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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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작가, 화가 중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다른 부류보다 많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 않을까요? 요즘 책을 읽으면, 작가의 인생을 눈여겨 보는데, 인생 후반부에 불운한 삶을 산 사람들이 많습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자신만의 작품이 탄생하다 보니 삶을 보는 눈이 보통 사람과 달라서 급진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닐지.. 


이 책의 저자 에밀 아자르(본명은 로맹 가리입니다)도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1956년 '하늘의 뿌리', 1975년 '자기 앞의 생'  두 작품으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공쿠르 상을 두 번이나 받을 만큼 유명한 작가였지만, 끝내 언론에 나서지 않고, 로맹 가리가 저자임을 숨겼다고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사후에야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임을 알게 됩니다.

권총 자살 후 유서를 통해 세상에 자기를 알린 부분에서 본인의 인생을 마감하기 위해 미리 시나리오를 짠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니면, 살아서는 본인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언론, 비평 등을 모두 접할 용기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모하메드입니다. 매춘부의 아들이고, 3살 때 버려져서 역시 매춘부를 은퇴한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자랍니다. 이 할머니는 매춘부로부터 정기적으로 일정한 돈을 받고, 아이들을 보살펴 줍니다. 모하메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가 모두 회교도입니다. 

소설 배경이 프랑스 뒷골목인데, 회교도, 유태인, 흑인, 아시아인 등 여러 인종이 프랑스에 모여서 빈민가를 형성하며 살고 있습니다. 모하메드가 비뚤게 자라도 누가 뭐라 욕할 수 없을 정도의 환경이지만, 모하메드는 본인만의 상상력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극복해 나갑니다. 

자신은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국가의 도움도 전혀 받지 못하지만, 그나마 자신을 보살펴준 로자 아줌마를 끝까지 지키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습니다. 소설 후반부에 이 모든 현실이 지겹다고 소리지르는 모하메드에 공감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의미를 깨닫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쩌면 나이하고 전혀 상관없이 우리 주변의 14세의 소년, 소녀에게도 분명 배울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도처에 애만도 못한 어른이 많이 있는데, 우리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끔 모하메드를 떠올려 보면 좋겠습니다.  


2014.08.24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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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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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달리기 열기가 뜨겁습니다. 유독 한국은 불타 오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때 갑자기 테니스 열기가 뜨거워진 적이 있습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뛰어들었지만, 얼마 못 가 열기가 사그러진 적이 많았습니다. 


주변에 풀코스, 하프코스, 또는 10Km를 완주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운동을 별로 안하는 제 주변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러닝 열기가 뜨거운 것은 맞아 보입니다. 더구나 러닝 크루로 인한 민폐도 TV에 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쉽게 달리기 열기는 식지 앉을 것입니다.

 

제가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된 동기는 러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책의 저자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야기하면 나오는 3가지 사항이 있습니다. 작가, 러너 그리고 LP 음반 수집가입니다. 그저 궁금했을 뿐입니다. 그가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진부할 것이라 지례짐작 했지만, 그래도 궁금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대학을 마친 후 재즈 클럽을 경영했고, 야구장인 진구 구장의 외야석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소설을 쓸 생각을 했고, 가게 일을 하면서 소설을 써서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한밤중까지 가게 일을 하고, 집에 와서 소설을 쓰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글쓰기, 담배, 술로 인해 망가진 몸을 돌보기 위해 가장 접근성이 좋은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트라이슬론에도 도전해서 완주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엄청난 결심을 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선택한 것은 끝까지 노력했습니다. 매년 마라톤을 완주하고, 트라이슬론도 도전해서 성공할 정도라면 엄청난 의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3가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첫째, 재능, 둘째 집중력, 세째 지구력 입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쓴 소설이 신인상을 받은 것을 보면, 재능이 있고, 장거리 달리기를 잘 하는 것을 보면, 집중력과 지구력도 있는거 같습니다. 

저자는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나와 비슷한 면을 발견해서 기쁘기도 했지만,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마라톤까지 42Km를 달린 적도 있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부러웠습니다. 마라톤 평야에서 아테네까지 달리는 멋있는 경험도 좋지만, 반대로 달리는 것도 대단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까지 날라가서 달리는 동안 지켜줄 차량과 인원을 구한 재력도 부럽지만, 역사의 현장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든 것을 떠나서 멋진 일입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저도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멋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레고 만들고, 책 읽고, 게임 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지만, 완연히 다른 느낌과 기쁨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50대 나이에 좌골신경통과 지간신경종 통증까자 있어서 두려웠습니다. 더 심해지지 않을까, 잘못해서 달리기를 아예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유투브를 보면서 슬로우 조깅을 알았습니다. 1Km를 10분 정도의 페이스로 3개월 동안 꾸준하게 달리는 과정이었습니다. 이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누구하고 같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 대회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기록을 세우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한다면 그냥 몸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혼자 천천히 달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더 나은 달리기를 위한 목표와 여정은 3개월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도하는 경험, 그 자체로도 멋진 일입니다. 


2026.03.16 Ex. Libris HJK

  

오늘은 2005년 8월 5일, 금요일 하와이의 카우아이 섬 북녘 해안, 날씨는 기가 막힐 정도로 말끔하게 개어 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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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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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키건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그녀가 쓴 <맡겨진 소녀> 에 이은 두 번째 책입니다. 

