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아줌마들의 책읽기/신동호 시인   

2호선 왕십리역에 내리면 소월공원이 자그마하게 있습니다. 소월이 이 부근에서 서울 생활을 하며 사랑의 변주를 울렸기에 기념이 될 만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기, 왕십리역 9번 출구로 나와 한양대 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큰길 가에 소월공원만큼 조그만 도서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려놓은 조각그림들 위편으로 간판이 걸렸네요. 가끔 커다란 플라타너스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라 적혀 있습니다.  

어떤 인연이 닿아 여기,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아 소란을 피웠을 조그만 의자에 쪼그려 두달 동안 아줌마들과 책을 읽었습니다. 소녀 같고 때론 수다스럽기도 한 아줌마들과 어울리면서 자주 얼굴을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이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엔 목욕가방을 들고 와서 ‘목욕탕 엄마’, 생물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생물과 엄마’ 하는 식으로 마구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왠지 그 소박한 영혼들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자신과 거리를 두어 보는 것이 독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세계로 함께 여행하고픈 욕심도 들었습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시작한 책읽기는 ‘닫힌 우물’의 은유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향집 우물은 어머니의 싱싱한 자궁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막혔다는 건 곧 남성중심 사회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그저 평범한 일상과 씨름하던 아줌마들은 영화 ‘카모메 식당’에 가서는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발견한 모양이었습니다. 의무감과 관계의 짐을 벗고픈 우리시대의 아줌마들. 그러나 아줌마들은 주인공 ‘사치에’의 반복되는 수련 장면을 통해 진리를 발견합니다. ‘지독한 일상을 견디며 지키는 사람에게 비로소 일탈은 의미 있다.’  

설거지와 빨래, 이 지루한 반복을 견뎌내는 아줌마들의 힘이 변화의 원동력임을 옆에서 가만히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아줌마들이 코치하더군요. “‘오늘 저녁 먹고 들어와?’라는 통화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맛있는 거 해놓겠으니 빨리 오라는 뜻?” 그게 아니랍니다. 일찍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일상을 지키면서 동시에 일상을 살짝 벗어나는 아줌마들의 대화법인 게지요. 
 

며칠 전 여전히 책읽기를 이어가는 아줌마들의 독서 후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책의 겉모양뿐 아니라 책 속까지 좋아지기 시작했다.’네요. 셰퍼와 배로스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님에도 ‘좀 시시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교과서적 지식을 벗어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배경지식의 욕구를 표현한 아줌마도, 더더욱 놀라운 건 ‘세계에 대한 자기 인식과 해석을 목표로 삼았다.’는 그럴싸한 말을 한 아줌마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에 어려운 몇 고비를 넘었습니다.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이 처음의 난관었습니다만, 자연세계만의 질서를 읽으며 막막한 시간의 연결선상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 건 놀라운 깨달음이었습니다. 코엘류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조금 쉬어가려는 책이었지만 아줌마들은 거기에서 ‘똑같아지지 않으려는 노력’ 즉, 남들과 같은 건 편리하겠지만 결국 ‘나’를 잃는 것이라는 무거운 진리에 다가섰습니다.  

압권은 다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었습니다. 괴테가 너무 잘난 체한다는 농담으로 시작된 이야기. 그러나 자기가 느끼는 대로, 자신 있게 떠들기가 괴테의 잘난 척 비법이라는 인문학의 요체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이불 위에 배를 깔고 책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밤도 깊고요. 많이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책읽는 엄마’가 돼 보세요. 세상의 모든 책들이 자신을 제 마음대로 읽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용기를 가지시고요. 소월의 시를, 읽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게 해석하는 시대. 그날 ‘가도 가도 왕십리’ 내리던 비도 그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10-12-23  30면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1-01-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독서 모임을 멋지게 소개했네요!
왕십리에 소월공원도 있군요~^^

섬사이 2011-01-07 12:16   좋아요 0 | URL
소월공원은 '소월아트홀'이라고 불리는 공연,문화강좌 등이 열리는 건물의 앞마당 같은 분위기에요.
근처 노인분들이 모여 바둑,장기를 두시거나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거나
비둘기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그런 곳이지요..
글쎄요, 소월의 작은 흉상과 시비 하나가 있긴 하지만
'소월'은 각자의 마음 속에서 느껴야 하죠. ^^

세실 2011-01-05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감가는 글이예요. 아줌마들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죠^*^
참으로 멋져요!!!

