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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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처음으로 독서를 완료한 책은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2권 입니다. 평소에 서로 다른 장르의 3권의 책을 읽는데, 이번에 가장 빨리 읽은 책이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입니다. 

스토리에 몰입하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는 것이 소설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밀레니엄 시리즈 1권인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도 두툼한 책등을 과시하지만,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는 그보다 더 심합니다. 거의 800 페이지에 육박합니다. 보통 이 정도의 두께이면 읽다가 지칠만도 하지만, 밀레니엄 시리즈는 끝까지 붙잡게 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홍천에 있는 풀빌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낮에는 수영하고, 저녁으로 바베큐 요리를 먹은 후에 가져간 이 책을 펼쳤습니다. 여행이 선사하는 숙소의 정리 정돈과 깨끗함은 책 읽기에 최적의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가급적 비싸더라도 숙소는 신경쓰는 편입니다. 여행을 많이 가기 보다는 좋은 숙소를 고르는 이유입니다. 여행가기 전에 독서를 시작하고, 여행 중에 독서를 하고, 귀가 후 빠른 짐 정리를 하고, 다시 책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독서를 마쳤습니다. 



스웨덴은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으며, 복지 시스템이 잘 구축된 선진 국가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유럽, 발트 3국, 러시아에서 생존을 위해 잘 사는 나라인 국가들로 넘어오는 미성년자들을 착취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주로 소설이나 영화로 접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인지, 아니면 일부 사건, 사고가 있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제가 끊임없이 다루어지는 것으로 나름대로 판단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뛰어난 해커이면서 어렸을 때부터 온갖 고통을 당한 주인공 리스벨트가 정의를 실천하는 과정과 몰입감 있게 이 과정을 진행하는 전개가 밀레니엄 시리즈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1권에서 기자인 미카엘보다 2권에서 리스벨트의 비중이 커진 점이 좋았습니다. 반드시 법이 정의를 실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사회주의적이고, 반체제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현실을 똑바로 쳐다본 반응일 수도 있습니다. 법이 정의를 실현하려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하죠. 2025년 한국은 과연 어떨까요?



이 소설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불법이지만, 정의를 실현하고, 악을 처단하는 과정에 기인합니다.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악인을  처벌하는 행위는 잘못일까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트리거>를 보았습니다. 총기 청정 구역인 한국에 총기가 반입되면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악인이 총기를 사용해서 피해자가 발생하는 문제도 있지만, 법이 보호하지 못한 피해자의 억울함을 총기가 보상해 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는 총기 허용은 반대합니다. 하지만, 쓰레기 같은 애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피해 학생, 전세 사기로 재산을 날린 피해자, 산업재해 피해자의 가족 등의 아픔과 억울함을 법과 제도가 무시하면 안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쓰레기 같은 기자에게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리스벨트와 함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카엘보다 리스벨트에게 기울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물론, 미카엘이 기자로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사는 저는 기레기에게 심한 분노를 느낀 점이 많았습니다. 

정확하게 사실을 확인할 생각도 없고, 의지도 없는 기자, 돈을 벌기 위해 기사를 쓰는 기자, 피해자를 생각하지 않는 무개념을 탑재한 기자를 많이 봤습니다. 



상식과 공정이 지켜지는 사회, 서로 배려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오늘도 기원합니다. 



2025.8.2 Ex. Libris HJK



 

그녀는 좁다란 철제 간이침대에 묶여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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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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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B급 영화 감성이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책을 다 읽고도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누른다>는 제목이 뜻하는 바를 모르겠습니다. 



방랑자인 한 남자가 우연히 찾은 레스토랑 주인의 아내와 정분을 나눈다는 줄거리인데, 포스트맨이 이 남자를 뜻하는 것일까요? 벨을 두 번 누르는 이유는 포스트맨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일까요? 



