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마음먹고 또 한 권 장만했다. 벨라스케스. 타셴. 큰 마음을 먹은 것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큰마음은 역시 커서 그런지 먹기가 쉽지 않은데, 자주 먹다 보니 위도 스스로 꿀렁꿀렁 커졌는지 예전보다는 먹기가 조금 수월한 것도 같다. 한편으로는 더 이상 먹을 큰마음이 남아있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한 걱정이다. 하여튼 어렵게 큰 마음을 먹고 하나 하나 구입한 타셴 책들이 책장 두 칸을 차지했다. 보고 있으면 흐뭇한 마음이 묵직하다. 램브란트나 라파엘로(다빈치, 라파엘로, 카라바죠는 비닐도 뜯지 못했다.) 같은 것들은 책 한 권의 무개가 거의 7kg에 육박한다. 한번 꺼내보기도 쉽지 않다.







벨라스케스의 작품 중 인노첸시오 10세 교황 초상화는 꽤 유명하다. 아! 하는 희미한 도 터지는 소리를 내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소생은 이 초상화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뭐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술 관련 책을 보다 보면 가끔 등장한다.) 얼마전 부인과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성격파 배우 진 해크만과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 성격파 배우라고 하니 또 생각나는데, 성격파 배우란 무엇인가?? 다음사전에는 ‘남과 다른 자기만의 행동이나 표현 양식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배우’라고 나와있다. 딱 와닿는 설명은 아닌 것 같다. 느낌적으로는 성격이 좀 더럽거나, 한 성격하는 배우......는 아니겠고.....그런 배역을 찰떡같이 잘 해내는 배우라는 느낌이 강한데, 나무위키를 보니 뭔가 비정상적이거나, 투박하고 속이 꼬인 성격의 캐릭터를 전문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는 설명이다. 왠 투박?? 여하튼 말인즉슨 악역 전문배우란 말이다.
그건 그렇고.....인노첸시오 교황은 무슨 큰 업적을 남기신 분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이 유명한 초상화를 남겨 성격파 배우 진 해크만 닮은 그 얼굴을 만방에 알렸으니 서러워서 울 필요는 없겠다. 1574년 로마에서 태어나, 1626년 추기경이 되었고, 1644년 제236대 교황의 자리에 올랐다. 1655년 선종.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에 등장한다고 위키에 나온다. 교황청에 베네치아산 유리를 입찰하러 온 주인공 안토니오 꼬레아와 친분이 있고 우호적인 인물로 묘사된다고 한다. 이때는 사제 신분이었다.
벨라스케스의 이 초상화를 보면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이 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이라고 무슨 고기 덩어리 같은 것들을 기괴하고 해괴하게 표현하여, 보고 있자면 심히 불편하고 불쾌하고 토가 나올듯한, 꿈에 나올까 무서운 그런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소생 이 베이컨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예전에 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에 이 작가의 기괴한 작품들이 순위100위 안에 여러 개 올라가 있고, 그 금액을 합치면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세상 참 요지경은 요지경이다. 소생 나름 살만큼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아직까정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이리 모르니 한심하다면 한심하다. 하여간에 베이컨이 이 벨라스케스의 교황 초상화를 자기식으로 재해석한 일명 ‘Screaming Popes’ 로도 불리는 교황 초상화 연작을 여러 편 그렸는데 이게 벨라스케스 작품 못지않게 또 유명하다.
인터넷에 프랜시스 베이컨이라고 찾아보면 우리가 옛날에 배운 유명한 철학자 베이컨(1561~1626)이 먼저 나온다. 귀납법 어쩌고 하는 바로 그 베이컨. 이 분이 아는 것은 힘!!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화가 베이컨(1909~1992)은 바로 이 철학자 베이컨의 이복형의 후손이라고 한다. (위키는 모르는 것이 없다. 대단하다 위키) 모르는 것 없는 친절한 위키가 베이컨이 왜 이런 기괴한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위키의 내용을 옮겨본다. “베이컨은 꽤나 부유한 농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이 게이임을 깨달았으나 엄격한 정통주의적 농장 주인인 아버지는 매번 하인을 시켜 그에게 채찍질을 하라고 명령하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그의 마조히즘을 자극하게 되었다. 베이컨은 하인들과 마부들과도 지속적인 성관계를 맺었고, 열여섯 살 때 어머니의 속옷을 입고 있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삼촌의 집으로 쫓겨났다.” (삼촌은 뭐 어쩌란 말인지)



참고로 애슐린(프랑스), 타셴(독일), 파이돈(영국)이 세계 3대 아트북 출판사라고 한다. 인터넷에세 좀 찾아본 것들 간략하게 소개해봅니다. 애슐린. 1994년 애슐린 부부가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 지하에서 시작했다. 생각보다 역사는 얼마 안되는 듯. 애슐린의 아트북은 ‘럭셔리’에 집중하면서 스스로 하나의 명품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 샤넬, 디올 등 유수의 명품 브랜드와 파트너 관계를 맺으며 작업을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에서 브랜드 북을 제작했다.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애슐린 라운지가 있고, 대전 도룡동에도 애슐린 리브리스 라운지가 있다고 한다. 이정재가 자신이 감독한 영화 <HUNT>의 아트북을 애슐린에서 제작했다. 지금은 절판이다.
타셴.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아트북 출판사인 타셴은 1980년, 당시 18세의 베네딕트 타셴이 자신이 수집한 방대한 양의 만화책으로 독일 쾰른에서 만화방을 차리면서 시작된다. 상호는 타셴 코믹스. 타셴의 성공한 아트북 시리즈 ‘베이직 아트’는 우리나라 마로니에북스에서 ‘Taschen 베이직아트’ 시리즈로 나와있다. 한 20여권 모았었는데 지금은 다 팔아먹고 없다. 몇 년 전에 언론보도에 타셴에서 나온 데이비드 호크니의 거대한 책, 빅북이 우리나라에 100권인가 들어왔었는데 가격이 400만원인가 얼만가 한다는 그런 기사가 났었다. 그때는 햐!! 이런 책을 사는 사람도 있나??? 했는데... 역시나 세상에는 별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이 책이 지금 아마존에는 5500달러, 알라딘에는 850만원으로 나와있다. 대학로에 타셴 카페가 있다.









파이돈. 3대 아트북 출판사 중 역사가 가장 길다. 192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되었는데, 두명의 창업자 벨라 호로비츠와 루드비히 골드샤이더는 그리스 고전문화에 대한 사랑으로 소크라테스의 제자 파이돈의 이름을 따서 출판사를 설립했다. 2차 대전 중에 런던으로 옮겨 1942년부터 30년간 영국 왕실의 소장품 도록을 제작했다. 1950년에 출간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2005년에 출간된 요리책 <The Silver Spoon>이 또 한번 빅히트를 치면서 회사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기억난다 이 실버스푼 책 살까말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파이돈 이런 건 몰랐는데, 결론은 안샀고 지금 다시 살까말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