섬사이 2011-01-07 12:18   좋아요 0 | URL
아줌마들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 그렇죠? ^^
이런 모임들을 통해서 아줌마들이 '행복한 엄마'들, '외롭지 않은 엄마'들로 변화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래야 아이들과 남편도 덩달아 행복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꿈꾸는섬 2011-01-11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사이님이 참여하고 계신 독서모임이군요.^^
너무 멋져요. 아줌마들이 책읽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될까 싶어요. 많이 부러워요.^^

섬사이 2011-01-13 13:09   좋아요 0 | URL
처음 해보는 책읽기 모임인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점이 많아요.
올해에는 모임이 조금 더 그 영역을 확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어요. 신동호 선생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것도 책읽기 모임에 큰 힘이 되고 있구요.
애들 학교나 지역 도서관에서 엄마들을 위한 책읽기 모임 같은 걸 만들어서 활성화될 수 있게 지원해준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닷새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작년 일이 되었다. 누가 그랬다는데, '샤베트 같은 바람'이라고, 그런 바람이 불던 날 한 해동안 좋은 인연으로 따뜻했던 사람들과 안치환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하루종일 피곤했고, 짜증이 났고, 우울했고, 갑갑했다. 따뜻하게 이불을 덮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잠 속으로나 빠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의 약속에 대한 책임감이 아니었다면 티켓값을 날리는 한이 있어도 시린 바람 속으로 나서지 않았을 것 같은 날이었다. 

콘서트 홀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그랬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하는, 도무지 콘서트에 빠져들지 못할 것만 같은, 가수의 노래와 번쩍이는 조명과 내 심장의 고동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 비트와 관객들의 환호가 나와는 엇박자로 어긋나 버릴 것같은 예감에 자리가 불편했다.  

하지만 위로는 예상하지 못한 데서,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받게 되나 보다. 노래들을 듣다가 콧등이 시큰했다. '훨훨'이라는 노래를 듣다가, 마흔을 훌쩍 넘어버린 내가 잃어버린 것을 보았다.  

   
 

그대가 보고파서 
오늘도 이렇게 잠 못 드는데 
창가에 머무는 부드런 바람 소리
그대가 보내준 노래일까 

보고파서 보고파서 
저 하늘 넘어 그댈 부르며
내 작은 어깨에 하얀 날개를 달고 
그대 곁으로 날아오르네 

훨훨 날아가자
내 사랑이 숨쉬는 2층에 
훨훨 이 밤을 날아서
그댈 품에 안고
편히 쉬고파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람아 

 
   

언젠가부터 보고싶은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가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못 견뎌한 적이 없다. 굳이 가슴 뛰는 사랑이 더이상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댈 수도 없다. 노래 가사처럼 사랑 때문이 아니라도 외롭거나 적적하거나 오늘처럼 짜증나고 우울하고 갑갑한 날이면 누군가를 찾을만도 했을텐데, 왜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혼자 견디려 했던 걸까. 그게 어른다운 거라서? 삶이란 게 어차피 혼자 견뎌야 한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따지고 보면 지켜야 할 것도 별로 없으면서 뭘 그렇게 단단히 방어하고 살았던 걸까. 알고보면 지켜야 할 것도 없는,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우리 모두 함께 모여 너무 오랜만에 모여 지난날의 추억을 나눠보자 
짧지 않은 시간동안 누구는 저 세상으로 또 누구는 먼 나라로 떠났지만 
그립던 너의 얼굴 너무 좋구나 네가 살아있어 정말 고맙다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 살다보니 외롭더라 네가 있어 웃을 수 있어 좋다 
시집안간 내 친구야 외기러기 내 친구야 오늘은 내가 너의 벗이 될게 
우리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도 넌 변한게 없구나 
남은 인생 통털어서 우리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내 친구야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랄게
오늘이 좋다  

술 한 잔에 해가 지고 또 한 잔에 달이 뜨니 너와 나의 청춘도 지는구나 
잘난 놈은 잘난대로 못난 놈은 못난대로 모두 녹여 하나 되어 마시자  
하지만 우리 너무 취하진 말자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구나  
남은 인생 통털어서 우리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내 친구야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랄게
남은 너의 인생에 저 하늘의 축복이 함께 하길 바랄게  
오늘이 좋다, 오늘이 좋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과 위로가 필요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하루하루 더 좋아할만한 것으로 만들도록 애써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보고싶고 만나고 싶고 내 손을 꼭 잡고 있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 그래서 꼭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몰랐지? 사실은 나 이렇게 바보야."라고 말하며 베시시 웃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자꾸 잃어가는 것이라고, 내게서 뭔가가 하나하나 빠져나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쇠의 증상이 더 심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뭐를?하고 물으면 또 그게 무엇이라고 꼬집어 말할 수도 없었다. 잊고 있었던 거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게 있고, 빠져 나가는 게 있으면 채워지는 것도 있다는 것, 얻고 채우며 살아갈 시간들이 마지막까지 계속 되리라는 것을.

