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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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들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84쪽

  

  누군가는 그들의 편에 서 있어야한다. 따뜻한 마음과 예리한 논리를 가진 학자와 변호사가 약자의 편에서서 그들을 변호해야한다. 따뜻한 감성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그들이 필요하다. 냉혹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약자의 편에 서 있어야한다. 그 한사람이 바로 김승섭니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학자 김승섭은 의학공부만으로 시간이 부족한 의과대학 본과 3학년이던 2003년, 시험을 앞둔 친구들에게 함께 반전 집회에 나가자는 말을 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라크는 미국의 침공을 받아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짜자고 햇살은 저렇게나 맑고 하늘은 끝없이 푸른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인가! 눈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생명에 더 가슴 아파하는 그의 인류애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김승섭은 보통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보적 인사들과는 다른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있다. 산업재해로 자살한 노동자 추모집회에서 노동자와 대치하고 있는 전경의 입장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기회만가 주어진다면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만큼이나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명령에 따라 그들을 진압해야 했던 젊은이들이 겪었을 상처에 대해서도 꼭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좌와 우라는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래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고통에만 공감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강제로 군대에 끌려와서 악역을 수행해야만하는 20대 젊은이의 고통에도 그는 관심을 갖는다. 고통받는 자라면 그가 어느 진영에 가까운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의 고통을 학문적으로 밝혀내어 제도적으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학자가 김승섭이다.

  그런데, 김승섭, 그가 보호할 수 없는 고통받는 사람에게 그는 무엇을 할까?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한다."-219쪽


  2017년 5월 24일 육군 보통 군사 법원이 사적 공간에서 동성과 합의된 성관계를 맺은  A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뭐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성소수자를 위한 집회에 참석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부당한 처벌을 막을 수 없다면, 성소수자의 편에서서 같이 쏟아지는 비를 함께 맞게다고 그는 외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고통에 없애줄 수 없음에 가슴 아파하며 같이 고통을 느끼는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 김승섭이다.

  저자 김승섭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것은 그의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김승섭이 이 책에서 가장 먼저한 말은 말하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한 상처를 몸은 기억한다는 말한다. 차별을 겪고도 자신은 해당사항없다고 말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보다 우울증상 위험비가 더 높았다. 학교 폭력을 겪은 후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했던 다문화 가정 남학생들이 가장 아팠다는 연구 결과를 보며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을 당하면서도 학교 폭력 설문조사에서는 '해당사항 없음'을 클릭하는 우리 사회의 숨은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고통을 말하지도 못하는 깊은 상처를 가진 이 사회의 숨은 약자를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김승섭은 또하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식량상태가 넉넉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과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연구한 결과이다. 이 연구서도 우리몸은 고통을 기억한다는 진실을 보여주었다. 사춘기 시절까지는 두 그룹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나, 40세가 넘으면서 생존율이 1.5배가량 차이가 났다. 우리의 의식은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 몸의 정직성을 알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김승섭은 '개인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총기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미국 시카고와 총기 소유에 엄격한 규제를 둔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비교연구한 결과를 비교했다. 잉글랜드/웨일스의 인구규모가 시카고보다 20배가량 큰데도 불구하고 시카고는 2016년 한 해 동안 762명이 죽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571명이 죽었다.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개인에게 떠넘긴 미국은 강력한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 안전을 통제한 잉글랜드/웨일스 보다 많은 댓가를 개인이 지고 있다. 어디 총기 규제 문제 뿐이랴! 보건, 복지, 교육분야에도 이러한 논리는 적용된다. 한국 사회는 복지와 교육 분야를 개인에게 너무도 많이 떠 넘기고 있다. 불안한 개인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여러개의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김승섭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일갈한다.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 입안작의 책무이자 역할이다."-102쪽


 우리 사회는 모든 고통을 개인이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복지를 늘려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를 보호하려해도 어리석은 국민은 어리석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사회적 안전망은 약화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수탈의 대상으로 보느냐, 주인으로 섬김의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개, 돼지 취급을 당할 수도 있고, 개개인을 숭고한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도 있다. 

