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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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무려 700페이지가 넘는 장편 소설이다.

북유럽에 살고 있는 형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꺼운 책이지만, 읽는 내내 몰입감이 있었다. 소설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계속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으니 기본적인 소설의 재미는 있다고 볼 수 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살인 계획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고, 사고로 위장하는 과정을 읽으며 새삼 인간의 잔혹성에 무서움을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위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하나의 사상, 이념, 기득권을 위해 잔혹해지는 인간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가족을 위해 끝없이 잔인해지는 인간을 보았다.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P.13)


넷플릭스 미드 YOU(너의 모든 것)가 생각난다. 시즌 2, 시즌 3으로 가면서 막장으로 치닫지만, 시즌 1은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자신을 정말 사랑한다고 믿는 사람이 사실 자신을 스토킹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나를 위한다고 다른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무 일이 없듯이 지낼 수 있을까? 이것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나에게 정말 잘 해주는데, 나만을 위해 산다고 하는데,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킹덤>은 반대로 나를 위해서 저지르는 범죄를 묵인하고, 동조하는 이야기이다.


읽는 동안에 재미있었다. 지루한 부분이 별로 없었다. 연속된 사건 속에서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모든 기대가 깨졌다. 화가 났다. 짜증이 났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700Km가 넘게 달려왔는데, 목적지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세요라는 표지판만 본 느낌이었다. 


2022.02.03 Ex. Libris HJK

개가 죽은 날이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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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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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제대로 된 유서를 쓰기 위해 죽지 못하고 버티는 한 여자와 제주도 산속에서 은둔하면서 살아가는 한 여자가 등장한다. 이 두 명은 친구이고, 제주도에서 사고를 당한 여자를 위해서 서울에 사는 여자는 자살을 잠시 미루고, 제주도로 떠난다. 

 

가끔 '나는 자연인이다'와 '건축 탐구 집'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다. 볼 때마다 한적한 곳에 나만의 집을 짓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가족과 함께 할 수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자녀에게 함께 하자는 것은 이기적이고, 아직까지 와이프와 뜻이 맞지 않는다. 물론, 내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직접 살아보면 온갖 불편을 견디지 못해 후회할 수도 있으니 실천을 못하고 있다. 

눈이 내리면, 전기가 끊기고, 읍내 가는 버스도 끊기고, 난방도 안되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어쩌면 홀로 아픔을 견디기 위한 방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다. 


소설에서 나오는 대로 제주도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올 수 있는지 미처 몰랐다. 허리까지 파묻힐 정도의 눈이 내리는 제주도라니 낯선 느낌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하얀 눈이 내린다. 아름답다. 예쁘다 정도의 표현이 전부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차가 막히겠네, 도로가 미끄럽겠네라는 걱정이 더 앞설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가가 바라보는 눈은 다르다. 소설가는 하나의 대상에 대해 관찰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장갑 낀 손등에 방금 내려앉았다가 녹은 눈송이가 거의 완전한 정육각형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뒤이어 그 곁에 내려앉은 눈송이는 삼분의 일쯤 떨어져나갔지만, 남은 부분은 네 개의 섬세한 가지들을 본래 모습대로 지니고 있었다. 부슬부슬한 그 가지들이 가장 먼저 사라진다. 소금 알갱이같이 작고 흰 중심이 잠시 남아 있다가 물방울이 되어 맺힌다. (P.109)


유난히 커다란 눈송이가 내 손등에 내려앉는다. 구름에서부터 천 미터 이상의 거리를 떨어져내린 눈이다. 그사이 얼마나 여러 차례 결속했기에 이렇게 커졌을까? 그런데도 이토록 가벼울까. 이십 그램의 눈송이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커다랗게 펼쳐진 형상일까? (P.111)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이는 어떤 모습일까? 아픔은 똑같을 수 있지만, 억울함이 포함된 아픔을 아픔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그 아픔을 책을 읽는다고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대할 때 그 사건의 원인과 맥락, 그 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판단하고, 생각하지만, 그 역사적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저자인 한강은 제주도 4.3 사건에 대해 과도한 설명을 배제한 채 오로지 피해자들이 겪어야 했던 사건과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행동, 마음을 묘사하는데 노력한다. 역사적 이유가 어떻든 억울한 피해자로서 나머지 여생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랐을 지도 모른다. 


역사에 대해 조그만 관심을 가지면, 인간에 대한 혐오가 생길지도 모른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잔인해질 수 있을까? 한 사람의 범죄는 그 사람 자체만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 사회, 한 민족, 한 국가가 행한 조직적 범죄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민족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라는 말에 동조해서 앞장서서 범죄를 저질렸던 사람들을 그냥 두고 봐야만 하나? 얼마 전에 끝까지 광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잘못을 시인 안하고, 죽은 쿠데타 주범은 여생을 편하게 살다가 죽었는데, 이게 공정과 정의로운 모습일까?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맹목적으로 하나의 사상, 하나의 관념, 기득권 유지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세상을 얼마나 무섭게 바꿀 수 있는지를 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조장하여 권력을 잡고자 하는 이와 그 주변에 붙어서 기생하는 자들이 있음을 안다. 

올바른 사고방식을 가진 구성원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면,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


2022.01.30 Ex. Libris HJK



성근 눈이 내리고 있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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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을 부탁해
헤이즐 프라이어 지음, 김문주 옮김 / 미래타임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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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인 노부인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손자를 만나고, 아버지의 선물을 기억하며 남극에 있는 팽귄 탐사기지를 방문한다. 팽귄 서식지 근처에서 팽귄을 관찰하면서 팽귄 연구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증하겠다는 마음을 가진다. 


해피엔딩으로 따뜻하게 끝나는 소설이다. 남극, 팽귄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무대는 넓지만, 전반적으로 평범하다.