   
 

한몸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머리를 받친 목이 따로 놀고 
어디선가 삐끄덕 삐끄덕 나라고 믿던 내가 아니다  
딱 맞아 떨어지지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게 삐끗 하더니 
머리가 가슴을 따라주지 못하고 저도 몰래 손발도 가슴을 배신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날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 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한맘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늘 가던 길인데 가던 길인데 
이 길밖에 없다고 없다고 나에게조차 주장하지 못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날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 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어슴푸레한 오후, 뭔가를 끝마치기도, 뭔가를 시작하기도 애매한 시간. 이 쪽도 아니고 저 쪽도 아닌, 세상을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하자니 바보같고, 통달한 듯 다 아는 척하자니 등신같은 나이. 어정쩡하게 서서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도 몰라 속으로는 무지 당황하고 있으면서, 아무에게도 내가 당황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그래서 어줍은 사춘기 소년만큼이나 강한 척하며 허세를 떨고 싶은 '마흔 즈음'.  

그러나 이제 그냥 모자란대로 살 뿐이다.  내가 떠나온 눈부신 시간들을 지금 살고 있는 내 아이들, 빛나는 청춘들을 응원하면서 말이다. 나이들고 늙어가는 게 아쉬울지언정 억울하지는 않을만큼, 어슴푸레한 오후의 빛도 어쩌면 깜깜한 달밤까지도 멋지게 보낼 줄 아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젋은 벗들이여 감사합니다 새롭고 당당한 그대들의 행진  
서로 연대하고 즐기고 의지하며 희망하는 법을 알게해줬네
그대의 노래는 나의 노래 그대가 추는 춤은 우리들의 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오 삶이여 감사합니다.   
삶이여 감사합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함께 간 사람들과 근처 식당에 자리를 잡고 뒷풀이를 했다. '마음을 여는 책읽기' 독서모임을 이끌어주셨던 신동호 시인 선생님께서 마련해 주신 자리였다. 안치환의 10집 앨범에는 선생님이 작사하신 곡도 있다. 사실 콘서트도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생각도 못했을 자리였는데, 뒷풀이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감사했다. 한 해의 마지막이 덕분에 잘 마무리된 것 같았다.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 길가에 쌓인 눈이 빛나고 있었다. 새벽 두 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었지만 외롭지도 춥지도 않았다. 머리는 한결 맑아져 있었고 차갑고 맑은 공간 고요한 시간 속에 가만히 서있고 싶었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오는 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 잠든 아이들을 다독여주고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았다. 섬사이, 그런대로 잘 살아왔구나, 하고 웃어줬다. 새해엔 술을 좀 배워볼까 보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좋은 인연을 빌고 싶다. 다스려지지 않는 미움도 녹일만큼 아주아주 따뜻하고 좋은 인연.  

 


댓글(9)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1-01-04 0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지인들과 콘서트 함께 보고, 책이라는 주제가 있는 뒷풀이...멋집니다. 님은 충분히 잘 살고 계세요.
술은 배워볼만 하죠. 하지만 전 공식적인 회식때만 마셔요. 소주 1병 정도는 마시는데 별로 좋아하진 않거든요.

섬사이 2011-01-05 10:14   좋아요 0 | URL
술을 너무 못 마시니까 그것도 좀 그래서요.
백O주 한 병 사다 놓고 매일 밤 조금씩 마셔볼까, 했는데
정초부터 위염이... ㅠ.ㅠ
맥주 2잔 정도는 기분좋게 마실 수 있을 만큼만 됐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1-01-0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견디려 하는건, 말씀하신 것처럼 '삶이란 게 어차피 혼자 견뎌야 한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타인에게 기대했다가 실망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걱정때문이었을 지도 몰라요. 같은 얘기인 것 같아요. 혼자 견뎌야 한다는게 결국 타인에게는 실망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일테니 말이죠.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 견디는 시간들이 있는것 같아요. 혼자 견딘다고 반드시 강해지는건 아닌것 같아요. 혼자 견디는걸 원하지 않는 누군가가 내 옆에서 끊임없이 날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나 결국은, 어쨌든, 섬사이님이 집에 돌아오셨을 때 그런대로 잘 살아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니 혼자 견딘다는 부분에서 잠깐 아팠다가 다시 풀어지네요.

