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전면개정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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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를 나름대로 만들어 보자면,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역사"라고 생각한다. 20세기를 흔든 대사건 위주이지만, 우리가 피상적으로 한쪽만의 일방적인 입장으로 알고 있는 역사를 담대하게 마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첫번 째 이야기, 드레퓌스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유대인을 탄압하고, 학대한 사람은 히틀러와 그의 추종자들로 알고 있지만, 사실 19세기부터 유럽 전반적으로 유대인을 차별했다. 

프랑스 육군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독일과 내통한 반역자로 몰아 1894년 12월 22일 드레퓌스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을 내린 사건이다. 당연하겠지만, 이렇게 끝났으면 더 이상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았겠지만, 에밀 졸라를 비롯한 소수의 지식인들이 서로 연대하여 무죄를 주장하여 1906년 7월 12일 ~ 13일 무죄가 확정되었다.

나중에 드레퓌스는 무죄였음이 많은 증거와 진술을 통해 확인되었지만, 그가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것은 단지 그가 유대인이었고, 많은 프랑스 언론과 시민들은 유대인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에밀 졸라 등은 탄압을 받기까지 했다. 박근혜 정권 때의 문화, 예술계에 적용된 블랙리스트처럼 말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 사건을 지식인들의 연대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 이런 기조를 20세기의 서막을 여는 중요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 정도까지 모르겠고, 유대인 차별이 독일만의 모습이 아니었고, 자유와 혁명의 프랑스도 지식인 탄압과 진실에 대한 외면이 만연했다는 사실이다. 

로마 교황청과 기독교인들은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인정하기 전 그들을 박해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중세기 내내 유대인을 박해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받은 박해를 그대로 유대인에게 전달하는 기독교인은 정말 올바른 것인가? 한 가지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렇게 박해를 받았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에게 자행한 만행이다. 2천년 전에 살았던 땅이니 내놓고 꺼지라는 식의 사고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이런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지구는 전쟁으로 뒤덮일 것이다. 

박해를 받고, 박해를 주고, 20세기는 이런 행위의 반복적인 역사가 아닐까 싶다. 


홀로코스트라는 말은 본래 구약에서 희생물을 통째로 태워 버리는 특수한 종교의식을 가리키는데, 1948년 이스라엘공화국을 수립한 시온주의자들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지칭하는 용어로 공식 사용했다. 유대인의 역사는 유럽 기독교 문명의 어둡고 살벌했던 뒷골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배신한 '유다 이스카이옷'만 유대인이었던 게 아니다. 나사렛 예수, 어머니 마리아, 다른 제자와 사도 바울까지 신약의 주요 인물은 모두 유대인이었다. 기독교는 팔레스타인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온 종파였지만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공인하고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국교로 선포한 이후 로마제국의 권력과 결합해 유럽 전역에 퍼졌다. 유대인의 '죄'는 예수가 오기 2천여 년 전부터 지닌 종교적 신염을 버리지 않은 것이었다. (P.194)


유대 군대가 도시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는 영국군이 주둔했던 항구도시 하이파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은 1947년 12월부터 산비탈에서 드럼통 폭탄을 굴려 내려보내고 도심에 박격포를 쏘았다. 영국군이 하이파를 물러난 1948년 4월 21일에는 도심을 집중 폭격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아랍인에게 총을 쏘았으며 불에 타는 모든 것에 방화했다. 하이파 주민들은 물에 뜨는 것은 무엇이든 붙잡고 항구를 탈출했다. 밝혀 죽거나 버려진 아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유대 군대는 나사렛을 비롯한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파괴했는데, 주로 아랍인이 거주하던 예루살렘 동부까지 폐허로 만들었다. 동유럽 점령지의 유대인을 마을 단위로 학살한 나치 친위대 못지않게 잔인했던 것이다. (P.219)


역사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사라예보 사건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사라예보 사건은 1914년 6월 28일 일요일에 보스니아에서 태어난 세르비아계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와 황태자비인 조피를 암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유명해진 것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 포고한 구실을 제공했고, 이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프란츠 페르디난트가 조금만 역사를 알았다면 일찍 죽음을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세르비아 민족 통일 원칙, 보스니아 주민 중 절반 이상이 세르비아 민족이라는 점,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갈등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굳이 찾아갈 이유도 없었고, 이미 폭탄 테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붕이 열린 차를 타고 이동을 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사라예보 사건이 아니어도 제1차 세계대전은 필연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다른 나라와 땅을 빼앗아 식민지화를 진행하던 제국들이 더 이상 빼앗을 곳이 없으니 서로에게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전쟁이 제1차 세계대전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개연성이 있다. 조선도 제국 식민지에 희생당한 나라였다. 당시 제국이 되느냐, 식민지가 되느냐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안타깝게도 조선은 귀중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동경했던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은 모두 식민지 운영을 통해 성장한 제국주의 국가였다. 독일, 구 러시아도 마찬가지이다. 인도, 인도차이나, 필리핀, 아프리카 여러 국가들이 이들 국가에게 피해를 입었다. 식민지 운영을 원만하게 했더라도 이후 그 나라의 독립을 둘러싸고 많은 잡음이 나왔다. 일본이 이들을 모방해서 조선을 식민지화하고, 만주를 침략하고, 동남 아시아로 쳐들어갔다. 