불륜 관계의 남녀가 범죄를 계획하고, 저지르는 과정에서 남자는 여자와 함께 떠나고 싶어하고, 여자는 남자처럼 방랑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서 남자가 자기와 함께 정착하기를 원하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저는 대책 없는 남자를 따라가기 보다는 여자가 빨리 남자와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아니면, 남자를 설득해서 원래 있던 자리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숨길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언가의 일이 발생하기 마련이죠. 그리고, 이러한 일로 불행에 빠지기도 합니다. 행복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행복이라서 오래 가지 못할 불안감이 읽는 내내 가슴 한구석에 머물렸습니다. 소설 속 남녀도 다툼이 많아지죠. 



현실속에서 타인에게 행한 선의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내었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 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시대가 흐를수록 타인에게 행하는 선의가 없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법이라는 것이 꼭 정의를 밝히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생각했습니다. 일종의 상반되는 주장과 논증의 싸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의는 뒤로 몰려 나고, 상대방의 논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힘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일종의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게임 방식이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법정이라는 장소에서 서로 다투면서 어느 한 순간 더 이상 정의 구현은 사라지고, 논증의 싸움만이 남아 있는 경우들이 없다고, 또는 어쩌다 한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은 지 얼마 안되어서 이 책에서 다시 접한 법정 다툼에 대한 생각이 너무 부정적이고, 냉소적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틀린 생각일까요?



오랜만에 짧은 영화 한 편 본 듯 합니다. 



2025.7.31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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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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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만나면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시골 마을에 한 소년이 이사를 옵니다. 그는 강가에서 수영하다가 위험에 빠지고, 시골 마을에서 살던 한 소녀가 소년을 구조합니다. 그녀는 소방관 아버지의 딸이었습니다.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좋아하는 관계로 발전합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로 소년은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원치 않게 헤어지게 됩니다. 서로의 아픔을 간직한 채로..


몇 년이 지나 대학생이 된 그들은 우연히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정열적인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다시 확인한 채 헤어집니다. 

하지만, 그들은 몇 년이 지나 우연히 다시 만납니다. 



몇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전화 번호로 모르고, 주소도 모르는데, 서울에서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면 과거의 감정이 살아날까요?

10년 넘게 한 명만을 계속 가슴에 품을 수 있을까요?



물론, 이 책은 소설입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미지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느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도 말이죠. 



그들은 서로 헤어져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들에게 다가와 아픈 마음을 보듬어 주면서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났을 때 그동안 그들에게 따스함을 제공해 주던 사람들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는데, 그 마음을 숨기고 아무 일 없이 행동하는 것도 예의가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마음에 계속 있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만나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말해도 사람의 감정을 제어하기는 정말 힘들겠죠.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좋아하는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 5cm> 애니메이션이 생각났습니다. 학생일 때 서로 좋아하는 소년, 소녀가 부모님의 의사로 원치 않게 헤어진 후 소녀를 그리워하는 소년의 모습을 그려낸 애니메이션입니다. 가슴이 여미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별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시간이 해결해 줄거라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흘러도 미치도록 생각나는 그 사람을 우연히 다시 만날 때의 느낌은 어떨까요? 

저는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이 소설을 통해 상상해 봅니다.  



2025.7.15 Ex. Libris HJK

  





(전자책) 불안한 예감은 결국 현실로 닥쳐왔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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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6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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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어린 왕자> 소설로 유명한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입니다. <야간비행> 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항공사에 취직을 해서 항공기를 운항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스페인 내전 당시에 특파원이었고, 제2차 세계 대전에 공군 조종사로 참전했습니다. 1944년 그는 혼자 비행을 떠나 행방불명이 됩니다. 숙달된 조종사가 아니어서 항공기 조종을 금지 당한 적도 있었지만, 그는 계속 비행하기를 원했고, 그의 마지막도 비행과 함께 한 순간이었습니다. 