어쩌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빠져나갈 구석이라든가 믿고 의지할만한 것들이 나름대로 마련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섬사이 2011-01-05 10:21   좋아요 0 | URL
요즘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다시 읽고 있어요. 그 책에 이런 글이 나오더라구요.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상하게도 인간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이, 어쩌면 아주 보잘것없을 수도 있는 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절망의 문턱을 넘지 않도록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준다. 비가 오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다. 혹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하지만 오늘 저녁 내가 추가로 죽을 배급받을 차례라는 것을 안다. 혹은 상황이 더 안 좋아서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보통 때와 다름없이 배가 고프다. 그러면 정말로 바닥에 누워 있는 것 같을 때마다 종종 그렇듯 정말로 마음 속에 고통과 지루함밖에 느껴지지 않는데,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좋다, 나는 내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전류가 흐르는 철조망을 건드리거나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 수 있다. 그러면 이 비는 끝날 것이다.'

정말 우리 사람은 그렇게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며 살아가나봐요. 게다가 우리는 레비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그럭저럭하게 살고 있으니까. ^^

마녀고양이 2011-01-0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둥저둥, 어른이고 싶어요.. ㅠ

그래도 마흔 즈음, 좋은데요.
어중간하지만, 다시 생각하면 새로 시작할 수도, 하던 것을 계속할 수도 있는 나이. 20대나 30대보다는 조금 더 현명하고, 그렇다고 힘이 팍 빠져서 모든 것을 놓치도 않는 나이. 페이퍼를 읽다가 뒤집어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심장보다 더 쿵쾅대는 음악을 저도 듣고 싶어요. 아.. 부럽당.
즐겁고 건강한 새해되셔염~

섬사이 2011-01-05 10:23   좋아요 0 | URL
정말 40대가 20대나 30대보다 조금 더 현명할 거라고 생각해요?
아,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 것 같아요. ^^
마녀고양이님도 새해 하루하루를 몽땅 다 행복하게 보내세요~

순오기 2011-01-0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는 안치환의 저 노래가 18번이었는데... ^^
그런대로 잘 살아왔다고 거울을 보고 웃어주는 님~~~~~~ 좋아요!!

섬사이 2011-01-05 10:55   좋아요 0 | URL
다른 노래들은 이번 새 앨범에 들어있는 노래니까,
저 '훨훨'이란 노래가 순오기님의 한때 18번인 노래겠네요. 맞죠?
어쩐지 순오기님은 노래조차도 잘 부를 것 같아요. 이것도 맞죠?

우리 모두 그냥저냥 기특하게 잘 살아왔잖아요.
나를 향해서는 제대로 웃어준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순오기 2011-01-05 22:10   좋아요 0 | URL
노래를 잘하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맞추지요!ㅋㅋ
 

 

 

   
 

‘꽃을 사랑하는 심달연’으로 불리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심달연(사진)씨가 지난 5일 별세했다. 향년 83.

심씨는 지난 6월 말부터 간암으로 투병하다 이날 저녁 7시50분께 입원중이던 대구 중구 곽병원에서 조카와 조카손자, ‘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회원 1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1927년 경북 칠곡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3살 무렵 언니와 함께 산나물을 뜯으러 나갔다가 일본군에게 잡혀 대만의 위안소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당한 폭력과 고통이 마음의 병이 됐다. 해방 뒤 귀국했지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말조차 잃어버렸다. 다행히 여동생이 할머니를 알아보고 집으로 데려와 돌봤다. 차츰 기억을 찾았지만, 당시의 폭력 후유증으로 자궁경부암 수술까지 받고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

하지만 심씨는 고통을 견디며 빼앗긴 인권을 되찾고자 용기를 내어 세상에 나섰고, 위안부 문제해결에 증인으로, 활동가로 앞장섰다. 제61차 유엔인권위원회 본회의와 국제 엔지오포럼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주는 대신 면죄부를 받으려고 만든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의 비도덕성을 세상에 알렸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에게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을 반대하는 국내외 20만명의 서명을 전달하는 데도 함께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생애는 꽃과 함께했다. 7년 전부터 꽃을 가꾸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원예치료’를 받으며, 꽃누르미(압화) 작품을 만들었다. 꽃 작품 전시회도 열어, 미국에서 열린 전시 때는 전세계 활동가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감동을 전했다. “꽃이 좋아. 꽃을 만지고 있으면 아무 걱정 안 하고 참 좋다”고 하시던 그는 자식 대신 꽃누르미 작품들을 세상에 남겼다. 병상에서도 그는 “남들같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너무나 억울하다. 내가 살아 일본 정부가 사죄하는 걸 꼭 봐야 하는데…”라고 하며 삶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고인은 생전 원하던 대로 지난 1월 먼저 떠난 김순악 할머니가 쉬고 있는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수림장으로 안장된다. ‘생존’ 자체로 ‘역사의 증언’이 되는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제 81명만 생존해 있다. 올해 들어서만 6명이 숨을 거뒀다. 발인은 7일 오전 10시 곽병원 장례식장. (053)257-1431. 

