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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인 야쿠마루 가쿠가 쓴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예약 대기자가 많아서 인기가 많다고 생각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요즘 계속 일본 소설만 읽고 있네요.
자신의 인생을 바꿀 절호의 기회를 잡기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약속을 하고, 15년 뒤에 그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데, 그 약속이 아무 잘못 없는 어린 소녀의 존엄성을 무참히 파괴하고, 살인까지 저지른 나쁜 놈들을 처벌해야 하는 약속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전 이 질문에 전혀 망설임 없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쁜 짓을 한 사람에게 똑같이 보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벌 체계가 그다지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 격리만으로 교화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에 동의가 안됩니다. 당연히 사형 제도 집행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이런 제가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죠. 하지만, 악독한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관용을 베풀어야 할까에 대한 질문에 저는 확고한 대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 주인공에 자신을 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내가 주인공이라면, 내가 소설 속의 어떤 사람이라면, 대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을 하죠. 선택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민이 소설을 읽는 이유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고민 자체가 버거울 때가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민할 만한 주제를 제기했지만, 작가의 선택은 어떻게든 약속을 안 지키는 방향으로 정한 거 같습니다. 15년 지난 경우에 갑자기 약속을 지키라는 협박(이걸 협박이라고 할지, 약속 이행 촉구라고 할지 애매하기는 합니다.)을 받은 주인공의 심리 묘사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죽이지는 못하고, 하나뿐인 딸을 지켜야 하는 고민을 치열하게 하지만, 평범한 서술에 지나지 않습니다.
후반부에 가서 어느 정도 협박하는 사람이 예상 가능합니다. 특별히 반전이라고 할 부분도 없습니다. 주인공이 언급할 수 있는 사람이 10명인데, 범인은 언급한 사람 중의 한 명이겠죠. 묻지 마 범죄도 아닌데, 갑자기 아무 언급없이 누군가 튀어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외의 반전을 하려면 가까운 측근이어야 하겠죠. 종반부에 가서 갑자기 엄청난 설명을 하면서 상황 설명을 합니다. 범인은 누군지 대충 알 거 같은데, 이유가 뭔지까지는 몰랐기 때문에 이런 설명이 도움이 됩니다. 초중반에 복선이 있다는데, 솔직히 연결하기 어렵습니다. 주인공이 과거에 나쁜 짓을 한 사람에 대한 회상을 막판에 갑자기 풀어놓기 때문입니다.
물론, 책 읽는 동안 계속 궁금증이 생깁니다. 협박(?) 하는 사람이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이 아니고, 과연 약속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입니다. 작가도 도덕적인 측면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지 결국, 적절한 판단을 합니다.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합니다.
책을 다 읽는데, 2일 정도 걸린 거 같네요. 작가가 던진 주제는 심각한 내용이지만, 전개나 마무리는 평범하기 때문에 읽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어쩌면 소설의 당연한 목적인 궁금증 유발과 해소, 재미, 몰입감 측면에서 읽기 좋은 책이라고 부를 수 있겠네요.
2019.5.5 Ex. Libris. HJ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