 당신은 거미를 본적이 있나요. 김승섭은 우리에게 물었다.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위험의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서 담배를 핀다. 따라서 산업안전 프로그램과 금연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사업장에서 금연율이 올라간다. 우리는 거미줄 처럼 여러가지 요인이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증상만 보려하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보아야한다. 잘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듯, 우리는 보이지 않는 원인에 의해서 고통받기도하고 슬퍼하기도한다. 그리고 기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도, 국가도, 지구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관계망과 개인의 건강을 연구한 결과에서는 친구, 부모, 형제, 자매 등 사회적 관계망이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나의 건강도 사회적 관계망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준다. 

  196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로세토 마을의 심장병 발생율은 충격적이기까지했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공통체인 로세토는 유달리 심장병 사망자가 적었다. 로세토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즐겼고, 비만인도 많았다. 그런데 심장병 사망자는 오히려 적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문화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로세토 사람들은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돕고 살았다. 자신도 곤경에 처하면 이웃이 도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가 나와 가족을 지켜준다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자를 줄였다. 

  그러나, 로세토 마을의 공동체 문화가 붕괴하면서 심장병 사망율이 1940년에 비해서 1970년에 2배나 증가했다. 공동체 문화의 붕괴는 위기에 처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게한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심장병 사망율 증가로 이어졌다.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 마을 공동체 문화가 개인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가와 지구로 확대시켜보자. 각자도생의 대한민국 사회보다는 사회적 연대감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이 국민의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약육강식의 국제 사회보다는 약소국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이 더 행복한 지구인을 만들지 않을까? 우리 대한민국은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 있을까?

  어느 세월호 생존 학생은 참사 이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서를 남긴다고 한다. 세월호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 김승섭은 세월호 참사가 참사의 연쇄 고리를 끊었던 사건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이 정권에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면서 비극의 연쇄고리는 아직도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00초등학교에서도 대낮에 음주를 한 운전자가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했다. 같은 학교의 피해학생반 학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전 00 초등학교의 한학생은 어느날 갑자기 우리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보수 정권에서 끊이지 않는 참사의 연쇄고리는 우리 사회를 집단 트라우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착잡한 마음을 다잡으며 김승섭의 큰 울림이 담긴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당신에게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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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2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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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속에서 빛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독립운동이다. 가느다란 빛줄기를 향해서 오늘의 고통을 인내하며 가시밭길을 맨발로 전진한다. 그러한 존재가 독립운동가이다. 임경석 교수의  '독립운동열전2'를 읽으며 저 멀리 시베리아 벌판에서 만주와 한반도, 그리고 일본 열도를 휘저으면서 조국 독립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청춘을 던졌던 선열들의 뜨거운 열정과 마주했다. 그 과정은 가슴 벅찬 감동이었지만, 가슴시린 아픔이기도했다.

  나의 가슴을 시리게 만든 첫번째 이유는 그들이 일제에게 당한 고문의 고통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의해서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그러나, 일제가 행한 잔혹한 고문은 독립운동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훈방조치하는 소년도 고문의 대상이었다. 민형사상의 통상적인 범죄 피의자에게도 고문은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일제 강점기의 한반도는 거대한 감옥이었다. 

  고문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잔혹했다. 김마리아 여사는 애국부인회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었다가 일제에 의해 검거되었다. 고문은 야만적이었고, 살인적이었다. 


  "일본 심문관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를 발가벗긴 채 손과 발을 결박했다. 곁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로가 놓여 있었고, 인두와 쇠꼬챙이가 그 속에서 벌겋게 타올랐다. 짐승 같은 자들은 끝내 그 도구를 사용하고 말핬다. 화롯불에 달궈진 쇠꼬챙이로 여성 생식기에 화침질을 놓았다."-261쪽


  일본 경찰에게 끌려간 여성 독립운동가들 중에 상당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광복후, 한국 경찰에 의해서 자행된 성고문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 일제 경찰에게서 연원을 찾을 수 있었다. 노덕술과 같은 친일 경찰이 광복 후, 한국의 경찰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군에게 배운 야만적 고문기술을 민주화 운동가에게 사용했다. 독립 운동가의 고통은 친일 경찰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졌다. 