 
   

 실천적 사상가 리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신문과 방송에서 크게 보도되던 그 때, 신문 한 쪽에 '심달연 꽃할머니 별세'라는 기사가 있었다.  바로 그 꽃할머니일까?   

권윤덕 선생님의 그림책 <꽃할머니>가 출간되었을 때 도서관에서 강연이 있었다. 저녁 때라서 아이들과 시간이 맞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지만 낮에 잠깐 가서 할머니의 꽃누르미작품도 구경하고 그림책 <꽃할머니>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더미북들과 전시된 원화들도 보았었다.  

<꽃할머니>의 초기 더미북은 할머니의 고통이 훨씬 더 생생한 날것으로 쓰여지고 그려져 있었다. 글도 할머니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쓰여있었고 그림에도 붉은 피가 보였다. 권윤덕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충격을 줄까봐 붉은 피를 꽃으로 그 표현을 바꿨고, 일본군의 얼굴을 지움으로써 그 비극이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한 국가의 잘못된 체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리기로 하셨다고 한다.  

꽃할머니의 꽃누르미 작품을 말할 수 없이 곱고 예뻤다. 이렇게 고운 감성을 가진 분이 그런 고초를 겪으셨다는 사실에 가슴이 떨렸었다.  그런데,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도서관에 물어서 확인해본다고 하고서는 자꾸 깜빡하곤 했다.   

어제 저녁에 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하고 있는 도서관 모임 일로 전화를 하셨는데, 갑자기 이 기사가 생각나서 "저기요, 꽃할머니, 돌아가셨어요?"하고 조심조심, 아니기를 바라며 여쭈어보았다.  그런데 맞다고 한다. 아, 돌아가셨구나...   

 

뭐라고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여한 없는 삶', '여한 없는 죽음' 이런 것들이 어디 있을까마는, 할머니의 삶과 죽음이 남겼을 한은 더욱 깊고 짙은 것 같아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저 그 곳에서는 평안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0-12-21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안한 곳에 가셨기를.

꿈꾸는섬 2010-12-21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할머니, 평안하시길 빕니다....

순오기 2010-12-2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달연 할머니가 돌아가셨군요. 꽃할머니를 남기시고...
이분들의 삶을 생각하면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는 건지... 국가가 국민을 위해 뭘 해야 하는 집단인지... 착찹해집니다. 할머니의 명복을 빌어요.

희망으로 2011-01-0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cj도서전에서 보고 왔어요. 이후 둘러본 책들이 모두 우울하고 심드렁하더라구요. 부디 그곳에서는 평화로우셨으면 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지난 주말 아들이 요리학원에서 배운 솜씨를 발휘했다. 토요일 저녁엔 돼지갈비찜을 했고 일요일 점심에는 비빔밥을 했다. 아들 혼자 주방에 세워두기가 그래서 아들과 나란히 서서 재료를 다듬어 씻고, 식탁에 마주 앉아 갈비찜에 들어갈 감자와 당근을 밤톨깎기하고, 아들이 "엄마, 마늘~"하고 찾으면 "예, 쉐프!"하며 냉동실 안에 얼려놓은 다진 마늘을 척 꺼내주는 식의 쉐프놀이도 했다. 

아들이 비뚤비뚤 깨알같은 글씨로 적어온 레서피 공책을 들여다보며 들어간 양념이 맞는지, 다음 순서는 뭔지 체크하고 물어보고, 아들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학원에선 어떻게 했고, 하면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아들은 소금을 뿌려놓아야 할 청포묵에 간장을 붓는 실수를 하고 나는 두 번에 나누어 써야 한다는 갈비양념소스를 한 번에 확 끼얹는 대범한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요리하는 아들 덕분에 늘 나홀로 쓸쓸하게 머무는 공간이었던 주방이 시끌시끌했다. 

