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러니까 초등학교를 국민학교로 부르던 시절엔 알러지가 아니라 알레르기라고 했다.(뭐 지금도 알레르기라고 많이들 이야기한다.) 그때는 미합중국 대통령도 레이건이 아니라 리건이었다. 맞나? 어찌되었건 이건 뭐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언제부터인가 가끔씩 눈이 꿉꿉하고 따갑고 가렵고 했다. 어떨 때는 눈이 너무 가렵고 따가워서 눈알이 얼얼하고 시뻘겋게 되어 곧 둘러 빠지기 바로 직전까지 열심히 계속 막 비비고 그랬다. 안구 건조증 아니면 무슨 각막염 아닌가 생각했는데, 안과에 가보니 고양이나 개 알레르기일 수 있다고 한다. 아아아 그런 줄도 모르고 작년에 냥이 또 한마리 입양했으니.... 오! 마이! 가련한 내 눈알이여!!!


지난 달에 동네 이비인후과에 가서 알러지 검사라는 것을 했다.(피를 뽑아야 한다. 따끔! ) 며칠 뒤에 결과가 나왔는데, 햐 소생의 늙어 늘어져 현저히 기능이 저하된 이 몸땡이가 이렇게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예민한 유기체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소생이 어쩌면 먼지나 진드기 이런거 체질적으로 못 견디는 나름 관이 향기로운 우아하고 고귀한 족속이었나 봅니다. 사실인즉슨 돼지가 더러운 종자가 아닌 건 다들 아시죠.....땀샘이 없는 돼지는 뭐 샤워를 할 수 없으니 부득이 체온유지를 위해(생존을 위해) 스스로 내지른 똥오줌을 몸에 처바르지만 알고보면 꽤나 깔끔을 떠는 짐승입지요....뭐 그건 그렇다치고...


각설하고, 검사결과 108가지 항목(햐 이렇게나 항목이 많다니 참 별의별 달의달 알러지도 있군요. 조금 놀랐습니다.) 중에 새우가 2단계(나 새우 잘 먹는데???), 진드기, 집먼지, 개가 3단계(예전에 결혼하기 전에 청소 뭐 거의 한달에 한번도 안하는 방구석에서도 잘만 구부르고 살았는데...) 고양이, 번데기가 4단계(국민학교 다닐 때 번데기 많이 먹었는데..아무 이상도 없었던 것 같은데...이상하네..) * 범례 : 1단계 낮음, 2단계 보통, 3단계 보통/조금 높음, 4단계 조금 높음, 5단계 높음, 6단계 매우 높음


우리 집구석(堂內)에서 초코, 나나의 서열이 소생을 앞지른지 이미 오래되었고, 혹시나 소생이 천지분간 못하고 겁없이 냥이들을 어디 다른 곳으로 보내자는 의견을 내었다가는 그날로 소생이 빤스바람으로 집구석에서 쫓겨나거나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문득 없어지게 될지도 모를 그럴 형편이니 뭐 어쩌겠습니까? 눈물이 질질 나더라도 소생이 입 꾹 다물고 참는 수밖에요..그래도 일단 침실방과 베란다 쪽으로 방묘문을 설치해서 침실을 금묘의 구역으로 설정하였고, 아내와 딸내미도 털이 덜 날리도록 집안 청소와 냥이 털 빗기기 적극 협조해주기로 했습니다. 감사하고 황송할 따름입니다.ㅋㅋㅋㅋ
















결혼할 때 구입한 소파가 다 떨어져서 폐기처분하고 소생과 아내를 위한 두개의 리클라이너를 구입하였는데, 당내 서열 변동으로 냥이들이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다. 냥이들에게도 물론 개별 방석소파를 마련해 주었으나, 굳이 리클라이너를 차지하고 누워서 단꿈을 꾸고 계시는 당내 서열 1,2위 나나 동무, 초코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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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3-06-16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레르기는 뭔가 몸에 임계점이 있어서 그걸 넘으면 발현된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번데기도 항목에 있는 줄 몰랐습니다. 놀라워요. 번데기에 알레르기 반응이라니… 너무 슬픈데요ㅜㅜ
초코와 나나는 세상 편하게 자고 있군요. 귀엽습니다… 반려동물에게 반응하는 알레르기 힘들죠ㅠㅠ 사랑이 담뿍 느껴집니다. 모쪼록 붉은돼지 님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붉은돼지 2023-06-16 20:03   좋아요 1 | URL
정말 번데기는 의외였습니다. 요즘도 가끔 횟집 가면 찌게다시로 나오고...그때 먹어도 아무 이상 없었던 것 같은데...많이 안 먹어서 그런지도 모르죠 ㅋㅋㅋ 이게 알레르기가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말씀대로 임계점이란 것을 넘으면 나타나는 것 같아요....어떨 때는 괜찮기도 한데 어떤 때는 몹시 가렵고해서 힘들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만...요즘은 조금을 많이 해서 그런지 예전보다는 덜 한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3-06-16 1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려서부터 아토피성 피부염 앓아서 애기 때 어느 약국에선 온갖 것 다 먹지 말라고 표를 써주고 돌팔이약도 지어줘서 먹고 그랬는데 하나도 안 낫더니요…삼십대중반에 처음 알러지 검사 해봤는데 저는 진짜 한 항목도 안 나왔어요 ㅋㅋㅋ잃어버린 내 성장기 영양소들…지금이라도 채우려고 아까도 번데기 겁나 집어 먹었습니다(죄송) 돼지님 닉네임이 얹어주신 편견 때문에 안 가리고 다 잘 자시고 다 쓸어모으시고 무던하실 줄 알았는데 세상 섬세 예민 체질이셨군요… 새우랑 고양이랑 무탈하게 건강하시길 빕니다.

붉은돼지 2023-06-16 20:08   좋아요 1 | URL
사실 가리는 것 없이 아무거나 잘 먹고...또 왠만한 지저분하고 더러운 것들도 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더럽다면 더러운 축생이온데....알레르기 검사결과가 저리 나오니 저도 조금 놀랐습니다. 햐~ 나의 정신과 나의 몸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조금 따로 노는구나....이런 생각을 했습니다..ㅋㅋㅋㅋ 4단계라 뭐 그리 심한 단계는 아니라 그럭저럭 지내는데 무리는 없을 듯 합니다. 인터넷에 보니 어떤 6단계 집사님도 계시더라구요...열심히 쓸고 닦고 하시더군요....

은오 2023-06-17 0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슬픈 얘긴데 이렇게 웃기게 쓰시면ㅜㅜ저는 웃음이 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죄송해요ㅜㅜ근데 어쩌겠어요....냥이들 모시고 사셔야지요ㅜㅜ

붉은돼지 2023-06-17 09:48   좋아요 1 | URL
뭐 어쩌겠어요 ㅋㅋㅋ 귀여운 냥이들 모시고 살자면 어쩔 수 없지요........그래도 알러지가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인터넷에서 보니 어떤 6단계 집사님은 정말 고군분투 하시더라구요..ㅜㅜ