  나의 가슴이 시린 두번째 이유는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스파이 혐의로 숙청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포위망을 뚫고 소련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중에서 상당수는 돌아오지 못했다. 홍도, 김중한, 김단야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스탈린의 광기에 희생되었다. 그들에게 덧씌워진 죄명은 반혁명분자, 일제의 스파이였다. 다른 동지들은 일제에게 체포되었는데 어찌하여 너는 체포되지 않았느냐? 조선과 만주를 어떻게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느냐? 등등의 질문을 던지며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기민하게 움직여 일제의 포위망을 뚫고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이 그들에게는 일제의 스파이라는 증거였다. 

  어찌 스탈리만 그랬는가! 님웨일즈의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도 중국 공산당에 의해서 일제의 밀정이라는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독재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서,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독립운동의 영웅을 반혁명분자로 몰아갔다. 일제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면 이렇게 씁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가슴이 시린 세번째 이유는 일제의 추적을 피해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광복을 맞이한 독립운동가들이 해방공간 속에서 벌어진 이념투쟁에서 쓰러져갔기 때문이다. 박종근, 박영발, 방준표 등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광복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좌우 이념투쟁의 전쟁터였다. 독립만 된다면 행복한 세상이 펼쳐질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새로운 투쟁의 장소가 펼쳐졌다. 일제 강점기에도 살아남았던 그들이 광복후에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죽어갔다. 이러려고 광복을 했단 말인가? 이념의 노예가 되어 동족을 죽고 죽이는 비극이 너무도 진절머리난다. 


  책장을 덮었다. '독립운동 열전2'는 나의 가슴을 너무도 시리게했다. 헐리우드 영화의 성공 공식이 있다. 반드시 해피엔딩을 해야한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독립된 조국은 이념투쟁의 전쟁터가 되었다. 조국은 두동강이났고, 친일파가 권력을 잡았다. 어제의 독립운동가는 친일파에게 제거당하거나, 이념투쟁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제 슬픈 영화는 그만보고 싶다. 친일파는 토착왜구가 되었고, 독립운동가는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 되었다. 깨어있는 시민이 토착왜구를 물리치고 해피엔딩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나도 그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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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3-05-11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제의 만행과 죄는 결코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임계점도 넘어섰습니다.
빌리브란트은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왜 무릎을 꿇었는지 언론이 묻자 그는 답했습니다,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일제가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은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잔인하고 비열하며 참혹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인간은 100년전의 일이라며 그냥 넘어가자네요.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발언입니다.

김마리아 여사의 저고리를 그 후손이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산타냐는 말했습니다. ‘과거를 잊은 사람은 그 과거를 되풀이 함으로서 형벌을 받게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잘 알아야하는 이유입니다.
단지 일제가 미워서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산타냐가 말한 형벌을 받지 않기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잊으면 안됩니다.

강나루님의 글을 읽고 용기를 냈습니다.
속에서 열 올라옵니다 ㅠ
그리고 잘 읽었습니다 강나루님.





강나루 2023-05-11 20:54   좋아요 0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뉴스를 보면 탄식이 절로 올라옵니다.
한류를 일으킨 국민이 저런 머저리를 대표로 뽑았으니 말입니다.

기억의집 2023-05-11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동형의 이이제이 독립운동가들 편 들으면서 가슴이 시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항일 투쟁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역사를 초중고 시절 깊이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은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를 찾아 듣고 있어요. 너무나 짜증나는 현실입니다…

강나루 2023-05-12 03:52   좋아요 0 | URL
독립운동 연구를 탄압하던 때도 있었고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가르치지 않던 때도 있었어요.
이제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으니 좋아졌다 말할 수 있을까요?
 