생텍쥐페리는 왜 비행을 그만둘 수 없었을까요? 만약, 그가 항공기 조종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아 들었다면 오래 살면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었을텐데 아쉬움이 큽니다. 이 책을 통해 그가 왜 비행을 그만둘 수 없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주인공은 사실 조종사가 아닙니다. 전 항공 노선을 총관하는 책임자인 라비에르입니다. 그는 항공 우편물이 늦지 않게 도착지에 배달될 수 있도록 항공기 점검, 수리, 운항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냉정한 성격이면서 원칙을 준수합니다. 조그만 실수도 원칙에 입각하여 처벌하고, 조종사가 야간비행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어떤 이유로든 출발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무조건 벌을 주는 것은 부당한 일이었지만, 모든 기항지에서 정시 출발을 하도록 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그는 이런 의지를 창출해냈다. 날씨가 나쁜 날을 쉬는 날로 여기고 좋아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아서 리비에르의 직원들은 조마조마해하며 날씨가 개기를 기다렸고, 이륙이 지연되는 것을 말단 잡엽부들까지도 수치스럽게 여겼다." (P.35)



"라비에르는 생각했다. '내가 이토록 매정하게 해고하는 것은 그가 아니다. 어쩌면 그에겐 책임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못은 그를 통해 빚어졌으므로 나는 그 잘못을 해고하는 것이다.' " (P.59)




이 책은 파타고니아, 칠레, 파라과이를 출발한 세 대의 우편기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돌아오고 있는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당시에 야간비행은 매우 위험했다고 합니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서 오로지 무선과 나침반에 의지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했습니다. 잘 가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 목적지로 가는 중간에 있는 도시의 불빛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만약, 난류를 만나거나 태풍을 만나 경로를 벗어나면 바다로 갈수도 있고, 잘못하면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방황하다가 행방불명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낭만적인 비행일 수도 있지만,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몇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엔진 소리만 들으면서 조종간을 붙들고 가야 하는데, 저는 낭만을 느끼기 보다는 무서웠을거 같아요. 물론, 목적지에 가까워 지면서 보이는 불빛과 어둠속에서 빛나는 별들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한순간일 뿐 바로 두려움이 엄습 할거 같습니다.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매번 어둠의 심연 속으로 나아가는 조종사의 용기를 존경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 항공기들이 하나씩 도착하지만,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늦어집니다. 저자는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관계자들과 항공노선을 점검하고 있던 라비에르가 있던 사무실내 회사 직원들, 그리고 조종사의 아내까지 기다리는 사람들을 담담하게 표현합니다. 안타까움이 점차 절망으로 변해가는 순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이 일어날거라는 희망을 품고 책장을 넘깁니다. 



생텍쥐페리는 어떠한 역경이 있어도 비행은 계속 되어야 하고, 용기있는 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그리고, 자기도 그걸 실천하고 싶었을까요? <야간비행>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책임감이 그가 항공기에 오르면서 느끼는 감정이었을까요? 

우리는 오로지 그가 쓴 소설만으로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25.07.10 Ex. Libris. HJK




비행기 아래로 보이는 언덕들은 벌써 황금빛 노을 속에 골마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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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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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소설을 읽을 때 색안경을 씁니다. 유명한 소설이니 뭔가 있을거야 생각을 합니다. 재미 없어도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재미 또는 감동을 주는 뭔가가 있을까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니면, 내 수준을 탓하기도 합니다. 



<스토너> 소설을 읽을 때 내 수준을 탓하면서 읽었지만, 다 읽고 난 후 다시는 쳐다보고 싶지 않은 책이 되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 <스토너> 읽고 쓴 감상문이 있는데, 좋지 않은 평가를 썼습니다. <스토너> 초반부, 중반부 정도까지는 재미있었고, 흥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의 행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읽기 전에 기대를 했지만, 엄청난 실망이었습니다.