겨울 우리집 주방은 춥다. 뒷베란다로 통하는 문에서 솔솔 찬바람이 들어오고 창문 밖으로는 이파리가 다 떨어진 담쟁이 덩굴이 스산하다.  하지만 그 날 만큼은 훈훈했다. 거의 나 혼자서 일하는 공간인 주방. 거실에서 TV를 보며 즐겁게 웃는 가족들에게서 나를 소외시키던 공간이었고, 신혼 초 시댁에 살 때는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서러운 생각에 투둑, 눈물을 떨구던 곳이기도 했다. 아파서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 밥을 먹여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하고 아침을 차리던 날의 엄마의 사명이 굳은살처럼 박힌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날 나는 아들이 해준 갈비찜과 비빔밥보다 훈훈한 주방의 느낌이 더 좋았다. 평소에는 단답형 대답을 하던 아들과의 긴 대화, 웃음소리, 식용유를 두른 후라이팬에서 들려오는 야채 볶아지는 소리,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하얗고 따뜻한 김, 입맛을 돋구는 음식냄새, 고기를 다지고 채소를 써는 소리. 주방이 따뜻한 공간이 되려면 함께 재료를 다듬고 수다를 떨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나보다. 영화 '카모메 식당'도 주인공 사치에 혼자라면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없었을 거다.   

주방엔 2인 이상 입장가능, 나홀로 입장 금지 같은 규칙이라도 세웠으면 좋겠다. 특히 주말에 주방에 여자 혼자 일하라고 내버려두고 거실에서 나머지 가족들끼리 TV보면서 재밌어하며 웃는 것도 3회이상 적발될 경우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건 어떨까? 내가 이런 궁리를 하는 걸 우리 가족이 알면 도끼눈을 하겠지. 아들이 강요남(강남에서 요리배우는 남자/요즘 아들을 이렇게 불러주곤 한다)이 되어서 가끔 지난 주말같은 호사를 누리는 것에 만족해야지, 그래야지, 그래야겠지..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0-12-2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페이퍼가 여러가지 이유로 좋아집니다.
주부 12년차 되어 가지만 위의 사진의 음식 중 제가 해본 것 보다 안해본 것이 더 많네요. '강요남' 아드님 정말 훌륭해요.
'주방엔 2인 이상 입장 가능'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고요. 주방에서 혼자 일하는 모습과 둘이 함께 일하는 모습은 그 느낌이 정말 다르잖아요.
정말 정말 추천하고 싶은 페이퍼입니다.

섬사이 2010-12-21 11:21   좋아요 0 | URL
제가 요리를 싫어하는 게 주방에서의 소외감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요리가 싫은 건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무스탕 2010-12-20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푸근한 페이퍼에요. 나도 울 아들래미 부엌에 세우는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 말이에요 ^^

섬사이 2010-12-21 11:22   좋아요 0 | URL
지성이와 정성이는 무스탕님이 부르기만 하면
서로 경쟁적으로 부엌에 서려고 할 것 같은데요..^^

다락방 2010-12-20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이에요, 섬사이님. 정말 근사한 주방의 분위기잖아요. 아드님과 요리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아요. 요리를 함께 하는 아들이라니, 진짜 멋져요!! ㅠㅠ

저는 부엌일을 전혀 하지 않는 타입의 사람인데(끙;;) 어쩌다가 설거지라도 한번 할라치면, 다른 식구들이 엄청 얄밉더라구요. 다들 텔레비젼 보고 있을때 말예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엄마는 매일, 매번 그랬을거에요. 엄마도 그때마다 야속했겠죠? 바보같은 딸이네요, 저.


섬사이 2010-12-21 11:24   좋아요 0 | URL
저도 결혼 전에는 몰랐어요.
주방이 그런 곳인지.
결혼해서 자기 살림 해보고 자식 낳아서 키워봐야
부모 맘 안다는 거,
진리거든요.
아직 다락방님은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미혼을 즐기시라구요~~~^^

BRINY 2010-12-2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네요. 이제 중3인데, 장하네요. 고1 저희반 애들 중 요리학원 다니겠다는 애들이 2명 있는데, 그 애들은 공부 안하고도 쉽게 대학가기 위한 수단, 폼나게 호텔에서 일할 수단으로밖에 요리를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아서 아쉽고, 아드님과 비교되네요.

섬사이 2010-12-21 11:2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BRINY님.
선생님이신가봐요.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이 꽤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저희 아들도 초등 2학년 때부터 요리사가 되겠다고 했는데
이제야 요리학원에 보냈어요.
처음에 뭔가를 배우기 시작할 때는 다 재미있잖아요.
틀림없이 나중에 힘든 고비도 오고 싫증도 나고 그럴 텐데,
그 때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부디 끝까지 꾸준하게 잘 해나가야 할텐데 말이에요.