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2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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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쿄 조선인 유학생들의 선언문 사본을 입수하여 그것을 일일이손으로 필사해서 많은 복본을 만든 후 그것들을 고등보통학교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경성에 있는 모든 고등보통학교의 대표들로 구성된지하 학생위원회의 조직자로 활동했다. 이 위원회는 3월 봉기를 준비하는 센터와 연락을 취하면서 시위에 학생 대중을 동원하고 경성에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위원회 멤버들은 자기들끼리역할을 분담하여 선언서를 외국 영사관과 선교단에 전달했고, 나도 그것을 영국 영사 및 프랑스 선교사에게 직접 전해주었다. ‘
-김단야 - P62

3월 1일 후에 나는 학교 동무들과 함께 <반도의 목탁>이라는 이름의 지하인쇄물을 만들었다. 3월 중순에 고향 쪽으로 내려가 시위를 두 곳에서 성공적으로 조직했으나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투옥되었다. 그로부터 석 달 후, 징역 3개월 대신에 태형 90대를 선고받았는데, 그 이유가 - P65

판사의 말로는 내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3일에 걸쳐 매 90대를 맞고 난 후 석방되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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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 2023 전 세계를 뒤흔든 빅이슈의 탄생
반병현 지음 / 생능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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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T가 핫하다. GPT는 교사인 나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학생들에게 진로지도를 어떻게하란 말인가? AI가 그린 그림이 자신보다 잘 그렸다며 미대 진학을 주저하는 학생에게 무어라 조언해야할까? 유투브에 챗GPT 관련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관련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이라는 책이 가장 많이 팔리기에 이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책에 걸었던 기대만큼이나 실망도 크다. GPT에 대한 커다란 지식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투브를 통해서 얻은 지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부 지식은 유투브의 지식이 더 좋았다. 사막에서도 선인장이 자라듯이, '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이라는 책에서도 진주를 발견할 수 있다.

고 이어령 교수는 '말과 경쟁하려하지 말고 말에 올라타라'고 말했다. GPT와 경쟁하려하지 말고, GPT에 올라타야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챗GPT에 올라타기 위해서 어떠한 능력을 갖추어야할까? 말을 잘 부리기 위해서는 말에 대해서 잘 알아야한다. GPT를 잘 부리기 위해서는 챗GPT에 대해서 잘 알아야한다.

GPT는 숫자에 약했다. 달러를 원화로 환산하지 못해서 오류가 발생했다. 전문적인 지식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오류를 보이기도한다. GPT를 잘부리기 위해서는 챗GPT에게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그 질문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GPT를 자신의 일을 쉽게 수행하기 위한 안내자로 삼을 수는 있지만, GPT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사람이 말을 부리지 못하고 말이 사람을 부리게 되듯이, GPT가 사람을 부리게 된다.

GPT는 감옥에 보낼 수 없다. 의학과 법률 서비스를 받으며 조언을 얻을 수는 있지만, 최종 판단은 전문가가 해야한다. 의사나 판사와 같은 전문직의 일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없어질 수는 없는 이유이다. GPT는 많은 의사와 판사들이 하는 일을 몇몇의 의사와 판사들이 할 수 있도록 해줄것이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여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뿐만 아니라, 더 탁월한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다.

 

저자 반병현은 의미 있는 말로 책을 마무리한다.

 

"ChatGPT는 편리한 미래를 향한 첫번째 여정일까요? 아니면 인간이 흩어진 모습 채로도 만족하고 살아가게 만들어 버릴 인류의 마지막을 향한 상냥한 작별 인사일까요?-157

 

GPT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제를 떠안겼다.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듯이 챗GPT가는 우리 사회에 빛과 그림자를 던졌다. GPT를 잘 활용하는 사람은 빛을 보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어둠속에 신음할 것이다. 그리고 챗GPT 속에서 안락하게 고립된 생활을 할 수도 있다. 인간은 챗GPT가 던진 빛과 그림자를 어떻게 승화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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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5-06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어령 교수님의 ‘말과 경쟁하려하지 말고 말에 올라타라‘ 는 말씀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글 읽으면서 개인적으로는 챗GPT가 편리한 미래를 향한 첫번째 여정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강나루 2023-05-06 18:06   좋아요 1 | URL
저도 챗GPT가 빛이되길 바랍니다.
 