끊임없는 전쟁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한국처럼 베트남 근대사도 대단하다. 베트남은 프랑스, 일본, 미국, 캄보디아, 중국과 차례로 전쟁을 했다. 침략을 받으면서도 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통일된 지금의 베트남 국가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분명히 배울 점이 있다. 비록 그들이 공산국가라고 하더라도 스탈린의 대숙청이나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 같은 야만행위는 없었다.  

한국도 6.25 전쟁 때 중공을 물리치고, 민주주의 통일 국가가 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마음 편하게 대동강, 금강산, 백두산을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내수 시장을 뒷받침할 인구수가 되어서 경제적으로도 발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가정일 뿐이다.


20세기 미국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며 좋은 일도 많이 했지만, 그들도 언제나 옳았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들을 위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운영했다. 

그들이 유대인의 국가 이스라엘을 지원해서 팔레스타인을 점령하도록 하고, 중국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장제스를 지원하고, 베트남의 공산화를 막기 위해 부정 부패로 찌든 남베트남, 베트남 공화국을 지원했다. 그리고,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를 묵인했고, 그들에게 각종 무기, 석유 등을 제공했다. 일본이 점차 야욕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이익에 영향을 미치자 일본에게 석유 수출을 금지했고, 일본은 진주만 침공으로 그에 대한 답을 했다. 

장제스가 대만으로 넘어가 원주민을 대량 학살하고, 땅을 빼앗은 것이나 베트남인들이 통일 베트남을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엄청난 희생을 했다는 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의 엄청난 피해 등에 대해서 미국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미국이 우리에게 정말 고마운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들이 우리를 좋아하고, 사랑해서 우리를 무작정 도와주고, 아직까지 한반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뿐이다. 


북아메리가 원주민을 대량 사살하면서 그들의 땅을 빼앗고, 아프리카의 주민들을 납치해 노예로 부린 국가가 미국이다. 심지어 당시에 모두 합법적이었다. 국가라는 것, 인종이라는 것도 모두 관념일 뿐이다. 유전자는 99.9% 이상 동일하다고 한다. 인종 개념은 생물학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백인이라는 우월성을 만들고, 다른 집단을 착취하고, 차별한 중심에 미국이 있었다.


미국 인종문제의 책임은 '소수인종'이 아니라 '백인'에게 있다. 그들은 인종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미국을 건립했으며 인종주의적 특권의식에 의거해 흑인 노예를 부렸다. 누가 백인인지는 자기들도 모른다. 처음에는 앵글로 색슨계 이민지만 백인이었다. 독일, 아일랜드와 북유럽 이민지가 뒤를 이었고, 이탈리아와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인과 동유럽 유대인이 합류했다. 그들은 피부색과 신체 특성이 모두 달랐고 자기네끼리 혼인해 유전자가 뒤섞였다. 백인의 경계는 불분명하고 내부 구성은 복잡 다양하다. '인종'과 마찬가지로 '백인'도 객관적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사회적 발명품이라는 말이다. (P.303)


아직도 전쟁중이라는 국내외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전이 아니고 종전협정을 맺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그딴 것을 해봤자 떡이 나오냐고 반대하는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다니 정말 한심하게 느껴진다. 종전 협정으로 인해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그 문제를 풀어야 하고, 그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해야 함이 타당하다. 한 국가의 흥망성쇠, 그리고 그로 인한 국민들의 의식, 생활 수준, 사회 시스템은 단 1명 때문에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한다. 


20세기 처럼 21세기도 지구 전체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물론, 20세기에 비해서 과학과 기술의 발전, 전세계가 모두 연결된 네트워크의 힘 등으로 인해 보편적으로 좀 더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위기는 여전하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 등으로 인해 전쟁이 날 경우 그 피해 는 20세기와 차원이 다를 것이다. 20세기와 달리 세계 대전으로 나아가면 곧 지구의 종말이 올 것이다. 전쟁 뿐만이 아니고, 기후 변화, 생태계 오염 등으로 인해 인간이 더 이상 지구에서 살 수 없는 시기가 올 지도 모른다. 국가, 민족, 종교 라는 관념에 사로잡혀 서로를 적대시하고, 지구 환경과 생태계를 지키자는 공동의 노력을 외면하면 지구의 끝은 더 일찍 찾아올지도 모른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구의 주인이자 생태계 파괴자인 호모사피엔스가 신이 되려고 한다면서, 힘은 세지만 책임의식은 없는 신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당장 신이 된다면 틀림없이 그런 신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인간이 신이 되리라고 보지 않는다. 인류가 유전자를 조작해 생명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능력을 확보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핵전쟁이나 기후변화로 그 이전에 절멸할 확률보다 높다는 보장이 없다. 만약 절멸의 운명을 피하는 데 성공할 만큼 인류가 현명해진다면 어느 정도 책임의식을 지닌 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예상치 못한 결론에 이르렀다. 어떤 경우든 우리가 아는 '역사의 시간'은 머지 않아 끝난다. 논리적으로는! (P.386)

 

2021.01.09 Ex. Libris HJK




이 책은 20세기 세계사의 열한 가지 큰 사건을 다룬 보고서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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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09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정판에서는 유발 하라리도 인용되나봅니다! 판매지수가 굉장히 높은 책인지라, 궁금했는데 아타락시아 님께서 부제까지 제시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타락시아 2022-01-10 13:54   좋아요 1 | URL
그동안 잘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었고, 세상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쉽지 않겠죠. 댓글 감사합니다. ^^
유발 하라리는 맨 마지막 부분에 살짝 언급되네요.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하다 보니 언급한 거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