조선인 2010-12-21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중3이면 우리 딸과 나이차이가 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저런 사위 얻었으면 좋겠어요.

섬사이 2010-12-21 11:30   좋아요 0 | URL
뭐, 마로랑 한 여섯살 차이 나나요?
여섯 살 차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성비불균형이 심각하다던데
우리 아들도 미리 후보에 등록해두면 안될까요? ^^

토토랑 2010-12-2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숙에 화양적에 ~ 멋지군요
맨밑에 돼지고기 말이 찜도 이쁘게 잘되었네요 ^^
한식 조리사 자격증 준비반 하시는 건지? 메뉴들이 딱 고거네요 ^^;;

섬사이 2010-12-21 11:32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토토랑님.
한식 조리사 자격증 준비하고 있어요.
요리에 서툴러서 아마 서너번 반복해서 강의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채써는 걸 보면 칼에 좀 익숙해진 것 같긴 해요.
한실 자격증 따고 나서 양식 자격증 따고,
그 다음엔 제과제빵에 도전해보겠다고 하는데,
"그래, 네 마음대로 하세요"하고 있어요. ^^

마녀고양이 2010-12-2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코알라도 요리에 흥미가 있어서, 이렇게 배운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너무너무 부럽고, 너무너무 따뜻해서 제 맘이 다 기쁘네요.
멋지시네요, 아드님.

섬사이 2011-01-05 10:37   좋아요 0 | URL
멋지다고 해주니 정말 고마워요.
앞으로도 주욱 잘 해나가야 할 텐데,
엄마로서는 걱정이 된답니다.

꿈꾸는섬 2010-12-21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멋지네요.^^

섬사이 2011-01-05 10:3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세실 2010-12-2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꿀꺽. 이런 멋진 아들이 있는 님이 매우 부럽사옵니다. 강요남 잘 어울리는데요~~~
요리에 관심없는 저를 닮아 우리 애들도 재능이 없어요.

섬사이 2011-01-05 10: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요리에 관심도 없고 심지어 싫어하기까지 해요.
그래서 아들이 더 요리에 집착한 게 아닌가 싶어요.

토토랑 2010-12-2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어머니 자격증 따시던걸 옆에서 본바에 의하면..
인강 유용하구요..(그러니까 시험 문제별 조합에 따라 두 가지 음식을 어떤 순서로 해야하는지가 잘 나오드라구요.. 재료 배분, 크로스로 준비하는 순서 등 )
강의도 강의지만 집에서 실습할때, 시간을 정해놓고 완성하는 습관을 들여야 되더라구요
시험처럼 꼭 2개 씩 제한시간내 만드는 실습!!! 합격의 지름길 ^^



섬사이 2011-01-05 10:39   좋아요 0 | URL
아, 인강도 있군요.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시험처럼 집에서 실습하는 건 한 번도 안해봤어요.
집에선 조금 대량으로 만들어서
가족들이 푸짐히 먹는 게 목표라..^^;;
시험이 정해지면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네요.

순오기 2010-12-24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진 아들!!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한다면 신나서 할 거 같아요.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육정책은 또 하나의 폭력이지요.
아드님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일찍 찾았으니 복 받았네요. 부러워요~~

섬사이 2011-01-05 10:44   좋아요 0 | URL
예, 요리할 때랑 공부할 때랑 아들의 얼굴이 달라요.
즐거워하는 아들 때문에 덩달아 저도 즐거워지기도 하구요.
제가 "그까짓, 공부!!"하면서 만용을 부르기도 해요.
엄친딸, 엄친아의 대표들과 함께 사시는 순오기님한테
"부러워요~"하는 말을 듣는 건 좀 민망해요. ^^

희망으로 2011-01-03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차려준 음식보다 확실한 자기 의지를 가진 아들이 정말 예뻐요. 요즘 울 애들 보면 복장 터져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의욕없이 있는 걸 지켜보자니 저까지 모든 일에 의욕 상실이라 책도 다른 일도 자꾸 에러가 나서 수정 작업해달란 전화 받을 때마다 화가 납니다. 저 자신조차 추스리지 못하는 것 같고....그래서 종교도 가졌는데 차라리 푹 빠지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해서 또 힘드네요. 에효....괜한 푸념만 하다 갑니다.
왜 남의 아이들은 이리도 이쁜지.^^