독립운동 열전 1 - 잊힌 사건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1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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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독립운동! 얼마나 가슴 뛰는 주제인가! 그러나, 대중을 위해서 씌여진 독립운동 관련 서적은 많지 않다. 더욱이 믿을 수 있는 학자가 대중을 위해서 재미있게 풀어쓴 독립운동 서적은 더욱 적다. 성균관 대학교 사학과에 재직 중인 임경석 교수는 구 코민테른 문서보관소의 한국관련 자료와 조선총독부 고등경찰 기록을 비교, 검토하여 독립운동의 생생한 역사를 파헤쳤다. 그 결실이 '독립운동 열전'이다. 딱딱한 논문투의 글이 아니라, 일반 독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도록 구성에 신경을 썼다. 한장 한장 책을 넘기며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빨려들어 갔다. 저자는 흥미를 끌어올리는데 치우친 나머지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들어 가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흥미와 역사적 사실의 균형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결실을 들여다보자.

 

1. 모스크바 자금의 비밀

레닌이 금화 200만 루블을 우리 독립운동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사실을 알고 있는가? 나는 이러한 사실을 1급 정교사 연수 때 처음들었다. 친일 독재 세력은 독립운동연구를 탄압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중에서도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 연구는 터부시되었다. 우리 독립운동사 연구의 반쪽을 제대로 연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명 모스크바 자금 지원에 대해서 대학에서 배울 수 없었다. 1급 정교사 연수 때 강사는 레닌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200만 루블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으나, 김립이 이를 유용하는 바람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설명만했다. 그후, '여운영 평전', '백범일지'를 통해서 모스크바 자금에 대해서 탐구하면서 이 자금이 임시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이책에는 모스크바 자금에 대해서 충격적인 사실이 기록되어있다. 임경석 교수는 얀손 보고서를 근거로 이 자금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지급된 것이 아니라, 코민테른 제2차 대회에 출석한 한인사회당 대표이자 코민테른 중앙집행위원으로 선임된 박진순에게 제공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200만 루블 중에서 우선 제공된 40만 루블(한화 510억원)은 한인 사회당에 준 것임에도 임시정부 요인은 김립을 자금 횡령혐의로 암살했다.

김립 암살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독립운동가 사이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모스크바 자금 200만 루블 중에서 잔여금 140만 루블(한화 2085억원)을 우리 독립운동 세력에게 지원되지 않았다. 임시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북로 군정서 107개를 조직할 돈이 날라간 것이다.

비극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사이에 불신을 키우고 독립운동 자금을 날려버린 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리는 소중한 독립운동가 한명을 잃었다. 김립은 '이동휘의 책사'로 알려져있다. 나는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 못했다. 임경석 교수는 이동휘의 책사 김립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했다. 그는 탁월한 정세 판단과 실천력으로 독립운동을 추진한 영웅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공산당 내의 젊은이들은 보복을 주장했다. 잘못하면 독립운동을 하기도 전에 일제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는 순간이다. 다행히도 김철수를 비롯한 당 간부들의 만류로 동족을 죽이는 비극으로 사건이 번지지 않았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내분으로 망한다.'라는 말이 있다. 친일파들이 이익 앞에서 단결할 때,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의 노선을 두고 분열했다. 노선투쟁이 서로에게 총뿌리를 겨누는 비극으로 발전한 경우가 많았다. 김립 암살사건도 자칫 잘못했으면 임시정부가 스스로 붕괴하는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노선은 달라도 목표는 '독립'이 아니던가! 불의 앞에서 분열하는 진보진영을 보면서 김립 암살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시간이 지났어도 우리의 어리석음이 변하지 않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2. 임경석 교수가 들려준 공산주의자의 독립운동

