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3월이 끝나간다.
도서관은 새로 열리는 강의들이 넘쳐난다.
내가 속해 있는 모임들도 올 1년을 어떻게 꾸려갈지 대강의 계획이 세워지고
본격적인 진행에 들어갔다.
1.
지난 한 해동안 책고르미는 서울의 산, 강, 궁, 길을 그림책으로 만드는 일 중에서
'산'을 맡아 일을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우리 아동문학의 거목을 돌아보다'라는 제목으로
방정환에서 권정생까지의 구비구비 곡절도 사연도 많은 우리의 아동문학사를 짚어가기로 했다.
그 첫단추를 아동문학사에 대한 강의를 듣는 걸로 계획,
원종찬 선생님을 모시게 되어 지금 무척 설레며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
강의를 다 듣고 나면 책고르미들이 모여 아동문학작품들을 읽고 공부해서
가을에는 바깥도서관을 열고 책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2.
6월부터는 시인 신동호 선생님을 모시고 8회에 걸쳐 책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을 녹취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볼까 논의중.
3.
지난 겨울, 도서관에 오는 유아들을 데리고 책놀이 시간을 맡아 진행했다.
겨울이 끝나자 3월부터는 도서관에서 초등2학년 문학교실을 맡게 되었다.
문학교실을 맡게 되자 1년동안 책놀이 활동가로서의 교육과정을 밟을 기회가 생겼다.
교육과정을 함께 할 10명의 사람들이 책놀이 창작소라는 모임을 꾸렸다.
가까운 초등학교의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게 될 것 같다.
도서관 문학교실, 초등학교 책놀이 활동... 커리큘럼을 짜고 준비하느라 머리속이 복잡하다.
4.
막내가 속해 있는 미술품앗이 모임 색깔아이에서는
그림책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작가 특유의 그림 기법을 배워 책을 만들기로 했다.
마당에 개를 키우신다는 이억배 선생님의 작업실을 막내는 제일 가고 싶어 한다.
아직 어떤 작가의 작업실을 갈 수 있을지는 미정이지만
이호백 선생님과 정승각 선생님은 가능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꿈꾸고 있다.
도서관 관장님이 열심히 섭외(?) 중이니까 가능할 거라 믿는다.
색깔아이는 작년에 서울의 '강'에 대한 그림책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책을 만들지...
이미 스토리텔링 강의도 들었건만, 아이들은 고민이 없다.
아이 데리고 작업실 찾아다니며 일을 진행해 나갈 엄마들만 고민, 고민, 고민 중.
5.
놀기위한 3학년 아이들의 모임, 피노키오.
작년에도 참 열심히 놀러 다녔는데 올해는 움집체험이 계획 중이다.
아이들더러 움집을 만들어보라고 할 생각이다.
하루종일 땅만 파라고 해도 즐거워할 아이들이라는 걸 알기에
엄마아빠들까지 생각만으로도 싱글벙글이다.
올해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기억들을 심어줘야지.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앙코르와트를 가자고 매달 회비를 내서 저축 중.
마음으로는 100번은 다녀왔을 앙코르와트다.
6.
해마다 여름에는 도서관 아이들이 2박 3일 캠프를 떠난다.
막내가 1학년이었던 재작년에는 목공과 건축이 주제였다.
꼬맹이들이 톱질, 망치질 해서 작은 의자도 만들고 놀이집도 만들었었다.
작년에는 생태, 세밀화 캠프. 생태 숲 해설가 선생님들과 북한산 숲을 거닐었고,
세밀화를 그렸다.
올해 도서관 여름캠프는 그림책에 나오는 집 만들기.
4,5명의 사람이 들어갈 크기의 집을 아이들이 만들게 될 것 같다.
7.
천문해석학 강의도 포기했고,
도서관에서 준비한 어린이들 대상의 여러 프로그램들에도 눈감아 버렸다.
특히나 도서관 노래모임인 노래소풍에서는 함께 노래할 어린이를 충원,
올해 두 번째 음반을 낼 예정이다.
첫번째 음반을 낼 때에도 막내를 참여시킬까 잠시 고민했지만
울 막내가 노래부르기 싫다고 딱 결정을 내려주는 덕에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막내도 10살. 마음이 바뀌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무래도 그것까지는 무리다.
욕심이 과하면 재앙을 부르기 마련.
열심히 노래소풍을 꾸려온 엄마들과 아이들을 응원하는 걸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로 했다.
앞으로 내 앞에 놓여진 일들을 어떻게 잘 헤쳐나갈까 생각하면 마음이 비장해진다.
정신없이 바빠진다고 해도 나름 보람있는 일이니까 괜찮은데,
어쩐지 책 읽고 끄적이는 일도 점점 멀어지고 더 멀어질 것만 같은 슬픔 예감...
내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