섬사이 2011-01-05 10:53   좋아요 0 | URL
아직 어떤 계기를 만나지 못한 거겠지요. 사실 우리네 교육현실이라는 게 아이들에게 자기 꿈을 표출할 다양한 계기를 만들어주지 못하잖아요. 아이들 탓만 할 수도 없어요.
이런 저런 일이 자꾸 꼬이고 겹치는 상황인가봐요. 빨리 그 상황이 지나가야 할 텐데요.. 지나가고 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저는 그럴 때 전화기 다 꺼놓고 집안일도 다 내팽개쳐두고 아이들 없는 오전에 그냥 푹 자버려요. 스트레스를 잠으로 푸는 성향이라..
기운내세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산타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집에 해마다 찾아오는 산타의 경우,
세남매의 기대를 왠만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게 분명한데, 
한 아이가 원하는 선물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비용면에서나 크기면에서나 현격한 차이가 난다면
이것을 어떻게든 조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형평의 원칙, 균등의 법칙을 적용해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선물을 분배해야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크리스마스'라는 특수성,
'산타'라는 직업의 특이성 때문에
형평,균등,공평,공정 등등을 뛰어넘는 희망과 욕구충족의 법칙이
우선시 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의 첫째와 둘째는 어린 동생의 과도한 선물 욕심에 고개를 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꼬맹이가 원하는 선물이
첫아이가 10 여 년 전에 단짝 친구네 집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인데
당시 자기도 갖고 싶다고 그토록 졸라댔었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번번히 부모에게 거절당하던 한맺힌 장난감.
그런데 이제 산타에게서 그 장난감을 꼬맹이가 너무 쉽고 간단하게 받아버린다면  
무지 서운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산타는 이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꼬맹이 녀석에게 원하는 선물을 보내주자니
큰아이가 마음에 걸리고
안 보내주자니 꼬맹이가 실망할 표정이 눈에 선한 것이다.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 하면 
아마 꼬맹이는 산타가 엄청나게 시시하고 쩨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산타는 무지 힘들겠다.
그나저나 산타의 선물 자루에 우리 꼬맹이 선물이 들어가고 나면
다른 아이들 선물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너무 욕심을 내면 산타가 아예 선물을 안 줄지도 모른다고
산타와 아이 사이에서 의견조정을 벌이고 있는 중이긴 한데
내리사랑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큰애들 키울 때보다 산타 형편이 좀 나아진건가,
산타는 무리해서라도 
꼬맹이가 평생동안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기쁜 선물을 주고 싶어지기도 한다고.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날,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올해도 몰래 다녀갈 우리집 오랜 단골 산타가
부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산타가 이성을 잃고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아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크리스마스는 커다란 선물을 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날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는 데서 기쁨을 느껴야 하는 날이라는 걸,
그러니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늦둥이 꼬맹이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간절한 눈망울을 하고
'제발~~~'하며 원한다고 해도
'절충'해야 하는 게 옳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건의해 본다.  

우리집에 다녀갈 산타는 앞으로 며칠간 골머리 좀 썩을 것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0-1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실비니안 패밀리, 정말 대단하네요.
그러니까 늦둥이 꼬맹이께서 산타에게 받고 싶은 아이템이라는 거죠?
정말 산타 고민되시겠어요.^^

섬사이 2010-12-16 14:44   좋아요 0 | URL
뭐 이런 장난감이 다 있나, 싶어요.
가격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상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게 만들어졌잖아요.
'모래알로 떡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는 영영
옛추억의 노래가 되어버렸나봐요.

꿈꾸는섬 2010-12-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가 괴로울만하겠어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너무 궁금한데요.
ㅎㅎ 저희 집 아이들은 워낙 소박한 선물을 원해서 큰 걱정 안해도 될 듯 해요.ㅎㅎ

섬사이 2010-12-16 14: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정말 괴롭겠지요...
저희집 산타도 소박한 선물 전문이라
저런 선물 해달라는 요구에 정신이 나갔을 거에요.^^

마녀고양이 2010-12-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따뜻한 글이라서, 저절로 미소를 흘리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공감되기두 하구요.

그런데 원하는 선물이 실바니안 패밀리인가요?
으아, 무지무지 비싸잖아요! 산타의 결정, 꼬옥~ 들려주셔염.

섬사이 2010-12-16 14:47   좋아요 0 | URL
예, 실바니안 시리즈의 2층집과 부엌,침실,욕실 가구와 토끼가족인형이
우리 꼬맹이가 원하는 선물이에요.
그러니 참...
그래도 아무튼 칼자루는 산타가 쥐고 있는 거니까
용단을 내려야죠!!

2010-12-15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