 있는데, 일상에서 우리가 필요한 무엇인가를 다른 누군가 해주지 못하는 환경에 놓일 때 비로소 이런 지식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만약, 전기가 없다면, 공기가 없다면, 먹을 것이 없다면, 불을 피울 수 없다면, 마실 물이 없다면, 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생존을 위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마션'에 담겨 있었다. 물론, 생존에 많은 운도 필요했지만..
앤디 위어의 두 번째 책 아르테미스를 구입해서 읽었다. 사실 도서관에서 대여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알라딘에서 어나더 커버 특별판, 양장본을 보는 순간 살 수밖에 없었다.
간혹 독서보다 책 쇼핑에 꽂혀서 마치 홈쇼핑 하듯이 알라딘을 뒤적거리는 나 자신을 볼 때가 있다.
어쩌면 내가 전자책을 안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표지 디자인, 줄간과 자간, 책 냄새, 종이 질, 종이 두께 등 책 쇼핑에 고려할 사항은 많다. 온라인 서점에서 많이 구매한다고 해도 오프라인 서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양장본, ARTEMIS 음각 처리, 달과 우주를 표현하는 전면과 후면 표지, 후면의 빨간 글시로 표현된 "달에 생긴 최초의 도시, 아르테미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구들이 나에게 책을 사도록 속삭였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집어 들고, 뒤적거리면서 확신을 했고, 알라딘에서 결국 구매를 했다.
소설을 읽을 때 주인공에 대한 감정 이입은 중요하다. 주인공의 언행, 사고방식, 성격 등이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처럼 '아르테미스'의 주인공 재즈 바셔라는 똑똑하면서 활기차며, 위트와 유머스러움이 있고,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달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간다. '마션'에 비해 액션성이 강화되면서 좀 더 동적인 전개가 펼쳐진다. 후반으로 갈수록 빠른 스피드하게 전개되고, 그로 인해 책 읽는 속도도 빨라진다.
'마션'에서 접했던 지식들이 '아르테미스'를 읽을 때 도움이 되는 것을 보니 그만큼 나의 과학 지식도 높아졌다는 착각에 빠진다. 내가 무슨 맥가이버이겠는가. 그 상황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갑자기 맥가이버 드라마가 무척 보고 싶다.
'마션'에서도 심각한 상황을 유머스럽게 표현하는 부분이 재미를 주었는데, '아르테미스'에서 이런 부분의 비중이 커졌지만, 재미는 줄어든 거 같다. 성 관련 유머 비중이 높아졌는데, 상황에 맞지 않는 위트가 나올 때마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왠지 좀 더 유머스럽게 하고, 위트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감을 가졌는지 모르겠다.
'마션'에서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 나오는 반전적인 위트가 신선함을 주었는데, '아르테미스'에서 이런 느낌이 많이 줄었다. 어휘의 제약인지 표현의 미숙함인지 정확하게 이 느낌을 묘사하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다.
스토리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약간 진부한 모습도 보이고, 초반에 뭔가 음모와 계략이 숨어 있어 보이지만, 결국 그저 그런 결말에 도달한다. 스토리 반전이나 뜻밖의 놀라움이 없었다. '마션'과 달리 많은 주변 인물이 나오면서 그들과의 관계도 양념 같은 맛을 낼 뻔하다가 역시 그저 그런 내용으로 그친다.
화성에 혼자 남은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달 거주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이 책의 플롯과 전개 방식을 이해하지만, '마션'에서 느꼈던 신선함과 재미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만약, '마션'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마션'을 먼저 읽어보라고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마션'을 재미있게 읽었고, 과학적인 지식으로 생존을 비롯한 힘든 상황을 헤쳐나가는 과정이 유독 더 재미있었다면, '아르테미스'를 추천한다.
기압을 유지하는 중요성을 알고 있는 독자라면 더 재미있을지 모르겠다.
2018.03.01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