끝까지 다 읽었으니 재미 없는 것은 아닌데, 재미있다고 추천할 만한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22.01.25 Ex. Libris H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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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와이프 - 어느 날 나는 사라졌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킴벌리 벨 지음, 최영열 옮김 / 위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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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나는 자와 쫓는 자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한다. 영화, 드라마, 또는 소설 모두 이야기를 끝내려면 달아나는 자와 쫓는 자가 결국에 만나야 한다. 영원히 서로 안 만나면 결말을 낼 수가 없다. 달아나는 자는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도망을 치고, 쫓는 자는 어떻게 단서를 찾아 분석해서 따라잡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베스라는 한 여자가 가정 폭력에 시달린 끝에 도망을 친다. 제프리라는 남자는 출장 후 집에 와 보니 와이프가 없어졌음을 안다. 제프리는 경찰에 신고하고, 마커스라는 형사가 실종 신고를 받아서 없어진 여자를 찾는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이다. 자연스럽게 나는 베스라는 여자를 응원한다. 멀리 도망쳐서 행복을 찾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잡힐 거라는 것을 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영원히 도망만 다녀서는 소설의 결말을 낼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소설에 항상 있는 반전이 역시 이 소설에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중간에 반전을 예상할 수 있는 단서들이 나오고,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많은 단서가 나온다. 반전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집중을 해야 한다.


어떻게 도망치고, 어떻게 찾는지에 대한 과정을 읽으면서 중간에 숨겨진 단서들을 유추하며 반전을 예상하고, 이것을 맞추었을 때의 쾌감 또는 전혀 맞추지 못했을 때의 충격을 느끼기 위해 심리 스릴러 소설을 읽는다. 


"디어 와이프"라는 편지에 쓰는 첫인사가 상황에 따라 섬뜩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몰입감도 있고, 반전도 있고,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추리해 보는 재미도 있다. 심리 스릴러 소설의 전형이다. 하지만, 잘 차려진 맛있는 식사를 먹지만, 처음 맛보는 특별한 맛을 느끼지 못하는 식사 같은 느낌이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여자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는 인간 말종 쓰레기이다. 


2022.01.22 Ex. Libris HJK

불확실함은 우리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동시에 빛과 환희와 놀라움을 선사하기도 하죠.
그리고 우리를 희망으로 안내합니다.
이 세상에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함이 극에 달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납니다.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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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117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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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책 제목부터가 <가난한 사람들>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사고방식, 태도, 심리 변화, 희망, 좌절 등을 자세하게 엿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가난을 지켜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외면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적당한 외면도 필요하지만, 세상을 바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꼭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고, 이 세상의 구성원으로서 모두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도움을 줄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첫 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가난한 하급 관리인 데부시킨과 가난한 여성인 바렌카의 편지 형식의 소설이다. <죄와 벌>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도스토옙스키는 정말로 사람의 심리를 표현하는데 탁월하다. 주고받는 편지들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심리 변화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사회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비를 벌지 못하고, 또는 돈을 벌여도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쓸데없는 곳에 탕진함으로써 스스로 가난을 자초하는 모습이 답답했다.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러 받지 못해서 가난한 이유도 있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가난의 불가피함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가난의 이유는 많겠지만, 몇 번의 실수로 가난으로 떨어져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이 사회는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과도한 욕심으로 투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한탕주의를 경계하며 약자를 용기있게 쳐다볼 수 있는 건전한 사회가 필요하다. 우리도 언제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질 지 모른다. 


데부시킨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 돈을 안 쓰고, 바렌카를 위해 돈을 쓰면서 점차 생활고를 겪는다. 편지를 통해 자신은 아무 문제점이 없다고 하지만, 서로 옆집에 사는 바렌카가 모를 수 없다. 바렌카는 편지로 더 이상 자기를 위해 데부시킨을 희생하지 말라고 하지만, 데부시킨은 자신의 운명인 양 계속 나아간다. 데부시킨은 젊었을 때에 여배우를 따라다니면서 빚을 지고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랑과 존경이라는 감정을 자신의 가난보다 더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진 거 같다. 바로 그것이 가난의 이유이기도 하다. 

데부시킨을 통해 안 사실은 가난해지면 주변 사람들이 외면을 하고, 가난한 이는 그런 주변 사람들을 욕하고, 자신이 가난할 수밖에 없는 각종 이유와 핑계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을 멸시하고, 세상 탓을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잊기 위해 술에 빠진다. 술에 빠진 자신을 혐오하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어울리면서 다시 술에 빠져든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다. 

그래도 데부시킨은 운이 좋았고, 사랑하는 바렌카를 위해서 최악의 위기를 넘기지만, 가난에 지친 바렌카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죄와 벌>을 읽으면서 훈련이 된 것인지 한 페이지 넘게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이어가는 형식이 그다지 지겹지 않았다. 머릿속에 나타나는 단상들을 계속 글로 표현하면 이런 형식이 아닐까 싶은데, 나도 시도해 보지만, 표현력의 부재로 끊기고 만다. 생각들이 이어지지 않는다. 


이번에 구매한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전집 11권 중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다. 아직 10권이 남아 있다. <죄와 벌>은 이미 읽었지만, 한 번 더 읽어볼 생각이다. 

책장을 지긋하게 쳐다본다. 대충 1/3 정도는 아직 읽지 못한 책이다. 그래도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읽을 수 있어서 <책도둑>이 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는다.


2022.01.19 Ex. Libris HJK 

더없이 소중한 나의 바르바라 알렉세예브나!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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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19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순조롭게 11분의 1 시작하셨으니 2022는 전집 하나하나 읽어가시는 해가 되겠네요^^

아타락시아 2022-01-19 17:56   좋아요 0 | URL
쉽지 않겠지만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