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여름 에디션)
황보름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어느 때 부터인가. 하나의 꿈이 생겼다. 

나 만의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안다. 서점은 망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책만 팔아서는 수지가 안 맞기 때문에 커피 등을 같이 팔며, 독서모임, 북토크, 각종 이벤트를 같이 해야지 운영이 가능하다. 동네에 서점이 들어서고, 마을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기반을 다지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투브 등을 통해서 알려져서 외부에서도 찾아오는 동네의 명소로 성장하는 모습을 소설 속에서 보여주지만, 항상 그렇듯이 실제는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만, 서점을 운영할 만큼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다. 서점 운영을 안 하기 위한 여러 이유를 찾으면 마음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꿈이라는 것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꿈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꿈이란 실제로 안되는 것이라고 자기 최면을 하면서 살던 대로 살아가겠지.


이 책의 주인공인 휴남동 서점 주인은 2년 서점을 운영해 볼 생각이었다. 2년이라는 시간을 정한 이유는 동네 서점의 한계를 알고 있었고, 나중에 서점 운영을 안 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 주인들이 서로 힘든 점을 공유하는 장면에서는 역시 서점 운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서점도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과 원활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질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은 평범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번아웃으로 인해 남편과의 갈등으로 이혼하고,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점 주인, 열심히 노력했지만 취직을 실패한 서점 바리스타, 남편과의 갈등을 겪고 있는 로스팅 가게 주인,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하루에 6시간 동안 서점에 와서 수제미를 만들거나 뜨개질을 하는 동네 주민, 사춘기 아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동네 주민, 좋아하는 것이 없으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하는 고등학생이 나온다. 


그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닌 채 휴남동 서점에서 서로 인연을 쌓고, 힘을 얻은 후 각자의 길로 돌아간다. 연애 스토리로 빠질 뻔 하지만, 절제된 전개와 마무리가 마음에 든다. 

이 책의 저자가 공대 출신인데, 나 또한 공대 출신이다. 공대를 간 것은 당시에 취직이 잘 되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주입식으로 접한 과학자 전기도 영향을 끼쳤겠지. 이 책의 저자가 반가우면서 이렇게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미국으로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책을 읽었는데, 고도가 높아지면 책이 수축된다. 정확한 표현일 지 모르지만, 책이 한쪽 방향으로 찌그러든다. 그래서, 정말 아끼고 싶은 책은 비행기 탈 때 안 가져온다. 부담없이 읽기 위해 이 책을 가져왔지만, 새 책이 찌그러드니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고도가 낮아지면 책 상태는 괜찮지만, 그래도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기억할 만한 몇 군데가 있었지만, 미처 클립이나 표시를 못했다. 옆에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항상 놓친다. 귀찮아서 책 내용을 다시 찾지 않는다. 매번 반복하는 나를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 10시간의 비행 끝에 다 읽은 한 권의 책을 가지고, 공항에 내리는 기분은 좋다. 뭔가 해낸거 같은 기분이다. 다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역사서를 도전해 볼까 생각한다. 


2022.08.04 Ex. Libris HJK


오픈 시간을 잘못 알고 온 손님이 서점 밖을 서성이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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