임경석 교수는 독립운동사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공산주의자들의 독립운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의열단에서 1923년에 추진한 제2차 암살 파괴 계획이다. 교과서를 비롯해서 수많은 책에서 의열단이 주도한 의열단의 독립운동이라고 소개했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임경석 교수는 피고인 18인 중에서 황옥을 비롯한 4인은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의 간부이거나 주요 당원이라는 점을 근거로 의열단과 공산당이 공동 주도세력이라고 주장한다. 황옥은 영화 '밀정'의 이정출의 모델이 된 사람이다. 영화와 역사책에는 그를 의열단원으로 그리고 있다. 약산 김원봉이 그를 직접 만나서 독립운동 세력으로 포섭한 것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임경석 교수는 그를 이르쿠츠크파 고려공산당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황옥이 공산당에 가입한 증거가 구 코민테른 문서보관소에서 발견된 듯하다. 암튼, 임경석 교수가 새롭게 발견한 사실들은 우리 독립운동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두번째는 목숨을 걸고 비밀을 지키려했던 강달영이라는 인물이다. 진주 3.1운동 유공자이자 조선 노동운동의 지도자이면서, 조선공산당 2차 집행부 책임비서였던 강달영은 조직과 동료, 그리고 독립운동을 위해서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 일제가 방심한 틈을 타서 자살을 시도했다. 어떠한 고문에도 무너지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비서부 일기'가 일제에 의해서 해독되자, 정신이상자가 되었다. 이 책에는 한때 독립운동가였다가 친일파가 된 많은 변절자들이 소개되어있다. 그들과 대비되는 삶을 살아간 강달영의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진다.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한 임경석 교수의 글을 읽으며 그가 독립운동사 연구에 바친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오성륜의 의거와 탈출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낸 부분을 읽으며 아쉬운 생각이들었다. 황포탄 의거와 탈출의 드라마틱한 장면은 영화화해도 좋을 장면이다. 그런데, 오성륜이 탈출 이후 공산주의자가 되어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으며, 일제에 포섭되어 동지를 밀고하는 친일파가 되었다는 사실은 서술하고 있지 않았다. 의열단원에서 공산주의자로, 상하이에서 만주로 활동 무대를 옮겨서 치열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가 일제에 포섭되어 친일파가 된 그의 삶이 고단해 보였다. 그가, 만주에서 일제의 총탄에 맞아 순국했다면 우리는 영웅 한명을 우리 마음속에서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3. 역사의 정의는 있는가!

광복 이후의 독립운동가와 그 가족의 삶을 살펴보면 가슴이 아프다. 조선총독부 폭탄투척과 황포탄 의거의 주인공 김익상의 딸 점석이를 우리는 돌보지 못했다. 김익상은 약산 김원봉에게 "딸을 공부시켜 여성 혁명가가 되도록 교도하기를 부탁한다."라는 유언을 남겼다. 김원봉이 광복후에 김익상 의사의 가족을 찾았으나 딸 점석을 찾지 못했다.

광복이 되었으나, 제대로된 독립 국가를 만들지 못했다. 조국은 분단되었으며 이승만과 친일파가 권력을 잡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암살되고 나서 독립운동가들은 숨죽여야 했다. 어느 독립운동가 가족은 성씨마져 바꾸어야했다. 독립운동 세력이 친일파에 의해서 청산당하고 그 가족은 박해를 받아야하는 어쳐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반면,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제의 밀정이 된 김성근은 지금도 독립유공자로 등재되어있다. '독립유공자 공훈록', '독립운동인명사전', '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김성근은 "일제강점기 구국모험단을 조직하여 단장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로 적혀있다. 임경석 교수의 이러한 지적에 인터넷에서 김성근을 검색했다. 사실이었다. 그는 내가 이 책을 읽는 지금도 독립운동가로 기록되어있다.

어디 김성근뿐이랴! 대전의 '00 건설'의 경우, 건설사 대표가 자신의 아버지를 3.1운동에 참가한 독립운동가로 포장했다. 대전 유림공원에 그의 비석이 세워져 시민단체의 지탄을 받았다.(독립투사의 공적비가 변조된 사연 (daum.net)) 심지어, 대가 끊긴 독립운동가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속여서 독립 유공자가 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때마다, '과연 역사의 정의는 존재가하는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나의 심연에서 들려오는 대답은 '정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는 울림이 들여왔다. 불의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정의를 짓밟을 때, 우리가 정의를 지키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불의가 정의의 탈을 쓰고 군림하는 세상이 된다.

 

이책 34쪽에는 박헌영, 김단야, 주세죽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있다. 사진을 본 순간, 3인의 러브 스토리가 소개될 것을 내심 기대했다. 사회주의자들의 붉은 연애는 뜨겁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임경석 교수는 그들의 붉은 연애를 소개하지 않았다. 주세죽은 박헌영과의 사이에서 박비비안나를, 김단야와의 사이에서 김비탈리를 두었다. 파란만장한 그들의 삶이 궁금하다. '독립운동 열전' 2권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더 기대해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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