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산타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까 우리집에 해마다 찾아오는 산타의 경우,
세남매의 기대를 왠만큼 충족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게 분명한데, 
한 아이가 원하는 선물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비용면에서나 크기면에서나 현격한 차이가 난다면
이것을 어떻게든 조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형평의 원칙, 균등의 법칙을 적용해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선물을 분배해야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크리스마스'라는 특수성,
'산타'라는 직업의 특이성 때문에
형평,균등,공평,공정 등등을 뛰어넘는 희망과 욕구충족의 법칙이
우선시 되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집의 첫째와 둘째는 어린 동생의 과도한 선물 욕심에 고개를 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꼬맹이가 원하는 선물이
첫아이가 10 여 년 전에 단짝 친구네 집에서 갖고 놀던 장난감인데
당시 자기도 갖고 싶다고 그토록 졸라댔었다. 
하지만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번번히 부모에게 거절당하던 한맺힌 장난감.
그런데 이제 산타에게서 그 장난감을 꼬맹이가 너무 쉽고 간단하게 받아버린다면  
무지 서운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산타는 이 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꼬맹이 녀석에게 원하는 선물을 보내주자니
큰아이가 마음에 걸리고
안 보내주자니 꼬맹이가 실망할 표정이 눈에 선한 것이다.
원하는 선물을 받지 못 하면 
아마 꼬맹이는 산타가 엄청나게 시시하고 쩨쩨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산타는 무지 힘들겠다.
그나저나 산타의 선물 자루에 우리 꼬맹이 선물이 들어가고 나면
다른 아이들 선물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너무 욕심을 내면 산타가 아예 선물을 안 줄지도 모른다고
산타와 아이 사이에서 의견조정을 벌이고 있는 중이긴 한데
내리사랑이라고 해야하나, 아니면 큰애들 키울 때보다 산타 형편이 좀 나아진건가,
산타는 무리해서라도 
꼬맹이가 평생동안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는 기쁜 선물을 주고 싶어지기도 한다고.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날,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크리스마스 이브, 아이들이 잠든 사이에
올해도 몰래 다녀갈 우리집 오랜 단골 산타가
부디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기를 소원한다.
산타가 이성을 잃고
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아이들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크리스마스는 커다란 선물을 받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날이 아니라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는 데서 기쁨을 느껴야 하는 날이라는 걸,
그러니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늦둥이 꼬맹이가
슈렉에 나오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간절한 눈망울을 하고
'제발~~~'하며 원한다고 해도
'절충'해야 하는 게 옳지 않냐고 조심스럽게 건의해 본다.  

우리집에 다녀갈 산타는 앞으로 며칠간 골머리 좀 썩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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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1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햐~ 실비니안 패밀리, 정말 대단하네요.
그러니까 늦둥이 꼬맹이께서 산타에게 받고 싶은 아이템이라는 거죠?
정말 산타 고민되시겠어요.^^

섬사이 2010-12-16 14:44   좋아요 0 | URL
뭐 이런 장난감이 다 있나, 싶어요.
가격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상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게 만들어졌잖아요.
'모래알로 떡해놓고 조약돌로 소반지어'는 영영
옛추억의 노래가 되어버렸나봐요.

꿈꾸는섬 2010-12-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가 괴로울만하겠어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너무 궁금한데요.
ㅎㅎ 저희 집 아이들은 워낙 소박한 선물을 원해서 큰 걱정 안해도 될 듯 해요.ㅎㅎ

섬사이 2010-12-16 14: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정말 괴롭겠지요...
저희집 산타도 소박한 선물 전문이라
저런 선물 해달라는 요구에 정신이 나갔을 거에요.^^

마녀고양이 2010-12-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너무 따뜻한 글이라서, 저절로 미소를 흘리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공감되기두 하구요.

그런데 원하는 선물이 실바니안 패밀리인가요?
으아, 무지무지 비싸잖아요! 산타의 결정, 꼬옥~ 들려주셔염.

섬사이 2010-12-16 14:47   좋아요 0 | URL
예, 실바니안 시리즈의 2층집과 부엌,침실,욕실 가구와 토끼가족인형이
우리 꼬맹이가 원하는 선물이에요.
그러니 참...
그래도 아무튼 칼자루는 산타가 쥐고 있는 거니까
용단을 내려야죠!!

2010-12-15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