<앵무새 죽이기> 도 좋은 평가를 받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아도 나에게 안 맞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소설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그만 읽을까 갈등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초반부는 어린 소녀의 성장을 다루고 있었는데, 그다지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남북 전쟁 이야기와 미국 중남부 앨러바마의 1930년대 모습이 간혹 언급 되었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어린 소녀와 그녀의 오빠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양심, 사회적 부도덕,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보았습니다. 어린 소녀와 그녀의 아빠인 변호사가 흑인을 변호하면서 얻게 되는 주변 사람들의 협박, 미움, 유혹 등에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부모님과의 정치적 갈등이 있는데, 저는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처럼 행동을 하지 못합니다. 그냥 지인도 아니고, 부모님인데도 말이죠.



진실을 찾아 보려는 노력, 그리고 그 진실을 누군가에게 알려 주어서 옳게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미움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도 없고, 의지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식과 공정을 외면합니다. 깨어있는 시민이 필요합니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런 말을 합니다. 스카웃이 그의 딸이고, 젬의 그의 아들입니다. 그가 변호하는 흑인이 톰 로빈슨 입니다. 



이제 여름이 오면 넌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할 텐데 그때도 이성을 지켜야 할 거야… 너와 젬에게 부당하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단다. 하지만 때로 최선을 다해서 극복해야 할 경우가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느냐 하는건… 글쎄,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너와 젬이 어른이 되면, 어쩌면 조금은 연민을 느끼면서, 내가 너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이 문제를 되돌아볼 거라는 사실이야. 이 사건, 톰 로빈슨 사건은 말이다. 아주 중요한 한 인간의 양심과 관계있는 문제야… 스카웃,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난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섬길 수가 없어. (P. 200)


 

당시에 흑인 차별과 무시가 심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에 나오는 동네 주민들은 거의 교회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 중 많은 사람은 상식을 외면하고, 양심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교회에서 태연하게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불렀습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의 바람직한 모습일까요?  



종교가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고, 지켜주는 존재로 타락한 사례는 역사에서 많습니다. 기득권 세력 편에 붙어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탄압하는데 동조하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억압 했습니다. 

스페인 내전 때 기독교는 파시스트 프랑코를 지지하면서 공화정을 공격했습니다. 

히틀러를 지지하면서 그에게  권력을 준 기독교인들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후에 유대인을 탄압하고, 학살할 때외면을 했습니다. 십자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 그 안에 있던 백만 명의 사람들은 죽임을 당했습니다. 비단 기독교만의 역사는 아닐 것입니다. 종교의 맹목적인 모습은 다른 종교에서도 나옵니다.



미국 백인들의 모순, 유대인과 흑인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말을 스카웃이 합니다.



선생님이 스테퍼니 아줌마랑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어. 누군가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 줄 때가 됐다, 점점 분수도 모르고 주제넘게 군다. 이러다가는 우리하고 결혼할 생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걸 들었거든. 오빠, 히틀러를 그토록 끔직하게 미워하면서도 돌아서서는 어떻게 바로 자기 나라 사람에게 비열하게 대할 수 있냐 말이야. (P. 455)



스카웃의 학교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히틀러와 나치가 유태인에게 저지르는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비난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수업 후 흑인에 대해 본때를 보여 주어야 한다고 위와 같이 말합니다. 멀리 떨어진 유럽의 유대인 탄압, 학살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흑인에 대한 차별, 탄압에 대해서는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모순입니다.  



상식과 공정, 양심 이런 말은 단 두 글자밖에 안되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결코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민의 자유를 빼앗고, 탄압하는 내란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내란 세력을 지지했습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들은 상식과 공정, 양심이 어떻든 신경쓰지 않았고, 그 세력 중에 교회와 종교인들도 있었습니다.

더 웃긴 것은 기득권도 아니면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기득권이 원하는 것을 지지한다는 점입니다.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바른 배움을 통해 알면, 아는 만큼 보이고,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책을 읽고,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2025.6.28 Ex. Libris HJK


젬 오빠의 팔이 심하게 부러진 것은 오빠가 열세 살이 다 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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