이 책도 <맡겨진 소녀>처럼 상당히 짧은 소설입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주인공의 고뇌가 느껴졌습니다. 왠지 남의 이야기처럼 안 느껴졌습니다. 장편 소설이 아니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맡겨진 소녀>처럼 <이처럼 사소한 것들>도 결말 이후를 궁금하게 만듭니다. 아니 결말을 맺지 않고 소설이 끝나는거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책을 다 읽고 닫아도 이어서 계속 생각하게 만듭니다. 행복하게 끝날지, 불행으로 끝날지 독자가 상상합니다. 작가가 의도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새로운 독서의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사람들의 묵인을 통해서 종교가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우리의 외면을 초래합니다. 

어찌 보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무책임함을 숨기기 위한 도피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바름에 대한 판단과 행동을 막는 것은 가장 가까운 가족과 지인입니다. 올바름에 대한 판단과 행동이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수 없다는 생각과 현재의 평온한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사람들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개선합니다. 그들의 용기를 폄하하면 안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모른척 해야 하는 일도 있는 거야. 그래야 계속 살지. (P.56)


적을 가까이 두라고들 하지. 사나운 개를 곁에 두면 순한 개가 물지 않는다고. 잘 알겠지만. (P.105)


하지만 자네 정말 열심히 살아서, 나만큼이나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딸들도 잘 키우고 있고. 알겠지만 그곳하고 세인트마거릿 학교 사이에는 얇은 담장 하나뿐이라고. (P.106)



어려운 환경 속에서 주변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어른이 된 주인공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문득 느끼는 감정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40대를 지나면서 문득 순간적으로 떠올리게 만든 무엇인가를 이 책에서 읽었습니다. 



일 그리고 끝없는 걱정, 깜깜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P. 44)



동일한 저자가 쓴 책들을 읽으면서 다른 평가를 내린 경험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맡겨진 소녀>를 다시 읽어볼 생각입니다. 단편 소설이니 독서에 부담이 없습니다.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함축적으로 녹아든 문장들을 찾아볼까 합니다. 

 


2026.03.01 Ex. Libris HJK

 



10월에 나무가 누래졌다. 그때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렸고 11월의 바람이 길게 불어와 잎을 뜯어내 나무를 벌거벗겼다. 뉴로스 타운 굴뚝에서 흘러나온 연기는 가라앉아 북슬한 끈처럼 길게 흘러가다가 부두를 따르 흩어졌고, 곧 흑맥주처럼 검은 배로강이 빗물에 몸이 불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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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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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미있는 스릴러 소설을 읽었습니다. 

아이가 그리는 그림을 통해서 감춰진 비밀을 풀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림들을 보면서 오싹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생각지 못한 반전도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요소는 납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것 때문에 반전을 예측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억지스러움이 느껴졌습니다. 

 

탐정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은 독자들이 미리 추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만듭니다. 너무 뻔한 결말은 재미가 없으니깐요. 하지만, 억지스러운 장치는 독자가 추리하는데 짜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러한 장르의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추리를 하도록 만들면서도 여러 장치를 통해 미처 생각하지 못하도록 해서 반전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아닐까 싶습니다. 

몇 년 전, 나는 돈에 쪼들려서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한 연구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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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름, 완주 듣는 소설 1
김금희 지음 / 무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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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김금희 보다 이 책의 출판사 무제의 대표 박정민이 더 생각나는 책입니다. 


박정민은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청룡영화제에서 가수 화사와 함께 멋있는 장면을 연출해서 유투브에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한창 잘나가는 배우가 출판사를 직접 만든 대표라니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고,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출판사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돈을 벌기 위해 출판사 일을 하면, 책에 대한 애정이 없어지고, 책을 돈으로만 생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부러운 일입니다. 몰랐는데, 박정민 대표가 쓴 에세이 책도 있더군요. <쓸 만한 인간>이라는 책인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박정민 대표는 종이책을 출간하기 전에 오디오북부터 작업해서 공개했다고 합니다. 저는 밀리의 서재를 애용하는데, 이 책의 오디오북은 윌라에서 들을 수 있다고 하네요. 배우들이 연기해서 녹음한 오디오로 들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완주 마을의 느낌이 잘 전달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책은 저에게 그다지 감명적이지 않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낙담과 상처 속에도 인생은 그대로 흘러가고, 결국 중요한 것은 완주하는 것이다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만의 생각입니다. 

주인공의 이름이 열매이고, 주인공의 할아버지는 과거의 어느 여름동안 짐 캐리가 열연한 <마스크> 영화를 완주했고, 낙담과 상처 속에 찾아간 마을이 완주 마을이고, 여름내내 완주 마을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내용을 보면, 완주의 의미가 여러 가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 삶이 어찌 되었든 완주하는데 의미가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말한 것을 이 책에서 인상적으로 전달한 것 같지 않습니다. 완주 마을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도 말하려다 그만 둔 느낌입니다. 물론, 미처 못한 이야기가 전달하는 여운의 묘미를 눈치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 생각을 해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느끼고 생각한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저의 수준에서 판단할 수 있는, 어찌 보면 한계가 정해져 있는 감정과 생각일 것입니다. 정답은 아니어도 남이 아닌 나만의 사유의 결과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책을 읽은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고, 오로지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삶이 어려워도 완주해야 합니다. 완주한다는 자체가 삶의 목적이고, 삶의 방향성입니다. 

2026년 구정을 맞이해서 삶의 완주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집니다. 




2026.02.17 Ex. Libris HJK






손열매가 처음으로 성대묘사 한 사람은 스탠리 입키스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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